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186 이름 없음 (CtJ4Ip6LuU)

2021-11-04 (거의 끝나감) 21:04:19

>>185
으악이지. (운동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문이 돌아오자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많이 먹어도 곤란해서. (정확히는 축구부라고 했던가? 운동부의 체격은 탄탄하면서도 날렵해서, 제법 신경써서 관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 아니다 싶으면 나중에 다른 걸로 해주던가. (이 녀석, 자연스럽게 애프터신청을 해왔다.)

187 이름 없음 (Il4swrYfFE)

2021-11-04 (거의 끝나감) 21:19:04

>>186
운동이랑은 거리가 이~만큼 떨어져 있어서 잘 몰라. (팔을 넓게 양쪽으로 쭉 펼쳤다. 곰곰 생각해보면, 체육 시간에 곧잘 쉬고 있고는 했다. 특별히 몸이 안 좋아 보이지도 않는데도. 체육 선생님이 별 다른 말을 하지도 않았다.) 다른 거 먹고 싶으면 말하지! (나중을 기약할 듯하니, 물과 이온음료 캔을 구매하고서 다시 온다. 캔을 당신에게로 건넨다.) 아니면 아예 다른 거야? 공부 도와주는 거도 자신 있어!

188 이름 없음 (CtJ4Ip6LuU)

2021-11-04 (거의 끝나감) 21:43:19

>>187
많이 먹어서 살 찌면 곤란하다는 소리야. (생각보다 간단한 핑계였다. 거절의 의사를 표한 운동부는, 내밀어진 음료수 캔을 받아든다.) 잘 마실게. (하다가, 공부를 도와주겠다는 말에 공부? 하고 입 안으로 되뇌어보고는 곰곰이 생각해본다. 본인 성적을 생각해보는 듯하다. 중위권이긴 했지만 그렇게 좋은 성적은 아니다. 딱 '공부에 손을 놓지는 않았다' 정도일까. 어떤 이유로 인해 성적을 올릴 필요가 있는 건지, 공부를 도와주겠다는 제안이 꽤 유효하게 먹힌 것 같다.) 공부 잘하냐?

189 이름 없음 (5suOgg6xtA)

2021-11-04 (거의 끝나감) 22:01:14

>>188
운동 많~이 하먼 많이 먹어도 괜찮은 줄 알았지. (간단한 논리다. 먹은 만큼 움직이고, 움직인 만큼 먹고. 당신이 캔을 받아들면 방긋 웃었다. 이제 물뚜껑을 열면 약을 먹을 수 있을텐데, 물병을 그냥 달랑달랑 들고만 있다. 약 먹기 싫어서 두는 얕은 수다.) 자신있어! (두 손가락이 곧게 펼쳐진다. 브이 자를 그리고서 웃는 모습이 기세등등하다.) 내가 바로 전교 1등... 까지는 아니지만. (목소리를 낮추고서 소곤이는 듯 하더니 웃음섞어 말을 바꾼다.)

190 이름 없음 (CtJ4Ip6LuU)

2021-11-04 (거의 끝나감) 22:14:57

>>189
먹은 만큼 더 운동해야 되잖아. (간단한 논리를 뒤집으면 간단한 논리가 나온다. 캔을 받아들고 툭 따서 몇 모금 시원하게 넘긴다. 그런데 몇 모금을 마시고 나서도 손에 물병이 달랑달랑 들려만 있자, 운동부는 그걸 빤히 바라본다.) ... (전교 1등-까지는 아니지만, 하는 짓궂은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부는 병과 이쪽을 번갈아 보다가 한 마디 한다.) 뚜껑 따줘?

191 이름 없음 (mcshVy1r9c)

2021-11-04 (거의 끝나감) 22:25:53

>>190
난 먹은 만큼도 운동 안 하는데. (자랑스레 말할 내용은 아니지만, 그리 우스운지 키득 웃고 있다.) 전교 1등 정도는 아니면 모자라? (최상위권이 아니기는 해도, 상위권은 상위권에 속하고 있는 성적이었다.) 응? (공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뚜껑 이야기가 나왔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거리고, 당신을 쳐다보았다가 물병을 쳐다보았다. 입을 꾹 닫고 있더니, 뚜껑을 손으로 잡고 힘을 준다.) 못 여는 거 아냐! 약 먹기 싫어서 그런건데. (약은 거의 대부분이 맛없으니까.)

.dice 1 2. = 1
1. 열었다.
2. 못 열었다.

192 이름 없음 (qgrdYg45go)

2021-11-04 (거의 끝나감) 22:38:32

>>191
과식하지만 않으면 돼. (운동부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자신은 운동을 하니 신경써서 관리하는 거고, 일반인이라면 균형잡힌 식사로 충분하니까. 전교 1등 급이 아니면 모자라냐고 묻자 운동부는 고개를 휘휘 젓는다.) 아니, 네가 자신있다면 자신있는 거겠지. (물병이 까드득 하고 열리는 걸 보며, 운동부는 타이르듯이 덧붙인다.) 먹기 싫어도 먹어둬. 귀 아픈 게 확연히 나아지니까. 가루약도 아니고 알약이잖아.

193 이름 없음 (fwxiCENk0E)

2021-11-04 (거의 끝나감) 22:42:25

# >>192인데 나 곧 잠들지도 몰라

194 이름 없음 (tGYmyLDggU)

2021-11-04 (거의 끝나감) 22:47:04

>>192
소아과 의사선생님 같아. (귀 만지지 말라고 했고, 소독하라고 조언도 해줬고, 약도 챙겨줬고, 운동에 먹는 얘기까지. 굳이 소아과가 붙은 이유는 상냥하고 친절하다는 말을 돌려 돌려 표현한 것이었다.) 그래도 앞자리는 1이야. (물병이 열리고 나면 정말 먹기 싫어하는 표정이 된다.) 가루약이든 알약이든 맛없는 건 똑같지이. (말 끝을 늘이며 싫은 티를 팍팍 내지만 손바닥을 내밀었다. 약을 먹기는 먹겠다는 거겠지.)

