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135 이름 없음 (XpmatWz9XQ)

2021-10-16 (파란날) 18:38:44

>>133

"성급히 날뛰다 실수라도 저지르면 이쪽에선 고맙지."

안타깝게도 그의 둘째 형님은 그리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사실 전 가주의 자식들은 대부분 물려받은 재산만 믿고 기세등등한 머저리들이었다. 적자들의 머리를 모두 모아도 사생아 하나만 못 하다니, 타계한 가주가 저승에서 땅을 치며 통곡할 노릇이었다. 물론, 그들에게는 사내처럼 충직한 사냥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그건 상이 아니야. 당연한 거지. 내가 가주가 되면 날 떠날 생각이었어?"

대답해.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일순 싸늘해졌다. 따뜻하다 못해 다소 덥기까지 하던 방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떨어지는 듯했다. 침대에 반쯤 엎드려 있던 형체가 허리를 곧게 세웠다. 휘장 너머로도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질 정도였다.

실수는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배신은 용서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물은 건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야. 물론 거창한 걸 바라도 상관은 없지만... 돈을 원한다면 줄게. 보석도 얼마든지 있어."

사람의 가장 큰 원동력은 욕망이었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이상 욕망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내 역시 무언가 원하는 것이, 욕망하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러니 그 욕망을 충족시켜 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136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19:06:17

>>135

"만일 당신의 앞으로의 길에 방해가 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날카로운 분위기에 크게 반응하는 일 없이 사내는 마치 당연한 사실인양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이 모시는 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으나 경우에 따라선 자신의 앞길을 위해 주변의 측근을 내치는 일도 이런 귀족들 사이에선 흔하다면 흔한 일이었다. 자신이 그 대상이 된다고 할지라도 사내는 조금도 원망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로 인해 그가 피해를 본다면 자신이 먼저 부탁할 생각이었으니까.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이 모시는 존재가 피해를 입는 것은 그로서도 그저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사실이었다.

돈과 보석. 그런 것을 자신이 바랬던가. 지금 이 삶에 크게 불만은 없고 인간의 마음을 버리며 악귀처럼 짙고 비정한 마음을 품은 자신이 그런 것을 바래도 되는 것인가.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인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좋으나 결국 어느 것도 자신에겐 거창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기에 답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두진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조차 길게 이어지면 자신이 모시는 이에 대한 실례였기에.

"그렇다면 보석 하나를 얻고 싶습니다. 제가 쓸 것은 아니긴 하나, 근처에 있는 고아원을 조금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손에 피를 묻힌 제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나, 저처럼 뒷골목을 헤메면서 배를 굶주리는 아이들이 가능하면 없었으면 합니다."

뒷골목을 헤집으며 돌아다니면서 배를 곪던 시절. 가족없이 홀로 외롭게 지내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는 쓴 표정을 지었다. 명을 받들어 손에 피를 묻히던 자신이 할 소리는 아니었으나, 정말로 모든 것을 배제하고 바라는 것을 떠올리다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앞으로 더더욱 영향력을 키울 수 있고 좋은 이미지도 세울 수 있지 않을까하기에 청하겠습니다."

137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19:48:25

>>136

"널 내치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 일이야. 그때까지 넌 그냥 자리를 지키면 돼."

놀랍도록 오만한 말이었으나, 그 목소리는 안심했다는 듯이 한풀 꺾여 있었다. 그의 몸이 다시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그럼 그렇지. 설령 사내가 그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고 해도, 그건 온전히 그가 다뤄야 할 문제였다. 감히 사내가 멋대로 떠나겠다 말겠다 할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약간의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흡사 어린아이가 심통을 부리는 모습과도 같았다. 그는 유달리 사내의 앞에서만 다섯 살배기처럼 구는 경향이 있었다.

"뭐야, 고작 그런 거?"

김이 빠졌다는 듯이 한숨이 새어나왔다. 뭘 요구하려나 했는데 고작 뒷골목 고아들을 먹여살릴 보석 하나라니. 자신의 사냥개는 묘한 부분에서 유한 구석이 있었다. 이것이 방금 전 사람을 죽이고 사고로 위장한 이의 대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새삼 느끼는 바이지만, 어째서 그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기로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자신은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한 동정심 따위 이미 버린지 오래였기에.

"그러지 않아도 이미 몇 군데 지원하고 있잖아. 그걸로는 부족했던 거야? ―하아."

당연히 부족했으리라. 그 지원마저도 철저히 득과 실을 따져 '선발된' 고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으니까. 사내의 성에 차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다시 휘장 밖으로 나온 손에는 브로치 하나가 들려 있었다. 작은 달걀만한 크기의 루비가 박혀 있는 황금 브로치는 척 보기에도 굉장히 값비싼 물건이었다. 이건 내 사냥개의 눈에 차야 할 텐데 말이지.

"가져가. ...굳이 내 이름을 댈 필요는 없어."

138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0:23:31

>>137

누군가에게는 고작 그것이라고 할지도 모르나 사내에게 있어선 소중한 것이었다.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배를 굶주리고 때로는 추악한 짓까지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쳤던 사내에게 있어선 자신이 살았던 삶을 또 다시 사는 이는 없었으면 하고 바랬으니까. 물론 사내는 자신의 삶을 저주하지 않았다. 비정한 마음을 먹으며 손에 진득한 피냄새를 남기는 건 자신이 모시는 이가 바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모시는 이의 바램을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브로치 하나를 받으며 사내는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휘장 너머의 이. 어쩌면 자신보다 더 비정할지도 모르는 그 존재에게 바쳤다.

"허락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이것을 팔면 얼마나 돈이 나오게 될까. 그럼 충분한 지원이 되리라. 그렇게 만족하며 그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브로치를 집어넣었다. 내일 별 일이 없으면 잠시 외출해서 한 곳을 지원해주면서,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럼에도 따뜻한 온정을 비추는 시간을 가지리라. 그렇게 다짐하는 사내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흘렀다.

"내일 '사고' 소식이 들려오면 반드시 이런저런 말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아마 큰 영향이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무도 당신에게는 손을 댈 수 없을 겁니다. 제가 있는 한. 그리고 당신을 따르는 이들이 있는 한."

그 목소리에는 강한 확신이 들어있었다. 의심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 누구도 명확하게 확신을 할 순 없었다. 그건 그저 불행한 사고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허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조금 있는지 그는 살며시 물음을 조심스럽게 던졌다.

"만약 가주가 되신다면, 무엇을 꿈꾸고 계신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물음이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139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21:13:29

>>138

감사 인사에 그는 대답 대신 손을 내저어 보였다. 이깟 브로치 하나는 그에게 푼돈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사내가 더한 것을 원했다 하더라도, 그는 얼마든지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아원 꼬마들을 먹이는 데에는 이걸로 충분할 것이다. 물론, 중간에서 누가 횡령을 하려 든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그는 사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래,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의 형제랍시고 있는 자들은 아직 그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있었다. 가주 자리를 놓고 개떼처럼 싸워 대느라 뒤에 서 있는 사자도 보지 못하는 꼴이라니. 그나마 한 놈이 슬슬 눈치를 채기 시작한 것 같긴 했지만, 그자 혼자서 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이건 이미 승패가 정해져 있는 싸움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 그의 형제들뿐이었다.

내가 뭘 꿈꾸고 있냐고?

그의 사냥개가 뭔가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내에게는 다행히도 모욕적인 질문은 아니었으나, 그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생각에 잠겼다.

나는 뭘 꿈꾸고 있지?

아니, 이 질문은 틀렸다. 전제부터 완전히 틀린 질문이었다.

"난 뭔가를 원하기 때문에 가주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가주 자리 그 자체니까."

그래, 바로 이거다. 그는 부드러운 침구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오리 깃털을 넣은 베개, 비단처럼 부드러운 이불, 황금으로 장식한 기둥.

이걸론 부족해.

"...권력이 필요해. 그 누구도 다신 날 무시하지 못하고... 인정받을 만한 권력이."

