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전, 시험 끝난 기념으로 희망자에 한해서 바다 여행. -어디까지나 희망자에 한정해서 가며 오지 않는 이는 학교에서 자습처리. -희망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각 반 담임교사에게...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방학 전, 기말고사가 끝난 후 한 학기가 끝난 기념으로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서 바다로 가는 공문이 붙었다. 그리 깊지 않은 동해안이기에 수영하기 딱 좋았고, 근처에 커다란 콘도도 있었기에, 숙박으로 쉬기도 좋았으며,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해변가 거리, 그리고 간식거리를 사먹을 수 있는 편의점 등 편의시설도 확실하게 마련되어있어 시험이 끝난 후 학생들이 머리를 식히러 가는 일이 많았다.
수영복은 당연히 개인 지참이었고, 그 외 개인 짐들 역시 모두 스스로 가져와야만 한다는 번거로움만 빼면 그냥 말 그대로 바다에서 푹 쉴 수 있는 이벤트였기에 올해도 참가하는 학생의 수는 적지 않았다.
푸른 바다, 황금빛 해안. 그 안에서 펼쳐질 청춘빛 이야기가 한들고 학생들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가벼운 프롤로그야! 그냥 다들 바다로 며칠 갔다로 요약이 가능하지! 지금부터 9월 6일 0시까지로 하려고 해! 물론 너무 짧다고 느끼면 한 주 더 연장할 수도 있어! 일단은 그렇게 잡는거야! 그리고 주말에는 포크댄스 이벤트도 있어! 이건 페어제야! 그러니까 신청한 이들은 꼭 페어하고 잘 놀아야한다는건 알거라고 봐!! 일상으로 찌르기...도 허용할까 했지만 조금 반대적인 의견도 있어보여서 그냥 이벤트 웹박수로만 찌르기 허용으로 할게!
랜덤으로 할거면 [이벤트] 하늘이 - 랜덤 , 찌를 캐릭터가 있다면 [이벤트] 하늘이 - 2-1반 소꿉친구 이런 식으로 써서 확실하게 찌르는 이를 명시해줘!!
맞찌름을 가장 우선시할거고 그 다음은 일방적 찌르기! 로 매칭이 될거야! 맞찌름은 A->B, B->A 식으로 서로 찌르기를 의미해! 그리고 일방적 찌르기는 A->B B->랜덤 식으로 한쪽만 찌른 경우야! 그리고 그 외는 어쩔 수 없이 다 랜덤처리로 사다리타기를 하는 식으로 가려고 해! 그러니까 자신이 찌른다고 해서 꼭 자신이 원하는 이와 된다는 법은 없다는 거을 잘 알아줬으면 해! 그 외에 질문이 있으면 얼마든지 나에게 질문해줘!
>>47 최초로 시작된건 창문에서 점프해갖고 게양대 타고 멋지게 미끄러져 내려오기! 였는데 점프해서 게양대를 잡는 과정에서 손이 미끌려갖구... 기울어진 게양대에서 퉁 튕겨져나와 다시 창문 속으로 쏙 들어간게... 그 기원입니다!! (연호는 살짝 타박상만 입고 멀쩡했습니다)
>>66 하늘이가 제일 최근에 들은 노래 궁금해욧~~! >>68 비랑주 참치기능 1타 강사 같아..... 멋져........ '0' >>69 미안하다 문하야 말은 너무 슬픈데.. 네 얼굴이 너무 잘생겼다.... 내가 시각적으로 예쁜 거에 약해서 미안하다.......ㅠㅠ >>70 사하는 머리부터! 바삭한 거 좋아해서 꼬리는 아껴 먹는대 ㅇ.< >>76 에 더해서 하늘이 n차 관람도 하는 편인지.......
>>75 앗... 제가 아는 그 샤브레... 우유랑 먹으면 맛있는 그거...! 혹시 바사삭한 쿠키면 다 좋아할까요? >:3
>>76 으음~~~~~~~~ 사실 아랑이 나서서 춤 추는 거 안 좋아해요 ㅎㅁㅎ 반에서 아무도 나설 사람이 없고, 반 애들이 원하면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물론 티 안내고 빵긋 웃음) 근데.. 안 시켜도 이미 준비는 됐을걸요...? <:3 저 ASAP 몰라요... (링크 주세요... :3)
>>69 문하,,, 울고잇잔아,,,,,,,, 그런 표정으로 울면 이 할미 마음이 더 째진다 문하야...ㅠㅠ...ㅠㅠㅠ............ 그치만 사하주의 의견에 조금 동의해... 너무 잘생겻다................. 아(머리쾅) 아 아니야 정신차려 문하야 아니다,,. 아니다,,,,,, 이 할미맘엔 언제까지나 문하가 남아잇다,,, 할미가 죽어서 백골이 되어 스러져도 새겨져있다... . . .!!! !!
>>70 아니.. 이유가 선생님한테 한 번 걸려서 안 한다는게 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ㅠㅋㅋㅋㅋ 아니 저번엔 수업듣다가 당당히 올라왔잖아 ㅇ(-(......!!! 하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 연호의 앞길 누가 막음? 당연히 아무도 못 막음; 연호임;; 어딜 가든 내가 레드카펫 깔아줌;;;
>>71 허ㅓ어억 허억 동복비랑이... 이건.. 귀하군요....... (얼른 주워서 망태에 집어넣음) 비랑이 약간 노을색이랑 넘 잘 어울리는거같아요.. 이미지 컬러가 붉은색이라 그런가.... (u"u ).oO( 해질녘 귀갓길 비랑이 보고싶다 )
>>87 내가 그걸 우유랑 같이 안 먹어봐서 모르겠는데 우유랑 같이 먹으면 맛있어? 다음에 시도해볼까. 아무튼 그것도 약간의 취향이 있긴 하지만 어지간하면 다 좋아해! 그래서 가끔 자기가 만들어서 먹으려고 시도를 하지만 전에 해인이에게 선물 보냈을 때 언급이 되었던 것처럼 보통은 다 태워먹지. (시선회피)
tmi. 금아랑이 은근 막입인 건 엄마랑 오빠랑 여동생이 요리 못해서임. (엄마는 노력해서 이제 보통 레벨로 올라가셨지만) 금아랑네 아버지가 제일 요리 잘 하시고, 그다음으로 금아랑이 요리 잘함. 요리 잘 하는 손은 아빠 닮아서 다행이지.. (생긴 건 엄마 닮았지만) <:3
>>92 맛있어요! ㅎㅁㅎ (와 우유랑 같이 드셔주신대!) 오... (과자 선물하면 안 실패할 거 같음) (기쁨) 앜ㅋㅋㅋㅋㅋㅋㅋ 태워먹는 거 귀여워요.... <:3
>>94 새슬주.... 이 춤이면 아랑이 맘에도 아랑주 맘에도 드는 군요... ㅇ.< (금아랑 : 집에서 춰야지) 밤이라 음악 못 듣고 가사랑 춤만 얼핏 보는데 찰떡으로 찾으셨네요!
>>98 스레초에 올릴까하다가 지금 올리게 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ㅁㅎ
>>99 사하 티미도요... <:3 (초롱) 아뇨... 아랑이 장점은 맛없는 요리 해줘도 빵긋 웃는 얼굴로 먹어줌. (근데 평가 하라고 하면 " 솔직한 평가를 원해애, 귀여운 평가를 원해애? " 라는 질문을 받게 될 것임) 이 아닐까요! >:3
>>100 문턱 넘느냐 나락 가느냐.............. ㅇ>-< 아니... 한발만 삐끗하면 나락인데요 문하주... (헬난이도에 움) 하긴, 마음의 준비나 납득 안 됐는데 마구잡이로 들이대면... (나락 갈 수도 있겠다) 그래도 문턱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상냥한 점이 남아있네요...ㅇ>-<
>>101 ((랜선 너머로 마구 칭찬해주기)) 연호야 너 동물 잠옷 어울려...!!!!!! 아랑이요...?? 집에 동물 잠옷 있긴 한데 밖에선 안 입을 걸요....?? <:3 근데 뭐... 단체로 사진 찍을 때 동물 잠옷 입으라 하면 그때는 입겠죠...
>>112 맛있다고 하니 이번주에 백신 맞고 집에서 쉴 때 한 번 시도를 해볼까. (고민중) 하늘이에게 과자 선물이라도 하려고? 그때의 하늘이의 반응은 (아무래도 하늘주의 심술 때문에 읽을 수 없는 내용 같습니다.). 귀, 귀여운건가? 아무튼 해인이게는 미안하다!! (눈물)
>>112 이건 사하가 될 뻔 했던 것의 티미인데 사하는...... 올림픽 열심히 보던 사람 덕에 잠깐 펜싱 선수가 될 뻔 했읍니다........... ㅠㅠ 일단 빵끗 웃으면서 먹어주는 거 넘 다정한데....? 아 이건 유죄인데..? 그와중에 평가 냉정할 것 같은 모습까지 짱이야... 영양사 아랑쌤 생각난다 ㅠ >>118 앗 이때다 문하의 아침 루틴이 궁금혀~~~ '0'
>>111 그 그래도... 기숙사 친구들도 저녁시간 때 기숙사 들어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쵸... 그 짧은 시간도 귀갓길은 귀갓길인 것입니다.... ㅇ(-( 오히려 좋아요 기숙사에 사는 사람이라면 가는 길에 헤어지지 않고 기숙사에 같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극한의 긍정충!)
>>112 헉(두근) 그럼 저 에이셉 추는 아랑이 상상해도 괜찮은거죠...ㅠㅠ 맘같아선 직접 보고싶지만 아랑이가 좋아하지 않는다니 어쩔 수 없이 뇌내플레이어를 켜야겠군요....... ㅇ(-(
>>116 ㄴㅋㅋㅋㅋㅋㅋㅋ아니 아닌데요! 한장인데요! 한장 맞는데요.....?! 카드 한 장이잖아요 ^"^....!!!!! (억지)
>>121 올림픽 열심히 보던 사람(사하주) 앗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런 티미도 너무 좋아..... <:3 (냠냠) 냉정한 평가가 짱인가요....? oO (뜻밖) 앗... 그말 하시니까 저도 영양사 금아랑 생각나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 사하는... 왠지 운동 잘하는 편은 아닐 거 같은데, 혹시 운동 잘하나요...? <:3
>>124 그럼요 ㅎㅁㅎ! (오히려 아랑주보다 상상 잘 하실 거 같은데) (새슬주 머릿 속 금아랑춤 아랑주도 보고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하진 않겠지만, 나가서 출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미래 일은 잘 모르겠습니다 >:3
>>127 경 품 좋 아 ! 대환영입니다 제비뽑기 이벤트! ㅎㅁㅎ 캐릭터들의 운을 시험할 수 있겠군요!
>>128 에그마요도 시켜봤는데, 그거보단 불고기가 더 맛있었어요 >:3 앗... 아앗... 2차는 더 아프다던데... 푹 쉬셔야 해요! >:3 ㅋㅋㅋㅋㅋ 왠지 그럴 것 같았습니다 ㅇ.< (하늘주 패턴의 1을 습득했다!)
>>120 안타깝지만 그건 대답이 불가능해. 이런 QnA에서는 풀고 싶지 않은 질문이라서. 문하가 시트에 남긴 말마따나 본인은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점만 말할 수 있겠네.
>>121 "...아침? 로드워크와 간단한 스트레칭 정도."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는 오르막이 포함된 산악 코스를 7킬로미터 정도... 학교 근처에 작은 산이 하나 있잖아. 거기 산책로를 따라서 정상에 도착한 다음에 학교 방향으로 내려가면 약 7킬로미터가 나오거든."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에는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는 직선 코스. 집에서 나와서 사거리에서 서쪽으로 빠지면 국도와 인접한 도로가 나오는데, 거길 빙 돌아서 학교까지 가는데 8킬로미터 정도 뛰어." "...그것뿐이야. 아침 운동에 힘을 너무 쏟으면 중요한 오후 운동에 지장이 가니까, 아침에는 간단히 하고 있어."
>>134 다정한데 칼 같은 사람한테 약한 편이라.. 은사하 아니고 사하주가..... -///-s2 ㅋㅋㅋㅋㅋㅋㅋ 아랑쌤한테 막 질척거리고 싶고 그려(;) 운동능력 상중하면.. 중하~하니까 못하네 ^-T.... >>136 oO(간단히........?????) 뭔가 운동하는 건실한 청소년 느낌일 거라곤 생각했는데 문하가 말하는 간단히와 나의 간단히가 상당히 달라서.. 놀란 사람.... 여기 있읍니다....... '0'...
>>126 문하: "...딱히." 문하주: 있다! ^p^ (문하주가 누군가의 손에 凹 모양이 된 채로 발견됨)
>>129 문하: "......" 문하: "네, 선생님... 온도계로 열을 재 보니 39도가 나와서요." 문하: "오늘 하루는 결석하게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문하: "......" 문하: '......달라진 건, 없나...' 문하: '...달라지긴, 대체 뭐가.' 문하: (조용히 냉장고에서 에너지 젤을 꺼내 먹은 뒤 약상자에서 약을 꺼내먹고는 다시 자리에 누움) (그냥 가만히 누워 있다가) 문하: '움직이기 좀 그런 것만 빼면, 그냥 주말이 하루 더 생긴 느낌이네...' 문하: (다시 약상자로 가서 수면유도제 한두 알 더 까먹고는 다시 자리에 누움)
문하는 혼자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에, 신체적인 병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혼자 대처하고 조치하고 혼자 조용히 앓다가 나을 수 있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건 정말 심한 병에 걸려서 119를 부를 때뿐이야.
>>141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금아랑이 춤 안 춰도 새슬이가 쪼금만 고개 까딱해도 그게 스웩이고... 세상 깜찍이고 다할텐데 왜 엉뚱한 걸 물 떠놓고 기다리세요.... >:3 (하지만 장기자랑으로 나무 타는 새슬이도 귀여워...) 새슬이는 장기자랑에서 춤이랑 노래 둘 중 하나 고르라면 뭘 할까요...?
>>142 사하가 약한 사람도 적어주셨어야죠....!! <:3 (궁금) 사하줔ㅋㅋㅋㅋㅋ 아랑쌤이 맘에 드셨구나! (감사합니다) 중하~하... (귀엽다ㅠ////ㅠ) 아... 갑자기 체육대회가 보고 싶어졌어요... 이제 막 여름시작인데 여름 진짜 이벤트 많네요...
체육복 입은 애들... 체육하는 애들............ ㅇ>-< 계주 역전하는 거 보고 싶다...
>>151 ㅋㅋㅋㅋㅋㅋ 문하주는 있고 문하는 없는 거예요... 문하도 문하주도 있는데 문하가 딱히라고 말하는 거예요...ㅋㅋㅋㅋㅋㅋㅋ (문하랑 문하주랑 친구 되고 싶은 사람이 다를 수도 있겠다 <:3) 문하주 손 누가 그렇게 만들었어요... (주섬주섬 펴드림...) (열심)
여름 바다 일상 주제 뭐로하지.... (고민) 아니... 생각나는 건 있는데... ㅇ>-< (네이비 금아랑으로 시작해서 그걸 감추는 핑크 금아랑...) (화이트 금아랑으로 시작하는 게 생각 안 나요...) 아니... 일상 주제 생각하기전에 시트 다듬는 것부터 해야하나...? <:Q....?
여름방학을 맞아 바닷가에 도착한 여러분은 이제 숙소에 짐을 풀고 이 장소를 즐기기 위해 어디든 갈 생각이겠죠? 역시 바다에 왔으면 바다부터 가야겠다! 라는 생각에 바닷가로 향하는 여러분의 눈에 흥미로운 노점상이 하나 보입니다. 단순하게 제비뽑기라고 쓰여있는 이 노점상은 주인이 여러분을 보자마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한번 해보라고 권유합니다.
- 제비뽑기 이벤트입니다. 기한은 바닷가 이벤트가 끝나는 날입니다. - 참여 방법은 1~10 범위의 다이스를 굴려서 8 이상이 나오면 당첨입니다. 한번에 세번까지 다이스를 굴릴 수 있으며 이때 당첨 횟수에 따라서 경품이 달라집니다. - 하루에 한번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세번 당첨이 되신분은 이벤트 웹박수로 해당 다이스 결과가 있는 레스 링크를 보내주세요.
경품 목록 꽝 : 원하는 맛의 막대사탕 1번 : 바닷가 근처 카페 이용권(1인 동반) 2번 : 바닷가 근처 비싼(!!) 레스토랑 이용권(1인 동반) 3번 : 우선 찌르기권 (한장)
우선 찌르기권이 소진 될 경우에는 1번 당첨과 2번 당첨 선물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게 됩니다. 확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되면 중간에 조절할 수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셔라!
그리고 레스 잘못 읽어서 죄송해요 문하주... ㅇ>-< (점핑 큰절) 8ㅁ8 (배틀 이벤트 일상도 보고 싶었던 뇌의 오류...)
연호주 계시고 일상 가능하시다면 1. 바다에 잡아먹힐 것처럼 쳐다보다가 누가 부르면 빵긋 웃는 금아랑 2. 샌들 한쪽 망가지는 바람에 맨발로 백사장 밟다가 발바닥 다쳐서 오도가도 못하는 금아랑 3. 안 망가진 샌들 신고 예쁜 조개랑 소라 줍고 있는 금아랑 저 셋 중에 하나 고르시면 됩니다.. (점핑 큰절22) 혼선 빚어서 죄송해요... ㅇ>-<
>>213 이하의 내용은 순전히 문하주의 개인적 의견이므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적절히 걸러들어주시기 바랍니다 1번 2번이었으면 활기찬 연호였어야 할 것 같은데 3번 일상이면 연호가 좀 가라앉아있어도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라떼는 까만 아메리카노와 하얀 우유가 섞여 맛있는 것......
바다하면 노출 있는 수영복을 입을 법도 하건만, 가족이 없고 산장 앞 프라이빗 비치도 아닌데 노출 있는 수영복을 택할 리 없는 아랑이 고른 것은 얼굴과 손발 빼면 다 가려주는 방어력 높은 래시가드다. 꼼꼼히 썬크림도 바르고, 밀짚모자도 착용했다. 힙색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매고 아랑은 해변으로 나왔다. 아랑이 신은 샌들은 레시가드와 색이 비슷한 짙은 남색이었다. (선글라스까지 썼으면 패션 테러리스트 였을수도 있겠다. 안 썼어도 뭐... 깜찍한 차림이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사람들이 좀 없는 곳을 한적한 곳에서 뭘할까 고민하다가 조개랑 소라껍데기 몇 개를 줍기로 했다. 그러나... 금아랑은 제 손의 크기를 간과했다. 작고 하얀 손안에 들어찬 조개와 소라 껍데기는 예쁘고 귀여운 것만 골라서 퍽 깜찍했지만... 네 명의 가족들에게 주기엔 양이 한참 모자랐던 것이다. 작은 유리병을 채울 만큼 줍고 싶었는데... 유리병 4병은 무슨. 작은 병의 반을 채울까 말까다. 애초에 유리병도 안 가져왔다. 그럼 어디에 담아야 하지이...?
쪼그려 앉은 상태로 고민하며 멈춰 있는 작은 뒷모습이 약간 가여웠을지도, 그 뒷모습을 누가 보고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 나는 꿈을 꾸고 있었던 거야. 따뜻하고 아늑한 집,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 넣은 내 방 침대에서 눈을 떠. 거실로 나가면 청소를 하던 아빠가 나를 반겨 주고, 엄마는 보글거리는 냄비 앞에 서서 나에게 잘 잤냐고 물을 거야. 무서운 꿈을 꾸었다고 하면 꼭 안아 주시겠지. 그리곤 한 식탁에 둘러앉아서, 소박하지만 즐거운 식사를 하자. 담소와 웃음이 오가는.
그리고 거기에서 눈을 떠. 너무 깊이 빠져들면 큰일나니까, 진짜로 그렇게 살고 싶으면,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대. 착한 아이가 되어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CENSORED> 가 와서, <CENSORED>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나쁜 아이. 어떠한 것도 기대할 필요 없는 아이. 행복한 상상은 가만히 상자에 넣어 자물쇠를 잠그고, 열쇠는 삼켜 버리자. 착한 아이가 되면 그 때, 그 때에. <CENSORED> 가 부르고 있어.