195 이름 없음 (XmtsBWMZm6)

2021-11-04 (거의 끝나감) 22:57:03

>>194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운동부는 잠깐 시선을 피하면서 머쓱하게 대답했다. 정말이지 처음에는 귀 팅팅 부은 게 보기 좀 그래서, 저게 얼마나 짜증나게 아픈지 아니까 성격에 안 맞는 오지랖 잠깐 부려보려고 한 것뿐인데- 어째 생각하던 것보가 해프닝이 길어진 것 같다.) (아주 싫지는 않을지도, 하고 운동부는 무심코 생각했다.) 조금만 도와주면 되니까 그걸로도 충분해. (그는 약갑에서 알약을 톡 꺼내 손 위에 얹어준다. 연질캡슐로 되어 있다.) 알약은 혀 위에 올려도 별맛 안 나잖아. 입 안에서 터지는 게 아니고서야..

196 이름 없음 (tGYmyLDggU)

2021-11-04 (거의 끝나감) 22:58:31

# >>193 졸리면 무리하지 말고 자러가! 말해줘서 고마워 ~.~

197 이름 없음 (kGTtpKVkUs)

2021-11-04 (거의 끝나감) 23:21:06

>>195
아까 내가 했던 말들이 다 정답이라서 그런 거 아냐? (놀리고 있다. 이를 하얗게 언뜻 보이며 웃는 입꼬리 모양하며, 샐쭉 감기며 휘어진 눈매 모양하며 장난스럽기 그지 없다. '아까 내가 했던 말들'이 가리키는 것은 분명, 그 칭찬 리스트다.) 나 필요해지면 말해! 나 집 늦게 가니까 난 아무때나 괜찮고. (방긋 웃고나서, 이후에는 손 위에 올려진 알약과 눈싸움이 잠시 있었다.) 녹잖아! 잘 녹는 건 물 마시기도 전에 녹아버리고. (투덜거려봤자다. 먹어야할 약이고, 먹으라고 선뜻 주기까지 했는데 안 먹겠다고 투정부리기에는 당신이 정말 소아과 의사 선생님도 아니다. 약을 입에 넣고 나서 눈 질끈 감더니, 물을 세번이나 마셨다. 처음은 물만 삼켜버렸고, 두번째에서 제대로 약도 같이 삼켰고, 세번째는 혀끝에 약맛이 남지 말라고.) ... 이제 귀 안 뚫고 싶어졌어.

198 이름 없음 (xYbFjFVU0g)

2021-11-05 (불탄다..!) 19:43:45

>>197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시선을 돌리지도 못한 채로 운동부는 얼굴을 구겼다. 뺨의 혈색이 좀더 선명해진 것도 같다.) 복도 반대편에서도 다 보일 정도로 귀가 팅팅 부은 게 보기 안쓰러워서 도와준 것뿐이니까. (이런 상황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걸까 틱틱거리는 것도 퍽 서투르다. 알약을 내어줄 때가 돼서야 운동부는 다시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마나 혀 위에서 굴리면 그게 녹냐? 후딱 삼켜. (알약을 삼키자, 그제사 한시름 놨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반나절쯤 지나면 통증과 부기가 확연히 가라앉을 것이다. 투덜대는 소리에, 운동부는 고개를 끄덕인다.) 뚫기 싫으면 안 뚫는 거지.

199 이름 없음 (YYWdgD0GaY)

2021-11-05 (불탄다..!) 20:15:07

>>198
오, 너 지금 그거 닮았다. 이모티콘 중에 도깨비처럼 생긴 거 알아? (👹) (소리죽여서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간다.) 나는 그걸 친절하다고 불러. (당신이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한 말이라, 웃음이 쉽게 그치지는 않는다.) 안 녹았거든! 약 먹으면 기분이 별로야. 목에 남아있는 것 같아. (이물감이 싫다는 듯 표정을 찌푸리도 고개를 작게나마 절레절레 저었다.) 응! 대신 타투할 거야. 어른 되면! (열었던 물뚜껑을 잠그면서 샐쭉 웃는다. 집게 손가락 하나만을 피고서, 손가락 끝으로 피어싱이 있는 쪽 귀의 귓바퀴를 따라 내린다.) 여기에 하면 너랑 똑같겠다.

200 이름 없음 (xYbFjFVU0g)

2021-11-05 (불탄다..!) 21:01:13

>>199
(운동부는 뭐라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진 건지, 아니면 자기도 얼굴이 발개진 걸 눈치채고 숨기고 싶어진 건지 손바닥으로 얼굴 반쯤을 턱 짚었다. 그리곤 한숨을 푹 쉬었다.) 에휴.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어른이 되면 타투를 하겠다며 귀의 연골 쪽을 쭉 훑어내리는 손가락을 보고 눈을 조금 치뜬다.) 바늘구멍 하나 뚫는 것도 죽을 맛인데 타투를 거기다가? (운동부가 먼저 주목한 쪽은 그쪽이었다. 귀 연골을 건드리는 건 십중팔구 대단히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귓바퀴도 귓볼도 있는데 왜 거기... (하다가, 자기랑 똑같겠다는 말을 상기하고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문다. 시선이 흔들리는 걸 다잡으며 미간을 구긴다. 얼굴이 더 빨개졌다.) .........너 나한테 작업 거냐.

201 이름 없음 (LCPgYyGQKc)

2021-11-05 (불탄다..!) 21:29:17

>>200
(얼굴 반쯤이 손에 가려 사라지고, 한숨을 쉬는 것까지 별 다른 장난을 이어 치지 않고서 보고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은 그때즘 입을 열었다.) 침묵은 긍정인데. 격한 부정도 긍정이고. (말을 끝내면서 입매가 둥그렇게 휘는 건 장난치는 것이기도 했고, 약올리는 것이기도 했다.) 응! 꽃이 한 송이씩 나란히 있다거나. 찾아보니까 마취 크림 발라준대. (피어싱이 있는 쪽은 귓볼이다. 귓바퀴만 만지작거리다가 손을 내린다.) 귓바퀴 바깥 쪽은 내가 보기 힘들고, 귓볼은 이미 충분- (눈이 동그래진다. 당신의 얼굴 색을 잘못 본게 아닌지, 목소리를 잘못 들은게 아닌지 되새겼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말도 곱씹었다. 이내 별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민망한 소리를 해버렸다고 생각했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다가.) 걸렸으면 죄송합니다아! (냅다 소리질렀다.)