목적을 이룰 때까지 그는 그만둘 수 없었다. 자비니 동정심이니 하는 마음은 이미 옛날 옛적에 지워 버렸다. 설령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까마득한 낭떠러지라 하더라도, 그는 그만둘 수 없었다. 그는 권력을, 힘을 원했다. 고개를 들고 있었다고 죽도록 얻어맞지 않을 힘과, 버르장머리 없는 눈을 했다고 물 한 모금 없이 사흘을 갇혀있지 않을 힘과, 채찍에 맞은 자리가 곪아 터져도 약을 구하지 못해 혼자 앓지 않을 힘을.

그걸 위해서라면 그는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었다.

140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1:39:13

>>139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고 인정받을만한 권력이 필요하다는 그 말을 들으며 사내는 입에 담진 않았으나 공감하는 마음을 가졌다. 자고로 높은 자리에 앉아 아래를 보지 못하는 이들은 그 밑바닥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당장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어 너무나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제가 반드시 그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주제넘을지도 모르나 그런 당신이기에 저는 그 누구보다 당신을 모실 수 있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이들보다 차라리 저렇게 갈구하는 마음을 보이는 이에게 사내는 충성을 바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같진 않더라도 비슷한 부분이 있기에 움직이는 마음 또한 있었으니까. 물론 상대의 삶을 온전히 알 방도는 없었으나 그럼에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에 더더욱.

이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며 사내는 꾸벅 인사를 바쳐 상대에게 말을 전달했다.

"그렇다면 자리를 비워보겠습니다. 부디 편안한 휴식 시간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이 시간에 접촉한 것을 누군가가 알게 되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자신이 모시는 이가 누군가에게 의심을 사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피해야만 했기에.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꾸길 빌겠습니다. 저의 주여."

141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22:08:14

>>140

"...그래."

확신이 담긴 목소리를 듣자 거짓말처럼 온몸에 힘이 풀렸다. 자신이 원하는 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 한다면, 막는 대신 그 길을 닦아 놓을 사내였다. 긴장이 풀리자 피로감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그 역시 사내 못지않게 바쁜 하루를 보낸 참이었다. 방해되는 사람을 사고사로 위장해 죽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승을 위해서 필요한 건 그게 다가 아닌 탓이었다. 피곤했다.

"......가지 마."

그는 휘장 너머로 손을 뻗어 사내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정말로 원한다면, 주저할 것 없이 명령을 내리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하면 사내는 군말없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불에 얼굴을 묻은 채 작게 웅얼거렸다.

"하루 정도는 괜찮아. 그냥... 거기 있어."

142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2:17:56

>>141

자신의 옷자락을 붙드는 행동에 사내는 발을 멈췄다. 하루 정도는 괜찮으니 거기에 있으라는 그 말은 명령인 것일까. 아니면 다른 어조의 부탁일까. 어느 쪽이나 사내에게 있어선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말이었다. 자신이 모시는 이가 어쨌든 자신에게 이곳에 남아있으라고 말을 했으니 그저 따를 뿐이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오늘은 여기에 있겠습니다."

작게 웅얼거리는 목소리라고 해도 하루이틀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정도 목소리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사내는 손길이 닿는 곳. 즉 상대의 침대의 기둥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았다. 휘장 너머의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 표정이 어느정도 예상이 간다고 생각하며 사내는 휘장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문쪽을 바라봤다. 누군가 들어오지 않을까, 혹여나 갑자기 이상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약간의 경계심을 가진 탓이었다.

"저는 여기에 있을테니 안심하시고 쉬셔도 됩니다. 오늘은 외로움이라도 느끼시는 겁니까?"

물론 아닐 수도 있었으나 그래도 최소한의 물음을 조심히 내비치며 사내는 계속해서 시선을 문 쪽에 두었다.

143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23:15:25

>>142

상대가 침대에 걸터앉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손을 거두었다. 휘장 너머로 어렴풋이 비치는 사내의 실루엣은 또 하나의 기둥 같았다. 그의 침대를 굳건하게 받치고 있는 두터운 기둥.

"...오늘따라 궁금한 게 많네."

그는 대답하는 대신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메시지는 단호했다. 더이상 아무런 질문도 하지 말 것. 그는 넓은 침대에 드러누운 채로 사내의 말을 곱씹었다. 외롭다고? 내가?

이제 와서 회한을 느끼는 것은 결단코 아니었다. 그저, 하루 정도는 타인의 기척을 느끼며 잠에 드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사내는 그가 믿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아니었다. 그가 달리 누굴 침대맡에 앉혀 놓고 잠을 청하겠는가? 자다가 칼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야.
정 말로 그 것 뿐?
"쪽지, 전하는 거... 잊지 마. 누가 물어보면 넌 그냥... 그 하녀랑 같이 있었다고 하면 돼."

손쓸 틈 없이 수마가 몰려드는 와중에도 그는 더듬거리며 지시를 끝마쳤다. 몸을 돌려 사내가 있는 방향을 등지고 누운 그는 작게 속삭였다.

"......수고했어."

그 말을 끝으로 사내의 주인은 꿈 하나 없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144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3:37:53

>>143

오늘따라 궁금한 것이 많다는 그 말에 사내는 더 이상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았다. 그것이 곧 대답일테고, 자신은 그에 따라서 더 이상 의문을 가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누가 보면 사내의 그런 사고방식은 어쩌면 정말로 비정상적일지도 모를 일이었으나 설사 자신이 비정상적이라고 하더라도 사내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요, 정말 관심 밖의 일이었다. 애초에 이런 일을 하는 시점에서, 인간의 마음을 포기하고 비정한 마음을 머금은 시점에서 그 누구의 이해를 받을 생각도 없었으니까.

"아마 저에게 직접 물을 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누군가 묻는다면 그렇게 말하겠습니다."

그 하녀가 부정하지 않는 한 특별히 의심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고, 설사 부정한다고 해도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변명거리를 생각했기에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오로지 부정하는 하녀만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뿐이었다. 절대 자신이 모시는 이에게 피해는 가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사내는 조금도 후일을 걱정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엔... 자신이 멋대로 한 것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자신의 주인도 모를 정도로 자신이 행한 일. 허나 그 변명거리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것이기에 사내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부디 내일은 평안한 하루가 될 수 있기를. 나의 주여."

잠들어버리는 숨소리를 귀담으며 사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혹시나 모를, 그리 달갑지 않을 방문객의 발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귀는 활짝 열어놓으며. 지금 이 시간. 이곳이야말로 자신의 주인에게 있어 가장 안전한 곳이 되게 하리라는 마음가짐을 꽉 잡으며.

/상황상 막레가 되려나? 혹시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되겠지만 막레 분위기인 듯 하니 일단 막레로서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쓸게!

145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23:47:33

>>144 막레로 받으면 될 것 같아. 즐거웠어! 너참치도 돌리면서 즐거웠으려나 모르겠네.

146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3:48:10

>>145 나 역시도 즐거웠어!! 핑퐁이 있었기에 더 재밌기도 했고!! 아무튼 마찬가지로 즐겁게 즐겼다면 다행이야!

147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23:49:15

>>146 즐거웠다니 나도 다행이야. 그럼 좋은 밤 되길 바래:>

148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3:54:55

>>147 마찬가지로 너참치도 좋은 밤 되길 바랄게!

149 이름 없음 (NKl1TaMz6Q)

2021-10-18 (모두 수고..) 20:39:33

새벽 2시, 그리고 또 38분. 하루가 시작된 지도 벌써 3시간 째를 향해 시계바늘은 흘러간다. 자동 결제 알람을 알리는 소리가 나면 나는 몸을 움직인다. 따뜻한 택시 안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니 안 그래도 야근에 지친 몸이 굳어 있다. 무거운 몸을 끌고서 택시 기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차문을 열고나와 마주친 밤공기. 제법 추워진 날씨에 몸을 잘게 떨었다. '아침에 외투 좀 챙겨서 나올걸. 내일, 아니지. 오늘은 꼭 챙기자.'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시야에 들어온 것이 있다. '와, 입김.' 뽀얗게 흩어지는 숨을 보고서 눈을 깜빡인다. 가을 다 지나고 벌써 겨울이 왔나보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맑고 높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온다. 코끝이 시리니 청승맞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늘에서부터 고개를 내렸다. 집이나 가야겠다고 다시 앞을 바라보는데-

"......?"

