>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441 이름 없음 (2dYOOOnAT6)

2022-06-01 (水) 19:11:06

>>440

" 끔찍하다니. 나는 진지해. "

너가 나와 같은 대학에 가지 못할 것 같으면 하향지원할 생각도 만반이었다. 그래도 너가 그렇게까지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닌걸 아니까 그럴 걱정은 그다지 없었다. 뭐 정말 싫어하면 그럴 생각은 없지맠,

" 어차피 반에 남아있을거라. "

학교가 다 끝나고 따로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네가 올때까지 반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전화해도 안받으면 비어있는 반에 누워서 잠이나 자고 있을거다.

" 오늘 점심 맛있는거 나오던데? "

오늘 너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는 날이었는데 점심을 굶는다니. 급식실 아주머니들이 정말 슬퍼하시지 않을까싶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금방 반에 도착할 수 있었고 우리는 정말 공교롭게도 나란히 옆자리에 앉는 관계이기도 했다.

" 어제 밤새 게임했더니 졸리다. 점심시간쯤에 깨워줘. "

자리에 앉자마자 능숙하게 잠자리를 만들고 그 위에 엎드리며 얘기했다.

442 이름 없음 (SZsVEvEUH.)

2022-06-01 (水) 19:48:27

>>441

"진심? 그럴거면 니 머리 떼 줘."

누구는 오늘도 책가방이 한짐인데 얄미워 죽겠다. 아이스크림 삥 뜯어먹는 걸로 참아주는 나한테 감사해야 한다.

"뭐야, 급식 외우고 다니냐고."

학교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졸리다, 오늘 급식 뭐냐, 집 가고 싶다 기타 등등이라 오늘 급식 메뉴가 무엇인지 알 리가 만무한 나다. 어차피 학교만 가면 칠판에 적혀 있든 학급 게시판에 붙어있든 애들이 떠드는 이야기 중에 들리든 하니까. 학교는 째려고 안달났으면서 급식 외우고 있는 이유가 뭔가 싶어 물어보기나 한다. 그냥 한 번 보면 외워진다고 하면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내 가운데 손가락이 세상에 등장할 것이다.

"아오씨, 내가 알람이냐."

담임쌤이 출석 부를 때 좀 깨워보라고 하다가 이제는 포기했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도착한 반, 나도 자리에 가방을 걸고 앉는다. 아, 집 가고 싶다.

#여기서 마무리하면 될 거 같아요, 이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443 이름 없음 (ZDjB2g.00A)

2022-06-02 (거의 끝나감) 18:04:38

요즈음 초등학교에 가서 장래희망이 무엇이냐 물으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히어로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저도 작고 희망찬 어린 시절에는 그런 꿈을 꾸었지요. 제 초능력이 히어로가 되기에 볼품없다는 걸 깨닫기 전에는요. 결국은 작은 편집사에서 월급 받아먹고 사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느냐면 잡일 담당입니다. 아직 입사한지 반년도 못 채운 신입이라서 그런걸까요? 제가 편집하고 디자인한 작업물을 보고 싶은데 무슨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인을 해도 혼나기만 해요. 아차, 이야기가 샜네요. 아무쪼록 그런 평범한 회사원인 제게 지금 좀 큰일이 생긴 것 같아요.

"…살아계세요?"

집으로 가고 싶은데, 길에 뻗대고 누워있는 이 사람 때문에 못 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낯이 익은게 요새 뉴스에도 나오고 유튜브에도 나오는 유명인사 같습니다. 복장도 일반인이라면 절대 입지 않겠구나 싶은 것이 히어로 혹은 빌런인 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적당히 옆으로 밀고서 112를 부른 다음 저는 그냥 집으로 들어가버려도 괜찮을까요?

# 히빌세계관이야! 뻗대고 누워있는 사람이 히어로나 빌런이라는 것만 생각해뒀어

444 이름 없음 (nir2MCcIwo)

2022-06-02 (거의 끝나감) 19:10:37

>>443

"네, 살고 있는 중이에요."

대답하는 목소리는 힘은 없었지만 침착했습니다. 뉴스나 유튜브를 자주 본다면 익히 알 법한 목소리와 복장이었습니다. 미스테리한 옛날 마법사 같은 긴 로브로 온몸을 가리고 가면까지 써서 얼굴을 가린 가장 비밀스러운 히어로. 최대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며, 만약 목소리를 낸다 하더라도 일부러 중성적인 톤으로 내어 그 성별이나 정체마저 알 수 없는 히어로. 그것이 저였습니다.

"…저 좀 도와주실래요?"

세상에서는 절대 죽지않는 불사의 히어로니 뭐니 하며 떠들어대지만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저는 이미 수없이 죽었고 수없이 살아났으니까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초능력 때문에요. 그러나 저는 저의 초능력마저 비밀로 숨겼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로브 안에서 새는 피가 숨기지도 못하고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 정도의 치명타를 입어서 저 혼자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 데려가주세요."

그래서 저는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부탁했습니다.

445 이름 없음 (0m152XbomU)

2022-06-02 (거의 끝나감) 19:51:31

>>444

살고 있는 중이라는 대답에 힘이 없습니다. 맥아리 없는게 저는 휴대폰을 꺼내들었습니다. 112든 119든 불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인지 기억하려는 한 편 머릿속은 피곤해하고 있습니다. 퇴근길에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될 수가 있나 싶은 것입니다. 저는 한 때 히어로를 꿈 꿨을지언정 지금은 그저 평범하고 두드러지는 부분 하나 없는 소시민입니다. 평균 중에서도 평균이 제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저에게 이런 이벤트가 있을 줄 알았겠나요? 이제야 검붉은 웅덩이가 보입니다. 피 비린내가 나요.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말았습니다.

"잠시만요, 곧 경찰이든 구급차든… 네?"

아무도 없는 곳에 데려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실은 지금 이 상황은 꿈일지도 모릅니다. 꿈이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휴대폰을 줍기 위해 몸을 낮추었다가 그 말에 놀라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얼굴 따위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의 복장. 이제야 불사의 히어로라는 기사 제목이 기억났습니다. 못나게도 저는 안심해버렸습니다. 불사라면 이 사람이 이만큼 핏웅덩이를 만들고도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버렸기 때문입니다. 히어로라고 한들 다친 사람을 앞에 두고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아 금방 생각을 쫓아냅니다.

"…부축해드리면, 걸을 수 있나요?"

이곳에서 가까워 금방 이동할 수 있고, 아무도 없는 곳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제가 사는 집입니다. 저의 목적지. 저까지도 없어야 한다면 잠시 집 밖으로 나가있으면 되겠지요. 히어로가 시민의 집에서 무언가 할 것 같지도 않고요. 단지 지금 걱정되는 것은 핏자국입니다. 길에서부터 집까지 이어질 핏자국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저 히어로가 입고 있는 피 묻은 옷. 피얼룩은 찬물에 손세탁해야하는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446 이름 없음 (P4tZ2wT/QQ)

2022-06-02 (거의 끝나감) 20:37:18

>>445

"경찰이든 구급차든 됐어요. 괜찮아요."

저는 어차피 불사의 히어로. 이런 상처 정도야 혼자서도 극복해낼 수 있고, 그래야만 했습니다. 신고해주려는 그 선의는 고마웠지만 경찰이든 구급차든 제 초능력보다 큰 도움은 안될 것도 뻔히 알았습니다. 그래서 힘 없는 목소리를 쥐어짜내 대답했습니다. 꾸며낸 목소리마저 점점 원래대로 돌아올 것 같았습니다.

"걸을 수 있어요."

아마도였지만 가능은 할 것이었습니다. 그동안은 혼자서 어떻게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기어가기도 했으니까요.

"피는 신경쓰지마세요. 제가 연락해서 지워달라고 할테니."

어쨌든 민간인에게 이런 피는 별로 좋은 광경은 아닐테니 잊을 수 있게 안심시켜주려고 했습니다. 히어로 본부에서 비밀스럽게 뒷정리를 담당하는 다른 히어로나 직원들에게 부탁하면 이런 핏자국 정도는 금방 지울 수 있으니까요. 옷 역시 본부에 말해서 새로 교체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어서 데려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방금 전의 전투 때문일까요. 피곤했습니다. 지쳤습니다. 그래도 살아야 했습니다. 살아있어야 했습니다.

447 이름 없음 (VO/1zBO.1w)

2022-06-02 (거의 끝나감) 21:25:24

>>446

떨어트린 휴대폰을 집어들었습니다. 저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책상머리 앞에 앉아있는 것이 일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게 크게 다친 사람을 무사히 부축할 수 있는 힘이 있느냐면, 그러길 바랐습니다. 히어로로 추정되는 이 사람의 팔을 들고서 전 그 아래로 위치합니다. 어깨동무 비슷한 자세입니다. 다만 저도 똑같이 어깨동무하듯이 어깨 위로 팔을 두르는 것이 아니라, 이 분의 등에 손을 받칩니다. 허리나 옆구리를 받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면, 상처에 손이 닿을까 겁났습니다. 불사의 히어로라고 고통까지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독심술도 쓰세요?"