202 이름 없음 (xYbFjFVU0g)

2021-11-05 (불탄다..!) 21:46:54

>>201
날조하지 마. (약올리기의 효과는 굉장했다. 운동부는 이 악무는 소리를 내면서 부들거렸지만, 다시 말해 약올리기가 아주 고약하게 잘 먹혔다는 뜻일 것이다. 입술을 깨물고 쓰-읍 하며 애꿎은 숨만 고르다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당황하고 있는 틈을 타서 운동부는 대뜸 손을 내밀어,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당신의 손 하나를 덥석 쥔다. 그리곤 여름에 탄 색이 아직 안 빠진 피부에 핏기가 올라 보기 좋은 감색이 된 얼굴로 당신을 뚜렷이 바라보며, 이를 꽉 물고 눈을 치뜬 채로 또렷하게 발음한다.) 알면 앞으로 자-알 부탁합니다. (그리고, 2~3초 정도 침묵했다가 한 마디 덧붙인다.) 공부. (이 공백, 아마 제딴에는 소소한 복수인 모양이다.) ......그리고 마취크림 발라봤자 아플 건 다 아파. 사후관리도 더럽게 귀찮고.

203 이름 없음 (z/nZwyq/Lc)

2021-11-05 (불탄다..!) 22:06:10

>>202
날조 아닌데. 진짜잖아. (이때까지는 여유로웠다. 다시 장난으로 맞받아칠 수 있었는데, 당신을 약올리려 할 수 있었다. 손이 잡히고서는 그러지 못 했다. 방금 상황에 이어서 손을 잡는다니. 눈이 동그랗게 뜨이는건 물론, 몸이 굳기까지 했다. 긴장해서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오해라고 설명해야 하는데, 뚜렷이 바라보는 시선에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하나 고민했다. 그래도 곧 긴장이 풀릴 수 있었다.) 놀랐잖아아! (탁 하고서 몸에서 힘이 빠진다. 힘이 들어가고 빠지는 건 당신에게도 분명 느껴졌을만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할거야. 이미 진작에 하기로 결정했거든! (손 빼도 되는건가, 당신이 덥석 잡아버린 손과 당신을 번갈아보았다.)

204 이름 없음 (xYbFjFVU0g)

2021-11-05 (불탄다..!) 22:28:42

>>203
(운동부는 한숨을 쉬며 손을 놓아준다. 자신의 혼신을 아끼지 않은 회심의 역습이 유효타였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아까까지와는 달리 이번의 한숨에는 후련한 기색이 가득하다. 한결 여유로워진 태도.) 뭐, 그러면 더 말리진 않을게. (그러다 문득 손을 들어서 자신의 귀를, 구멍이 줄줄이 나 있는 연골 쪽을 매만져본다. 그리곤 한박자 늦게 맞장구친다.) ...아파도 예쁘긴 하겠다. (그러다가 캔을 들어서 안에 남아있던 것을 마저 다 마셔버리고는) 그래서 시간은 언제 괜찮아? 조만간 모의고사 있지 않던가.

205 이름 없음 (zRXT9ASRsM)

2021-11-05 (불탄다..!) 22:58:09

>>204
(손이 놓이면 괜히 한 번 쥐었다 펼쳐보았다. 붙잡혀 있던 것도, 그랬던 손도 얼떨떨했다. 티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하게 되면 보여줄게. 어른될 때까지 기다려. (마땅히 어떤 타투를 해야겠다는 도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당신이 시간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다.) 집 늦게 가니까, 언제든지 괜찮다니까. 당장 오늘도 상관 없어, 난. (시간을 맞춰야하는 건 당신 쪽이 아닐까, 고개를 조금 기울이더니 시선이 당신을 향한다. 그렇게 말하는 쪽이야말로 시간이 언제 괜찮냐는 듯.)

206 이름 없음 (xYbFjFVU0g)

2021-11-05 (불탄다..!) 23:24:56

>>205
(코에 낯선 향기가 뒤늦게 걸리는 것을 운동부는 느꼈다.)
(덥석 쥐어놓고 너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운동부 본인도 후회하고 있었다. 손을 잡은 것에 대해 당신이 뭐라 말을 꺼내지 않는 것도 그랬고. 그래서 운동부는 조금 멋적게, 자신의 귀를 만져보던 손을 떼어내리며 한번 흘끗 쳐다보았다. 그리곤 시선을 다시 들었다.) 어른 될 때까지 같이 놀아주게? (운동부는 잠깐 뜸을 들인다.) ......아니 방금 취소. (기껏 열이 내렸던 뺨에 다시 열이 오르는 기분이다. 그래서 운동부는 당신의 말에 필사적으로 시간을 되새겨보았다.) 이번주는 목요일이랑 금요일이 괜찮겠네. 주말에는 밴ㄷ- 아니, 연습 있어서.

207 이름 없음 (IJvBGQAJ9o)

2021-11-05 (불탄다..!) 23:42:06

>>206
(그런 말을 쉽게 하는 편이었다. 다음에 보자는 기약없는 약속처럼, 보여준다고 말했지만 당신이 기다려준다면의 가정이 붙은 약속이었다.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 사이 당신은 말을 번복했다.) 뭐야, 왜 취소야. (무뚝뚝한 듯 상냥하고, 부끄러움도 타고, 그렇다고 장난에 계속 당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한 번은 크게 당했다. 그런 당신과 친구하기 좋냐, 싫냐 가르면 좋다는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어른될 때까지 같이 놀진 말고- 공부 도와줄게. (웃었고, 이어 스케줄이 나오면 고개를 끄덕인다.) 도서관에 있을게.

208 이름 없음 (bJVWyUoYs.)

