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태를 하든 하의 방인 건 변함 없으니까. 쿠션더미에 파묻혀 있자니 어쩐지 졸음의 연장선이 꾸물꾸물 덮쳐오는 것 같아서, 눈을 꾹 감고 있었을 때. 닫힌 눈꺼풀에 비치는 빛이 일순 달라졌다. 어라? 눈을 뜨면 삽시간에 달라진 방의 풍경. 푸르른 녹음과 울창하게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 그래, 이건 마치... 숲 속에 누워있는 것 같은. 새슬의 눈이 일순 커졌다. 그렇게 한동안 놀란 눈치로 나무 그림자의 마디마디를 시선으로 따라 그렸다. 와아.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작은 감탄.
“....좋아해.”
이런 거. 나무, 숲, 햇살. 햇빛이 들이칠 리 없는데도, 내리쬐는 햇빛을 즐기듯 새슬이 살포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미 입꼬리에 소담하게 걸린 나른한 미소. 비록 풀이나 흙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지금 이 곳은 엄연한 숲 한 가운데였다. 적어도 새슬에겐 그랬다. 멍하니 방 어딘가를 바라보던 시선이, 곧 소년에게로 향했다. 그리곤 희미하게 눈웃음지으며 내뱉었다. 고마워, 하.
“있잖아, 언젠가는ㅡ 진짜 숲에 가 보자.”
햇살이 좋은 날에. 지금처럼 둘이 이렇게 누워서, 그 때는 따스한 햇살을 맞자. 거기까지 이야기하고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듯 천장 한 가운데만을 바라보던 새슬이 문득 제 옆에 드러누운 소년을 향해 돌아누웠다. 그대로 멀뚱히 소년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먼저 헤실거리며 웃을 것이다. 재미있겠지, 따위의 시답잖은 말을 재잘거리면서.
침대 위에서 꾸물꾸물 잠이 들려던 새슬의 옆으로 문하가 쿠션에 파묻혀왔다. 그는 쿠션을 몇 번 툭툭 쳐서, 그것을 두 사람이 좀더 기대기 좋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쿠션 더미에 기대어앉은 채로 문하는 자신의 어깨를 새슬의 어깨에 조심스레 기댔다. 기댄다고 해도 앉은키도 차이가 꽤 있어서, 문하의 어깨가 딱 새슬이 머리를 기대기 좋은 지점에 왔다.
"그래도 요즘은 몇몇 좋은 부분이 생겨서... 그걸 너랑 같이 느껴보고 싶었어."
하다가, 귓가에 울려온 좋아해, 라는 말에 문하는 새슬을 돌아보았다. 우연히도 문하가 새슬을 돌아다보는 것과 새슬이 그를 올려다보는 것은 동시였다. 평소의 무표정에서, 눈매가 아주 약간 더 크게 떠져 있다. 미세하지만 분명히 평소와는 다른.. 놀란 표정이다. 새슬이 띄엄띄엄 재잘거리는 말을 들으면서, 문하는 그 표정 그대로 새슬을 바라보며 눈을 몇 번 깜박였다. 헤실헤실 웃는 새슬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하는 눈을 감았다.
"날 데려가줘."
숲에 가보자, 하는 말에 문하는 다시 손을 내밀어서, 쿠션 위에 늘어져 있던 새슬의 손을 조심스레 쥐려 했다.
"나는 내 삶의 반경 밖에 있는 것들에는 익숙하지 않아. 그렇지만..."
문하는 눈을 다시 떴다. 그렇지만 새슬의 잠기운이 옮아온 걸까, 눈꺼풀이 조금 무거워 다 뜨지는 못하고 반쯤만 뜬 채로 그는 새슬을 바라보았다. 물기가 없어 빛이 머물지 못하는 새까만 눈동자에도 무드등이 드리워준 금색의 빛나는 점은 선명히 찍혀 있었다. 그리고 흐릿하게 비치는 미소짓는 새슬의 얼굴까지도.
"어디건 같이 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숲도 좋을 것 같고, 바다도, 계곡도, 시내도. 어디건."
문하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리모컨이 들려있는 반대쪽 손을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같이 있으면 여기라도 괜찮다고 생각해. ─영화라도 볼까? 아니면, 다른 뭔가 해보고 싶은 게 있어?"