핏자국 생각하는 것을 들킨 것 같습니다. 말한 적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이전에 생각했던 무례한 생각까지 들으셨을까 겁납니다. 다른 생각을 해야겠어요. 그래, 목적지 이야기를 해볼까요. 다행히 집은 정말 가까웠습니다. 나름 신축 오피스텔이라고 엘리베이터도 있으니, 3층까지 올라가는 길은 험난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전세 대출로 얻어 벌써 4개월 째 제 보금자리가 되어준 집은 여기서 2분 거리였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이게 맞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집에 가서 쉬고 싶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하지만 다친 사람을 무시하기에는, 못 본 척 하기에는 그것도 찜찜합니다. 나는 숨을 흡 들이쉬며 일어납니다. 넘어지거나 쓰러지는 일 없이 무사히 집에 간다면, 당신을 겨우 현관에서만 살짝 안쪽으로 들여놓고 겨우 현관문을 닫을 것 같습니다.

448 이름 없음 (oP1e9GYZ8E)

2022-06-02 (거의 끝나감) 22:09:52

>>447

이 낯선 사람이 어깨동무를 하듯 부축하자 힘 없는 제 몸이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의외로 덩치가 작은 제 몸을 이 사람에게 들키게 되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허리가 아닌 등에 손을 받쳐주는 배려는 썩 고마웠습니다. 이미 힘들게 일어서는 것만 해도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졌으니까요. 불사의 히어로라고 고통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민간인들에게 피는 무서운 거니까요."

고통을 참고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히어로나 빌런이 아닌 이상 이런 피투성이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더이상 목소리를 내기에는 한계였습니다. 조금만 참으라는 말에 정신을 붙잡고 겨우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걸어나갔습니다. 그러나 도착한 곳은 의외로 신축 오피스텔이었습니다. 설마 이 사람의 집일까요? 어두운 숲 속이나 인적 드문 뒷골목 등을 예상한 저로서는 이 선의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지금은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초면에 이런 말하기 죄송하지만…"

닫힌 현관문에 털썩 기대앉으며 숨을 헐떡였습니다. 그리고 숨겨진 초능력을 발동시켜야 하나 고민하며 현관문 밖에 있을 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사람 죽여본 적 있어요?"

아님 사람이 죽은 걸 봤다거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습니다. 피가 너무 빠져나갔습니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평범한 사람의 집. 그리우면서도 낯선 공간 속에서 저는 피 묻은 저의 손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449 이름 없음 (.PxuxcQJmc)

2022-06-02 (거의 끝나감) 23:29:01

>>448

상냥한 히어로인 것 같습니다. 정의의 편이라는 히어로가 상냥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요. 아니면 직업 의식일까요? 저는 히어로일지라도 팀장님에게 상냥하고 싶지 않습니다. 초능력이 뛰어났더라도 히어로가 될 재목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렇게 생사를 오갈 것 같은 부상을 입고서 민간인이니 일반인이니 하며 신경쓸 자신이 없습니다.

"…네?"

이미 지쳐 있었습니다. 퇴근길이었으니까요. 이미 그랬던 제가 피 흥건한 사람을 마주하고, 그 사람을 집까지 부축해 데려왔다니 완벽히 한도 초과입니다. 이런 이벤트는 한 번이면 만족합니다. 아니, 없어도 괜찮습니다. 평범하고 지루한 나날을 하루라도 더 영위하는 것이 제 인생입니다. 가끔 월급날 갖고 싶었던 옷을 산다거나, 좀 값나가는 음식을 사먹거나 하는게 행복인 그저 그런 삶입니다. 특출나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전 현관문을 닫고서 복도에 있습니다. 문 너머로 들린 말이 무얼 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엘리베이터부터 문까지 핏길이 이어져있습니다. 저한테도 묻어 있을 수 밖에 없겠지요. 눈을 질끈 내려 감고, 현관문에 기대 무릎을 모으고 앉았습니다. 이웃이 나오면 무어라고 설명해야 하는지가 지금의 고민인 저에게 얼토당토 않는 질문입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사람을 돕는 건 좋은 일인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상처는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핏자국과 그 냄새만으로도 이렇습니다. 독심술을 못 써서 다행입니다. 얼마나 혼자 두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450 이름 없음 (UA3Op43hvU)

2022-06-03 (불탄다..!) 00:00:08

>>449

"…역시 그렇겠죠. 미안해요. 쓸데없는 말 해서."

힘 없는 웃음소리가 나왔습니다. 이제 정말 한계입니다.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 이상 이 낯서고도 선한 사람의 평화로운 집을 이딴 피로 더럽힐 수 없었습니다. 일반인과 히어로의 차이는 그것이었습니다. 빛나보이는 히어로의 뒷면에는 빌런과 다름없는 피로 물들어 있다는 것. 저는 품 안에서 날카로운 단도를 꺼내들었습니다.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더라도 절대 문을 열지 마세요. …끔찍한 기억을 심어줘서 미안해요."

저는 현관문 밖에 있을 당신에게 이 모든 일들에 대하여 사과했습니다. 힘을 다한 마지막 중얼거림은 중성적이었던 목소리 대신 원래의 목소리로 나왔습니다. 마지막이었습니다. 이 시간은 익숙하지만 언제나 두려웠습니다. 저는 떨리는 손으로 단도를 집어들고 그대로…

현관문 밖에 서있던 당신에게는 쿵 하고 쓰러지는 큰 소리가 들렸을 것이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제 말을 들어서 문을 열지 않았다면 잠시 후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제 말을 듣지 않아서 문을 열었다면 심장에 단도가 꽂혀있는 저를 발견했을 것 같습니다.

451 이름 없음 (76wWIPVNV6)

2022-06-03 (불탄다..!) 15:15:59

>>450

저는 처음 일았습니다. 너무 놀라면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극도로 공포감에 휩싸이면 저지할 새도 없이 눈물이 나온다는 것을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장하는 줄 알았는데, 겪어보니 알겠습니다. 모두 진실이었어요.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서, 절대 문을 열지 말라고 했지만 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아파서 쓰러진 것이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오늘, 너무 많은 오지랖을 부렸습니다. 그 죄인 것이지요. 현관문을 다시 열고, 집으로 들어서지도 못 하고 주저 앉았습니다.

"아, 으………."

구역감이 솟구칩니다. 토를 할 것 같았어요. 아니, 필사적으로 참고 있습니다. 아까부터도 머리가 어지럽고 심장이 쿵쿵 뛰었는데, 지금 절정을 달했습니다. 한 번 최고점을 찍은 후에는 밑도 끝도 없이 곤두박질칩니다. 몸이 차갑게 굳는 것 같았습니다. 죽었을까요? 죽은 것일까요? 불사의 히어로가? 응급처치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히어로로서 살아가는 것이 버거워 끝내고 싶었던걸까요? 민간인에게 피는 무서운 것이라며 신경써주었던 상냥한 사람이, 그 민간인의 집에서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사람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존재, 가령 빌런같은 자가 여기까지 뒤쫓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맞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초능력이 있으니 불가능할 것은 없겠지요. 응급처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곳은 분명 심장일 것입니다. 칼을 제거하고 지혈을 하면 될까요? 오히려 칼을 빼서 과다출혈이라던지, 아아. 얄팍한 지식들은 부정확하여 오히려 혼란을 야기합니다. 이제는 경찰이든 구급차든 불러야할 것 같습니다. 눈물로 얼룩져 뿌연 시야와 덜덜 떨리는 손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휴대폰을 가방에서 찾는 것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군요.

452 이름 없음 (KbZg9qrL1s)

2022-06-03 (불탄다..!) 18:03:10

>>451

불사의 히어로. 세상에 알려지기로는 치유 초능력으로 그 어떤 상처들도 낫게 한 후 다시 싸운다는 의미로 그렇게 불리고는 했습니다. 그것도 반은 맞았습니다. 치유 초능력도 어느 정도는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숨겨진 다른 초능력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활이었습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상은 회복하는 데에 치유 초능력으로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히어로. 빌런들을 막기 위해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저는 늘 살아있어야 했고, 살기 위해서는 죽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운이 좋았고, 운이 나빴음을 알아야 했습니다. 운이 좋은 것은 도움을 주려는 선한 당신을 만난 것이었고, 운이 나쁜 것도 도움을 주려는 선한 당신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칼에 찔리는 엄청난 고통 후 저는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시야에는 어둠이 가득했습니다. 정신을 잃기 직전, 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현관문을 연 당신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쓰러진 저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울면서 휴대폰을 찾고 있던 그 때, 갑자기 아름다운 불과도 같은 무언가가 제 심장에서부터 새어나와 순식간에 제 몸을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미동도 없던 저는 서서히 죽었던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면서 로브가 아래로 스르륵 떨어졌습니다.

