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이전에도 연호의 미소를 본 적 있었다. 그 밤, 장난스럽고 부드러운 미소. 그때보다 지금이 더 편안해 보이는 고운 미소인 것 같기도 했다. 내 손에 힘이 살짝 빠져도 네가 조금 더 힘주어 잡아주기 때문에 안심되는 면이 있을지도 몰라.
-맞아. 그 보랏빛도 좋아.
아랑은 연호가 맞장구쳐주는 걸 들으며 가만히 바다를 보고 있었다. 연호가 입을 먼저 떼지 않았다면 밤바다로 변할 때의 남색도 좋아하냐고 물었을까.
-사실 말이야,
그러나 연호가 먼저 입을 떼었기 때문에, 아랑은 밤바다로 옮겨가 있던 신경을 연호의 쪽으로 옮겼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때론, 얼굴을 보지 않아야 편하게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난 혼자 있는걸 싫어해서, 바다에 혼자 남겨졌을때부터 컨디션이 별로였어.
그랬구나. 재능을 약간 과하게 써서 컨디션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혼자 남겨져서... 아마도 외로웠기 때문에 컨디션이 별로라고 느꼈던 걸까.
-근데 너 만나서, 네가 손등을 대주었을 때부터 컨디션이 완전 회복됐어.
속인 것처럼 된 건가? 그 말에 손을 빼버리는 것 대신 아랑은 “ 괜찮아, 그건 속인 게 아니니까. 지금 이렇게 말해주기도 했고오. ” 라고 말하며 조금 웃었을 것이다. 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 그저 아직은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나도 그런 기분은 알아. 아랑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 그래도, 가끔 이렇게 과충전 하는것도 좋을것 같아.
“ 그럼 과충전 하는 김에, 쓰담쓰담도 받고 싶어~? ”
빵긋 웃으며 물어보다가 시선을 내려 잡고 있지 않은 손의 모래 잔량을 확인했다. 어... 어... 별로 없기는 한데, 이 손으로 만지면 충전이 아니라 찝찝해지는 거 아닐까...? 아랑은 모래가 거의 없다시피한 손을 잼잼 쥐었다 펴보았다. 빵긋 웃는 표정에서 점점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가 마침내 자신감이 없어져서.
“ 어... 모래가 거의 없기는 한데에... 어... 이 손으로 쓰다듬으면 안 되는걸까아...? ”
아주 살짝 시무룩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거절하더라도 개의치는 않을 테다. 그야, 모래가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역시 찝찝하긴 할 테니까.
>>20 매점이야 있을테고 취식시설이야 있을테니까 만들어서 먹고 싶다면 그건 자유지 않을까? 개개인의 자유니까 말이야. 음. 그리고 참여 못하는 사람끼리 돌리는 일상에서 허용하긴 힘들 것 같네. 찌르기만 받았다면 모를까. 랜덤도 있는만큼 말이야. 무엇보다 자기 관캐가 안 할 것 같아서 일부러 뺏다가 나중에 관캐에게 슬쩍 우리 돌려요 이렇게 악용할 수도 있는거고. 그래도 바다 일상은 자유롭게 돌리기가 가능하니까 그것으로 합의를 해줬으면..(안됨)
홍현은 그렇게 말하고 하늘의 손을 약하게 잡고 모래사장을 향해 갔다. 그래도 미안하다고 할 것 까진 없다고 해준 덕분에 조금 마음이 가벼워져 너무 힘 없이 있는 건 아닌것 같기도 한 홍현은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
"나도 시원했어! 몰랐는데 바다도 의외로 괜찮은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다시 웃어보였다. 왜 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웃어야 할 것 같았다. 웃고 싶었다. 벌써 2학년이었지만 홍현의 생활은 단조로운 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것에선 오히려 이런 바다가 단조로움을 깨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모래사장으로 나온 홍현은 하늘이 기지개를 피며 말하자 자신도 답했다.
"그래..즐기자! 우리도 올해가 마지막이긴 하겠네.. 그래도 이런 추억이 생겨서 다행이야!"
그렇게 웃으며 하늘을 보고 있던 홍현은 문득 아직도 약학부원들이 어딨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제 헤어져야 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홍현은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고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슬슬 약학부원들을 찾아야겠어..! 어쩌다가 떨어진건진 모르겠지만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한 홍현은 벗어놨던 가디건과 내려놓아 놨던 강장제를 든 뒤 하늘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21 그러네요! >:3 (납득의 끄덕) 바다 일상은 자유니까 시간대를 살짝 바꿔서 밤이어도 낮일상한다거나.. 멀리서 캠프파이어 바라보며 수다나 떨거나.. 해인주가 주신 레스토랑 이용권도 있으니까 레스토랑 가는 일상 가거나... 아직 수영하는...? 튜브 타는 모습은 안 적었으니까 튜브타는 일상을 하거나 다양하네요! <:3 (튜브 검색하다가 예쁜 튜브 발견했는데.... 이게 너무 관종튜브같은 거예요.... ㅇ>-< 평범한 건 또 맘에 차는 게 없어서 더 뒤져봐야 할 거 같아요...) 하늘이는 그냥 튜브 없이 수영하지요...? <:Q (나름 잘한다고 본 거 같다)
아. 홍현주. 이거 묻고 싶은데 내가 쭉 둘러보니까 홍현주는 아직 카페 이용권도 레스토랑 이용권도 없는 것 같던데 하늘주가 카페 이용권 한 장이 남아있거든. 괜찮다면 가져갈래? 만약 가져간다면 막레로 하늘이가 주고 돌아가는 것으로 할까 해서! 어차피 가지고 있어봐야 이미 카페 한 번 갔다왔으니 쓸 것 같진 않아서.
당신이 자신의 몸을 터치하는데엔 딱히 거부감이 없었다. 지금처럼 가볍게 뒤에서 끌어안는 것도, 그전처럼 적극적으로 어필해왔던 때에도, 그녀가 거절할 일은 없었겠지. 단순히 무감각하다는 문제는 아니었고, 같은 성별끼리니 거리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에게 있어서 '사랑하게 되는 것'엔 구분이 없었으니까,
그저 당신을 좋아했었던 것 뿐이고, 지금도 당신을 좋아할 뿐이었다.
그 당연한 관점엔 어떠한 틀어짐도 없을테니, 일그러진 진주를 머금고서, 사랑이란 것을 저주했던 그때와는 다르게...
"...이거 어째 그대야보다 제가 죽을거 같은데요..."
호기롭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은 다시 생각해야 하나 싶었을지도 몰랐다. 물론 당신이 손에 선크림을 묻히고서 살며시 자신의 배에 가져다 대는 것을 본 순간부터 이미 그럴 때는 놓쳤단걸 알게 되었지만...
그저 간지럼을 안탈 뿐인지, 아니면 그런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극이 무뎌진건지... 라고 하기엔 사소한 스침마저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녀가 그정도로 무덤덤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얼굴이 약간 붉어진건, 부끄러움 때문일까? 물끄러미 아래쪽을 보려 해도 누워있는터라 제대로 보이진 않으니 그저 이리저리 오가는 손의 감각을 따라가는 것 뿐이었다.
"으음~ 뭐랄까, 저야 많이 먹던 적게 먹던 살이 붙을 곳만 붙어서 신경 안쓰는건 맞긴 한데... 꽤 자주 걸리적거리는거 같기도 하구, 할수만 있다면 떼어다 드리고 싶다구요~ 그거랑 별개로 조금 진심인쪽으로 얘기하면, 그대야는 좀 더 먹는 편은 어떤가요?"
물론 당신 역시 좀 말랐다는 느낌만 빼면 바르게 잡힌 스타일이었기에 반대로 자신처럼 우악스럽다 싶을정도로 굴곡이 있는 체형의 사람들이 부러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세상엔 이런 모순 또한 꽤 많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관 별개로, 조금만 힘을 줘도 금방 부서질것 같다던가, 하늘하늘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불안하다는 느낌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물론 제 애인의 낭창낭창한 모습에 걱정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마침 끝났는지 천천히 손을 떼고선 슬쩍 일어나려는 태세를 보인 당신에게 그녀는 바로 몸을 일으키며 손을 뻗어 가볍게 어깨를 그러쥐려 했다.
"음~ 내빼는 건 좋지 않다구요. 그대야~?"
자신에게 선크림을 넘겨주고 은근슬쩍 먼저 물에 들어가려는듯한 당신의 계획을 알아챘는지 한껏 가느다래진 눈길, 어딜 도망가냐는듯한 익살스러운 표정이 당신을 마주보았다.
"저는 분. 명. 히. 얘기했는 걸요? 받은만큼 돌려주겠다고..."
악의는 전혀 담기지 않았지만, 여름이라면 당연히 있을법한 을씨년스러운 웃음소리가 한껏 굽어진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자... 얌전히 엎드리지 않으신다면 오늘 간식은 물론 물놀이도 없을 거랍니다...? 대신 잔뜩 괴롭혀드릴 거라구요? 후후후후..."
처음에는 되게 소심한 느낌이었지만 적어도 지금 하늘의 눈엔 그녀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조금 친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그 약 때문인건지. 어느 쪽이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생각을 마무리지었다. 그 이상의 생각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기에.
"소라 소리 듣는 것을 추억으로 쳐준다면 영광인걸? 그럼 나도 추억으로 간직할게. 소라 소리를 들려준 것으로 말이야.'
참으로 사소한 일이었으나, 그런 사소한 일이 반복되면서 추억으로 쌓이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 법이었다. 적어도 하늘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내 약학부원들을 찾으러 가야겠다고 하는 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특정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저쪽에서 내가 왔었지만 저쪽에는 딱히 사람들은 없었어. 그러니까 반대 방향이지 않을까? 물론 내가 나온 후에 내가 있었던 방향으로 갔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정도 도움은 줄 수 있을리라. 정말로 그게 도움인진 둘째치더라도 그 이상 깊게 생각은 하지 않으며 하늘은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그녀를 바라보며 덩달아 손을 흔들었다.
"응. 기회가 되면 또 보자.'
그게 내일이 될지, 아니면 또 한 계절이 지나서 가을이 될지. 어느 쪽이라도 그리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하늘은 하늘 나름대로 다시 바다로 천천히 걸어갔다. 저 편에 보이는 경계선까지 수영을 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오늘 하루 정도는 정말 신나게 수영을 즐길 생각이었으니까.
혼자만의 해수욕 이후에 찾아오는건,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연주하는 연주자가 되어야했기에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즐겼다. 자신 역시 최대한 많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35 저는 하늘이 수영 잘한다(일반인 중에서) 묘사 나오면 자꾸 수달이 겹쳐 보여요... ㅇ>-< 어떡하지...
그죠! (끄덕) 지금이야말로 얼굴을 뚫고 서사의 스타트라인에 설 때2222222222222222 (여름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해달라.......) (가을 되기 전에 더 만나고 싶다....) 이벤트가 한 주 더 길어져서 다행이에요... <:3 바다에서 시작하는 첫만남이란 것도 기대 돼.... :D
>>36 >"하지만 후회가 없다면 그것도 삶이 아닐 거라고."< >키는 조금 작아도 그만큼 내용이 꽉 찬 사람이면 되지 않을까< 더 발췌하고 싶었는데 더 하면 주접 같아서 넘 좋았던 거 딱 두개만 들고 왔어요... >:3 최선을 다한 비랑주의 모습... (아 름 다 워...) 앞으로도 쭉 그럴수도 있지만, 아니게 된다면? 도 좋았는데.... 뭔가 청춘만화 예고편 느낌이라 좋은 거예요! >:D
물론 그렇게 걱정할 정도로 살이 잘 찌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젠 슬혜와 다시 연애를 하기 시작한 만큼 몸을 가꾸는 것을 허투루 넘길 생각이 없는 시아였다. 슬혜가 자신을 옆에 두어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기에 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 아하하.. 그대야..? "
시아는 슬혜에게 선크림을 발라주는 것을 마무리하고 일어서려 했다. 슬혜가 나머지 부분에 선크림을 바르는 동안 먼저 바다에 몸을 담그고 기다리면 되는 완벽한 계획이 시아의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시아는 되갚아준다던 슬혜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옸우리라고 생각하지 못 했고 자신의 어깨를 감싸쥔 익살스런 미소가 생겨난 슬혜의 얼굴을 보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순간 커졌던 눈을 어색하게 휘어보이며 미소를 지어보인 시아는 그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을씨년스러운 웃음소리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는 얌전히 도로 돗자리 위에 앉는다.
" ...누.. 누가 도망가려고 했다고 그럴까아...? 다, 당연히 얌전히엎드리려고 했지이.. 그대야... "
시아는 어색하게 웃더니 얌전히 돗자리 위에 엎드리곤 자신의 등을 슬혜에게 내어준다. 왠지 수영복이 가려주지 못한 부분이 민감해진 느낌이라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시아였다. 뭔가 자신의 맨살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지는 모양이었다.
" 스..슬혜를 믿으니까 뭐.. 하고 싶은데로 하더언지... "
애써 허세를 부려보이면서도 흘끔 흘뜸 슬혜를 살피는 시아였다. 곧 다가올 미래를 긴장을 한 체 받아들이려는 듯.
좋아하는 게 없을 수도 있다.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남들이 아무리 뭐라 한들, 우리는 아직 어리다. 아직 겪은 일보단 겪지 않은 일이 더 많고, 느껴본 감정보다는 그렇지 않은 감정이 더 많다. 최민규는 타인보다 한참 늦은 시점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한 사람을 하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행복했을까,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뭐..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그래서 아랑에게도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었다.
"천천히 찾아봐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퍽 진심이었다. 막상 뱉고 나니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이 문득 밀려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 아랑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조금 슬플 것 같다.
"캐리어면 보통 끌고 다니니까 말이야. 뭐.. 끌고 다녀도 무겁긴 하지."
자꾸 헛돌고, 바퀴가 흔들리고, 가방이 저 혼자 서버리고. 아랑이 고개를 흔들자 분홍색 머리카락이 마주 흔들렸다. 아, 벚꽃같다. 속으로 가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소원을 빌 때도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졌었다. 닮았네.
"글쎄.. 어.. 한 이 정도?"
양 손으로 아주 얇은 -문방구에서 흔히 파는 삼각형 필통- 크기의 삼각형을 만들어 보였다. 과일 펜 정도는 들어갈 것 같다.
"아, 여기 살아?"
가방을 아랑에게 조심스레 내밀었다. 난 안 무거웠으니까 괜찮아, 덧붙인다. 집 크다 싶었는데, 이게 아랑이네 집이구나. 집 넓네. 최민규는 제 시골 집을 생각했다. 거기 마당이랑 비슷하려나. 서울 집이랑, 시골 집은 느낌이 다르지만.
>>59 >>63 덧붙여주신 답변까지....!!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홍현이는 걱정도 불안도 기본적으로 있는 편 같은데.., 불안이 걱정을 만들어내는 것도, 걱정이 불안을 만드는 것도 싫겠군요 <:3 답변 감사해요!
>>60 아마 다음 아랑주 레스가 막레가 되거나 막레주심 될 거 같아요! >:3 민규는 아랑이 현관열고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봐줄 거 같은데, 가족이 한 명 나온다면 아랑이 어머니가 나오는 게 제일 낫겠군요... 혹시 아랑이 어머니 보고 싶으셔요 민규주...? 걍 금아랑이 씩씩하게 문 열고 들어가는 걸로 마무리할까..? (픽크루도 만들어두긴 했음) (아버지는... 호랭이상이라 픽크루 구현이 어렵습니다... ㅇ>-<)
>>81 한참 늦은 시점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한 사람<< 아랑주 이것도 궁금해졌는데 이거 민규인가요...? (왠지 아닐 것도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앗.... 너무 기대는 마시고 기다려주세요.... (약간 긴장...) 네... 아버님 꽃말도 픽크루 구현 실패... ㅎㅁㅎ....
"흐음... 전 의외로 살집있는 타입도 좋아한다고 말하면... 역시 혼나려나요? 후후후~"
장난스러운 억양과 그에 뒤를 잇는 웃음소리가 농담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지만 사실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그 대상의 외모가 아닌 얼마나 자신에게 마음을 두느냐였으니까, 그정도라면 '늙어빠져도 좋으니 여자만큼은 데리고 오지 말라.'는 말에 중지를 치켜올릴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물론 당신이 그만큼 외모에 집중을 하는 타입이라면 딱히 무어라 더 채근할 생각도 없었다. 자유의지란 것은 중요하니... 더욱이 그녀가 당신에게 바라고 있던 열망이 '자신만의 색을 가지면 좋겠다'는 것이었던만큼...
"헤에... 진짜인가요오~?"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는 당신의 모습에 조금은 과했을까, 분명 귀신 같은건 싫어한다 했었는데, 같은 생각이 잠깐 오갔지만 어색하게 휘어버린 웃음도 잠시, 얌전히 돗자리 위에 엎드리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금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믿으셔도 되는 걸요~? 이래뵈도 에스테티션 분들에게 보고 배운건 있으니까요~ ...물론, 아로마오일이 아닌 선크림일 뿐이지만~"
살짝살짝 자신이 있는쪽을 살피는 당신의 모습에 행여나 눈이 마주치려 하면 편안하게 미소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이건 벌칙게임 같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해변가에서 놀기 전에 기본적인 세팅을 하는 것 뿐이니까,
"새삼스레 말하는 거겠지만... 그대야도 피부가 나쁜 편은 아닌걸요? 오히려 좋으면 좋았지..."
적당히 덜어낸 선크림을 조심스럽게 양손에 펴내고선 놀라지 않을 정도로 사뿐하게, 마치 진정시키듯 어깨부터 차근차근 내려가기 시작했다. 힘을 조절하는 방법 정도야 얼마든지 알고 있었기에 손끝이 움직이는 궤적은 확실하게 그어졌지만 그렇게 깊지도 않아 분명 그녀의 손과 당신의 등은 서로 살갖이 닿고 있는데도 살짝 떠있는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으려나. 날개를 그리듯 움직이면서도 확실히 중간을 벗어나지 않았고, 불필요한 부분까지 손이 나가지도 않았다. 물론 만족스럽냐는 당신의 판단이겠지만, 좌우간 그녀가 꽤나 심혈을 기울여 어떻게 해서든 골고루 펴바르려고 했다는 것에 이견을 내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시아는 슬혜의 말에 움찔하고 놀라더니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애써 태연한 척 말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엔 신경을 쓰고 마는 듯 식사량을 늘리는게 좋을까 하는 중얼거림을 남기고 마는 시아였다. 결국은 슬혜의 마음에 들고 싶은 것이니까 농담이라고 할지라도 고려하게 되고 마는 시아였다. 마음속으로 열심히 식단을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열정이 담긴 구애라는 증거일 것이다.
"그...그럼 진짜지...! "
시아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해오는 슬혜에게 아무렴 당연하다는 듯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이곤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잡혀버린 만큼, 얌전히 있는 것이 자신에게 좋을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는 시아였다. 물론 슬혜가 괴롭히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한 것이 있으니 얌전해지기로 마음먹는다.
"아니, 슬혜의 실력을 못 믿는건 아닌데... "
그저 자신이 생각한 이상의 자극이 돌아올까 긴장이 될 뿐이었다. 실력이 나쁜 것이 어쨌는가. 지금 이자리에서 실력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지금은 그저 앞으로 자신의 피부 위에 돌아올 자극에 대한 굳은 결심을 할 뿐이었다. 괜스레 이상한 행동을 해버리지 않도록.
" 그..그런가....그, 그나저나... 정말 잘하네, 슬혜는... "
오묘한 감각, 부드럽고 온기를 머금은 슬혜의 손가락이 어깨에서부터 내려가기 시작한 것을 느낀 시아는 중간중간 움찔거리며 조심스런 대답을 돌려준다. 부드럽고 온기를 머금어서 예민하게 느껴지는데 은근히 살짝 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한 오묘한 기분에 휩싸인 시아는 결국 슬혜의 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샌가 완전히 풀려선 슬혜의 손에 자신을 맡겨버린 시아였다.