>>218 부자인 거 숨기고 있었는데 어케 아셨지...? Oo 선물 가격을 학생기준으로 고른 건 금아랑네가 오히려 부자여서... ()() 너무 과한 부를 뽐내면 좋지 않다는 거 어릴 때부터 들었고, 지금 사는 집도 2층 주택이에요. (다만 집이 한채라곤 말 안하겠습니다.. <:3)
>>228 문하의 찐텐분노 조건은 말야, 자신이 친해지고 싶다. 소중히 여기고 싶다... 는 사람에게 자유를 빼앗고 자기 좋을 대로 가혹하거나 부당한 행위 혹은 위해를 강요하는 현장 혹은 그러한 사실을 어떤 수단으로든 확인했을 때야... 분노 대상은 친해지고 싶다는 사람에게 부당한 행위 혹은 위해를 강요한 사람입니다.
바다. 평소의 그라면 기쁘게 바다에서 뛰어놀았겠지. 아니, 실제로 한참 전까지 신나게 뛰어놀았다. 수상 스키, 수영, 서핑.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바다를 만끽하던 그는 돌연 어딘가 조용해졌다. 그러니까, 해가 조금씩 주황빛을 띄기 시작했을 무렵부터였을테다.
그는 조금 어둑한 붉은색 수영복을 입고 위에는 흰 티를 입고있었다. 머리에는 노는 동안 쓰고있었을 선글라스가 얹혀져있었고, 빌려서 쓰고있었을 서핑보드도 눈에 띈다. 놀다보니 옷이 푹 젖어서 몸에 딱 달라부터있던 티를 벗어서 쭉 짜고있던 때였다. 어쩐지 익숙한 인영이 보여, 짜고있던 티를 다시 입고서 서핑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해변에 쪼그려 앉아있는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 아랑. "
평소처럼 하이텐션의 쾌활한 목소리와는 달리 조금은 가라앉은듯한 조용한 목소리가 그녀를 부른다. 서핑보드를 한쪽에 꽂아두고서, 그녀가 앉아있는 곳 옆으로 가 그도 똑같이 쪼그려 앉았다.
" 뭐하고 있어? "
물에 젖은 머리카락은 걸리적거렸는지 뒤로 시원하게 넘기고서, 그녀가 만지작거리고 있던 조개나 소라껍데기를 흘깃 보고는 고개를 더 돌려서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고정했다.
>>235 헉대박;;;;;; (착석) 찐텐분노 문하와 검열됨씨...... 만날 수... 있을까..... (u"u ).oO( 가능한가 ) 보호자를 대동시키는 진짜진짜진짜정말이게이럴수있나? 싶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 아니면 나올 수 없을 것 같긴 한데요. 그 상황이 다 시궁창이라 문제지() 그래도 일단 공책에 천 번 적어놓겟습니다
>>236 이런... 과자나라 공주님이 기각되었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2번 후보였던 과자나라 여왕님, 3번 후보였던 과자나라 최고 아이도루, 4번 후보였던 과자나라 팅커벨, 5번 후보였던....... ....... ...... ..... 마지막으로 123392번 후보인 과자나라 킹갓엠페러마제스티마이로드세계최고아가씨 까지...... 맘에 드는 거 있으신가요 ^.^?????
>>267 크루저급 복서... 일단 한 대만 맞아도 멀쩡히 서 있을 순 없겠지요 ㅇ(-(... 하지만 되도록이면 문하가 분노에 휩싸여서 폭력을 휘두르게 할 만한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될 것 같아서 <:I..... 문하야 문하도 같이 행복하자...
>>268 새슬주가 그런 상황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나는 새슬주가 원하는 바를 100% 존중할 거야.
그렇지만 말해두자면 문하주는 '성장'과 '문제의 해결'을 둘 다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 '구렁텅이'에 대해서도, 문하가 그 모티브를 크게 받은 목요웹툰 "더 복서"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혹은 찾기 위해 비슷하거나 더한 일을 저지르는 등장인물들이 많기에, 창작물적인 허용으로 그런 상황이 생기더라도 수습할 만한 핍진성있는 상황을 만들 수는 있을 거야. 그런 상황이 된다면, 아마 문하를 담당하는 트레이너는 "이제야 좀 제대로 된 늑대 같네" 같은 말을 하면서 입이 귀까지 째지도록 웃지 않을까.
그런데 중요한 건, 그런 폭력같은 것들은 부차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최우선으로는 새슬이랑 많이 함께 있어주고, 새슬이를 많이 뽀담뽀담해주고 싶습니다... 문하가 좀 멋대가리없는 애라서 그런 데에는 서투를 것 같지만 말야... 88 문하네 방에 설치해둔 것들도 보여주고 싶고, 함께 밤바다도 보고 싶고... 자전거 여행도 가고 싶고...
>>269 그렇군요! 문하의 성장과 관련된 필요한 일이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에요. 어쨌든 문하는 문하주의 캐릭터고, 문하주가 가고자 하는 앞으로의 길이 있을 테니까요! 제가 이야기 한 '분노에 휩싸여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언젠가 문하가 새슬이의 감춰진 무언가를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만에 하나 분노한 상태로 검열됨(이라고 계속 부르니까 어쩐지 익숙해지네요... 이상한 기분)씨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를 이야기하는 거랍니다 >:I....!!! 아마 진짜로 웬만하면 없을 거라고 예상하기에 , 단순 설레발이라고 생각하지만요 ^.^
지금의 문하는 어젯밤 자려고 누웠다가 저런 동영상을 보고 난생 두번째로(처음은 규리따라감) 화방이란 데에 들어가 난생 처음으로 뭔가를 사서 화방을 조심스레 나오는 그런 십대 소년일 뿐이니까 <:3
상표는 당연히 안 나올 만도 하지, 가공의 상표였거든 :3 아무튼 뭔가 인테리어를 해놨다는 말씀만을 드립니다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니 너무 과하게 기대하면 부담스러워! ><
>>>개인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다시 올려다보니 윗 썰은 욕심이 선을 넘었기도 하고, 지금 하기엔 너무 이른 이야기기도 하지... 그렇지만 문하가 새슬이에게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눠볼 수 있으면 좋겠어.
허ㄱ.... 홀린듯이 봤네요...... 뭐야 너무 신기해 >:0..... 슈링클스라고 하는군요 다시봐도 신기해... ㅇ(-( 뭔가 열심히 그리고 칠하고 만들ㅇㅓ주는거냐구요.......?? ? 진짜 세계최고 스윗남.... (u"u ).oO( 엄마나울어 ) 그치만 너무 있을 것 같은 이름의 상표였는걸요...깜빡 속아버렸지뭐여
새슬이도 마찬가지로 문하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둘다 어떻게든 힘내서 파이팅 파이탕 하는거에욧
앗! 그런 거 아닙니다! 실제로 손목이라던가 뭔가 붙여놨거나 다쳤다거나 하는 서술을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웬만하면 없으니까요 >:I 시도를 해 본 적 없냐, 라고 물으면 애매하게 노코멘트입니다 하겠지만..... u"u
어.. 좋지 않아...? <:0 (문하는 어찌됐건 새슬이랑 같이 해보고 싶어서 산 것이기에... 좋아해주려나, 라고 혼잣말한 것도 그런 뜻이었고) (새슬이가 정체불명의 뭔가를 주면 가방에 잘 달고 다닐 거야) 그거랑 별개로 말랑새슬이 귀여워..... (혼자 내적친밀감 MAX)
>>280 아니 물론 좋죠.... ㅇ(-(.... 믿기지 않아서 그랬어요....., (u"u ).oO( 일케 행복해도되나; ) 보잘것없는 무언가라도 달고 다녀주는구나... 친구들이 ?????야 이게 뭐야 하면 워쩐ㄷㅑ 문하는 그럼 손그림 잘 그리는 편인가요 ?.? ㅋㅋㅋㅋㅋㅋ아니 검열됨씨 도망쳐... 아 아니 나쁜 사람인데 아니 그래도 역시 아 아니야 잠깐(자아분열)
>>281 아앗 연호주 8.8....!!! 아직도 일에 붙잡혀 계신가요.......(슈퍼쓰담꼭...) 그치만 상댕이는 오늘도 귀엽군요 마치라잌 연호주.....,...
>>282 새슬이 행복해야지.. 새슬주까지 행복하면 더 좋지... 그런데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인데 누가 억지로 붙들고 구금하고 학대하고 있다면.... 나중에 문하네 어머니 썰 풀게 되면 새슬주도 이 기분 조금이나마 알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당연히 달고 다니죠, 새술이가 준 소중한 선물인데... 친구? (하늘이 비랑이 아랑이) 야 이게 뭐야 하면 어 새슬이가 만들어준거 하고 솔직하게 말하면돼 몬다이나이.
문하의 그림솜씨? 절대 미술 전공했다고 할 솜씨는 아니지만 이해력이 좋아서(+ 늑대능력 특성상 동일 시간에 남들의 몇 배를 학습할 수 있어서) 뭐 보고 따라하는 건 어느 정도 잘하기에 참고 동영상 몇 개 찾아보면 프로의 손길까진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봐줄만한 게 나오는 정도야.
>>288 너무 이야기주제가 컴컴해져서 말을 줄이겠지만, 청춘에 밝은 부분만 있는 것도 아니고 문하는 어두운 부분 면적이 넓은 애니까. 그래서 새슬이랑 같이 밝은 면적 팍팍 늘려나가고저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동영상에서 나오는 고래며 바다는 스킬이 있는 고수 손에서 화려하게 만들어진 거지만, 슈링클스나 슈링클스 열쇠고리 검색어로 찾아보면 선이랑 색만 칠해서 심플하고 귀엽게 만든 카툰 스타일의 슈링클스가 더 많아! ^.^ 그런 정도라면 문하도 새슬이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지금은 만월의 밤이 아니고, 노을이 찾아올 주황빛 시간인데. 왜 그때랑 조금 겹쳐 보이지?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빵긋 접어 웃었다.
“ 예쁘고 귀여운 거 골라서 줍고 있었어~ ”
작고 흰 손에 들어찬 소라와 조개껍질들은 예쁘고 귀여운 것을 정성 들여 골라낸 티가 났겠지. 아랑은 그것을 한 손에 몰아주었다. 이따금 느끼는 것지만, 손이 작은 것도 불편하네에. 아랑은 자유롭게 된 손을 탈탈 털었다. 그래도 손바닥 쪽은 모래가 조금 남아있을지도 모르니까.
“ 연호야, 손등 내밀어 볼래애? ”
그 말에 연호가 손등을 내밀어 주었다면, 아랑은 그 손등에 제 손을 올렸을 터다. 손바닥이 아니라 손등 방향으로. 이러면 모래가 확실하게 안 묻겠지.
-내가 그렇게 착 가라앉은 모습. 다른 사람한텐 비밀이다?
구태여 말로 꺼내지 않아도 기억은 하고 있어. 만월의 밤일 때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았다면 어쩌면 연호는 재능을 많이 써서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인지도 몰라, 라고 나름 합리적인 추론을 했다. (그리고 나름 합리적인 추론이란 것은 사실과 다를 수도 있겠다.) ...이렇게 하면 컨디션이 조금은 채워지겠지만, 너무... 너무 찔끔찔끔이란 느낌으로 채워지는 걸까? 늑대가 아니니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아랑은 겹쳐진 손등과 손등을 물끄러미 보다가 시선을 올려 빵긋 웃었다. 이러면 평소와 같은 얼굴이니까 안심되지 않을까?
“ 혹시 지금 컨디션 별로 안 좋은 상태야? ”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옆에 앉은 그만 들리게끔. 꼭 지켜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비밀로 하기도 했고, 원래 이런 이야기는 큰소리로 하는 게 아니니까.
아.. 그럼 붉은 벽돌집 찾을 필요 없겠네요 (안심) 민규는 저 주택보고 암 생각 안 해줘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민규주 ㅋㅋㅋ 민규주 눈에도 그렇게 보여서 다행이에요... ㅎㅁㅎ (상황극적 허용의 힘인가봐) 민규주 홍현주 사하주 해인주 모두 맛점하세요! 곧 1시 되니까 아랑주는 이만 가볼게요~! :3
그냐앙, 이라 웃는 얼굴에 괜히 장난기가 동해 검지 손가락으로 아랑의 볼을 아주 살짝, 콕 찌르려 할지도 모른다. 말랑! '나도 그냥', 이라 어색하게 웃었다. 막상 하고 나니 어색한 모양이다. 눈치를 살짝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편지에서부터?"
턱을 매만지며 잠시 고민했다. 그럴 만한 구절이 있었나, 어쩌면 마음에 쏙 들려는 노력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만큼은 피하고자 했던 노력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괜히 음식이 선물의 주를 이뤘던 것이 아니다. 음식도 호불호가 옅은 것들로. 여차하면 친구한테 줄 수 있는 소소한 것들. 젤리, 음료수, 사탕.
"그런 걸로 싫어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야."
사소한 것에 웃어주는 게 퍽 고마웠다. 아, 이건 괜찮은 거구나, 하고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아랑이 웃을 때마다 조금씩 안도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민규는 방금 전에도 조금,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이건 괜찮은 거구나.
**
"응, 육상부라서..."
너는? 하고 아랑의 동아리를 물었다. 운동회에서 주전으로 뛴다는 말을 덧붙였다. 옛날에는 대회도 나갔어, 하는 말이 도륵 목 언저리에서 굴러나가려다가 막혔다.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이 아닐까, 싶어서. 그럼 지금은 왜 안 나가요? 하는 질문에 답할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았다. 숨을 아주 작게 들이켜 말을 도로 삼켰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까 말이야."
'공부 안 해서 그래.' 농조다. 사실 농담에 가까운 진담이다. 사실이니까.
"괜찮아,"
아랑의 가방을 들쳐맸다. 한쪽 어깨에는 민규 가방, 양쪽 어깨에는 아랑의 가방. 제 가방이 훨씬 더 가벼우니까 이 편이 훨씬 나았다. 애초에 짐꾼 역할은 익숙하기도 했다. 학교 운동부가 다 그렇지, 뭐.
예쁘고 귀여운거. 그것이 아랑이 현재 손에 들고있는 소라와 조개껍질들이겠지. 연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서 잠시 그것들을 다시 눈에 한번 담고, 아랑이 요구한대로 손등을 내밀었다. 아랑이 그의 얼굴을 보았다면 물음표가 하나 띄워져있는 얼굴을 볼 수 있었을테다. 그러다가 아랑의 손등이 그의 손등에 얹어지자,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질했다. 그것은 아랑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아마 아랑이 양이라는 사실을 알고있기에 혹시나 만월 때처럼 또 자제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 그랬을테다.
" ... "
그는 잠시 말없이 겹쳐진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그 뒤에 아랑이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리자 피식 하고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 글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애매한 대답을 내놓고서 그는 손등이 겹쳐진 손을 움직였다. 아랑이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아랑의 손등이 아닌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겹치려 했을 것이다. 아랑이 어떤 이유에서 손등을 겹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겹칠 것이라면 손등보다는 손바닥이 낫지 않겠냐, 라는 그의 논리였다.
" 사실 조금 안좋아. 그때 처럼은 아니지만, 조금 착 가라앉은 느낌? "
그것은 아마 아랑이 예상한 대로 오랜만에 만난 바다에 신나서 재능을 마구잡이로 써댄 탓이겠지. 조심했어야 한다는걸 알고있지만 자제하지 못했다. 결국에 저녁이 다 된 지금 그의 컨디션이 조금 나빠져버린 것이다.
아주 살짝 쿡이지만, 아가의 것처럼 말랑한 뺨의 감촉은 제대로 느껴졌을 테다. 금아랑이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뺨이 좀... 찔러보고 싶게 생겼지마안, 선배가 이런 장난 칠 줄은 몰랐는데에. 동그랗게 뜬 눈을 두어 번 깜박거리다가 빵긋 웃어주었다. “ 아주 살짝 쿡이니까 봐줄게요~ ” 어색하게 눈치 보지 말라고 웃어준 거지만, 뻔뻔스레 한 번 더 찔러봐도 되냐고 물었다면 그때는... 살짝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을까? 확실히 선배는 무례한 타입과는 거리가 있구나. 무례하긴커녕... 조심스럽게 배려해주는 사람이지. 동화에 나온다면 본인보다 작고 약한 동물을 해치지 않으려는 상냥한 곰씨인걸까.
“ 응, 편지에서부터어. ”
하고 빵긋 웃는다. 보물찾기로 시작한 것도 싫지 않았지만. <싫어하면.. 어.. 내가 다시 뭔가를 생각해볼게.> 구절 또한 싫지 않았다. 편지를 받을수록 괜히 무해하고 상냥하다고 느낀 게 아니지. 선물도 학생 신분에서 주고받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걸로 골라내는 것도 신기했고, 이쯤이면 인형을 선물할 법도 한데 인형을 선물하지 않았단 것도... 신기한 부분일까?
그런 걸로 싫어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런 걸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던데, 선배는 본인이 약간 관대한 편인 거 모르나 봐. 금아랑은 눈을 깜박거리다가 활짝 웃었다.
*
“ 난 따로 가입한 부는 없어요~ 다른 부들 구경하러 가는 건 좋아하지마안, 아마 특정한 부활동엔 가입 안 할 것 같아요오. ”
동아리가 없다고 대답하며, 다른 부들 구경하러 가는 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선배가 숨을 아주 작게 들이켜 말을 도로 삼켰다는 것은 알겠다. 무슨 말을 삼켰는지까진 모르겠지만. 묻지 않는 게 좋겠지.
“ 그게 건강엔 좋죠오, 실천하기 어려워서 그렇지이. ”
공부 안 해서 그래, 란 뉘앙스엔 조금 웃었을지도 모른다. 공부 안 해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라는 말이 문득 생각났기 때문에.
왜 다른 사람 가방 들어주는 게 익숙해 보이지? 양쪽 가방의 무게가 다른 텐데도 몸이 살짝 기울지도 않는다. ...힘이 센 편인지도 모르겠어.
“ 공책들이랑, 필통이랑, 복습할 책 한 권이랑, 물이랑, 간식 가방이랑... ”
파우치랑, 손수건(들이)랑, 반창고(들이)랑, 연고... 또 뭔가 더 있겠지. 연고...에서 말끝을 흐린 아랑이 빵긋 웃었다.
조금 장난칠 여력은 남아있나 봐. 애매한 대답에 입꼬리가 샐쭉 올라갔다.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만, 너 그러면 손에 모래가 조금 묻을 텐데... 라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손바닥끼리 겹치는 게 닿는 면적이 더 넓으니까 모래가 조금 묻더라도 이게 더 나으려나. 연호는 손에 모래가 약간 묻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 같기도 하고.
“ 으응, 그래. 그래도 많이 나쁜 게 아니어서 다행이야. ”
바다에 온 게 신나서 자제를 못 했나 보다. 그래도 많이 나쁜 게 아니라 다행이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다행이지이. 걱정했냐는 말과,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웃음. 잠시 고민했다가.
(금아랑이 입고 있는 레시가드... 레쉬가드가 맞는건가...?) 남색 일색인데 치마 아래 레깅스도 있어서 방어력 짱이랍니다 ㅇ.< 방어력 부족한 버전은 아랑이 가족이랑 아랑주만 알고 있어야지.. ㅇ>-< 크압... 아직도 할일이 많아.. 할일 끝내고 씻고 오면 대충 11시쯤일까요... (파김치행 될 예정)
>>358 하늘이네 주택은 저런 커다란 대문이 있는 집이 아닌걸. 대충 이런 느낌에 가까울 것 같네. 아무튼 레쉬가드 맞지 않아? 일단 아랑이는 저렇게 입고 있다는거구나! 일상 관전할 때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되겠구나. 아무튼 많이 바쁜 모양인데 남은 일정 화이팅이야.
>>359 하늘이네 집도 예쁘다....!! (와 넘 예뻐) 약간 목조? 부분도 있어서 더 따뜻한 느낌도 들어요 ㅎㅁㅎ 아랑이네 주택은 세련된 느낌이긴 한데.. (목조가 없어서 안 따뜻해 보이나...?) 맞춤법 검사기엔 레시가드인데, 쇼핑홈에서 보면 레쉬가드라 뭐가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단 거에요... ㅇ>;< 오늘은 좀 할 게 많네요... ㅇ>-< 파김치되서 그대로 잘 수도 있으니까 민규주 연호주 답레는 늦을 수도 있음입니다... (흑흑)
>>360 하늘이네 주택보다 세련된 느낌이라고 생각해. 사실 어제도 이미지 올린 것을 본 것 같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런 혼용표현도 있는 것으로 알아. 정말로 표준어로 가자면 이거지만 실제로 많이 쓰이는건 이런 느낌으로 말이야. 대표적으로 자장면과 짜장면이 있지. 아무튼 다시 한번 일정 화이팅이야!