"…………"

순식간에 불길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모르던 불사의 히어로의 정체. 그것을 처음으로 드러내며 저는 황금색의 눈동자로 울고있는 당신을 마주보았습니다. 꿈이 아니었군요. 저의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미안해요. 잊어버려요."

저는 바닥에 고인 핏자국들과는 상관 없다는 것처럼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해진 몸을 움직여 당신의 눈을 손으로 가려주었습니다. 저의 손에서는 아까와는 다르게 미약한 피 냄새조차도 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미안해요."

다시 살아나자마자 한 말은 당신에게 전하는 사과였습니다. 선한 당신에게는 죽었던 저의 피를 묻히고서 이런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될 죄는 없었는데. 어쩌면 이 순간만큼은 저는 히어로같은 이 사람에게 있어서 빌런일지도 몰랐습니다.

453 이름 없음 (DSLZeOltzA)

2022-06-03 (불탄다..!) 19:16:32

>>452

불길이라기에는 불꽃 같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빌런의 초능력인 줄로만 알고 놀라서 굳어버립니다. 불을 끄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 혹은 산소 차단일텐데, 저것이 빌런의 초능력이라면 그런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끌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주저 앉아있어 발을 동동 구를 수도 없고, 저 불을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합니다. 굳어버린 몸이 꼭 남의 몸에 들어온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단지 놀랐기 때문이라고만은 못 하겠습니다. 불꽃이 아름다워 보였다고 하면 다들 저에게 미쳤다고 하겠지요. 미쳤다고 한대도 위험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손을 뻗어 닿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요. 이상합니다. 빌런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여 겁에 질려있는데 불꽃에 닿고 싶단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살아계세요?"

놀라면 몸이 굳는다는 표현, 비단 몸 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눈물도 놀라 떨어지다 멈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신이 움직였을 때, 불길이 사라졌을 때 더 이상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사과를 받기보다는 안심하고 싶었습니다. 빌런이 없다든지, 당신은 살아있는게 맞다든지 하는 말로요. 심장을 찔리고 불탔다면, 그전에도 핏웅덩이를 만들만큼의 치명상을 입었다면 살아있지 않는 것이 정상일테니까요. 불사의 히어로라는 말을 이해합니다. 불사라는 것이 죽음을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없던 듯 되돌릴 수 있다는 뜻도 되나봅니다. 사람들은 모르겠지요. 사람들은 모를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알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었을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유들로 저는 처음 물었던 말과 같은 것을 소리내고, 눈을 감았습니다. 의미는 없었습니다. 당신의 깨끗한 손이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제 손은 피투성이로 끈적거립니다.

454 이름 없음 (G00Erd8keI)

2022-06-03 (불탄다..!) 20:28:38

>>453

당신은 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아니, 당신의 눈물마저도 멈춘 것 같았습니다.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죽었던 사람이 살아 움직인다면, 당연히 놀라서 굳어버리겠지요. 그러나 그 죽은 모습을 당신에게 보이기는 싫었습니다. 아니, 당신 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었습니다. 히어로로서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었으니까요. 히어로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결코 빌런에게 져서도 안 되고, 죽는 것은 더더욱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혼자서 저를 죽였고, 혼자서 저를 살렸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습니다. 죽인 것은 저였지만, 저를 살린 것은…

"네, 살아있어요."

당신의 똑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목소리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습니다. 일부러 내는 중성적인 목소리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로브와 가면마저 떨어진 상황에서 목소리 따위는 더 이상 비밀이 될 수 없겠지요.

"당신 덕분에요."

당신은 죽어가는 저를 도와주려 했고, 아무도 없는 곳에 버리고 갈 수도 있었음에도 저를 당신의 집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어 죽은 저를 보며 울어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선의를 가진 당신은 분명 저보다도 더 히어로에 걸맞은 사람이겠지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더이상 위험하거나 무서운 일은 없을테니 안심하세요. 핏자국들도 제가 연락해서 금방 지워드릴테니까요. 원하신다면 당신의 기억도요."

당신의 눈을 가렸던 손을 천천히 내렸습니다. 그리고 피투성이로 끈적이는 당신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깨끗한 손에 다시 피가 묻었지만 상관 없었습니다. 제 정체를 들키게 된 불안보다도 당신을 우선 안심시켜주고 싶었습니다.

455 이름 없음 (.d76PcAgow)

2022-06-04 (파란날) 12:51:48

전쟁은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들기 마련이었다. 제 아무리 생명이 가득한 땅이라고 하더라도 이내 죽음의 향이 섞여있는 삭막한 분위기로 바뀌기 마련이었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가득했던 마을은 당장 내일의 목숨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어 살벌한 분위기로 바뀌기 마련이었다. 빛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종족인 인간족과 어둠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종족인 마족은 정말로 사소한 싸움을 시작으로 이제는 살벌하게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허나 전쟁이 길어지면 그에 회의를 느끼고, 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법이었다. 그 분위기를 온전히 무시할 순 없었으며 처음엔 자존심을 위해서 싸우던 이들조차 회의감에 사로잡히면 평화를 위해 협상을 하기 마련이었다.

마족들이 살아가는 국가의 대표이자 마족 측의 가장 큰 제국을 이끄는 황제는 인간족들이 살아가는 국가의 대표와 중립지역에 만나 협상을 추진하고 있었다. 어느 한 쪽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정치적인 싸움을 하고 있었으나 적어도 두 측 모두 전쟁을 이 이상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기에 협상은 치열한 감은 있었으나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마족측 항제의 아들이자 황자는 마족들의 가장 큰 특징인 등에 달린 검은색 날개를 접고 중립지역에 만들어진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생명들이 가득한 지역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도 있었건만,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확연하게 줄어들었고 그 때문인지 정원을 바라보는 황자의 눈빛이 아련함으로 가득했다. 그들 역시 파멸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종족이었기에 생명을 바라보는 눈빛은 다른 종족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발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이름 모를 작은 꽃을 구경하던 사내의 눈빛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바라보는 눈빛에 기품이 가득 쌓여있었고 적대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누군가가 자신을 몰래 해치기 위해서 온 이라면 그 눈빛에 살벌함과 살기가 가득하겠으나 아직은 확인단계였기에 그런 살기를 보일 필요가 없었다.

싸움이 금지되어있는 중립지대에 자신처럼 인간족의 대표를 따라서 온 이가 있는지, 아니면 자신 측에서 데리고 온 호위일지, 그것도 아니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일지. 어느쪽이건 평화로움 속에서 담소 대상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상대가 모습을 나타내는 것을 가만히 기다렸다.

/갑자기 자객을 보냈습니다! 같은 것이나 꿈이니까 일어나! 류의 맥브레이커만 아니면 오케이!

456 이름 없음 (dD62PoLPuk)

2022-06-04 (파란날) 23:04:38

>>454 늦어서 미안. 답레를 어떻게 이어야할 지 모르겠어서… 참치가 준 답레가 문제라는게 아니라 이쪽의 평범한 직장인 캐릭터가 어떤지 잘 상상이 안 가. 안심해서 눈물 흘리고, 기억 지워달라고 할 것 같다고 대략적인 큰 행동만 상상해둔 채 세세하게 감정선이라든지의 묘사가 어렵네. 돌리는 동안 즐거웠어서 꼭 이어주고 싶었는데… 다시 한 번 미안해.

457 이름 없음 (YTxjLrAt2s)

2022-06-05 (내일 월요일) 06:37:34

>>456 괜찮아. 돌리는 동안 즐거웠다니 다행이다. 혹시 내가 너무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있나 싶어서 걱정했거든. 나도 돌리는 동안 즐거웠고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458 이름 없음 (OmK1/v7XmI)

2022-06-06 (모두 수고..) 02:12:12

스승님, 스승님. 어디로 가는 거야? (가방을 고쳐메며 한달음에 옆으로 쫓아와 붙는다. 가방은 척 보기에도 제 몸집보다 커다랗고 잡동사니가 많이 들어있겠구나 감이 오는 모양이다. 걸음마다 잘그락 달그릭 거리는 소리도 튕긴다.)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태평하고도 나른하여 기대감이 드러난다.)

459 이름 없음 (LO43b9L5D2)

2022-06-06 (모두 수고..) 19:07:29

>>458
아직은 제자가 아니라니까, 애송아.(대조적으로 짐이라곤 없고 옷도 한량처럼 널널하게 입고 있다. 성가셔하는 투로 대꾸하면서도 노곤한 표정을 잠시 흐뭇한 미소가 덮고,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준다.) 정식 절차를 밟기 전까지는 일단, 어디서 대뜸 스승님이라고 부르지 좀 마라, 참... 짐은 그렇게 이고서 용케도 서 있구나. 목적지는, 아마... 바다가 있던가...(턱을 쓰다듬으며 말끝을 흐린다.)