" 아니 그래도 뼈만 보이는건 아닌데에.. "
얼굴이 빨개진 시아는 팔에 얼굴을 묻은 체, 몸을 살짝 꼬면서 수줍게 중얼거린다. 슬혜의 손길이 결국 마냥 좋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등에 골고루 펴바르는 것이 끝날 즈음에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나 그게 진심이란 거 알아요. 아랑이 활짝 웃었다. 그리고 선배는 어쩐지 그렇게 말해줄 거 같았어.
“ 끌고 가는 건 괜찮은데에... 계단 올라갈 때는 들고 가야 하잖아요오... ”
보인다, 커다란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옮기느라 계단을 올라가다가 쉬다가를 반복할 미래의 내 모습... 아하하, 작게 내는 아랑의 웃음소리가 약간 아련하게 들리는 건 민규의 착각이 아닐 터였다.
“ 음, 어떤 건지 알겠어요오. ”
그거 진짜 시험 볼 때 쓰는 수성싸인펜, 샤프, 샤프심, 지우개, 채점용 붉은 볼펜 정도 넣었다치면. 제가 준 과일 볼펜은... 두어 개정도 들어가고 끝나지 않을까? 아슬아슬하게 다 들어가나...?
*
“ 네에, 여기 살아요~ ”
내밀어준 가방을 –민규가 들고 있을 때보다 커 보이긴 했다- 품에 안고서 아랑이 민규를 조금 빤히 바라보았다. 정말 안 무거웠다면 다행이지만, 사실 우리 집을 어떻게 생각할지가 신경 쓰여. 아, 부잣집 애네. 하고 호구 잡을 성격은 당연히...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부잣집 애네... 라고 생각해서 거리 두고 싶어 하면 그건... 좀 많이 슬플 것도 같았다. ...그치만 표정 관리 잘해야지이...
“ 네에, 선배도 이제 가봐야죠오. 바래다줘서 고마웠어~ ”
민규에게 빵긋 웃어주고서 안고 있던 가방을 등으로 옮겨 매고 아랑이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을 누르고 조금 후에 ‘ 아랑이니? ’ 들리는 다정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목소리. 오늘 문 열어주는 사람은 엄마인가봐. 아랑의 얼굴에 생글생글한 웃음꽃이 폈다. 민규가 아직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문을 열고 나오는 분홍색 머리카락의 미인을 볼 수 있었을 테다. 저 사람에게 아랑이만한 애가 있다고... 도저히 믿지 못할 정도의 미모의 소유자가 만약에 민규와 눈이 마주쳤다면, “ 어머, 우리 아가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귀여운 학생. ” 이라는 부드러운 인사와 옅은 눈웃음을 건네었을 것이다. 마주치지 않았더라도 아랑의 어머니는, 민규의 가는 뒷모습을 보고. ‘ 어머, 저 학생이 우리 아가 바래다줬나봐. 고마워라. ’ 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저 픽크루보다 살짝 성숙한 느낌이시고, 눈은 좀 더 토끼같은 홍안이라고 상상해 주십시오... 목소리처럼 다정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느낌으로 상상해주시면 더욱 감사합니다... <:3 아랑이 아버님 얼굴이 사회화된 호랑이상 (+이지만 사회화 안 되었을 때의 얼굴도 알고 계심) (+세월의 품격이 더해진) 이어서... 민규가 (조금 험악해보일 수 있는?) 무뚝뚝해 보이는 얼굴이어도 (어쩌면 조금 험악한 얼굴이라서 더) 진심으로 귀여운 학생이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3 (그리고 이집에 호랑이상 아버지 말고도 더 있음...)
혹여나 말씀드리지만 페어 결과가 나왔을때 어떤 건의도 받지 않겠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페어가 나왔으면 그대로 포크댄스를 즐겨주시면 되는거구요. 만약 페어가 맘에 안들어서 임의로 잠수를 탄다거나하면 전에 말했듯이 5회 일상동안 플러팅 및 스킨쉽 금지 조치가 내려질껍니다. 이 제재마저 지켜지지 않으면 시트는 강제 하차처리 됩니다.
>>109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정말로 내가 원하는 이와 확정으로 하고 싶다면 그 캐릭터와 연플 이외에는 없으니 그냥 내가 찔러도 안 될 수도 있다라는 마인드로 임해줬으면 하고 다시 한 번 부탁할게. 특히 성적 지향 전혀 고려 안하고 정말로 찌르기와 랜덤으로만 돌아가니까 내 캐릭터의 성적 지향과는 거리가 먼데요? 하는 이들은 걍 우정을 쌓아보자!
>>120 어머님은 임자가 있으십니다..... ㅎㅁㅎ...... 그리고 슬혜주에겐 이미 시아(와 시아주)가 있잖아요.... 슬혜랑 고양이도 있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혜주.. 어머니캐도 좋아하시는구나... ㅎㅁㅎ?
>>121 안녕 연호주! 아랑주 답레는 >>19레스에 있어요...!! 아.. 그리고 마니또 할 무렵에 연호한테 과자말고도 주고 싶은 거 (또 그립톡이면 그립톡 빌런 될까봐 다른 것으로 골랐습니다... ㅎㅁㅎ...) 생겼는데, 만약 이번 일상에서 드릴 수 있으면 드리고, 없으면.... 나중에 줬다고 레스나 짧은 후일담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흑흑)
"후후후~ 물론 그대야도 요리엔 일가견이 있단거 알고 있지만, 고민된다면 제 특제 레시피도 있으니까요~ ...혹시 아나요? 그대야도 조신한 아가씨에서 포근한 언니야처럼 될지~?"
물론 식단조절로 사람의 체질이나 체형이 변하는건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적당히 농담을 섞어주는 것 또한 그녀만의 부추기는 방법이었다. 이러나저러나 당신이 잘 챙겨먹고 있을 거라는 정도야 이해는 하고 있지만, 그럭저럭 건강한 것과 활력가득으로 건강한 것엔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음~ 생각한 것보다 더 나른하게 계시는거 같은데요~?"
중간중간 움찔거리면서도 결국엔 자동차 보닛 위의 고양이처럼 늘어진 당신을 보며 그래도 자신의 손길을 어느정도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라도 했는지 한껏 웃음지어보이는 그녀였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당신의 반응 하나하나, 미세한 움직임마저도 사랑스러웠기에 모두 다 담아두고 싶다는 욕심만큼은 확실했던 모양이다.
"농담이니까요~ 솔직히... 어떤면은 저도 부러움을 느끼고 있기도 하구..."
엎드린 채로 팔에 얼굴을 묻고서 몸이 살짝 꼬이는듯하던 당신이 손이 떨어지자마자 살짝 몸을 일으켜 조심스레 물어오기에, 그녀는 조금 고민하듯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다가도 싱긋 웃어보이며 선크림의 뚜껑을 완벽하게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음~ 그대야가 물놀이를 하고싶다 했으니, 이쯤 해도 저는 딱히 상관 없지만요~"
파도치는 요란함까진 아닐지라도 아직도 꾸준하게 일렁이는 바다는 놀기엔 더없이 적합한 장소였다.
"그래도 천천히 들어가야 한다구요~? 갑자기 들어가는건 심장에 안좋으니~"
그러면서 어디에서 본 것마냥 한손은 허리에 가져다 대고서 다른 한손의 검지를 입가에 가져가 윙크해보였을까?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을뿐, 그녀 역시 장난에는 어느정도 도가 튼 인물이니 말이다.
>>125 네넵 답레는 아마 12시 전후로 올라갈것 같네요~ :D 헉 연호가 선물을 받다니...(감개무량) 무엇인지 궁금하니까 열심히 기다려보겠습니다! 받을 수 있다면 이번에 받고싶네요! 아 그리고 위에 읽어봤는데 밥은...ㅋㅋㅋㅋㅋㅋㅋ 그렇죠 다들 든든하게 밥 먹어야지... 음음 그러면 조금 더 주고받다가 밥먹으러 가는걸로 하죠! 연호주의 레스토랑권을 써도 괜찮고 아니면 그냥 일반 식당에 가도 괜찮구요!
슬혜가 장난스럽게 말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시아였지만 왠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듣고 싶다는 듯 고개를 살짝 돌린다. 그리곤 물끄러미 슬혜를 응시하며 궁금하다는 듯 물음을 던진다. 확실한 건 지금의 대답으로 시아가 조금은 신경을 쓸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어서 장난스러워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 그치만.. 슬혜의 손이 좋아서.. 아니, 그.. 잘 바르니까.. "
한없이 늘어진 체로 슬혜의 손길을 맛보던 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풀어진 목소리로 답한다. 그러다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말끝을 흐리며 대답을 고친다. 귀끝이 붉어진 것이 분명 슬혜의 손길에 푹 빠져있던 모양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슬혜의 솜씨가 굉장히 좋았으니까. 게다가 그 솜씨와 손길이 슬혜의 것이었으니까 시아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 그러면 일단 이정도로 마무리 하자.. 마음 같아선 왠지 숙소로 데리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놀이를 해야하니까 말이야. "
천천히 몸을 일으킨 시아가 입술을 핥으며 슬혜를 바라본다. 그리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꼬리를 곱게 끌어올려 웃어보이며 차분하데 말을 던진다. 그러다 귀여운 포즈를 취하는 것까지 본 시아는 무언가 마음을 굳힌 듯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 그렇지만.. 생각보다 슬혜도 서두르게 될지 모르겠네. 왜냐하면.. "
슬혜와 눈을 마주한 체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던 시아는 고개를 가까이 해 빈틈이 생긴 슬혜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며시 겹쳤다 떼어내곤 도망치듯 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길고 윤기가 흐르는 검정색 머리카락이 바람을 맞아 비단처럼 휘날렸다. 다만 여기서 맹점은 시아가 달리기가 몹시 느리다는 점이지만.
하늘이? 20대 중반 정도로 일단 생각하고 있어. 사실 지금도 나름대로 대회에서 수상하거나 상금 타면 독립할 자금을 거기서 빼서 모으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아무리 못해도 26살은 넘기지 말자 마인드지! 당연하지만 아파트가 아니라 작은 1층 주택으로 생각하는 중이야. 피아노 가져가야 하니.
바다로 와서 며칠이 지났을까요? 슬슬 수영을 하는 것도 조금 지치고, 이 근처 풍경에 질릴지도 모르지요. 그런 모두에게 또 다른 자극이 하나 찾아왔읒리도 모르겠어요. 모래사장 한 가운데 타오르는 것은 커다란 모닥불. 그리고 근처 여기저기에 설치되어있는 스피커를 통해서 피아노 곡이 들려오고 있네요.
2인 1조로 자유롭게 포크댄스를 추면서 가볍게 캠프파이어를 즐기라는 교사진들의 배려였답니다. 대체 어디서 피아노를 치는진 알 길이 없었지만 아무튼 정말 경쾌하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네요.
바로 옆에 있는 누군가. 혹은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었던 누군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
그 모두가 함께 춤을 춰보면서 이 깊은 밤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밤은 길고 곡은 쭈욱 이어질테니까요.
/가볍게 쓴 포크댄스 프롤로그야! 토일월 딱 3일만 가능해. 이벤트에 참가 안한 이들끼리 포크댄스 가능하나요? 그런 건 없으니까 꼭 주의해줘. 그렇지 않으면 굳이 신청을 랜덤 or 찌르기로 받을 이유가 없으니까. 파트너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잠수 타거나 하면 곤란해. 성적 지향 전혀 고려 안했고 내가 원하는 캐릭터와 안될수도 있다는 점 꼭꼭 명심해줘. 내가 찌른 캐릭터, 남도 찔렀을 수도 있고 혹은 그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찔렀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내가 찌른 이와 이어진 이들은 축하해! 절대 티내지 말고 재밌게 놀자!
>>135 앗 아앗 <:3 독립하더라두 옆집에서 지낸다든가.. 하는 것두 있으니까요 민규는.. 쪼금 과하게 말해보자면 시작점도 마침표도 모두 자기 안에서 끝나는 편이라서 독립하든 함께 살든 생활에 차이가 없을 거여요 함께 살면 동생 봐주느라 집안일을 하는 게 추가되겠지요 >:3 나머지 차이점은 없답니다
금세 태도를 바꿔 말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찍어서 맞은 것도 정답처리는 되니까. 가끔은 기대 없이 얻은 좋은 결과 덕분에 행복한 날도 있는 법이지. 문득 코팅해 책 사이 끼워둔 네잎클로버가 떠오른다. 그 덕분인가.
"진짜 좋아하나보다. 지금 되게 행복해보이는 거 알아요?"
<좀 부러우려고 해.> 가볍게 흘기며 얘기하곤 웃었다. 농담이다. 제게 좋은 일 생겨도 기쁘지만, 남 즐거운 일 들을 때도 좋았다. 말하는 사람이 유독 행복해보이면 더 그랬다. 나도 저런 얼굴 하고 말하는 날이 올까 싶은 생각도 들고.
"응, 재밌게 놀다 가야지. 고등학생으로는 마지막으로 오는 바다니까."
수능 끝나고도 오려면 올 수야 있겠지만, 이렇게 다같이 오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테다. 오늘처럼 우연히 같은 학교 학생을 만나서 도란도란 이야기하게 되는 건 정말로 마지막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아쉬웠다. 아직 못 해 본 것도 안 해 본 것도 많은데 갑자기 학생 졸업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하다. 마음은 아직도 열일곱인데.
"…나 혹시 놀림 받는 건가."
부끄러워서 괜히 던진 말이다. 기분 나쁜 티는 전혀 없다. 당연하다. 예쁘다는 말 좋으니까. 자꾸 들어도 새롭게 좋아.
저는 연호주가 시트를 다 안 쓰신 관계로... <:3 (기다림) 근데 이미 일상 돌리던 중이라, 일상을 잠시 킵하고 포크댄스 춰야하는지... 일상 병행(이건 아랑주가 쪼꼼... 무리일 거 같아요... 많이 헷갈릿 것임 ㅇ>-<)하면서 이벤트 레스 돌릴지도 여쭤봐야겠는데, 아무래도 잠시 킵했다가 이벤트 끝나고 다시 일상 이어가는 게 나을 거 같네요... (흐느적)
그는 속인게 아니라는 아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감사의 표시이기도 했고, 안도의 표시익도 했다. 잡고있는 손이 빠지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과충전 하는김에 쓰담쓰담이라... 그 말을 들은 연호는 조용히 있다가, '왜 대답이 없지?' 싶을 즈음에 눈을 감고 몸을 슬쩍 아랑에게로 기울였을테다. 아랑이 피하지 않았다면 아랑의 어깨에 톡 닿았을테고, 피했다면 그녀의 앞에 불쑥 머리를 내민 상태였겠지.
" 괜찮아. 쓰다듬어준다면. "
모래야 나중에 씻어내면 될 일이다. 별로 개의치 않기도 했지만, 겨우 모래알갱이가 좀 묻는다고 이런 기회를 날려버리는건 바보라도 안할테다.
쓰다듬을 받으면 과충전이 될까? 사실 이미 과충전 상태인 그가 이렇게 낮은 텐션을 유지할 수 있는건 이유가 있었다. 그야, 하늘에서 점점 저물어가는 저 태양이 너무 아름다우니까. 모두가 다른 곳으로 놀러간 시간에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만월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조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 그러고보니까. "
머리를 아랑에게 기울인채로 눈만 다시 살짝 떴다.
" 저녁은 먹었어? "
우리 만난지 조금 오래된것 같은데. 라고 덧붙인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먹었는지 생각해봤지만... 물놀이중에 바닷물을 조금 먹었던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자각하고서야 배고 고파오는 느낌이 들어서 아랑에게 저녁 먹자는 제안을 하기로 했다.
" 안먹었으면, 같이 먹을래? "
해가 점점 저물어가는 시간에 문을 연 식당이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면, 모처럼의 바다이니 그릴을 빌려서 조촐하게나마 바베큐 파티를 하는것도 좋을테다.
>>203 알고 있습니다 캡틴 >:3 (사다리타기? 프로그램의 결과겠지요) 또 신기한게 늑 - 늑은 없네요... <:3 양-늑 넷에 양-양 둘이야!
>>205 (일단 줄 게 있어서 저기서 헤어졌다고 하기가 뭐한 것입니다... <:3) (킵했다가 다시 잇는 게 나을 거 같기도 해요) 앗... 근데 이벤트 도중에 바베큐 파티하면 자연적으로 다 춤추다말고 그릴로 모여드나...? (그렇게 다같이 바베큐 파티 엔딩을 맞이하는데...)
>>206 그럼 일상은 킵하고 포크댄스부터 하는데... (일단 연호 시트부터 쓰고 오십시오... >:3) 포크댄스 시작 아이디어가 졸림취여서 생각이 안나는 거예요.... ㅇ<-< 호옥시 연호주 아이디어 있으신가요...??
>>208 고민되는 상황이지요... (끄으덕) 그렇게 하는 게 아무래도 좋겠지요오. (끄으덕)
>>209 기존의 일상과 이벤트 일상을 병행하면 기력 이전에 감정선이 혼란스러울 것 같고... 33 이벤트 일상은 분량과 핑퐁 텀을 짧게짧게 해서 돌려보고 싶은데, 그래도 피할 수 없는 문제는 오늘 바깥을 너무 돌아다녔더니 기력이 없다는 점... 33 아랑주와 마찬가지로 나도 기력고갈 상태라,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하거나 이대로 잠들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ㅇ>-<
>>213 (스담) 문하주도... 저와 같으시군요.... 저도 이벤트 일상은 분량과 핑퐁 텀을 짧게짧게 해보고 싶은데 이미 오늘은 기력이 없어서... 시작 아이디어도 잘 생각이 안 나는 것입니다... (슬픔) 앗... 아앗... 모르던 정보인데... 난타호텔... (내가 아는 난타는 식칼로 하는 게 아닌데...)
>>215 캐해석은... 언제나 맛있으니까요.... (찡긋 ㅇ.<) 아니... 풍요란 건 잘 어울리는데.... 이중적인 성격이요.....? oO
1.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아직 아무도 모른다면?」 A.하늘이는 자신이 피해를 입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남이 피해를 입는 것도 정말로 원치 않는 이지. 일상에서 그런 사고방식이 몇번 나오긴 했는데 과연 본 이는 누가 될까? 결론은 그냥 깔끔하게 인정할거야. 자기가 인정안하면 누군가가 피해를 보게 될테니까. 딱히 도덕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성향이 그런 것을 싫어하는 애라서.
2.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에게서 먼저 버림받는다면?」 A.피아노에게서 버림을 받는다니. 재기불능이 아닐까? (흐릿) 근데 피아노라면 그냥 자신이 좀 더 노력해서 실력을 쌓는 것으로 끝날 것 같아서. 사람이라면? 글쎄. 하늘이가 결고 포키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지금 단계에선 소꿉친구 정도겠지만, 일단 비랑주의 썰을 차용해서 몇년이나 서로 말 안하고 싸늘하게 지냈으니.. 결국은 사바사일 것 같네.
3.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해하고자 하는 걸 안다면?」 A.왜 질문이 이런 것만 나오는거야. (흐릿) 여기서 하늘이가 그냥 장렬하게 당해줬습니다로 끝내주면 되게 좋겠지만 하늘이가 또 그렇게 가만히 있는 애는 아니라서. 일단 대화부터 시도하면서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할 것 같네. 자신을 해하려고 하는 이유가 있을테니까. 허나 진심으로 자신의 의지로 해치려는 것을 안다면 아마 침착하게 112에 신고를 하고 크게 저항할 것 같은데. 그 순간 아마 호감도는 0으로..(이하생략)
차라리 농담이었으면 한다는 중얼거림과도 같은 소년의 말. 헤메이고 있구나. 너도, 나도. 한낱 떠돌이인 우리가 진정 마음 놓고 돌아갈 수 있는 곳을 찾게 될 날은 오는 걸까. 온전히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소년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갈 곳은 있지만 돌아갈 곳은 없다는 말을 머릿속으로 다시금 되새긴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혼자가 아닌 거지.”