문하네 집은 오래된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한 거야. 다른 수도권 도시에서 살던 문하는 고등학교 입학식 전에 이리로 이사왔어. 집이 크지는 않지만 지하실도 있고, 4인 가족이 각방을 보장받을 정도는 돼.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거의 문하 혼자만 살고 있다시피 하기에, 문하의 방과 일년에 두 번 정도 집에 오시는 아버지를 위한 아버지 방을 제외하면 2개 정도의 방이 창고 용도로만 쓰이고 있어. 집의 청소 같은 것은 문하가 도맡아 하고 있고, 부동산과 관련된 이런저런 행정 처리는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인 복덕방 아저씨에게 위탁해두었다고 해.
어서 오라구! 문하주!! 안녕안녕이야! 길거리에서 쉽게 바라볼수 있는 주택이로구나!! 저런 것도 되게 분위기 좋은데 말이야. 하지만 혼자 산다고 하니 조금 쓸쓸한 느낌이네. 무엇보다 2개 정도의 방이 창고 정도로만 쓰인다고 하니 더더욱 말이야. 역시 전문가에게 맡기면 좋긴 하지!!
아랑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치자 방금까지 아랑이 만지던 모래알갱이들이 군데군데 느껴졌지만 그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까슬까슬한 그 느낌을 싫어하진 않는지 알갱이들이 느껴지도록 손을 조금씩 꿈질거렸다.
" 날 걱정하는것 만큼 쓸데없는 일도 없을걸? "
그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튼튼하고, 다칠 염려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주변사람은 단 한번도 그가 다치거나 병에 걸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걱정이란 그에게 생소한 것이었다. 아랑이 그를 걱정했다는 말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런 이유일테다.
" 그러면 회복이 돼...? "
말했던가? 그는 늑대가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알고있었다. 그야 그에겐 양 친구가 없었으니까. 어릴적부터 자신이 늑대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티냈던 덕분에, 산들고에 오기 전까진 거의 모든 양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거나 그의 옆에 다가가지조차 않았었더랬다.
아무튼 그는 아랑의 말을 믿어보기로 하고, 겹치고 있던 손을 움직여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쥐려했다. 그러고는 눈을 감은채로 자신의 몸이 회복되는지 느껴보려 했다.
다들 알 거라고 보지만 혹시나 해서 다시 공지야! 페어제 댄스 하는거 할거면 안 찌르더라도 꼭 [이벤트] 캐릭터 이름 -> 랜덤 or 찌를 캐릭터 이름을 꼭 넣어줘! 안 넣으면 참가 안하는 것으로 간주되니 말이야. 나중에 나는 왜 리스트에 없어요 하면 참 곤란해진다. 서로서로.
문하가 확실히 상당히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닌 이상은 상대에게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드무니까... 문하가 출몰할 만한 장소는
1. 콘도 건물 내, 객실이 아닌 어딘가를 어슬렁거리고 있거나 혹은 옥상에서 줄넘기를 뛰고 있음. (콘도 건물 내에 조그만 콘서트홀이 있고, 거기에 피아노가 놓여있어서 하늘이가 허락을 맡고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던가 하면 문하가 피아노 소리를 듣고 올 수도 있다) 2. 콘도 건물 외, 바닷가가 보이는 산책로. 방에서 애들끼리 진실게임이나 마피아게임 같은 것을 시작한 관계로, 아이들끼리 왁자하게 떠드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문하가 조용히 빠져나와 있을 수 있음.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 도중에 있을 캠프파이어 때의 이벤트로 인해 하늘은 그곳에서조차도 피아노를 조금씩 연주하고 있었다. 정식으로 들어온 의뢰인만큼, 조금 진지하게 임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루는 바다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따로 비치되어있는 피아노 앞에 앉아 정식으로 허락을 받아 하루종일 곡을 연습하니 어느덧 밤 시간이었다.
두 손을 탈탈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하늘은 잠시 창 밖을 바라봤다. 바로 방으로 돌아가자니, 뭔가 묘하게 아쉬운 느낌이었다. 조금 걸어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하늘은 홀 밖으로 나섰다. 시원한 바다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가자 괜히 기분이 좋아, 봄보다 아주 조금 길어진 머리카락을 괜히 손으로 정리하며 그는 발을 옮겼다. 그러다 보니 저편에 보이는 누군가의 실루엣에 하늘은 잠시 발을 멈추고 그 포인트를 빤히 바라봤다. 아는 이였다.
"아."
여기서 다 보네.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은 괜히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길을 걸어 자신이 발견한 같은 반 클래스메이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넌지시 그를 불렀다.
"이 시간에 여기서 다 보네. 뭐 해? 산책 중이야?"
먹을래? 손에 쥐고 있던 피아노를 치면서 한번씩 간식으로 먹던 샤브레를 그는 문하에게 내밀었다. 먹지 않더라도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자신이 냉큼 입에 넣어서 먹었겠지만.
문하가 방을 빠져나온 이유였다. 하루 일정에 석식에 오후 레크리에이션까지 하루 종일 충분히 시끄러웠다. 방에 들어와서 조금 일찍 잠에 들려고 했더니 이젠 카드를 가져와서 도둑잡기니 원카드니 소란스레 야단이다. 물론, 산들고의 여름 여행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긴 하다. 이게 수학여행이었으면 적어도 이름에라도 修學이라는 거창한 명분이라도 있을 터이건만 이번의 여름 여행은 숫제 1학기 내내 고생한 아이들을 달래주기 위해 보내는 MT 같은 것이었으니.
그래서, 보통이라면 문하는 이번 여행을 거절하는 것이 맞았다... 이번 여름 여행 희망자 명단에 문하가 이름을 올렸다는 그 자체가 어떤 커다란 의외로, 반 아이들 사이에 두어 마디 오르내릴 뿐이었다. '그 기분나쁜 녀석이 왜 이런 데 따라오는 거지? 다른 아이들과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하는 말 정도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글쎄, 요 근래 있었던 다른 아이들과의 몇 번의 만남에서, 문하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뭔가 변할 수 있으면, 변하고 싶다고.
뭐 딱히 변한 건 없었다만.
변하긴커녕 오히려 주제파악을 하는 데에 그쳤다. 방에 들어와서 카드놀음을 하면서 웃고 떠드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루다가, 마침내 마피아 게임을 하는 대목에 와서는 그제서야 문하를 발견한, 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분위기메이커가 문하도 누워있지 말고 마피아 게임을 같이 하자고 권유해오는 것이다... 문하는 정중하게 거절하고, 줄넘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뒤에서 그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떠들지 왜인지 귓전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저럴 거면 왜 온 거야? 참 여전히 똑같이 알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문득 목적지 없는 혐오심이 치솟는 것을 눌러참고 그는 어디랄 곳도 없이 걸었다. 그나마 석양은 아주 멋들어지게 떨어지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던 석양이 자청색으로 까라질 때쯤에는 250회 줄넘기의 4세트를 끝낼 수 있었다. 문하는 마침 가까운 벤치에 앉아서, 노을이 남기는 마지막 깜부러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언젠가 읽었던 책의 구절이 떠오른다. '몹시 슬플 때는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싶어져...'
누군가에게 말을 걸린 것이 그때였다.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강하늘이 거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얘도 오늘 얼굴이 안 보였었지. 어디 있었던 걸까?
"저녁 운동."
문하는 평소대로의 평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늘이 사브레를 내밀자, 문하는 그걸 받아먹었다. 이걸로 방금 한 운동의 상당량이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건 알지만, 그래도 반의 그 조그만 분홍머리 덕분에 이렇게 자잘하게 내밀어지는 것 정도는 먹을 수 있게 됐다.
"저녁 운동? 아. 여기서도 운동하는거야? 열심히네. 놀러왔으니까 조금은 쉬어도 될텐데. 운동 동아리 해? 아니면 그냥 취미야?"
물론 하늘이는 그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냥 운동을 잘하는구나 정도의 인상은 있긴 했지만 그 이상의 인상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서 운동을 한다는 말에 운동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아리 활동 때문에 페이스를 유지하려는 것인지, 그저 그렇게 추측을 할 뿐이었다. 문뜩 3학년 선배 중에 한 명을 떠올리던 하늘은 곧 어깨를 으쓱하며 남아있는 샤브레 하나를 입에 넣으면서 천천히 씹었다. 그 특유의 바삭한 맛과 버터 향이 좋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게 최고야. 아. 운동한다면 더 먹기는 힘들려나. 그래도 하나 더 먹고 싶다면 얘기해줘. 아직 양이 많거든."
아직 몇 조각 더 들어있는 비닐을 보여주며 하늘은 팔을 내렸다. 그래도 이제 더 안 먹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을 했기에 더 권하진 않았다. 운동을 하는 이들은 칼로리를 상당히 신경쓴다고 하니까. 자신도 아주 조금은 신경을 쓰기도 하는만큼.
뒤이어 하늘은 상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반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던가. 그에 대해서 하늘은 그다지 말을 꺼내진 않았었다. 자신이 함부로 입을 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허나 그 사실에 대해서라면 아마 그도 듣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다지 입을 열진 않았다. 굳이 언급해서 좋을 건 없었으니까. 그저 그렇게 생각할 나름이었다.
"같은 반인데 이렇게 둘이서 이야기해보는 건 처음 같네. 아무튼 무슨 운동하고 있었어? 아. 운동하는데 방해되는 거라면 미안해. 하지만 조금 궁금해서. 패스하고 싶다면 패스해도 좋아."
운동특기생은 일반 학생과는 스케줄 자체가 달라서 교과시간 내내 운동하느라 교실에 얼굴 비추는 일이 드물어서, 그 아이의 반 내에서의 인지도는 둘째치고 누구라도 그 아이가 운동특기생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는데, 문하는 대회에 나가서 우승한 걸 몇 차례 아침조회 때 수상받으려고 조회대에 나간 적도 있을 텐데 하늘이는 확실히 문하가 운동특기생인 줄 모르고 있는 거야?
저번 마니또 이벤트 때 받은 경품을 사용할 수 있냐는 질문을 해주셨네요. 저번 이벤트에 걸려있던 상품은
1. 하고 싶은 이벤트를 말씀해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적극 추진해드립니다 2. 언제든 이벤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1회' 면제권을 드립니다 (ex. 만월의 날에 혼자 멀쩡하다!같은) 3. 실현 가능한 선에서 캐릭터의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4. 언제든 이벤트에서 사용하실 수 있는 1회 비틀기 권을 드립니다 (누구랑 짝 지어 주세요, 유리하게 시작하게 해주세요, 깍두시켜주세요..등)
이렇게 네가지 였습니다.
여기서 1번과 4번은 제 판단에 따라 경품 목록에서 불가피하게 삭제를 해야할 것 같아요 ㅠㅠ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1번 같은 경우에는 현재 이벤트를 여는 주체가 제가 아닌 하늘주라는 점, 그리고 언제든 건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에요. 또한 개개인이 여는 이벤트도 충분히 용인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4번 같은 경우엔 누구나 탐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마니또 이벤트가 진행될 당시에는 양/늑대 밸런스가 어느정도 맞아들어갔으나 지금은 양/늑대 밸런스가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기서 네명이 우선권을 가져가버리면 이벤트의 다양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우려도 있어서요. 물론 이 의견에 대한 반론은 언제든지 받습니다. 웹박수로 보내주셔서 그 의견이 타당하다 여겨지면 4번도 고려해볼 여지가 생길 것 같네요.
그래서 저번 이벤트때의 당첨자인 문하 민규 연호 새슬 네 아이의 오너분들께서는 2번과 3번 중에서 하나를 골라 웹박수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맞아. 사하주. 하나 질문 해도 될까? 그 전에 연호주와 일상 돌린거. 그 계양대 때문에 날아간 그거. 혹시 하늘이가 목격했다고 해도 괜찮을까? 그러면 하늘이의 입장에서도 일단 연호나 사하의 존재 정도는 인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호주에게 살짝 물어봤는데 연호주는 괜찮다고 했다만 사하주의 허락도 필요하니까.
"─아무리 쉬는 날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쉬어버리면 몸이 굳어버리니까. 항상 최소한의 운동은 해야 돼."
문하의 늑대 증상은 오로지 신경계에만 발현될 뿐, 근골격계는 늑대 증상의 영향 없이 순전히 남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으로 쌓아올려 유지하고 있는 것이기에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정성을 필요로 했다. 컨디션이 떨어지면 이후의 운동능력에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커다란 대회가 조만간이기에...
그러면 이렇게 놀러 오는 여행은 오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묻는다면, 그 말이 맞다. 이번 여행은 여러 가지로 문하에게는 주제에 맞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무리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분 따스한 봄바람 몇 줌이 속삭이는 소리에 그만...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아서. 어떤 특별한 일이 있을까 하는 욕심을 내고 기대를 해버리고 만 것이다. 여행을 나선다고 해도, 사정이 닿는다면 신체 컨디션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운동을 할 수 있기도 했고.
뭐 딱히 별 일은 없었고, 그냥 운동하는 환경이 조금 바뀌었다 정도에 그치고 말았지만 말이다.
"본격적으로 키토 식단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탄수화물에는 좀 신경쓰는 편이라서."
하늘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하늘의 질문에, 문하는 대답 대신 손에 쥐어져 있는 줄넘기를 흔들어보였다.
"좀 전에 4세트째 끝낸 참이야."
줄넘기는 복서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운동이다. 복서에겐 기본적인 근력은 물론 발목과 손목의 정밀함과 강인함이 요구되는데, 발목과 손목을 단련할 수 있는 제일 적합한 운동이 바로 줄넘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을 들으니 납득이 간다는 듯이 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너무 오래 쉬어버리면 피아노에 대한 감각이 죽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특히 남들보다 재능이 확연히 떨어지는 그라면 더욱 더. 노력이란 채우기는 어려우나 사라지는 것은 쉬운 법이었다.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피아노만 치고 싶진 않았기에,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면 정말 하루는 정말 죽어라 연습을 해서 감을 찾고 감각을 되찾아야겠다고 다짐하며 하늘은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대단하다고 이야기했다.
"줄넘기? 아. 줄넘기 했구나. 4세트라니. 뭔가 한창일 때 온 모양이네."
아닌가. 끝날 때인가? 체육에 대해선 음악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지식이 떨어지는 그였다. 애초에 그가 얼마나 운동을 하는지, 평소에 몇세트를 하는지도 알 턱이 없었기에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곧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피아노로 들어가면 잘 모를테니 결국 쌤쌤이었다. 그렇게 합리화를 하며 하늘은 근처 나무에 살며시 등을 기대며 저 편에 보이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서 잘 즐기고 있어? 바다까지 왔잖아? 하루종일 학교에서 의뢰한 피아노 곡 때문에 애들이 노는 것을 보질 못해서 말이야. 다들 어떻게 놀았나 궁금하기도 하고. 넌 어떻게 놀았어? 하루종일 운동만 하진 않았을 거 아니야."
내일은 자신도 가서 놀아야겠다는 듯, 하늘은 가만히 바닷가 쪽을 바라봤다. 전문까진 아니었으나 수영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기에 내일은 정말로 신나게 놀아야겠다는 듯, 웃으면서 그의 시선이 상대에게 다시 옮겨졌다.
...가만히 있질 않는구나. 모래 알갱이 감촉이 맘에 든 건지, 아님 다른 게 맘에 든 건지 꿈질거리는 연호의 손을 보며 잠깐 생각했다. 만월에는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평소에는 좀... 비글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어.
“ 그래서어. 싫은 거야~? ”
쓸데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이미 쏟아 버린 걱정이다. 주워 담을 수는 없겠지만 숨길 수는 있겠지. 떨떠름해 보이는 반응이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싫어하는 것처럼도 보이지 않아서 싫은 거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싫다고 하면 덜 내색하거나, 철저히 숨기거나 해야겠지 뭐.
“ 회복되지 않을까아...? ”
약간 자신 없이 말하는 건 늑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벼운 스킨십...은 좀 오래 해야 회복이 되나? 싶었지만. 연호는 조금 기운이 없는 정도니까 잠깐 정도의 손잡기로 회복이 되지 않을까...?
어찌되었건 손을 잡게 되었고, 아랑은 양이라 그냥 연호와 손을 잡았다는 느낌이었지 기운이 아주 살짝 빠진다까진 아니었다. 만월의 밤에 포옹했을 때는 더 확실한 느낌이었는데.
“ 오래 잡고 있어야 하나...? ”
이게 아닌가... 아랑의 눈썹이 시무룩 내려갔다. 오래 손 잡기로도 충전된다고 한 거 같은데 정확한 시간까진 모르겠다. 오래가 아니어서 회복이 안 되는 건가?
“ 진짜 아무 느낌도 없어...? ”
약간 오래, 라는 시간이 지나서 자신감이 살짝 떨어진 모습으로 물어보았다. 이 방법으로는 회복이 안 되는 건가.
기분나쁠 정도로 검게 텅 비어있는, 마치 색채에 구멍이 뚫려버린 것만 같은 검은 눈동자로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던 문하는 하늘의 질문에 곧 희미하게 이마를 구겼다.
"돌아다녔어, 그냥. 기억은 잘 안 나네."
새벽에는 확실히 해안 산책로를 따라 로드워크를 뛰었으니 운동을 하긴 했다. 아침에는 어떤 박물관을 간 것 같고, 점심에는 어떤 해안가를 간 것 같고, 저녁에는 강당에 모여서 뭔가를 했던 것 같은데... 그 사이를 부서져 떨어져나간 부품처럼 무엇과도 맞물리지 않고 겉돌기만 한 문하에게는 그 어떤 의미로도 와닿지 못한 일들이라, 실망감마저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그런가, 하는 한 몇 주쯤 전의 일인 듯한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아마 뇌가 별 가치없는 기억이겠지- 하고 그것을 저장하지 않고 그냥 대충 슥슥 뭉개버린 모양이다. 바다니 뭐니, 다 부질없다 못해 아무 상관도 없는 일들이었다.
그래, 이 소년에게 있어 '청춘' 이라거나 '즐긴다' 라는 단어들은, 길 건너편에서 건강하고 흔들림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다가 그에게 예의바르게 한 번 인사만 하고 가던 길을 마저 뚜벅뚜벅 지나가는 타인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고, 그렇게 되겠지.
이런 사회부적응자!
여자의 비웃는 소리가 귀에 와서 박히는 듯했다.
"한창은 아냐. 중간 휴식시간. 4세트 더 하고 들어갈 셈이었어."
내일 뭔가 하자는 말에, 문하는 문득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라고 오늘과 다를 것은 없을 것 같아서. 그러나 하늘이 하자고 한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서, 그는 되물었다.
손 끝에 보들보들한 감촉이 남아버렸다. 검지 끝을 엄지로 문댔다. 갓 구운 빵 같았지, 응. 눈치를 보다가, 웃음을 보자마자 다시 한번 가슴을 속으로 쓸어내렸다. 이럴 거면 볼은 괜히 찔러본 건지. 다행히 한 번 더 찔러봐도 되냐고 묻지는 않았다. 그 정도로 뻔뻔스럽지는 못한 성격이었다. 너 따라한 건데, 뭐. 하고 농담삼아 볼멘소리-가벼운 농조가 다분했다-를 했을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냥 미움받기 싫었던 게.. 신기하게 보이는 걸 수도 있고."
퍽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니까, 눈치 본 거지. 인형을 집었다가, 아니야, 다람쥐를 싫어할 수도 있잖아, 하고 도로 내려놓고. 괜히 귀여운 키링 집었다가, 키링 안 좋아할 수도 있잖아, 하고 다시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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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육상부에 놀러올래?"
퍽 충동적인 제안이었다. 동아리에 종종 놀러온다고 말했지만, 정작 아랑을 육상부에서 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하는 게 달리는 것밖에 없는 재미없는 동아리긴 했다. 그래도, 나름 정을 붙인 동아리니까. 자랑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혹시 동아리 안 들어가는 이유가.. 특별히 있어?"
그냥 궁금해서, 응. 하고 또 괜히 덧붙인다. 한 마디 더 하는 버릇이다. 안 좋은 버릇인데, 이거. 생각으로도 또 한 마디 더 한다.
"고3으로서 훌륭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학 안 갈 거면 상관없기도 했다.
"..보부상이구나, 너..."
그러니까 이렇게 무겁지. 괜히 가방을 고쳐맸다. 이 안에 그것들이 다 들어있다 이거지. '우산도 들었네요~!' 하는 말엔 조금 웃었다. '그래, 고마워.' 하고 맞장구쳤다.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돌아다녔다는 말에 그리 좋은 하루는 아니지 않았을까하고 하늘은 지리짐작했다. 말 그대로 하루종일 아무 것도 인상에 남지 않을 정도로 기억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피아노 멜로디로 치면 꽤 쓸쓸한 멜로디일것 같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머릿속으로 조용히 멜로디를 울렸다.