460 이름 없음 (RON/IslUP.)

2022-06-06 (모두 수고..) 19:31:35

>>459
스승님 말고 달리 부를만한 것도 없잖아. (투덜거리며 오리부리마냥 입술을 쭉 내밀었으나, 가벼운 쓰다듬에 간지러워하는 성 싶더니 곧잘 말간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작게 부를게. (가방을 고쳐메듯이 한 번 통통 어깨를 뛴다. 이 정도 쯤이야 가뿐하다는 퍼포먼스였다. 이내 목덕지에 바다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듯 하기에 기대어려 바라보나, 말끝을 흐리기에 체념한 듯 불퉁히 말한다.) 좋아, 가는 곳에 바다가 없어도 돼. 그럼 가는 길에 바다는 있어?

461 이름 없음 (LO43b9L5D2)

2022-06-06 (모두 수고..) 20:00:07

>>461
아니, 뭐, 대장님이라던가, 주인님이라던가... 그냥 스승님이 낫겠군.(빠른 단념의 지혜를 제자에게 보여주고는, 잠시 얼굴을 찡그리고 생각하다가 대답한다.) 아마도, 가는 길에야 있을걸. 아니, 한 지평선 근처에 파란색이 걸리는 정도까지는 가까이 가겠지. 일부러 해안선을 우회하지 않는다면. (약간 짓궂은 표정으로 묵직한 제자의 배낭을 툭툭 친다. 아주 짧게나마 나타나는, 장난스레 골려주려는 듯한 눈빛은 거의 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욘석아, 바다 보고 싶으면 짐이나 좀 덜어라! 그 상태로 빙 우회해서 걸으면 가다 퍼질 게 눈에 선하니.

462 이름 없음 (QU3BSm7pOY)

2022-06-06 (모두 수고..) 20:12:18

>>461
아, 그럼 예비 스승님으로 하자! 줄여서 예스. 어때? (짓궂고 장난기 묻어나는 웃음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진 못 하고 다시 삼켜지며 작게 울린다.) 일부러 해안선 우회하면 스승님 등에 매달릴거야. (가방을 툭툭 치니 살갑게 스승님, 스승님 하고 부르던 것 치고는 꽤나 매서운 눈길로 쳐다본다. 그래봤자 하룻강아지가 범 앞에서 이 드러내보는 것 정도는 할까.) 그렇게 걱정되면 스승님이 대신 들어주면 되잖아. 아니면 날 들어줘. 목마 태워줄래? (씨익 웃으며 이 드러내니 개구쟁이가 따로 없다.)

463 이름 없음 (LO43b9L5D2)

2022-06-06 (모두 수고..) 20:21:10

>>462
노우!(가볍지만 강한 거부의 의사.) 바다 보고 싶다면서, 그보다는 덜 걷는 게 더 좋으냐? 게으른 제자로구만.(씨익 웃으면서, 하지만 매서워진 표정에는 나름대로 주의 깊게 접근한다. 머쓱해져서 배낭을 건드린 손을 올려 그대로 뒷목을 긁적거리지만, 부드러운 눈길로 달래듯이 한다.) 아서라, 존경하는 스승의 목을 꺾어놓을 셈이냐? 열심히 걸으면 하루에 2시간 정도까지는 생각해 보마.(그러다가 이내 평소와 같은 노곤한 표정으로 돌아가버린다.) 아니, 역시 목마는 힘들겠구나.(너털웃음.)

464 이름 없음 (atbzVUBM7k)

2022-06-06 (모두 수고..) 20:27:57

>>463
(누가 간지럼 태운 듯 꺄르륵 웃음 소리 낸다. 맑은게 종소리라도 딸랑딸랑 울리는 것 같은 소리다. 노우! 하는 짧고 굵은 답이 우스운갑다.) 스승님은 짐 하나 없잖아. 내가 아무리 힘이 좋아도 그렇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면 우회해도 안 매달릴게. (바다는 보고 싶지만, 일부러 돌아걷기는 싫다. 그렇다고 또 바다를 놓치자니 그건 더 싫다. 고민스러운 일이라 길 걷다 발에 채인 애꿎은 돌멩이를 걷어 차버린다. 멀리 가지도 못하고 길가로 데구르르 굴러 나자빠지는 돌멩이다.) 목마도 못 태워주는 스승님은 존경 안 해. (기대했더니만 그 기대한지 3초도 안 되어 풍비박산나버렸다.)

465 이름 없음 (LO43b9L5D2)

2022-06-06 (모두 수고..) 20:47:06

>>464
(눈을 감고, 감상하듯 웃음소리를 듯다가 미간이 살짝 찡그려지더니, 갑자기 한숨을 짧게 뱉는다.)미안하지만, 나도 덜 걷는 게 낫겠구나. 북부를 가로질러 가면 거리는 반토막나고 바다는 코빼기도 볼 일 없겠지. 목마 탈 만큼 힘들지도 않겠구나. 대신에...(차여 굴러다니는 돌맹이를 대수롭잖은 동작으로 슬쩍 집어든다.) 대륙 최대의 담수호를 끼고 돌 텐데, 바다 비슷하게 보이려면, 얼기 전에 도착해야 할 거다. 그러니까 빨리 재촉해서 기온 떨어지기 전까지 호수까지 열심히 걸으면, 나머지는 매일 다섯...(짧은 고민의 흔적이 얼굴을 확 스친다.) 음, 네 시간씩 목마를 태워 주마. 그리고... 기분이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자상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순진무구하게 느껴질 정도로 솔직한 표정이다. 그러나 문득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의 바깥쪽을 내다보며, 순식간에 냉각된 표정이 되어 빠르게 주변을 시선으로 훑는다. 주워든 돌맹이는 빠르게 손아귀 안에서 주억거린다.)

466 이름 없음 (oGBWW4Yxto)

2022-06-06 (모두 수고..) 21:20:26

>>465
게으른 스승님이로구만. (똑같은 말로 받아치는 당찬 목소리. 결국 바다는 고민할 이유도 없이 작별이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맞닿아서 그 경계선이 흐릿한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돌멩이를 집어드는 모습을 물끄럼 바라보다 담수호라는 단어에 눈을 빛낸다.) 스승님, 약속이야. 어기면 담수호에 빠트려 버릴거야. 얼음 스승님으로 만들테다. (담수호에, 매일 네 시간씩 목마 그리고 또 맛있는 것까지 걸렸는데 열심히 걷지 않을 이유 있을쏘냐. 입꼬리 귓가에 걸고 꾹꾹 걷는다. 힘찬 발걸음에 발자국이 좀 더 짙어진 것도 같고 걸음이 빨라진 것도 같다. 그러다 냉각된 표정을 보고 눈치 빠르게도 걸음을 다시 줄여 옆으로 돌아온다. 다만 대화는 능청맞게 이어간다.) 그래도 내가 봐줄게, 스승님. 목마는 세 시간으로.

467 이름 없음 (scQq5ibz.s)

2022-06-07 (FIRE!) 15:03:06

>>466
피차 게으르니까 사제의 연이 닿은 거다. 서로 맞지 않는 놈들끼리 존경과 자애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으냐?(농담을 지껄이며 천천히 걸음을 시작한다. 어쩐지 감당 못할 약속을 해버린 기분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감각을 보다 집중하기 위함인지, 걸음이 느릿느릿하다.) 호수가 얼어서 도착하면 어차피 국물도 없을 것을, 얼음 스승을 만들겠다는 건 약속을 지키던 말던 무조건 날 던지겠다는 말이겠구나. 이거, 꼼짝없이 애송이한테 당하겠는걸. 호수에 스승을 던질 생각이나 하고 말이지, 심보가 이렇게 되바라졌는데 내가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이다.(이런 저런 말꼬리잡기들을 하며 돌맹이를 손아귀에서 굴린다. 제자가 눈치껏 말을 이어가는 기색을 보고 기특하게 쳐다보지만, 한편으로 꼬투리는 잊지 않고 잡는다.) 좋다, 세 시간! 말이라는 것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 더도 말고 덜 수는 있는 세 시간으로 하자꾸나.

이건 어떠냐? 재미있는 것을 가르쳐줄 테니, 두시간 반으로... 흠흠.(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드러내듯이 날카로운 미소, 당연하지만 바깥쪽을 향해 있다.)

468 이름 없음 (vnFzC2z7m.)