괜찮아. 알 수 없는 곳에서 솟아오르는 작은 용기를 담아. 같이 가자. 새슬이 잡힌 손으로 문하의 손을 꾹 쥐었다.
ㅡ
소년의 집으로 가는 길. 아무 말 없이 소년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자가 놓인 공원을 막 지나갈 때 본래 자신이 향하던 길을 한 번 슥 돌아보았을 뿐이다. 골목길을 지나쳐도 누구 하나 돌아오라며 쫓아오는 이는 없다. 다행히.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도. 작은 골목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것을 주시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면, 눈 앞에 펼쳐지는 낯선 길과 건물들. 호기심 반, 긴장감 반으로 두근거리는 고동을 몰래 숨기며 소년의 발걸음에 맞춰 한참을 더 걸었다.
“...실례, 할게.”
더듬거리며 소년을 따라 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찰칵ㅡ하고, 도어락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새슬의 시선이 집 안을 빙 맴돌다가, 철문에 잠시 머물렀다. 그러나 그 뿐. 더 이상 새슬의 시선이 그 곳에 머무는 일은 없었다. 어쩌면 억지로 회피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문하의 말에 대답하는 것이다. 아니야, 근사해. 하고.
“이런 건 오랜만이야.”
이렇게 누군가의 집에 찾아오는 거. 잠시 멀뚱히 서 있던 새슬이, 답지 않게 어색한 몸짓으로 문하를 따라 움직였다. 시선은 여전히 집 안 여기저기를 맴도는 채. 장난감 가게에라도 들어간 어린아이같은 눈빛이었다.
>>225 (진단을 떄린다) (아니 포카한 질문을 줘야지 왜 매운맛으로 줘...) (동공지진) 자신이 피해 입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남이 피해 입는 게 더 싫음인가요... (앗... 아앗) 2번 질문 넘 맵다... 피아노든 사람이든 맵다.... ㅇ>-< 3번 질문도 맵다... 아니 진단 하늘이한테 왜 글애오.... ㅇ>-ㅡ < 하늘이 호감도 0이 되면 거기서부터 재시작은 불가능해 보이는데... (흐릿) 불가능인가요 가능인가요.... (흐으릿) 8^8
>>256 수고하셨어요, 연호주! >:D (쓰담뽀담) 엇... 스파이더맨처럼 거꾸로 매달려서 권하는 거... (쫌 끌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이어를 어케 할 생각인데요... 서커스에서 본 그 봉에 알콜물고 뿜어서 파이어에요...? (아마 아님) 춤출래 한입 먹힐래? ....저거 되게 늑대와 빨강망토 대사 생각나는데 제가 빨강망토 금아랑 만들어 둔 게 있긴 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사실 지금도 충분히 좋아요~ 제게 있어서 그대야는 겉모습보단 그 안에 있는 본질이 더 좋은 법이니까...
아, 그렇다고 외모가 싫다는건 아니랍니다?"
장난인건 알아도, 확실히 듣고 싶었다는듯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당신에게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당신과 다시금 이어지게 만들어주었던 원인이자 원동력은 그 변함없는 마음이었으니까, 그것에 동해서 안심했고, 그 마음을 이해했기에 감사함을 느꼈었다. 그렇기에 비단 죄책감 뿐만이 아니라도 그 어떤 방향에서든 당신에게 더 신경쓰고 싶었던 부분이야 있었으려나? 어차피 포근한쪽이야 자신이 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조금 더 사심을 보태자면, 한껏 어리광부리는 당신을 보고싶었던 것도 있을 것이고...
"후후후... 만족하셨다면야 다행이지만... 기껏 선크림까지 발랐는데 그대로 숙소행은 좀 아쉽지 않나요? 듣자하니 다음 행사까지도 얼마 안남았다던데? 춤추는 거였나... 기왕 온거 물에 발은 담그고 가야죠~"
잠깐이나마 풀어졌던 목소리, 게다가 귀끝까지 빨개진 얼굴을 보면 어째서 사람들이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라는 말을 침이 마를 정도로 반복했는지에 대해 알것 같았다. 본래 사람의 매력이란것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나오는 결과값이니까, 그리고 그 결과값은? 당연히 만점을 아득히 초월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선 입술을 핥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당신이 자신 또한 서두르게 될지도 모른다. 라고 운을 떼자 잠깐 의아했지만...
"어...라?"
눈을 마주하고, 천천히 말을 이어가며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는것조차 깨닫지 못했던 찰나에 기습적으로 와닿은 입맞춤에 잠깐 벙찐 표정을 지었을까? 정신을 차린 때엔 이미 바다 가까이까지 가버린 당신이었지만 충분히 따라잡을수도 있는 거리였기에 당했다는 표정 반, 가만 안둘거라는 얄궂은 표정 반이 섞인 얼굴로 당신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러 추격하듯 아주 천천히 거리를 좁히면서,
"이거 선전포고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죠~? 차암~ 제가 이렇게 도발에 말려드는 사람이 아닌데~"
─역시나, 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고, 당연히 반전도 없다. 저녁이 되어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호출하면 삼삼오오 몰려나오는 아이들. 행사 이전의 교장선생님의 개최사 몇 마디. 오늘은 뭔가 잔뜩 기대를 하는 아이도 있었고, 잘 쉬던 와중 불려나와 짜증을 부리는 아이도 그 짜증에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묻어 있다. 마치 오늘 밤은 무언가 신나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는 듯.
그러나 오늘 밤의 특별한 무언가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반 아이(반 아이들보다 같은 체육특기생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서, 반 아이들이 오히려 낯설다)가 너는 누구와 출 거냐고 건네어오는 질문에 문하는 어깨를 으쓱했다. 출 줄도 모르고, 애초에 이번 여행에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도 몰랐는걸. 하는 예절바른 대답을 하고, 문하는 삼삼오오 짝을 찾아가면서 뒤섞이기 시작한 인파 사이로 유령처럼 고요히 빠져나왔다.
애초에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인 줄 알았으면 이 여행을 오지 않을 걸 그랬다- 바닷가가 보고 싶다는 얄팍한 마음으로 변덕을 부려보았는데, 역시나, 이번 여행은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행이었다.
문하는 캠프파이어가 벌어지는 광장에서 빠져나왔다. 오늘 행사가 몇 시까지인지는 안다. 호텔 마당을 지나 다른 출구로 나오면 저쪽으로, 물 위로 길다랗게 수놓이는 낙일이 그려진 멋진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산책로가 나온다. 한낮에는 온통 여름바다를 즐기고자 하는 아이들로 시끄럽게 붐벼서 도무지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이 노을만이 드리워 고즈넉한 게 문하의 마음에 꼭 들었다.
괜찮은 피난처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하얀 후드집업을 목 끝까지 올린 문하는, 운동화를 신은 채로 산책로로 사박사박 발을 옮겼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 확성기로 증폭된 피아노 소리와 여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멀리서 어렴풋이 들린다. 문하는 벤치 하나에 대충 걸터앉아 이어폰을 꽂고 동영상을 뒤적여보기 시작했다. ...포크 댄스와 관련된 동영상이었다.
별로, 부럽다거나, 저 안에 섞여 있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냥... 그 포크댄스라는 게 뭐 하는 건지 궁금해서. 알게 되면, 별 거 아니었네- 나와는 관계없는 거였네- 하는 말로 털어내버릴 수 있기 때문에.
# 상황과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 첫 레스이기 때문에 길어졌지만 새슬주는 짧게짧게 줘도 좋아... 88
>>282 아이디어가 잔뜩은 아니었지만... (만족스레 쓰담당함) ㅋㅋㅋㅋㅋㅋㅋㅋ레드조합도 나쁘진 않지요... 대신 주변 아이들이 넘나 레드한 색깔에 눈이 아플지도... 앗 1학년 아랑이였군요! 장발에 트윈테일이라니... 역시 귀해요... 네넵 저도 복장 한번 찾아볼게요~
숙소 전체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소란스러웠다. 아마 지나가면서 들은 이야기론 포크 댄스라던가. 그런 것 따위 알 리 없는 새슬은 그저 포크를 가지고 하는 무언가거나, 그와 비슷한 것이겠거니 하고 일찌감치 신경을 꺼 버렸다. 그런데 웬걸, 밖에는 커다란 장작들이 타고 있고, 그 주변에는 인파가 잔뜩 쏠려 정신이 없는 것이다. 그런 류의 흥겨운 분위기를 싫어하는 건 또 아니었지만, 글쎄. 이상하게도 오늘 새슬은 틈에 섞여 신나게 즐기는 것보다 바다가 보고싶어졌다. 고요한 파도소리, 수면에 떠 다니는 달빛 조각, 그런 것들을.
가까스로 사람들의 틈새를 빠져나온 새슬의 발걸음이 묘하게 가벼워졌다. 조용히 흥얼거리는 콧노래, 바다내음을 머금고 스치는 바람, 움직일 때마다 가볍게 떠올랐다 가라앉는 치맛자락. 모래사장을 지나 산책길로 들어서서 얼마정도 더 걸었을 때. 새슬이 저 멀리서 익숙한 인영을 발견했다.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흰 남자아이. 새슬이 일순 장난스런 웃음기를 머금고 살금거리며 다가갔다.
바닷가로 놀러온지도 며칠이 지났다. 별로 올 생각도 없었는데 타의로 와버린 것이라 이곳에서 노는게 흥미가 떨어져버린 나는 이젠 거의 숙소 안에서만 생활했다. 친구들은 같이 나가자고하는데 밖은 더워서 싫은데다가 귀찮기도 했고.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숙소 안에서 할 일을 하고 있다. 놀러온 학생들이 잘 있나 체크하는 것. 다들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이 되어있으니까 걱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필요한 일이다.
" 졸리다 졸려 ... "
학교에 제출할 서류들을 하나씩 만들어놓다가 몸이 뻐근해서 잠시 스트레칭을 한다. 집중이 풀리자 주변 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오는데 오늘은 확실히 더 시끄러웠다. 무슨 행사라도 하는가 싶어서 밖을 보니까 감미로운 음악들과 함께 사람이 두명씩 짝을 지어 모여있다. 춤이라도 추려는거야? 싶었는데 진짜 춤 추네. 생각해보니 오늘 포크댄스를 추는 날이라고 했던 것 같다.
" 청춘이네 청춘. "
발코니에 기대서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들떠보이는 얼굴이 재밌어보이는구만. 여기서 누군가는 원하는 사람과 되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니었겠지. 그래도 다들 즐기고 있는듯하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난 사람 많은 것도 별로 안좋아해서. 아는 사람이 있나 살펴보니 드문드문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저기는 저렇게 페어기 나왔네. 음료수를 오른손에 들고 큭큭대며 바라보던 나는 남은 음료수를 한번에 원샷 때리고 들어가 자기로 마음먹었다.
" 잠이나 자야지. "
일어나면 끝나있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나서 핸드폰을 가지고 나온 나는 이 광경을 찍어서 저장했다. 나중에 제출할 서류에 첨부하기도 하고,
" 좋은 추억이니까. "
각각 찍어주고싶지만 그건 귀찮아서 불가. 진짜로 자러가야지. 그렇게 발코니에서 나와 미닫이 문을 닫아버린다. 에어컨 틀고 잘꺼야!
>>324 부회장님. 참가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전 상관없는데. (눈물) 아무튼 일단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는 전할게. 하지만 다음에는 해인주가 참가했으면 하고 다시 말할게. 고맙긴 하지만 역시 내가 기획한건데 나 때문에 누군가가 빠진다는 것은 조금 힘들어서. 아무튼 나도 이 이상은 말하지 않을게. 이 이상 말해봐야 진짜 의미없는 짓이고 해인주의 배려도 무시하게 되는 거니까.
당연히, 사방에는 밤바다 파도소리가 가득했고, 저편에서는 흥성거리는 축제의 소리가 울려오고 있었다. 더구나 그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그의 머리 뒤로 비스듬히 보이는 턱선이 어떤 빛으로 물들어있는 것으로 보아선 휴대폰으로 너튜브 영상이라도 보고 있는 모양. 그러니 그 누구라도 그 등 뒤로 들키지 않고 살금살금 다가가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 하고 부른 새슬의 부름에 그녀를 돌아본 문하의 얼굴에는 별 놀란 기색이 없다. 그가 얼굴에 드러내는 감정의 투명도가 극단적으로 투명한 편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와 몇 번인가 마주친 새슬의 눈에는 이제 문하의 얼굴 위로 감정의 흐름이 조금씩 보이고 있었는데, 지금의 그는 확실히 평소처럼 태연한 무표정이었다. 아니, 오히려 긴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왔네, 하고 인사를 해주려고 뒤를 돌아본 문하는, 새슬의 차림새를 잠깐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곤 이어폰을 뽑으며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인사 대신에 후드집업의 지퍼를 지익 하고 내리더니, 그 하얀 후디를 거침없이 쑥 벗어서는 새슬의 어깨에 씌워주는 것이다.
"─그냥,"
어쩌면 너도 이리로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고 있었어, 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문하는 적당히 그 비슷한 말을 했다.
>>365 어... 1학년 때 머리 길었을 때 머리 자르기 전에 해인이랑 사진 한장씩 서로 남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해인주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3 (아랑 : 머리 자를 예정이라 아쉬운데에, 사진 남기지 않을래요오? (아랑이 핸폰으로 둘 다 브이하는 투샷 찍고 해인이 핸드폰에 전송하는 걸로) ) (짧머 사진은 없을 거 같아요)
그리고 드디어 올리는 남아랑 (with 금아랑(여아랑)) 아빠 유전 더 세게 받은 흑발 남아랑... 자발적 아웃사이더 집돌이... (하지만 모범생임) 여아랑보다 성적 좋고, 다른 동아리를 아예 돌아다니지 않고 바깥에서는 세상만사에 불만이 좀 있는 편인데 집안 사람들 앞에서는 인상이 풀어집니다... <:3
그리고 이 둘 만나면... 왠지 서로의 얼굴을 맘에 들어할 거 같아 (....)
남아랑 시점 : (다른 세계 나라는데 엄마랑 닮은 얼굴이라 마음에 들었다.) 여아랑 시점 : (와... 아빠 어릴 적 이런 느낌일까아. 잘생겼다아...)
>>378 가령 같은 학교 누군가와 어울려다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었다던가, 파파라치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던가, 근데 그걸 또 거부하는건 아니라서 카메라에 대고 친절하게 가운뎃손가락 올려주며 해맑게 웃는 인성이라던가... (거의 싸가지캐) 그런 망상이 있읍니다... 예...
>>379 아슈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흑극... 그래도 역시 피아노의 매력은 연탄곡인걸... 바로 옆에서 같이 연주해주는... 두사람이 두 피아노로 해도 연탄곡이라고 넘어가지 못하게 미리 퇴로를 차단하마! >:3
아ㅡ? 새슬의 입에서 의문스러움을 담은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깨에 둘러진 후드집업에서 아직 채 식지 않은 체온의 따끈함이 맨살에 닿는다. 낯설지만 처음은 아닌 것. 오늘은 나, 이런 거 없어도 괜찮은데. 그러나 거절하는 일은 없었다. 헤실거리며 웃을 뿐이다. 하가 추우면 다시 돌려줄게.
“나랑 같네에.”
나도, 오늘은 왠지 바다가 보고 싶어서. 파도 소리가 듣고 싶었어. 솨아아, 작지만 분명하게 들려 오는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귓가에 스친다. 답답함 따위는 다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잠시 말 없이 파도소리를 듣던 새슬이,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물었다.
어두운 바다는 그거대로 또 운치가 있다. 모래사장에서 발로 흘러들어오는 차가운 바닷물을 느끼며 남색의 바다를 감상하는것도 운치가 있지만, 나무처럼 높은곳에 올라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감상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등대가 저 멀리서 반짝거리는 것을 구경허고 있었는데 어째 근처가 시끄럽다.
고개를 돌려 소음의 근원지를 찾아보는데, 그가 올라가있는 나무의 근처에서 캠프파이어를 피우고 포크댄스를 춘다고 하는 모양이다. 그는 포크댄스에 대해선 잘 모르긴 해도 '2명이 짝을 이뤄 추는 춤' 이라는 것은 알고있었다. 지금의 그에겐 짝이 없었으니 나무 위에서 다른 사람들이 추고있는 포크댄스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에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연호가 올라가있는 나무 옆에 자리를 잡고 서있는 그 사람은 아무래도 그와 마찬가지로 같이 춤출 짝이 없는 모양이다. 그는 딱히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나뭇가지에 다리를 감고서 몸을 거꾸로 뒤집어 나무에 매달렸다.
" 랑, "
지금까지 불렀던 것과는 다르게 아랑, 이 아니라 랑, 한 글자였다. 춤을 권하는 것이니 평소와는 달리 특별하게 불러보자, 라는 마음이었을테다. 아무튼 그는 몸을 뒤집은채로 아랑과 눈높이를 맞춰, 한쪽 손을 아랑에게로 슬며시 내밀었다.
" Shall we dance? "
그에게도 최소한의 영어실력이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은 제쳐두고, 방금까지 그냥 구경만 하던 그에게 같이 춤을 출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갖추어졌을지가 의문이다. 그래도 그의 눈동자에서는 망설임 없는 대담함이 빛나고 있었다.
노을이 내리는 바닷가에서 새슬은 평소처럼 ( ᐛ ) 하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을 뿐이고, 하얗게 드러난 새슬의 어깨가 덧없어 보여서 조바심을 낸 것은 오히려 문하뿐이었다. 그렇기에 새슬이 별 거절이나 질색을 하지 않고 그것의 품에 자신을 내맡기자, 그는 소리없이 안심하는 것이다. -딱히 새슬이 그것을 거절할까 걱정하지는 않았다. 새슬이라면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고, 받아주지 않더라도 그냥 자신이 다시 입으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문하가 걱정한 것은 자신이 순간적으로 더럭 욕심을 내버렸다는 사실을 들킬까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런 모습이 〈보기 싫다〉거나 〈걱정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다〉는 생각을 해버렸다는 사실이 두려웠고, 그것이 들킬까도 두려웠기 때문이다.나는 그래서는 안 돼.
그래서 문하는 그게 자신에게나 새슬에게나 단순한 호의로 끝나기를 바랐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이젠 문하가 러닝셔츠 차림이 되었다. 그래도 별 걱정은 없어보인다. 피부야 원래 창백했고, 딱히 떨림도 없어 추위를 타는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그가 떠돌던 곳은 추운 겨울이었으니까. 창백한 피부와 밸런스가 맞지 않는, 강철을 단조한 듯한 몸뚱아리 때문에라도 그가 추위에 떠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새슬의 질문에 문하는 핸드폰을 들어보인다. 너튜브가 떠 있다. 한 무리의 남녀들이 짝을 지어 강당 같은 곳에서 원을 그리며 춤추고 있는 동영상이었다.
"─그냥, 뭔지 궁금해서 찾아보고 있었어. 포크 댄스라는 거."
이런 건 잘 모르겠어서- 하고 문하는 시선을 파티가 한창일 광장 쪽으로 힐끔 돌려보았다. 잘 모르는 이런 것, 이런 것들. 여름으로 가득찬 바닷가와, 콘도와, 활기찬 아이들과, 그들이 지나간 자리들과, 그들이 노는 자리들... 여름이라는 게 무엇일까 궁금해서 와 봤는데, 어느 것 하나 시원한 해답이 되어주는 건 없었어.
