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해주고 싶은 말도 바로 그거야. 슬혜도 내겐 한점 부족한 점 없이, 오히려 차고 넘치는 사람이니까.. 부탁이든 요구든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 그러니까 슬혜도 참지 말고, 그저 마음 한켠에 담아두지 말고 내게 말해줘.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때도 있는 법이니까.. 그때는 그냥 망설이지 말고 말해줘. "
자신을 안전히 받혀준 체 미소를 지어보이는 슬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아 역시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은 체 속삭였다. 언제나 그랬다. 슬혜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 들어주고 싶었고, 뭐든 이뤄주고 싶었다. 이번에는 꼭 슬혜가 자신에게 말해주길 바랬다. 자신은 그걸 들어주고 이뤄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오늘 춤을 출 때는 날 이끌어 줘야해. 알다시피 나 몸 쓰는 건 잘 못하니까.. 부끄러울거야. 그래도 슬혜랑 즐길 수 있다면 부끄러워도 괜찮아. 그리고 슬혜가 이끌어주면 부끄럽지 않을거야. 슬혜가 이끌어주는 길은 내게 그 무엇보다도 빛나는 길이니까. "
일렁이는 파도속에서 서로의 몸을 맞댄 체, 자그맣게 속삭이는 두사람. 시아는 그렇게 사랑스러워 하는 듯한 부드러운 눈빛으로 슬혜를 응시하다 어리광을 부리듯 슬혜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대곤 비비적거린다. 어리광을 부리듯 몇초간 그렇게 이마를 맞대던 시아는 베시시 미소를 지어보인다.
" 있잖아, 그대야. 얼마나 입 맞추고 싶어? "
장난스럽게 두팔을 슬혜의 목에 걸어 감싸안은 시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말한다. 입술을 혀 끝으로 훑어 촉촉하게 만드는 것은 슬혜의 기대에 열심히 보답하겠다는 듯한 준비자세 같았다. 이따금 밀려오는 파도는 두사람의 등을 떠미는 것처럼 조금 더 밀착하게 만들었고, 그럴수록 서로의 온기가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여긴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해줄래, 그대야? "
처음에는 의문문, 그리고 마지막에는 슬혜의 입맞춤을 바란다는 듯 부탁을 해오는 시아는 슬혜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눈을 떼지 않은 체 천천히 숨을 뱉어냈다. 마치 둘만 존재하는 어딘가의 세상에 있는 것처럼.
아마 비랑의 손에는 하늘이의 손가락에 딱지처럼 붙어있는 굳은 살이 가득 느껴졌을 것이다. 빈말이라도 절대로 곱다고는 못하는 손이었고 손가락을 잘 만져보면 살짝 휜 느낌이 드는 것도 아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간지러운지 하늘은 크게 말은 하지 않았으나 정말로 작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못나지 않아. 춤을 추던 이들이 많이 빠진 지금, 그리고 이전부터 계속 춤을 추던 이들이 쉬고 있을 지금 이 순간, 이 곳의 스포트라이트는 우리 둘에게 향할테니까. 우리 둘이 주인공이고 우리 둘이 룰이야. 무대는 오로지 무대의 주인공이야. 피아노건, 춤이건 말이야."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는 것은 그 누구보다 익숙했기에 하늘은 태연하게 대처하며, 발 쪽을 쳐다보는 비랑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으며 그에게 이야기했다.
"스탭은 내가 맞출테니까 앞을 바라봐. 아래를 바라보면 괜히 더 헤깔리니까.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돼. 잘 하려고 할 필요 없어. 경연도 아니고, 대회장도 아니야. 그저 우리 둘을 위한 무대가 있을 뿐이니까. 즐겁게 즐기다가 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우리는 남고생이고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해도 이해받을 수 있는 나이 아니겠어?"
침착하게 이야기를 하며 하늘은 조심스럽게 비랑의 등을 팔로 받쳐주려고 하다 살며시 팔을 풀며 원을 그리면서 이동하는 스탭을 유도했다. 그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방식이니 그리 어렵지는 않겠으나, 비랑이 다치지 않도록 나름 속도를 줄여나갔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하늘의 시선은 한번씩 잡은 손으로 향했다. 크게 피곤한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다. 이 감각은 대체 뭘까 생각을 하며 하늘은 가만히 머리를 굴렸다. 이어 하늘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운동신경은 참 좋아. 닿아 있는 손을 놓치지 않고 휘리릭 몸을 돌려 내려오는 모습을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바라보았다.
