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고민하다가 답해보았다. 모르겠다고 하면 알려주겠지.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나는 잘 모르겠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네가 모르는 것처럼.
리드 맡긴다더니, ‘평소였다면 내가 리드하고 싶었겠지만’ 이라고 말한 것처럼. 원래 리드하는 것을 좋아하나? 아랑은 연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의문이 든 순간에 한 번 갸우뚱 고개를 기울였다가 바로 하고 스텝을 밟아나갔겠지.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그래서 네가 괜한 응석을 부리고 싶어졌다면.
나 지금 표정관리 못하고 있나? 양손이 잡혀있지 않았다면 제 얼굴을 한 번 더듬어봤을 테다. 그러나 아랑은 놓아준 대로 원래 계획했던 턴을 하고 돌아와.... 돌아와 양손을 잡아야 했을 터인데.
계획하지도 않게 허리를 붙잡혀 버렸다. 허리를 감고 있으니까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아랑은 놀라 눈을 깜박깜박거리면서도 시선을 피하진 않았다. 화연호 미쳤나봐... 전에도 했던 생각을 다시금 한다. 얜 왜 이렇게 적당한 거리감 조절이란 걸 모르는 사람 같을까?
응석 부려도 돼. 난 여기 있으니까.
“ ...네가 그러니까 내가 거리감 조절을 못하게 될 것 같잖아.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한데에, 만월의 그 날에 만난 게 문제였을까. 이 애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감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고, 나는...
빨려 들어갈 것처럼 쳐다보는 모습을 보며, 만월의 그때가 생각날 것 같다. 그때도 이렇게 쳐다봤던 거 같은데. 아랑은 왈츠의 스텝을 따라가는 게 조금 벅차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마, 리드하는 대로 흔들리고 이끌렸을 테지. 휘청였다면, 알아서 받쳐줄 거라고 믿고.
오히려 난 그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지.
“ ... ”
...아랑은 아마, 잠깐 울 것 같은 얼굴을 했을지도 모른다. 울지는 않고, 물기도 맺히지 않았지만. 두 손을 다시 맞잡고 포크댄스 같은 스텝을 다시 밟게 될 때까지. 애써 표정을 다잡아보려고 했지만, 순간순간 울 것 같은 표정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만큼, 나도 너에게 응석을 부릴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러면, 네가 너무 귀찮겠지.
“ 왜 내가 하고 있을 생각을, 네가 말로 내뱉는 거야아.... ”
울먹이듯 말했다만, 역시 울지는 않아. 울먹임 같은 말을 내뱉고 나서야, 아랑은 겨우 제 표정을 수습해 웃었다. 다만, 그게 평소와 같은 빵긋거림과는 달랐다. 위태롭고, 부서질 것 같지만, 그래도 환하고 반짝이는 것 같은. 천천히 부서져 내리는 설탕 같은 웃음.
“ ...부려 볼래? 그 응석이라는 거. ”
소심하게 중얼거리고 시선을 피했다. 다만, 약간 붉어진 볼을 하고서 한숨을 포로록 내쉬었을 것이다. “ 어떤 응석을 부릴지 조금은 미리 알아두고 싶어. ” 그래야 내가 각오를 하든 말든 할 거 아니니, 라고 아무리 봐도 각오가 덜 된 것 같은 얼굴로 다시 시선을 마주치며 말해왔다. 밝고 그늘진 부분을 번갈아 왔다갔다하는 걸음을 따라, 휘청거리는 것 같다고 조금 생각했다. 잠깐 달을 쳐다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쳐다본 달은, 그때처럼 만월이 아니고.
새슬주가 만든 거 보고 답레 쓰다 말고 TS양문하 만들어왔어... TS늑대문하와는 달리, 운동계가 아니라 신장 170센티미터 중반대에 모델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 표정은 사근사근한데 까고 보면 그야말로 복흑. 남들 대하는 모습은 상냥하고 자상하기 그지없지만, 늑대고 양이고 사람이고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이용가치가 있는 자원 정도로 봄. 문하네 어머니 축소판이라고 해도 좋을 거야.
>>470 보고 있자면, TS양문하와 거의 비슷하지만 '그래도 어디엔가는 진실된 사랑이라는 것이 있을 거야' 라고 믿고 있는 그냥 양문하가 잘못 물려서 크게 데이기 딱 좋은 캐릭터네.. ^o^
문하가 양이 되면 남녀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이용가치 있는 자원 정도로 보는 이유는, 문하네 어머니가 자식이 양이면 자식을 자신처럼 기르기로, 양다운 처세술을 모두 알려주기로 아주 굳게 결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아버지네 집이 아니라 어머니네 집에 살고 있을 거야.