새슬의 눈동자에 핸드폰 화면이 비추었다. [포크 댄스] 라고 쓰인 제목 위에서, 박수를 치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고, 가끔은 짝을 바꾸어 가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아ㅡ 이게 포크 댄스구나. 그제서야 새슬이 깨달음의 탄성을 내질렀다. 포크 댄스라길래, 포크로 뭔가를 하는 건 줄 알았지 뭐야아ㅡ( ᐛ )! 천연덕스러운 능청과 함께.
새슬의 시선이 겨우 핸드폰 화면에서 떨어진 것은 영상이 온전히 다 끝난 다음에도 조금 시간이 지난 뒤였다. 재생이 멈춘 검은 화면에 무언가 고민하는 얼굴이 잠시 스치더니, 이번에는 고개를 들어 멀뚱히 문하를 본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왜 그래? 정도는 물어보았을 시간이 지났을 때. 새슬이 헤 웃으며 말을 꺼냈다.
“해 볼래? 포크 댄스.”
우리 둘이서. 상당히 뜬금없고 대담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재밌어 보이지. 특별 자유부 활동이야! 납득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핑계로 대충 둘러대고선, 다시금 헤죽 웃는다.
문하는 핸드폰을 그렇게 들고 서 있었다. 새슬이 천연덕스럽게 웃는 것에, 문하는 눈을 깜빡이다 새슬을 따라 웃어보였다. 딱히 우스운 건 아니었지만, 그냥 웃는 얼굴을 보니 따라해보고 싶었다. -문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기분좋은 웃음' 이라는 개념이 문하의 머릿속에 없기에 그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들고 서 있었다. 영상이 끝나 화면이 검게 변해, 새슬의 얼굴에 어려 있던 반사광이 없어졌는데도 새슬이 그걸 들여다보고 있었기에 문하는 그것을 계속 들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 새슬의 모습이 화면 액정을 넘어 그의 눈에 담긴다. 그러고 보면 그의 눈은 텅 비어있는 핸드폰 화면을 퍽 닮았다.
"?"
새슬의 그 뜬금없고 대담한 제안에, 문하는 나? 하고 되묻듯이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자신을 가리켜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조금 움찔했다. 그 동영상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그 춤추는 사람들의 동작 위에 자신과 새슬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할 수가 없었기에.새슬이 내민 손을 쥐고 따라서 춤추다 보면 여름이라는 것에 도착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네가 나를 잡고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같이 찾아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 너도 나와 함께 있어 주는 걸까?
또 웃는 얼굴이네. 새슬의 눈동자가 조용히 문하의 휘어진 입꼬리를 눈에 담았다. 그러고 있자니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어서, 또 금새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는 체 하는 것이다. 이건… 그래, 어디로 가야 좋을지를 살피는 행동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어설픈 자기합리화의 완성이었다.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ㅡ.”
포크댄스를 출 줄 모른다는 문하의 말에, 새슬이 중대한 비밀 얘기라도 하려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가까이 해 달라는 손짓을 했다. 문하가 고개를 가까이 대면, 새슬은 장난스러운 속삭임을 남길 것이었다.
"사실, 나도 잘 몰라."
거기에 더해 작게 키득거리는 웃음을 조금 흩뿌린 뒤에, 새슬이 먼저 제 고개를 뒤로 뺐다. 녹색 눈동자가 무언가로 반짝이는 것 같은 착시가 인다. 그래도, 있잖아. 그냥 즐겁게 추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무슨 춤을 추든. 얼굴에 물든 말간 웃음이 벌써부터 퍽 즐거워 보이기만 한다.
“일단, 가자.”
새슬이 천연덕스레 문하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노을이 막 떨어져, 천천히 보랏빛으로 물드는 모래사장으로.
오늘은 찾아가지 못했어. 그래서 편지를 쓰기로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우체국도 못가네. 편지는 나중에 직접 줄게. 대신 나 없을때 읽어야해. 안그러면 편지 들고 도망갈거야. 네가 곧 멀리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아쉽긴 하지만, 너도 1년동안이나 거기에 있었으니 다른곳도 여행을 해봐야겠지? 가서 돌아오지 않는것만 아니라면, 난 웃으면서 보내줄 자신 있어. 진짜야. 너도 울면 안된다?
다음번에는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자주 갈게. 네가 떠나는 날에도 꼭 찾아갈게. 늦는다고 그냥 가지 말고, 기다려줘야해.
참, 아직 이르긴 한데 나 진학할 학교가 정해졌어. 산들고... 랬나? 뭔가 유명한 학교라더라. 난 잘 모르겠지만, 넌 알고있어? 알고있다면 나중에 편지 보낼 때 그쪽으로 보내. 우리 집 말고. 사진도 보내줘야돼.
새슬이 어디가 가장 춤추기 좋을지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문하는 새슬의 시선을 쫓다 말고 핸드폰에서 이어폰을 툭 뽑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블루투스 스피커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건 아쉽게도 들고 나올 생각을 못 했다. 그러고 나서 새슬이 어딜 바라보고 있는지 자신도 보려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문하는 새슬의 초록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만 같은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문하의 소원은 이루어진 셈이다. 새슬의 눈동자 안에, 얼빠진 무표정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잘 보였기 때문에.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듯한 새슬의 손짓에, 문하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고개를 기울였다. 정말이야? 하고,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모를 질문에, 새슬은 대답했다.
"정말이지..."
새슬의 말간 웃음이 문하의 얼굴 위로 퍼져나가는 것만 같다. 실소가 문하의 얼굴에 걸렸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즐거워서... 마음속에 차오르는 이 감정을 즐거움이라고 부를 줄도 모르는 문하인데,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다...
"그래."
억세기 그지없는 손이었지만, 새슬의 훨씬 작고 여린 손에 그것은 쉽게 얽매였다. 그리고 가볍게 이끌렸다. 지금 가까이서 아무 것도 걸쳐지지 않은 문하의 손목을 보면, 어쩌면 살이 튼 자국처럼 보이는 흉터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새슬이 그것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발견할 수 있겠지- 창백한 피부 위에 창백한 색으로 남아있어 쉽게 보이지 않는. 칼로 남긴 것처럼 선명하고 깊지도 않은. 그러나 분명히 각지고 딱딱한 무언가가 쓸어내었음이 분명한 자국이. 해진 곰인형의 껍질처럼 희끗희끗하게 문하의 손목 위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게 별 대수로운 일일 것 같지는 않다. 손목에 남은 그것이 무색하게, 문하는 웃었다.
그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마치 모든 것이 뚝 멎어버린 듯했다. 소리도, 빛깔도 냉막한 정지 앞에 그 몸을 움츠리는 것만 같았다. 분명 매미가 울고 있다. 어스름한 푸른빛이 아직 남아 이 도시를 파랗게 비추고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 같은 것이다. 의미를 잃은 소리며 빛깔들은 공허하고 먹먹한 울림으로만 남아 이 정적을 흔들지 못하고 죽어간다.
그는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있었다. 얼굴에 드리운 그늘 때문에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그늘 사이에서 그의 눈동자만은 분명히 보였다. 그늘보다 더 깊은 어둠을 머금고 있는 그 눈동자는 빛 한 점 닿지 않는 그늘 속에서도 더욱 어두워, 선명하게 초점을 잡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이토록 누군가를 선명히 증오해보기는.
말은 필요없다.
2. 『준비는 끝났어?』
그는 자전거 좌석에 걸터앉아, 태평한 얼굴로 핸드폰 화면을 슥슥 밀어보고 있었다. 그의 새하얀 피부며, 머리카락이며, 후드티는 말갛게 부서지는 여름 햇살을 고스란히 함뿍 머금어 상앗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의 끝모를 검은 눈동자에마저 조그만 빛무리가 맺힐 정도로 찬란한 햇살 속에서, 그는 그 까만 눈을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딱히 말은 하지 않는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는 자전거 핸들에 걸어두었던 헬멧 하나를 툭 끌러서는 당신에게 가볍게 던져주었다. 그리곤 그 옆에 매달려 있던 다른 헬멧을 끌러서 자신의 머리에 뒤집어쓰곤 턱끈을 채웠다.
"딱히 불만은 없어." "네가 이것 하나만 기억해 준다면 말야." "내가 네 것이라면..." "너도 내 것이라는 거."
2. 『날 두고 가지마』
"...너한테서 배웠어.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항상 물리적으로 함께 있거나, 시선을 항상 너에게만 두고 있거나 할 수 없다는 거." "그렇지만 말야, 내가 네게서 눈을 뗀다면 그건 널 위해서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일 거고," "내가 네게서 떠나간다면 그렇게 해야만 다시 네게로 돌아와서 더 오래 있어줄 수 있기 때문이야." "...이기적이지. 미안해." "그래도,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고 계속 너에게 돌아올 거야. 언제까지고."
3. 『널 잊어버릴거야』
"...행복했어? ......조금이라도?" "......그렇구나." "네가 더 이상 나를 갖고 싶지 않다면, 나는 너를 놓아줄게." "그렇지만 말야, 만일 나중에라도 내가 다시 기억난다면...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면..." "나를 불러줘." "달려갈게."
노을지는 바다, 백사장 위로 달리는 두 사람의 발걸음이 불규칙한 자국을 남겼다. 제 덩치보다 훨씬 큰 소년을 이끄는 밀색 머리의 소녀와, 너무나도 쉽게 그에 이끌려 가는 흰 머리 소년. 둘 모두 신발 따위는 어딘가에 벗어던지고 맨발이 된 지 이미 오래였다. 광장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희미하게 파도소리에 묻힐 만큼 멀리 왔을 때. 새슬이 먼저 발걸음을 멈췄다.
파도가 바로 발치 근처를 더듬었다가 물러난다. 새슬이 부서지는 파도 조각을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 문하를 향했다. 뛰어 온 탓에 미약하게 달아오른 뺨과, 가빠진 숨소리. 그것들이 잠잠해질 틈도 없이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ㅡ시작할까.”
아하하, 경쾌한 웃음소리가 파도에 섞여들었다. 잠시 문하의 손을 놓았던 새슬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마치 무언가에 마주대듯이, 모든 손가락을 쫙 펴서. 눈꼬리가 곱게 휜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거기에 덧대 오는 파도소리는 작은 오케스트라. 덮쳐 오는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선명히 빛나는 것 같은 흰색 머리칼이 바닷바람에 스치는 게 예뻐서, 조금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발 밑을 적시는 저녁 바다의 바닷물은 차갑기 그지없는데도, 그 위를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발걸음은 따뜻하다. 발바닥에 와닿는 모래는 분명 거친데, 그게 체중이 실려 패여들어갈 때면 부드럽다. 평소 로드워크를 뛸 때 내딛는 안정된 걸음에 비해 이 무게중심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이끌려 후다닥 내닫는 발걸음은 분명 평소보다 불안한데, 이 소녀의 뒤를 따라가는 이 발걸음 하나하나가 너무도 편안하다.
그 모순 하나하나가 너무도 선명하다. 손 끝에 와닿는 밀빛의 맥박이 너무도 선명하다. 그것에 이끌려 그는 무방비하게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피하지 못했다. 노을을 등지고, 곱게 눈꼬리를 휘며 웃는 그 순간을. 그는 피하지 못하고 그 모습을 선명히 눈에 담아버리고 말았다.
이 밤이 끝나고 자려고 눈을 감으면, 이제는 네가 보이겠네.
살풋 웃는 새슬을 문하는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웃었다. 어설픈 웃음이 피어나면서, 무언가가 문하의 눈가에서 밀려나와 그의 뺨을 타고 굴렀다. 자신의 안에 있는 무언가가, 아주 작고 사소해서 알아채지도 못할 무언가가, 그것도 아주 조금... 그렇지만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이킬 수 없도록 변해버린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응."
파도소리와 바람소리에 섞여, 그때 하늘에게서 얻어들었던 포크 댄스를 위한 곡이라기엔 너무도 아련하고 상냥한 멜로디가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문하는 조심스레 새슬의 손을 잡은 채로, 여름의 첫 스텝을 내밀었다.
새슬이 문하의 눈을 마주했다. 그리곤, 문하에 눈가에서 맺혀 떨어져내린 것. 한없이 가볍지만 동시에 더할 나위 없이 무거울 그것을 엄지로 훔쳐내었다. 왜 울어, 따위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자기도 어쩌면 곧 울게 될 것 같아서. 그래서 그 위에 장난스레 다른 말을 덧씌웠다.
“자유부 활동 수칙. 자유롭게, 즐거운 것을 한다.”
그러니까 눈물은 규칙 위반이야. 즐거워지는 거야. 지금만큼은. 어르듯 속삭이고는, 곧 소년의 움직임에 새슬이 따라붙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발 붙었다가, 떨어졌다가, 빙그르르. 어깨에 걸려 있던 후드집업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살랑이는 치맛자락과 움직임에 흔들리는 머리칼, 가끔 터져나오는 가벼운 웃음소리. 가끔 파도가 찰박거리며 발목을 적시고면 물장구를 치듯 발끝으로 호선을 그리기도 하면서ㅡ 해가 지고 떠오르는 달빛을 작은 스포트라이트 삼아 춤을 추는 두 사람의 인영.
“이상하지.”
채 온전히 식지 못 한 뺨이 아직도 미약한 온기를 품고 있다. 스텝이 가까이 한 발 더 붙었을 때. 새슬이 중얼거렸다.
“마법에라도 갈린 기분이야.”
그리곤 또 다시 한 발 떨어져서, 빙글. 소년의 손에 의지해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원피스 자락이 예쁜 원을 꽃피우고는 곧 사라졌다.
문하는 돌아가는 대로 입부 신청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인 선배한테 갖다드리면 되지 않을까.
그는 눈을 감고 가만히 새슬에게 그것을 내맡겼다. 그것을 흘리게 한 사람이 새슬이니, 닦을 권리도 새슬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외로움으로 케케묵어 말라붙어버리고 만 과거의 고통 한 방울이, 새슬의 손끝에서 아무것도 아닌 눈물 한 방울로 아스라져 사라진다. 그는 새슬의 손을 꼭 잡았다. 이러다가 아차 하면 와르르 무너져내릴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와르르 무너져도 괜찮을지도 몰랐지만, 부 활동 중이니까. 굳이 무너뜨리지 말고 조금씩조금씩 하나씩하나씩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문하는 우는 대신에, 새슬과 함께 춤을 추었다.
"이상하면 뭐 어때."
원피스로 곱게 하얀 원을 그리는 새슬의 손을 조심스레, 그렇지만 굳게 붙들어 잡아주면서, 문하는 새슬의 말에 나직이 답했다. 새슬이 내어준 자리에 자신의 발을 내딛고, 새슬이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고.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건 무슨 상관일까. 지금 여기에는─
"너랑, 나뿐이잖아. 그거면 돼."
그거면 충분해. 나는 그렇게 생각해. 너는 어떤 것 같아? 마법... 마법 같아, 하는 감탄사를 어디에 쓰는 것인지 문하는 한동안, 그가 느끼기에는 정말이지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 같다는 감탄사는 문하의 가슴속에 아름답게 사그라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고운 달빛이 내리는 수평선의 풍경으로 새로이 정의되어 다시 주어지게 되었다.
"마법... 그러네."
문하는 손을 뻗어, 한쪽으로 기울어지려는 새슬의 허리를 받쳤다. 달빛이 두 사람 사이로 비쳐들고 있었다. 그 조그만 달빛이 그의 그 텅 비어있을 줄로만 알았던 눈동자에, 새슬의 얼굴과 함께 맺혀있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다만 내 개인적으로 역시 마음에 걸리는건 홍현주네. 내가 알기로 이벤트 혼자 참여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 내가 해봐서 알지만 이거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리면 은근 되게 지루해. 하늘주는 이벤트도 일반 일상도 병행이 가능하긴 한데 홍현주가 마지막으로 돌린 이가 또 하늘주란 말이지. (흐릿) 그것도 바로 어제.
>>518 괜찮아. 괜찮아. 후딱 끝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말이 그런거고 빨리 끝내야한다거나 그런건 아니니까. 월요일까지만 끝내면 되는거지 뭐. 사실 너무 빠르게 후딱 끝내도 우리가 할게 없어져. (흐릿) 그러니까 적당히 분위기 보고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지네. 지금부터 돌린다면 돌릴수야 있긴 한데 비랑주의 상태가 걱정이네. 비랑주 요즘 계속 피곤함에 빠져있었으니 말이야.
뭐야 같이 해준다는게 그렇게나 기쁜 일인가. 마이페이스가 좀 더 짙어지는 것 같아서 신기하게 바라보다 젖은 모래 한움큼을 가져다준다. 그렇게 조금씩 젖은 모래를 쌓아두자 이것저것 손가락으로 건드려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좀 더 제대로 된 도구가 있었으면 크게 지을 수 있었겠지만 ...
" 그렇게 크게 지으려면 오늘 안엔 못지어. "
모래사장에 내 집 따위의 말을 적는게 슬쩍 보여서 말한다. 적당한 크기라면 오늘 안에 짓고서 인증샷까지 찍어둘만한 시간이 되겠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 만약 양동이 같은게 있었다면 더 크게 지을 수 있을텐데.
" 잠시만 기다려봐. "
주변에서 양동이를 구할만한 곳을 찾아보다가 어디선가 대여해준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앉아있으라고 한 뒤에 그곳으로 가보았다. 확실히 양동이를 빌려준다는 말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고, 대여금을 내고 양동이를 가져온 나는 새슬의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 좋아좋아. 여기에 모래를 가득 채워넣는 것부터 시작하자. "
양동이에 모래를 가득 채워넣고서 단단하게 다진 다음에 거꾸로 뒤집으면 단단한 모래 더미가 완성 되고 거기서 모래를 살살 털어내면 대충이나마 모래성의 모양이 나올테다. 내가 직접 해본건 아니고 어디서 하는걸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모래성을 잘 만드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난 살면서 바닷가에 온게 오늘 처음인데? 모래성은 지어본적이 없어. "
돈 없는게 죄지~ 그래도 오늘 와본게 어디야. 강한 햇빛은 영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파도 소리는 썩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나는 양동이에 흙을 한가득 채워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큰 사이즈는 아니라서 금방 흙을 채워넣은 나는 단단하게 다진 이후에 거꾸로 뒤집어서 하나의 흙더미를 새슬 앞에 만들어준다.
오늘 저녁은 포크댄스가 있는 날이라고 했다. 방에서 일을 하다가 밖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사람들이 짝을 지어 모여있었고, 그제서야 그 사실을 기억해낸 나는 사람 많은건 별로 안좋아해서 그냥 잠이나 자자는 생각에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막상 침대에 누우니 사람들의 소리와 음악소리가 생각보다 시끄러워서 잠들기가 좀 힘들었고, 결국 바람이나 쐬러 나가자는 생각으로 숙소를 나온다.
" 다들 춤도 추고 재밌어보이네~ "
축제하는 곳을 빙 돌아서 걸어가며 사람들을 바라본다. 표정을 보아하니 다들 만족스러운 모습이라 이번 여행은 꽤나 만족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핸드폰을 켜서 이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어디에 있나 찾아본다. 얼마전에 제비뽑기로 레스토랑 이용권을 받아서 거기서 밥이나 먹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근데 1인 동반까지 가능하다는데, 다들 춤추고 있어서 안되겠네. 그러다 익숙한 뒷모습이 보여서 나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어깨를 톡치며 얘기했다.
" 안녕, 약학부의 양홍현 양. "
저번에 한번 소동이 있어서 약학부에 들렀을때 얼굴을 익혀둔 학생이었다. 이런데 안올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와있어서 좀 놀랍기도 했지만 다들 즐기러 오는 곳이니까 스트레스 해소하러 왔다고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지. 인사를 건네고서 나는 레스토랑 이용권을 손에 들어보이며 물었다.
