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1 이름 없음 (gQY8EWkymA)

2021-09-13 (모두 수고..) 17:34:28

situplay>1596243924>876

돌아서기 전, 그냥 인사치레로 했을지도 모르는 말이 조금은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자신으로 인해 시간낭비가 되지 않았구나 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그녀 역시 약간의 동질감 비슷한 것이 속내 한켠에 잔잔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 뿐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으로 무작정 도망쳐 온 그녀와 친지가 그래도 살았던 곳으로 온 사내와 겹쳐보기엔 그 정도가 고작이었다. 돌아가는 길을 천천히 걸어가며 그녀는 조용히 생각했다. 내일부터는 산책 경로를 바꾸자고.

파문이 일었던 하루가 조용히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전날과 다름없는 시작에 그럼 그렇지 라며 또다시 느즈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트러진 채 앉아있으니 이웃집 할머니가 마당에 물을 뿌리는지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살짝 연 창문 사이로 들려온다. 잠시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의 여운을 물리치고, 느릿하게 움직여 남들보다 늦은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씻고, 밥을 먹고, 약간의 일을 하고. 그러고나니 다시 산책을 나갈 시간이 되었다. 챗바퀴처럼 일정하게 돌아가는 하루. 그래도 오늘은 다른 길을 산책할테니 조금은 다른 기분이 들려나 하며 집을 나섰을 때였다.

"...네, 네..? 제가요..?"

문 밖에는 누가 이미 있었는데, 전날 반찬을 가져다 준 이웃집 할머니였다. 어디 나가시는지 외출할 차림을 한 이웃집 할머니가 찬합을 들고와 그 집 사내에게 가져다줬으면 한다고 부탁해왔다. 원래는 본인이 가시려고 했지만 급히 나가봐야 할 일이 생겼다며, 산책 가는 길에 잠깐 들러주지 않겠느냐고. 당황해 어물어물하며 오늘은 그쪽으로 안 갈거라고 말하려던 그녀는 여기 온 뒤로 살뜰히 챙겨주신 것에 보답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싶었다. 그냥 가져다 주기만 하는 거면 어렵지 않으니까. 어제랑 다를 거 없으니까. 그렇게 속으로 자기합리화를 한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는 매우 기뻐하시며 그녀에게 찬합을 맡기고 가셨다. 저멀리 가시는 할머니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도 그녀의 일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전날과 같은 산책로였다.

가지런히 모은 손에 찬합이 든 종이봉투를 들고 걷다보니 어느새 사내의 집 근처까지 다다라있었다. 늘 이런 산책이었기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은 용건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 느낌이 달랐다. 불안, 비슷한 무언가일까. 괜한 생각은 말자며 고개를 작게 젓곤 앞을 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길 너머 보이는 그 집을 보고 오늘도 사내가 나와있지는 않을까 싶어 집 쪽을 바라보며 가까이 가고 있었다. 밖에 있다면 얼른 전해주고 가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터져있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새로 세워져있었네. 일단 이어둘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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