2021-11-06 (파란날) 00:08:02

>>207
...... (대답이 금방 나오지는 않는다. 운동부는 대답 대신 손부채질로 반문을 넘겼다. 이렇게 어떤 풋풋한 정이 담긴 이야기에는 별로 익숙하지 않았고, 누구라도 쉽게 알 만큼 그는 부끄러움이 많았으며, 그걸 숨기려 애써 틱틱대는 태도로 나오곤 했다. 다만... 숨기는 솜씨도 어설펐고, 뭔가 숨기기에는 그 본인이 무의식적으로 감정에 솔직하기도 했다. 같이 놀진 말고, 하는 말이 꺼내지자 운동부는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눈을 치떴으나, 이내 시선을 천천히 비스듬히 아래로 내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 '오늘 나 좀 이상한데.' 하고 애꿎은 자책을 하는 것은 덤이다.) 뭐, 그러던가. (운동부는 가만히 시선을 비스듬히 돌리고 있다가, 다시 시선을 들어 이쪽을 바라봐온다.) 그럼 반으로 돌아갈까.

# 아 달아. 아 달아......

209 이름 없음 (W3l7uoXdqY)

2021-11-06 (파란날) 00:22:37

>>208
(고개를 끄덕이면, 취소한 이유에 대해서 듣지 않아도 괜찮았다. 취소가 취소되어 버렸으니까.) 이제 너 큰일났다. (반으로 돌아가자는 말에 주섬주섬 다시 담요를 제대로 뒤집어 쓴다.) 성적 갑자기 올라서 컨닝한 거 아니냐고 선생님들이 괴롭힐지도 몰라. (자신만만하고 당찬게 담요를 폭 뒤집어쓰고 있는 아래에서 새다 못해 뿜어지듯 하다. 그리고 매점에 있던 시계를 확인하고는 걸음을 재촉한다.) 야야, 곧 쉬는 시간 끝나겠다. 가자! (먼저 매점에서 반으로 발을 옮겼다.)

#이걸 막레로 할게 ~.~ 귀엽고 즐겁고 달았다!

210 이름 없음 (bJVWyUoYs.)

2021-11-06 (파란날) 00:33:20

>>209
# 밤이 늦은 지금에 생뚱맞은 느낌도 있지만 용기내서 말씀 올려봅니다
# 다른 이야기들 더 보고 싶은데 일대일 괜찮을까?

211 이름 없음 (D9sLUFeoLU)

2021-11-06 (파란날) 00:39:06

# >>210 우선은 오키 ㅎ.ㅎ! 캐에 설정이 좀 붙어서 아깝단 생각이 들기도 했고.

212 ◆rzhGzKKFLk (bJVWyUoYs.)

2021-11-06 (파란날) 00:42:44

>>211
# 설정... (짤)
# 우선은 불금이라지만 시간도 늦었고 너참치도 자러 가야 될 테고 나도 조금 졸려 +.+
# 자고 일어나서 한가로울까~ 싶은 시간에 일댈 갱신해둘게 아마 오후나 저녁
# 인증코드 남겨둘게

213 ◆76oY4.po8o (MAHCDemDi.)

2021-11-06 (파란날) 00:51:56

# >>212 내일 일정이 있어서 늦게 확인할 수도 있어 ㅇ.ㅇ 저녁에는 오겠지만 무튼 나도 인코 남겨둘게! 잘자~

214 ◆rzhGzKKFLk (W4J61025tY)

2021-11-06 (파란날) 01:01:28

# >>213 확인했어, 잘 자 u.u

215 이름 없음 (LwZRkZ6ZCc)

2021-11-06 (파란날) 04:28:00

선장, 당신이 수다 즐기는 성격이 아님은 내 자알 안다만은. 이제 도무지 어디로 가는지만이라도 알려주면 안 되겠소? 이 남쪽에는 아무것도 없다오. 오직 바다, 바다, 끝없는 바다 밖에는 아무것도!
나침반은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제멋대로 돌기 일쑤인데 당신은 어찌 키를 돌리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며, 어째서 바다의 여신은 이상할 정도로 오래 이 배에 관대함을 보여주시는 것이오? 수수께끼 같은 말은 그만두고 이제 정말 입을 열 때가 됐소이다, 선장. 속내가 뭐요?
선원이라곤 둘밖에 없고 배라고는 썩은 나뭇조각밖에 없던 시절부터 우리는 온갖 기상천외한 항해를 함께 겪지 않았소.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적은 수없이 많았지만, 지시를 의심한 적은 여신께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소! 그러나 지금이 바로 그 때라는 생각이 드는군.
...안개 때문에 코앞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데 대체 어디를 그리 쳐다보고 있는 거요, 제기랄.

216 이름 없음 (03IwWNvWRk)

2021-11-10 (水) 23:58:16

맞아, 여긴 네 악몽이야. 너, 또 공포영화 보고 잤더라? (단조로운 별장 같은 공간 속,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의자에 앉아있는 인영은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혼내는 걸까?)

217 이름 없음 (HL5Pw1cZE.)

2021-11-11 (거의 끝나감) 00:39:08

>>216
(방금 전까지 형언하기 어려운 꿈을 꾸고 있었는데, 눈을 깜빡하자 배경이 바뀌었다. 바뀐 배경보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신경이 먼저 반응했다.) ....신경 꺼. (상대의 말이 꾸중처럼 들려서 미간을 찡그리고 투덜댔다. 또라니 누가 들으면 내가 만날 공포영화만 보는 줄 알겠다.) 쓸데없는 참견을... 그래서 여긴 또 뭐야. (퉁명스럽게 말하고 앉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218 이름 없음 (opzjo/z7/g)

2021-11-11 (거의 끝나감) 00:47:07

>>217
신경이 예민한 건 알겠지만, 도와준 사람한테 그런……아니다. 뭐라 해봤자 무슨 소용이람. 어차피 또 잠에서 깨면 다 잊어버릴텐데.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고는, 앉을 곳을 찾는 당신의 주변에 눈길을 준다. 원래 저곳에 의자가 있었던가? 시선이 닿지 않는 모든 구석구석이 흐릿하다.) 네 말이 맞아. 매번 악몽꾸고 아침에 머리 붙잡는 건 내가 아닌 너니까. 다시 보내줘?

219 이름 없음 (HL5Pw1cZE.)

