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이는 당당한 태도, 본래 애정이나 열정은 상대방에게 지기 싫도록 설정되어있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었다. 그렇기에 당신이 그녀에게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고, 그녀 또한 그러하겠지.
하지만 그 계획 어딘가에 플랜 B를 세워두진 않았는지 빠르게 뒤쫒은 자신을 보며 당황하는 당신이 보였다. 어색한 미소와 함께 항복하겠단 제스처를 취하며 뒷걸음질을 치려던 찰나, 반대방향에서 밀려도는 파도에 도리어 이쪽으로 몸이 쏠려 코앞까지 와버리게 된 모습을 보며 그녀는 살갑게 웃어보였다.
"글쎄요~? 제가 빠른걸지, 아니면 바다가 그대야를 밀어낸 건지 모르겠단 말이죠~"
그리 깊진 않았지만 확실히 잔잔한 파도에도 영향을 받을만한 깊이였고, 양껏 몸을 웅크리면 수면에 닿을지도 몰랐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있던 당신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쪽, 하는 소리를 남기자 그것을 보고 살짝 웃음이 터졌던 그녀는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하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한쪽 손을 맞잡아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으음~ 아니죠. 그대야... 그거 가지곤 한참 부족하다구요...?"
그러면서 다른 팔을 살며시 당신의 허리에 감아 받혀주고서 천천히, 느릿하게 몸을 기울였을까? 자신이 앞으로 숙여갈수록 당신은 점점 더 뒤로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얼핏 위태로울 것 같으면서 용케도 파도에 머리를 담그지는 않는, 딛고 있는 것이 멀쩡한 땅이었다면 영락없이 탱고의 일부분이 될 시츄에이션이었으려나.
"포크댄스 전에, 몸을 좀 풀어야 하지 않겠나요?"
마냥 온화한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아찔한 시선이 이어진건, 아마 한껏 휘어진 몸의 구도 탓만은 아닐 것이다.
>>661 역시 그런가... 그렇게 설정할 수 있다고 해도, 딱히 누구랑 춤을 추고 있었다고 설정할 만한 사람은 없는걸! 비랑이는 혼자서도 잘 놀고 있었을 테니깐 상관없어. 하늘이가 모래사장으로 나오면... .dice 1 5. = 4번 상태인 비랑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는걸. 1) 자기 몸 위에 모래를 쌓다가 깔려서 못 나오게 된 2) 어디서 바가지를 구해와서 모래성을 쌓는 3) 바닷물에 발만 담그고 앉아 있는 4) 스피커에서 나오는 피아노 소리를 듣다 잠든 5) 하늘이를 기다리고 있던 6) 캠프파이어 대신 작은 불을 피워 놓고 폭죽을 터트리려는
이럴 때는 파도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하늘을 향해 투덜거리고 싶어진 시아였지만, 이미 슬혜에게 잡혀버린 이상 얌전히 구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긴 듯 얌전히 어색한 미소를 더해 대답을 돌려준다. 그래도 쪽하는 소리에 웃음을 터트리는 슬혜를 보며 조금은 안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한참 부족해..? "
시아는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손을 맞잡아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리는 슬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몸을 쓰는 건 역시 익숙치 않는데. 타고난 몸치인 시아는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조금은 긴장을 하다 자신의 허리에 감겨오는 슬혜의 팔에 움찔하고 놀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얌전히 뒤로 천천히 기울어진 시아가 멍하니 슬혜를 바라본다.
" ... 몸 풀어야 하긴 할텐데.. 왠지 그것보단 지금은 다른게 하고 싶어졌을지도 몰라. "
아찔한 그 시선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시아는 홀린 듯 말을 중얼거렸고, 슬혜에게 잡히지 않은 나머지 손으로 천천히 슬혜의 목을 감싸안아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이번에는 입을 맞추고 도망가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슬혜에게 파고 드는 시아였고, 살며시 목에 감싼 팔을 움직여 슬혜의 볼을 살살 어루만졌다.