>>537 낮의 흥분도 잠시, 홍현은 약학부원들과 만나 오후를 보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약학부원들과는 헤어지고 대부분 포크댄스를 하러 가버렸기 때문에 홍현의 저녁은 혼자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 강장제의 약효는 남아있었고, 포크댄스를 하러 가는 건 좀 그렇다는 생각이 변함없었기에 그렇게 아쉽진 않았다. 잠시 의자에 앉아 있던 홍현은 이제 슬슬 배가 고팠기에 무얼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편의점을 가볼까.."
혼잣말을 하며 고민하던 홍현은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치자 깜짝 놀라 재빠르게 뒤를 돌아봤다.
"깜짝..! 이야... 아! 해인 선배! 오랜만이네요!"
아는 얼굴을 본 홍현은 반가워하는 얼굴로 해인 선배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시선은 해인 선배가 보여준 레스토랑 이용권으로 향했다. 레스토랑 이용권을 본 홍현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돌려 얼굴을 팔에 파묻으려는 시아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씰룩이는 것을 분명 당신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기분 좋게 조금씩 파닥거리는 자그마한 두 발이 시아의 기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다. 확실한 것은 슬혜의 대답이 꽤나 명답이었다는 사실이었겠지.
" 그냥 해본 말이지, 나도 그냥 돌아갈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기껏 이렇게 슬혜가 손수 선크림도 발라줬는데 그냥 들어가는 것만큼 아쉬운게 어디있겠어. 그리고 이따가 춤추는 행사도 있으니까 그것까지 아주 알차게 즐길거야. 오늘은 작정했어. "
시아는 슬혜의 말에 자신도 그저 농담이었다는 듯 미소를 띈 체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 하루를 헛되이 보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물론 숙소로 들어간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려던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굳이 꺼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듯 그저 기분 좋게 눈웃음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 아하하~ 슬혜 늦었어~ "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해주곤 도망치듯 바다로 달려가는 시아는 뒤에서 들려오는 짧은 반응에 키득거리며 기분 좋게 외친다. 열심히 두 다리를 움직여 바다로 달려가며 자신의 계획 중 하나가 성공했다는 만족감을 즐기는 시아였다. 물론 뒤에서 거리를 좁혀오고 있는 슬혜를 눈치 챈 것은 아주 조금 늦은 후였다.
"서..선전포고...그렇지..! 이건 선전포고야..! "
금방 느려진 발걸음으로 바다로 들어온 시아가 뒤돌아서선 슬혜를 바라보며 애써 대담한 사람인 것철머 당당하게 말했다. 선전포고 후에 돌아올 보복(?)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 그리고 두근거림을 안고선 애써 당당한 척 손가락 하나로 슬혜를 가리켜보이는 시아였다.
>>561 여기서 잠깐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여기 사람들 보면 보통 일상 텀이 1.5주 정도 되거든. 하늘주는 눈호관이 있다고 해도 너무 그 사람과 돌리는 것은 좀 그래서 여러 사람과 돌리는 것을 본 후에 다시 권해볼까 고민한단 말이야. 그러면 이미 한 계절이 지나있다구. (절레절레)
사실 이런 말하면 또 일상 텀이 긴 사람들 탓하는 것처럼 들릴까 싶어서 되게 조심스러워진단 말이야. 그런거 전혀 아니니까 찔려하지 마세요. 플리즈. (굽신굽신)
아무튼 그런 상황이니까 일단 힘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관전으로 덕질이나 하자 모드인거지. 해인주가 그러는 것처럼 나 역시 이벤트 기획자인만큼... 괜히 내가 눈호관과 엮이려고 일부러 이런거 만드는거 아니냐라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 이번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랜덤만 찍을 생각이고.
>>564 흠... 확실히 그렇기도 하네! 나도 그렇고 대부분 일상 텐션이 워낙에 느긋하다보니까 시간대가 어긋나는 경우도 꽤 있구,
랜덤 찍는데엔 하늘주 선택이니 내가 뭐라 할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벤트 기획자인만큼 엮이려고 일부러 그러는거냐 그런다면 그건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앞뒤 꽉 막힌 쫌생이인거 같은디... 그래도 그런 언론을 사전차단하기 위해서 피한다는건 이해가 가! 그렇기에 더 리스펙트 하는거구 그러다보니 내가 자꾸 푸시 넣는 것도 없잖아 있겠네. 강요라고 느껴졌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나도 나름 여러 사람하고 돌리려 시도했던거만큼 하늘이랑도 돌려보고 싶어오. 그렇슴다 갑분사심임다.
>>567 강요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냥 하늘주가 겁쟁이라서 그래. 정확한건 인증이라서 조금 왜곡해서 이야기하자면 어떤 스레에서 이런 식으로 이벤트를 짜고 이것저것 하다가 웹박수로 다이렉트 비판을 받았거든. 님 눈호관하고 어떻게든 엮이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냐고. 그때의 기억도 나고 그래서 조금 눈치보이고 그런건 있어. 그냥 이건 하늘주 개인 문제라서. (절레절레) 어. 뭐 일상 매일 구하다보면 누군가는 찔러주겠지 뭐. 그러다보면 눈캐나 혹은 못 돌려본 이와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엔딩때까지 못 돌린다면 거기까지인거지. 거기에 큰 의미 두고 싶지 않고 설사 눈캐와 엔딩때까지 한번만 돌린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없다.
근데 이것도 긴 거 같아... (흐릿) 약간... 기력 없는데 일상 레스는 길게 쓰는 피곤취가 오늘의 글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ㅠ... 실수... 양해 부탁드림다... (오타 많이 낼 거 같은데... (흐릿)) (연호주 혹시 제가 뭔가 실수하면 당근을 흔들어 주십셔....)
>>594 짧은 레스 핑퐁하겠다던 아랑주 다짐이 흩어지는 레스 길이를... 보시면 빨리 묻어버리고 싶은 제 맘이 이해가 가실 거예요... ㅇ>-< (크압... 나도 짧고 굵은 레스를 쓰고 싶어...) 흐아압 마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D
>>599 하늘이를 관캐로 두고 있는 이가 있다구? (흐릿) 어. 없을거야. 그런 이. 하늘주 홍현주와 2회차 돌린거 빼면 진짜 1회차~0회차가 고작이라서. .......설마 이번 웹박수에 누가 하늘이 찌르기라도 한건가. 하지만 비랑주 랜덤이랬으니까 그러면 말도 안되는 가능성이 생기는데. (절레절레)
다시금 위험한 웃음이 입가에 걸렸을까, 어딘가 들뜬것 같은 당신의 목소리에서 당당함이라던가 확실한 다짐같은 것이 전해졌기에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자신이 '기쁘다.'라는 생각을 좀처럼 지워낼수가 없었다. 리드해주길 바라면서도 내심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마음에 먼저 다가가는 것은 분명 당신의 말대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테지만, 그렇기에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자신 역시 적당히 맞추어가면서 당신이 원하는대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었다.
바다는 잠깐 머물러있어도, 곁에 있는 사람은 여전했다. 그동안의 모자랐던 부분은 지금이라도 채워나가면 그만이니,
바다로 들어가자마자 금방 바스라지던 작은 물장구와 다리에 스쳐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물길은 햇빛 탓인지는 몰라도 제법 맑은 색을 띄고 있었다. 바다를 접한지도 꽤 오래되었을까, 사실 생각지도 않던 학교 여행이었지만 온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았을 것이다.
뒤돌아 바라보며 한껏 당당해진 모습으로 자신을 가리키던 당신이 선전포고임을 확실시하자 살며시 웃어보이던 그녀는 아까와 다른 조금 더 빠른 움직임으로 물살을 가르며 가까이 다가갔다. 아마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고 보일수 있을까? 한껏 올려묶은 꽁지머리와 평소의 날카로운 눈매와는 다른 완만한 곡선, 가볍게 웃음지은 표정이 금방이라도 '와보래서 왔는데, 어떻게 할거야?' 라는 말로 읽힐만큼 기세등등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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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 없다는 듯 위험한 웃음을 지어보인 시아는 나름 기대가 된다는 듯 눈을 마주한 체 말했다. 애정표현에 대해서는 무조건 받기만 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슬혜와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결심한 부분이었으니까. 서툴더라도 열정을 다해 슬혜의 가만히 두지 않는 행동에 대해 마주 할 것은 분명했다.
" 어.. 어라..? "
어느정도 슬혜와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시아는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예상치 못한 것이 있었다. 슬혜는 당하고만 있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그 행동력도 그 의지에 못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성큼성큼 다가오는 슬혜는 점점 더 그 거리가 가까워졌고, 그것을 눈치 챈 시점에서 허둥지둥 도망가려던 것은 이미 뒤늦은 판단이었다.
>>658 레스가 보이니 동접 맞아보이네. 어 일단 비랑주에게 말하고 싶은게 있는데 지금 포크댄스 곡은 하늘이가 연주하고 있어서, 하늘이가 곡을 쭉 연주하다가 마지막 타이밍 부분에 아마 교대를 해서 나오게 될거야. 모래사장으로. 그러니까 비랑이는 그 전에 누군가와 추고 있었다고 설정해도 상관없음이다! 이 덕캐님을 어떻게 하늘이가 연주 끝낼때까지 기다리게 하나요!! (털썩)
마주보이는 당당한 태도, 본래 애정이나 열정은 상대방에게 지기 싫도록 설정되어있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었다. 그렇기에 당신이 그녀에게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고, 그녀 또한 그러하겠지.
하지만 그 계획 어딘가에 플랜 B를 세워두진 않았는지 빠르게 뒤쫒은 자신을 보며 당황하는 당신이 보였다. 어색한 미소와 함께 항복하겠단 제스처를 취하며 뒷걸음질을 치려던 찰나, 반대방향에서 밀려도는 파도에 도리어 이쪽으로 몸이 쏠려 코앞까지 와버리게 된 모습을 보며 그녀는 살갑게 웃어보였다.
"글쎄요~? 제가 빠른걸지, 아니면 바다가 그대야를 밀어낸 건지 모르겠단 말이죠~"
그리 깊진 않았지만 확실히 잔잔한 파도에도 영향을 받을만한 깊이였고, 양껏 몸을 웅크리면 수면에 닿을지도 몰랐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있던 당신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쪽, 하는 소리를 남기자 그것을 보고 살짝 웃음이 터졌던 그녀는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하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한쪽 손을 맞잡아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으음~ 아니죠. 그대야... 그거 가지곤 한참 부족하다구요...?"
그러면서 다른 팔을 살며시 당신의 허리에 감아 받혀주고서 천천히, 느릿하게 몸을 기울였을까? 자신이 앞으로 숙여갈수록 당신은 점점 더 뒤로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얼핏 위태로울 것 같으면서 용케도 파도에 머리를 담그지는 않는, 딛고 있는 것이 멀쩡한 땅이었다면 영락없이 탱고의 일부분이 될 시츄에이션이었으려나.
"포크댄스 전에, 몸을 좀 풀어야 하지 않겠나요?"
마냥 온화한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아찔한 시선이 이어진건, 아마 한껏 휘어진 몸의 구도 탓만은 아닐 것이다.
>>661 역시 그런가... 그렇게 설정할 수 있다고 해도, 딱히 누구랑 춤을 추고 있었다고 설정할 만한 사람은 없는걸! 비랑이는 혼자서도 잘 놀고 있었을 테니깐 상관없어. 하늘이가 모래사장으로 나오면... .dice 1 5. = 4번 상태인 비랑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는걸. 1) 자기 몸 위에 모래를 쌓다가 깔려서 못 나오게 된 2) 어디서 바가지를 구해와서 모래성을 쌓는 3) 바닷물에 발만 담그고 앉아 있는 4) 스피커에서 나오는 피아노 소리를 듣다 잠든 5) 하늘이를 기다리고 있던 6) 캠프파이어 대신 작은 불을 피워 놓고 폭죽을 터트리려는
이럴 때는 파도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하늘을 향해 투덜거리고 싶어진 시아였지만, 이미 슬혜에게 잡혀버린 이상 얌전히 구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긴 듯 얌전히 어색한 미소를 더해 대답을 돌려준다. 그래도 쪽하는 소리에 웃음을 터트리는 슬혜를 보며 조금은 안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한참 부족해..? "
시아는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손을 맞잡아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리는 슬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몸을 쓰는 건 역시 익숙치 않는데. 타고난 몸치인 시아는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조금은 긴장을 하다 자신의 허리에 감겨오는 슬혜의 팔에 움찔하고 놀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얌전히 뒤로 천천히 기울어진 시아가 멍하니 슬혜를 바라본다.
" ... 몸 풀어야 하긴 할텐데.. 왠지 그것보단 지금은 다른게 하고 싶어졌을지도 몰라. "
아찔한 그 시선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시아는 홀린 듯 말을 중얼거렸고, 슬혜에게 잡히지 않은 나머지 손으로 천천히 슬혜의 목을 감싸안아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이번에는 입을 맞추고 도망가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슬혜에게 파고 드는 시아였고, 살며시 목에 감싼 팔을 움직여 슬혜의 볼을 살살 어루만졌다.
" .. 이러나 저러나 몸은 풀리지 않을까.. 싶네.. "
붉어진 얼굴로 슬혜를 멍하니 바라보며 시아가 조심스럽게 속삭여보였다. 상기된 그 얼굴은 행복함과 고양감, 그리고 부끄러움과 수줍음이 뒤섞여 있었다. 왠지 슬혜와 맞닿는 피부가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콘도 홀 안에서 포크 댄스에 필요한 곡을 연주하던 하늘에게 음악부 학생 한 명이 다가왔다. 그 역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였다. 같은 피아노를 다루는 학생인만큼 이전부터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고, 아주 친한건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교류를 하는 사이였다. 아무튼 하늘은 잠시 생각하다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간다고 해서 포크댄스를 출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래도 구경 정도는 하고 싶다는 충동 때문이었다. 그 곳의 분위기는 분명히 자신의 피아노 감각에 도움을 주리라.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럼 부탁할게. 한 곡 정도니까 아마 그리 오래 치지 않아도 될거야."
교대한 후, 하늘은 연미복을 입은 상태로 콘도 밖으로 나섰고 모래사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미 수많은 학생들이 포크댄스를 추었는지 분위기가 상당히 은은하다고 하늘은 느꼈다. 그 중에는 아는 이의 얼굴도 있었으나 방해하기 싫었기에 힐끗 바라보며 하늘은 포크댄스를 추는 무대가 아니라 그 무대를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언덕 쪽으로 향하려 했다.
허나 그렇게 앞으로 걸어가는 도중, 근처에 앉아서 자고 있는 듯한 낯익은 이의 얼굴이 보였다. 같은 반 학생이기도 한 그의 모습에 하늘은 순간 당황해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깨워야겠거니 싶어 하늘은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잠시 고민하다 그의 귓가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야. 비랑아. 비랑아. 괜찮아? 왜 여기서 자고 있어?"
만약 여기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다음번엔 아주 가볍게 하늘이 어깨를 잡고 흔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여름이라고는 하나 밖에서 잤다간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법이었다.
비랑의 오늘 하루, 아니지. 바다에 와서의 나날은 어땠던가요? 굳이 기억나는 게 없는 걸 보면, 별 일 없었나 봅니다. 언제나처럼, 무대가 바다로 옮겨왔다 한들 신나게 어디든 뛰어다니고 있었을 겁니다. 넘어져도 무릎을 부드럽게 감싸줄 잘 갈린 모래알 위에서, 아니면 머물고 있는 숙박 시설에서라도요. 그 때문인지 다들 즐겁게 놀고 있는 오늘엔 영 맥을 못 추겠던지, 지루하지도 않은 포크 댄스를 위한 음악을 들으며 어느새 잠들어 버렸나 봅니다. 하늘이가 부르는데도 대답이 없네요.
"으응..."
하암, 새어나오는 하품을 손으로 덮으려다가도 가볍게 어깨를 흔드는 것에 어지러운 듯 눈을 떴던가요. 상황파악을 하려는 듯 하늘이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하품을 하고서 횡설수설 말을 합니다.
"하늘아? 왜 하늘에 있어? 드디어 승천한 거야?"
모독적이네요. 그나마 조금 잠이 깬 듯 잠시 후 비랑이 몸 터는 강아지처럼 가볍게 머리를 흔들거리곤 제대로 된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으으... 짝이 없어서 기다린다는 게 깜빡 잠들었나봐. 끝났나? 포크 댄스에 한 번쯤은 껴보고 싶었는데. 아니다, 아직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끝난 건 아닌가?"
비랑은 다른 학생을 찾아보려는 듯 살짝 비틀거리며 일어났습니다. 바닥에 앉은 게 신경쓰이는지 탈탈 바지를 털면서요. 그리고 연미복을 입고 나온 하늘이를 보고 어딘가 어색해진 듯한 느낌입니다. 흰옷에 아이보리색 가디건 하나 걸치고 나온 비랑은 편한 차림이었으니까요.
아무래도 잠이 덜 깬 것 같은 그의 말에 하늘은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며 아주 가볍게 대꾸했다. 하늘에 간 꿈이라도 꾼 것일까. 그렇게 추측을 하며 하늘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포크댄스를 추는 곳에 뭔가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없겠지만 혹시 마실 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런 곳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괜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올 때 마실 것을 하나 가지고 나올걸 그랬나. 아쉬운 감정은 계속해서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는 애써 머릿속 생각을 끊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직 안 끝났어. 이전의 곡들은 내가 연주하고 있었고, 지금은 다른 이가 교대를 해줬거든. 마지막 정도는 즐기라고 하지만 말이지."
아무리 봐도 빈 사람은 없어보였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나온 것은 연주가 시작되고 한참 지난 후의 이야기였으니까. 당연히 빈 사람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하늘은 비랑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사실상 마무리 파트니까 이미 출 사람은 다 추고, 따로 볼 사람들은 보고 있을거야. 어찌되었건 남은 이 두 명만 이렇게 있는 셈이네. 아. 물론 잘 찾아보면 여기에 참석 안 한 이도 있겠지만, 그런 이라면 여기에 나올리가 없을테니까."
어쩌면 좋을까. 잠시 생각을 하던 하늘은 말 없이 비랑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남은 이들끼리 한번 어때? 원하는 이는 아닐지 몰라도 남아있는 사람 사이라는 걸로 참아줬으면 좋겠는데. 감미롭거나 달콤한 것은 아니어도 남자 고등학생 두 명이 춰보는 것도 나름 추억거리 아니겠어?"
결론은 그냥 가벼운 추억거리로 남겨보자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가 거절한다면 그 또한 상관없는 일이었다.
바다 냄새. 최민규는 숨을 들이켰다. 허파 안에 소금내가 풍선마냥 부풀었다. 소리도 없이 터졌다. 함께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을까. 바다 보이는 곳에 일행도 없이 멍하니 서 있는 꼴이다. 저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쌍쌍이 춤추는 제 친구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포크 댄스, 랬던가.
음악 소리와 파도 소리가 섞여 퍽 듣기 좋았다. 아, 맞다. 모닥불 소리도 있었지.
영화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었다. 최민규는 이 순간이 퍽 마음에 들었다. 먼저 춤을 신청할 만한 성질은 못 되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즐길 만하다.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데도 깨물어보면(or깨물리면) 양(늑대)이란 걸 알 수 있을까요? 깨물리면 페로몬이 맡아진다거나? 양이 억제제를 복용했다면 페로몬이 당일날 일체 억제되며, 그렇다면 인간이랑 별다름 없기 때문에 늑대에게 깨물림 당했다고 해서 페로몬이 나오거나 하진 않습니다. 유명인물들도 양인 것을 꼭꼭 숨기고 활발히 활동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한번 우연히라도 깨물렸다면 늑대가 음? 하고 긴가민가? 할 정도는 됩니다. 늑대는 깨물려도 피부맛 밖에 안납니다.
깨물기는 야금야금 먹어서 몇퍼씩 쑥쑥! 찬다고 치면, 스킨십은 충전기를 꼽은 듯 시간이나 정도에 따라 느리든 빠르든 쭈우욱 차오르는 느낌입니다 키스나 연약한 살결이 맞닿는 진한 스킨십이면 오래하지 않아도 바로 쭉 차겠죠!