일상을 보다보면 아. 이건 나오겠다 싶은 것이 있고 그 예상이 적중했을때 사람은 흐음! 하는 느낌을 갖게 되기 마련이지. 결론은 저녁에 팝콘을 가지고 오면 되려나? 물론 언제나처럼 답레를 쓰는 이가 부담을 느끼면 안되니 그 이상 말은 안하겠지만서도! 아무튼 내가 볼 땐 이걸로 누군가를 찌른 이는 다 나온 것 같은데 어떠려나. 리스트 보자마자 누가 누굴 찔렀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지만서도! (마스크 던지기)
슬혜의 여유 섞인 말에, 시아는 당연하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확실히 시아에게선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듯 서두르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앞에 있는 슬혜의 모습을 눈에 담아두기 바쁘지 않았을까.
" ...그래..? 왠지 조금은 자신이 생길지도.. "
시아는 슬혜의 칭찬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만 잘 맞았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못내 기쁜 모양이었다. 이래저래 이 위치에 이르기까지 몇년이나 걸렸나 생각해보면 시아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분명 기뻐할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인지 웃고 있는 시아의 눈에선 따스한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잊을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때도, 헤어진 후에도, 그리고 지금도 너를 좋아하는걸. 사랑하는걸. "
시아는 잊지않아줘서 고맙다는 슬혜의 말에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고, 이렇게 되지 않았더라도 분명 자신은 슬혜를 잊지 못했을거라고 답했다. 그만큼 자신에게 슬혜라는 존재는 크나 큰 존재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시아의 마음을 열어서 눈으로 슬혜에게 보여줄 순 없었으니까.
" 내가 더 사랑해... 앞으로도 더 사랑할거야. "
질 수 없었다. 이 마음의 크기는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슬혜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었다. 자신이 제일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키스를 해달라는 슬혜의 말에 시아는 망설임 없이 슬혜의 팔에 둘러 감싸안고는 입을 맞췄다. 다행히 모두들 각자의 파트너와 춤을 추는데 여념이 없기도 했고, 두사람이 서있는 곳은 외각이기도 해서 그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은체로 깊은 입맞춤을 나눈다.
잠시 떨어지는 것도 아쉽다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저 잠시 입술을 떼어내어 숨을 몰아쉴 뿐, 다시금 슬혜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얼마나 입을 맞췄을까, 노래는 서서히 끝이 나고 있었고 그제서야 시아는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현슬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연애_시뮬레이션_게임의_공략_캐릭터라면 -통상적인 플레이루트에서는 호감도가 특정치를 초과하면 에러, 페이크 엔딩으로 빠지지만 이벤트중 숨겨져있는 커맨드를 메인화면에서 입력하거나 디버그모드에서 제대로된 엔딩을 볼수 있는 캐릭터? 하지만 후자의 경우 정식루트가 아니므로 당신에겐 S엔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양아치의 매도를 온몸으로 느끼새오. 굳이 번거로운 캐릭터로 설정된 이유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자신을 신경써주고 있는지, 그저 수많은 공략캐릭터 중 하나로 치부할 뿐인지'에 따라서 마음을 여는 정도가 다르기 때무내... 디버그모드는... 그걸 찾아낸 것만으로도 노력이 보이니깐 뭥.
자캐의_이상형 -자신을 진심으로 위하고 대해주는 사람! 서로 부족한만큼 함께하는 것으로 성장할수 있는 사람! 그렇기 때문에 이미 완성된 캐릭터에겐 다가가는게 초콤 느려오...
들릴듯말듯 붙여낸 말일까, 당신의 부드러운 미소와 차분한 목소리에는 어느때부턴가 서두른다는 느낌이 전해지지 않았다. 단순히 따라간다기보다 함께하기로 한만큼, 이젠 서로가 어우러질 때도 되었으니 말이다. 그저 서로에게만 집중하듯, 마주보고 있는 눈이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금씩 자신감이 붙어가는 당신의 움직임, 그리고 그만큼 맞추어가려 했던 자신의 노력에서도 서로 맞아드는 것에 대한 기쁨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이런 고양감 없이 어떻게 지난 날을 보내왔는지가 의심스러울뿐일까? 당연하게도, 그녀또한 스스로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당신에 대해서 알아가는게 싫지 않은만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에도 흥미를 느끼고 있었기에,
"......"