" .. 이러나 저러나 몸은 풀리지 않을까.. 싶네.. "
붉어진 얼굴로 슬혜를 멍하니 바라보며 시아가 조심스럽게 속삭여보였다. 상기된 그 얼굴은 행복함과 고양감, 그리고 부끄러움과 수줍음이 뒤섞여 있었다. 왠지 슬혜와 맞닿는 피부가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콘도 홀 안에서 포크 댄스에 필요한 곡을 연주하던 하늘에게 음악부 학생 한 명이 다가왔다. 그 역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였다. 같은 피아노를 다루는 학생인만큼 이전부터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고, 아주 친한건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교류를 하는 사이였다. 아무튼 하늘은 잠시 생각하다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간다고 해서 포크댄스를 출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래도 구경 정도는 하고 싶다는 충동 때문이었다. 그 곳의 분위기는 분명히 자신의 피아노 감각에 도움을 주리라.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럼 부탁할게. 한 곡 정도니까 아마 그리 오래 치지 않아도 될거야."
교대한 후, 하늘은 연미복을 입은 상태로 콘도 밖으로 나섰고 모래사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미 수많은 학생들이 포크댄스를 추었는지 분위기가 상당히 은은하다고 하늘은 느꼈다. 그 중에는 아는 이의 얼굴도 있었으나 방해하기 싫었기에 힐끗 바라보며 하늘은 포크댄스를 추는 무대가 아니라 그 무대를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언덕 쪽으로 향하려 했다.
허나 그렇게 앞으로 걸어가는 도중, 근처에 앉아서 자고 있는 듯한 낯익은 이의 얼굴이 보였다. 같은 반 학생이기도 한 그의 모습에 하늘은 순간 당황해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깨워야겠거니 싶어 하늘은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잠시 고민하다 그의 귓가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야. 비랑아. 비랑아. 괜찮아? 왜 여기서 자고 있어?"
만약 여기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다음번엔 아주 가볍게 하늘이 어깨를 잡고 흔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여름이라고는 하나 밖에서 잤다간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법이었다.
비랑의 오늘 하루, 아니지. 바다에 와서의 나날은 어땠던가요? 굳이 기억나는 게 없는 걸 보면, 별 일 없었나 봅니다. 언제나처럼, 무대가 바다로 옮겨왔다 한들 신나게 어디든 뛰어다니고 있었을 겁니다. 넘어져도 무릎을 부드럽게 감싸줄 잘 갈린 모래알 위에서, 아니면 머물고 있는 숙박 시설에서라도요. 그 때문인지 다들 즐겁게 놀고 있는 오늘엔 영 맥을 못 추겠던지, 지루하지도 않은 포크 댄스를 위한 음악을 들으며 어느새 잠들어 버렸나 봅니다. 하늘이가 부르는데도 대답이 없네요.
"으응..."
하암, 새어나오는 하품을 손으로 덮으려다가도 가볍게 어깨를 흔드는 것에 어지러운 듯 눈을 떴던가요. 상황파악을 하려는 듯 하늘이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하품을 하고서 횡설수설 말을 합니다.
"하늘아? 왜 하늘에 있어? 드디어 승천한 거야?"
모독적이네요. 그나마 조금 잠이 깬 듯 잠시 후 비랑이 몸 터는 강아지처럼 가볍게 머리를 흔들거리곤 제대로 된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으으... 짝이 없어서 기다린다는 게 깜빡 잠들었나봐. 끝났나? 포크 댄스에 한 번쯤은 껴보고 싶었는데. 아니다, 아직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끝난 건 아닌가?"
비랑은 다른 학생을 찾아보려는 듯 살짝 비틀거리며 일어났습니다. 바닥에 앉은 게 신경쓰이는지 탈탈 바지를 털면서요. 그리고 연미복을 입고 나온 하늘이를 보고 어딘가 어색해진 듯한 느낌입니다. 흰옷에 아이보리색 가디건 하나 걸치고 나온 비랑은 편한 차림이었으니까요.