"그래? 그럼 방해 안한 모양이네. 음. 운동이던지, 수영이던지. 나도 오늘은 제대로 못 놀고, 학교에서 의뢰한 것이 있어서 그거 하루종일 연습하고 그러다보니까 하루가 다 갔거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긴 아깝잖아. 뭐라도 추억 하나는 만들어가야지."
작게 웃어보이며 하늘은 저 앞의 바다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줄넘기 줄을 가리켰다. 뭐든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냥 아는 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하나 만들어간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은 충분했으니까. 집에 돌아간 후에, 그에 걸맞는 분위기의 곡을 연주하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였다. 지금은 그저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는 듯, 더 깊게 말은 하지 않으며 하늘은 크게 숨을 크게 들이쉬다가 작게 숨을 내쉬면서 수평선 저 너머를 바라봤다.
"하루종일 딱히 뭐 없었던 이들끼리 추억 하나 만들어가긴 딱 좋지 앟겠어? 아. 하지만 내가 네 운동 페이스를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전혀 안 될 것 같으면 수영이나 할까? 우리? 난 그건 자신 있어."
물론 그만큼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물에서 수영하는 것만큼은 어느정도 할 수 있었다. 물론 늑대들에 비하면 어림도 없었지만. 그래도 가볍게 노는 것으로는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하늘은 괜히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어때? 같이 할래? 아. 일정이 있으면 거절해도 괜찮아. 억지로 시간 만들어달라는 건 아니니까. 그냥, 평소에 이야기 나눠본 적 없잖아? 너, 반에서도 잘 안 보이는 느낌도 컸었고. 그러니까 이럴 때 네가 어떤 이인지 알고 싶거든. 아무것도 모르면 그걸로 끝나지만 하나라도 알게 된다면, 거기서 한단계씩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어쩔꺼냐는 듯이 살며시 권유를 하며 하늘은 엹은 미소를 지었다. 거절해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뒤돌아서 돌아갈 일은 없었으니까. 그저 작은 권유였기에.
>>481 으음.... <:3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하 바로 전에 만난 게 문하라서요. 사이에 2명 정도는 돌려야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거든요. 고정관념이려나요. 제 접속 시간대도 그렇고, 일상 텀도 그렇고, 멀티를 못 하는 것도 그렇고.. 잦은 일상을 돌리는 게 쉽지 않아서..ㅠㅠ..... 저도 만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요. 뭔가 서운하게 해 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ㅇ(-(....
쇼팽이나 파가니니를 치고 있는 하늘의 옆에서 쭈뼛거리며 젓가락 행진곡을 겨우 치고 있는 자신을 그려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늘이 자신과 함께 운동을 해도 서로간의 입장이 바뀔 뿐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다. 적어도 자신보다 훨씬 상냥하고 훨씬 타인의 입장에 잘 공감해주는 하늘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젓가락 행진곡을 띄엄띄엄 연주하고 있으면 연주하던 쇼팽을 그만두고 젓가락 행진곡에 화음을 넣어줄 수 있겠지만... 자신은 하늘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그렇게 맞춰줄 수 있을지 문하는 몰랐다. 그래서 하늘이 좋은 절충안을 내어준 것이 문하에게는 다행이었다.
"수영이라면... 괜찮겠네. 수영은 별로 안 하거든, 나."
물론 수영을 할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으니, 기왕 바다에 온 거 물장구라도 치는 게 낫겠다... 하늘의 일리있는 제안에 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이라면 적어도 옆에서 속도 맞춰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좋은 추억거리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물며, 그런 추억 정도는 다른 사람들과 더 알차게 만들 수 있는 것을 굳이 자신같은 별 가치없는 사람과?
"─나에 대해 알아봤자 별 것도 없을 텐데."
정말이지 무언가를 쥘 틈도 없이 절망뿐인 삶을 살아왔기에, 그는 남에게 내보여줄 만한, 남과 함께 이야기할 만한 이렇다 할 무언가가 없었다. 되짚어봤자 되짚기도 고통스럽게 깔쭉깔쭉 날카롭게 깨어진 기억들이나, 아무 맛도 없이 밍밍하고 뻑뻑하기만 한 한 목적 잃은 노력들밖에 짚이는 것이 없었다. 남과 함께 나눌 만한 즐겁거나 맛있는 추억이나 요소는 전혀 없었다. 새삼... 정말이지... 자신에게는 남과 함께할 수 있을 무언가가 없었다.
"나 꽤 재미없는 사람이라. 딱히 알 것도 없을 거야."
문하는 문득 웃어보였다. 웃는다기보단... 웃는 모양을 그럴듯하게 흉내내는 듯한 그런 표정이다.
>>493 나는 사이에 돌리는 인원수보다는 일상이 끝난 지 얼마나 지났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3c 그뿐이야. 더군다나 지금은 스레 인원수가 꽤 적어져 있기도 하고. 스레 초기에 새벽반에도 사람이 몇 명씩 북적였던 초기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 이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어떤 강요로 들릴지도 몰라서 조심스러운 것뿐이야.
정말로 열심히 한다면 그 정도가 고작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하늘은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250개라니. 그것도 4세트를 했다고 하니 총 천 개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으로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필시 다음 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기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 하늘은 소리없이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터져나온 모양이었다.
"물을 싫어하거나 그런건 아니지? 그런 거라면 아무래 내가 많이 미안하니까. 나는 잘 모르겠지만, 물 싫어하는 사람들은 수영하는 거 되게 무서워한다고 하잖아? 별로 안하는 정도라면... 무서워하는건 아닐 것 같긴 한데."
그럼 내일 일정은 그렇게 정하는 것도 좋겠거니 생각을 하며 하늘은 다시 수평선을 바라봤다. 이 근처에서 보낼 시간은 많았다. 내일은 같은 반인 하와, 그리고 그 다음 날은... 나중에 생각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은 자신이 아는 이들 얼굴을 몇몇 떠올렸다. 허나 가끔은 아예 모르는 이와 만나보는 것도 좋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기도 하다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별 것 없는 사람도, 알 것 없는 사람도, 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없어.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너에겐 너만의 분위기가 있고,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있어선 넌 알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야. 아. 물론 나도 호불호 정도는 있긴 한데, 너의 분위기는 굳이 말하면 호에 가까워. 아무튼 그 이외에는 그냥 앞으로 지내보면서 느끼면 되는 거 아니겠어? 참고로 말하는데 나도 썩 그렇게 재밌는 사람은 아니야. 아하하하."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몸을 척 가리키면서 하늘은 자세를 살며시 바꿔 좀 더 편하게 나무에 등을 기댔다. 뒤이어 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어. 내일 일정 비워줘. 같이 놀자. 너는 어떤 애인지 진짜로 궁금하니까. 같은 반이지만 평소에 잘 안 보이는 너라서 더욱 말이야. 나도 알려줄게. 내가 어떤 이인지. 물론 말보다는 분위기로 파악해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502 그렇군요. 확실히.... >:3 일상을 많이 돌릴 수 없는 포지션에 있으니 시간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앞으로는 그것도 염두에 둬야겠어요 ^.^..... 사람이 적다고 계속 대기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강요라니요! 오히려 좋은 솔루션이 되었읍니다 ㅇ(-(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흑
솔직한 시점으로 난 그 일상 텀에 대한 것 말인데. 너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독점하는 느낌만 아니면 별 상관없지 않나하고 생각해. 1:1이야 둘이서만 있으니까 상관없는데, 다인스레는 다인이니까 그 점은 조금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어떤 사람은 혼자서 4회차 5회차 돌리고 있는데 다른 이들은 그래봐야 1회차 혹은 0회차 식이면 그건 조금 애매한 느낌이니 말이야. 물론 이것도 시간적 상황이나 그런 것에 따라 조금 다를 수도 있긴 한데.
원래는 안 끼이려고 했는데 너무 막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 않나 의견을 잠시 내비쳐본다! 하지만 개인의 성향도 있으니 그냥 참고 사항 정도의 의견으로만 받아줘! 사실 스스로가 잘 알 거라고 생각해. 나의 일상페턴은 어땠는지. 내가 너무 특정인하고만 집중적으로 노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야.
>>519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이 사람과 좀 많이 놀았다싶으면 다른 사람과도 놀아보자에 가까울 것 같네. 어차피 완전한 평등은 불가능해. 하지만 예를 들어서 A와 B와 C가 있다고 치자고. A와 B는 막 5회차 일상 6회차 일상을 돌아가는데 C는 A와 B와 1회차씩밖에 돌리지 못하고 앞으로도 희망이 없으면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 그냥 가끔은 안 놀아본 이들과도 놀아보자에 가까울 것 같다는거지.
일상에 대해서 한마디 얹자면 저는 아이들이 다양한 관계성을 추구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급적이면 한번도 돌려보지 않은 이들이 돌려보기를 권장하는 바에요! 저도 그래서 가급적이면 만나봤던 아이들보단 한번씩 다 만나보기를 추진중이고 ... 물론 항상 그럴수는 없는 일이고 다들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걸 잘 아니까 그냥 권장한다,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그렇다고 한명이 다른 한명을 물고 늘어진다 ... 이런건 제가 바로 제재할겁니다. 일상은 항상 상호존중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거 기억해주세요 :3
>>519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채울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희망회로 돌려봄) 그리고 본인도 변하려는 의지를 가지게 된 거 같으니까, 여름이 지나면 또 새로운 감상이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3
>>520 >>정말 커다란 콘도<< (맘에 들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습니다...!! 층별로 방 별로 나뉘었는데... ()() 몇인실인지 쫌 궁금하긴 한데 그건 생각 안 해두셨을 거 같기도 하고 자유로 두셨나 싶기도 하고, 쫌 큰 방엔 여러명 배정되고 쫌 작은 방은 그보다 작게 배정되고 그런건가 싶기도 하네요... <:3 (일단 한 방에 30명은 아닐 것 같으다)
>>526 굳이 정한다면 정할수도 있는데 거기까지 정할 필요가 있을까라는게 내 생각이야. 그냥 같은 방 쓰고 싶으면 서로서로 협의해서 같은 방합시다 하고 처리하면 되는거 아닐까? 그래도 굳이 정하자면 좀 큰 방에는 여려명, 작은 방에는 좀 적게 이렇게 배정된 형식이야. 애초에 지금 총 몇명이 갔는지도 모르니 정확히 수치로 표현하긴 힘드네.
심지어 잠깐 쉬다가 4세트를 더 할 예정이니 총 2천 개다. 어떤 종목이 됐건 프로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은 지엄하고 험난하다. 하늘도 잘 알 것이다. 하늘이 피아노에 쏟아부은 만큼의 열정을 문하는 운동에 쏟아붓고 있었던 것뿐이다. 트레이닝 팬츠에 까만 러닝셔츠 한 장을 달랑 입고 있는 문하의 몸뚱이는, 문하의 표현대로 하자면 '목적 잃은 노력들' 이라고 하는 것이 차곡차곡 퇴적되어 그 이질적일 정도로 창백한 피부와는 대조되는 훌륭하고 탄탄한 고밀도의 근육질로 꽉 죄어져 있는 몸이었다.
"-딱히. 그냥 평소 운동 루틴상 물가에 갈 일이 없을 뿐이야. 그런데 이번에는 물가에 가까이 왔으니... 내일은 네 말대로 수영을 좀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하늘의 반문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맥주병이거나 물을 무서워하는 것이라면 솔직하게 말했을 것이지만, 하늘에게는 다행스럽게 그는 딱히 물에 공포가 있는 것도 맥주병도 아니었다. 썩 재밌는 사람은 아니야, 하고 자신을 가리키며 웃어보이는 하늘을 보고 문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이상하네, 너. 사람을 쉽게도 가까이하는 게."
문하는 이따금 자신의 감상을 꽤나 시원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하늘이 때때로 보여주는 이런 독특한 붙임성은, 문하에게는 실로 별난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붙임성있는 애들도 보통 자신 같은 괴짜에게는 잘 다가오려 하지 않는데. 아직도 이렇게 별난 붙임성을 보여주는 아이들이 조금씩 있곤 했다. 그러나... 문하는 더 이상 뭔가 말을 하지 않았다. 내게 다가오는 너. 너도 나를 떠나갈 거잖아.
생각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는 것 같아서, 문하는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4세트 더 할 거야. 그보다, 오늘 하루종일 피아노만 쳤다고 했던가... 점심 먹고 올라가다가 어디서 피아노소리가 들리던데. 너였어?"
그리고 문하는 콧노래로 짧게 멜로디 한 소절을 불렀다. 오늘 하늘이 연습한 곡이 맞는 것 같다.
"어느날 일어나 보니 너를 제외한 모두가 사라져 있어. 그럼 어떨 것 같아?" 강하늘:..... 강하늘:아무도 없는 곳에서, 정말 나밖에 없는 곳에서 내가 계속 있을 이유가 있을까? 강하늘:내가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 저승이 나에겐 더 편할 것 같은걸.
"사람들이 이것만은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것은?" 강하늘:내가 늑대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일까. 강하늘:사실 몰라줘도 상관없어. 단지 내가 늑대가 아니라고 하는 것만 부정하지만 않았으면 좋을 것 같아. 강하늘:어차피 뭐라고 말을 해도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믿는 이는 많거든.
"답을 좀 하라고!" 강하늘:....... 강하늘:....... 강하늘:.......(호감도 최저 상태. 절대 입 안 열고 자리 피하기)
"다들 멀리하면서 하나하나 가까이하는 것보다, 모두 가까이 하다가 하나하나 멀리하는게 더 편하거든. 아. 그런 말 은근히 들어. 그럼 뭐 어때? 그게 나인데."
전혀 문제되는 거 없다는 듯이 엄지로 자신을 콕 가리키며 하늘은 태연하게 그의 말에 대답했다.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것으로 비난을 하지만 않으면 될 일이었다.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하고, 그에 대해서 생각을 굽히지 않는 안 좋은 버릇의 발현이었다.
이어 들려오는 말에 하늘은 머리를 긁적이며 아차- 하는 소리를 내면서 웃음소리를 냈다. 확실히 밖에 들릴 정도였겠지만 진짜로 들은 이가 있구나 싶어 어쩔까 고민을 하나 곧 하늘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딱히 숨길 것도 아니었다.
"캠프파이어 때 포크댄스 할 때 연주를 맡기로 했거든. 그래서 그 관련으로 계속 연주했어. 이렇게 기껏 해달라고 하는데, 어설픈 곡을 연주할 순 없잖아? 그래서 오늘 하루 정도는 정말 연습을 했고 포크 댄스 전 날에 다시 좀 더 연주하면서 마무리를 지을거야. 교대해주는 이가 없으면 계속 내가 해야할테니, 마지막까지 제대로 하려면 연습이 필수거든."
다른 이들이야 있긴 하지만, 과연 자신과 교대를 할지에 대해선 하늘도 조금 회의적이었다. 그들도 모두 춤을 추고 싶어할테니까. 그렇기에 연주하는 이들은 언제나 마지막까지 남기 마련이었다. 모두가 춤을 추기 위한 무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눈에 띄지 않는 그 역할을 하는 것에 그다지 불만은 없는지 그는 뒷짐을 지며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간 후에,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다들 기왕이면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어. 나는... 춘다고 해도 거의 다 끝난 후가 아닐까. 교대 같은 거 없을 것 같고. 딱히 불만은 없지만, 조금 아쉽긴 하네."
>>574 당연히 선착순이지. 원래 이런 건 다 그리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해. 아랑주가 돌릴 수 있을 때 나도 손이 빈다면 그렇게 돌려보면 좋을 것 같고 그게 안되면 그냥 내가 적당히 끄적끄적해볼게! 하지만 무리하게 돌리려고 한다 그런건 사절이니 돌리는 일상 두개에 집중하라구!
떠나갈 거잖아, 라는 질문이 입 밖으로 내어지지도 않았는데 대답이 돌아와버렸다. 하늘의 그런 삶의 태도에 문하는 문득 자신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긴 두 사람의 모습이 하늘의 위에 겹쳐지는 것을 보았다. 하늘에겐 그럴 의도가 없었겠지만 방금의 하늘의 말은 문하에게 있어 우회적이고 예절바른, 내 마음을 잠깐은 열어줄지언정 너를 담아주지는 않겠다는 포고령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가. 너도 그런 분류구나. 문하는 태연한 얼굴을 꾸몄다. ─익숙했다. 아니 오히려 하늘의 이런 취급은 그가 받는 취급들 중에서도 아주 온건하고 예절바르며 상냥한 축에 속했다.
아무렴, 비루먹고 야윈 더러운 들개를 누가 좋아해주겠는가.
다행히도 하늘이 자신과는 전혀 연이 없을 것 같은 낯선 단어를 꺼내주었기에 문하는 그리로 주의를 돌릴 수 있었다.
"포크 댄스...? 뭐야, 그게."
아니, 포크 댄스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딱 그런 단어도 있고, 그게 춤의 어떤 종류를 가리키는 단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문하는 그 포크 댄스라는 게 무엇인지 눈으로 본 적이 없었다. 캠프파이어에 포크댄스를 곁들이는 이벤트라니 문하에게는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뭔지도 모르는데, 포크 댄스."
그게 뭔지도 몰라서 문하는 하늘이 무엇을 아쉬워하는지도 짐작하지 못했다. 일단 하늘이 그 포크 댄스라는 것을 할 때 춤곡을 연주해준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어떤 이벤트이고, 왜 교대자가 없을 것이라는 게 아쉬운 건지... 문하는 그 까만 눈으로 어울리지 않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당신의 말에 경아는 작게 웃음을 흘린다. 그리 말하는 도서부원들의 모습이 훤히 상상되었던 탓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기계도 아니고? 라던지, 저기 검색 코너 있잖아. 등 각양각색의 답들이 떠오른다. 그런 걸 보면 확실히 저 저신이 유별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확실히 그렇네."
결국 수긍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대단하진 않을지라도 별난 건 맞았으니까. 계단의 개수나 도서의 위치나, 사실 외울 필요성은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재밌는 일도 아니고. 아마 그런 건 괴짜나 나처럼 하릴 없는 사람들이나 할 테다.
"...그렇다면 좋겠네."
경아는 살포시 미소짓는다. 그 모습이 퍽 따스하다. "별 것도 아닌 짧은 말이지만, 다른 사람이 그걸로 기뻐진다면 아무래도 좋은 일이잖아." 어깨를 으쓱이며 작게 덧붙인다. 애초에 그리 깊이 아는 사이는 아니었고, 학교의 소문을 주의깊게 새겨듣는 편도 아닌 경아가 당신이 피아노를 치는지 알 리는 없다. 당신을 의식해서 한 말이 아니라 평소의 생각을 말로 옮긴 것 뿐일 것이다.
당신에게서 책과 DVD를 건네받은 경아는 빠른 손길로 바코드를 찍고 대출을 완료한다. 다시 당신의 손에 돌려주려 책과 DVD를 내민다.
"기한은 일주일, 연장은 한 번. 알고 있지?"
확인하듯 가볍게 묻는다. 몇번이라도 빌려본 사람이라면 모를 리는 없겠지만, 일종의 의무적 절차다. 잠시 컴퓨터를 딸각거리며 정리하던 경아는 질문에 "응?"하고 이야기하며 고개를 든다.
"나야...이것저것 보는 편인데,"
볼가를 긁적이며 머뭇거린다. 그새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이런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경아는 늘 고민했다. 한 가지만을 고르기에는 아무래도 아까운 마음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경아는 대부분 지금처럼,
"아. 그거 말이지. 이건 동영상 사이트로 보는게 나을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페어로 춤추면서 밤을 노는 그런 건데..."
그의 속마음은 당연히 눈치챌리가 없는 하늘은 태연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후에, 동영상으로 남녀, 혹은 남남, 혹은 여여가 한 페어가 되어서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축제때 간혹 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겐 두근거릴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한 순간의 추억, 누군가에게는 한 순간의 흑역사가 될지도 모르는 그 동영상이 그의 눈에 잘 들어오도록 일부러 거리를 살며시 좁히다가 영상이 끝날 무렵, 하늘은 주머니 속으로 핸드폰을 쏙 집어넣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춤추는거지. 춤추는 거. 영화나 그런데서 한번씩 나오는 거 있잖아? 막 멜로 영화 같은 것에서. 아무튼 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곡을 연주하는 이로서 내가 선정된거고."
괜히 뒷짐을 지며 하늘을 바라보면서 땅바닥에 발을 긁던 하늘은 작게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역시 이런건 참여하고 싶은데 어찌되려나.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냐아냐아냐아냐. 이런 걸로 아쉬워하는건 나답지 않아. 추건 못 추건 열심히 곡 연습에 집중할수밖에 없겠어. 아, 참여는 자유라고 하더라. 넌 어쩔래? 추고 싶은 이 혹시 있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데."