시야에 없었던 것이 있다. 하늘을 보기 전까지 저런 것은 없었다.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간다...

#가족, 친구, 귀신, 길냥댕이, 살인마, 판타지적 존재 뭐든지 다 괜찮습니당 <:3c

150 이름 없음 (9W2heZ4C7s)

2021-10-18 (모두 수고..) 21:21:33

>>149 잇기 전에 질문이야! 혹시 그 하늘에 있던 존재가 다른 세계에서 온 이라거나 그런 이도 괜찮아? 이를테면 이세계에서 누군가와 싸우는데 뭔가에 휘말려서 차원의 벽을 뚫고 와버렸습니다 같은 느낌으로!

151 이름 없음 (NKl1TaMz6Q)

2021-10-18 (모두 수고..) 21:25:21

>>150 넹 괜찮아요! 여쭤봐주셔서 감사합니당 <:3

152 이름 없음 (9W2heZ4C7s)

2021-10-18 (모두 수고..) 21:36:33

>>149

"아파라아아..!"

땅바닥에 앉아있던 이는 표정을 찡그리고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소리를 내고 있었다. 생김새로는 막 성인이 된 것 같은 엣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고, 키는 170을 조금 넘은 듯한 사람과 비슷한 존재였다. 허나 등 뒤에 붉은색 빛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날개 한 쌍이 있다는게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점이었다. 그 이질적인 존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손으로 천천히 문질렀다.

표정을 찡그린 탓에 제대로 뜨지 않은 눈이 표정이 펼쳐지며 환하게 뜨였고 그 이질적인 존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잔뜩 당황해서 더욱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다 뒤로 살짝 물러나며 잔뜩 긴장한 목소리를 냈다.

"여긴 어디? 천국? 지옥? 어두우니까 지옥인가?! 안돼!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이어 그 이질적인 존재는 털썩 주저앉으며 절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문뜩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살짝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 쪽으로 돌렸다.

"누, 누구야?!"

153 이름 없음 (NKl1TaMz6Q)

2021-10-18 (모두 수고..) 21:54:15

>>152

"......천사 짭?"

누가 이 날씨에 땅바닥에 앉아있는가 싶어서 가까이 갔다가, 실루엣이 정확히 보일 때 바로 걸음을 우뚝 세웠다. 천사 날개는 분명 하얗고 깃털 있는 그런건데 저 날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무심코 중얼거리며 소리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난 꿈인지 구분하는 방법 중 흔하디 흔한 뺨 꼬집기를 해야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정말로 하려다가 관두었다. 저 앳된 분위기를 보자니 어린 애들 장난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가능성이라고 해봤자 영화나 소설 같은 망상 뿐인데, 그런 쪽의 가능성은 상상하기 정-말 귀찮았다.

"지옥... 비슷하지."

헬조선. 그 단어가 떠올랐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평범한 회사에서 평범하게 월급 받아타먹는 소시민이다. 그래서 내 양심도 평범하다. 추운 날씨에, 밤에, 길바닥에 혼자 있는 앳된 애를 모른 척 지나치기에는 애매한 양심이라는 뜻이다. '요즘은 이러고 노나. 중2병? ...좀 꼰대 같나.' 털썩 주저앉아있는 그 앞에 무릎을 모으고 쭈그려 앉았다.

"집 어디에요?"

'아.' 뒤늦게 입꼬리를 올렸다. 피곤에 찌들어 얼마나 상냥히 보일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나보다야 어려보이는데 웃으면서 말 걸어야 덜 무섭지 않으려나 싶었다. 이미 겁 먹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154 이름 없음 (9W2heZ4C7s)

2021-10-18 (모두 수고..) 22:12:42

>>153

"정말로 지옥이야?! 어째서! 왜! 어째서! 왜!"

지옥이라는 말에 다시 절망하는 분위기를 보이며 이질적인 그 존재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난 그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싸웠을 뿐인데. 빛이 번쩍해서 놀라서 넘어진 것 뿐인데 그걸로 죽은거야? 지옥으로 떨어질 정도로 나쁘게 산거야? 하는 중얼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정말 제대로 절망한 모습이었다.

집이 어디냐고 묻는 물음이 들려오자 이질적인 그 존재는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이를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우물우물거리던 그 존재는 퉁명스런 목소리로 그 물음에 대답했다.

"지옥 같은 곳에 내 집은 없어. 그러는 당신은 누구야? 왜 날개가 없는거야? 아. 지옥이니까 페어리얼은 아니겠구나. 그렇다면 당신은 무슨 종족이야? 뭐라고 부르면 돼?"

명백하게 이질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질적인 존재는 제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바라보면서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쫑긋했다.

"하지만 지옥치고는 뭔가 무섭진 않네. 엄청 무서운 불구덩이가 있고 그렇다고 들었는데."

155 이름 없음 (NKl1TaMz6Q)

2021-10-18 (모두 수고..) 22:26:35

>>154

"아우, 골이야......"

웃는 건 포기했다. 오전 9시부터 오전 2시까지 일한 낡고 지친 현대 사회의 톱니바퀴는가 이 골 울림을 인내하고 웃기는 힘들다. 답해줄 수 없는 물음에 난들 알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니 참아졌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고서 고개를 숙였다. 잠시 그러고 있으면 살만 해진다. 지옥이라는 말을 정말 믿는게 무슨 놀이인지는 몰라도 정말 재밌어서 열심히 하나보다 싶었다.

"나도 내 집은 없는데...... 전 회사원이고... 네, 그냥 인간이에요."

대한민국에서 내 집 마련하기가 쉬울 리도 없고, 나도 없는 내 집이 이 장난에 심취한 어린 애한테 있을 리야 당연히 없다. '...그러니까, 살고 있는 집의 위치를 물어본 거였는데.' 아무래도 생각보다 훨씬 더 심도 있는 장난질이구나 생각한다. 쏟아지는 물음에 찬찬히 답을 해주었다. 물음 중에는 제 스스로 답하는 것도 있어 가만히 듣고 있는 시간도 있었는데, 듣고 있는 시간조차 기가 빨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뭐라고 부르면 되냐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이러다 끝도 없이 여기서 날을 지샐지도 모르겠단 예감.

"몇살이에요? 집 안 알려주면 경찰 부를 수 밖에 없어요."

이 정도면 충분히 선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했고, 자고 싶었다. 경찰 부른다는데도 시침떼지는 않을 거라 기대한다.

"무서운 건 돈이에요."

대충 대꾸하며 자리에 일어나니 따라 일어선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무슨 답이 돌아오냐에 따라 112가 눌릴지 말지 정해질테다.

156 이름 없음 (9W2heZ4C7s)

2021-10-18 (모두 수고..) 22:47:53

>>155

"인간? 처음 들어보는 종족이야. 하기사 지옥에 사는 종족을 내가 어떻게 들을 수 있겠냐만. 그보다 회사? 지옥에서도 일을 해야하는구나. 뭔가 내가 생각하던 지옥의 이미지와 완전 달라서 혼란스러워."

대체 무슨 이미지를 생각한건지 이질적인 존재는 손으로 미간을 잡으면서 두 눈만 깜빡였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상대를 가만히 살펴보더니 살며시 상대의 뒤로 향한 후에 등을 바라봤다. 날개가 없다는 것에 역시 신기함을 느끼는 와중 그 존재의 등 뒤에 붙어있는 날개가 살며시 팔락였다.