2021-11-11 (거의 끝나감) 01:05:54

>>218
(상대의 반응에 내가 너무 날이 서 있었다는 걸 자각했다. 그야 누구나 험한 상황을 겪다 넘어오면 그렇지 않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상대의 말대로 도와준 사람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나는 괜히 서서 볼을 긁적이다가 상대의 시선이 닿는 곳을 돌아보았다. 거기엔 의자가 있었고, 앉을 자리를 찾던 나에게는 반가운 자리였다. 의자를 향해 돌아서며 겨우 들릴 정도로 툭 내뱉었다.) 미안하게 됐네. 매번 도움만 받는 주제에 말이 심했다. (사과인지 불만인지 모를 말이지만 내 성격상 어렵게 꺼낸 사과라는 걸 상대는 알고 있을거다. 나는 의자로 다가가 털석 앉았다. 푹신했는지 딱딱했는지는 모르겠다. 앉아서 그제야 제대로 상대를 보며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이었을까.) 사과 했으니까 돌려보내는 건 좀 봐줘. 그런데 왠일이야. 한동안 안 보였잖아.

220 이름 없음 (cUyYHlvTRU)

2021-11-12 (불탄다..!) 08:44:57

/하현주가 먼저 갱신해둘게

221 이름 없음 (/eUcYvVs/c)

2021-11-12 (불탄다..!) 20:00:00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첫 출근입니다. 사실 이 회사에 다닌지는 근 천년가량 되었지만요. 근데 어떻게 첫 출근이냐구요? 그야 오늘은, 제가 마계지부에 발을 내딛는 첫날이거든요. 하하, X발. 니체의 말이 맞았나봐요.

천계지부에선 그야말로 꽃과같은 생활! 이라기보단 응? 사실 내가 천사가 아니라, 지옥에 수감된 불쌍한 필멸자였던가? 같은 수준으로 혹사당했답니다. 기근, 재앙, 천재지변, 전쟁, 나날이 줄어드는 신도들의 숫자... 그렇기에 제가 생각했던 하하호호 깔끔한 사무직이 아니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파견직이었어요. 전쟁을 일으킬것같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무의식에 닿게끔 전쟁은 안돼요... 불쌍한 아이들에게 기부해주세요... 교회를 지원해주세요... 같은걸 하루종일 속삭이고, 악인들에게 더이상 범죄는 안돼요... 신께선 당신을 사랑하세요... 으악, 이렇게 속삭여온지만 천년! 그러나, 개심 시킨 사람의 숫자는 한 손으로도 셀수 있을정도로 적은 나! 무능이라는 딱지가 단단히 박혔는지, 네. 마계지부로 좌천당했습니다. 사실 좌천이란것도 아니긴 해요, 명목은 승진으로 인한 파견이니... 그건 그래도 전 천사인데, 마계지부에대한 인식이 어떻게 좋겠어요! 안그래요? 사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어서 우리는 균형이라곤 하지만... 아는 것과 마음이 동하는건 꽤 차이가 크죠.

게다가 전 사실 첫 출근인데 5분이나 늦었답니다. 네. 긴장해서 길을 잘못 들은게 죄는 아니지만 늦은건 죄가 되고, 그 탓에 더욱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네요. 마계, 으리으리한 저 건물에 위압당했지만... 용기내어 문을 두드릴 때가 되었겠죠.

" 실, 실례...합니다아...? "

222 이름 없음 (m.ggh/m4tE)

2021-11-15 (모두 수고..) 21:59:12

>>221
혹시 아직 흥미 있으면 이어봐도 될까? 시간이 좀 지나서 먼저 물어봐!

223 이름 없음 (T4XIDF0GU2)

2021-11-16 (FIRE!) 22:36:06

저택은 단정한 회색이다. 도회지라면 심심찮게 볼 법한 것으로, 눈에 띄지 않아 무심코 놓쳤을 수는 있어도 지나가는 눈에 한번만 깊이 담겼다면 와, 나도 이런 집에 살았으면- 따위의 선망 정도는 자리에 우뚝 버티는 것만으로 누차 들었을 것이다. 저택만큼이나 단정한 담장과 나란히 걸으면 빈틈없이 닫힌 검은 대문이 있다. 창살조차 없어 답답하기까지 한 문은 말끔한 초인종만 덩그러니 두었을 뿐이라, 새벽 5시 하물며 0분도 30분도 아닌 40분에 만나자고 통보나 다름없는 약속을 잡은 센티넬은 너무도 깨끗해 지문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는 이 종鐘을 건드려야만 대면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여자는 창 너머 어두운 하늘을 보며 머그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아삼 홍차에 섞은 밀크티다. 탁자엔 비벼 끄지 않은 연초가 자연紫煙을 풍겨 올리고, 여자는 밀크티를 한 모금 마셔 삼키며 상념에 잠긴 듯이 아무 말도 행동도 뱉지 않았다. 하늘 갑갑한 것을 보니 아침때 비가 내릴 징조다. 여자는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빈 머그잔을 내려두며 소파에서 등을 뗐다. 인공품처럼 하얀 손가락이 연초를 재떨이에 눌러 껐다.

/지원주야! 선레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본의 아니게 시간을 더 끌어버린 거 같아ㅠ_ㅠ 너무 기다리게 해서 정말 미안해...ㅠ_ㅠ

224 이름 없음 (g1g15SyClM)

2021-11-17 (水) 00:02:36

>>223

현은 새벽 일찍 일어났다. 의뢰인이 5시 40분이라는 애매한 시간대에 만나자고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 시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다, 라는 답이 가장 좋겠지만(그런 경우가 좀 상태가 정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일을 하러 가는 것인 만큼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가이딩이 빨리 필요하며 능력을 개화함으로 얻게 된 불안, 초조, 우울 뭐,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견디기 어렵다는 뜻이겠지. 그 애매한 시간이란 불면을 뜻하는 것일까.

현은 검은 머리카락을 대충 빗어넘기고 검은 마스크를 낀 채 밖으로 나왔다. 옷은 무난한 셔츠와 검은 바지이다. 밖은 우중충한 회색이다.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현은 우산을 챙겼다. 여차하면 호신용으로도 쓸 수 있겠다. 첫 만남을 새벽 다섯시에 그것도 집으로 부른다니 의뢰인은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아니겠거니 생각한다. 아니면 야밤에 사람을 부르기는 어려우니 최대한 배려를 한 것이 다섯시 사십분이라는 그 시간일지도 모른다.