자신은 별 상관없는 이야기. 허나 역시 다른 이들에겐 역시 이럴 때 친해지고 싶은 이와 친해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볕에 반짝이는 모래알, 청량한 파도소리,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 그 가운데에 새슬이 있었다. 즐거울 것 같아 분위기에 휩쓸려 얼떨결에 따라온 참이었다. 그러나 해외도 아닌 한국의 해변에 새슬이 오를 만 한 나무가 있을 리는 없겠고, 해변가를 떠나 어딘가로 모험을 떠나볼라치면 선생님들의 잔소리가 귀에 거슬리고, 조금 깊은 바다로 들어가보려 하면 안전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귓전에 때려박힌다.
결국 새슬이 선택한 것은, 적당히 축축한 모래바닥에서 작은성 따위를 만드는 것이었다. 새슬이 땡볕 아래에서 한참동안 투덕이며 만들어낸 그것은 성이라기엔 굉장히 투박하고 볼품없었으나, 어쨌든.... 성이었다. 하필이면 높게 친 파도가 몰려와 그것을 쓸어내갈때까지는.
앗, >:ㅁ...! 새슬이 작게 외마다 비명을 질렀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작은 모래언ㄷㅡ아니, 성은 조금 솟아오른 모래더미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런, 나쁜 파도네. 그러나 짜증을 내는 기색은 없다. 대신에 자연스럽게 보내주었을 뿐이다. 안녀엉ㅡ 하고. 그러고 나니 더 이상 뭘 만들 기분도 나지 않아서, 새슬은 그 자리에 철퍽 주저앉았다. 그리곤 가만히 눈 앞의 바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부서지는 파도, 수면에 반짝이는 햇빛조각, 그런 것들을.
"제가 보장할게요. 제 보장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진 모르지만 적어도 사람 한 명 분의 가치는 있겠죠. 아마."
한 번 더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했다. 적어도 누군가, 정말로 이 장소 중 한 명은 그렇게 생각했을테니까. 물론 그 존재에 대해서 굳이 입에 담진 않으며, 기한을 이야기하며 전해주는 DVD와 책을 그는 받아들였다. 처음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자주는 아니나 한번씩 와서 이용했기에, 당연히 그 기한은 알고 있었고 잊은 적도 없었다.
"알고 있어요. 2학년인데 모르면 그건 그거대로 좀 그렇잖아요?"
물론 도서실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은 모를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겐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괜히 소중하게 DVD와 책을 힘을 주어 떨어뜨리지 않게 잡았다. 물론 망가지거나 구겨지지 않게 조심조심하면서.
좋아하는 장르라는 말에 하늘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뮤지컬이나 영화가 된 작품이 제일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보다보면 괜히 원전도 읽고 싶고 그렇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제 취향보다는 선배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물었는데."
좋아하는 장르를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취향에 걸맞는 것을 말하려는 것일까. 그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다 그는 그냥 주제를 확실하게 정하기로 했다. 그러면 그녀의 답도 편할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영화화된 것들 중에서 선배는 뭘 제일 좋아해요?"
/어서 오라구! 경아주! 카페 당첨 축하해!! 지금은 바다 이벤트를 하고 있으니 >>10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본래라면 학교에 있어야할 시간,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에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학생들의 쌓인 스트레스를 원활하게 풀게하고자 신청자에 한해서 바닷가로 보내주었던 것이다. 나도 이곳을 내 의지로 왔다면 정말 즐기고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학생회 부회장이니까 학생들 통솔할겸 다녀오라는 지시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경비 같은 것들은 다 대주겠다고하니까 거절할 명분도 없었고. 덕분에 바닷가에 와있는 동안엔 부득이하게 아르바이트를 갈 수가 없어졌다. 점장님이 이해해주셔서 망정이지, 아니면 진즉에 짤렸을거다.
" 더운데 들어가서 잠이나 잘까. "
같이 온 친구들의 성화에 못이겨 바깥으로 나오긴 했지만 친구들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싫증이 나버려 혼자 다닌다고 해버리고선 지금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다. 추운건 정말 못버티지만 더운 것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서, 더이상 볼게 없다면 숙소로 돌아가버리려고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눈에 띄는 학생이 하나 보인다. 분명 쟤는 ...
" 안녕? "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여학생에게 말을 건다. 바로 앞이 작게 모래언덕을 이루고 있는 것을 봐서는 파도가 거기 있던 무언가를 쓸어가버린 것이겠지. 맑아보이는 인상에 정말 가벼워보이는 체구를 가진 이 학생의 이름을 난 알고 있었다. 그야 잊기엔 좀 인연이 깊었으니까. 분명 이름이-.
" 유새슬, 이라고 했지? "
방글방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옆에 앉는다. 지난번 마니또 이벤트때 내가 챙겨준 학생이었다. 물론 나는 돈이 궁해서 챙겨줄게 먹을 것밖에는 없었지만 ... 본인이 만족했다면 정말 다행일텐데. 그렇게 슬쩍 훑어본 몸에는 여기저기 반창고가 붙어있었다. 여전히 자유분방하게 이곳저곳 다니는구나. 나는 주머니에서 항상 들고다니는 사탕을 여러개 꺼내서 물었다.
하늘이 보여주는 영상을 보고, "쿡..." 하고, 문하가 웃었다. "푸하하하하." 그것도, 눈을 접고, 소리를 내어서, 얼굴에 주름까지 그어가며 분명하게. 뭐가 그리 웃긴지.
"나도 참...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버렸네......"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던 떠돌이 개가, 문이 열려 있고 맛있는 냄새가 나길래 들어왔더니 으리으리한 잔칫집이었던 것이다. 모두가 화려하게 빼입고, 점잔을 떨고 있는. 아무도 그를 몽둥이로 내리치려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를 벌레나 오물을 볼 때와 같은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건 몽둥이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효과적이었다. 하늘이 보여주는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가 문하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고, 그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저따위 더러운 게 어쩌다 여기 들어왔지?
내게 동정심을 표하는 이들은 절대 내게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내 목줄을 쥐어주려 하지 않는다. 나와 무리를 지어주려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동정심을 갖게 하는 내 상처가, 나를 얼마나 흉칙하게 무너뜨리고 망가뜨려 놓았는지... 그들도 알고, 나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혐오감 섞인 동정심은 내게 가까이 오려 하지 않는다.
"왜 안되는데? 물론 네가 이런 분위기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을 보면 마치 그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웃긴 하지만 그게 정말로 웃는 모습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은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같은 반 아이들이 하는 말을 신경쓰는걸까? 아니면 그냥 단순히 정말로 이런 것을 싫어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확실한건 지금 그가 한 말은 마치 자신이 자격이 없다는 것처럼 들렸기에 그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아니. 아니야. 그 이유를 묻는 것은 조금 너무 들어간 것 같네. 하지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니 혹시라도 생각이 나면 찾아와줘. 나도 더는 말하지 않을게."
권유는 하나 그 이상 들어가면 그건 강요였다. 자신의 생각을 너무 강하게 펼칠 생각은 없었기에 하늘은 그 정도에서 말은 끝내기로 했다. 허나 역시 조금 신경이 쓰이는건 사실인지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웃음 너머의 말을 자신이 듣는 것은 가능할까? 아니면 딱 거기서 멈추게 될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아무튼 내일 놀기로 하는 거지? 좋아. 간만에 솜씨를 보여봐야겠네. 물론 네 눈엔 어떨지 모르지만 말이야."
괜히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는 자신의 몸을 가볍게 톡톡 치면서 손을 아래로 내렸다.
/하늘주가 슬슬 자러 가야할 것 같아. 이후에 막레를 할거면 적당히 여기서 헤어졌다로 막레를 해도 되고,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좋아! 그럼 퇴근 후에 이을게! 아무튼 슬슬 자러 갈게! 다들 잘 자!!
>>602 오케이! 그럼 저걸 막레로 할게! 문하라는 캐릭터가 되게 흥미롭고 하늘이로서는 역시 꽤 호감을 가질 것 같다. 다만 뭔가 내부적으로는 으음? 하는 느낌을 받을 것도 같은데 하늘이 자체가 아무래도 자기 영역의 선이 좀 강한만큼 문하의 영역을 침범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게 또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되고. 크아악! 이 아들놈이 문제구나!! 8ㅁ8
그냥 엉엉 우는 시늉이겠지만, 아쉬움의 뜻이기도 하고 원망도... 아주 쪼꼼 하려나. 우리 동아리에 들어오지 않을래? 부터 왜 우리 동아리에 들어오지 않아? 까지. 아예 권유를 안 하는 곳도 있었지만, 구경 가면 대체로 우리 부에 들어오지 않으려나 하는 가벼운 기대 정도는 때때로 받기 마련이다. 그건 쪼꼼보다 더 곤란해. 한 명의 사람이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는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따금 이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린다.
“ 신체가 건강한 걸로 이미 충분한걸요오. 모든 사람이 공부라는 길을 택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
해맑게 웃는 얼굴이지만, 꽤 어른스러운 말이었을까? 공부 말고 다른 길을 택했다면 안 할 수도 있고, 그냥 공부가 싫을 수도 있겠지. 세상에 1000명이 있다쳐도 그 1000명의 사람이 다 같은 길을 택하는 것도 아닌 걸.
“ 그런가요~? ”
빵긋 웃었다. 보부상...일 수도 있겠지. 내가 생각해도 조금 많이 들고 다니나 싶기도 하고. 맞장구치는 말에 가늘게 눈을 접었다.
“ 큰가아...? ”
잘 모르겠다는 듯이 말을 늘인다. 필기구 여러 개, 커터칼, 자, 화이트, 네임펜 기타 등등... 이게 다 들어가긴 하는데 남들도 이 정도 크기는 쓰지 않나...? 고개가 갸웃 기울어졌다.
얼마나 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파도소리 사이로 사박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 새슬이 고개를 돌렸다. 짙은 보랏빛 머리칼의 남학생.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왜 익숙한 기분이 드는 것 같지? 멀거니 바라만 보던 새슬의 고개가, 이어지는 해인의 물음에 갸우뚱 기운다.
“나를 알아?”
나는 모르는데, 네 이름. 그러나 옆에 앉는 해인을 저지하거나, 피하려는 기미는 추호도 없다. 그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탕 먹을래? 반가운 제안. 바닷물로 적신 입술에 소금기가 남아 조금 갈증이 나던 터였다. 단번에 표정이 풀어지며, 새슬이 웃었다. 그럼 포도맛. 녹색 눈동자에 금새 즐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항상 사탕을 가지고 다녀? 대단하다아ㅡ( ᐛ ).
“그런데, 나를 어떻게 알아?”
웬만하면 모를 텐데. 해인에게서 받아든 사탕 봉지를 깔작거린다. 사탕 껍질에는, 특히 막대사탕에는 짧은 손톱을 위한 뭔가가 필요해. 꼭 한 번에 벗겨지지 않아서 이를 써야 한다니까. 한참의 사투 끝에 힘겹게 봉지를 뜯어낸 새슬이 사탕을 입에 물었다. 음! 달아. 맛있다. 여전히 더할나위없이 짤막하고 담백한 소감이었다. 그야 포도맛 사탕 따위에 이런저런 수식어를 달아 줄줄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이상한 편에 속하기야 하겠지만.
그와 손을 오래 잡아본 사람은 양이고 늑대고 평범한 사람이고... 딱히 없었다. 그의 손을 붙잡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연호보다 먼저 지쳤다. 연호는 지친 사람들은 쉬게 내버려두었다. 같이 더 놀고싶어도,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은 삼가하는 그였다.
잘 모르겠다는 말에도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손을 더 꼭 쥐어주는 아랑의 모습에 그는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 만큼은 걱정할 일이 아닌것 같아서.
오래 있으면 회복되겠지. 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서 조금 편해졌다.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다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고, 곁에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냥한 사람이 있었으니까. 불확실한 미래라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응. 당연하지. "
노을과 아랑을 몇 번 번갈아보던 연호는, 아랑의 질문에 그녀에게로 시선을 고정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연호가 보기에 아랑은 예쁜 사람이었다. 오히려 왜 말꼬리에 농담이라고 덧붙였는지 잘 모를 정도로. 아랑이 농담이라는 말을 덧붙인것에 대해, 혹시나 아랑 자신이 예쁜것을 모르고 있을까 걱정하여 한마디를 더 남겼다.
음, 그래도 학생회 부회장인데 얼굴을 모른다니 좀 슬픈 일인데. 뭐든 1인지만 기억되는 세상이라서 2인자인 나는 안중에도 없다, 뭐 그런걸까.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의 영역이고 실제론 학생들 중에선 학생회에 관심이 없어서 회장 정도만 기억하는 애들도 많았으니까. 이미 익숙한 일에 시무룩해지고 그럴 일은 없다. 네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사탕을 건네준 나는 자기를 아냐는 물음에 입술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 내가 준 반창고는 잘 하고 다니지? "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을까. 전에 챙겨준 반창고를 아직까지 들고다닐지, 아니면 이미 다 쓰고 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모르는 사람이 반창고를 건네준건 하나 밖에 없을테니까 분명 기억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짧은 손톱으로 사탕과 사투를 벌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까줄까, 라고 물어볼 참에 사탕을 까버린다. 성대를 타고 올라오다가 갈 곳을 잃은 말은 뱅글 돌다가 다시 쑥 들어가버린다.
" 물론 나는 부회장이니까 굳이 그게 아니었어도 네 얼굴 정도는 알지. 자유부원씨. "
물론 특이한 학생들이 많은 산들고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하게 눈에 띄는 학생들은 이름도 여러번 듣고 얼굴도 대강이나마 알고 있었다. 새슬이도 몇번 이름을 듣고 출석부 같은 곳에서 얼굴을 봐놓아서 아는 척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럴땐 부회장 직책이 도움이 되어서 조금, 아주 조금은 맘에 들었다. 그렇다고 나쁜 쪽으로 유명한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다니는 애가 있더라- 라는 말을 듣는 것뿐이니까.
" 이런 땡볕에 앉아있으면 피부 건강에 안좋아. 적어도 파라솔 같은 곳에 앉아있는게 좋아? "
조금 떨어진 곳에 파라솔들이 잔뜩 꽂혀있는 곳이 있었다. 물론 그곳은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가기엔 꺼려지긴 했지만. 주변은 나무 같은 것도 없어서 그늘을 찾기가 어려워 결국 나도 포기하고 얘 옆에 앉아있기로 했다. 그래 잠깐 앉아있는걸로 막 타진 않겠지.
사탕을 입에 물고서 멍한 눈빛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던 새슬의 시선이, 단번에 해인에게로 꽂혔다. 내가 준 반창고는 잘 하고 다니지? 놀란 기미가 가득찬 것도 잠시, 단번에 반가운 얼굴로 해인에게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는 이미 물어 볼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묻는 것이다.
“너, 콜라야?”
콜라지? 콜라구나ㅡ 당연하지! ( ᐛ ) 봐봐, 여기, 이 쪽 팔꿈치에 보면 아직 붙여 놨었는데, 콜라가 준 반창고. 새슬이 다짜고짜 팔꿈치를 내밀었다. 그러나 해인의 시선에 팔꿈치에 붙어 있는 반창고따위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까 바다에 들어갔을 때 쓸려 가 버렸으니. 그러나 새슬에게 그런 것이 보일리가 없다.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 없어? 떨어졌나 보다. 아쉬워라.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겠지.
“헤ㅡ 콜라는 부회장이구나.”
높은 사람ㅡ( ᐛ )ㅡ 부회장쯤 되면 학생들 얼굴은 다 꿰고 다니는 거야? 자유부인 것도 알아? 정식 동아리도 아닌데에. 엄청나네, 부회장! 그런 걸 다 넣어 가지고 다니려면 머리 아프겠다. 새슬이 생글거리며 재잘거렸다.
“그러면 햇빛이 아깝잖아.”
이렇게 볕이 좋은데. 과연, 오늘의 일조량은 아주 좋았다. 평소에 새슬이 있던 곳에 비해 지나치게, 아주, 너무... 좋아서 그렇지. 그러나 새슬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자신이 좋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리고 저기는, 파도가 안 닿잖아. 나는 파도랑 닿을 수 있는 곳에 있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새슬의 발끝에 닿을락 말락, 파도의 손길이 가볍게 스쳤다가 빠르게 물러났다,
>>643 아이구 아닙니다 아닙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요 >:0~~!!!! 자꾸 그러시면 이놈합니다 떼끼하겠습니다 조급한 마음 이해합니다 ㅇ(-(..... 그 점에 관해서는 미리 저의 일상에 대한 생각을 알리지 못한 제 잘못도 있읍니다 ^.T....!!!! 아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죠,,~~~~!! 왜자꾸그런댜~~!!!
>>649 ㅋㅋㅋㅋ 새슬주... (귀여워) 새슬이한테도 소소하게 궁금한 거랑 안 소소하게 궁금한 게 있는데, 소소한거면 사과머리 해줄 의향이 있는지가 궁금했고, 안소소하게 궁금한거면 다크새슬과 네이비금아랑과의 만남인데... (걍 바다에 빠진 양 두마리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ㅋㅋ쿠ㅜㅜㅜ)
>>651 헉 감사합니다 >:3 (상냥한 새럼.. ) ㅜㅜ 따뜻하게 입고 가시지 춥게 입고 가셨나요..ㅜㅜㅜ 연호한테도 소소하게 궁금한 거랑 안 소소하게 궁금한 거 있는데 소소한 건 금아랑이 동물잠옷 입고다니는 모습 보면 뭘 생각햘지고 안 소소하게 궁금한 건 네이비금아랑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건데... 이건 아마 일상에서 알게 되겠네요 <:3
>>649 그래도 아직까지 이해해줘서 고마워. 조금 그런 생각을 해버렸거든. 사하주와의 일상에 1주일 가까이 걸렸잖아. 계절 하나에 보통 1달, 많아봐야 6주가 책정될 것 같은데 일상 한 번 돌리면 2주 정도까지도 못 볼 수 있다는 게..... 이벤트 같은 걸로 혹시나 또 마주치게 되면 그것도 또 연속으로 돌리기 껄끄러운 사유가 될 테고. 생각하고 있던 서사랑은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서.
>>651 그래도 어찌됐건 스레에 오긴 오는구나. ^p^ 아이고... 후드티라도 한 벌 챙겨갔으면 좋았을걸. 바닷가에는 바람이 불게 되어 있어서 늦여름 밤이면 추울 텐데...
>>652 인절미칩은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해. 그리고 의외로 포카칩이 짭짤한 게 좋았다고... 자기가 고른 것도 싫지는 않았는데, (일단 나름대로 식단 지키던 아이가 속세의 맛을 봐버렸다구) 문하의 입맛은 짭짤한 과자 쪽이었던 걸로... 아마도 문하가 "난 짭짤한 과자가 입에 맞나 봐." 하고 말을 해줬을 거야. 그리고... 그건 정말로 일상에서 만나봐야 알 것 같아. 나도 모르겠어. 지금까지 아, 이 아랑이 지금 선명하게 네이비구나! 하는 대목을 내가 못 봤거든.
>>656 사과머리ㅋㅋㅋㅋㅋㅋㅋㅋ암요... 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무엇을 해도 ( ᐛ )ㅡ 상태인 것이 바로. 유새슬. 아랑이가 해 주나요? 그러면 싫어도 꼭 받아야 해서; (이글이글) 다크새슬과 아랑이... 이거...... 만나 봐야 알 것 같은데......... (망상회로 FULL ON) 아직까지는.. 아직까지는 상상이 안 갑니다 진짜 그냥 바다에 빠진 양 두마리일수도 ㅇ(-(
>>657 그건 저도 생각했던 부분......... (왈칵) 많이 늦은 시간이지만, 괜찮으시면 지금이라도 일상 어떠신가요? < 와 이거 진짜 용기내서 말했다 와 ㅇ(-( (쥐구멍)
>>659 아니 마지막에 뭔가 이상한게 있는 것 같은데요. 아니. <:0 그래도 혹시 모르는 게 사람 일이라구요.... 갑자기 감기에 걸려가지고 어? 큰일날수도 잇쒀.......
>>656 아뇨아뇨 오히려 연호 어리버리한거 다 받아주는 아랑이랑 아랑주가 더 상냥하신것 ^-^ 음음 아랑이가 동물잠옷 입고있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귀엽다!' 일텐데 또 그런거 표현하기 쪼끔 어설퍼하는 연호는 "웬일로 동물잠옷?" 하면서 괜히 잠옷에 달린 귀라던가 한번 만져보고 싶어할것...