"나이는 63. 그러고 보니 당신은? 경찰? 우와. 지옥에도 있을 것은 다 있구나. 점점 내가 생각하는 지옥의 이미지와 멀어지고 있어. 아무튼 인간은 날개가 없는 종족이야? 그럼 이렇게 날아다니지 못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질적인 존재의 날개가 더욱 빠르게 펄럭였고 그 존재의 두 발이 땅에서 떨어졌고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가볍게 높이 솟아올랐다가 다시 낙하하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 그 자체였다. 날개를 빠르게 퍼덕이며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그 존재는 상대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니면 마법을 쓴다거나 해서 날아다닐 수 있어? 만약 못 난다면 조금 불편하겠네. 하기사 지옥이 편할 순 없을테니까."

조금 안타깝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나 이내 자신이 그 지옥에 있다는 것을 다시 인지하며 그 존재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하기사 지금 가장 불쌍하고 동정받을 건 나겠네. 도대체 얼마나 더 착하게 살아야 천국에 갈 수 있는거야? 죽어서 지옥이라니. 너무하잖아!"

157 이름 없음 (NKl1TaMz6Q)

2021-10-18 (모두 수고..) 23:04:41

>>156

"........."

인간이 무엇인지 설명해봤자 듣지 않거나, 인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반응하거나 둘 중 하나이겠다는 예상. 그래서 난 더 대꾸하지 않기로 했다. 1초라도 빨리 이 아이를 귀가 조치시키고, 나 스스로도 귀가 조치한다. 그게 목표였다. 나이가 63이라니, 아무래도 집에 대해서 말해줄 생각은 없어보인다. 저 능청스러운 장난질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싶어지면 스마트폰의 잠금을 풀었다. 네네, 건성으로 답하며 손을 놀리니 스마트폰 화면이 켜진다. '으, 눈 부셔.' 화면이 너무 밝아 잠시 표정을 찡그렸다가, 이제 경찰에 연락할 거라는 말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에서부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곧 밝게 빛나던 화면이 사라졌다.

"......맥주 두 캔으로 취할리가 없는데."

이실직고한다. 야근하다 너무 지쳐 캔맥주 2캔을 까기는 했다. 그 정도로 취할리도 없고, 저 날개가 퍼덕거리며 날아다닐 일도 없다. 그런데 둘 다 일어난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푹 숙여 마른 세수를 한 번 하고, 지친 몸 만큼이나 굳어버린 머리를 굴려보았다. 우선, 저 모습을 다른 누군가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려오실래요..."

얼굴을 덮고 있는 손 틈새로 바닥이 보였고, 떨어진 내 스마트폰도 보였다. 약정 아직 1년은 넘게 남았는데, 박살나진 않았기를 짧게 기도했다. 딱히 믿는 신이 있지는 않았지만 저 존재를 보니 있을 법도 싶었다. 그러니 모든 신이라는 존재에게 통틀어 빌어보았다.

"그쪽 사람 아니에요? 아니면 꿈... 아니면 진짜 취했나..."

물음은 점점 혼잣말, 중얼거림이 되어 간다.

158 이름 없음 (9W2heZ4C7s)

2021-10-18 (모두 수고..) 23:21:56

>>157

내려오라고 이야기를 하는 그 말에 이질적인 존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래로 착지했다. 빛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붉은 날개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아래로 살며시 쳐졌고 이질적인 존재의 시선은 손으로 얼굴을 덮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며 이해한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을 날 수 없나보구나. 마법으로도. 하기사 내가 살던 곳이 아니라 지옥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나는 에어리얼. 여기가 지옥이니까 아마 죽어서 여기에 온 걸거야. 그러니까 사람? 라는 건 잘 모르겠지만 당신이 사람이라는 이라면..아. 잠깐만. 아깐 인간이라며!"

자신을 속였냐는 듯이 정말 뚫어져라 바라보던 이질적인 존재는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다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듯 팔짱을 끼고 눈을 감으면서 작은 숨소리만 냈다. 그러다 다시 눈을 뜨더니 상대에게 질문을 던졌다.

"있잖아. 죽어서 지옥에 온 이는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 그러니까 죄값을 치룬다거나, 재판을 받는다거나 그런 거 없이 그냥 여기서 살아가면 되는거야? 자유롭게? 아니. 정말로 내가 아는 지옥과는 완전 다른 이미지라서. 잠깐?! 설마 나를 고통으로 끌고가기 위해서 날 속이기 위해 방금 사람인데 인간이라고 거짓말을 한거야?!"

아뿔싸!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에어리얼이라고 칭한 그 이질적인 존재는 정말로 쨉싸게 상대와 거리를 두었고 금방이라도 도망칠것처럼 날개를 쫑긋 세웠다.

"유감이구나! 나는 그렇게 쉽게 속지 않아!"

159 이름 없음 (LFTUKFO1JQ)

2021-10-18 (모두 수고..) 23:36:16

>>158

"저기요, 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거든요..."

대꾸할 기운이 없다. 아무리 봐도 저 존재는 사람은 아니고, 인간이랑 사람이 거의 같은 의미를 가진다는 것도 모르는데다 여기가 지옥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대화가 가능하지가 않다. 지옥이라고 누가 말했나 하면 내 입에서 나온 말이라 그저 자업자득이다. 정말 피곤한 일에 엮인게 분명하다고 확신한다.

"그쪽 숨 쉬잖아요. 정말 죽었다고 생각해요...?"

마른 세수를 그만 끝내고 저쯤 벌어진 거리를 좁힌다. 일단 지옥이라는 오해부터 벗겨야했고, 그렇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어필이 필요하겠다. 심장 박동 소리와 체온, 숨소리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가까이 다가간다. 들려줄 수 있다면 그만큼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없을 것이다.

"저도 살아있고요...... 여기 진짜 지옥 아니에요, 별명이 지옥이지."

그리고 고민했다. 에어리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저 자를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구의 존재는 아닌 것 같고,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듯 싶다. 혼자 버려진 외계인은 어떻게 되나 고민해보니, 부정적인 생각만 들었다. 지구 침략, 실험 대상, 지구 멸망, 동물원, 긍정적인 고려는 하나도 되지 않았다.

"......그,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 모르세요?"

160 이름 없음 (9W2heZ4C7s)

2021-10-18 (모두 수고..) 23:56:07

>>159

"숨은 쉬고 있지만, 지옥에서도 쉴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지옥 아니야?"

철썩같이 지옥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지옥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 이질적인 존재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빡였다. 또 속았구나! 녀석아! 라는 느낌이 정말로 잘 어울리는 분위기가 흐르다가 이질적인 존재는 다시 털썩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며 절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또 속았어. 또 속았어. 지옥 아닌데 지옥이라고 하는거에 속았어. 당연히 죽은 줄... 어? 그러면 나 살아있는 거잖아!!"

그 사실이 너무나 기뻤는지 만세 자세를 취하던 그 존재는 입을 꾹 다물고 이어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짰다. 여기는 지옥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여기는 어디인가? 자연스럽게 그 의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고 으으- 소리를 내며 은색 머리를 북북 긁던 사내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럼 대체 여긴 어디야? 왜 난 여기에 왔어? 등등. 한탄하는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애초에 여기에 왜 왔는지도 몰라. 난 분명히 도시에 나타난 부의 결정체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빛이 번쩍해서 나도 모르게 놀라서 넘어졌고 눈을 감았어. 그런데 눈을 뜨니까 여기였어. 있잖아. 여긴 어디야? 에어리즈는 맞는거야? 그러니까 여기 나라 이름!"

일단 그것부터 확인해보려는 듯이 이질적인 존재는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답을 기다렸다.

161 이름 없음 (1RSNtf1p0s)

2021-10-19 (FIRE!) 00:22:27

>>160

"지옥에서 숨을 왜... 쉬어요...?"

죽은 사람들이 벌 받는 곳인데, 죽은 사람들이 숨을 쉴 리가 없다. 저 존재가 말하는 지옥이 뭔지는 몰라도 한참은 다른 곳인가보다. 그리고 그 지옥이고 나발이고 하는 곳에 내가 곧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인은 분명 과로사. 피곤하고 졸린 기운을 떨쳐낼 수가 없다. 자신은 에어리얼이라며 붉은 날개를 가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황을 목격했음에도 밤은 깊었고 잠은 깨지 않는다.