2022-06-07 (FIRE!) 15:28:14

>>467
하긴 나 말고 누가 스승님을 스승님이라고 부르면서 쫓아다니겠어. 스승님 복 받았다~. (천천히 걷는 걸음에 발을 맞추었다. 보폭을 좁히고 속력을 줄이되 느긋한 걸음으로 보이도록 뒷통수에 두 손을 짚는다. 가방끈 붙잡고 걷던 손에 머리를 기대고서 느지막히 걸으니 한껏 여유로워 보인다.) 얼음 스승님이 싫으면 날 업고 해안선으로 우회하면 돼. 난 스승님을 쫓아갈 뿐이니까 선택은 스승님의 몫이야? (실실 웃으며 시답잖은 대화를 잇는다. 바깥쪽에 무언가 기척이 느껴지나 귀라도 쫑긋 세워보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냄새라도 나나 코 끝에 집중 해보도 하고, 눈을 굴리기에는 들킬 위험이 있으니 그러지 않는다.) 세 시간에서 더 더는거야?! 재밌으면 얼마나 재밌겠다고. 스승님 양심은 벌써 담수호에 빠졌구나…. (한숨 푹푹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머리 뒤로 이고 있던 손을 내리고 다시 가방끈을 꼭 붙잡아맨다. 목소리를 낮추고 바라보는 표정이 익숙하단듯 싶다.) 스승님 화이팅~. (스승의 앞으로 빙 돌아 자리를 바꿔 안쪽으로 위치한다. 인질로 잡히는 일 없게 알아서 잘 처신하겠단 듯 퉁명한 목소리의 응원이 싱겁다.)

469 이름 없음 (7fhOkly7gg)

2022-06-07 (FIRE!) 18:36:15

>>468
그래, 복 받았다 치자고.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사람은 내 은사였겠지만.(뻔뻔한 태도로 그렇게 주장하며 자신의 걸음걸이에 맞추는 제자의 정수리를 장난스레 쿡쿡 찌른다.) 그런데 이 복 받은 스승님이 이대로 가면 얼음 스승이 되고, 모로 가면 또 소금 스승이 될 판 아니냐? 참 복된 스승이다, 애송아.(나름대로 집중해서 기척을 찾아보는 모습을 흐뭇하게 내려다보면서, 돌멩이를 굴려대던 손은 돌연 멈춘다.) 재미있다니까? 고얀 녀석, 배우고 싶어서 스승님 스승님 하더니만 정말 가르쳐주려니 떡고물에나 관심이 있구나. 맛뵈기로 하나, 아까처럼 돌쪼가리라도 걷어차 봐.(자연스럽게 손을 펴고, 쥐고 있던 돌멩이를 그대로 바닥에 흘린다. 그게 바닥에 떨어진 순간에, 희미한 파열음과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비명인지 모를 소리, 그리고, 스승은 더 이상 당신의 곁에 없다.)

470 이름 없음 (7rFHIIQL5.)

2022-06-07 (FIRE!) 19:23:27

>>469
스승님도 제자일 때가 있었어? (그야 물론 있었겠지만, 믿기지 않는단 듯이 두 눈을 땡그랗게 뜨고서 바라본다. 땡그랗게 뜨고 있던 눈은 곧 정수리 쿡쿡 찌르는 손에 가늘게 뜨여 또 불만스럽게 스승을 바라본다.) 얼음이랑 소금 중에 고를 수 있는게 어디야, 스승님. (덕을 베풀고 은혜를 베풀고 자비를 베풀었단듯 어울리지도 않는데 제 덕분인 줄 알란듯이 과시한다. 자리를 바꾸고서도 가방끈 메고 있는 어깨가 높이 솟아 아직도 그러고 있는 것 같다.) 스승님이 세 시간에서 더 덜려고 했잖아, 바보야? 목마 세 시간도 지켜달라고. (투덜거리다 이내 스승이 사라져버리자 지루한 표정을 짓는다. 비명 소리가 들려오니 귀 후비적거리며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본다.) 화이팅이 아니라 살살 하라고 할 걸 그랬어. (스승이 바닥에 흘린 돌멩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걷어찰 지 말 지 고민하더니 이내 신발코 끝으로 톡 건들여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조금 겁먹은 듯이 가방끈을 두 손으로 꽉 쥐고 눈을 힘주어 감았다.)

471 이름 없음 (7fhOkly7gg)

2022-06-07 (FIRE!) 19:49:38

>>470
(용케도 데굴데굴 앞으로 굴러가는 돌멩이를, 어느 새인가 앞에 쪼그려앉아서 슬그머니 받아든다. 눈을 꼭 감은 꼴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돌연 소리를 지른다.) 왁!!

어떠냐? 놀랐는지 궁금한데.(씩 웃으며 일어나서 어께를 토닥여 보인다.) 미안하지만 사실 나는 네 스승이 아니란다. 싸우다 죽은 네 스승을 모습을 취했지만 내 진정한 정체는 바로 수백년 전 못된 제자에 의해 얼음장같은 겨울 호수에 내던져졌던 얼음스승귀신이란다.(뭐가 그리도 웃긴지, 한참 혼자 키득거리다가 피를 한 모금 뱉어낸다. 짜증스레 부연한다.) 개같은, 손 좀 쓰려고 할 때마다 혀 씹는 버릇은 고쳐지지를 않는구나. 이건 됐고, 소리를 들었겠지? 어떤 소리가 들리던? 애송아.(입꼬리가 내려간다. 사뭇 진지한 표정에, 귀를 기울이는지 눈은 살며시 감았다.)

/맥락상, 주고받던 대화의 다른 부분은 이 파트 다음에 이어져야 할 것 같아서 이번에는 뺐어.

472 이름 없음 (H.s40SIHAY)

2022-06-07 (FIRE!) 20:02:14

>>471
흐악—! (스승이 제 앞에 와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깜짝 놀라서 심장을 부여 잡는다. 새된 비명소리 내었는데 당연히 놀라지 않았겠나, 놀랐는지 궁금하다며 어깨를 토닥이는 스승의 손길을 슬쩍 피해버린다.) 스승님 유치해. (키득거리는 모습을 재미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고, 아예 팔짱까지 끼고있다가 피를 뱉는 모습에 놀란다.) 뭐야, 배에 구멍이라도 난 줄 알았네! (가방을 앞으로 돌려메고 급하게 뒤적거린다. 혀 깨문 것도 상처는 상처고, 피는 피니까 이 한짐 되는 가방 안에 치료가 가능한 것 하나 쯤은 있을 것이다. 워낙에 든게 많아 찾는데 한나절 걸릴 것 같아서 문제다.) 소리? 깨지는 소리랑 비명 소리, 혀 깨문 스승님이 분위기 잡는 소리. (무얼 하든 다친 것부터 어떻게 해두고서 해야할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빈정대는 말이 붙었다. 걱정해서 하는 말이 곱지가 못하다.)

/ 괜찮아, 말해줘서 고마워~. 재밌게 돌려주는 것도 고맙고.

473 이름 없음 (7fhOkly7gg)

2022-06-07 (FIRE!) 20:31:27

>>472
나는 재밌거든? 아우.(헛웃음 흘리다가 잠깐 신음하고, 짜증스러운 동작으로 입가를 소매로 훔친다.) 뭐 꺼내지 마라, 가오 상하게. 상처같은 건 원래 침 좀 발라주면 낫는 법인데, 입안에는 항상 침이 있잖아.(괜히 심려를 끼친 것 같아 약간은 무안한 모양이다. 시덥잖은 소리를 하지만서도 한숨을 흘리며 손을 내저어 만류한다.) 팔 하나쯤 떨어져도 네 목마 정도야 매일 6시간은 거뜬한 몸이다. 이래저래 걱정은... 아니, 4시간 정도라고 하자. 아무튼, 걱정할 것 없다. 한겨울 호수에 날 던질 생각이나 하던 녀석이, 괜시리 소란 떨기는.(자존심 때문인지, 알게 모르게 슬슬 복부를 문질러대고 어딘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말이나 걸음걸이에는 티를 내지 않으려는지 반듯하고 힘이 들어가 있다.) 그보다, 상당히 많이도 들었군. 앞으로는 애송이라 부르기도 이상하겠구나. 이런저런 감각이 상당히 괜찮아서.

474 이름 없음 (20MpM.a1yI)

2022-06-07 (FIRE!) 22:37:04

>>473
아우, 많이도 재밌겠다. (신음 소리를 따라하고 빈정대지만, 고개는 숙여 가방 안만 바라보는게 지금 뒤적거리고 있는 가방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무게중심 놓치고 제 몸집만한 가방과 함께 구를 것도 같고.) 스승님, 스승님 가오는 이미 다 상했어. 그러다 혀 썩어서 자른다? (가방 속에 쑥 들어가 나오질 않고 뒤적거리고만 있던 팔이 무언갈 찾은 듯 드디어 빠져나온다. 제자의 손바닥보다 작은 유리병인데 얼핏 보면 잼같기도 하다. 닫힌 뚜껑 사이로 달큰한 내도 피어오르고, 색깔도 푹 고은 것 뿐인 잼의 색이다.) 이거 피 나는데 발라. (무척 맛없고 쓰고 떫고 맵다는 경고는 생략했다.) 말로는 6시간이 뭐야, 하루 종일도 해. 난 스승님 없고 마을이 보일 때까지 뛰어갈 수 있어. (허세 좀 그만 부리라고, 질린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도 불편해보이는 스승의 표정과 배 문질러대는 동작을 잡아낸다. 스승의 얼어붙은 표정 보고서도 눈치 빠르게 행동했었으니까.) 스승님, 한 물 갔구나…. 맞았어? 응, 이제 내가 스승님할게. 스승님이 애송이 해.