>>657 그래도 담요 덕분에 아직은 든든하답니다... :3 그래도 괜찮아요! 오랜만에 밝은 친구 모습 볼 수 있어서 좋다입니다 :D
TMI) 난 학생 캐릭터를 만들 때면 악습관을 넣는 버릇이 하나씩 있어. 술을 한다던가, 담배를 핀다던가. (또 그런 요소가 관계깊은 캐릭터의 훈계 혹은 호소로 고쳐지는 전개도 좋아했고.) 이번에 문하를 만들 때는 처음부터 그런 요소를 단 하나도 넣지 말고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었는데 넣을 걸 그랬나 싶기도...
>>657 아랑 : 그래애~? (새겨들음. 짭짤한 게 좋나봐) 속세의맛 ㅋㅋㅋㅋ.... 선수식이 싱거운? 염분 뺀 느낌도 있는데 그래서 짭짤스한 과자가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아주 선명한 네이비는 아직 안 굴린 거 같기도 한데... :3... (과거 봄)(음.. 걍 혼절해 있는데... 이걸 네이비로 쳐도 되나...) 금아랑 혼절해 있으면 119를 불러줄지 그냥 업고 병원 데리고 갈지 모르겠네요.. O>-<
>>660 아랑주가 해주면 안 받나보다.... <:3 금아랑이 가지고 있는 머리핀으로 서로 머리 똑딱똑딱 해주는 거 상상하니 귀여운데요.. 새슬이는 사과로 머리 묶이고 아랑이는 평소보다 머리핀 주렁주렁이고 ㅋㅋㅋ ㅎㅁㅎ 전 낮새슬과 화이트(혹은 핑크)아랑이 먼저 만나는 게 보고 싶어요. 원래 사람은 밝은 걸 먼저 봐야 하는 것... ㅇ.<
>>661 ....어리버리안할 때를 더 많이 본 거 같은데요... oO 연호가 여유있어 보일 때도 있고, 능청스러울 때도 있고, 다양했어요 ㅎㅁㅎ 그냐앙~ 이라고 대답해주지만 아마... 누가 발치에 매달려 간절하게 부탁한 것이지 않을까요? :3 잠옷에 달린 귀라면 만져도 됩니다 ㅎㅁㅎ 엇.. 너무 네이비하진 않을수도 있어요. <:3 한번에 다 보여주진 않고 찔끔찔끔 보여주겠죠 (아마도)
산들고 애들이 착해서 산들고 다니는동안은 혼절 안 할 거 같아요... <:3 (다들 넘 착해...)
>>668 아랑주... 아니 킹갓엠페마제마이로드세최아가씨팅커벨주가 해주면? 다크새슬이라ㄷ(오너권력남용죄로 끌려감) 아랑이는 머리 솜씨좋게 묶어줄 것 같은데 새슬이는 진짜 그냥 주렁주렁... 달 것 같고...... 그치만 아랑이 그런 것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u"u).oO( 극락 ) 낮새슬과 화이트아랑! 좋습니다...... 첫 일상은 무조건 낮화이트 조합인거야.....(무한점) (불타는 눈동자)
>>667 그러니까... 바다로 가면 혼자 포크댄스 영상 보다가 문득 혼자서 삽질을 해보고 있는 문하를 볼 수 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자유부 활동이랍시고 어디선가 낮잠이 들었는데, 눈 떠보니 해는 저물어가고 있고 날씨가 (선택사항)인 상황이 됩니다.. (이게 저번에 문하가 자유부를 찾아간다는 명목으로 새슬이를 찾아간 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야.)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날 이후 처음으로 자유부 활동 체험하고 싶다고 새슬이를 찾아간 상황도 좋을 것 같고..?
후자의 경우 문하의 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일단 후자 쪽으로 생각해두고 있어.
문하는 바로 다음날, 등교하자마자 만사 제쳐두고 옥상에 올라갔다- 아니, 올라가려 했다.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놈이 지금 무슨 정신머리로 다니는 거야?!" 하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학교의 체육 선생님... 트레이너와 동기라고 했던가. 10일 앞으로 다가온 대표 선발전 때문에, 문하는 계단에 발도 못 올리고 붙들리고 말았다.
이것만 끝내면. 이것만 끝내면 옥상에 갈 수 있다. 밀밭을 바라보는 사막여우처럼 문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오늘 오전, 문하는 마침내 마지막 선발전 상대를 쓰러뜨리고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집으로 가도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문하는 〈가지러 갈 게 있다〉라는, 언젠가 해본 것 같은 변명을 대고서는 학교로 향했다.
그러나 지금, 초여름에 이르러서야 옥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금 두렵다.
옥상으로 오라고 했는데.
하고 책망하는 목소리가 문득 들리는 것 같아서였다.
자신의 몰골도 자신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비루먹은 개- 오늘은 그런 주제에 얼굴에 여기저기 반창고까지 꼴사납게 붙인 몰골을 하고 있었다. 몇몇 상처에는 채 반창고도 붙이지 못했고. 이런 몰골을 감수하고 옥상에 가더라도 아직까지 그 아이가, 유새슬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환상통 같은 아이가 아직도 거기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몰아닥칠 실망과 좌절이 겁이 나서, 그는 뒤로 돌아서 도망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마치 희망에 등이 떠밀리듯, 문하는 스스로 옥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옥상 문은 열려 있다.
〈적어도 시도라도〉라는 알량하기 그지없는 희망에 목줄이 매여 질질 끌려온 몰골로, 문하는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옥상 문 손잡이에 손을 뻗어본다. 열려 있다.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초여름 대낮. 아직 더위가 채 무르익지 않았는데도 매미가 잘게 울어댔다. 호우주의보가 내렸던 그 날 이후에도 새슬은 여전했다. 수업은 땡땡이, 나무에서 낮잠, 가끔 토끼장 출몰해 토끼들에게 건초조각 던져 주기. 대신 옥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 아주 조금 늘어났다. 새슬 본인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아주. 그래, 아주 조금. 뭔가를 떠올렸냐고? 그런 건 비밀이야.
어쨌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며칠, 어쩌면 몇 주ㅡ 그리고 마침내 이른 오늘.
습기를 머금은 여름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새슬은 거기에 있었다. 늘 하던 대로였다. 난간에 몸을 붙인 채 아슬아슬, 하늘을 항해 뻗은 몸ㅡ 눈을 감고 가만히. 햇볕이 얼굴을 비추며 부서진 햇살조각이 눈을 덮었으나, 눈부신 기색도 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있었다. 조용히, 가만히. 그 먼 옛날, 태양을 사랑한 나머지 그것만 바라보다 해바라기로 변해 버렸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그랬기에, 새슬이 누군가의 발소리를 알아차리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옥상을 주로 올라오는 이들과는 다른 누군가. 학생주임 선생님이라도 되는가, 아니면 수업에서 도망쳐 온 새로운 누군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붕 떠 흘러가는 사이, 녹슨 경첩이 틀어지며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어떤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누군가의 이름. 이름. 내 이름?
새슬이 고개를 돌렸다. 꿈 같았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그 날에 만난 남자애가 옥상 문 앞에. 그것은 반갑고도 어딘가 낯선 광경이었으나ㅡ 개의치 않고, 새슬은 평소와 같은 얼굴로 나른하게 웃었다. 그 날보다는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나른한 것. 새슬이 느릿하게 답했다.
새슬의 뒤, 옥상으로 올라오는 자박자박 하는 발소리는 주임 선생님의 구두가 아니었다. 그것은 러닝용 운동화가, 그것도 조금 조급하게, 조금 조마조마한 발걸음으로 올라오는 소리였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거기에 있는 것은 새하얀 머리카락에 새하얀 후드집업을 지퍼 끝까지 올려서 입고 있는... 언젠가 만난 적이 있던 어딘가 텅 비어있는 것 같은 소년이었다.
"……"
안녕. 하는 인사에 문하는 제 때 대답하지 못했다. 초여름, 옥상을 쓸고 지나가는 산들바람 속에서 햇살을 뒤로 등지고 난간에 기대어 말갛게 웃고 있는 새슬의 모습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이... 자신이 계단을 오르며 분명히 바라고 있었음에도, 그게 정말로 거기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아서 조금 숨이 막혔다. 실감이 난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하면 좋단 말인가? 희망에 떠밀려 올라온 옥상은 자신의 영역이 아니었다. 한 박자 늦게, 고작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많이 기다렸지."
너는 그 날 이후로, 이제껏, 이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사막여우는 내가 아니라 너였던 걸까. 새까만 눈동자가 조금 떨리는 것도 같았다. 초여름의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에 문하는 잠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만나러 왔어."
...만나서 뭘 해야 할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아무리 늦더라도 나는 너를 꼭 만나고 싶었어.
아무튼, 레스를 쓰다 보니 나레이션과 문하 속마음이 섞여서 좀 알아보기 어렵나...? 해서, 문하의 속마음이 섞인 부분은 그레이 색상을 줬어. 톤 차이가 크지 않아서 알아보기 힘들 것 같지만, 너무 강하게 티가 나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쉐도우를 그레이로 넣고 글자색을 흰색으로 해볼까? u"u)
이어지는 침묵. 공허를 메우는 매미 소리. 새슬은 소년이 왜 침묵하는지 고개를 기울여 생각하는 대신에, 난간에서부터 떨어져 나와 발걸음을 떼기로 했다. 한 발, 두 발. 흐릿한 거품같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둑한 잿빛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 보니 온통 하얀 아이였구나.
많이 기다렸지. 이번에는 새슬이 침묵했다. 소년이 지녔던 무거운 침묵은 아니었다. 대답 대신, 녹색 눈동자가 검은색 눈동자를 마주했다. 열 하나, 열 둘. 잘게 떨리고 있는 그것을 진정시키듯 마주하며, 괜찮아, 괜찮아. 속삭이지 않았는데도 어쩌면,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을지도 모른다. 스물 일곱, 스물 여덟. 둘의 거리가 느리면서도 빠르게 좁혀진다.
만나러 왔어. 소년이 그 말을 했을 때, 그제서야 새슬이 소년의 앞에 섰다.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딱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을 만 한, 두어발짝 정도의 거리. 짧게 친 머리카락은 아주 조금 더 자랐지만, 나머지 것들ㅡ곳곳에 붙은 반창고 몇 장, 나른한 눈웃음, 흙을 털어 낸 자국이 남은 교복ㅡ은 그대로인 채. 기분 좋게 휜 입술 새로, 또 한 마디 말이 흘러나왔다.
“어서 와.”
오랜만이라느니, 기다렸다느니. 그런 진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야, 중요한 건 지금 너와 내가 이 곳에 있다는 것. 새슬이 다시 말갛게 웃고 나서, 환상이 아님을 확인시키듯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문하가 그것을 잡았을 때, 새슬은 힘을 주어 문하를 끌어당길 것이었다. 자리에 가만히 선 그의 발길을 가로막은 무언가의 경계를 깨어 버리려는 듯.
새슬의 눈동자를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처연한 녹색이었기에 음울한 빗속에서도 전혀 빛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요하고 잠잠히 빛나고 있던 그 초록색의 눈동자를. 이름만큼이나 어쩌면 이름보다도 더 뇌리에 깊이 남아 있었을 그 눈동자를. 지금 이 초여름 점심시간의 햇살 아래서, 여전히 변함없이... 그렇지만 비오는 날의 하늘을 담았던 만큼이나 초여름의 햇살을 곱게 담아내고 있는 초록색의 눈동자를. 가만히 마주보고 있는 그 눈동자가 가까워오는 것도 모르고, 문하의 떨리던 눈은 가만히 새슬에게 멎었다. 구멍이 뚫려 있는 것만 같던 먹먹한 검은 눈동자 위에도 초여름의 햇살이 조그만 빛무리를 남긴다. 사람의 손을 두려워하던 비루먹은 들개의 이마를 처음으로 쓰다듬어주었을 때, 보일 만한 눈빛이었다.
음울한 빗속에서도 외로이 말갛게 있었던 네 모습이, 이 햇살을 한가득 머금고도 그러나 여전히 말개서, 나는...
"응, 왔어."
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인사를. 마치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는 인사 같지 않은가.
문하는 거리낌없이 새슬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크루저급 슬러거의 팔이, 여름 햇빛을 머금은 소녀의 팔에 우스울 정도로 주욱 끌려들어왔다. 문하는 몸이 앞으로 우찔근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문하는 균형을 잡을 시도도 저항할 시도도 하지 못하고 새슬이 이끄는 대로 주욱 딸려들어갔다.
옥상 문 앞에 머물러 있던 두 사람의 그림자가 삽시간에 옥상 한 가운데로 빨려들어갔다. 무게중심을 잃은 몸이 아슬아슬하게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을 듯. 어쩌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던 불규칙한 발걸음은, 새슬이 잡은 손을 놓고 빠져나와 한 바퀴 빙글 도는 것으로 멎었다.
“못 보던 걸 잔뜩 달고 왔네.”
멋진데. 툭툭, 제 얼굴을 두드리며, 소년의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반창고를 가리킨다. 아무리 둔하다 해도 단순히 넘어지거나 긁혀서 생길 만 한 상처가 아니라는 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물론 소년에게 그 동안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새슬은 알 수 없었다. 그저 단순한 일이 있던 건 아니었겠구나, 하고 짐작하기만 할 따름이다. 소년의 모습과 많이 기다렸지, 하는 나지막한 중얼거림을 통해 소년의 얼굴을 뒤덮은 것들이 허투루 생긴 상처가 아니라는 것 또한. 음ㅡ 그래도 조금 아프겠다. 작은 중얼거림.
“마침 햇살이 좋아.”
마치 소년이 이전에도 이 곳에 온 적이 있었던 것처럼, 새슬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미 소년을 옥상 한 가운데로 이끌어 왔으면서 같이 쬘래? 하고 뒤늦게 권유하는 것은 덤이다. 쬘 거면 저 쪽으로 가자. 오래 등을 못 기대면 불편하니까. 난간이 둘러진 옥상 한 켠 바닥을 가리키며, 새슬이 부스스 웃었다.
못 보던 걸 잔뜩 달고 왔네, 하는 말에 왠지 언젠가 옆 빌라 수위 아저씨가 학생이 허우대가 멀쩡해서 왜 그리 싸움질을 하고 다니냐고 걱정어린 훈계를 해왔던 일이 떠올라 문하는 뭔가 말하려 했다. 그러나 뭐라 입을 열기 전에 새슬이 덧붙인 멋진데, 하는 뜻밖의 말에 문하의 입은 힘을 조금 잃는다.
"...경기. 싸운 거 아냐."
조금 작은 목소리. 상처들은 더러는 반창고가 더러는 거즈가 붙어있지만, 두어 군데의 상처는 반창고가 떨어져나갔거나 어쩌면 애초에 붙이지도 않은 것처럼 드러나 있었다. 얇게 찢어진 자국. 펀치가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간 자국이다. 문하는 문득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새슬의 얼굴에 붙어있는 반창고의 표면에 조심스레 손끝을 대어 보았다. 상처에 압력이 가지 않게끔 살며시.
"너는, 어쩌다가?"
......이것도 낯설기 그지없다.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느껴보기에는 너무 낯선 감정이다. 걱정. 자신의 상처는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 잘 알고 언제 나을지 잘 알기에 누군가의 걱정을 별거 아니라고 무마시켜줄 수 있다. 그러나 새슬의 뺨에 붙어있는 이것은 어떤 연유로 붙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걱정된다. 너도, 나도, 서로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지만... 너도 권투선수는 아닐 거 아냐.
그런데 대답으로 돌아온 건 마침 햇살이 좋아, 하는 말이다. 어리둥절하면서도, 마치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손길을 주는 사람에게 꼬리를 서서히 흔들며 따라붙는 것처럼 문하는 새슬의 말에 따라붙었다. 햇살─
"선크림, 있어?"
─조건반사적으로 먼저 나온 말이 이거라는 것도, 손이 반사적으로 옆구리에 끼고 있는 가방 주머니를 쑤시고 있는 것도 참 멋대가리가 없다. 새슬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며, 문하는 아직 조금 낯선 듯이 옥상을 두리번거리다 질문을 꺼냈다.
문하가 내민 작은 변명에 새슬이 웃는 낯으로, 그러나 조금 동그랗게 뜬 눈을 두어 번 꿈뻑거렸다. 경기? 그럼 영광의 상처네. 더 멋진데에ㅡ ( ᐛ )ㅡ 한없이 태평한 얼굴로 재잘거리다가, 뺨에 닿아오는 낯선 촉감에 반사적으로 다시 한 번 눈을 깜빡인다. 아ㅡ. 길고 나직한 음성.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눈동자를 굴렸다. 언제 그랬더라? 사흘 전에 나무에서 뛰어내렸을 때? 아니면 담벼락 위로 고양이를 따라다녔을 때? 새슬이 자신의 잔상처를 명확히 알아채는 것은 하루가 끝나고 화장실 거울을 봤을 때만이 전부였기에, 당연히 머리를 굴려 보아도 언제 어떤 상처가 생겼는지 따위를 찾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하여 기억을 더듬는 대신, 새슬은 헤실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몰라.”
누가 본다면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릴 정도로 뻔뻔스러운 얼굴이었다. 아니, 하지만. 진짜로 기억이 안 나는 걸. 자유부 활동 중에 긁힌 건 맞는데. 그치만 자주 있는 일이니까 괜찮아ㅡ. 나른한 목소리로 몇 문장을 덧붙였다.
“으응, 아니. 없는데.”
선크림ㅡ 너무나도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 곧 가방을 뒤지기 시작하는 소년을 멀거니 바라보면서, 새슬의 고개가 기울었다. 선스틱, 선크림, 선밤, 선미스트. 햇볕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선-(Sun-)]이 들어간 물건들은 새슬과는 참 멀고 먼 것임에 틀림없었다. 누군가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발라보았던 일이 전부인 선크림이다. 절대 다수의 상황에서 새슬은 피부가 탈 것을 걱정한 적도, 그것을 대비한 적도 없었다. 그저 거뭇해지면 조금 탔구나ㅡ 싶을 뿐이다. 일일히 가지고 다니는 것도 펴 바르는 것도 번거로울뿐더러, 꼭 필요한 일도 아닌데. 굳이?
“항상 정해진 시간에 있는 건 아니야.”
갑자기 옥상에 올라오고 싶을 때, 하늘을 가까이 보고 싶을 때, 그럴 때면 그냥 오는 거야. 거의 하루종일 여기 있었던 적도 있지롱ㅡ. 탄탄히 서 있는 한쪽 난간에 등을 기대어 앉는다. 그러고선 툭툭 옆자리를 쳤다. 여기 앉으라는 듯.
그게 분명히 어디 가서 누군가를 납득시킬 수 있는 대답은 아니었다. 몰라, 라니. 문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마찬가지였어야... 했다.
그런데, 몰라, 하면서 ( ᐛ ) 모양으로 웃어버리는 새슬의 웃음이 어찌나 태평하고 유유자적하던지, 문하는 그만 뭐라 반문할 생각마저도 하지 못하고 그렇구나, 하고 새슬의 말을 덜컥 납득해버리고 말았다. 그 빗속에서 처연하니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던 그 소녀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태평한 미소였다. 그러나 그 처연함이 이 태평함과 맞닿아 있는 것도 같아서, 조금 부러웠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그 태평한 미소가 따뜻했다. 그 따뜻함에 눈이 붙들려, 문하는 자기 처지를 돌아보는 버릇을 잠깐 잊게 되었다.
"...그렇구나."
문하는 주머니에서 막대형 선크림을 잡아서 꺼냈다. 아니 이건 제한제잖아. 문하는 그걸 다시 가방에 집어넣고, 2차 시기에서야 겨우 막대형 선크림을 찾아서 꺼냈다. 그리곤 뭐라 말도 없이 뚜껑을 톡 열더니, 새슬의 뺨과 코끝, 이마에 부드럽게 발라주고는 손으로 그것을 조심스레 펴바르기 시작했다. 자기 얼굴에는 거리낌없이 퍽퍽 바를 수 있었는데 남의 얼굴에 발라주는 것은 조금 서툴렀다. 뼈와 근육, 살가죽만 남아 험상궂게 앙상한 손은 그 살가죽마저도 굳은살이 끼다 못해 돌가죽처럼 말라붙어 있었건만 그래도 그 움직임만큼은 서툰 만큼 조심스러웠다.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애 얼굴에 선크림을 발라준다는 게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이 있어야 되는데, 그것도 새슬의 태평함에 그만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새슬은 문하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잊게 했다. 비를 잊게 했고, 추위를 잊게 했고, 외로움을 잊게 했고, 밤을 잊게 했다...
그래서 옥상으로 와, 라는 한 마디만큼은 잊지 않을 수 있었다.