"네, 살아계셔서 축하드립니다..."

갈고 닦아진 사회생활 실력에 감탄하는 순간이다. 이런 때에서도 영혼없는 텅 빈 소리를 할 수 있다. 정말 영혼 실린 생각은 좀 더 바빴다. '...은색 머리, 저 이상한 날개, 에어리얼, 63세......' 애를 써서 납득해보려는 중이기 때문이다. 에어리얼이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도 없다. 63세와 은색 머리는 얼추 맞는 것 같다. 어린 애인 줄 알았더니 엄청 동안의 할아버지인 모양이다. 날개는 여전히 모르겠다... 답이 없다.

"쉿, 제발요. 사람들 자는 시간이고, 여긴 주택가에요."

경찰이 떴다가는 같이 끌려갈게 뻔하다. 얄팍한 양심을 본심 위에 덮었다.

"대한민국이에요. 남한이라고도 하고... 한국이라고도 하는데......"

세 이름 다 못 들어봤을 것만 같다.

162 이름 없음 (9tKLs7fe/c)

2021-10-19 (FIRE!) 00:34:25

>>161

"아. 미안해. 너무 기뻐서.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그만."

괜히 키득거리면서 이질적인 존재는 알겠다는 의미를 담았으나 그래도 기쁜 마음은 완전히 감추지 못하고 싱글벙글 웃었다.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바라보았으나 역시 그 존재에게도 이질적인 풍경이었는지 곧 표정이 시무룩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역시 처음 보는 곳이야. 내가 사는 곳보다 자연이 훨씬 적은 느낌이야. 아무튼 대한민국? 남한? 한국? 미안해. 어딘지 모르겠어. 내가 사는 곳은 에어리즈라는 나라야. 아무래도 내가 사는 곳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나는 왜 여기에 있는거지?"

자신이 사는 곳이 아니라 생판 다른 곳임을 분명하게 인지하며 이질적인 존재는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이를 빤히 바라보다 미안하다는 듯이 나름 무게를 담아 사과를 전달했다.

"미안해. 아무래도 나, 부의 결정체와 싸우다가 무슨 이변에 휘말린 모양이야. 워낙 이현상을 많이 일으키는 이라서. 아무래도 먼 곳으로 워프했다던가 그런 것 같은데. 적어도 내가 아는 바 대한민국, 남한, 한국이라는 나라는 들어본적이 없거든. 사실 내가 사는 곳에선 그러니까 저거. 저걸 여기선 뭐라고 불러? 아무튼 3개가 있거든."

이어 그 존재는 하늘 위에 떠 있을 달을 손으로 가리켰다. 당연하지만 여기서는 하나밖에 없었으니 이질적인 존재의 입장에선 그 풍경조차도 신기하다는 듯 시선을 그 곳에 완전히 고정시키다가 다시 고개를 노렸다.

"어떻게 돌아가면 되는걸까. 혹시 여기는 마법이라던가 그런 거 없어?"

163 이름 없음 (WJAJyzHGJU)

2021-10-19 (FIRE!) 11:34:03

>>162

그러니까 나는 평범한 양심의 소유자다. 집에 가서 발라당 눕고 싶은 욕구가 저 발끝에서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지배하고 싶다 외치고 있는 와중에, 이 정체 모를 할아버지를 어떻게 해드려야할 지 고민한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낯선 곳에 뚝 떨어졌다는데, 내버려두고 가자니 내일 뉴스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고양이 줍는 것 하나에도 인간은 많은 고민을 하는데, 하다못해 성인으로 예상되는 인격체를 주워야 한다니 머리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의외로 결론은 간단하게 났다.

"사과는 한 번이면 됐고요... 제가 지금 엄청 졸리거든요."

달이 3개나 떠있는 에어리즈에서 부의 결정체와 싸웠고, 그러다 여기에 뚝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몹시 어렵다는 뜻이다.

"마법같은 거 없고...... 또 전 여기가 너무 춥고 집에 가고 싶어요."

그리고 다시 마른 세수를 했다. 이게 잘 하는 선택인지는 모르겠고, 80% 이상의 확률로 후회할 것 같았지만 나는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면 저희 집으로 가시면 안 될까요..."

시간을 확인하려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맞다, 휴대폰.' 하늘을 날아다니는 할아버지를 보고서는 놀라 떨어트렸던 스마트폰.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걸 이제서야 주워든다. 액정에 금이 간 것 같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는 한다.

164 이름 없음 (9tKLs7fe/c)

2021-10-19 (FIRE!) 20:13:51

>>163

"마법조차 없어? 많이 곤란하네."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며 이질적인 존재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고 등 뒤의 날개 역시 아래로 축 쳐졌다. 이 알지도 못하는 세계에서 계속 살아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떻게 해서 돌아갈 방법이 있는 것일까. 고민을 하는 와중 자신의 집으로 가는건 어떻냐고 이야기를 하는 상대의 말에 이질적인 존재는 의외라는 듯이 의구심을 보였다.

"졸리니까 집에 가겠다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나까지? 이 세계의 이들은 처음 보는이도 집으로 부르는데 경계심이나 그런 것을 못 느끼는거야?"

자신이 살던 세계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이질적인 존재는 잠시 답을 고민했다. 허나 이대로 있는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고 우선 날이 밝은 후에 이것저것 시도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한 후, 이질적인 존재는 상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럼 날이 밝을 때까지만 신세를 져도 괜찮을까? 나쁜 짓은 안할테니까. 아. 그러고 보니 몇살이야? 나보다 조금 나이 있어보이니가.. 75살쯤 되려나? 아무리 그래도 90까진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서는 다르게 셀 수도 있겠구나. 여기는 한 살을 먹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려?"

나름의 호기심을 품으며 이질적인 존재는 날개를 살며시 퍼덕이며 땅에서 살며시 발을 떼어냈다. 그리고 상대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날아서 데려다줄까? 땅을 걷는 것보다 훨씬 빠를텐데."

165 이름 없음 (KHG/3DqIKM)

2021-10-20 (水) 23:25:44

>>164

"......초면에 집으로 데려가겠다는 거나, 따라가겠다는 거나 도긴개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나쁜 짓이라고 해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나 싶다. 여기 계속 서있으면 곧 과로사든 동사든 할 것 같으니 거기서 거기인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내일 날이 밝고 나면 무슨 후회를 할 지는 그때의 몫이다. 무엇보다 오늘 아침이 되어 다시 출근을 하기 위해서는 집에 들러야 한다. 최소한 씻고 옷이라도 갈아입어야할테고, 쌓인 집안일도 있다. 청소는 둘째치고, 빨래도 밀린지가 까마득하다. 야근이 잦다보니 집안을 챙길 새가 없다.

"저 25살이에요. 여기서는 한 살을 먹으려면… 1년인데... 365일이요. 24 곱하기 365가...... 8760시간 정도......"

1년의 단위조차 없을 것 같아 안 굴러가는 머리를 붙잡고 계산을 한다. 생각해보니 8760시간이라고 한들, 시간의 단위조차 다르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시간을 분, 분을 초 단위로 쪼개기에는 그 계산은 너무 컸다. 3자리수 곱셈 암산은 해도 그 이상은 안 되겠다. 나는 이 정도 물음에 답변을 했으면 만족스러울까 싶어 잠시 바라보다가 그만두었다. 이 비현실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게 좀 어이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내일 일어나면 꿈이겠지 생각하고, 정말 현실일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품고 있다. 늘 같은 하루의 반복 속의 이런 일에 소소하게 재미를 느낄 깜냥은 있었다. 물론 휘말리고 만다면 달갑지만은 않을 일이다.

"날......... 저 들 수 있어요?"

키는 내 쪽이 작아보였지만, 키랑은 별개의 문제다. 성인치고 제 몸무게의 반절 가량의 무게를 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싶다. 운동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것도 그렇지만, 본인부터가 심각한 저질 체력이라 그런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운동할 시간은 커녕 끼니도 늘 인스턴트로 처리하거나 굶기가 부지기수인 야근쟁이에게 힘은 둘째치고 건강부터 챙기고 봐야 한다. ...건강조차도 챙기고 있지 않기는 하다.