>>473 양버전 연호가 저렇게.... 말도 안 나올 정도로 쩌는데 이 정도를 치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u"u ).oO( 고뇌! )
>>476 오ㅡ :0ㅡ 유새슬이 늑대가 되면 성격이 반전되는 이유는..... 비설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깊게 말할 순 없지마는욧 이런저런 사정이 있지만 늑대새슬은 깔끔하게 오랜 시간동안의 우쭈쭈로 극단적인 늑대우월주의자로 커 버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잇겟읍니다
문하가 생각하기에 그 방은 그저 조금 어수선한 은신처일 뿐이었지만, 관점을 조금만 달리해보면 그 은신처는 곧 문하라는 소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견뎌왔는지... 다른 이들에게서는 숨길 수 있어도 스스로에게만큼은 숨기지 못하는 외로움을 어떻게 견뎌왔는지에 대한 자료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술담배 같은 것에 손댄 흔적도 보이지 않고, 방에 보이는 것은 그저 여러 번 꺼내읽어본 흔적이 역력한 책들과, 타격부가 상당히 마모되어 있는 조그만 샌드백-펀칭볼-, 그리고 꽤 낡아있는 글러브. 데스크탑도 그렇게 하이스펙의 물건으로는 보이지 않아, 딱히 게임을 집중적으로 즐기는 것 같지도 않다. 그는 학생 권투선수로서 몇 차례 권위있는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었는데도 방 안에 트로피는커녕 메달이나 상장 하나 진열되어 있지 않다. 무언가 재미를 쫓는 것도 아니고, 명예를 쫓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지는 일들을 기계처럼 가축처럼 씹어삼키면서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을 뿐이다.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하고. 무언가 많기는 해도, 그것들은 모두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허물 같은 것들이었다.
"─글쎄. 다 별것 아닌걸."
그러나 드문드문, 그의 방에는 그런 삶의 태도와 상반되는 이색적인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새슬이 기다렸다는 듯이 파묻힌 침대 위의 쿠션더미도 그렇고, 자세히 바라보면 책상 한켠에 웬 까만 기타 케이스가 기대어져 있는 것도 보일 것이다. 그가 그의 삶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고 싶어서 발버둥친 흔적들이 그렇게 소소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하는 얼마 전부터 방에 이상한 물건들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정말 뭐가 많긴 하지... 쓸모없는 것들을 좀 치워야 되는데."
그는 붙박이장 위쪽 모서리에 설치되어 있던 무언가를 죽 끌어내려서 방바닥에 고정하고... 방에 있는 전원 스위치에 손을 올렸다. 잠깐 불이 꺼지나 싶더니... 방 안에 불빛이 돌아왔다.
삭막하던 콘크리트 방 안이 한가득 녹색 섞인 노란색이 우거진 숲속의 풍경으로 변했다. 나무를 연상케 하는 그림자들이 한가득 사방에 드리워져 있고, 붙박이장이 있던 한 쪽 벽면은 숲 속 풍경으로 한가득 뒤덮여 있었다. 숲속 풍경이 인쇄된 태피스트리에 발광 패널 같은 것을 써서 스스로 빛을 내도록 해놓은 모양이다. 아까 책상 위에 해파리처럼 매달려있던 그것이 요정의 호롱마냥 불을 밝히고 있었고, 그 이상한 나뭇가지들이 방 전체에 나뭇가지 모양 그림자를 던지고 있었다.
"네가 이런 걸 좋아해줄지 모르겠네."
문하가 가장 최근에 모색한 변화의 흔적이었다. 잊지 못할 어느 비오는 날 정자에서의 그 풍경을 기억하며, 다음번에는 좀더 안락하고 편한 환경에서 서로에게 기대어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터무니없는 희망을 그려보며 모은 것들. 문하는 탁자 위에 놓여있던 리모콘을 거머쥐고는, 침대 위로 올라와 쿠션에 파묻혀있던 새슬의 옆에 풀썩 드러누웠다.
아랑에게 이것이 명쾌한 해답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는 최대한 자신이 받는 느낌을 전달하려 했다. 원래 추상적인 것이었다. 명쾌한 정답은 어디에도 없겠지.