475 이름 없음 (1Sep.lE6r6)

2022-06-08 (水) 12:06:31

>>474 오타가 있었네, 스승님 없 X고 로 읽어줘.

476 이름 없음 (n8tZEKVuAM)

2022-06-08 (水) 19:00:32

>>474
재미있어야 할 걸, 왜냐면 너는 아직 그 깊은 크레바스와 같은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이야. 다 큰 어른이 한번 삐지면 얼마나 끔찍스러운지에 대한 두려움을 말이다.(에휴, 하고 균형을 잃을 정도로 가방 속에 파고드는 제자의 뒷덜미를 붙잡아 고정시켜준다.) 내 혀가 사라지면 말을 할 수 없으니 필담을 해야겠지. 매순 날려 쓴 기나긴 줄글을 읽어야 하는 것은 네가 될 테니, 나야 크게 문제될 것도 없는 것 같구나. 그러니 그 정체 모를 약은 좀 치우지 그러냐.(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러나 성의만큼은 기쁘게 생각하며 가능한 한 살짝 새끼손가락에 찍어 입 속으로 가져간다. 어차피 부상은 구내가 아니라 사실 복부 내상이지만, 이제 와서 해명하는 건 더욱 체면 구기는 일이고...) 으, 이것때문에 혀가 썩겠다, 욘석아! 이 와중에 너는 스승 안위보다 몇시간 업히느냐가 그렇게 중요한가 보구나. 정 그렇다면야, 하루 종일이라도...(기껏 꼬이는 거수자도 족치는 겸 교육의 장으로 삼으려 했더니, 살짝 방심해서 완전히 꼬여버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가르침은 완전히 통제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은사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차라리 목마 시간으로라도 스승의 위대함을 알려줄까 하는 유혹이 고개를 들지만, 도무지 각오가 노곤함을 넘을 수는 없다.) 해줄지, 말지, 흠.(그렇게 말끝을 흐리다가, 들려오는 마지막 말에는 신경질적이면서도 장난스럽게 쏘아붙인다.) 그래라, 이 영악한 녀석아! 어차피 정식 절차도 안 밟았으니 지금부터 네가 스승, 내가 제자 하자꾸나. 듣는 법도 다 모르는 애송이 자식이 참 잘도 날 가르칠 수 있겠다. 복부에 한대 얻어맞고 온 것 가지고 아주 유세는, 내 배 한대 까볼 수 있으면 배우자도 팔아먹을 놈들이 수두룩한 판에...(심각해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끊임없이, 하면 할수록 여러모로 더 없어보이게 툴툴거리고 있을 뿐.)

477 이름 없음 (QWZUd5hQtQ)

2022-06-08 (水) 20:33:45

>>476
와아, 재밌다~! (목소리만큼은 들떠 설레는 감정을 담아내려 노력했지만 표정까지는 꾸미지 못 했다. 표정 변화 하나도 없이 재밌다고 말하니, 스승을 놀려먹으며 말장난칠 때가 더 즐거워보인다. 뒷덜미 붙잡혀도 놀라는 기색없이 가방을 뒤진다. 스승이라서인지, 자주 잡혀봐서인지.) 제자된 바, 어떻게 스승님이 손수 글을 적는데 내가 편하게 말로 답할 수 있겠어. 나도 열심히 적어줄게, 스승님. (스승만 편하게 두지 않겠다는 이 눈웃음, 걱정되어 잼 같은 약병을 찾아낸 것과 너무 반대된다.) 왜, 그거 효과 좋아. 안 썩어, 걱정마. 먹어도 되는 재료들로 만들어졌으니까 먹어도 돼. (혀가 썩겠다는 말에 활짝 웃으며 병의 뚜껑을 닫고 다시 가방 안에 쑥 집어넣는다. 약병을 챙길 때 이 약을 쓰게 되면 자신이 쓸 거라고 생각했고, 안 다칠 자신이 있어서 대충 가방 아래 넣어뒀던 사실이 떠올랐다. 다음부터는 가방 위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스승님, 고민하면 가오 더 상해. 가오살게 해주겠다고 해야지. (하루 종일이라도 해주겠다 말할 것만 같길래 기대했다가, 역시 또 속아버렸단 듯이 지긋지긋한 표정을 짓는다. 장난스럽게 쏘아붙이기 시작하면 귀를 막았다.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못들은체를 대놓고 한다. 군소리 지겨워 못 살겠다고 얼굴에 써붙여 놓은 것 같더니, '복부에 한대 얻어맞고 온 것 가지고' 라고 말하면 다시 눈 땡그랗게 떠 놀란 눈 되어 바라본다.) 진짜 맞았어?! 어디 맞았는데? (걱정 반, 장난 반이 섞인 호들갑이다. 손을 쭉 뻗어 스승의 배로 가져가 더듬어보려고 한다. 꾹 눌러 아픈 곳이 있다면 그곳이겠지.)

478 이름 없음 (CREm/Xeeqk)

2022-06-09 (거의 끝나감) 15:19:24

>>477
(그만 너털웃음을 터뜨려버리고 만다. 뻣뻣하고 어수룩한 테가 나는 것을 보면 역시, 아직 어린 녀석일 뿐이다. 겨우 이런 일로 삐진 어른이 되기에는 너무 아끼고 싶은 녀석이기도 하고.)좋은 접근이다. 덕분에 혹여나 나중에라도 네가 불구가 될 일이 생긴다면 더 정성을 쏟을 마음이 샘솟는구나. 왜냐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몸은 손가락 하나 결단날 일이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허세를 부리며 시원하게 웃는다. 하지만 조금도 의심이라고는 없는 자기확신은 스스로에게도 조금 놀랍다. 가장 확신을 가지고 대해야 할 녀석의 앞에 있기에 그런 것인지.) 하지만 마음은 상하는 법, 7시간! 더는 말하지 마라. 그저 '존경하는 스승님, 목마를 7시간 태워주고도 땀 한방울 나지 않는다니, 역시 대단하시옵니다.'라는 말을 준비해두...(복부로 뻗어오는 손길에 당황해 말이 멎는다. 살짝이라기에는 좀 과하게 뒤로 몸을 젖히면서 손을 부드럽게 털어내고는, 가소롭다는 것처럼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주며 마저 말한다.)...면 된다. 오지랖은, 걷어차인 거라니까. 떨어져나간 사지가 하늘을 수놓는 일류들의 난전에서 겨우 발차기만 허용한 스승에게 감사하거라. 칼이라도 맞았으면 너는 빨간 스승을 8시간이고 9시간이고 끝없이 업어야 했을 테니까.(실제로 잠깐 사라졌던 동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야, 본인 외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들린 소리는 여러 명과의 싸움이 아니었던 게 확실하다.)

479 이름 없음 (PIvLYSrE9s)

2022-06-09 (거의 끝나감) 16:04:35

>>478
(스승의 웃음이 사그라들 때까지 지그시 바라보다가, 잠잠해지면 입을 열었다.) 스승님, 나 스승님 놀아주는 거 피곤해. (애 놀아주기 힘들다는 듯이 고개를 슬슬 좌로 우로 젓는다. 피곤한 기색이 묻어나는 건 아까와 같은 꾸민 목소리가 아니라 진실된 것 같다.) 아니, 정성을 쏟을 마음이 샘솟는게 아니라 '귀여운 우리 제자가 그럴 일 없게 지켜줘야겠구나!' 라고 생각해달라고…. 손가락 결단날 일 없으면 뭐해, 얻어맞고 다니는데. (아예 한심하다는 듯이 불퉁스러운 표정을 짓고 가방을 여몄다. 여며진 가방을 다시 뒤로 고쳐메고 어깨를 통 튕긴다. 제대로 메어진 듯 두손으로 가방 어깨끈을 붙잡는다.) 응, 지금 스승님한테서 썩은 내 나. 마음 많이 썩었나보다. 존경하는 스승님, 이 썩은 내부터 어떻게 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 내 머리! (아픈 것도 아니면서 스승에게 이마를 꾹 누르니 엄살부린다. 과하게 반응하는 걸 보아서는 정말 한 대 얻어맞긴 했구나 확신하는데, 스승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걷어차였다고 한다.) 스승님…. 얻어맞는 것도 아니고 차이고 다녀? 이러다 토끼한테도 발로 맞고 다니겠어……. (일류들의 난전이고 뭐고 하나도 믿지 않는 투다.)