허나 현은 돈이 매우 필요했으므로 군말하지 않고 나가기로 했다. 꽤나 범죄에도 시달렸기 때문에 -그를 지켜주는 센티넬이 더이상 없기 때문에- 늘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의뢰인이 그런 사람이 아니기를 깊이 바랄 뿐이다. 아니라면 우산으로 후려치고 도망가는 것도 좋겠지.

저택에 도착했다. 우중충한 하늘 빛과 같은 회색이다. 단정한 겉모습이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계약이 잘 성사된다면 이 근처에 살게 되는 건가. 주변의 집을 눈동자로만 슬쩍 봤다가 초인종 앞에 섰다. 깨끗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지저분한 것보다야 깨끗한 것이 낫다.

손목시계를 내려다본다. 딱 5시 40분. 벨을 누른다.

현은 답을 기다렸다. 새파란 눈동자가 검은 대문과 단정한 담벼락을 눈에 담으며 우산으로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지원주 안녕!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으니 괜찮아~ 계절적 배경이 언제인지 궁금하네. 비라고 하니 여름이려나? 겨울은 아닌 느낌이고. 가을비일수도 있겠다. 현재 배경이 가을(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겨울)이니까 지금같은 날씨일지도 모르겠네. 그렇다면 검정 코트를 걸쳤으려나.

225 이름 없음 (JmLS9bedDw)

2021-11-18 (거의 끝나감) 02:00:08

갱신!

226 이름 없음 (b4898wJybY)

2021-11-18 (거의 끝나감) 02:08:43

>>224
/어...? 답레 올려뒀는데 어디 간 거지??? ....??? 헐...먹혔거나 내가 착각했나 봐... 내일 중에 어서 다시 써서 올릴게. 매번 기다리게 해 미안해ㅠ_ㅠ 좋은 밤 보내~
P.S. 계절은 가을이라 생각했어~

227 이름 없음 (JmLS9bedDw)

2021-11-18 (거의 끝나감) 09:15:33

>>226
아이고 날렸다니 맘아프다 ㅠㅠ 천천히 편하게 이어줘~~ 가을느낌 좋지~

228 이름 없음 (tZxY2phYIw)

2021-11-18 (거의 끝나감) 18:24:56

>>224

문은 곧바로 열렸다. 소리조차 없이. 잔디 심긴 탁 트인 마당이 낯선 객을 반긴다. 다른 집과 차이가 있다 하면 사람의 조그만 소리도 기척마저도 풍겨오지 않는 것. 다만 공기다. 오직 공기. 나란히 잿빛으로 통한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면 언제부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딱딱한 문이 반쯤 내부를 보이며 열려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저택은 창문 수가 적거니와 있더라도 그 건너편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꼭 무언가 꽁꽁 감출 것이 있는 것마냥 말이다.

"-들어오시죠."

반쯤 닫힌 문 너머에서 심해에 잠긴 것을 닮은 목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연한 목소리기도 하다. 침침한 조명. 깨끗하고 넓은 거실 가운데 소파에 느긋이 기댄 여자는 언제부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170은 가당치도 않을 체구, 푼 흑발에 금을 박은 양 소슬한 눈동자. 큰 후드티 차림은 그렇다 쳐도 소파에 의지한 육체와 배려라곤 느껴지지 않는 시선은 결코 손님을 집안에 들이는 올바른 주인의 자세가 아니다. 소파 바로 앞 탁자의 재떨이가 근원으로 사료되는 실내 전체에 은은하게 퍼진 담배 향은 더군다나 그렇고. 여자는 허리를 펴며 건너편 소파에 앉으라는 듯 무심하게 손짓했다.

"이름, 나이, 성별, 직업."

229 이름 없음 (cEYjY270/g)

2021-11-18 (거의 끝나감) 21:02:13

>>228

현은 조금 긴장하면서 열린 대문을 넘었다. 까만 대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왠지 모르게 삭막한 느낌을 주었다. 여차하면 도망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국가가 지급한 비상용 스마트워치(누르면 위치 정보와 함께 국가 인력인 가이드를 구출하기 위해 센티넬이 출동함)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그 안을 걸어 들어간다. 센티넬들은 가이드들이 얼마나 개인적인 공간을 싫어하는지 알아야 했다. 대체로 그렇듯 이 사람도 모르는 듯 했지만.

매번 처음 센티넬들을 만날 때면 긴장이 된다. 가이드들이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실 맹수와 맹수 조련사와 같은 관계가 아닐까. 맹수 조련사... 라기에는 맹수에게 밥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랄까. 그러니까 맹수에 비하면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란 전혀 없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보통 첫 만남 때 긴장을 하는 쪽은 맹수가 아니라 맹수 조련사이다.

특히 이 집은 창문도 적고 뭔가 꽁꽁 감쳐둔 느낌이 나는 것이 영 불안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물론 내가 연락이 되지 않으면 나를 찾아달라고 아는 가이드에게 부탁해놓기는 했지만서도... 그저 이 불안감이 이전의 트라우마 때문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

반쯤 열린 집 문 안에서 낮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용한 적막감에 이 저택에는 이 사람 혼자 있는 것일까 생각하며 "실례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어두운 조명 사이, 황량할 정도로 넓은 거실 사이에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를 보며 현은 생각했다.

아, 역시 센티넬들이란.

편견 어린 시선으로 큰 후드티를 편하게 입고 소파에 늘어지듯 앉아있는 그 모습은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첫인상으로 치면 마이너스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센티넬들이란 원래 오만한 족속들이므로, 그리고 그가 고용된 철저한 을의 입장이라는 것도 그 생각을 겉으로 들어나지 않게 했다.

담배 연기에 마스크를 쓰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에 깊은 빡침이 올라왔지만 그저 참았다. 돈이 필요하니까.

"그건 이전에 다 설명한 것 같지만, 다시 설명하자면 하현, 26세, 남자고 지금은 임시 가이딩 일을 하고 있는데 오늘 계약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아직 계약을 다 끊진 않았습니다. 오늘 계약 사항을 보고 차차 정리를 할지 안 할지는 생각해 보도록 하죠. 물론 갑자기 다 정리 하기는 어렵고 2주일 정도는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그 센티넬들도 다른 가이드를 찾아봐야 하니까요."

현은 사안을 설명하며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안내 드렸다시피 계약서를 적어 왔고 추가적인 부분은 아래에 더 적을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일단 읽기 전에 가이딩 테스트부터 해보죠. 테스트가 잘 되지 않으면 어차피 계약은 할 수 없을 테니까."