#갑자기 바빠져서 텀이 길어졌습니당... 끊고 싶으시면 끊어도 됩니당 <:3c

166 이름 없음 (A1JKpnlgHI)

2021-10-20 (水) 23:49:54

>>165

"365일이나 필요해?! 잠깐만. 잠깐만."

계산법이 크게 다른지 이질적인 존재는 두 손을 올린 후에 손가락을 접어가며 잠시 계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나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고 곧 두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난감한 표정으로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미간을 잡고 고개를 휘저었다.

"365로 계산하기가 힘들어서 대충 300으로 계산했어. 인간? 사람? 아무튼 여기의 계산법으로 하면 난 대충 21세. 내가 사는 곳은 120일이 지나면 한 살을 먹으니까. 여기선 나이를 먹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구나. 365면 세살이나 먹을 시기야."

세상이 달라지면 자연히 문화도 그 이의외 것도 달라지는 법이었다. 지금만 해도 나이를 계산하는 법이 다르지 않던가. 아무튼 기억해두겠다는 듯이 365, 365, 365를 작게 중얼거리면서 이질적인 존재는 상대를 바라보며 문제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 보여도 힘에는 자신이 있어! 내가 사는 세계에는 부의 결정체라는 게 있어. 세계를 침식하면서 이변을 일으키는 이들인데 그런 이와 싸우려면 힘이 많이 필요하거든. 그러니까 문제 없을거야! 네가 겁 먹어서 바둥거리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야!"

이어 이질적인 존재는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듯 오른손을 내밀었다. 만약 잡는다면 정말로 문제없이 몸을 붕 띄워서 공중 높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집이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면서 조금 빠르게 하늘 위 어둠을 가르며, 그 방향을 향해 날아갔을 것이다. 잡지 않았다면, 그대로 걸어서 상대를 따라가려고 했겠지만.

/앗! 텀은 괜찮아! 일단 내 쪽에서 끊기는 조금 애매한 것 같아서 일단 한턴만 더 이어봤어! 여기서 집으로 안내하면서 끊어도 좋을 것 같아!

167 이름 없음 (7KH.PAo066)

2021-10-24 (내일 월요일) 13:01:11

마왕이 이끄는 마족과의 오랜 전쟁이 마침내 끝나고 세상엔 평화가 다시 찾아왔다. 마왕을 무찌른 용사와 그 일행은 영웅으로서 환대받았고 현재 왕국에선 그들이 세운 공을 치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아주 큰 축제를 열어 사람들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기며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행 중 리더를 맡은 용사를 보고자 줄을 선 사람들이 많았고 그 끝은 도저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 이어졌다. 그들을 무시할 순 없다고 이야기하며 용사는 사람들을 만나며 악수를 하고 가벼운 대화를 하거나 그들이 보내는 선물을 받으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 역시 용사만큼은 아니긴 하나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각자의 고향에서 고생했다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고, 감사를 표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그들은 이 세상을 구한 영웅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존재였다.

용사의 오랜 동료이자 전설의 활을 얻어 많은 도움을 주었던 사내는 슬며시 그 자리에서 빠져나와 조금 조용한 장소로 향한 후, 나무에 등을 기대 한적한 분위기를 감상했다. 처음엔 그저 마을을 위협하던 마족을 퇴치해준 용사에게 은혜를 갚고자 따라간 것이었는데 설마 전설의 활을 얻고 마왕을 무찌르는데 일조할 거라고는 사내도 상상치 못한 일이었다.

"진짜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정말."

이 축제가 끝나면 이제 어떻게 될까? 용사는 왕국의 왕이 사위로 삼는다는 말이 있었으니 여기에 남게 될 것 같으니 자신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게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뒷일을 사내는 조용히 생각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후, 다시 이전처럼 사냥을 하면서 먹고 사는 것도 좋을테고 활을 가르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태어날때부터 마족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살았던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에 이렇게 찾아온 평화는 오히려 그에게 있어서 낯선 일이었는지 그는 괜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이제는 다들 평화롭게 살 수 있겠지. 마을 사람들도 말이야. 아무튼 정말 끝은 끝이구나."

지금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지 사내는 자신의 뺨을 가볍게 꼬집었다. 당연히 통증이 느껴졌고 그 통증으로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사내는 괜히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는 감격과 기쁨. 그 모든 것이 한번에 터진 탓이었다. 그곳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웃음소리에 묻히고 있다는 것을 사내는 미처 알지 못했다.

/간단하게 전통 판타지 RPG 느낌의 배경에서 마왕을 무찌르고 평화가 찾아왔고 엔딩 씬 느낌에서 나올법한 축제 같은 장면이야. 같은 용사 일행으로 이어도 되고 사내의 고향 사람으로 이어도 되고 그냥 왕국 사람으로 이어도 상관없어. 다만 맥커터 전개는 사절이고 스루할 생각이야.

168 이름 없음 (3Fwk.qpCVk)

2021-10-26 (FIRE!) 22:31:06

아웅... 애우우웅...... (이런 **! 빌어먹은 신 같으니라고. 로또 당첨 시켜달란 소원이나 들어줄 것이지, 감히 고양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줘?!) (간단하게 군것질가리 장을 보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한숨과 함께 길고양이를 보며 부럽다고,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바라고 보니 정말 고양이가 되고 말았다.) 아아웅! (제발 누가 좀 도와줘!)

169 이름 없음 (ew9eiBz8y6)

2021-10-26 (FIRE!) 23:09:42

>>168 (건너편에서 볼살이 통통하니 풍채가 좋은 노란 줄무늬 고양이가 사뿐사뿐 걸어오다 멈춰서서 호박빛 눈동자로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못보던 고양이가 자기 영역에 나타나 신경이 날카로운지, 복슬복슬한 꼬리 끝이 바닥을 탁탁 때리고 귀가 마징가마냥 뒤로 젖혀있다.)

170 이름 없음 (2Fkx8xfNI.)

2021-10-26 (FIRE!) 23:32:58

당신, 악명이 높아도 너무 높아. 공작 머리채는 어쩌다 쥐어뜯은 거에요? 왕가의 보물은 또 왜 부셨고… (모험가로써 의뢰를 찾으러 왔지만 다들 쉬쉬하는 지라 허탕을 치고는, 나지막히 한숨을 내쉰다. ) 이러다 신전에서도 내쫓기게 생겼어요. 나 성직자인데…… (어떻게든 해보라는 눈빛.)

171 이름 없음 (DDlK7TTB6g)

2021-10-27 (水) 12:01:26

>>169 와오오옹...... (뭔지 잘 몰라도 저 고양이 개빡친 거잖아! 대화로 해결하면 안 될까 야옹아......) (난데없이 고양이가 된 것도 서러워죽겠는데, 이제는 화내는 고양이까지 마주했다. 집에 들어가서 핫바와 컵라면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어째 개싸움, 아니, 고양이싸움을 할 것만 같다. 최대한 적의가 없다는 의미로 꼬리를 내리고 귀를 뒤로 젖혔다. 고양이들의 세계에서 이게 무슨 뜻으로 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했다.)

172 이름 없음 (Mw4XGjh.Yg)

2021-10-30 (파란날) 20:41:01

소년은 생각했다. 과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그냥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았고, 집이라는게 갖고싶어졌다.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기로 했다.
소년은 갑작스럽게 종적을 감추었다. 2000년대의 어느 날, 여름이었다.