머리카락, 혹은 아주 가볍고(하이파이브, 잠깐 쓰다듬기 잠깐 손잡기..), 급소가 아닌 옷 위(어깨,팔..), 일상적에서 아주 흔한 스킨십 정도는 해도 바로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가벼운 스킨십을 유지한 채 시간이 꽤 지난다면(오래 손잡기..) 어?찼나?찼네? 정도의 느낌을 받습니다. 옷 위에서도 급소, 민감한 부위 터치는(허리, 목덜미 등..) 가벼운 스킨십이 아닙니다. 수위 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
비랑은 하늘이의 대꾸에 정신을 차리고 익살스럽게 웃으며 그렇게 돌려줍니다. 하늘(환경)에 간 꿈을 꾼 건 아니지만, 비랑이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보고 있던 건 하늘(환경)이니까요. 마지막 기억에 겹쳐지는 같은 이름의 소년을 보고 무심코 말장난이라도 치고 싶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아, 설마 지금까지 네가 연주하고 있던 거였어? 역시, 역시. 어쩐지 노래가 좋더라."
생각하보니 그걸 듣고 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던가요? 비랑은 스스로 말해놓고 뭔가 뻘쭘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나름대로 감탄을 하려고 했던 거지만요.
"으, 역시 거의 끝나가긴 하는 건가... 아쉽네."
하고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는 비랑이었지만, 하늘을 바라보는 눈에는 일말의 기대감이 깃들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이곳에 파트너 없는 사람이 둘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하늘이 하는 말을 옅은 미소를 띄우며 가만히 듣다가─
"좋아."
그 손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탁 잡아채면서 환하게 웃었던 것이랍니다.
"너, 남겨진 사람이 아니라 남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거, 꽤 멋있는데."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잡아 놓고서 " , ."라고 작은 목소리로 털어놓는 게 영 못미더워 보입니다. 자신감 없는 목소리도 들떴는지 살짝 높아진 것은, 즐거움의 끝자락에 같이 젖을 친구를 만났기 때문일까요, 무언가 채워지는 걸 무의식 중에 느꼈기 때문일까요.
방금 전 정말로 푹 자고 있던 그를 바라보며 하늘은 살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서 작게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물론 그에게 전달이 안 되어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그냥 혼자서 약하게 투덜대는 것 정도였으니까. 허나 그 역시 큰 의미는 없었다. 적어도 편안했다는 의미로는 전달 될 수 있었으니까.
아무튼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손을 잡는 비랑을 바라보며 하늘은 살짝 손에 힘을 주었다. 평소라면 손가락을 잡는 정도였을지도 모르나, 지금 이 순간까지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나름 친분이 있는 클래스메이트였으니까. 다른 이들보다는 조금 더 들여도 좋지 않을까. 허나 그 생각이 비랑에게 전달될 일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자기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니까.
"아하하하. 멋진거야? 하지만 남겨졌다면 우리가 뭔가 버림받은 것 같잖아. 누가 우릴 버린다는거야? 무슨 권리로? 그러니까 남은 사람이야. 버림받은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의지로 선택한거잖아?"
안 그러냐면서 가볍게 이야기를 하며 하늘은 앞장서듯,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근처까지 다가갔다. 이미 사람은 많이 빠졌으나 그래도 아직 음악은 흐르고 있었고, 분위기도 타오르고 있었다. 살며시 한쪽 손을 잡은 채를 유지하며 하늘은 스탭을 가만히 밟았다.
"포크 댄스라는 것에 너무 갇힐 필요는 없어. 우리는 우리들이 만족하는 춤을 추면 되는거야. 추억 만들기잖아? 졸업 후에 만난서 그땐 우리끼리 이랬지 이러면서 이야기할 거리 말이야. 그리고, 나도 잘 몰라."
나름 그럴싸하게 스탭을 밟으면서 하늘은 비랑의 턴을 시도했다. 돌아갔을지, 아니면 돌아가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건 넘어지지 않게 잘 받춰줬을 것이다.
'......?'
허나 순간 느껴지는 약간의 기질감이 하늘의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렸다. 피아노를 너무 많이 쳤나. 아니 하지만... 조금 다른 감각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의 눈빛이 아무런 말 없이 맞잡은 손으로 향했다.
/번외편! 하늘이의 스탭과 춤 솜씨는 어땠을까요?
.dice 1 5. = 2 1.피아노맨은 사실 춤도 매우 잘 췄습니다. 늑대만큼은 아니지만요. 2.그럭저럭 일반인 중에서는 잘 추는 편입니다. 3.그냥 그저 그랬습니다. 4.약간 서투르네요. 그래도 리듬감은 살아있는데 5.A:와 저기 막 추는 사람이 있어. / B.세상에 엄청난 용기다.
이쯤되면 당신을 밀어냈던 바다에게 쾌재를 외치고 있었을까? 적어도 그녀가 평범한 사람과 궤를 같이 하고 있었다면그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비뚤어진 사람이기에, 무언가 비어있는 부족한 사람이기에 그런 깊은 뜻까진 이해하지 못할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녀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변할 리가 없기에...
이 뒤틀린 마음은, 이 일그러진 껍데기는, 그럼에도 당신을 잊지 않고 갈구하고 있었다. 차라리 잊어주었길 바라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잊지 않았다. 그러곤 이제와서 그것을 번복하고 있었다. 이 어찌 말도 안되는 모순덩어리일까? 어쩜 이렇게 이기주의적일까?
지난 날의 자신을 책망하던 후회는 여름바다에 휩쓸려내려갔다. 지금은 그저 당신이라는 존재를 눈에 담아두기에 바빴으니까,
"물론 그대야는 부족하지 않답니다... 오히려 차고도 넘치는 사람이니, 하지만... 자극은 역시 조금 부족한 걸요?"
긴장한 것인지 조심스러운 손길마저 움찔거리던 모습 뒤 잠깐 얌전해졌나 싶으면서도 이내 천천히 목 뒤로 감싸안듯 팔을 걸어 입을 맞춰오자 그녀 역시 조금 더 부드럽게 안아들어 품에 파고드는 당신을 안전하게 받혀주었다. 그러다보니 목을 감고 있던 팔이 풀려 자신의 얼굴쪽으로 닿는게 보였고, 손에 잡힌 볼을 살살 어루만지며 조심스럽게 속삭이는 당신에게 살풋 웃은 채 말을 이었다.
"후후후... 부탁이든 요구든... 얼마든지 들어드릴 수 있는걸요~"
심지어 무리한 부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두 사람을 진정으로 위한 것이라면 그녀는 얼마든지 행할 수 있었다. 사랑이란게 무서운 이유가 바로 그거니까. 굳이 맹목적이지 않더라도, 그 신비한 감정은 때때로 사람을 바꾸어놓곤 했다. 지금의 자신처럼... 양이라던가 늑대라던가 하는 룰에서 벗어나 갈증, 외로움에 상관하지 않고서 당신을 끌어안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시선을 돌리는 하늘과 반대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비랑이 살그머니 중얼거립니다. 보통 춤판을 벌인다고 하면 차트에서 뽑아온 최신 유행 음악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주는 걸로 끝날 텐데, 피아노 연주까지 있다니 꽤 정성이구나라고 생각했었죠. USB의 주인과 연주의 주인을 연결한단 생각은 없었지만, 노래가 잘 어울리고 좋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 내가 너를 만나기로 선택해서 이 자리에 있는 거야."
또 남겨졌다면, 조금은 외로울지도 몰랐다고 생각했던 걸지도요. 모닥불 근처까지 함께 오면서 비랑은 하늘의 손이 피아노를 치는 손이란 걸 인식하고 있는지 감촉을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그래봤자 손을 꼼지락거리는 걸로밖에 느껴지지 않았겠지만요. 평소라면 남의 손을 잡고 붕붕 흔들며 걸어가고도 남았겠지만 잔잔한 감동 같은 기분을 녹이는 중인지 태도가 얌전했습니다.
"그래도 못나기만 한 기억을 추억으로 남기는 건 좀 그렇잖아, 으앗."
비랑의 눈엔 완벽해 보이기만 하는 스텝을 밟는 하늘이를 지켜보다, 하늘이의 리드에 맞춰 비랑이 어색하게 돌아갑니다. 당황한 모양인지 발을 헛딛어 넘어질 뻔 했지만 하늘이가 잘 받쳐준 덕에 어떻게든 제 자세를 찾아가네요. 비랑은 고개를 숙이고 하늘이의 스텝의 박자를 따르기 위해 발 쪽을 쳐다보고 있어 맞잡은 손을 쳐다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렇게 비랑이 잠시 동안 얼마나 익혔는가 하면... .dice 1 5. = 3정도네요.
1.하늘이가 하는 걸 얼추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2.박자가 좀 느리지만 아직 괜찮다 3.그냥 정신없이 바닥을 밟으며 따라가려는 정도 4.당신은 춤에 재능이 없습니다. 5.(비랑이가 하늘이 발을 밟아버렸다 해도 될 수준)
" ... 내가 해주고 싶은 말도 바로 그거야. 슬혜도 내겐 한점 부족한 점 없이, 오히려 차고 넘치는 사람이니까.. 부탁이든 요구든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 그러니까 슬혜도 참지 말고, 그저 마음 한켠에 담아두지 말고 내게 말해줘.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때도 있는 법이니까.. 그때는 그냥 망설이지 말고 말해줘. "
자신을 안전히 받혀준 체 미소를 지어보이는 슬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아 역시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은 체 속삭였다. 언제나 그랬다. 슬혜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 들어주고 싶었고, 뭐든 이뤄주고 싶었다. 이번에는 꼭 슬혜가 자신에게 말해주길 바랬다. 자신은 그걸 들어주고 이뤄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오늘 춤을 출 때는 날 이끌어 줘야해. 알다시피 나 몸 쓰는 건 잘 못하니까.. 부끄러울거야. 그래도 슬혜랑 즐길 수 있다면 부끄러워도 괜찮아. 그리고 슬혜가 이끌어주면 부끄럽지 않을거야. 슬혜가 이끌어주는 길은 내게 그 무엇보다도 빛나는 길이니까. "
일렁이는 파도속에서 서로의 몸을 맞댄 체, 자그맣게 속삭이는 두사람. 시아는 그렇게 사랑스러워 하는 듯한 부드러운 눈빛으로 슬혜를 응시하다 어리광을 부리듯 슬혜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대곤 비비적거린다. 어리광을 부리듯 몇초간 그렇게 이마를 맞대던 시아는 베시시 미소를 지어보인다.
" 있잖아, 그대야. 얼마나 입 맞추고 싶어? "
장난스럽게 두팔을 슬혜의 목에 걸어 감싸안은 시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말한다. 입술을 혀 끝으로 훑어 촉촉하게 만드는 것은 슬혜의 기대에 열심히 보답하겠다는 듯한 준비자세 같았다. 이따금 밀려오는 파도는 두사람의 등을 떠미는 것처럼 조금 더 밀착하게 만들었고, 그럴수록 서로의 온기가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여긴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해줄래, 그대야? "
처음에는 의문문, 그리고 마지막에는 슬혜의 입맞춤을 바란다는 듯 부탁을 해오는 시아는 슬혜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눈을 떼지 않은 체 천천히 숨을 뱉어냈다. 마치 둘만 존재하는 어딘가의 세상에 있는 것처럼.
아마 비랑의 손에는 하늘이의 손가락에 딱지처럼 붙어있는 굳은 살이 가득 느껴졌을 것이다. 빈말이라도 절대로 곱다고는 못하는 손이었고 손가락을 잘 만져보면 살짝 휜 느낌이 드는 것도 아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간지러운지 하늘은 크게 말은 하지 않았으나 정말로 작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못나지 않아. 춤을 추던 이들이 많이 빠진 지금, 그리고 이전부터 계속 춤을 추던 이들이 쉬고 있을 지금 이 순간, 이 곳의 스포트라이트는 우리 둘에게 향할테니까. 우리 둘이 주인공이고 우리 둘이 룰이야. 무대는 오로지 무대의 주인공이야. 피아노건, 춤이건 말이야."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는 것은 그 누구보다 익숙했기에 하늘은 태연하게 대처하며, 발 쪽을 쳐다보는 비랑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으며 그에게 이야기했다.
"스탭은 내가 맞출테니까 앞을 바라봐. 아래를 바라보면 괜히 더 헤깔리니까.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돼. 잘 하려고 할 필요 없어. 경연도 아니고, 대회장도 아니야. 그저 우리 둘을 위한 무대가 있을 뿐이니까. 즐겁게 즐기다가 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우리는 남고생이고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해도 이해받을 수 있는 나이 아니겠어?"
침착하게 이야기를 하며 하늘은 조심스럽게 비랑의 등을 팔로 받쳐주려고 하다 살며시 팔을 풀며 원을 그리면서 이동하는 스탭을 유도했다. 그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방식이니 그리 어렵지는 않겠으나, 비랑이 다치지 않도록 나름 속도를 줄여나갔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하늘의 시선은 한번씩 잡은 손으로 향했다. 크게 피곤한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다. 이 감각은 대체 뭘까 생각을 하며 하늘은 가만히 머리를 굴렸다. 이어 하늘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운동신경은 참 좋아. 닿아 있는 손을 놓치지 않고 휘리릭 몸을 돌려 내려오는 모습을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바라보았다.
“ 목소리 들으면 알지이. ”
스파이더맨은 목소리 변조라도 하잖아. (아마도)
“ ...어디서 그런 작업멘트를 배워온거니이? ”
애가 어디서 이런 구식 작업 멘트를 배워왔을까, 생각하던 찰나였다. 연호가 잡고 있던 손을 올려 손등 위에 키스하는 시늉을 했다. ...진짜 어디서 배워온 거지? 아랑이 잠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 It's a coincidence. ”
유창한 발음으로 대답한 아랑이 연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Ich bin immer schön. ’ 이라고 덧붙이면 이번엔 연호 쪽이 당황했을까... 싶지만, 그냥 마음속으로만 말하고 말았다. (뜻은 알지만 발음.. 영어만큼 자신 있는 편도 아니었고.) 저 말을 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웃어주는 건 우리 가족 정도겠지 싶어서.
팔을 물어도 될까? 쪽도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어디서 배워온 건지 모를 말로 사람을 당황시킨다. 당황한 티를 안 내는 것도 이제는 살짝 익숙해져가.
잡은 손을 부드럽게 이끌려 했을 때 아랑은 그 자리에 멈춰 서 조금 힘주어 연호의 손을 당기고 고개를 두어번 저어보였을 것이다. 그쪽으로 가기 싫어.
“ 나 오늘은 한갓진 곳에 있고 싶은 기분. 괜찮다면 여기서 춤추자. ”
평소처럼 별사탕이 굴러다니는 것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애교 어린 기색 없이 약간 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 아랑은 희미하게 미소했을 것이다.
저거 금아랑의 농담이구요... <:3 영어로 하면 다들 금방 해석하실 거 같아서 독일어로 적어봤어요.... :D 독일어...인데, 독일 가족 여행갈때 독일어 책자 떠들어보면서 금아랑 기억에 남았던 문구겠죠 뭐... <:3 (그때의 금아랑 (마음 속) : 와, 되게 공주병 같은 발언이다. ㅎㅁㅎ) (어떻게 보면 자신감 넘쳐 보이는 멘트라 조금 부럽네에.)
여러분 안녕 안녕.......... ㅇ<-< 크압... 또 뻗어 있다가 잠이 안 들면 또 기어올게요... 다들 굿 포크댄스... ㅇ.<
무언가에 맞춰서 조금 휜 손가락과 껍질처럼 싸고 있는 굳은 살은 어디론가 뻗어나가는 나뭇가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교과서에 실린 감상문의 주인공이라면 분명 어떤 숭고함을 느꼈겠지만, 비랑은 그런 감정을 느끼진 않습니다. 다만 손에 전해지는 감각을 느낄 뿐입니다. 아, 이 아이는 노력했구나. 손가락을 간질여 내게 한 작은 웃음소리를 듣고, 그 감상에 약간의 장난기가 어립니다.
"잠깐만, 다 보고 있는 데서 실수하면 나라도 좀 부끄러운데?!"
비랑은... 평범하지요.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 이미 쉬고 있는 사람들의 많은 시선을 받는 건 익숙한 일이 아닙니다. 보는 사람들에게 볼만한 구경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라는 감정도 자그마히 있지만 당황이 더 크죠. 홀로라면 아예 망가지는 걸 보여준다는 것도 있지만, 페어가 있는데 그럴 수도 없는 겁니다.
"뭐, 그것도 그렇긴 하지만."
본인들이 즐겨야 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 그런 것쯤 비랑은 알고 있습니다. 어리지만은 않으니까요. 파릇함을 떠올리게 하는 하늘이의 말을 들으며 그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랑이 본 적 없는 경연장이나 대회장에서 연주하는 모습도 하늘이의 일부겠지만, 비랑이 본 하늘이는─원하는 것을 연주하고 있었으니까요. 사람이 있든 없든 하늘이 바라는 대로 연주할 수 있는 모든 곳은 그의 무대였던 걸까요. 무엇을 하든 괜찮으니 바라는 대로 펼칠 수 있는 무대.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끼리 노는 데 형식을 차리지 않는 것처럼, 어떤 춤의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요. 받쳐 주면 받쳐 주는 대로, 하늘이가 밀치지도 않으니 급하게 내딛을 필요 없이 느긋하게 흐름을 따라가려 합니다. 성별이 같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지만, 왠지 상대가 여자였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컨디션? 음, 이젠 안 졸려. 많이 좋은 거 같아."
밖에서 잠깐 잠들었다 깨면 피곤할 때가 많은데, 어째선지 지금은 그렇게 피곤하진 않네요. 학교로 따지면 2-3교시? 아직 잠이 덜 깨서 졸린 1교시가 지나고 눈은 말똥하고 정신은 깨끗해졌을 아침과 점심 사이 같은 기분.
>>742 그래도 1일 2레스는 달성했어요... ㅇ>-< (흐느적) ㅋㅋㅋㅋㅋㅋㅋㅋ Ich 보고 바로 외국어란 거 아신 게 대단한걸요 >:D 금아랑이 영어 아닌 외국어 해도... 금아랑주가 tmi로 무슨 뜻인지 다 적어줄텐데요 뭐... 근데 적고나서 걍.. "" 처리해서 말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호 독일어는 아마 모르겠지 >:D
>>745 (뭔느낌인지 알겠다...) 우리 같이... 오늘은 밤에 잠들어봐요.... (라고 새벽 3시 넘어서 잠들었던 아랑주가 말했다) 이상하게... 지금 기운이 없고, 이상하게... 12시 넘어서 살짝 없는 기력이 살짝 솟아나는 기분... 을 새벽 감성이라고 하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그게 상대에게 민폐라면 그것을 하늘은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크게 피해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은 자기 자신 역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와 동일했다. 두개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그것은 내로남불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춤을 이어가며, 스탭을 밟아가며 때로는 그에게 자신의 움직임을 맞춰가며, 혹은 자신의 움직임에 그를 맞추게 하며. 형식은 없었고, 여러 동작이 섞였을지도 모르지만 그것 역시 하늘에게 있어선 춤이었다. 물론 비랑에게 조금 부담스러울까. 그것이 오로지 걱정이었고 최대한 리듬을 유지하려고 하며 하늘은 비랑의 물음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래? 다행이네. 음. 조금 피곤할지도 모르겠네. 몇 시간씩 연주를 하다보면 가끔은 이럴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괜찮아. 정말로 힘들때와 비교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자신은 피곤하고, 상대는 많이 좋은 것 같다. 그것을 들으며 하늘은 대답을 마치며 비랑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뭔가를 생각하듯, 뭔가를 떠올리듯. 곧 흘러나오는 것은 하늘의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미소였다. 그 직후 하늘은 자신의 몸을 턴으로 돌리며 균형을 맞춰 다시 제대로 선 후에 비랑을 다시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컨디션이 좋다면 마지막까지 즐겁게 놀아보자. 우리 둘이 함께 만족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음에는 정말로 네가 바라고 춤을 추고 싶은 이와 즐길 수 있도록 오늘 일을 경험삼아보자고."