480 이름 없음 (SLJPa9BCus)

2022-06-09 (거의 끝나감) 17:26:04

>>479
인마!(손모양을 딱밤을 때리려는 듯 오므렸다가, 이내 머리 근처로 가서는 타격하는 대신 그냥 손을 다시 펴서 거칠게 쓰다듬고 만다.) 무례하기는, 새파랗게 어린 녀석 말동무 해주는 걸 고맙게 생각을 해야지. 그런 못된 마음을 먹고 있으니까, 애송아, 원하는 것을 못 받는 거다. 세상이라는 것이 항상 행한 만큼 돌아오는 법이니까... 그리고 누가 얻어맞았다고! 어쩌다 한번 난 일을 자꾸 강조할 테냐!(진저리를 치며 일어난다. 가진 짐이 없어서 헐렁한 옷 좀 여미면 그게 채비의 끝이다.) 정식으로 널 거둬들인 뒤에는, 언젠가 한번 투계 하는 시장판에라도 가 봐야겠구나. 닭한테 걷어차여보는 경험은 상당히 귀하지. 토끼보다는 말이다.(한숨을 흘리고, 노곤함과 의무감 사이에서 잠깐 저울질한다. 결과로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나는 이변이 나온 것은, 오늘 있었던 일 때문일까.) 타라.(스스로의 목덜미를 가볍게 가리켜 보인다.)

481 이름 없음 (5tywfOZjBI)

2022-06-09 (거의 끝나감) 18:08:49

>>480
아. 아! 여기 사람 잡— 안 잡네. (엄살에 호들갑에 난리를 치려다가, 딱밤 대신 쓰다듬는 손길에 겨워 머쓱하게 말을 마무리했다. 올라가던 목소리 크기가 민망하게 줄어들었다. 스승의 손이 쓰다듬고 지나간 자리를 매만진다. 헝클어진 감이 있지만 대충 손으로 얼기설기 넘기고 그만두었다.) 나처럼 착한 제자가 또 어디 있다고. 난 나중에 복받겠네. (진저리 치는 소리를 귀 후비적거리며 무시한다. 앞으로도 계속 강조하고 놀려먹고 되짚어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괜찮겠다.) 응, 스승님이 닭한테 걷어차이는 걸 내가 어디서 또 보겠어. 난 좋아! (닭한테 걷어차이는 주체를 스승으로 들었다. 일부러 활짝 웃는 표정이 짓궂어서 영악하다는 스승의 평이 잘 맞아떨어진다.) 뭐? 스승님 진짜 아파? 배 차일 때 명치도 맞았어? (타라는 말에 반가워 화색을 띄우다가도 이 스승님이 무슨 속셈인가 싶어 의심한다. 그래도 목마 타고 싶어 가리킨 목덜미를 바라보다가 우물쭈물 망설인다. 가방이 한 짐이라 이걸 메고서 저기 올라타도 되는지 고민하는 듯 하다.)

482 이름 없음 (8wUHj/ngDU)

2022-06-09 (거의 끝나감) 18:44:40

>>481
착한 것이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느냐? 너는 영특하기는 해도 선량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힘들지 않겠느냐? 애송이 녀석 뒷바라지하려면 교양서라도 하나 사야겠구나.(특히나 귀 후비는 재스쳐를 더욱 뻔히 바라보면서 강조한다. 그래도 아직 어린아이니까 관심거리 따라 자연히 잊어버리겠거니 하고, 자기변호도 슬슬 그만두기로 한다.) 큰 투계장은 닭발에 칼날도 달아 두더라. 잘도 날 보고 그런 데 차이라고 말하는구나. 이거 정말, 스승을 잡을 재목인데.(그렇지만 약간 투덜거리는 것은 그만둘 수 없는지, 여느 때와 같이 노곤함에 붙들린 표정으로 돌아가서도 몇 마디 이어붙인다.) 그래도 투계가 보고 싶기는 한 모양이지. 호수가 좋을지, 바다가 좋을지, 시장이 좋을지는 차차 생각해 봐라.

걱정 떨치고 타라. 설령-.(이래저래 말꼬리 붙잡는 피곤한 이야기들이 입안에서 근질거리지만, 웬일로 말을 줄이고 묵묵히 목을 내준다.)

483 이름 없음 (NFVlzhp1Ec)

2022-06-09 (거의 끝나감) 19:19:42

>>482
영특하기라도 한게 어디야. 스승님, 바라는게 많다. (그럼에도 교양서를 사지 말라고 하지 않는 걸 봐서는 스승이 가르친다면 배우겠고 읽으라고 한다면 책을 떼겠다. 짓궂게 장난치고 무시하는 듯 해도 쫓는 스승은 스승이기에.) 스승님은 나 차이라고 말했잖아. 제자 잡는 스승님이나 스승님 잡는 제자나 똑같거든? (닭한테 걷어차여보는 경험은 상당히 귀하다며 말한 주제가 제자였다면 이 말에 반박치 못할테고, 스승 본인이었다면 자신이 차여보겠다고 하는 이야기에 맞장구친 것뿐이니 한 소리 들을 이유가 없다. 당당한 표정 보라.) 호수는 가기로 했잖아! 바다 대신 호수 가는 거였잖아! 호수는 무조건 가야지! (말 바꾸지 말라는 듯 칭얼거린다. 곧 볼에 공기라도 채울 듯 하더니, 내준 목을 보고 눈 끔뻑거린다.) 스승님 목이 부러지지 않게 해주세요…. (조심조심 스승의 어깨에 다리 하나씩 걸며 자세를 잡아본다.)

484 이름 없음 (8wUHj/ngDU)

2022-06-09 (거의 끝나감) 20:12:46

>>483
새앙쥐가 저울 위에 올라가 자화자찬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구나. 너무 좋아하지만은 말거라. 멍청한 놈이 지나고 보면 제일 나을지도 모른단다. 조숙한 게 빨리 그릇이 찬다는 소리가 되기도 하거든.(모처럼 가라앉은 어투로 말하지만, 뒤로 갈 수록 결국에는 가벼워진다.) 욘석아, 나중에 그게 까발려지더라도 스승의 교수법을 탓하지는 말거라. 반대로 청출어람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내가 잘 가르친 덕이고.(표정이 미묘해진다. 뻔뻔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견 무책임한 태도가 엿보이는 것 같지만, 또 어쩌면, 나름대로 부담을 덜어내기를 바라는 노파심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워낙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돌아다니고 있는지라, 제자 쪽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뭐, 누가 닭에 차이는지는 모르는 일이지. 거기서 내가 닭을 살 수도 있고, 아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결국 차이게 될... 알았다고, 이 녀석아. 호수는 갈 거야. 어차피 그 근방에 용무가 있단 말이다. 겨울 바다처럼 포근하지는 않겠지만, 나름 묘미가 있을 거다.(이윽고 목에 다리가 걸쳐지자 양팔로 제자의 다리와 등허리를 잡아 고정시킨 채로 대뜸 벌떡 일어난다.) 30분! 이 망할 애송이 자식아, 7시간이라니, 내가 미쳤지. 대체 가방에 뭘 넣고 다니는 거냐? 은사님 제 죄가 큽니다. 내 목뼈를 노리는 영악한 녀섭을 허우대 멀쩡한 사람으로 만들어놔야만 한다니...(다시 투덜거리기 시작하면서도 꽤나 산뜻한 걸음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485 이름 없음 (9pkgOvU1Zw)

2022-06-09 (거의 끝나감) 20:37:44

>>484
찍찍. (새앙쥐라고 했으니 대답도 쥐 울음소리로 해주겠다는 건지, 말을 하지 않고 찍찍거리며 스승의 머리 위로 팔을 괸다. 고갯짓이라도 하여 흔들리면 가방 무게에 쏠려 뒤로 홰까닥 몸이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스승이 염두에 두고 있을거라고 믿고 있는지, 아니면 그런 생각을 못한건지 팔을 얹어도 스승이 별 말 않고 움직임 또한 없다면 턱까지 괴려 들었다.) 무엇이 되는 내 스승은 목마 하나 태우는데 말 백 마디 하던 스승이었다 말할게. (그런 것치고는 목마 타고 있는게 재미있는지, 발을 동동 흔든다. 왼발과 오른발이 교차로 흔들리는데 스승이 그 발을 탁 잡아 가만두게 힘을 주었다면 여러번 흔들지는 못 했을 것이다.) 닭 사면 잡아먹자. 맛있겠다~. (목마를 타고 위로 올라오니 땅에 서 있을 때보다 당연하게도 시야가 높고 넓었다. 조금 더 멀리까지 보이는 풍경 구경에 정신 팔렸는가 대답이 영 시원찮다.) 7시간이 30분 되면 너무 짧잖아. 빨리 호수로 가기나 해, 스승님. (정말 무거운가 싶기도 했지만 걷는 걸음걸이 산뜻하게 시원하니 그런 생각은 그만두었다.) 가방에 뭘 넣고 다니긴, 스승님 다치면 발라줄 약이랑 아프면 먹일 약만 한 바구니야. (아직까정 놀리고 있다.)

