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혼란스런 세상에서도 어떻게든 삶을 연장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독려하던 우리에게 다가온 변화는 급작스러웠다. 옆에 있던 사람들의 손에서 불이 나가고, 예순 먹은 할망구가 갑자기 젊어져선 괴력을 뽐낸다고 생각해봐라. 그리곤 나도 다친 팔이 멀쩡해지고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어느 언어를 내뱉어서 커다란 얼음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까?
빈센트는 같은 반 사람 아니냐는 반문을 듣고 나서야, 상대가 특별반의 마츠시타 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확신이 드니까, 빈센트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더 잘 기억났다. 상대는 베로니카와 비슷한 암살자 계열에 미인이지만, 미치지 않았고, 분위기가 많이 다르고, 다른 건 몰라도 전투에서는 베로니카보다 훨씬 신용할 만한 인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제 보니, 붉은 눈도 닮았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자신이 눈 앞의 마츠시타 린이 아닌, 자신의 머리 속의 마츠시타 린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위화감이 들어서 고개를 젓고, 린을 똑바로 보았다.
"...저도 반갑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했던 말은 약간 장난이었다는 듯한 미소에, 빈센트도 미소로 화답한다. 확실히 요즘 특별반에 많은 이들이 들어왔지만 빈센트는 그들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심하면, 몇번 말도 안 섞어본 이들이랑 모의전도 함께하지 않았는가. 자신이 요즘 너무 바쁘게, 그리고 무의미하게 살았다고 생각한 빈센트는 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첫 대화인데, 날씨가 좋으니 더 좋군요. 구름은 없고, 날은 5월치고 시원하고. 그렇지 않습니까?"
빈센트는 날씨 이야기를 꺼내고, 자신의 색을 더했다.
"이런 날씨가 좋습니다. 제가 불을 지피면, 무언가 불타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는 날씨니까요." .//3 늦어서 죄송합니다;;; 스레드 종료라는 변수를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막 기숙사에 입주할 때 주강산에게 주의할 사항을 몇 가지 들었고 그 중 굉장히 신중하게 전달했던 정보가 저 사람에 관한 것이었어.' 정확히는 앞에 선 남자가 아니라 그의 연인(들은바에 의하면)에 관한 정보였다. 긴 금발에 붉은 눈, 더 알아본 바로는 저와 같은 암살자 계열에 피에 대한 광적인 도착 증세가 있다 한다. 그러한 증세의 원인은 대부분 남자의 경우 전투로 얻은 ptsd거나 혹은 폭력범죄의 피해자가 된 경우. 여자일 경우는 다른 경우도 포함이 되지만, 자연스럽게 꼬리를 물고 아는 정보를 줄줄이 속으로 나열해 보지만 그 이상의 생각은 그리 하고 싶지 않으며 실례가 될 것 같아 멈춘다.
"그래도 제게 먼저 물어보셨으니, 아주 심한 증상은 아닌 것처럼 보이와요."
여태껏 웃으며 등장했듯이 큰 미동 없이 미소 짓는 얼굴로 장난스럽게 받아친다. 성격 더러운 각성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실력행사를 방해했다며 괜한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없다 할 수 없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꽤나 예의바른 반응이다. 아이들 앞에서 불꽃으로 해골을 그려넣는 것을 보아서는 아주 성격이 없다 할 수도 없으니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을 다루다가 저리 된 걸까 아니면 예의바른 모습은 겉치레고 모습을 드러내기 전 그 장난질이 본모습일까. 오래 익은 습관이 버릇이 되어 눈 앞에 선 사람을 분석하며 자신은 미소와 동요없는 표정이라는 두터운 가면속에 감춘다.
"그렇사와요. 운동하기도 좋고 심심한 아이들이 불장난을 하기도 좋은 날씨와요. 굳이 어린아이가 아니더라도 그래 보이고요. 더하여 첫 대화를 하기도 나쁘지 않은 봄날이와요."
적당히 장난을 덧붙여 대화에 응하다 상대가 말하는 취향에 눈을 천천히 깜박인다.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참으로 묘한 말이다 확실한 것은 상대가 불 능력자라는 것.
"소녀의 관념과는 사뭇 다른 얘기와요. 오히려 공격하기에 유리한 안개낀, 잘 눈에 띄지 않은 날씨가 좋지 않사와요? 그렇지 않다면 자연발화가 자주 일어나는 맑지만 메마른 날씨라던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내며 묻는다. 한때 청명한 날씨를 좋아했지만 어느새 막막하게 안개 낀 날씨에 안심하는 저 자신을 자각하게 된 날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