언제 들어도 따스한 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여전히 잊지 않고 있었다는 것, 마음 또한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었다는 것, ...어쩌면 그렇기에 빠르게 무너져내린 벽이었을까? 아니면 굳게 걸어잠그고선 잊어버린줄 알았던 열쇠가 당신에게 있었던 것일까? 어느쪽이건 변함없는 마음이란 것은 그녀를 움직이게 만들기엔 충분했을 것이다. 잊으려 해도 쉽게 잊혀지지 않았던만큼, 어쩌면 잊고싶지 않다는 강한 욕망이 남은 기억들을 붙잡고 있었던만큼, 당신이 있었기에 포기하려던 마음이 더욱 강한 애정으로 바뀌었던 모양이다.
그저 단순한 욕망, 어쩌면 부탁이 조금 얹어졌을지도 모를 요구에 당신이 망설임없이 입을 맞춰오자 평범한 말들로는 표현하기 힘든 여러가지 기분이 한데 뒤섞이는 느낌이 들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검은색과 하얀색이 반복되는데도 전해져오는 감각만큼은 뚜렷하게 느낄수 있었기에 지금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 마주하고 있는 당신이 확실히 현실에 있는 사람이란걸 인지할수 있었다.
그럼 더이상 연기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이 무대가 단어 그대로의 무대로만 남아있을수 있는 걸까? 멀리떨어져서 자신을 구경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감정을 직접 부딪혀가며 즐길수 있는 현실로 변하는 걸까?
무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곧 안도감과 함께 다시금 새겨진 두 사람만의 약속을 기억해두고 잊지 않기로 하는 다짐으로 바뀌었다.
이젠 무대 앞에 선다고 해도 절대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테니까,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표현할수 있을테니까.
이제 그저 연기할뿐인 극에선 슬슬 내려올 시간이었다. 언제까지고 같은 곳에서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 전에는 없던, 스스로 내버렸던 파트너가 지금은 있으니까...
"전해졌어요... 그것도 아주 많이... 여지껏 이런 일은 없었다 생각될 정도로..."
잠깐의 심호흡마저 아쉽다는듯 거칠어져가던 숨결 뒤에도 반복되던 입맞춤은 노래가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조용히 떨어졌고, 천천히 떨어져나오며 들려오는 말에 그녀는 활짝 웃으며 한마디를 더 이어갔다.
노래의 끝부분, 행사의 마지막을 알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한 체 뜨겁고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던 시아는 눈 앞에서 빛이 나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슬혜의 말에 눈이 커진다. 여전히 방금 전까지 흘리던 눈물이 맺혀있던 시아의 눈은 한순간 커졌다가 천천히 곱게 휘어져가며 예쁜 미소를 지어보인다. 행사장의 조명의 빛이 비춰져 맺혀있던 눈물이 반짝였고, 두사람의 흔적으로 촉촉해진 자그마한 입술이 열리며 안도한 듯 부드럽게 풀어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 리드는 슬혜가 하고 있는거지. 이렇게 내가 입을 맞추게 만든 것도 결국은 슬혜니까 말이야. "
천천히 끝나가는 노래에 맞춰 슬혜의 옷자락을 자그마한 두손으로 꼭 쥔 체 서선 자그맣게 속삭인 시아는 살며시 이마를 맞댄다. 이마를 통해 열이 오른 자신을 알리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슬혜의 온기를 조금 더 느끼고 싶은 것인지 눈을 감은 체 천천히 달콤한 숨을 내쉬던 시아는 다시금 눈을 뜨곤 슬혜의 눈을 응시한다.
" 슬혜의 기억 속에 오늘 하루의 내가 오래도록 남아있을 수 있을까? "
조용히 질문을 던졌을 때, 행사의 종료를 알리듯 음악이 끝나는 것을 알아차리며 시아는 조용히 슬혜를 바라보았다. 물론 앞으로도 슬혜의 곁에 있을테니 슬혜의 머릿속에서 떠날리가 없겠지만, 이 기억이 아주 좋은 추억이 되어 오래도록 슬혜의 기억 속에 남길 바라는 모양이었다. 여러가지 모습으로, 슬혜에게 기억되어 사랑을 받는다면 그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테니까.
" 난 죽어도 오늘을 잊지 못할거야. 분명 앞으로 너와 함께 하면서 아름다운 추억들이 가득해지겠지만.. 그 추억 하나하나 사라지지 않고 모두 기억할테니까. 그 안에 담긴 수많은 모습들의 슬혜를 음미하고 그 달콤함에 젖어 행복해질거야. 그러니까 슬혜 역시 그랬으면 좋겠어. "
시아는 움켜쥐고 있던 옷을 조심스럽게 놓으며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그것이라고, 그런 것이 앞으로 두사람이 해나가야할 일이라고 말하는 듯한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