비상식적이었다. 그 학생을 본 교사들은 모두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 애가 참... 유별나요. 도무지 일반 상식을 모른다니까요? 한번은 점심시간때 애들끼리 소란이 일어나서 다가가보니까, 걔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가만히 맞고있더라구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글쎄 옆 자리 애 도시락을 뺏어먹었다나? 여학생은 울었고, 뭐하는거냐고 남자애들이 물어보니까 배가 고파서 밥을 먹었다고 대답했다는거에요. 그럼 니 도시락을 먹지 왜 뺏었느냐고 물어보니까, 자긴 도시락이 없어서 뺏었다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화가 난 남자애들이 걔를 때리기 시작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계속 밥을 먹었다는거에요. 그거에 애들이 이상한걸 느끼고 거칠게 욕하는데... 간신히 말렸죠. '

' 음, 솔직히 말하면. 어디 경찰서에라도 신고해야지 싶습니다. 국어 수업 시간때에 애가 수업은 듣는데 무슨 소린지 전혀 못알아듣겠다는 표정인거에요. 그건 늘 있는 일이니까 딱히 신경 안썼는데, 어느날 걔한테 지문을 읽어보라고 시키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더라구요. 그래서 왜 안읽느냐고 물었죠. 불량학생도 아니었고, 공부머리는 없는것같지만 수업을 듣는 애였으니까요. 그런데 대답이 가관이야. 글을 못 읽는답니다. 아니, 글은 유치원생도 어느정도 읽을수 있잖아요? 고등학생이나 되었는데 글을 못읽는다? 놀리는줄 알고 버럭 화를 냈는데,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보고 짐작했죠. 이거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말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배웠다. 영어, 불어, 일본어, 중국어... 오만가지 말을 다 할수 있다고 줄줄 불더군요. 그래서 시켜봤는데, 네. 다 할줄 압디다. 농담이 아니었어요. 저는 외국어는 영어밖에 못한다지만, 아무 말이나 뱉는게 아니었어요. 대체 어떤 애가 글은 못읽는데 외국어를 너댓개씩 막 하죠? 뭔가 이상해요. '

소년은 수업을 듣다가 문득 지루해졌다. 알 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어. 그렇게 생각하곤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왔다. 수업중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는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푸른 하늘과 드넓게 뻗어있는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 재미없네. "

집도 가졌고, 학교도 가졌지만. 뭔가 본질적인게 부족했다. 총명한 소년은 곧 그걸 눈치챘다. 제 손에 쥐어진건 신식 무기였고, 자긴 그걸 다루는 방법을 모르는거였다. 이 무기를 다룰줄만 알면 될텐데, 그런건 누가 안 가르쳐주나. 소년은 길게 하품했다. 눈가에 눈물이 가볍게 고였다.

173 이름 없음 (nGFldO3QPU)

2021-11-03 (水) 21:56:34

(낙엽이 발에 채이는 계절이 왔다. 학교가 히터를 틀어주지는 않지만 복도가 냉기에 어리는 계절이 왔다. 자신을 폭 감춰버릴 수 있는 얇은 담요를 유령마냥 머리 위에 쓰고서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시야에서 선생님을 발견했고 황급히 방향을 틀었다. 그러다 발이 꼬였는지, 담요를 밟고 미끄러졌는지, 누군가와 부딪쳤는지, 몸의 균형이 기울었다.) 어어? (넘어지겠다는 확신이 점점 선명해지며 표정이 동그랗게 변한다.)

174 이름 없음 (8MUqmGMQ96)

2021-11-03 (水) 22:43:03

>>173
(뒤돌아설 때, 발밑이 마찰력을 잃고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몸의 균형이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갑자기 뒤집어지는 세상. 돌바닥이 코앞에 닥쳐올 상황. 그러나 코앞에 닥쳐온 것은 돌바닥이 아니라 웬 셔츠 차림의 품이었다. 결국 그 품에 퍽 들이박긴 했는데, 그나마 돌바닥에 들이박는 것보다는 덜 아플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충돌하기 전에 무언가 단단한 게 어깨를 턱 거머쥐고 앞으로 고꾸라지던 몸의 가속도를 최대한 받아내주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보면, 반의 운동부 아이가 무뚝뚝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괜찮냐? (그러면서 당신을 훑어보고, 어디 다친 데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딱딱한 얼굴로 한 마디 한다.) 조심 좀 해라.

175 이름 없음 (IReMn9WF8I)

2021-11-03 (水) 23:13:02

>>174
어, (이름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같은 반에 운동을 하는 이름을 떠올리려고 했는데, 담요가 훌렁 벗겨졌다는 걸 인지했다.) 안 괜찮아질 지도 몰라! (목소리를 낮췄지만 속도는 빨랐다. 표정도 다급했다. 왜 그런가하니, 귀에 그 원인이 있었다. 한쪽 귀에 피어싱이 3개 뚫려있었고, 붉은 기가 맴도는게 뚫은지 얼마 안 되었거나 괜히 만지작거려 덧나든가 한 모양새다. 큐빅이 복도 전등에 비춰 반짝거린다.) 고마워, 고마운데, 한 번만 더 빚지자! (그러더니 담요를 움켜쥐고서 당신의 뒤로 숨어들려 한다. 등 너머로 숨어들어가면 고개만 슬쩍 내밀 것이다. 아까의 그 선생님이 어디로 갔는가 찾기 위하여.)

176 이름 없음 (8MUqmGMQ96)

2021-11-03 (水) 23:44:15

>>175
(데오드란트 냄새.)
...수그려. (운동부는 미간에 주름을 그으면서 입고 있던 트랙탑을 지익 벗어서 넓게 펼친 뒤 조금 낮게 들고는 이리저리 살피는 시늉을 했다. 멀리서 국어 선생님의 너 뭐하냐,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옷 안에 벌레 들어간 거 같아서요. (하면서 운동부는 트랙탑을 넓게 펼친 채로 툭툭 터는 시늉을 한다. 다행히 거기에 시선이 쏠렸는지 국어 선생님은 뭐라 별 말 하지 않고 돌아서 가는 것 같다. 특유의 가죽 슬리퍼가 바닥을 딱딱 때리는 소리가 멀어져간다. 국어 선생님이 근시라 다행인지도...) 이게 되네. (위기가 멀어지자, 운동부는 다시 트랙탑에 팔을 꿰어 걸치고는 당신을 힐난하는 눈빛으로 돌아다본다.) 그럴 거면 교내에선 빼.

177 이름 없음 (AXiEyLE2Do)

2021-11-03 (水) 23:58:44

>>176
(답하는 소리가 없다. 다만 숨을 합, 하고 죽이는 소리는 들렸을 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가까워졌을 때는 심장 박동 소리가 숨소리보다 컸겠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가는 것에 최대한 귀 기울여 보았고, 펼치고 있던 트랙탑이 팔에 걸쳐지면 그제야 등 뒤에서 나왔다.) 안 돼, 뚫은지 얼마 안 된데다 혼자 다시 못껴. (귀에 손을 올려 피어싱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잘못 건들여 고통을 느낀다. 표정을 찡글이며 손을 떼어낸다.) ...그래도 다음주에 투명으로 바꿀거야! (볼멘소리. 크기도한 담요가 이제보니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었다. 쭉 펼치니 긴쪽의 길이는 키를 웃돌고도 남을 성 깊다. 차곡차곡 개어서 팔에 걸어둔다. 팔락거리는 담요에서 가볍게 파우더리 향이 난다.) 맞다. 고마워! 거짓말 잘 하네! (방글 웃으며 당신을 돌아본다. 돌아볼때 뒷꿈치가 살짝 들썩거린다.)

178 이름 없음 (bwbHdG7pvQ)

2021-11-04 (거의 끝나감) 00:20:21

>>177
손대지 ㅁ... (손이 귓가로 올라가는 걸 보고 미간에 내천자를 그리며 만류하려 손을 뻗었으나, 이미 피어싱에 손이 닿았다가 우그러지는 표정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조그만 한숨을 쉰다.) 피어싱 샵에 가서 소독약 하나 사. 약국 가서 식염수를 사다 바르던가. (하면서 운동부는 주머니를 뒤적인다. 그러다 건네어져온 말에, 운동부는 무뚝뚝하고 가무잡잡한 얼굴로 당신을 가만히 보다가 시선을 피하며 한마디 퉁명스레 한다.) 그런 칭찬 필요없어. (그러면서 운동부는 주머니를 더 뒤적여본다. 찾는 게 없는 모양. 그는 다시 이쪽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온다.) 너 여기서 잠깐만 있어.

