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귀여움의 정의가 바뀐건 아니지? 문하가 되게 멋지고 카리스마 넘치고 쿨한 면이 멋지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말이야. 일상이야 짧아질수도 있고 길어질수도 있는거지. 사실 하늘주가 평일에는 가능하면 하루만에 일상을 끝내려고 하는 편이라서 길게 돌리는 것은 보통 불금+주말로 하는 편인지라. (눈물)
아. 물론 그렇다고 텀 일부러 막 짧게 주려고 할 필요는 없다! 길어지면 킵 해버리면 그만인거라서.
아. 참고로 이건 나도 TMI지만 하늘이는 문하의 분위기 같은 거 되게 좋아해. 반대로 규리 같은 타입은 조금 대하는게 서툰 그런 느낌에 가까워. 문하가 좋고 규리를 싫어한다 그런건 아니고 그냥 하늘이가 일상에서나 잡담에서나 늘 모두가 파악하고 있다시피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하고 있는지라 너무 한 번에 훅 다가오는 그런 이들은 조금 어떻게 대해야할지 난감해하는 편이라서.
그렇기에 오히려 적당한 거리감을 지켜주는 이가 있다면 그걸 제일 좋아해. 물론 그렇다고 거리감 일부러 유지할 건 없고 그냥 대화하고 일상 돌리고 하다보면 알아서 줄인다. 하늘이가. 셀프로. 그냥 어디까지나 편하게 느끼느냐, 조금 서툴게 느끼느냐 그 차이인지라.
부드러이 미소짓는다. 말 끝에 작은 웃음소리가 뒤따른다. 자신의 말에 누군가는 기뻐해줬으리라는 말이 달갑지 않을 리가 없지 않나.
"가치까지는 잘 모르겠지만...기쁘다."
사람의 가치란 감히 단언하여 말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경아는 말을 아낀다. 다만 제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내비친다. 언어로, 표정으로.
"물론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절차는 절차니까."
별로 신경 쓰지 말라는 양 어깨를 으쓱인다. 말마따나 대출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하는 말에 불과하다. 그러다 당신이 하는 모습을 보며 옅게 웃는다. 역시, 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싫지 않았다.
경아는 조금 놀란듯, 눈울 동그랗게 뜬다. 이내 눈매를 휘며 웃는다.
"오, 미안. 내가 좋아하는 걸 묻는 건 좀 오랜만이라서."
안개가 물러가고 숲에 햇빛이 들어선다. 꼭, 그런 느낌이다. 경아가 하는 기쁘다는 말과 미소가 거짓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에 비한다면 흐리기만 하다. 들뜬 모습으로 말을 잇는다.
"그것도 그렇지만...하나만 고르기가 좀 힘들어서, 카테고리가 좀 좁혀지면 추천하기가 편하거든."
조금 머쓱하게 웃는다. 다른 제한 없이 좋아하는 책을 질문받는다면 떠오르는 책이 한둘이 아니라, 항상 말하기가 힘들었다. 장르라도 정해진다면 조금이라도 훨씬 고르기 수월해졌다. 당신의 말이 달가운 이유다.
"지금 생각나는 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라는 책이네. 근미래를 다루는 SF 소설이고, 전체적으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야. 영화화으로는 1984년도에 제작된 블레이드 러너와 2017년판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있지만...난 개인적으로 소설판이 더 좋더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아는 확연히 즐거워 보인다. 드물게 말을 길게 하는 점도 그렇고, 주체하지 못해 말이 점점 빨라지는 점도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별로라는 소리는 아니야. 그건 그냥 내 개인 취향이니까 너는 또 다를 수 있지."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말을 마무리짓는다. 저도 제가 지나치게 들떴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장난스레 헤실거렸지만, 별 말 없이 새슬은 해인을 해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모처럼 생긴 귀여운 별명을 이대로 버려 두기는 아까운데. 아주 가끔씩은 콜라라고 불러도 돼? 두 무릎을 모아 끌어안고는 해인을 비스듬히 바라본다. 헤ㅡ 그렇구나. 그럼 자유부 말고, 다른 비정식 동아리는 어떤 게 있어? 궁금하다.
“학교의 햇빛과 바다의 햇빛은 또 다르잖아.”
틀림없이 학교에서 새슬은 햇빛을 누구보다도 많이 쬐는 축에 속할 터였다. 교실을 빠져나와 하는 일은 대부분이 하릴없이 옥상 위나 나무 따위에 누워 있는 것이었으니. 그렇게나 많이 태양을 마주하는데도 질리지도 않는 것일까. 새슬이 손으로 그늘을 만든 채 잠시 햇빛을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햇빛은 언제 쬐어도 기분 좋으니까. 식물도 햇빛 많이 쬐면 쑥쑥 크잖아.”
뭐더라ㅡ 그거. 광합성이야, 광합성ㅡ( ᐛ ). 물론 새슬과 해인은 식물 따위가 아니니 햇빛을 많이 쬔다고 갑자기 키가 쑥 자랄 리는... 없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슬은 파도가 만들고 간 작은 물웅덩이를 손으로 찰랑거리는 시늉만 해 댔다.
“아까, 여기서 모래성을 만들었거든.”
새슬이 눈 앞에 낮게 솟아오른 모래더미를 가리켰다. 파도 때문에 이렇게 됐어. 괜히 아쉬운 마음에, 축축한 손바닥으로 모래더미를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라는 책을 하늘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SF소설이고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라면 조금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허나 그런 어려운 주제라도 잘 표현하면 정말로 재밌게 표현될 수 있으니 의외로 재밌지 않을까. 저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짧은 시간 내에 멜로디가 흘러가듯 정리되었다.
"영화와 책 이름이 다르네요? 아. 하긴, 제목이 달라져서 영화화가 되는 작품도 있긴 하니까요. 블레이드 러너. 잘 모르겠네요."
자신이 14살 때는 어땠더라. 무슨 영화를 봤더라. 가만히 떠올리려고 하나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음악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기도 하며 하늘은 곧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지금은 이 두개에 집중해야할 것 같으니 그것까지 대출하긴 힘들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흥미가 생기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대출해서 천천히 볼게요. 그 책. 그렇게까지 즐겁게 이야기를 할 정도니, 충분히 볼 가치가 있겠죠?"
물론 자신은 그녀에 대해서 잘 모르나, 적어도 책이나 기타 관련 부문에선 자신보다 훨씬 아는 게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였다. 물론 자신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나 한 번은 읽어볼 가치는 있겠거니 생각하며 하늘은 괜히 고개를 돌려 도서가 진열된 곳을 바라봤다. 저 중에 하나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포함해서 다음에 말할게요. 본 후에 말이에요. 아. 일할 때 방해가 될까요? 슬슬 나가볼게요."
조금 더 있어볼까 했으나, 그녀의 방해를 하는 것은 또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하늘은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하며 그녀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가 다시 들어올렸다.
/일상은 너무나 재밌었으나 이 이상 하면 경아주가 바다 일상을 시도도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에 내 쪽에서 막레를 할게! 경아주도 이벤트 즐겨야지!
하늘:........ 하늘:A려나. 하늘;상대가 버튼을 누르게 하면, 상당히 고심하고 괴로워하고 잘못해서 터지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으니까. 무엇보다 엄청 원망 들을 것 같거든. 하늘: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선택하고 싶어. 그로 인해서 실패해서 평생 원망을 듣는다고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