아무래도 잠이 덜 깬 것 같은 그의 말에 하늘은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며 아주 가볍게 대꾸했다. 하늘에 간 꿈이라도 꾼 것일까. 그렇게 추측을 하며 하늘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포크댄스를 추는 곳에 뭔가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없겠지만 혹시 마실 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런 곳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괜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올 때 마실 것을 하나 가지고 나올걸 그랬나. 아쉬운 감정은 계속해서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는 애써 머릿속 생각을 끊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직 안 끝났어. 이전의 곡들은 내가 연주하고 있었고, 지금은 다른 이가 교대를 해줬거든. 마지막 정도는 즐기라고 하지만 말이지."
아무리 봐도 빈 사람은 없어보였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나온 것은 연주가 시작되고 한참 지난 후의 이야기였으니까. 당연히 빈 사람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하늘은 비랑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사실상 마무리 파트니까 이미 출 사람은 다 추고, 따로 볼 사람들은 보고 있을거야. 어찌되었건 남은 이 두 명만 이렇게 있는 셈이네. 아. 물론 잘 찾아보면 여기에 참석 안 한 이도 있겠지만, 그런 이라면 여기에 나올리가 없을테니까."
어쩌면 좋을까. 잠시 생각을 하던 하늘은 말 없이 비랑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남은 이들끼리 한번 어때? 원하는 이는 아닐지 몰라도 남아있는 사람 사이라는 걸로 참아줬으면 좋겠는데. 감미롭거나 달콤한 것은 아니어도 남자 고등학생 두 명이 춰보는 것도 나름 추억거리 아니겠어?"
결론은 그냥 가벼운 추억거리로 남겨보자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가 거절한다면 그 또한 상관없는 일이었다.
바다 냄새. 최민규는 숨을 들이켰다. 허파 안에 소금내가 풍선마냥 부풀었다. 소리도 없이 터졌다. 함께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을까. 바다 보이는 곳에 일행도 없이 멍하니 서 있는 꼴이다. 저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쌍쌍이 춤추는 제 친구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포크 댄스, 랬던가.
음악 소리와 파도 소리가 섞여 퍽 듣기 좋았다. 아, 맞다. 모닥불 소리도 있었지.
영화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었다. 최민규는 이 순간이 퍽 마음에 들었다. 먼저 춤을 신청할 만한 성질은 못 되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즐길 만하다.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데도 깨물어보면(or깨물리면) 양(늑대)이란 걸 알 수 있을까요? 깨물리면 페로몬이 맡아진다거나? 양이 억제제를 복용했다면 페로몬이 당일날 일체 억제되며, 그렇다면 인간이랑 별다름 없기 때문에 늑대에게 깨물림 당했다고 해서 페로몬이 나오거나 하진 않습니다. 유명인물들도 양인 것을 꼭꼭 숨기고 활발히 활동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한번 우연히라도 깨물렸다면 늑대가 음? 하고 긴가민가? 할 정도는 됩니다. 늑대는 깨물려도 피부맛 밖에 안납니다.
깨물기는 야금야금 먹어서 몇퍼씩 쑥쑥! 찬다고 치면, 스킨십은 충전기를 꼽은 듯 시간이나 정도에 따라 느리든 빠르든 쭈우욱 차오르는 느낌입니다 키스나 연약한 살결이 맞닿는 진한 스킨십이면 오래하지 않아도 바로 쭉 차겠죠!
머리카락, 혹은 아주 가볍고(하이파이브, 잠깐 쓰다듬기 잠깐 손잡기..), 급소가 아닌 옷 위(어깨,팔..), 일상적에서 아주 흔한 스킨십 정도는 해도 바로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가벼운 스킨십을 유지한 채 시간이 꽤 지난다면(오래 손잡기..) 어?찼나?찼네? 정도의 느낌을 받습니다. 옷 위에서도 급소, 민감한 부위 터치는(허리, 목덜미 등..) 가벼운 스킨십이 아닙니다. 수위 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
비랑은 하늘이의 대꾸에 정신을 차리고 익살스럽게 웃으며 그렇게 돌려줍니다. 하늘(환경)에 간 꿈을 꾼 건 아니지만, 비랑이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보고 있던 건 하늘(환경)이니까요. 마지막 기억에 겹쳐지는 같은 이름의 소년을 보고 무심코 말장난이라도 치고 싶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아, 설마 지금까지 네가 연주하고 있던 거였어? 역시, 역시. 어쩐지 노래가 좋더라."