자신과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는 그. 반 친구 중에선 소꿉친구인 그 아이를 제외하고서 하늘이 가장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ㅡ물론 비랑은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하늘이 그렇다는 것이기에. ㅡ 존재를 빤히 바라보면서 하늘은 미소를 지었다.
아.그리고 일단 설정상 하늘이와 비랑이의 춤은 거의 끝자락에 새로 난입해서 춘 거니까 혹시나 봤다는 설정을 달고 싶다면 비랑주의 허락이 있다면 봤다고 처리해도 상관없다고 생각이 드네. 가장 중요한건 비랑주의 허락이니 밑줄 짝! 물론 모르는 이가 그때 봤어. 라고 해도 하늘이는 누구세요? 밖엔 할 말이 없지만. (야)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들려오는 말. 하지만 그 안엔 무언가 모를 진지함과 확신이 어려있었다고, 그녀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아니라고 하기엔 당신의 말은 지극히도 감성적이었고, 자신 또한 참고 있었다는걸 알아주었으니까...
"...역시, 포기하지 않길 잘했네요. 그때 그냥 지나쳐버릴 인연 정도라고 생각했다면, 아마 저는 또 다시 허송세월을 보냈겠죠. 어쩌면 그래서, 조금은 무리해서라도 그대야를 잡으려 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알수 없는 감정이 마음을 간질이는데도 그것이 눈물로 나오진 않았다. 어떻게 된건지는 몰라도 웃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던게 우는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어차피 당신을 안고 있는 때엔 슬픔보다 기쁨이 더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그저 웃어보일 뿐이었다. 가식은 담지 않은채, 가볍게 떨리는 눈썹조차 연기하는 것 없이.
"물론이죠. 천천히, 부드럽게 흘러갈테니까요?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드물고, 저도 의외로 몸치였으니까요~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부끄럽다는 감정은 전혀 나쁜게 아니니까요. 그것 또한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일뿐..."
아주 천천히, 다시금 몸이 일으켜지는 것조차도 스스로가 느끼지 못할만큼 서서히 움직였던 그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당신이 어리광을 부리듯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부비적거리자 작은 웃음을 유지한 채 들려온 대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선 하루종일 하고 싶지만~ 그러다간 다리가 소금에 절여질거 같고, 글쎄요? 앞으로 6시간동안은 얌전히 참을수 있을만큼만 할까요?"
물론 시간 같은건 어디까지나 농담이었다. 장난스레 두 팔로 목을 끌어안는 모습이나 혀끝으로 훑어낸 입술이 약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는 것처럼 준비만반인 당신을 보자니 정말 해가 질때까지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지 몰랐다. 그래도 그걸 굳이 정하기엔 그녀는 그정도로 기계마냥 치밀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Tentu saja..."
의문으로 시작해 부탁으로 끝을 맺은 당신의 말에 들릴듯말듯 무어라 속삭이며 가볍게 서로의 입술을 포개었다. 하라면 몇시간이고 그럴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당신에게 무리가 안될 정도로 아주 살짝 넘은 경계에서 움직일 뿐이었다.
으응ㅡ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해인이 말 들을게. 아쉽지만 미련 따위는 금방 털어낸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나중에는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ㅡ. 같이 해 줄래? 머릿속에 피어나는 엉뚱한 생각들을 한 데 고이 모았다. 모래로 된 커다란 담이나, 뾰족한 지붕 같은 것들을. 그걸 모두 짓고 나면 시간이 얼마나 지나 있을까? 흠. 사뭇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는 체를 한다.
잠시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더니ㅡ 어디론가 떠났다 돌아오는 해인의 손에는 양동이가 들려 있었다. 웬 양동이? 바닷물이라도 담아 옮겨 둘 생각인가 싶어, 새슬이 멀뚱한 눈으로 그것과 해인을 번갈아 주시했다. 물은 커녕 모래를 가득 채울 것이라는 이어진 말에 갸웃한 얼굴을 하기는 했으나, 어쨌든 새슬은 해인을 따라하기로 했다. 그렇게 채워진 양동이가 다시 뒤집히고, 안에 들어있던 것이 나타났을 때. 우와ㅡ :ㅁㅡ 새슬이 다시 한 번 탄성을 내질렀다.
“헤ㅡ 그런 데 이런 걸 알고 있는 거야?”
해인이는 대단하네ㅡ! 똑같은 말의 반복. 그런데 이제 아까보다 조금 더 크고 조금더 감정이 담긴.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하나. 새슬의 손길이 한참 모래더미에는 닿지 못한 채 서성거렸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모서리를 아주 조금 깎아내렸다. 사르륵. 뭉쳐져 있던 모래가 힘을 잃고 부서져내리는 소리. 금새 새슬의 입꼬리에 즐거운 웃음이 걸리고, 내뻗는 손길이 조금 더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잠깐을 이리저리 손을 대어 다듬어 보더니, 새슬이 입을 열었다.
“있잖아ㅡ. 어떤 형태가 좋을까.”
콜ㅡ해인이가 도와 준 거니까, 이왕이면 같이 만들자. 이거. 모래더미에 머무르던 눈은 어느새 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ㅡ맞아. 너랑, 나. 둘 뿐. 어쩐지 계속 이대로 있어도 좋을 것 같다고, 어렴풋한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지났다. 빠르게 돌아가야 할 주변 풍경이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보이는 것만 같았을 때. 여러 가지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를 테면 어둑해진 수평선,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총총별과ㅡ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물결 같은 것들. 그러나 그 종착지에 무엇이 있을 지도 모른 채.
눈이, 마주쳤다.
이제까지 수도 없이 맞춰 온 눈동자였으나, 달빛과 함께 제 얼굴이 맺힌 검은 눈동자를 보았을 때. 새슬의 숨이 고요하게 멎었다. 사고의 정지. 이상한 기분. 그래, 새슬이 지금까지 느꼈던 것 중 가장 기묘하고도 희한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밀어내고 싶지는 않은 그런 것. 발걸음이 멎었다. 이제 옷자락을 퍼뜨리는 건 파도소리와 함께 밀려온 바닷바람 뿐이었다. 내 눈에도 똑같이 비추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을 즈음엔 뺨이 홧홧한 감각이 이는 것도 같았다. 숨이 차서? 신이 나서? 어쩌면 그 뿐만은 아닐지도 몰라.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멍한 시선 끝에서 춤추며 맴돌았다. 여전히 멈춘 머릿속으로는 그것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상하게 쑥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새슬이 문하의 손을 조심스레 붙잡아 올려 뺨에 대었다. 붉은 기운을 가려 보려는 의도였을까. 이미 실패한 것 같기는 하지만서도. 소년의 손목에 희미하게 남은 무언가를 눈을 내리깔아 조용히 바라보다가ㅡ 그대로 눈을 감고, 기분 탓인지 조금 거칠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는 것 같은 그것을 가만히 붙들고 있었다.
바다에서 시작한 입맞춤, 그 이후로 바다와 해변에서 이어진 애정행각들의 결과물로 두사람은 둘이서 정성껏 깔아둔 돗자리 위에 몸을 눕히고 있었다. 정확히는 슬혜의 품에 안긴 체로 꼭 끌어안고 있는 시아였다. 기분 좋게, 은은하게 풍겨오는 슬혜의 향기가 마냥 기분이 좋은듯 이따금 어깨에 얼굴을 비비적거린다.
" .. 이대로 좀 더 있고 싶다, 단둘이.. "
슬며시 슬혜의 손을 꼭 잡은 체로 부비적대던 시아는 아쉽다는 듯 입술응 달싹이며 작게 중얼거린다. 방금전까지의 시간은 몹시 꿈만 같았으니까. 단 둘만이 존재하는 듯한 세상 속에 빠져있다가 자연스럽게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예정된 댄스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었다.
" 좀 더 욕심내서 행사 같은 건 뒤로 하고 여기서 그대야랑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행사도 좋은 추억이 될테니까.. "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은 시아가 손가락 끝으로 누워있는 슬혜의 어깨 부근에 원을 그려넣기 시작하먀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를 낸다. 이 여행이 끝나면 이렇게 단 둘이 누워있고 그럴 장소가 없을 것 같아서 더 아쉬워 하는 모양새였다. 아직은 슬혜의 집에 갈 생각은 하지 못 하는 듯.
" 춤추는 것도 즐거울 거라는 건 알지만 아쉽기도 하네.. 으! 다 슬혜가 너무 좋아서 그래..! "
원을 그리던 손가락을 멈춘 시아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 슬혜의 턱에 쪽하고 입을 맞춰주곤, 이 아쉬움이 모두 슬혜의 탓이라는 듯 투정을 부려본다. 분명 투정을 부리는 시아의 모습도 보기 드문 모습이었겠지.
" 이제.. 행사 참여하러 가야겠지? 입고 왔던 옷도 걸치고 말이야. "
목덜미에 살며시 얼굴을 파묻은 시아가 작게 속삭였다. 아쉬워도 행사에 가야할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 정말 즐거웠어. 슬혜랑 바다에서 노는거. 물론, 대부분은 물놀이보단 다른 부분이었지만.. 아무튼. "
그래요, 비랑이 언제부터 남 시선을 신경쓰는 사람이었나요. 조금 놀랐던 것뿐 지금은 괜찮으니까요. 다들 모닥불 주위에서 춤을 출 때 나왔다면 부끄럽진 않았겠지만 하늘을 만나진 못했을 겁니다. 그걸로 된 겁니다. 따라오면 이끄는 건 서툴지만 조심스레 멀어져 보고, 따르게 하면 빠르게 가까워지려 합니다. 박자에 맞지 않았을 땐 한 걸음이면 될 걸 두 걸음으로 쪼갠다거나 너무 많이 내딛어 버렸을 때도 있었지만, 박자를 맞추다 보면 조금 나아지네요. 혼자 노래를 부르면 박자가 느려지고 다같이 부르면 모르는 사이에 빨라지지만 둘만 있을 땐 호흡을 맞추기 어렵지 않습니다. 정확한 움직임은 아닐지라도 크고 활기차게 움직이니 보기 나쁘진 않습니다.
"하긴, 네가 자기관리 못 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데."
정말 진이 빠질 일이라면 몰라도 말이죠. 하늘이는 연습도 오래 하지 않을까요? 그 손, 고생의 흔적을 유지하는 데는 더 많은 고생이 들곤 하니까요. 하늘이의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던 비랑은 잡아줄 필요 없는 바른 턴에 무심코 팔을 뻗다가 미소를 짓습니다.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포크 댄스 한 번 추자고 신청해보란 거야? 그건 좀. 그래도 함께 놀자는 건 마음에 드네."
우리들은 남겨진 사람이 아니기에, 남은 사람이기에. 어쩌면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르는 시간 동안, 음악이 끊길 때까지 마지막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거지요.
"좋아, 끝나면 전화번호 알려줘. 내가 나중에 결혼식 열 때가 되면 꼭 불러줄 테니까!"
잘못 돌아서 돌고도 한두 걸음 더 내딛어야 할지라도 턴을 합니다. 그 모습이 아까보다는 낫네요.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라는 듯이 하늘은 비랑의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실제로 하늘은 그렇게 철저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피아노를 제외한다면.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런 재능도 없고, 그저 노력하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단순한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것에 대해서 하늘은 부정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무심코 팔을 뻗는 것을 바라보며 하늘은 비랑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오른쪽 눈을 감고 윙크를 보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하는지는 네 자유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원하는게 있다면 도전하는게 나을걸? 그러다가 후회한다. 너. 나도 그렇게 후회한 적이 있어서 말이야. 정말로 친한 친구가 있는데, 3년이나 말 없이 차갑게 지냈거든. 지금은 잘 지내는데, 그 당시엔 뭣하러 그렇게 자존심을 세우고 싸웠는지 모르겠어."
같은 반의 아무개를 떠올리며 하늘은 괜히 어깨를 으쓱한 후, 리듬을 타며 발을 움직이며 비랑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특별한 움직임 없이, 거대한 움직임 없이, 그의 움직임이 돋보이도록.
"우정이기에 시간을 들여 해결할 수 있었지만 사랑은... 아. 솔직히 말해서 나, 피아노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은지라 사랑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다른 이가 먼저 가로채버리면 아무런 의미 없는 거 아니겠어? 물론 그런 것도 청춘이라면 청춘이지만 난 그런 청춘은 싫어서 말이지. 음. 그러니까 도전할 수 있을때 도전하는게 좋다고 생각해. 아, 물론 네가 싫다면 그걸로 된 거고."
뒤이어 그가 턴을 하자 하늘은 그에 맞춰 발을 이동해주면서 그에게 잡으라는 듯 손을 살며시 내밀었다.
"좋아. 가져가. 참고로 우리 반 중에서 내 번호를 가져가는 거, 네가 두 번째야. 그 누구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피아니스트님이 축하곡을 연주할테니까 그 번호, 쭉 간직해. 나도 번호 안 바꿀 거니까."
다들 춤추러 갔는데 혼자 여기 앉아서 뭐하는거지. 내가 어깨를 톡톡 건드리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서 얼굴에 미소를 환하게 띄운채 목례를 받아준다. 축제장 돌아오면서 약학부 인원들을 몇명 본 것 같은데 혼자서 여기 있는걸 보면 춤추러 갈 생각은 없는건가. 기왕이면 바닷가에 놀러온 김에 즐기면 좋을텐데, 라곤 해도 나도 관심 없어서 안갔으니 말하긴 좀 그렇다.
" 오랜만에 보는... 건가? "
그때 이후로 얼굴을 안봤으니 오랜만에 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하루에도 여러 학생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어서 오랜만인가 싶기도 했지만 날짜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렇네. 내 레스토랑 이용권으로 시선이 향하고, 놀란 표정으로 물어오는 너에게 나는 당연하게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안될건 또 뭐가 있어. 다들 저렇게 춤추는데 내가 가서 뜬금없이 가서 밥이나 드실까요? 하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
지금 너랑 내가 시간이 되니까 같이 가자는거 아니겠어? 웃으면서 같이가자는듯 손을 내민다. 레스토랑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축제장이 그대로 보이는 곳에 위치해있어서 밥을 먹으면서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거기에 오션뷰도 완벽하고 맛도 상당하다고하니 그 가격대가 상당하긴 했지만 이용권이 있으니 모든건 무료다.
예전에 바닷가가 가고 싶어서 대신 사진과 영상들을 둘러보던 도중에 누군가 모래성을 짓는 영상을 본걸 기억해내고 가져온 것이다. 바닷가 가고 싶으면 다녀오면 되는게 무슨 문제냐고 물어본다면 나한테는 그게 문제라는걸 말해두고 싶다. 그 영상 속의 사람은 몇번이고 퍼와서 크게 만들었지만 나에겐 그럴 체력도 없고 그렇게 하기엔 시간도 애매했으니까. 한 세번만 엎어두고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 예전에 봐뒀거든. 누워서 핸드폰 하다보면 이런거 떠서 보게 되더라고. "
알고리즘이라고 하던가. 그냥 연관되는 동영상의 흐름을 마구 따라가다보면 쓰잘데기 없는 것들도 보기 마련이다. 어떻게 다듬을지 고민이라도 하는걸까, 새슬의 손이 닿을듯 말듯 하면서 모래더미를 자세히 살피고 있다. 그러다 모서리를 살짝 깎아버리고, 대충 어떻게 만들지 감이 왔는지 조금 더 손길이 대담해진다.
" 성을 만들기엔 좀 모자라니까 집을 만드는 것도 괜찮지. 모래성이 아니라 모래집. "
이 정도 크기면 주택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성보다는 주택이 좀 더 만들기 쉬울테니까. 하지만 아직 모래가 좀 더 부족해보여서 열심히 양동이에 모래를 퍼다 넣는다. 그래도 양동이 세개 정도의 양은 있어야지 뭐라도 하지. 그렇게 열심히 모래를 다 퍼다나르고선 뭘 만들까 열심히 고민해본다.
그가 평소와 다른 어떤 행동이나 말투 등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보통 영상매체에서 배운 것이다. 그 자신이 지금 하고있는 행동이 작업과 관련된 행동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있을까? 뭐, 어차피 알고있던 알고있지 않던 문제되는것은 매한가지다.
It's a coincidence. 번역해보자면 '우연의 일치야' 일테다. 하지만 우리의 연호가 그런 고급단어를 알고있을리가 만무했다. 같은 이유로 아랑이 덧붙이려 했던 독일어도 모를 확률이 100에 수렴한다. 아무튼 뜻을 모르는 그로써는 그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 Did it hurt when you fell from heaven? "
라는 말이나 뱉어대고 있다. 더없이 재밌는 점이라면 발음은 유창했다는 점과, 본인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도 모른채 그저 웃음짓고 있다는 점일까. 혹시나 외국인을 만난다면 연호가 입을 열지 않게 하도록 주의하는 노력이 필요할테다. 잘못하면 그의 뺨이 올려쳐질지도 모르니까.
" 좋아. 그럼 여기에서. "
아랑의 말을 듣고서 밝은 곳으로 움직이려던 발이 방향을 틀었다. 춤을 추듯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움직인 몸은 아랑과 마주보는 곳에서 척, 하고 멈추어섰다. 그의 얼굴과 아랑의 얼굴이 멀지는 않은, 그렇다고 또 가깝지는 않은 곳에서 피어나는 캠프파이어의 불빛과, 하늘에서 빛나고있는 달빛을 받아 옅게 빛나고 있었다. 문득 연호는 이렇게 옅은 빛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 랑, 오늘은 조금 차분한 느낌이네? "
평소의 아랑, 이라고 생각하면 밝고 귀여운 느낌이랄까. 그런 것이 강했으니까. 오늘의 아랑은 평소보다는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연호 자신도 그런 날이 있었다.
누가 이런 춤을 추기 시작했고, 왜 추었는가는 몰랐다.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옛날 이 춤을 추기 시작했던 누군가도, 자신처럼 조용히 떠돌다가 같이 춤 출 상대를 만나 어느 순간 이렇게 마법에 걸려버렸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표면에 물기가 희박해, 무언가 맺히거나 반사되지 않아 생기가 없어보이는 것이었다. 어느 겨울부턴가, 더 이상 눈물도 흐르지 않게 돼서. 그의 이야기는 항상 변변한 여름나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그의 눈에 새슬이 비쳐보이는 것은 새슬이 닦아낸 그것, 새슬이 그에게 되찾아준 그것 때문이었다. 네가 돌려주었으니 네가 비치는 게 당연한 거야. 새슬이 눈을 감자, 문하도 눈을 따라 감았다.
발걸음은 멈췄다. 그러나 바다 쪽으로 청량하게 흘러가는 밤바람이, 이 고요한 순간이야말로 이 곡의 클라이막스라고 말해 주는 것만 같다.
문하는 새슬의 손길을 거역하지 않았다. 늘 그랬다. 그는 새슬의 뺨 위에 조심스레 손을 올렸다. 정말이지 변함없이 단단하게 굳은 가죽과 근육과 뼈뿐인 손아귀였지만,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약간 시원하고 단단해서, 달아오른 뺨을 기대기 좋은 손이었다. 문하도 그것을 잘 아는지, 새슬이 손목과 그 위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살며시 쥐어오는데도 저항이나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그 흔적이 아무 이유 없이 쓰라리고 차가운 순간이 있었으나, 새슬이 그것을 붙들고 있는 동안은 어떤 고통도 없이 평범하게 손목을 쥐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좋았다.
"꿈..."