현은 지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손을 잡는다면 현이 가이딩을 시도해볼 것이고 서로 파장이 잘 맞는다면 미약하게나마 능력을 사용한 이후 올라오는 불쾌한 감정들이 조금은 사라질 것이었다. 물론 현도 그것을 미약한 피로감과 함께 같이 느낄 것이고. 일일 뿐이지만 가끔 왜 스킨쉽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게 꽤나 번거롭다는 생각과 함께.

230 이름 없음 (WU.YkNd2lg)

2021-11-19 (불탄다..!) 08:48:14

갱신

231 이름 없음 (5NtriZggck)

2021-11-19 (불탄다..!) 21:31:28

" 오늘은 정말, 정말이지 긴— 하루였어. "

서늘한 지하실에 한 여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습하고 축축한 그곳이 과연 인간의 거처로서 기능할 수 있을까 싶지만, 무던한 여자는 그런 조건을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닌 듯 싶었다. 날카로운 굽소리가 정적을 찌른다. 여자는 발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가죽 장갑을 벗어던졌다. 이내 여자는 느릿히 껌뻑대는 먼지 쌓인 형광등 아래로 몸을 굽혔고, 의자에 단단히 묶인 상대를 똑똑히 바라보며 마치 연극같은 과장된 손짓으로 제 미간을 짚어냈다. 허니, 조용히 좀 해봐. 여자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웅얼였다.

" 허니, 자기야, 나 오늘 몹시 피곤해. "

피유, 여자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몹시라는 단어를 힘주어 발음하며 힐긋 고개를 돌리니 헐거워진 밧줄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자기도 참, 말썽쟁이야. 여자는 항상 당신을 자기, 혹은 허니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그저 단어만을 빌려오는 것이 아닌 꽤 무거운 사랑이 실린 호칭이었다. 아마 지나친 장난에 불과했을테지만. 그녀의 속을 누가 알까. 여자가 몸을 일으켰다. 제 왼뺨에 튀어 굳어버린 핏자국이 거슬렸던 것일지, 한참이나 왼뺨을 긁적이던 여자는 이내 손을 털고선 새로운 밧줄을 찾아 당신을 더욱 단단히 묶어둔다.

" 조금만 참아. 나도 자기를 풀어주고 싶어. "

여자가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 허나 목소리와는 대조되게 다소 거친 손길이다.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밧줄을 묶던 여자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 것일지 한참이나 결박된 당신의 두 팔을 내려다 본다. 아무래도 이정도 결박은 또 하루이틀 집을 비운 사이 난장판을
피워 끊어버릴 거 같고. 한참을 고민하던 여자가 이내 당신이 앉은 의자를 끌어 햇볓이 들지 않는 작은 창문 아래로 끌기 시작했다. 당신의 무게가 실린 의자가 무겁지도 않은지 가뿐한 얼굴과 몸짓이다. 벽면으로 의자를 밀어낸 여자는 근처에 있던 쇠사슬을 들어 창문 창살에 묶었고, 사슬의 끝머리를 의자 다리와 묶어 연결한다. 흠. 여자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대며 의자를 살폈다. 그리곤 이내 만족한 듯 맑은 웃음을 짓는다.

" 그치만, 이 밧줄을 풀자마자 날 찢어죽일 거잖아! 안 그래? "

사랑스러워라. 여자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 당신 동료들이 모두 머저리인 건 아니더라고. "

여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의자를 끌어왔다. 철제 의자와 더러운 시멘트 바닥이 맞물리며 시끄러운 금속음을 내질렀다. 여자는 의자에 앉아 당신의 눈을 똑똑히 마주한다.

" 한 놈이 좀, 애를 먹였지. 그 놈 죽이느라 내 네일이 부러졌어. 볼래? "

손마디를 만지작대며 슬픈 어투로 말하던 여자가 대뜸 제 오른손을 들이민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교차된 네일팁 사이로, 반쯤 뜯긴 검지 손톱이 눈길을 끈다. 나참, 이게 얼마 짜린데. 여자가 말 끝을 흐렸다. 시선 역시 그 손톱에 꽂혀내리고 만다.

" 뭐랬더라, 맞아. 케이시랬나? 케이시? 케이틀린? 아무렴. 뭐 그런 이름이었는데. 자기가 아는 사람이야? "

본인 입으로는 자기랑 아주 친한 동료랬는데 말야—. 난 자기가 다른 여자랑 어울리는 게 싫어. 여자가 천진만난히 웃으며 물었다. 형광등 아래 반짝이는 머리칼 사이로 검붉은 핏자국이 또 다시 눈에 띈다.

# 히어로를 납치한 미친 빌런 느낌! 어떻게 받아주던 상관X!

232 이름 없음 (hXoqYBhQ3g)

2021-11-19 (불탄다..!) 23:22:24

>>229

반쯤 소매 덮인 양손을 넓적다리에 모아 걸쳐 놓은 자세로 여자가 비교적 바쁘게 움직이는 당신을 하나의 뻔한 운동 경기라도 관람하듯 바라본다. 단정히 빗어진 흑발, 더러더러 필요가 있을 때 이쪽을 보는 푸른 눈동자, 열리는 가방과 탁자에 더해지는 얇디얇은 종잇조각...... "그렇게 하죠." 본인이 요구한 두 번째 소개임에도 자칫 말하는 자 무안할 만큼 무념하며 또 서늘한 낯으로 듣던 여자가 당신이 제시하는 2주일에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임시 가이딩이라 해도 그 명수가 설마 열 손가락이나 넘어갈 것인가 하는 판단에. 더구나 2주 정도면 잠깐 눈 감고 잊으면 그만인 짧은 시간일 것이다. 물론 이쪽에 일체의 지장만 가지 않는다면의 이야기다. 그래서 여자는 이윽고 덧붙였을 따름이다. "단 이쪽 일엔 방해가 없도록 하시고요." 하고 말이다. 처음부터 그랬듯 성의라곤 느껴지지 않는 어투였다. 그리고 그 뒤로도 그랬다.

"계약을 할 수 없다라..."