생각하보니 그걸 듣고 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던가요? 비랑은 스스로 말해놓고 뭔가 뻘쭘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나름대로 감탄을 하려고 했던 거지만요.
"으, 역시 거의 끝나가긴 하는 건가... 아쉽네."
하고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는 비랑이었지만, 하늘을 바라보는 눈에는 일말의 기대감이 깃들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이곳에 파트너 없는 사람이 둘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하늘이 하는 말을 옅은 미소를 띄우며 가만히 듣다가─
"좋아."
그 손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탁 잡아채면서 환하게 웃었던 것이랍니다.
"너, 남겨진 사람이 아니라 남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거, 꽤 멋있는데."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잡아 놓고서 " , ."라고 작은 목소리로 털어놓는 게 영 못미더워 보입니다. 자신감 없는 목소리도 들떴는지 살짝 높아진 것은, 즐거움의 끝자락에 같이 젖을 친구를 만났기 때문일까요, 무언가 채워지는 걸 무의식 중에 느꼈기 때문일까요.
방금 전 정말로 푹 자고 있던 그를 바라보며 하늘은 살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서 작게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물론 그에게 전달이 안 되어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그냥 혼자서 약하게 투덜대는 것 정도였으니까. 허나 그 역시 큰 의미는 없었다. 적어도 편안했다는 의미로는 전달 될 수 있었으니까.
아무튼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손을 잡는 비랑을 바라보며 하늘은 살짝 손에 힘을 주었다. 평소라면 손가락을 잡는 정도였을지도 모르나, 지금 이 순간까지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나름 친분이 있는 클래스메이트였으니까. 다른 이들보다는 조금 더 들여도 좋지 않을까. 허나 그 생각이 비랑에게 전달될 일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자기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니까.
"아하하하. 멋진거야? 하지만 남겨졌다면 우리가 뭔가 버림받은 것 같잖아. 누가 우릴 버린다는거야? 무슨 권리로? 그러니까 남은 사람이야. 버림받은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의지로 선택한거잖아?"
안 그러냐면서 가볍게 이야기를 하며 하늘은 앞장서듯,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근처까지 다가갔다. 이미 사람은 많이 빠졌으나 그래도 아직 음악은 흐르고 있었고, 분위기도 타오르고 있었다. 살며시 한쪽 손을 잡은 채를 유지하며 하늘은 스탭을 가만히 밟았다.
"포크 댄스라는 것에 너무 갇힐 필요는 없어. 우리는 우리들이 만족하는 춤을 추면 되는거야. 추억 만들기잖아? 졸업 후에 만난서 그땐 우리끼리 이랬지 이러면서 이야기할 거리 말이야. 그리고, 나도 잘 몰라."
나름 그럴싸하게 스탭을 밟으면서 하늘은 비랑의 턴을 시도했다. 돌아갔을지, 아니면 돌아가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건 넘어지지 않게 잘 받춰줬을 것이다.
'......?'
허나 순간 느껴지는 약간의 기질감이 하늘의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렸다. 피아노를 너무 많이 쳤나. 아니 하지만... 조금 다른 감각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의 눈빛이 아무런 말 없이 맞잡은 손으로 향했다.
/번외편! 하늘이의 스탭과 춤 솜씨는 어땠을까요?
.dice 1 5. = 2 1.피아노맨은 사실 춤도 매우 잘 췄습니다. 늑대만큼은 아니지만요. 2.그럭저럭 일반인 중에서는 잘 추는 편입니다. 3.그냥 그저 그랬습니다. 4.약간 서투르네요. 그래도 리듬감은 살아있는데 5.A:와 저기 막 추는 사람이 있어. / B.세상에 엄청난 용기다.
이쯤되면 당신을 밀어냈던 바다에게 쾌재를 외치고 있었을까? 적어도 그녀가 평범한 사람과 궤를 같이 하고 있었다면그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비뚤어진 사람이기에, 무언가 비어있는 부족한 사람이기에 그런 깊은 뜻까진 이해하지 못할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녀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변할 리가 없기에...