문하는 나직이 새슬의 말을 되뇌었다.
"꿈이건, 어디건, 네가 나와 같이 있고 싶다면 어디든 따라갈게."
온기가 너무 가까이서 느껴진다. 희미한 냄새가- 양의 냄새가 아닌 새슬의 냄새가 너무 가까이서 느껴진다. 눈을 감고 있어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이제 와서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버리고 말았다.
그는 조심스레 고개를 조금 더 숙였다. 그리곤 새슬의 뺨 한쪽에 작은 입맞춤을 남겼다. 어디건 쫓아갈 수 있도록 표시해 두겠다는 것처럼.
>>862 어. 그야 맨날 컨셉이 달라지니까? 물론 내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서도. 일단 갈색이 여러 종류가 있으니 말이야. 픽크루에서는 아무래도 갈색은 한 종류밖에 없기도 하고. 그 픽크루는 아마 내 기억상 갈색 계통이 그것밖에 없기도 해서. 아무튼 아랑주가 그 99% 하늘이의 머리카락을 엄청 좋아한다는 건 아주 잘 알았다!
>>842 비랑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돌림노래야. 같이 불러줄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 외에 부르기 좋아하는 노래는 주로 동요. 동요는 어린아이를 위한 노래라서 그런지 은근히 음이 높잖아. 그래서 어렸을 땐 쉽게 따라 부르는데 조금만 크면 원래 음대로 부르지 못하게 되니까. 하지만 비랑이는 언제든지 부를 수 있을 거야!
안경 쓴 땋은 머리 문학소녀는 꽤나 클리셰인 편이라 그렇지 않을까요? 이미지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 편이기도 하고요. 경아를 만들면서도 정말...교과서적인 캐라고 느꼈으니까요.
>>861 딱 이거다! 하고 생각나는 건 없네요. 경아라면 운동신경은 없는 편이라서, 포크댄스가 있는 걸 알아도 춤도 추지 못하고 어디에 콕 박혀서 바라보기만 하거나 책을 읽고 있을 것 같아요. 그때 안면이 좀 있는 사하가 다가와준다거나 하면, 조금 그럴까요? 아니면 더 나은 상황이 있을까요?
>>893 무뚝뚝하고 멋대가리없는 캐릭터가 아니라 활달한 깨방정 캐릭터를 냈으면(소화못함) 연호의 머리를 마음껏 와다다다다 쓰다듬어볼 수 있었을 텐데... 문하는 못할 것 같으니 연호와 가까이 지내게 될 아직 누군지 모를 갓캐님 제 몫까지 연호를 와다다다 쓰다듬어 주세요.. (기도)
>>868 갈색이 여러종류가 있긴 한데... 이상하게 회갈색 하늘이가 꽂힌 거예요... <:3 (왜지이?) 어떤 갈색이든 하늘이는 귀엽지만요! (여캐버전 코코아도 사실... 꽂히긴 했습니다... (소곤)) (하늘주 : 왜 그걸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어요...?)
>>874 연노랑 원피스 옷 입혀봤던 거 같은데 제가 안 올렸나요...? (과자나라 녹차보라 컨셉은 너무 뇌절이라 안 올리긴 했음) 일단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아랑이 만들때 참고하겠습니당 ㅇ.< 가을뮤트... (그 옷고르기 까다롭다는...) ㅋㅋㅋ 아, 맞춰줬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톤그로여도 귀여워요...
>>880 앗... 아앗..... 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파파고 돌렸을때는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아팠나요? 가 나왔는데 연호주가 해석해주신 게 더 좋다... 답레는 좀 ... 기다려 주십시오.... ㅇ>-< 아 근데 연호 대체 무슨 매체 보고 다닌 거예요...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앞에서 입 열어보게 하고 싶어졌음)
>>886 문하주... 어케 이걸 일일히 다 다셨어요....?? (정성에 놀람) 어쩌다 2-1반에서 제일 옷 잘입는 사람이 되었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금아랑 코디로서 매우 뿌듯한 레스입니다 ㅎㅁㅎ..... 스포티한 옷 입고 다니는 운동계 캐릭터 좋아해요. 몸 좋으면 뭘 입어도 패피인 거야.
그리고 답레 쓰러 가느라 이제부터 레스 없을 수 있슴 입니다... 다들 미리 굿밤... ㅇ>-<
>>915 어유 해주신다면 저는 감사히 받을 따름입니다 (넙죽)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저희 나중에 배틀일상 할때 싸움 끝나고 처참해져서 숨 몰아쉬다가 옆에서 방방거리는 연호 보고 피식 웃으면서 와다다 해주시는게... 쩌네요 네... (널부렁) 크흑흑 원래 어제 하고싶었는데 딱 이벤트 시작이라 흑흑....
>>91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후우 제 노림수에 걸려드셨군요... 언젠가 연호 상댕이화 계획이.... (?) 그 이벤트 생긴다면 만져보게 해드리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헉 양뿔도 좋다 머리 곱슬두.... 아랑이한테 양뿔 생기거나 머리 곱슬되면 또 엄청 귀엽겠죠... (상상하고 드러눕)
자기 능력 이상으로 무리하진 않을 것 같다는 뜻이었지만 혹시 몰라요, 하늘이도 아침 늦게까지 늘어져라 자고 싶은 날이 있을지. 갑자기 너무 피아노가 잘 쳐져서 잡을락말락한 곡조를 잡기 위해 하루 종일 피아노 앞에 매달리려 할 날이 있을지.
"경험에 의거한 조언이구나. 하지만, 지금 나한테 도전할 '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비랑은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 답을 잇지 않은 채로 태연히 턴을 마치고, 하늘이 내미는 손 위에 손을 올립니다. 바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살짝 힘주어 쥐고, 말을 들으며 기분이 좋은 듯하기도 아닌 듯하기도 한 밍밍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그리고 하늘이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붙잡은 손으로 끌어당기려고 했을 겁니다.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 것도 모자라 가까이서 눈을 맞추려 했을까요. 춤이 흐트러지는 것도 아랑곳 않으며.
"시작이 반이라니까, 이미 반 했다. 응."
생글 미소짓고, 손을 놓으며 빙글 돌려 합니다. 이번엔 균형을 잃지 않았을 거에요, 조금 흔들리더라도.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난."
그 이상 뭘 바랄 게 있을까요. 혼자 그렇게 말하다가 혼자 당황하고, 혼자 정정합니다.
"으음, 혹시 우린 이미 친구인가? 그러면 많이 친구? 그래. 나, 너랑 많이 친구 하고 싶어."
어린아이에 가까운 말투로, 절친이란 말을 유치한 조합어로 바꾸어 말하며, 여전히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띄우고 있네요.
춤 춘다길래 구경이나 할까 하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엄청 본격적이었다. 삼삼오오 짝 지어서 피아노에 맞춰서 움직이는 모습은 생각보다 근사했다. 어둑어둑한 가운데 쏟아지는 주황색 불빛 위로 어룽대는 그림자. 그게 꼭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멀찍이 떨어져 한참을 구경했다. 사람들 사이로 끼어든 건 출연진 리스트에 제 이름 석자도 올려보고 싶어서였다. 부딪히지 않도록 틈 사이사이를 누비며 익숙한 빈 손을 찾는다. 어쩌면 평생 그런 걸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하며. 높고 구석에 있는 책장에, 혹은 낡은 창고 구석에 기대어 있는 캔버스에 손을 뻗어주는 상냥한 손. 구체적인 얼굴 같은 게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사람이 아니라 정말 손이면 되는가 싶기도 하다. 낭만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살벌한 생각이다.
그러나 익숙한 빈 손은 어디에도 없고. 사하는 빈틈이 이어진 길을 따라 무리에서 빠져 나왔다. 그제야 보이는 익숙한 얼굴은 조금 장난같다. 사하가 천천히 경아 있는 쪽으로 다가간다.
손을 잡고 있었지만, 힘을 주진 않았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풀 수 있을 정도의 약한 힘으로 잡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그는 비랑에게 확 끌려갔다.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눈을 마주치는 그 모습에 하늘은 벙찐 표정으로 비랑을 바라봤다. 자신보다 조금 작은 키였기에, 하늘의 시선이 살며시 아래로 향했다. 시작이 반?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하늘은 멍한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했다.
뒤이어 들려오는 친구가 되고 싶다는 그 말에 하늘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많이 친구라니. 순간적인 상황 변화로 인한 판단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고 하늘은 가만히 비랑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꼬리를 작게 올리면서 이야기했다.
"많이 친구는 뭐야. 많이 친구는. 그런 건 되자고 해서 될 수 있는게 아니잖아? 좀 더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라고 해서 될 수 있는 거라면 친구가 적어서 곤란한 소설 따윈 나오지도 않았을걸?"
아. 그건 동성 친구가 없어서 곤란한 거였나. 하고 하늘은 키득키득 웃었다. 뒤이어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맞춰 하늘은 살며시 뒤로 빠지듯 리듬을 타다가 다시 앞으로 훅 걸어오며 비랑의 앞에 멈춰섰다.
"하지만 정할 수 있다면 난 좋아. ...너는 윤비랑. 나는 강하늘. 앞으로 좀 더 친하게 지내기로 했습니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네가 무슨 존재건, 내가 무슨 존재건 말이야."
아주 슬며시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ㅡ물론 그것을 알아들을지는 별개로 치고ㅡ 하늘은 그 관련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애초에 그 사실은 하늘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기에. 그렇기에 하늘은 입꼬리를 가득 올리면서 턴을 돌면서 비랑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도 너는 꽤 좋아하는 편이니까. 아. 이거 우정의 의미다. 아하하하. 친하게 지내자. 친구."
자꾸만 예쁘다는 말을 들으니 역시 놀림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 무대 앞에서 재롱잔치 하고 칭찬 받는 것 같은 기분을 고3 돼서 느끼게 될 줄이야……. 하지만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으니까, 일단은 어떻게든 수긍해보려고 했다. 정말로 예쁜 면이 손톱만큼도 없지는 않겠지. 이제 그걸돋보기로 보면서 계속 예쁘다고 해줄 수도 있는 거지. 속으로 생각정리 하느라 잠깐 말이 없어졌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기분은 어때요?"
그러다 꺼낸 질문이 이거였다. 장난보다는 진짜 호기심에 가깝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툭툭 찔러보는 건 아니고, 저 정도로 행복한 얼굴 하고 말할 만큼이면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져서. 세상이 막 분홍빛이고 그런가? 봄 아닌데도 어디서 꽃향기 나고, 비 오는 날에도 나한테는 햇빛 비추는 그런 기분이 드는 걸까.
"…세상에. 제가 졌습니다."
대학생 되고 나서 오는 바다를 상상해보다 시아가 덧붙이는 말에 순순히 항복 선언한다. 신발 들고 있어 손은 못 들었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했을 거다.
"어, 나 손 안 깨끗한데."
시아가 고갯짓 하는 곳을 보다 내미는 손에 조금 당황한 표정이 된다. 잠깐 망설이다 양손 검지에 하나씩 걸고 있던 신발을 재빨리 한손으로 옮기고, 빈 손을 옷에 슥슥 문질러 닦는다.
그런 것도 올리는구나, 사람들은. 새슬의 상상력이 멋대로 영상의 내용을 만들어냈다. 뭔가 엄청난 형태의 거대한 것을 척척 쌓아 올리는 것이라던가, 아니면 엄청 섬세하고 화려한 조각품처럼 해변가에 서 있는 모래로 된 무언가라던가. 새슬이 상상한 것에서 규모만 조금(...조금) 줄인다면, 그래도 있을 법 한 일들이었다. 어떻게 그런 걸 만드는 걸까? 역시 타고난 무언가가 있어야겠지. 퍼져나가는 상상의 나래.
집, 이라는 말에 새슬의 손이 알 듯 말 듯 미세하게 굳었다가, 금새 다시 움직였다.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 할 만큼 찰나의 순간. 그러나 얼굴에 걸린 것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미소였다.
“있잖아, 학교는 어때? 그러면.”
성보다는 덜 복잡할 거 아니야. 산들고를 떠올리면서, 새슬이 모래탑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본관, 저건 별관, 저건 체육관. 딱이지! 천진하게 웃어보이곤, 모래탑을 깎아내리던 손을 잠시 멈췄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학교가 될 수 있을까ㅡ 따위를 가늠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렵네. 일단... 네모로 깎으면 되나? 조심스레 손을 뻗어 측면을 수직으로 다듬어간다.
소년의 손이 감싸쥐지 않은 다른 뺨에 무언가가 닿았을 때. 더 이상 바닷바람이나 파도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고. 짧게 떨리는 숨을 들이킨다. 또 다시 감각에 슬로우모션이 걸렸다. 소년의 체향이나 온기, 미약하게 볼을 눌렀다 떨어지는 연약한 살결의 촉감같은 것.
문하가 떨어져나가는 동시에, 새슬이 천천히 눈을 떴다. 한층 더 오른 열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무슨, 일이, 일어났지? 머릿 속 톱니바퀴가 온통 제자리에서 빠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도 떨어져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는 생각만큼은 또 이상하리만큼 선연해서, 더할나위 없이 혼란스럽다.
“ㅡ그,”
읏, 무의식 중에 튀어나간 소리를 입술을 물어 가로막는다. 차마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저 눈을 내리깔기만 했다. 이게 뭐야? 글쎄. 속으로 질문을 던져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고.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해? 누구에게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 하지만 지금 얼굴은 들키고 싶지 않아. 새슬의 몸이 훅 꺼지듯 문하에게로 기울었다. 툭. 이마가 소년의 가슴팍에 힘 없이 부딪힌다. 그 와중에도 열이 오른 머리로 어떻게든 문하의 말에 필사적으로 내밀 대답을 찾아서, 새슬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나는, 길을 자주 잃어.”
가끔은 다치고, 가끔은 배를 곯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건 없어. 잠시 숨을 죽여 말이 없다. 잠시 후에야 다시 튀어나온,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나와 함께 있는 건 힘들 거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재보지 않았지만 아마 꽤 흘렀으려나? 사이좋게 돗자리에 누워서, 정확히는 서로 안고있는 모양새로 당신을 품고있던 그녀는 이따금씩 어깨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당신을 볼 때마다 살갑게 웃어보이며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세상엔 페로몬이란 것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판별되는 개성에 지나지 않았다. 비록 먹음직스럽게는 보일지라도 그것엔 본능만이 담겨있었기에, 게다가 그녀는 양이기도 하니 자신은 물론 다른 이의 향내 역시 맡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늑대였다면 당신의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도 그 대답은 지금의 결과와 딱히 다르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당신 역시, 느껴지지도 않을 향기 대신 다른 체취를 따르고 있었을 테니까.
"후후후... 좀 부족했었나요~?"
꽤 여운이 남았는지 아쉬운듯 작게 속닥거리는 당신을 보던 그녀는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내리듯 쓰다듬으며 웃어보였다.
물론 그녀 또한 당신의 그런 마음을 모르는게 아니었고 같은 생각이기까지 했지만, 아무래도 이런 애틋한 감정은 서로 사랑을 나누건 그러지 않건 지속되는 모양이었다. 어찌보면 그만큼 서로를 원한다는걸 증명하는 셈이니까,
"그렇죠? 원한다면 언젠간 또 이곳에 올수 있지만, 지금은 또 지금대로 재밌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녀도 그런 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기에 자신의 어깨에 동그란 원을 그려나가며 아쉽다는듯 말을 내놓는 당신을 어르듯 한결 더 부드러워진 인상으로 마주보았다.
"주어진 스케줄이 있으니 어쩔수 없는걸요~ 그 대신... 다음에는 지금보다 더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노력 해볼테니까요?"
마치 자신의 탓인양 투정을 부리는 당신이었지만, 어째선진 몰라도 그 모습이 전혀 당혹스럽거나 하지 않았다. 확실히 보기 드문모습이긴 했지만,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는 그 마음을 모르는게 아니었으니까. 대신 투정부리는만큼 다음을 기약하는 말로 달래어줄 뿐이었다.
늘 그렇듯,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천천히 순서를 기다리고, 서서히 단계를 밟아가듯 나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단 둘만을 위한 공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일단... 그 공간엔 '사람만한 고양이'도 같이 있긴 했지만, 당신이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않는다면 최적의 장소가 될것은 틀림이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자신의 턱에 입을 맞추다 투정부리는 그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해서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을까, 그 짧은 입맞춤에 답하듯 살며시 당신의 이마에 흔적을 따라남기며 생글거리는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네요~ 한켠으론 지금 힘을 다 빼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기셔야 할걸요? 춤이란거... 정말 간단하고 가벼운 춤이라 해도 몇분만 움직이고나면 금방 지칠테니까~"
자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서, 아직도 진하게 남아있는 아쉬움을 풀어내는 당신을 다독이며 말을 이었다.
"저도 마찬가지로 즐거웠답니다~ 그대야가 이정도로 적극적일거라곤 생각을 못해서 좀 당황한 것도 있긴 하지만, 뭐 사람 일이란게 항상 눈에 보이는 행동만 할수는 없을테니까요~"
생각보다 대범했다 할까, 그전부터 생각했지만 이런 부분에서 절대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된다 생각하는 그녀였다. 언제든 서로에게 빈틈이 보이면 그걸 확실하게 물고서 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양껏 표현해낼 사이란걸 알고 있기에,
사람이 아니면 매체에서 배웠겠지. 영상 매체도 여러 종류인데. 유튜브? 영화? 드라마...?? 아니면 저거 다 일까. 신체적 습득능력만 좋은 게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 Did it hurt when you fell from heaven?
“ Un italiano? ”
아랑은 당황스런 얼굴로 이탈리아 남자가 널 이렇게 만들었냐고 한국어로 물어볼 뻔 했다. 사람한테 배운 게 아니랬지, 참. 여행용 간단한 외국 회화는 알아들을 줄 알지만. 그 이상은 자신이 없다. 짧게 물어본 이탈리어어는, 번역하면 ‘ 이탈리아 남자? ’ 라는 뜻이다. ‘ 이탈리아 남자가 널 이렇게 만들었니? ’ 는 이탈리아어로 못 물어봐. 예쁘다. 아름답다. 미인이다. 정도는 기억하고 있지만. ...아니, 이탈리아 남자가 여자한테 하는 말의 80%는 의미 없는 작업멘트라고 알아들어도 무방하지만, 연호는 한국인이잖아...
*
좋아. 그럼 여기에서. 춤을 추듯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움직인 연호의 몸은 아랑과 마주보는 곳에서 척, 하고 멈추어 섰다. 아랑은 폰을 가디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쫌 불안하긴 했지만, 떨어져도 가디건과 케이스가 핸드폰을 지켜 주겠지. 그리 멀지도 그리 가깝지도 않은 곳의 캠프파이어 불빛과, 도시보다 밝은 하늘의 달빛이 서로의 얼굴에 묘한 빛 반사를 만들어 낸다. 아랑은 조금 불안했다. 물론 그 불안함을 언제나처럼 얼굴에 티내지 않고 빵긋 웃었지만.
랑, 오늘은 조금 차분한 느낌이네?
“ 그런가아? ”
아랑은 다시 평소처럼 애교 있는 별사탕 같은 목소리를 내고 빵실빵실 웃는다. 차분하다기보다는 불안하다. 집이 –울타리가- 먼 곳에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 바다 여행은 좋은 거지만, 역시 잠은 집에서 잠들고 싶다고 할까... 집에 돌아갈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 더 차분 – 숨기고 있는 감정이 불안에서 우울로 변할 수도 있겠다 - 해질 수도 있겠지.
뭐, 그것도 좋아.
달빛에 어울리는 미소를 띄우고서 고개를 한번 까딱이는 연호를 물끄럼 보다가.
“ Möchte ich jemanden? ”
툭 묻고서 방긋 웃어보였다. 그냥 못 들은 척 해줘. 못 알아들으라고 외국어로 말한 거니까. 괜한 응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