" 그리고 랑. 네가 날 보면서 웃어주는 모습이. "
" 난 따뜻하다고 느꼈어. "
그래서 그는 그녀가 따뜻함을 내뿜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캠프파이어의 온기에 녹아든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하려 정 반대에 위치한 따뜻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춤은 이제 거의 그가 리드하는 것 처럼 되었다. 이걸 의도하진 않았는데. 그는 처음에 말한 것처럼 아랑에게 리드받으며 춤을 즐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밤하늘에 뜬 달은 꼭 만월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마음에 장난치는 재주가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와 그녀가 늑대와 양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허리를 감싸자 아랑이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선이 피해지지 않아서, 그도 질세라 그녀와 계속해서 시선을 주고받았다.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의 붉은색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빠져나온 귀가 조금 붉은빛을 띄우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그렇다면 너와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감은, 어느 정도야? "
그것은 아랑에게 묻는 것이기도 했고, 연호 자신에게 묻는 것이기도 했다. 적당한 거리감이란 물론 필요하다.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그 만월의 밤에서부터 지나온 시간에 대한 그들의 적당한 거리감이란 얼마가 되어야 적절한 것일까? 그는 답을 알아내지 못했다.
잠깐의 왈츠는 나쁘지 않았다. 왈츠를 모르는 연호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랑은 도중에 조금 벅차보였는데, 연호는 그것을 알아채고서 속도를 늦추고 재빨리 포크댄스로 돌아왔다. 이럴때 만큼은 자신의 신체능력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왈츠에서 포크댄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보인 아랑의 표정은, 그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본인이 말실수를 하진 않았는지,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했는지. 하지만 다음 순간에 이어진 아랑의 말과, 그녀의 부서질 것 같은 환한 웃음에. 그는 고민하던 것들을 통째로 잊어버렸다. 그녀가 말한것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 그건 아마, 우리의 생각이 똑같기 때문이겠지. "
그렇지 않고서야, 아랑이 하고있을 생각을 연호가 입으로 내뱉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이순간, 그와 그녀는 같은 생각을 하고있다고 해도 좋은 것일까.
" 그렇다면... "
응석을 부려보라는 말에, 그는 스텝을 조금씩 천천히 밟다가 멈추려 했다. 하지만 아랑이 계속해서 스텝을 밟아나간다면 다시 발을 움직여 리듬을 탈테다.
" 랑. 너를 안고싶어. 너에게 안기고 싶고, 네 손으로 내 머리를 쓸어줬으면 좋겠어. "
" 그리고. "
그 다음의 말은 그에게 용기가 필요한 말이었다. 그래서, 조금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시간이 멈춘 것 처럼 입을 다물고 있어서야 이야기는 진행될 수 없다. 침묵한다고 진행되는 것은 없었다.
그는 아랑과 맞잡고있는 양 손중에 한 손을 놓고, 검지손가락으로 아랑의 얼굴에 한 부위씩 짚으려 했다. 그 자리란 이마와, 콧등과, 볼. 달이 높게 뜬 어느날 밤에 그가 입을 맞추었던, 그 자리를 그때 그 순서대로 짚어내었다.
" 여기에 한번 더 나를 새기고 싶어. "
이제는 귀에서 볼로 번진 붉은색이 들킬까봐, 그도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지만 아랑의 시점에서 그것이 숨겨질 리는 없었다. 고개를 돌리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았으니까.
" 이게 내 응석이야. "
말을 마치고서 그는 그녀가 피할 간극을 주고 천천히, 느릿하게 그녀에게로 한걸음 더 다가가 안으려 했다.
" 너도, 나한테 응석 부릴거야? "
그렇다면 너는 어떤 응석인지 말하지 않고 부려도 돼. 자그마한 음성이 밤바다의 허공으로 흩어졌다. 긴장한 듯한 그의 심장소리가 쿵, 쿵, 하고 그녀에게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형태를 하든 하의 방인 건 변함 없으니까. 쿠션더미에 파묻혀 있자니 어쩐지 졸음의 연장선이 꾸물꾸물 덮쳐오는 것 같아서, 눈을 꾹 감고 있었을 때. 닫힌 눈꺼풀에 비치는 빛이 일순 달라졌다. 어라? 눈을 뜨면 삽시간에 달라진 방의 풍경. 푸르른 녹음과 울창하게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 그래, 이건 마치... 숲 속에 누워있는 것 같은. 새슬의 눈이 일순 커졌다. 그렇게 한동안 놀란 눈치로 나무 그림자의 마디마디를 시선으로 따라 그렸다. 와아.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작은 감탄.