이 뒤틀린 마음은, 이 일그러진 껍데기는, 그럼에도 당신을 잊지 않고 갈구하고 있었다. 차라리 잊어주었길 바라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잊지 않았다. 그러곤 이제와서 그것을 번복하고 있었다. 이 어찌 말도 안되는 모순덩어리일까? 어쩜 이렇게 이기주의적일까?
지난 날의 자신을 책망하던 후회는 여름바다에 휩쓸려내려갔다. 지금은 그저 당신이라는 존재를 눈에 담아두기에 바빴으니까,
"물론 그대야는 부족하지 않답니다... 오히려 차고도 넘치는 사람이니, 하지만... 자극은 역시 조금 부족한 걸요?"
긴장한 것인지 조심스러운 손길마저 움찔거리던 모습 뒤 잠깐 얌전해졌나 싶으면서도 이내 천천히 목 뒤로 감싸안듯 팔을 걸어 입을 맞춰오자 그녀 역시 조금 더 부드럽게 안아들어 품에 파고드는 당신을 안전하게 받혀주었다. 그러다보니 목을 감고 있던 팔이 풀려 자신의 얼굴쪽으로 닿는게 보였고, 손에 잡힌 볼을 살살 어루만지며 조심스럽게 속삭이는 당신에게 살풋 웃은 채 말을 이었다.
"후후후... 부탁이든 요구든... 얼마든지 들어드릴 수 있는걸요~"
심지어 무리한 부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두 사람을 진정으로 위한 것이라면 그녀는 얼마든지 행할 수 있었다. 사랑이란게 무서운 이유가 바로 그거니까. 굳이 맹목적이지 않더라도, 그 신비한 감정은 때때로 사람을 바꾸어놓곤 했다. 지금의 자신처럼... 양이라던가 늑대라던가 하는 룰에서 벗어나 갈증, 외로움에 상관하지 않고서 당신을 끌어안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시선을 돌리는 하늘과 반대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비랑이 살그머니 중얼거립니다. 보통 춤판을 벌인다고 하면 차트에서 뽑아온 최신 유행 음악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주는 걸로 끝날 텐데, 피아노 연주까지 있다니 꽤 정성이구나라고 생각했었죠. USB의 주인과 연주의 주인을 연결한단 생각은 없었지만, 노래가 잘 어울리고 좋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 내가 너를 만나기로 선택해서 이 자리에 있는 거야."
또 남겨졌다면, 조금은 외로울지도 몰랐다고 생각했던 걸지도요. 모닥불 근처까지 함께 오면서 비랑은 하늘의 손이 피아노를 치는 손이란 걸 인식하고 있는지 감촉을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그래봤자 손을 꼼지락거리는 걸로밖에 느껴지지 않았겠지만요. 평소라면 남의 손을 잡고 붕붕 흔들며 걸어가고도 남았겠지만 잔잔한 감동 같은 기분을 녹이는 중인지 태도가 얌전했습니다.
"그래도 못나기만 한 기억을 추억으로 남기는 건 좀 그렇잖아, 으앗."
비랑의 눈엔 완벽해 보이기만 하는 스텝을 밟는 하늘이를 지켜보다, 하늘이의 리드에 맞춰 비랑이 어색하게 돌아갑니다. 당황한 모양인지 발을 헛딛어 넘어질 뻔 했지만 하늘이가 잘 받쳐준 덕에 어떻게든 제 자세를 찾아가네요. 비랑은 고개를 숙이고 하늘이의 스텝의 박자를 따르기 위해 발 쪽을 쳐다보고 있어 맞잡은 손을 쳐다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렇게 비랑이 잠시 동안 얼마나 익혔는가 하면... .dice 1 5. = 3정도네요.
1.하늘이가 하는 걸 얼추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2.박자가 좀 느리지만 아직 괜찮다 3.그냥 정신없이 바닥을 밟으며 따라가려는 정도 4.당신은 춤에 재능이 없습니다. 5.(비랑이가 하늘이 발을 밟아버렸다 해도 될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