문하는 선크림을 꼭 챙겨다니고 꼬박꼬박 바르는 편이었다. 그는 햇살을 과하게 쬐면 살갖이 가무잡잡하게 타는 게 아니라 빨갛게 익어버리고 발진이 올라오며 심하면 화상까지 입는 체질이었기에, 여름이 되면 선크림을 노상 챙겨가지고 다니곤 했다. 그렇기에 문하가 누군가에게 선크림을 발라주는 것은... 아직까지 그 스스로도 뭐라 정의하지 못한 어떤 특별한 표현이었다.
팔에까지 선크림을 발라주고서야 문하는 새슬의 옆자리에 폭 주저앉았다. 그리고, 질문을 꺼냈다.
초콜릿 감사합니다. 이번엔 좀 쓴소리를 해야할 것 같네요. 일단 공개적인 답이 필요없다고 하셨지만, 캡틴을 맡은 이상 확실히 해두고 싶어서요.
문하주께 얘기를 좀 드려야할 것 같네요. 웹박수로 문하주께서 새슬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너무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말이 들어왔어요. 일단 저도 예전부터 눈여겨 보이던 사항이지만 두분께서 문제 없으신것 같아서 말을 안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말이 나왔으니 이 참에 말을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말하는 내용중에 이건 정말 내 의도가 아니었다, 혹은 반론할 얘기가 있으시다면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캡틴을 맡기 이전에도 문하주께서 새슬이라는 캐릭터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한테는 그렇게 보였어요. 물론 이게 잘못 됐다는건 아니지만 이게 이 어장을 즐기는 다른 분들에게 부담이 된다면 그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도 제가 새슬이와 일상을 시작할때 ( ._.) 라는 이모티콘을 사용하셨죠. 물론 정말 아무 의미 없이 사용하셨을수도 있지만 그건 제가 보자마자 바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마치 왜 네가 돌려? 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거든요.
또한 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언제까지 썰풀이로 만족할꺼냐, 자기가 말하면 욕심으로 보일까 같은 발언은 상대방에게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후자의 발언은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다고 생각할 정도에요. 저도 문하와 새슬의 관계를 응원하고 정말 흐뭇하게 바라보지만 이런 형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기 있는 모두는 서로가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을꺼에요. 그리고 그 아이와 서사를 더 깊게 쌓아가고 싶다, 일상을 더 많이 하고 싶다라는 생각 또한 모두가 하고 있을거에요.
사실 제가 웹박수를 보고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이 웹박수는 관전자가 전달해준 것이고, 어장 외의 인원이 확인했을때도 그렇게 보인다면 이건 조금 심각한게 아닐까 싶어요. 왜냐하면 이런 사항이 누군가 시트를 내려다가도 막을 수 있는 요인이 될거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물론 저는 문하도, 문하주도 둘 다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이 어장을 운영하게 된 책임을 맡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쓴소리를 해야할 수 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말한 내용 중에서 이건 잘못됐다, 혹은 이 의견에 대해서는 꼭 할 말이 있으시다면 그건 꼭 말씀해주세요. 웹박수로 전달해주셔도 좋고 제게 직접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즐거운 어장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하지만 해야할 얘기는 해야한다는 주의라서요. 그럼 비도 많이 오는데 다들 비 많이 맞지 않게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캡틴 올림.
소년이 새슬의 얼굴을 붙잡고 바지런히 손을 놀리는 동안, 새슬은 가만히 서서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단단하지만 무른 것도 같은 진득한 촉감 뒤에 닿는 생경한 감각. 투박하고 거친 손 끝이 눈 밑을 스칠 때, 새슬은 아예 눈을 꾹 감기까지 했다. 하릴없이 눈을 맞추고 있는 것보다는 그 편이 조금 덜 민망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새슬이 아니라 소년이. 조심스럽고도 세심하게 얼굴 곳곳을 매만지는 손길이 퍽 다정하게 다가와서, 새슬의 입꼬리가 빙글거리며 올라갔다. 어쩌면 조금 간지러운 것도 같다. 입술 새로 콧소리 섞인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고양이들의 얼굴을 가볍게 매만져 주었을 때, 그릉거리는 이유를 아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문하의 손길이 얼굴에서 떨어지자, 새슬이 눈을 반짝 떴다. 그대로 끝인 줄 알았는데 웬걸,아직도 발라야 할 곳이 남은 모양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순순히 팔을 내어주고서 이제 새슬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항상 이러는 거야? 부지런하네에. 시답잖은 소리를 재잘거리며.
“아, 자유부에 관심이 있어?”
퍽 장난스레 능글거리는 웃음. 음ㅡ. 짧은 고민이 담긴 울림 뒤에 새슬이 입을 열었다.
“그냥, 이름 그대론데ㅡ 자유롭게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야.”
지금 이렇게, 여기 앉아서 햇살을 보는 것처럼. 문하를 향하던 새슬의 고개가 대번에 하늘을 향했다. 소년을 만나기 전에 그리했던 것처럼, 새슬이 눈을 감고 가만히 햇살을 받았다. 이렇ㅡ게, 햇살도 쬐고오ㅡ. 묘하게 나른해진 목소리. 다시 눈을 반쯤 뜬다. 비스듬한 시선이 다시금 소년을 향했다.
콜라, 내가 마니또 이벤트를 할때 썼던 닉네임이다. 이렇게 입으로 직접 들으니까 좀 부끄러워지긴하네. 그래도 내가 준 선물들이 맘에 들었는지 상대방의 시선이 순식간의 호의적으로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 별거 아닌 것들만 줬는데 마음에 들었다니까 기쁘네. 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미 아무것도 없는 팔꿈치를 보여주는 널 보고선 작게 웃음을 흘린다.
" 이미 떨어져나갔나보다. 안보이네. "
파도에 휩쓸려서 떨어져 나갔던 모래에 쓸려서 떨어져나갔겠지. 어쨌든 그곳에 있던 상처는 눈에 띄지 않았으니 내가 반창고를 보낸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근데, 날 콜라라고 부르는건 좀 부끄러운데. 적어도 학생회 부회장 이름 정도는 알아주면 좋겠는걸.
" 물론 내가 콜라라는 이름을 쓰기는 했지만, 내 이름은 강해인이야. "
그러니까 이름으로 불러줄래? 그 콜라라는 이름은 좀 부끄럽거든 ... 학생회 인원들이 들었으면 콜라래 콜라!! 하면서 마구 웃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때 마시던게 콜라라서 그냥 아무렇게나 이름을 붙인 것뿐인데.
" 학생회는 동아리를 관리하니까. 정식 동아리가 아니어도 이름 정도는 알아놓거든. "
아예 소속이 없다면 내가 이름도 모르겠지만 일단 동아리라는 이름을 쓰면서 활동하는 부들은 대충 파악은 해놓고 있었다. 학교에서 허가가 내려오지 않은 동아리는 원칙적으론 존재가 불가능했지만 그 목적이 불순하지 않다면 용인해주는 편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부들은 대게 개인 하나만 활동하는 동아리라서 인원 파악도 쉬웠다.
" 햇빛은 학교에 가서도 충분히 쬘 수 있는데. "
바닷가의 햇살은 학교의 것보다 한참은 더 강해서 많이 쬔다면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마이페이스인 너를 내가 강제로 끌고 가는 것도 안될뿐더러 데려가는 것도 힘들어보이니 에라 모르겠다하고 나도 그냥 옆에 앉아있기로 했다.
" 근데 여기 앉아서 뭐하고 있었어? "
누군가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멍을 때린다고 한다. 밀려오는 파도의 소리와 그 파도가 들어왔다가 나가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모든 생각이 사라진다고 했던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물음표로 끝나는 말은 확신이 없거나 어딘지 애매하다. 때로는 능청스럽게 들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양이랑 오래 손잡아본 적이 없는지, 양이 아닌 다른 사람들 –늑대와 일반인- 과도 오래 손잡아본 적이 없는지 애매한 말. 아랑은 굳이 그걸 캐묻진 않는다.
다만 조금 안도한 것 같은 그의 얼굴을 물끄럼 바라만 보고 있다가 방긋 웃었다.
응. 당연하지.
농담이라고 했는데 왜 당연하다고 그러니, 사람 당황스럽게. 아랑은 약간 크게 뜬 눈을 두어 번 깜박거렸다.
넌 예쁜 사람이야.
나도 알아. 라고 천연덕하게 대답해줄 수도 있고. 그래~? 하고 모르는 척 웃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러나 한 점 거짓 없는 눈동자로 그러면...
...심경이 약간 복잡해지는데.
“ 나 네 시야에 보이는 것만큼, 예쁜 사람은 아닐 거야. ”
그래서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아랑은 모은 소라와 조개껍데기를 래쉬 가드의 치마부분에 올려놓고 손을 탈탈 털었다. 자유가 된 손으로 밀짚 모자의 챙을 내려 표정을 가린다.
“ 외면 말고 내면이. ”
까다롭고 복잡하거든. 알면 알수록 예쁘거나, 마냥 귀여워 보이진 않을 텐데. 그걸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그러지 않기도 해. 챙을 내려도 가려지지 않은 입매가 잠시 일자로 꾹 다물렸다가 애교 있는 모양새로 올라갔다. 내가 원하는 대답은 내면도 예쁘다도 아니고, 그 까다롭고 복잡한 내면까지 예뻐보인다도 아닌데에. 그때처럼 침묵을 원하는 건 또 아니라서.
사하주 5~6주 (이벤트 있을 경우 특수하게 8주) (추가의견 계절 자체는 한달 정도로 두는 대신, 특수 이벤트 발생시 그 이벤트를 2주간 이어간다. 그럼 1달 + 2주겠네요!) 새슬주 1달~1달반 (계절 텀은 1달 이벤트 있을 때는 +2주, 사하주랑 거의 동일하네요!) 문하주 5~8주 해인주 6~8주 하늘주 스레를 관리할 2대 캡틴의 의견을 따르는게 가장 좋다 (일상 텀이 있으니 한달에서 6주 정도) 연호주 6~8주 비랑주 5~6주 (이벤트 길어지면 이벤트 기한은 따로 잡는걸로) 민규주 1달 정도 경아주 1달~1달반 규리주 1달 정도 별하주 사하주 의견에 한 표 홍현주 6~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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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 기간 의견 모음 (한 계절당 주로 환산, 1달은 5주로 하고 반달은 2주로 할게요... <:3) 사하주 5~6주 (이벤트 있을 경우 특수하게 8주) (추가의견 계절 자체는 한달 정도로 두는 대신, 특수 이벤트 발생시 그 이벤트를 2주간 이어간다. 그럼 1달(5주) + 2주겠네요!) 새슬주 5~7주 (계절 텀은 1달 이벤트 있을 때는 +2주, 사하주랑 거의 동일하네요!) 문하주 5~8주 해인주 6~8주 하늘주 스레를 관리할 2대 캡틴의 의견을 따르는게 가장 좋다 (일상 텀이 있으니 한달(5주)에서 6주 정도) 5~6주 연호주 6~8주 비랑주 5~6주 (이벤트 길어지면 이벤트 기한은 따로 잡는걸로) 민규주 5주 정도 경아주 5~7주 규리주 5주 정도 별하주 사하주 의견에 한 표니까 (추가의견에 한 표 맞나요?) 5주(한달) + 이벤트 발생시 2주 추가 홍현주 6~8주
저번주 일요일 12시까지 의견 받은 결과.
앞에든 뒤에든 중간이든 6주가 끼어 있는 형태가 제일 다수의 의견인 거 같아서, 계절별 기간은 6주로 잡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벤트 +n주는 그때그때 이벤트마다 적당한 기간을 하늘주와 해인주가 조율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의견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3
그리고 오늘은 약을 먹은 후고, 지금은 아직 약이 돌고 있어서 괜찮은데... ㅇ>-< 컨디션이 약간 저조한 관계로 답레 오늘 하나만 올리고 그대로 잠들수도 있을 거 같아요! 내일이랑 모레는 살짝 더 안 좋을 거 같아서.... ^.ㅠ... 민규주랑 연호주 하늘주는 다른 분과 일상 돌리셔도 좋습니다요... (크아압 죄송합니다...) (아랑주의 컨디션 저조가 계속되면 2~3일이 아니라 4~5일 못 올수도 있기 때문에... ㅇ>-<)
한.. 한시간정도는 약빨이 돌고 있는 상태라서 ㅇ<-< 스레 보면서 쉬엄쉬엄 쉬겠습니다 >:3
>>775 그렇게 죄송할 건 없는데 말이야. 애초에 나도 이거 그냥 혼자 쓸까 하다가 누가 시간 되는 사람 있으면 돌리자고 해볼까? 해서 구해본거니까! 애초에 독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물론 하늘주는 캐조종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대사나 그런건 아마 안 나오고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 정도만 표현하지 않을까 싶지만. (시선회피)
단순한 그로써는 아랑이 한 말의 의미를 당장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가 보기에 아랑은 예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랑은 부정한다. 아랑이 덧붙인 말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예쁜 사람이라고 말했을테다. 하지만 표정을 가리고 덧붙인 말에 그는 뭔가 잠시 생각하는듯 싶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 그래? 뭐 어때. "
지나치게 짧은 대답이었고, 또 아랑에게는 가벼운 대답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잠시 쉬고 말을 이어나갔다.
" 내가 저번에 했던 말 기억해? "
저번이라면 만월의 그 날이다. 아랑과 연호가 만월의 장난에 넘어가 서로 꼭 끌어안고서 서로의 외로움과, 욕망을 달랬던 그 날. 그는 어제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 나는 복잡하고 거짓된 관계를 원하는게 아니야. 내가 늑대인걸 알고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그런 관계가 좋은거야. "
아랑이 그 말을 듣고는 자신이 처음 만났던 늑대가 연호얐다면 좋았었을텐데. 라고 했던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아랑이 하고있는 말은 그때의 그것과 연관된 말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단순한 연호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 난 그거면 돼. 네가 곁에 있어준다면 네가 예쁘던 그렇지 않던, 너를 좋아할거야. "
그는 아랑의 내면이 어떤지 잘 몰랐다. 그것은 비단 아랑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사람의 내면이란 복잡하다. 누구나가 그렇다. 그렇기에 연호는 자신이 눈으로 보고있는 아랑의 모습이 예쁘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아랑의 내면은 예쁘다 어떻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연호는 단순한 사람이어서, 자신을 솔직히 좋아해주는 사람을 좋아했다.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아볼 수는 있어도 잡아끄는 사람은 아니다.
" 응. 좋아해. 넓고, 시원하고, 또 상어도 있고. "
아랑의 질문에 잠시 바다 지평선 저 너머로 시선을 던졌던 연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아랑에게로 눈을 돌렸다.
" 너는? 좋아해? "
으으음... 과연 정답이 뭘까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연호스러운 답변을 채택했습니다. 이유는 저 대답 말고는 연호가 무슨 대답을 하던 캐붕이 될것 같아서요... 정답을 원하긴 하지만 캐붕은 가능하면 일으키고 싶지 않았어요. 아마 정답을 알아냈다고 해도 그 대답을 쓸 일은 엾었을것 같네요. 혹시나 제가 지뢰를 밟았다던가 그러면 슬프겠지만... 8ㅁ8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바다에 오면 더욱 잘 보이기 마련이었다. 같은 방을 쓰는 이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우연히 뽑은 카페 이용권을 혹시나 누군가가 가져갈까 싶어, 지갑 깊숙하게 넣어둔 후, 그는 적당히 바깥 산책을 하고 오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방 밖으로 나섰다. 당연하지만 산책을 하며 별을 볼 생각이었다. 물론 별을 보고 저게 저 별, 이건 그 별. 이렇게 구분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보는 것을 좋아할 뿐이었기에.
열기가 다 식어버린 모래사장을 가볍게 밝으며 하늘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괜히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애써 꾹 참던 와중, 전방에서 뭔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들려 하늘의 시선이 자연히 앞으로 향했다.
"......?"
이유는 모르겠으나 긴 보라색 머리카락이 눈에 바로 들어오는 이가 모래사장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운동하는건가? 아니면 다른 이랑 나 잡아봐라~ 라도 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을 하며 하늘은 주변을 잠시 둘러봤으나 다른 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신이 난 이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바라보던 하늘은 일단 그러려니 넘기고, 바다를 보러가기 위해 모래밭을 가로지르기로 했다. 부딪치지 않게 알아서 잘 비켜가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나 그 운명은 앞 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dice 1 2. = 2 1.그리고 충돌할뻔 했을지도 모른다. 2.그런 것 없이 스무스하게.
이것저것 잘하는 타입인가 보네, 막연히 추측했다. 친구들이 운다는 걸 보니 사교성도 좋을 것 같고 말이야. 하기야, 아랑은 민규 앞에서 웃고 있지 않았던 순간이 더 드물었다. 심지어 자신이 싫어하는 걸 말하려 할 때도, 웃으려 애쓰고 있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사람들은 잘 웃는 사람을 좋아하니까. 나도 웃는 사람을 좋아하던가? 최민규는 잠시 고민했다. 웃음이 호감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지.
"그럼 친구들이 울기 전에.. 특정 동아리에 안 들어간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걸까. 혼자 막연히 추측했다.
"그래, 뭐.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옅게 웃었다. '그럼 넌 뭐 하고 싶어?' 되물었다. 꽤 어른스러운 후배 같지, 응. 어쩌면 자신보다 더 어른스러울 수도 있겠다. 겨우 1살 차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무려 인생의 1/18인걸.
"수학여행 트렁크가 기대되는데."
아랑의 몸만한 트렁크를 멋대로 상상해봤다. 민규의 상상에선, 그게 또 퍽 잘 어울려서 문제다.
"아닌가?" "...뭐... 내 필통이 유난히 작아서. 상대적으로 생각한 걸 수도 있지."
꽤 얼마 전까지 최민규의 필통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조합이었다. 지우개, 연필, 끝. 며칠 전부터 네임펜과 과일 달린 펜들이 추가되긴 했지만 말이다. 최민규는 아직까지도 가끔 제 필통에 있는 수박 모양 플라스틱 모형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하늘주 시아주 규리주 걱정 감사합니다... >:3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더 느리게 레스쓰고 있어요... )(쉬엄 ... 쉬엄...)
>>820 민규주 위에서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아랑주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 오늘은 못 쓸 거 같고, 2~3일 (혹은 4~5일) 쉬다 올 것 같은데 쉬는 동안 계속 기다리게 하는 것도 죄송하니까, 다른 분들과 일상 맘껏 돌려주세요... 멀티 지양하신대서 쪼꼼.. 걱정이 됐어요 <:3
>>822 (일단 멈춤) 하지만 금아랑이 절 힘들게 하면 혼낼 것 입니다 >:3 앗... <:3 금아랑 지뢰는 하지말란 행동 계속하는 거랑 인형 취급인데, 그거만 안 하면 딱히... 연호가 지뢰밟을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연호는 은근히 상냥하고 하지말란 행동은 안 하잖아여 >:3 (걱정할 필요 없으십니다 <:D)
과도한 쓰담쓰담..을 헤이트란에 예전에 적었는데, 아직 안 올린 현헤이트란에 저거 없어졌어요. 쟤(금아랑)도 과하게 쓰담토닥받고 싶은 날이 있을 것도 같아서... <:3 (맨날은 아님) 다들 시트 바꾸면서 라이크란이랑 헤이트란 많이 바꾸셨을까...?
바다를 보러 가기 위해서 모래밭을 걸으며 하늘은 가만히 별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니, 철썩이는 소리가 꽤 마음에 들어 피아노로 저 음을 치고 싶다는 충동일 슬며시 올라왔다. 집에 가면 지금 이 순간을 떠올려볼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이었다. 갑자기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생긴 형이라는 말에 하늘은 자신을 지칭하는 것을 전혀 지리짐작도 하지 못하고 그냥 주변만 슬며시 살폈다. 또 다른 누군가 있는가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대체 뭐 얼마나 잘 생긴 사람이길래 저런 큰 목소리로 불리나 싶어 하늘은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눈에 보이는 이는 없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자신을 향해서 질주하는 듯한 아까 그 보라색 머리 남학생의 모습에 하늘은 순간 당황해서 몸을 움찔했다. 방금 그거, 자신을 부른 거였나? 나는 그다지 잘생긴 편은 아닌데? 그렇게 태클을 거는 것은 둘째치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그의 모습에 하늘은 반사적으로 옆으로 꺾어서 힘껏 달렸다.
"잠깐! 뭐야! 너! 스톱! 왜 이쪽으로 달려오는거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하늘은 정말로 크게 당황하며 어떻게든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에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으나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어 하늘은 졸지에 도망치듯 앞으로 달렸다.