“....좋아해.”
이런 거. 나무, 숲, 햇살. 햇빛이 들이칠 리 없는데도, 내리쬐는 햇빛을 즐기듯 새슬이 살포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미 입꼬리에 소담하게 걸린 나른한 미소. 비록 풀이나 흙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지금 이 곳은 엄연한 숲 한 가운데였다. 적어도 새슬에겐 그랬다. 멍하니 방 어딘가를 바라보던 시선이, 곧 소년에게로 향했다. 그리곤 희미하게 눈웃음지으며 내뱉었다. 고마워, 하.
“있잖아, 언젠가는ㅡ 진짜 숲에 가 보자.”
햇살이 좋은 날에. 지금처럼 둘이 이렇게 누워서, 그 때는 따스한 햇살을 맞자. 거기까지 이야기하고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듯 천장 한 가운데만을 바라보던 새슬이 문득 제 옆에 드러누운 소년을 향해 돌아누웠다. 그대로 멀뚱히 소년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먼저 헤실거리며 웃을 것이다. 재미있겠지, 따위의 시답잖은 말을 재잘거리면서.
침대 위에서 꾸물꾸물 잠이 들려던 새슬의 옆으로 문하가 쿠션에 파묻혀왔다. 그는 쿠션을 몇 번 툭툭 쳐서, 그것을 두 사람이 좀더 기대기 좋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쿠션 더미에 기대어앉은 채로 문하는 자신의 어깨를 새슬의 어깨에 조심스레 기댔다. 기댄다고 해도 앉은키도 차이가 꽤 있어서, 문하의 어깨가 딱 새슬이 머리를 기대기 좋은 지점에 왔다.
"그래도 요즘은 몇몇 좋은 부분이 생겨서... 그걸 너랑 같이 느껴보고 싶었어."
하다가, 귓가에 울려온 좋아해, 라는 말에 문하는 새슬을 돌아보았다. 우연히도 문하가 새슬을 돌아다보는 것과 새슬이 그를 올려다보는 것은 동시였다. 평소의 무표정에서, 눈매가 아주 약간 더 크게 떠져 있다. 미세하지만 분명히 평소와는 다른.. 놀란 표정이다. 새슬이 띄엄띄엄 재잘거리는 말을 들으면서, 문하는 그 표정 그대로 새슬을 바라보며 눈을 몇 번 깜박였다. 헤실헤실 웃는 새슬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하는 눈을 감았다.
"날 데려가줘."
숲에 가보자, 하는 말에 문하는 다시 손을 내밀어서, 쿠션 위에 늘어져 있던 새슬의 손을 조심스레 쥐려 했다.
"나는 내 삶의 반경 밖에 있는 것들에는 익숙하지 않아. 그렇지만..."
문하는 눈을 다시 떴다. 그렇지만 새슬의 잠기운이 옮아온 걸까, 눈꺼풀이 조금 무거워 다 뜨지는 못하고 반쯤만 뜬 채로 그는 새슬을 바라보았다. 물기가 없어 빛이 머물지 못하는 새까만 눈동자에도 무드등이 드리워준 금색의 빛나는 점은 선명히 찍혀 있었다. 그리고 흐릿하게 비치는 미소짓는 새슬의 얼굴까지도.
"어디건 같이 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숲도 좋을 것 같고, 바다도, 계곡도, 시내도. 어디건."
문하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리모컨이 들려있는 반대쪽 손을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같이 있으면 여기라도 괜찮다고 생각해. ─영화라도 볼까? 아니면, 다른 뭔가 해보고 싶은 게 있어?"
일상을 보다보면 아. 이건 나오겠다 싶은 것이 있고 그 예상이 적중했을때 사람은 흐음! 하는 느낌을 갖게 되기 마련이지. 결론은 저녁에 팝콘을 가지고 오면 되려나? 물론 언제나처럼 답레를 쓰는 이가 부담을 느끼면 안되니 그 이상 말은 안하겠지만서도! 아무튼 내가 볼 땐 이걸로 누군가를 찌른 이는 다 나온 것 같은데 어떠려나. 리스트 보자마자 누가 누굴 찔렀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지만서도! (마스크 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