179 이름 없음 (TtA2MFEF8k)

2021-11-04 (거의 끝나감) 08:12:00

>>178
(입을 꼭 닫고서 입꼬리를 아래로 동그랗게 말았다. 하지 말란 짓 했다가 아파하고 나니 할 말이 없다. 한숨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저 입 모양, 분명 한숨 쉰 거라는 추측이다.) 별로 안 아파! ... 안 건들이면. (곧게 당신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한숨을 한 번 더 쉬게 할 것 같은 말인지라 느릿느릿 시선이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점점 아래로.) 샵에서 올때마다 소독해준다 그래서 안 샀지이. (목소리 크기가 살짝 줄었고 어미가 늘어졌다.) 어... 그럼 친절하다? 상냥하다? 배려심이 깊다? 마음씀씀이가 넓다? 과장 쪼금해서 생명의 은인이다? (갈수록 화려해지는 칭찬 리스트를 늘어놓는게,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라는 것 같다. 그새 시선이 위로 올라오더니 눈만큼은 아까와 같이 당신을 바라본다. 입꼬리는 여전했지만.) 네엥.

180 이름 없음 (cm2DLF.Rf.)

2021-11-04 (거의 끝나감) 09:10:11

>>179
그래, 건드리지 마. 샵을 매일 가는 것도 아닐 거 아냐. (곧게 운동부를 쳐다볼 때에는 운동부의 귀에도 아웃컨츠를 따라 줄줄이 나 있는 피어싱 자국이 보인다- 무언가 끼워져있진 않지만.) 금방 올게. (어째 운동부가 건네어온 잠깐만 있어, 하는 말이 그 무뚝뚝한 얼굴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만한 칭찬 리스트가 입에서 줄줄이 쏟아져나오는 걸 틀어막으려는 의도도 없잖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운동부는 부리나케 반 쪽으로 발을 틀어 총총 갔다가, 1분 남짓한 시간만에 되돌아왔다.) 자. (운동부가 손을 내민다. 소염진통제 알약 곽이 놓여 있다.) 네 알인가밖에 없긴 한데, 그거라도 먹어. (당장 이 자리에서 먹으라는 말은 아니다. 물도 없잖은가. 운동부도 그게 마음에 걸렸던지, 정수기는 1층에 가야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공연히 복도를 한 번 둘러본다.) 매점이라도 갈까.

181 이름 없음 (m1qfNEUV4M)

2021-11-04 (거의 끝나감) 10:06:18

>>181
매일도 갈 수는 있지! 근데 그러면 진상이잖아.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다시 들어올렸을 때, 한 번 흘깃 당신의 귀를 쳐다보았다. 피어싱을 했던 자국이 맞는 것 같았고, 피어싱 이야기가 막힘없이 흐르는 것도 그렇고. 이따 돌아오면 물어봐야지 생각한다.) 아. 어. (피어싱 이야기부터 하려고 했는데, 당신이 곧 돌아와서는 손을 내밀어 보여준 것은 약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말을 쏟아낸다.) 친절하고 상냥하고 배려심 깊고 마음씀씀이 넓은 생명의 은인이네! (아까 늘어놓았던 칭찬 리스트를 한 숨에 다 말하더니 그러고서 숨을 다시 쉰다. 한 숨에, 빠르게, 정확한 발음으로 말해낸게 뿌듯한듯 웃었다.) 매점? 그래! 은혜 갚아야지. (돌아다니다 선생님을 마주칠까, 팔에 걸어둔 담요를 펼친다. 다시 유령처럼 뒤집어쓰기라도 할 모양이다.) 근데 넌 왜 안 하고 다녀? 안 막혀? 아니면 벌써 막혔나... 아, 학교니까 빼는게 맞지. (피어싱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피어싱 이야기다.)

182 이름 없음 (CtJ4Ip6LuU)

2021-11-04 (거의 끝나감) 19:35:23

>>181
조용히 해. (와르르 쏟아지는 칭찬세례에 운동부는 온 얼굴을 구겼다. 가무잡잡한 뺨에 핏기가 올라오는 것도 같다. 운동부는 화제를 돌린다.) 아무튼 네 말처럼 매일은 못 가는데 소독은 매일 해야지. 약국에서 소독제 스프레이 사둬... 은혜는 안 갚아도 되니까, 매점에서 음료수라도 사다가 소염제도 먹으라고. (담요를 유령처럼 뒤집어쓰는 것에는 별 말을 하지 않는다. 계단을 내려와서 복도를 가로질러 가면 저만치에 열려 있는 매점이 보인다. 매점으로 다가가다가, 재재 쏟아내는 질문에 운동부는 당신을 힐끔 바라보다가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 학교에선 안 해. 또 귀 찢어먹긴 싫어서.

183 이름 없음 (V.YvoOhXfs)

2021-11-04 (거의 끝나감) 19:58:39

>>182
왜? 다 마음에 안 들어? (화제를 돌려도 꿋꿋하게 물어보고는, 바뀐 화제를 쫓아간다.) 소독약이 스프레이로도 있어? 똑똑이네! (앞선 칭찬들은 조용히 하라는 말을 들어버렸으니, 다른 방향의 칭찬을 덧붙이고 이번에는 어떻냐는 기대에 어린 웃음을 보인다.) 은혜도 갚을거고 약도 먹을 거야. (담요자락을 팔락거리면서 당신과 함께 매점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실수로라도 밟고 넘어지지 않게, 발치까지 내려오지 않도록 잘 붙들고 있다.) 으, 아팠겠다. 운동하다가? 아니면 선생님들이? 선생님들이 그런거면 많이 무서운데. (무의식적으로 피어싱을 뚫은 쪽의 귀를 감쌀 뻔하다가, 직전에 브레이크를 걸어 멈췄다. 그리고 가까워진 매점에 눈에 들어오면 당신의 앞으로 질러가더니 마주보고서 선다.) 뭐 사줄까!

184 이름 없음 (CtJ4Ip6LuU)

2021-11-04 (거의 끝나감) 20:26:47

>>183
마음에 들고 말고가 아니라... 아냐 됐다. (또다른 칭찬에 운동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시선을 돌려버린다. 핏기가 조금 더 선명해진 것도 같다. 화나거나 한 게 아니라 쑥스러워하는 걸까? 다행히 새로운 질문이 꺼내져 화제가 환기된 덕분에 운동부는 다시 시선을 돌려왔다. 질문에 조금 고민하다가) 운동하다가 그랬어. 그나마 연골이 아니라 귓불이라 다행이지. (아웃컨트에 구멍이 주르르 난 귀의 반대쪽 귀를 바라보면 귓불에 흡사 종이를 한 번 접었다 폈을 때 생기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흔적이 있다. 그쪽 귀는 귓바퀴를 따라 구멍이 나 있다. 갑자기 발걸음을 툭 앞세워서 마주보고 가로막으면, 운동부는 물끄러미 바라봐온다.) 이런 걸 바란 건 아니긴 한데, 이온음료 캔이나 하나 사줘.

185 이름 없음 (giGSvFBO66)

2021-11-04 (거의 끝나감) 20:41:04

>>184
(말을 잇지 못할 때, 다시 말을 이어주기라도 할까 기다렸다. 다시 말해도 괜찮다는 듯 작은 미소를 입가에 남기고, 당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언제 입이 열릴까, 당신을 바라보았지만 이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를 알게 된 것 같다. 당신이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소리죽여서 쿡쿡 웃었다.) 으악. (웃다가도 금방 당신의 말을 듣고서 표정이 찡그려진다. 귓바퀴를 따라 피어싱 자국이 난 쪽의 귀를 보고서, 귀가 찢어졌을 때의 상황을 상상해버린게 분명하다.) 진짜 그거 하나? 많이 먹고 많이 크고 많이 힘내야지! (운동을 한다고 하면 생각되는 그런 이미지. 우선은 물과 이온음료 한 캔을 찾아온다. 그리고서 정말 이걸로 끝이냐는 듯 당신을 바라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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