"스톱! 스톱! 이쪽으로 달려오지 마! 대, 대체 뭐야. 갑자기 놀자고 달려오는건 또 뭐야?!"
규리주의 건도 있고 해서 말하는거지만 하늘주와 일상을 돌릴때는 굳이 행동에 허락을 받지 않아도 괜찮아. 개인적으로는 그냥 캐릭터들의 행동에 맞춰서 돌아가는 거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거든. 물론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불안하다 싶으면 물어도 괜찮긴 해. 완결형만 아니면 사실 크게 가리진 않아. 혹시나 스킨십을 시도해도 하늘이가 싫으면 알아서 회피해버리고 거절해버리니까 그냥 이것저것 시도하면 된다!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것에 하늘의 두 동공은 크게 흔들렸다. 뭐지? 대체 뭐냐고! 그저 별 보러 나왔을 뿐인데 왜 갑자기 이렇게 도망쳐야하는건지 영문을 알 수 없어 하늘은 뛰면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대로 계속 달리기엔 달리기 실력이 썩 좋은 것도 아니어서 달리는 상태에서도 하늘은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허나 그 추격전도 머지 않아 끝을 맺었다. 뒤에서 철퍽 넘어지는 소리에 하늘은 깜짝 놀라 발을 멈춰 뒤를 돌아봤다. 엎어져있는 남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달리다가 넘어진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은 조심스럽게,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천천히 다가갔다.
"야. 야. 괜찮니? 다치진 않았어?"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이내 심심하니까 같이 놀자고 외치는 그 목소리에 하늘은 또 다시 달려올까 싶어 단번에 거리를 확 넓혔다. 그리고 진정하라는 듯이 두 손으로 제스쳐를 취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달, 달려오지 마. 갑자기! 대, 대체 뭐야. 너. 갑자기 놀자고 그러고. 우리 처음 보는 사이 아니야? 아니, 처음 보는 사이라고 해도 놀 수야 있긴 한데 보통 그렇게 갑자기 뛰어들고 그래?!"
거리감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대를 대하는 것이 하늘에게는 조금 서툴렀다. 물론 정말로 친하다면 거리감이야 크게 신경쓰지 않으나 초면인데 이렇게 훅 거리감을 좁히는 이는 또 살면서 처음이었다. 약간 서툰 타입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일단 두 걸음 정도 더 다가갔으나 얼마든지 뒤로 빠질 준비를 하며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어제의 내 모습이나 내가 한 행동들이 서사라던가 관계성에 대해 욕심을 너무 지나치게 부린 것 같아서, 내가 보기에도 어젠 안 좋은 행동만 골라서 했다고 오늘 내내 많이 후회하고 있었어. 오늘 저녁에 스레에 돌아오면 이 이야기로 해인주와 새슬주에게도 꼭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지만 역시 캡틴의 입장에서의 관점에 대해 듣고, 외부 관전자분까지 그런 의견을 주셨다니 새삼 내 행동이 너무 부끄럽네.
내 스스로가 부끄럽고, 어장 분위기를 다시 흐리는 것 같아 웹박수로 보낼까도 했지만, 그렇게 하면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어장에 참여하는 한 명의 참치로서의 본분을 넘어서버린 태도를 보인 점에 대해 책임감있게 지적해주어서 고맙고, 그런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해인주와 새슬주에게, 그리고 참여자 및 관전자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할게. 또한 이후로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행동에 주의하도록 할게. 그 외에 내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기를 원한다면 그 방식을 수용하도록 할게.
캡틴이 책임감있게 이야기를 해준 만큼 나도 그에 상응하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적었지만, 저녁 어장에 갑자기 무거운 이야기로 갱신을 해서 분위기를 흐린 점에 대해서도 미안해.
어서 와라! 문하주! 안녕안녕이야! 음. 난 저기에 딱히 더 말을 덧붙일건 없을 것 같네. 문하주도 납득하고 있고, 캡틴이 한 말이 내가 느낀 것의 대부분이기도 하고 말이지. 책임을 지는거야 뭐 그냥 앞으로 그런 행동을 조금 자제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 사람이야 누구나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 거기서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면 나는 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일단 부캡틴? 아무튼 뭐 그런 비슷한 입장에선 말이야.
콩쿨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는 잠시 무슨 소리인가 생각을 하다 곧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본 이 중 하나인 것일까. 그렇다면 조금 너무한 행동을 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은 머리를 괜히 긁적였다. 사과를 해야겠거니 생각을 하며 조금 더 다가가다가 곧 그의 근처에서 멈춰섰다.
"미안해. 나를 알고 있었구나. 콩쿨이라. 아하하하. 그걸 보러 온 이도 있었구나. 우리 학교 중에서. 조금 영광이네."
적어도 자신이 아는 바, 그런 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괜히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지만 역시 그가 보이는 분위기는 자신에게 있어선 조금 대하기 서툰 느낌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은 더 좋다는 것은 이해가 가나 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오는 것은 그의 스타일은 아니었으니까. 자신과는 정 반대의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바다 유리? 바다의 유리조각이야? 보여준다면 볼게. 하지만 달리진 않을거야. 나는 어디까지나 별을 보러 나온 것 뿐이니까."
그렇기에 하늘은 바다 유리라는 것을 보겠다고 이야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인진 알 수 없었으나 본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었으니까.
"일방적으로 아는 것은 조금 그렇네. 이름이 어떻게 돼? 아니, 그보다 나보다 후배야? 일단 정식으로 소개를 하자면 난 2학년 강하늘. 너는?"
>>871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다음부터 주의해주시면 되는 부분이에요! 다만 똑같은 이유로 또 제보가 들어온다거나 제가 봤을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느껴졌을때는 저도 캡틴의 입장에서 보다 강한 제재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어장을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음. 이건 보아하니 내가 저 위의 >>889를 쓴 것을 보고 옛다 하고 보낸 가능성이 .dice 0 100. = 74 % 쯤 되는 것 같구만. (그거 아님) 귀여운가? 일상 돌리면서 귀여운 느낌 한 번도 안 보인 것 같은데. 하지만 난 하늘이가 귀여우니까 오너는 인정한다. (그거 아님) 아무튼 누군지 몰라도 고맙다구.
내가 생각하는 귀여움의 정의가 바뀐건 아니지? 문하가 되게 멋지고 카리스마 넘치고 쿨한 면이 멋지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말이야. 일상이야 짧아질수도 있고 길어질수도 있는거지. 사실 하늘주가 평일에는 가능하면 하루만에 일상을 끝내려고 하는 편이라서 길게 돌리는 것은 보통 불금+주말로 하는 편인지라. (눈물)
아. 물론 그렇다고 텀 일부러 막 짧게 주려고 할 필요는 없다! 길어지면 킵 해버리면 그만인거라서.
아. 참고로 이건 나도 TMI지만 하늘이는 문하의 분위기 같은 거 되게 좋아해. 반대로 규리 같은 타입은 조금 대하는게 서툰 그런 느낌에 가까워. 문하가 좋고 규리를 싫어한다 그런건 아니고 그냥 하늘이가 일상에서나 잡담에서나 늘 모두가 파악하고 있다시피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하고 있는지라 너무 한 번에 훅 다가오는 그런 이들은 조금 어떻게 대해야할지 난감해하는 편이라서.
그렇기에 오히려 적당한 거리감을 지켜주는 이가 있다면 그걸 제일 좋아해. 물론 그렇다고 거리감 일부러 유지할 건 없고 그냥 대화하고 일상 돌리고 하다보면 알아서 줄인다. 하늘이가. 셀프로. 그냥 어디까지나 편하게 느끼느냐, 조금 서툴게 느끼느냐 그 차이인지라.
부드러이 미소짓는다. 말 끝에 작은 웃음소리가 뒤따른다. 자신의 말에 누군가는 기뻐해줬으리라는 말이 달갑지 않을 리가 없지 않나.
"가치까지는 잘 모르겠지만...기쁘다."
사람의 가치란 감히 단언하여 말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경아는 말을 아낀다. 다만 제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내비친다. 언어로, 표정으로.
"물론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절차는 절차니까."
별로 신경 쓰지 말라는 양 어깨를 으쓱인다. 말마따나 대출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하는 말에 불과하다. 그러다 당신이 하는 모습을 보며 옅게 웃는다. 역시, 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싫지 않았다.
경아는 조금 놀란듯, 눈울 동그랗게 뜬다. 이내 눈매를 휘며 웃는다.
"오, 미안. 내가 좋아하는 걸 묻는 건 좀 오랜만이라서."
안개가 물러가고 숲에 햇빛이 들어선다. 꼭, 그런 느낌이다. 경아가 하는 기쁘다는 말과 미소가 거짓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에 비한다면 흐리기만 하다. 들뜬 모습으로 말을 잇는다.
"그것도 그렇지만...하나만 고르기가 좀 힘들어서, 카테고리가 좀 좁혀지면 추천하기가 편하거든."
조금 머쓱하게 웃는다. 다른 제한 없이 좋아하는 책을 질문받는다면 떠오르는 책이 한둘이 아니라, 항상 말하기가 힘들었다. 장르라도 정해진다면 조금이라도 훨씬 고르기 수월해졌다. 당신의 말이 달가운 이유다.
"지금 생각나는 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라는 책이네. 근미래를 다루는 SF 소설이고, 전체적으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야. 영화화으로는 1984년도에 제작된 블레이드 러너와 2017년판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있지만...난 개인적으로 소설판이 더 좋더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아는 확연히 즐거워 보인다. 드물게 말을 길게 하는 점도 그렇고, 주체하지 못해 말이 점점 빨라지는 점도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별로라는 소리는 아니야. 그건 그냥 내 개인 취향이니까 너는 또 다를 수 있지."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말을 마무리짓는다. 저도 제가 지나치게 들떴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장난스레 헤실거렸지만, 별 말 없이 새슬은 해인을 해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모처럼 생긴 귀여운 별명을 이대로 버려 두기는 아까운데. 아주 가끔씩은 콜라라고 불러도 돼? 두 무릎을 모아 끌어안고는 해인을 비스듬히 바라본다. 헤ㅡ 그렇구나. 그럼 자유부 말고, 다른 비정식 동아리는 어떤 게 있어? 궁금하다.
“학교의 햇빛과 바다의 햇빛은 또 다르잖아.”
틀림없이 학교에서 새슬은 햇빛을 누구보다도 많이 쬐는 축에 속할 터였다. 교실을 빠져나와 하는 일은 대부분이 하릴없이 옥상 위나 나무 따위에 누워 있는 것이었으니. 그렇게나 많이 태양을 마주하는데도 질리지도 않는 것일까. 새슬이 손으로 그늘을 만든 채 잠시 햇빛을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햇빛은 언제 쬐어도 기분 좋으니까. 식물도 햇빛 많이 쬐면 쑥쑥 크잖아.”
뭐더라ㅡ 그거. 광합성이야, 광합성ㅡ( ᐛ ). 물론 새슬과 해인은 식물 따위가 아니니 햇빛을 많이 쬔다고 갑자기 키가 쑥 자랄 리는... 없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슬은 파도가 만들고 간 작은 물웅덩이를 손으로 찰랑거리는 시늉만 해 댔다.
“아까, 여기서 모래성을 만들었거든.”
새슬이 눈 앞에 낮게 솟아오른 모래더미를 가리켰다. 파도 때문에 이렇게 됐어. 괜히 아쉬운 마음에, 축축한 손바닥으로 모래더미를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라는 책을 하늘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SF소설이고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라면 조금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허나 그런 어려운 주제라도 잘 표현하면 정말로 재밌게 표현될 수 있으니 의외로 재밌지 않을까. 저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짧은 시간 내에 멜로디가 흘러가듯 정리되었다.
"영화와 책 이름이 다르네요? 아. 하긴, 제목이 달라져서 영화화가 되는 작품도 있긴 하니까요. 블레이드 러너. 잘 모르겠네요."
자신이 14살 때는 어땠더라. 무슨 영화를 봤더라. 가만히 떠올리려고 하나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음악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기도 하며 하늘은 곧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지금은 이 두개에 집중해야할 것 같으니 그것까지 대출하긴 힘들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흥미가 생기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대출해서 천천히 볼게요. 그 책. 그렇게까지 즐겁게 이야기를 할 정도니, 충분히 볼 가치가 있겠죠?"
물론 자신은 그녀에 대해서 잘 모르나, 적어도 책이나 기타 관련 부문에선 자신보다 훨씬 아는 게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였다. 물론 자신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나 한 번은 읽어볼 가치는 있겠거니 생각하며 하늘은 괜히 고개를 돌려 도서가 진열된 곳을 바라봤다. 저 중에 하나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포함해서 다음에 말할게요. 본 후에 말이에요. 아. 일할 때 방해가 될까요? 슬슬 나가볼게요."
조금 더 있어볼까 했으나, 그녀의 방해를 하는 것은 또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하늘은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하며 그녀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가 다시 들어올렸다.
/일상은 너무나 재밌었으나 이 이상 하면 경아주가 바다 일상을 시도도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에 내 쪽에서 막레를 할게! 경아주도 이벤트 즐겨야지!
하늘:........ 하늘:A려나. 하늘;상대가 버튼을 누르게 하면, 상당히 고심하고 괴로워하고 잘못해서 터지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으니까. 무엇보다 엄청 원망 들을 것 같거든. 하늘: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선택하고 싶어. 그로 인해서 실패해서 평생 원망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SSR 캐릭터 강 하늘 픽업 가챠 이벤트 『마지막 인사는 13번째 계단에서』 유저 반응 : "아니 마지막 연출 생각한 사람 누구냐고요" "배포로 풀어달라고~~~~(눈물)" "회사의 마지막 비상금 픽업이 왔다" #shindanmaker #당가픽 https://kr.shindanmaker.com/1049018
하늘:(한숨) 하늘:(13번째 계단. 여길 딛고 문을 열면 무대야.) 하늘:(유명한 실력자들이 많이 있는 이 무대 위에서 내 실력이 어디까지 통용이 될까.) 하늘:(......) 하늘:그런 것을 고민해봐야 의미없겠지. 그러니까 걱정하는 마음은 여기까지 할래. 하늘:(누구보다 높게 올라서기 위해서, 이제는 진짜 작별하자. 계속 걱정하고 고민하던 나.) 하늘:(바이바이.) 하늘:(지금부터는 진짜 프로가 되기 위한 마음을 먹은 나로서의 발걸음이야.) 하늘:(지켜봐줘요. 엄마, 아빠. 그리고 선생님.)
(해당곡과 함께 스탭롤이 올라오면서)
마지막 인사는 13번째 계단에서 Fin
이라는 느낌이로구만. 이건.
Q.왜 친구는 없죠? A.아마 하늘이가 굳이 이야기하고 가진 않았을 것 같아서. (시선회피)
자습하기 싫어서 온 건데 막상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려니까 좀 불안한가 싶기도 하다. 방에 엎드려서 단어 외우는 사람 보고 나와서 더 그런가. 단어장이라도 가지고 올 걸 그랬나. 물론 생각뿐이다. 정말로 그런 생각했으면 여기까지 왔을 리도 없다. 아마 지금쯤 기숙사 가는 길일까. 무거운 책 들고 다 질린 얼굴하고 침대에 누울 생각이나 하고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바닷가고, 팔자 좋게 밤산책이나 하고 있다. 밀려오는 물 따라 수능 걱정이 밀려 왔다가 다시 밀려갔다. 멀리멀리 떠내려가서 다른 나라까지 가주면 안 될까. 이왕이면 안 돌아오면 좋겠다. 깜깜해서 저 끝은 물이랑 하늘이 구분이 안 됐다. 낮에 봤으면 좋았을걸. 낮에는 너무 더워서 에어컨 아래 있느라 제대로 구경을 못 했다. 지금이라도 물 구경 좀 해볼까 싶어 바다 가까이 다가간다. 발 근처까지 밀려오는 파도에 뒤로 물러났다가 가까이 갔다가를 반복하다 탄식이 샜다. <…아이구.> 생각보다 더 가까이 온 물에 신발이 폭삭 젖었다. 이걸 어쩌나 고민하며 서 있다가 마주친 두 번째 파도는 아예 발목까지 적시고 지나갔다. 남색 컨버스가 거의 검정색이 됐다. 파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약이라도 올리는 건지 파도는 코앞에서 물러갔다.
"…저기, 나 귀신 아니에요."
문득 인기척이 느껴지길래 다짜고짜 말했다. 흰 옷 입고 바닷가에 서 있으면 좀 수상하잖아. <그냥 신발 젖은 사람.> 덧붙이곤 씩 웃었다.
"산들고 학생?"
얼굴이 앳되어 보이길래 물었다. 아니면… 그냥 민망한 거고. 속 편한 생각이다.
/ 첨 하는 실수라 허둥대다가 너무 늦었다 답레 천천히 줘도 돼 시아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진짜 미안해 ㅠㅠㅠㅠ
맨날 콜라라고 부르는 것만 아니면 그 정도쯤이야. 그런식으로라도 기억 된다면 부회장 입장에서 영광일지도 모른다. 무릎을 끌어안는 너를 보고 있다가 이어진 질문에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동아리들을 나열해본다. 분명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
" ... 부랑, ~~부 .. 그리고 xx부 정도? 부원은 너처럼 다 혼자야. 그러니까 그냥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동아리라고 붙이고 하는거지. "
분명 더 있는 것 같았는데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학생회실 서류에는 있겠지만 여기는 학교가 아니니까 그걸 찾으러 가볼 수도 없고. 대충 기억나는 이름만 나열해놓고서는 네 얼굴을 바라본다. 약간 멍해보이는 인상이 전에 마니또를 위해서 스치듯이 지나갔을때의 인상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 정말 마음놓고 편하게 사는걸까, 아니면 그런척을 하는걸까.
" 햇빛을 많이 쐬면 물론 건강에도 좋긴 하지만 ... "
본인이 좋다는데 여기서 더 말을 얹어봤자 내 생각을 강요하는 것뿐이 안된다. 어깨를 으쓱하고서 네가 두드리는 모래더미를 바라본다. 역시 여기다가 모래성을 만들어뒀던걸까. 하지만 아무리 공들여 만들어도 모래성은 파도 한번이면 부서지고마니까. 모래더미는 금방 평평해져서 주변과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 모래는 물이 조금 들어가면 단단해지지만, 물이 잔뜩 들어가면 오히려 서로 뭉치지 못해서 무너져버려. "
마치 약간의 시련은 인간을 좀 더 성장시키지만 너무 큰 시련을 인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처럼 말이야, 같은 말은 속으로 삼켜낸다. 초면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내 취미도 아니고 오히려 실례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게 아니다.
" 그니까 모래성을 지으려면 이 젖은 모래를 퍼서, 이 뒤쪽에다가 지으면 훌륭하게 지을 수 있다는 말이지. "
하지만 처음 만든 모래성이 무너져버리면 두번째를 지을 생각은 사라져버리니까. 손으로 젖은 모래를 퍼서 다시 흘려낸다. 부질없다, 부질없어.
어둠이 짙게 깔린, 그저 달빛에 의지해 걸어가는 산책이란 꽤나 몽환적인 느낌을 가져가 준다. 그것은 시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가벼운 검정색 레깅스와 새하얀 오버핏 티셔츠, 그리고 쪼리를 걸친 시아는 느긋하게 해변을 걸으며 그 몽환적인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서 아무말 않고 걸어도 무척이나 즐거웠다.
" 어머 "
그때, 홀로 물로 다가가는 인영이 보였고 무언가 당황한 듯 움직이는 것이 이어서 시아의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다가가니 들려오는 목소리는 혹시나 자신을 보고 놀랐을까 배려하는 듯한 말이었다. 왜 그런가 하고 시아는 생각하다 새하얀 원피스인 걸 떠올리곤 대충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 귀신 치곤 예쁜 분이 서계셔서 겁 먹을 틈도 없었어요 "
입가를 손으로 가린 체 작게 웃음을 흘린 시아는 상냥하게 대답을 돌려주곤 고개를 살짝 기울인 체 당신을 바라본다. 보아하니 애초에 겁을 먹었던 적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 맞아요, 산들고 학생. 물에 들어가시려던 분도 산들고 학생이에요? 아니면 의외로 진짜 귀신이라던가? "
오늘의 비설 한 조각 또 다시, 언젠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내가 널 떠나는 날 너에게 남기려 했던 말. 셋중에 뭐가 제일 좋냐고 물어봤더니 너는 셋 다 좋다고 했지. 나는 다른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고, 너는 갑자기 전부 싫어졌다고 했어. 그래서 결국 타협한게 그거였던가? 아윌비백. 하하, 넌 진짜 최악의 친구야. ...녹음 안해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