“ 목소리 들으면 알지이. ”
스파이더맨은 목소리 변조라도 하잖아. (아마도)
“ ...어디서 그런 작업멘트를 배워온거니이? ”
애가 어디서 이런 구식 작업 멘트를 배워왔을까, 생각하던 찰나였다. 연호가 잡고 있던 손을 올려 손등 위에 키스하는 시늉을 했다. ...진짜 어디서 배워온 거지? 아랑이 잠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 It's a coincidence. ”
유창한 발음으로 대답한 아랑이 연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Ich bin immer schön. ’ 이라고 덧붙이면 이번엔 연호 쪽이 당황했을까... 싶지만, 그냥 마음속으로만 말하고 말았다. (뜻은 알지만 발음.. 영어만큼 자신 있는 편도 아니었고.) 저 말을 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웃어주는 건 우리 가족 정도겠지 싶어서.
팔을 물어도 될까? 쪽도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어디서 배워온 건지 모를 말로 사람을 당황시킨다. 당황한 티를 안 내는 것도 이제는 살짝 익숙해져가.
잡은 손을 부드럽게 이끌려 했을 때 아랑은 그 자리에 멈춰 서 조금 힘주어 연호의 손을 당기고 고개를 두어번 저어보였을 것이다. 그쪽으로 가기 싫어.
“ 나 오늘은 한갓진 곳에 있고 싶은 기분. 괜찮다면 여기서 춤추자. ”
평소처럼 별사탕이 굴러다니는 것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애교 어린 기색 없이 약간 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 아랑은 희미하게 미소했을 것이다.
저거 금아랑의 농담이구요... <:3 영어로 하면 다들 금방 해석하실 거 같아서 독일어로 적어봤어요.... :D 독일어...인데, 독일 가족 여행갈때 독일어 책자 떠들어보면서 금아랑 기억에 남았던 문구겠죠 뭐... <:3 (그때의 금아랑 (마음 속) : 와, 되게 공주병 같은 발언이다. ㅎㅁㅎ) (어떻게 보면 자신감 넘쳐 보이는 멘트라 조금 부럽네에.)
여러분 안녕 안녕.......... ㅇ<-< 크압... 또 뻗어 있다가 잠이 안 들면 또 기어올게요... 다들 굿 포크댄스... ㅇ.<
무언가에 맞춰서 조금 휜 손가락과 껍질처럼 싸고 있는 굳은 살은 어디론가 뻗어나가는 나뭇가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교과서에 실린 감상문의 주인공이라면 분명 어떤 숭고함을 느꼈겠지만, 비랑은 그런 감정을 느끼진 않습니다. 다만 손에 전해지는 감각을 느낄 뿐입니다. 아, 이 아이는 노력했구나. 손가락을 간질여 내게 한 작은 웃음소리를 듣고, 그 감상에 약간의 장난기가 어립니다.
"잠깐만, 다 보고 있는 데서 실수하면 나라도 좀 부끄러운데?!"
비랑은... 평범하지요.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 이미 쉬고 있는 사람들의 많은 시선을 받는 건 익숙한 일이 아닙니다. 보는 사람들에게 볼만한 구경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라는 감정도 자그마히 있지만 당황이 더 크죠. 홀로라면 아예 망가지는 걸 보여준다는 것도 있지만, 페어가 있는데 그럴 수도 없는 겁니다.
"뭐, 그것도 그렇긴 하지만."
본인들이 즐겨야 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그런 것쯤 비랑은 알고 있습니다. 어리지만은 않으니까요. 파릇함을 떠올리게 하는 하늘이의 말을 들으며 그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랑이 본 적 없는 경연장이나 대회장에서 연주하는 모습도 하늘이의 일부겠지만, 비랑이 본 하늘이는─원하는 것을 연주하고 있었으니까요. 사람이 있든 없든 하늘이 바라는 대로 연주할 수 있는 모든 곳은 그의 무대였던 걸까요. 무엇을 하든 괜찮으니 바라는 대로 펼칠 수 있는 무대.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끼리 노는 데 형식을 차리지 않는 것처럼, 어떤 춤의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요. 받쳐 주면 받쳐 주는 대로, 하늘이가 밀치지도 않으니 급하게 내딛을 필요 없이 느긋하게 흐름을 따라가려 합니다. 성별이 같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지만, 왠지 상대가 여자였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컨디션? 음, 이젠 안 졸려. 많이 좋은 거 같아."
밖에서 잠깐 잠들었다 깨면 피곤할 때가 많은데, 어째선지 지금은 그렇게 피곤하진 않네요. 학교로 따지면 2-3교시? 아직 잠이 덜 깨서 졸린 1교시가 지나고 눈은 말똥하고 정신은 깨끗해졌을 아침과 점심 사이 같은 기분.