486 이름 없음 (PkzLEI1PBQ)

2022-06-10 (불탄다..!) 14:14:46

>>485
울음소리는 쥐와 같고, 높은 데 대뜸 자리 펴는 것은 새와 같고, 일관성이 없구나. 그래도 기왕 축생으로 내려가려거든 새가 낫겠다. 날개가 있으니 말이다.(약간 성가셔하면서도, 별 말 없이 고개를 살짝 앞으로 숙인다. 기왕 받아주기로 한 어리광이니까.) 그건 또 너무 평가가 후하겠구나. 다음 번에는 천 마디, 십만 마디는 칭얼거려야 내 마음이 다시 동할 것 같거든. 하지만 그쯤 말을 나누다 보면 네놈도 슬슬 혀 놀림이 무거워질 만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나지 않겠느냐?(또 장난스레 딴지를 걸어 보지만, 목마에 탄 뒤부터 제자의 말이 짧아지는 것을 느끼고 허, 하고 웃음인지 탄성인지 모를 감상을 표한다.) 벌써 혀가 무거워졌구나. 수백 마디 언쟁이 목마 한 번에 견줄 수가 없겠어.(키득거리면서 제자의 다리를 꽉 붙잡고 시원시원하게 다리를 뻗는다. 끝까지 한 마디를 보태는 것은 잊지 않는다. 어린 녀석 달고 다녀서 얻는 유일한 낙이 그것이니까.) 그래, 호수로 가자꾸나. 이대로 물가에서 허리만 앞으로 숙이면 얼음 제자를 하나 건질 수 있겠지만, 그 무겁고 불충한 배낭만 빼고 말이다.(또 실없이 웃다가, 이내 말수가 줄어든다. 조용히 더욱 빠르게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한다.)

/슬슬 끝맺기를 바라는데, 어떻게 생각해?

487 이름 없음 (8P2lDI9NYg)

2022-06-10 (불탄다..!) 16:18:10

>>486
그럼 스승님이 쥐해. 스승님도 찍찍 해보자, 찍찍. (스승의 머리 위로 몸을 기대고 있으니 제법 편한가보다. 살짝 고개 숙여주는 스승의 고갯짓에 작게 웃음 소리 내기도 한다.) 마음을 넓게 쓰고 겸손할 줄을 알아야지. 안 되겠다, 스승님도 나랑 교양서 같이 읽자. (다리가 붙잡혀서 더 동동 흔들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목마 타고 있는게 좋은지 불평불만하는 소리는 없다. 여지껏 그래왔듯이 스승과 말 꼬리를 잡고, 또 잡으며 속없기도 하고 실없기도 하지만 가끔은 뼈가 있는 대화가 오갈 뿐이다.) 그럼 목마 매일 태워줘. 나 키 안 크면 스승님 탓이야. (가방 무게에 제 몸 중심이 흔들릴 정도라면 키 안 큰다는 말이 농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야—호—! (어린 아이 같아라. 호수로 간다는 말에 신난 기분이 더 보태져 나온 소리에 메아리 치지 않는게 아쉽다. 정말 30분만 태우고 내려주더라도, 6시간 30분은 앞으로 차차 나눠 타겠다고 말하고서 얌전히 걷겠지만 아쉬운 표정을 못 감출 것 같다. 담수호를 볼 생각하며 견뎌낼 지도 모르고.)

/ 이어줘서 고마웠어, 막레로 받아줘. 제자는 스승님이랑 즐거운 여행 보낼 거 같아. 스승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지만 곤란하면 무시해줘. 아무쪼록 돌리는 동안 재밌었어 :D

488 이름 없음 (4E4r6s08YU)

2022-06-10 (불탄다..!) 18:33:52

>>487

/나도 간만에 진짜 재밌었다, 죽이 잘 맞는 사제관계로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 스승님은 뒷설정에 크게 자세한 살이 붙어있는 건 아닌데 뼈대만 추려 보면, 조금 답답하고 고지식한 집단에 속해 있다가 답답해서 아무 핑계나 대고 무기한 휴가 겸 여행나온, 그러다가 제자 하나 거둬서 계속 유랑다니는 자유분방한 스테레오타입, 일종의 사내정치라던지 불미스러운 일 같은 것도 있어서 돌아가기는 싫지만 제자를 정식으로 받으려면 돌아가서 절차를 치뤄야 하니까 고민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썼어. 제자 쪽은 어떠려나? 무쟈게 귀여웠는데 ㅎㅎ 마찬가지로 곤란하면 답은 안해줘도 좋아.

489 이름 없음 (DTIQ1IbUlg)

2022-06-10 (불탄다..!) 19:04:15

>>488 재밌었다니 다행이야. 나도 제자가 어른이 될 때까지도 그 이후로도 사제관계로 길게 남으면 좋겠어, 언젠가 스승님이 제자도 누군가에게 스승 소리 듣는 거도 보고. 스승님의 이야기는 그런 느낌이었구나. 계속 절차같은 말이 나와서 길드 같은 곳에 소속 신고 같은 거를 해야하는 건가 상상했는데 얼추 맞았네. 제자는 모종의 이유로 보호자가 없는 상황 속에서 무턱대고 스승을 쫓아왔다고 생각했어. 스승이 제자를 어떻게 받아줬을지도 미지수고 제자도 뒷설정이 없지만 나이와 덩치에 비해 힘이 센 건 맞아서 힘 쓰는 일 하겠다며 쫓았을 거 같았고. 스승님도 귀여웠어 XD 한창 대륙 내에서 손에 꼽던, 이름 날리던 유명한 실력자일 거 같단 생각도 했고. 제자는 너무 어려서 모르는 이야기라거나.

490 이름 없음 (4E4r6s08YU)

2022-06-10 (불탄다..!) 19:23:02

>>489 은사님 말이 그 뜻이었구나 하는 심정을 스승 쪽에서 무지하게 적용시키고 있었는데 뜻이 통했나 보다. 제자의 뒷설정은 개인적으로는 약간 어두운 과거사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했는데, 진행하면 할수록 밝고 능청스러워서 그런 예측은 거의 잊고 받았던 것 같아. 생각해보니 그렇게 큰 짐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게 보통 완력이면 힘든 일일텐데, 전혀 힘이 센 아이라는 생각을 못했네... 다시 보니 예비 힘캐였잖아?
스승은 쓰다 보니 가벼운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뒤로 갈수록 실력에 대해서는 점점 절하하는 쪽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 다만 교육이나 보호자로서는 초짜고, 제자를 가르치는 만큼 본인도 제자에게 배워 원숙해지는 캐릭터라는 느낌만은 확실히 잡고 끌어갔던 것 같아.
나중에라도 다른 어장에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재밌었어~

491 이름 없음 (B61M0IZmVk)

2022-06-23 (거의 끝나감) 19:47:39

“연구원님, 연구원니임. 아, 아냐. Sam, 인가요? Tom? Nick, Chris, Mark…”

여기서 들어봤던 것 같은 이름을 전부 뇌어보아요. 하지만 연구원님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도저히 모르겠어요. 나는 바보다. 하지만 내 의사는 필요없다고 모두가 말해. 그러니까 이름을 몰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저렇게나 새하얀 가운을 입은 분들의 말씀만 잘 따르면 괜찮을 거라고 했어요. 저를 훌륭하다고 했답니다. 갇혀 있지도 않고 자유로워요. 하지만 내가 있는 방에 고정된 체인이 발목에 걸려있어요. 내가 갈 수 있는 이동 거리는 제한적이다. 나를 제일 오래 맡은 연구원님이 수석이 되어서, 수석이 되어 제안했대요. 그래서 저는 다른 분들과 자유롭게 말한다. 나는 온순한 성향을 띄며 성공적으로 기대 결과에 가까운 진행도를 보이는 중요한 샘플입니다. 물론 돌아다녀도 재밌는 일은 없어요. 새하얀 이 곳은 매우 넓고 복잡한데 모두 새하얗습니다. 기계도 새하얗고, 응, 그러니까 David 인가요?

“오늘 저와의 약속에 3분 51초 늦으셨어요. 후후.”

소리내서 웃습니다. 이 곳의 모두는 웃지 않아요. 나는 웃을 줄 아는데, 내가 바보라니 저들도 바보다. 즐거움을 향유하며 노래하고 춤출 줄 아는 저는 바보가 아니에요. 지금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지만 연구원님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 해요. 소근소근 거래를 제안합니다.

“3분 51초나 늦으셨으니까 다음에 푸딩을 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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