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없는 첫 만남이었다. 단지 '옆 반에 있는 그 애' 정도였을 뿐이었다. 점차 친해지면서도, 가끔 내가 '팔을 물어버리겠다!'라는 장난을 치면 그 아이는 '안 돼'라며 거절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었고, 그런 평범한 관계였다. 그 아이의 말마따나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던 관계. 하지만, 그래. 그 만월이 바꾸었다. '딱히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았을 관계'에 변화를 준 건 그 만월의 농간이었다.
만월의 나는 누가 봐도 이상했다. 하긴, 어떤 늑대나 양이 만월에 이상해지지 않겠냐마는. 아무튼 만월의 그 날에 만난 그 아이는 달콤하고, 또 어딘가 씁슬한 초콜릿 향을 풍겼다. 난 평소에도 초콜릿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만월에 그 아이를 처음 물었을 때 입안으로 풍긴 달콤한 향은 사라지지 않았다. 달이 떨어지고 다시 우리가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도, 그 향은 입 안 어딘가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 문득문득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처음엔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초콜릿을 먹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 라며 매점에서 먹은 초콜릿은 그때만큼 달콤하지 않았다. 나는 멍청해서, 그때도 '이젠 초콜릿이 질린 거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그렇게 넘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놀러 온 바다에서 그 예상은 산산이 깨어졌다. 달이 반만 떴더라도 바닷물에 비친 나머지 반과 합쳐져 만월이라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던 것인지. 바다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그 아이를 보며 입안에 남은 달콤한 초콜릿 향이 또다시 피어올랐다. 혼자 바다에서 서핑을 하면서도, 다른 친구들과 모래사장에서 물놀이를 하면서도. 시야 한구석에 눈에 잡히는 그 아이를 쫓게 된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에는 홀로 남아있는 그 아이에게 접근했다. 불순한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저 입안에 남아있는 이 초콜릿 향에 대해 물어볼 작정이었다. 그 아이를 물고 나서부터 풍겨왔던 향이니 혹시나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말을 걸고, 조금 컨디션이 나쁘다는 말에 손등을 대준 그 순간에, 입안에 초콜릿 향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너였구나. 내 안에 남아있던 건 초콜릿 향이 아니라 너의 한 조각이 남아 있던 거구나. 나는 그제야 수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헤어진 뒤에 느껴지는 이 초콜릿 향은, 어떻게 없애야 하는 걸까.
그 아이와 춤을 추던 날. 처음에 같이 손을 잡고, 춤을 시작했을 때까지는 좋았다. 초콜릿 향이 사라졌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갑작스럽게 다시 향이 피어올랐다. 왜지? 어째서? 아직 닿아있는데.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이 향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그 아이는 그런 것이 없어 보여서, 조금 불만이 일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에게, 만월의 그때처럼 다시 한번 나를 새기고 싶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 너도 계속해서 내가 생각날까, 내가 느끼는 것을 알게 될까. 무언의 시위와도 같았다.
하지만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기에,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 시간은 많다. 만약 정말로 내 응석 때문에 그 아이에게 내 향이 남는다고 생각했더니 조금 미안해지기도 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기지 않겠다는 건 아니야. 시간을 조금 뒤로 미뤘을 뿐. 기대하듯이 두근대는 마음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고 있던 때였다. 음료수를 고르는 도중에 내 얼굴에 닿은 그 아이의 입맞춤에,
뭐야. 완전 예쁜 독백이잖아! 걱정마라구! 저 독백의 레스 넘버는 내가 아주 잘 기억해뒀으니까! (진짜 나쁜 참치) 원래 사랑이라는 것이 다 그런거라고 생각해. 특별하게 무슨 계기가 있고 운명적인 그런 것은 소설과 만화 속에 존재하는 것이고 실상은 저런 작은 계기로 인해 두근거리고, 생각나고 마음에 남는게 아닐까 싶네.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예쁜 독백 잘 봤다!
>>879 이 하늘주의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그렇게 묻을 순 없어! 연호주! 어차피 아랑주 보라고 쓴 거잖아. (야) 그리고 일상 사정이 안되면 못 돌리고 그러는 거지. 무엇보다 커플 일상도 돌리는데 나랑도 돌려! 이러진 않는다! 일상 돌리다보면 언젠가 누군가와는 돌리지 않을까하고 예상하고 있어.
>>881 바쁘고 기력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야. 오늘 못 돌리면 내일 돌릴 수도 있고 내일도 못 돌리면 그 다음에 돌릴 수도 있겠지! 사실 요즘은 다 기력이 없고 그래보여서 일상 돌리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누구라도 이렇게 안 찾으면 정말로 분위기 확 쳐질 것 같으니.
그리고 어차피 아랑주가 오면 지금 이 대화를 보고 바로 정주행 들어갈테니 포기하라구. 껄껄껄껄껄.
>>882 역시 스레 초반기에 다들 불태우느라 지금은 휴식기에 접어든걸까요... :0 혹시 몰라요 이러다가 가을쯤 되면 다들 회복하고서 버닝 상태에 돌입할지도... (아님) 바다 이벤트도 이제는 5일정도 남았네요. 끝나기 전에 한명이라도 더 돌리고 끝낼것... (할 일 목록에 적기)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나지만 규리주나 비랑주가 정말로 일상을 못 돌린 분들이니 나보다는 역시 그쪽이 좀 더 우선시 되었으면 하는 것도 있네. 당장 비랑주 나 이외에는 돌린 사람 없기도 하고. 아마 선하주와 돌리다가 선하주가 시트를 내려서 캔슬되기도 했으니. 그리고 오늘만 해도 규리주 일상 구하고 있었던 것 같고 말이지. 일단 내 마지막 일상이 이벤트를 제외하면 규리주이니 조금 애매하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