>>742 그래도 1일 2레스는 달성했어요... ㅇ>-< (흐느적) ㅋㅋㅋㅋㅋㅋㅋㅋ Ich 보고 바로 외국어란 거 아신 게 대단한걸요 >:D 금아랑이 영어 아닌 외국어 해도... 금아랑주가 tmi로 무슨 뜻인지 다 적어줄텐데요 뭐... 근데 적고나서 걍.. "" 처리해서 말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호 독일어는 아마 모르겠지 >:D
>>745 (뭔느낌인지 알겠다...) 우리 같이... 오늘은 밤에 잠들어봐요.... (라고 새벽 3시 넘어서 잠들었던 아랑주가 말했다) 이상하게... 지금 기운이 없고, 이상하게... 12시 넘어서 살짝 없는 기력이 살짝 솟아나는 기분... 을 새벽 감성이라고 하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그게 상대에게 민폐라면 그것을 하늘은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크게 피해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은 자기 자신 역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와 동일했다. 두개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그것은 내로남불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춤을 이어가며, 스탭을 밟아가며 때로는 그에게 자신의 움직임을 맞춰가며, 혹은 자신의 움직임에 그를 맞추게 하며. 형식은 없었고, 여러 동작이 섞였을지도 모르지만 그것 역시 하늘에게 있어선 춤이었다. 물론 비랑에게 조금 부담스러울까. 그것이 오로지 걱정이었고 최대한 리듬을 유지하려고 하며 하늘은 비랑의 물음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래? 다행이네. 음. 조금 피곤할지도 모르겠네. 몇 시간씩 연주를 하다보면 가끔은 이럴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괜찮아. 정말로 힘들때와 비교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자신은 피곤하고, 상대는 많이 좋은 것 같다. 그것을 들으며 하늘은 대답을 마치며 비랑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뭔가를 생각하듯, 뭔가를 떠올리듯. 곧 흘러나오는 것은 하늘의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미소였다. 그 직후 하늘은 자신의 몸을 턴으로 돌리며 균형을 맞춰 다시 제대로 선 후에 비랑을 다시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컨디션이 좋다면 마지막까지 즐겁게 놀아보자. 우리 둘이 함께 만족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음에는 정말로 네가 바라고 춤을 추고 싶은 이와 즐길 수 있도록 오늘 일을 경험삼아보자고."
자신과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는 그. 반 친구 중에선 소꿉친구인 그 아이를 제외하고서 하늘이 가장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ㅡ물론 비랑은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하늘이 그렇다는 것이기에. ㅡ 존재를 빤히 바라보면서 하늘은 미소를 지었다.
아.그리고 일단 설정상 하늘이와 비랑이의 춤은 거의 끝자락에 새로 난입해서 춘 거니까 혹시나 봤다는 설정을 달고 싶다면 비랑주의 허락이 있다면 봤다고 처리해도 상관없다고 생각이 드네. 가장 중요한건 비랑주의 허락이니 밑줄 짝! 물론 모르는 이가 그때 봤어. 라고 해도 하늘이는 누구세요? 밖엔 할 말이 없지만. (야)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들려오는 말. 하지만 그 안엔 무언가 모를 진지함과 확신이 어려있었다고, 그녀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아니라고 하기엔 당신의 말은 지극히도 감성적이었고, 자신 또한 참고 있었다는걸 알아주었으니까...
"...역시, 포기하지 않길 잘했네요. 그때 그냥 지나쳐버릴 인연 정도라고 생각했다면, 아마 저는 또 다시 허송세월을 보냈겠죠. 어쩌면 그래서, 조금은 무리해서라도 그대야를 잡으려 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알수 없는 감정이 마음을 간질이는데도 그것이 눈물로 나오진 않았다. 어떻게 된건지는 몰라도 웃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던게 우는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어차피 당신을 안고 있는 때엔 슬픔보다 기쁨이 더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그저 웃어보일 뿐이었다. 가식은 담지 않은채, 가볍게 떨리는 눈썹조차 연기하는 것 없이.
"물론이죠. 천천히, 부드럽게 흘러갈테니까요?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드물고, 저도 의외로 몸치였으니까요~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부끄럽다는 감정은 전혀 나쁜게 아니니까요. 그것 또한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일뿐..."
아주 천천히, 다시금 몸이 일으켜지는 것조차도 스스로가 느끼지 못할만큼 서서히 움직였던 그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당신이 어리광을 부리듯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부비적거리자 작은 웃음을 유지한 채 들려온 대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선 하루종일 하고 싶지만~ 그러다간 다리가 소금에 절여질거 같고, 글쎄요? 앞으로 6시간동안은 얌전히 참을수 있을만큼만 할까요?"