무릎에 팔을 얹으며 여자가 허리를 숙였다. 닿으면 차가울 손이 당신이 내민 손 위에 무게 없이 얹혔다. 그러나 금안이다. 금안이 또렷하게 당신을 쳐다본다. 정확히는 기억의 원천이 담긴 머리털 너머를. 그 다음으로는 점차 각도를 낮춰 사람의 숨의 원천. 숨이 지나치는 통로를 눈에 담으며 생각에 잠긴 양 입맛을 다셨다...... 파장 일치의 신호는 제법 조속히 찾아왔다. 여자는 눈을 내리감으며 먼저 손을 치우려 했다. 검은 머리를 빗어 불안하게 어깨에 걸린 한 움큼을 제대로 앞으로 넘겼다.

"네, 이제 계약서 내용 알려주세요."

233 이름 없음 (q9Hll4RUvE)

2021-11-20 (파란날) 13:16:18

>>232
현은 제 손을 잡은 뒤 입맛을 다시며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슬쩍 눈을 피했다. 제 손이 따뜻한 편이라서 그런지 지원의 손이 더 차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맹수. 이 여자는 맹수였다. 자신은 피식자이고. 맹수 조련사는 무슨. 현은 파장을 확인하고 조금의 피로감을 느끼며 지원이 빼는 손을 붙잡지 않았다. 속으로 의아함을 느끼기는 했다. 보통 가이딩이 급한 센티넬은 테스팅 때도 질척거리는 경향이 있으니까. 지금 상태는 꽤 괜찮은 편인가?

"계약 사항은..."

현은 찬찬히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설명했다. 처음 지원이 제시한 거주지 제공부터해서(거주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거부할수 있음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계약 위반시의 위약금 등 문의로 나눴던 대화 내용이 다 꼼꼼히 담겨있었다. 또한 키스 이상 스킨쉽 금지도 적혀있었다.

간략히 설명을 마치고 현이 말했다.

"일단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국가가이드가 아닌 임시가이드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해주세요. 불법적인 일을 하시는 분이라고 해도 비밀은 지켜드립니다."

필요하시면 비밀유지각서도 써드린다며 현이 비밀유지각서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렸다.

234 이름 없음 (5aOdxq6ieE)

2021-11-20 (파란날) 14:45:34

>>231

" 또 너였나. 아니, 이런 짓을 벌일 대책 없는 년은 너밖에 없겠지. "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던가.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는 것을 듣긴 했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일이 한두번 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편이었다. 한가지 의외인 점이라면 예상했던 것보다는 늦게 일을 벌였다는 점이었을까. 아무튼 현재는 어디인지도 모를 곳에 단단히 결박되어 미친 빌런을 눈 앞에 두고 앉아있게 된 상황이라는 것이겠지.

두려움, 애초에 이쪽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런 것은 잊은지 오래였다. 그런 것을 품고 있어봐야 죽을 시기를 앞당길 뿐이니까. 세간에서 말하는 히어로의 고귀한 정신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영웅심에 취해 움직여봐야 개죽음 당할 뿐이지.

" 케이시, 최근 주목 받기 시작한 히어로 중 한명이지. 꽤나 능력이 있긴 한 녀석이라 친하게 지내긴 했어. 근데 그녀석 죽었구나. 그래도 쓸만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뒤에서 추잡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걸 알아도 아직 쓸모가 있는 줄 알고 데리고 다녔는데 계획했던 처리시기랑은 어긋났지만 너라는 말이 끼어들어줘서 탈 없이 처리하긴 했네. "

입술을 모아 후- 하고 바람을 뱉어내 흘러내린 앞머리를 넘기곤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웃어보여. 어차피 처리하려고 했던 말이 죽어버렸다는 사실은 내게 아무런 감흥이 없으니까. 그걸로 흔들어 보려고 했던 네 계획이 깨져서 꽤나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르겠다. 히어로란 이름을 달고 더러운 짓거리나 하는 녀석 따윈 내 알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내가 '처리' 하려고 했으니까.

" 그래서 이렇게 멋진 곳에 또 데려와준 이유가 뭐야? 아, 사업 이야기라면 들어줄게. 너랑 뭔가 해보는 것도 덜떨어진 쓰레기들을 청소하는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

반쯤은 도박이다. 확실히 눈 앞의 이 미친 여자는 한순간 기분이 엇나가면 내 목을 꺾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싸우는 능력으로만 따지면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분명 죽이는 방법에 있어선 내 위의 존재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리스크를 걸지 않으면 돌아오는 것도 없는 법이다. 몇년간의 삶으로 그것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 아, 어쩌면 네가 내 마음을 얻을지도 모르지. 내 이야기를 듣고, 내 손을 잡고, 네 성질머리를 죽이고 나와 일을 해본다면 말이야. "

그러니까 쫄아서 비 맞은 강아지처럼 굴지 않는다. 더 당당하게, 잃을 것이 앖는 사람처럼 나가는거다. 어쩌면 고스란히 그것이 내게 돌아와 목을 꺾고 숨을 앗아갈지도 모르지만. 그건 자업자득이지.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것은 그런 것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니까.

" 어때, 이야기 해볼 생각이 들었어? 자기야? "

의자에 묶인 검정색 단발을 한 적안의 여자가 곱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져 엉망이었음에도 아리따운 얼굴을 한 체.

235 이름 없음 (7I0J4jhPKU)

2021-11-21 (내일 월요일) 21:20:26

ㄱㅅ

236 이름 없음 (HTA4Bg/wFI)

2021-11-23 (FIRE!) 21:51:57

>>233

/안녕, 지원주야. 많이 기다렸지ㅠ_ㅠ 다름이 아니라 개인사정 때문에 빨리 잇기가 어려워졌는데 어떻게 하는 게 현주한테 편할지 묻고자 지금이라도 급하게 갱신하게 됐어. 1. 여기서 마무리하거나(+현주가 새로운 상대 구해도 물론 가능) 2. 기간은 장담 못하지만 반드시 돌아오는 조건으로 상극을 동결해놓거나 둘 중 하나로 해야할 것 같은데 현주는 어떻게 생각해? 어느 쪽이든 편할 쪽으로 부담없이 이야기해줘. 이런 소식 들고 와 정말 미안해ㅠ_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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