물론 시간 같은건 어디까지나 농담이었다. 장난스레 두 팔로 목을 끌어안는 모습이나 혀끝으로 훑어낸 입술이 약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는 것처럼 준비만반인 당신을 보자니 정말 해가 질때까지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지 몰랐다. 그래도 그걸 굳이 정하기엔 그녀는 그정도로 기계마냥 치밀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Tentu saja..."
의문으로 시작해 부탁으로 끝을 맺은 당신의 말에 들릴듯말듯 무어라 속삭이며 가볍게 서로의 입술을 포개었다. 하라면 몇시간이고 그럴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당신에게 무리가 안될 정도로 아주 살짝 넘은 경계에서 움직일 뿐이었다.
으응ㅡ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해인이 말 들을게. 아쉽지만 미련 따위는 금방 털어낸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나중에는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ㅡ. 같이 해 줄래? 머릿속에 피어나는 엉뚱한 생각들을 한 데 고이 모았다. 모래로 된 커다란 담이나, 뾰족한 지붕 같은 것들을. 그걸 모두 짓고 나면 시간이 얼마나 지나 있을까? 흠. 사뭇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는 체를 한다.
잠시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더니ㅡ 어디론가 떠났다 돌아오는 해인의 손에는 양동이가 들려 있었다. 웬 양동이? 바닷물이라도 담아 옮겨 둘 생각인가 싶어, 새슬이 멀뚱한 눈으로 그것과 해인을 번갈아 주시했다. 물은 커녕 모래를 가득 채울 것이라는 이어진 말에 갸웃한 얼굴을 하기는 했으나, 어쨌든 새슬은 해인을 따라하기로 했다. 그렇게 채워진 양동이가 다시 뒤집히고, 안에 들어있던 것이 나타났을 때. 우와ㅡ :ㅁㅡ 새슬이 다시 한 번 탄성을 내질렀다.
“헤ㅡ 그런 데 이런 걸 알고 있는 거야?”
해인이는 대단하네ㅡ! 똑같은 말의 반복. 그런데 이제 아까보다 조금 더 크고 조금더 감정이 담긴.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하나. 새슬의 손길이 한참 모래더미에는 닿지 못한 채 서성거렸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모서리를 아주 조금 깎아내렸다. 사르륵. 뭉쳐져 있던 모래가 힘을 잃고 부서져내리는 소리. 금새 새슬의 입꼬리에 즐거운 웃음이 걸리고, 내뻗는 손길이 조금 더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잠깐을 이리저리 손을 대어 다듬어 보더니, 새슬이 입을 열었다.
“있잖아ㅡ. 어떤 형태가 좋을까.”
콜ㅡ해인이가 도와 준 거니까, 이왕이면 같이 만들자. 이거. 모래더미에 머무르던 눈은 어느새 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ㅡ맞아. 너랑, 나. 둘 뿐. 어쩐지 계속 이대로 있어도 좋을 것 같다고, 어렴풋한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지났다. 빠르게 돌아가야 할 주변 풍경이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보이는 것만 같았을 때. 여러 가지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를 테면 어둑해진 수평선,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총총별과ㅡ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물결 같은 것들. 그러나 그 종착지에 무엇이 있을 지도 모른 채.
눈이, 마주쳤다.
이제까지 수도 없이 맞춰 온 눈동자였으나, 달빛과 함께 제 얼굴이 맺힌 검은 눈동자를 보았을 때. 새슬의 숨이 고요하게 멎었다. 사고의 정지. 이상한 기분. 그래, 새슬이 지금까지 느꼈던 것 중 가장 기묘하고도 희한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밀어내고 싶지는 않은 그런 것. 발걸음이 멎었다. 이제 옷자락을 퍼뜨리는 건 파도소리와 함께 밀려온 바닷바람 뿐이었다. 내 눈에도 똑같이 비추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을 즈음엔 뺨이 홧홧한 감각이 이는 것도 같았다. 숨이 차서? 신이 나서? 어쩌면 그 뿐만은 아닐지도 몰라.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멍한 시선 끝에서 춤추며 맴돌았다. 여전히 멈춘 머릿속으로는 그것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상하게 쑥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새슬이 문하의 손을 조심스레 붙잡아 올려 뺨에 대었다. 붉은 기운을 가려 보려는 의도였을까. 이미 실패한 것 같기는 하지만서도. 소년의 손목에 희미하게 남은 무언가를 눈을 내리깔아 조용히 바라보다가ㅡ 그대로 눈을 감고, 기분 탓인지 조금 거칠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는 것 같은 그것을 가만히 붙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