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 난 학생 캐릭터를 만들 때면 악습관을 넣는 버릇이 하나씩 있어. 술을 한다던가, 담배를 핀다던가. (또 그런 요소가 관계깊은 캐릭터의 훈계 혹은 호소로 고쳐지는 전개도 좋아했고.) 이번에 문하를 만들 때는 처음부터 그런 요소를 단 하나도 넣지 말고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었는데 넣을 걸 그랬나 싶기도...
>>657 아랑 : 그래애~? (새겨들음. 짭짤한 게 좋나봐) 속세의맛 ㅋㅋㅋㅋ.... 선수식이 싱거운? 염분 뺀 느낌도 있는데 그래서 짭짤스한 과자가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아주 선명한 네이비는 아직 안 굴린 거 같기도 한데... :3... (과거 봄)(음.. 걍 혼절해 있는데... 이걸 네이비로 쳐도 되나...) 금아랑 혼절해 있으면 119를 불러줄지 그냥 업고 병원 데리고 갈지 모르겠네요.. O>-<
>>660 아랑주가 해주면 안 받나보다.... <:3 금아랑이 가지고 있는 머리핀으로 서로 머리 똑딱똑딱 해주는 거 상상하니 귀여운데요.. 새슬이는 사과로 머리 묶이고 아랑이는 평소보다 머리핀 주렁주렁이고 ㅋㅋㅋ ㅎㅁㅎ 전 낮새슬과 화이트(혹은 핑크)아랑이 먼저 만나는 게 보고 싶어요. 원래 사람은 밝은 걸 먼저 봐야 하는 것... ㅇ.<
>>661 ....어리버리안할 때를 더 많이 본 거 같은데요... oO 연호가 여유있어 보일 때도 있고, 능청스러울 때도 있고, 다양했어요 ㅎㅁㅎ 그냐앙~ 이라고 대답해주지만 아마... 누가 발치에 매달려 간절하게 부탁한 것이지 않을까요? :3 잠옷에 달린 귀라면 만져도 됩니다 ㅎㅁㅎ 엇.. 너무 네이비하진 않을수도 있어요. <:3 한번에 다 보여주진 않고 찔끔찔끔 보여주겠죠 (아마도)
산들고 애들이 착해서 산들고 다니는동안은 혼절 안 할 거 같아요... <:3 (다들 넘 착해...)
>>668 아랑주... 아니 킹갓엠페마제마이로드세최아가씨팅커벨주가 해주면? 다크새슬이라ㄷ(오너권력남용죄로 끌려감) 아랑이는 머리 솜씨좋게 묶어줄 것 같은데 새슬이는 진짜 그냥 주렁주렁... 달 것 같고...... 그치만 아랑이 그런 것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u"u).oO( 극락 ) 낮새슬과 화이트아랑! 좋습니다...... 첫 일상은 무조건 낮화이트 조합인거야.....(무한점) (불타는 눈동자)
>>667 그러니까... 바다로 가면 혼자 포크댄스 영상 보다가 문득 혼자서 삽질을 해보고 있는 문하를 볼 수 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자유부 활동이랍시고 어디선가 낮잠이 들었는데, 눈 떠보니 해는 저물어가고 있고 날씨가 (선택사항)인 상황이 됩니다.. (이게 저번에 문하가 자유부를 찾아간다는 명목으로 새슬이를 찾아간 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야.)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날 이후 처음으로 자유부 활동 체험하고 싶다고 새슬이를 찾아간 상황도 좋을 것 같고..?
후자의 경우 문하의 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일단 후자 쪽으로 생각해두고 있어.
문하는 바로 다음날, 등교하자마자 만사 제쳐두고 옥상에 올라갔다- 아니, 올라가려 했다.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놈이 지금 무슨 정신머리로 다니는 거야?!" 하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학교의 체육 선생님... 트레이너와 동기라고 했던가. 10일 앞으로 다가온 대표 선발전 때문에, 문하는 계단에 발도 못 올리고 붙들리고 말았다.
이것만 끝내면. 이것만 끝내면 옥상에 갈 수 있다. 밀밭을 바라보는 사막여우처럼 문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오늘 오전, 문하는 마침내 마지막 선발전 상대를 쓰러뜨리고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집으로 가도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문하는 〈가지러 갈 게 있다〉라는, 언젠가 해본 것 같은 변명을 대고서는 학교로 향했다.
그러나 지금, 초여름에 이르러서야 옥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금 두렵다.
옥상으로 오라고 했는데.
하고 책망하는 목소리가 문득 들리는 것 같아서였다.
자신의 몰골도 자신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비루먹은 개- 오늘은 그런 주제에 얼굴에 여기저기 반창고까지 꼴사납게 붙인 몰골을 하고 있었다. 몇몇 상처에는 채 반창고도 붙이지 못했고. 이런 몰골을 감수하고 옥상에 가더라도 아직까지 그 아이가, 유새슬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환상통 같은 아이가 아직도 거기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몰아닥칠 실망과 좌절이 겁이 나서, 그는 뒤로 돌아서 도망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마치 희망에 등이 떠밀리듯, 문하는 스스로 옥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옥상 문은 열려 있다.
〈적어도 시도라도〉라는 알량하기 그지없는 희망에 목줄이 매여 질질 끌려온 몰골로, 문하는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옥상 문 손잡이에 손을 뻗어본다. 열려 있다.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초여름 대낮. 아직 더위가 채 무르익지 않았는데도 매미가 잘게 울어댔다. 호우주의보가 내렸던 그 날 이후에도 새슬은 여전했다. 수업은 땡땡이, 나무에서 낮잠, 가끔 토끼장 출몰해 토끼들에게 건초조각 던져 주기. 대신 옥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 아주 조금 늘어났다. 새슬 본인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아주. 그래, 아주 조금. 뭔가를 떠올렸냐고? 그런 건 비밀이야.
어쨌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며칠, 어쩌면 몇 주ㅡ 그리고 마침내 이른 오늘.
습기를 머금은 여름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새슬은 거기에 있었다. 늘 하던 대로였다. 난간에 몸을 붙인 채 아슬아슬, 하늘을 항해 뻗은 몸ㅡ 눈을 감고 가만히. 햇볕이 얼굴을 비추며 부서진 햇살조각이 눈을 덮었으나, 눈부신 기색도 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있었다. 조용히, 가만히. 그 먼 옛날, 태양을 사랑한 나머지 그것만 바라보다 해바라기로 변해 버렸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그랬기에, 새슬이 누군가의 발소리를 알아차리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옥상을 주로 올라오는 이들과는 다른 누군가. 학생주임 선생님이라도 되는가, 아니면 수업에서 도망쳐 온 새로운 누군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붕 떠 흘러가는 사이, 녹슨 경첩이 틀어지며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어떤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누군가의 이름. 이름. 내 이름?
새슬이 고개를 돌렸다. 꿈 같았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그 날에 만난 남자애가 옥상 문 앞에. 그것은 반갑고도 어딘가 낯선 광경이었으나ㅡ 개의치 않고, 새슬은 평소와 같은 얼굴로 나른하게 웃었다. 그 날보다는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나른한 것. 새슬이 느릿하게 답했다.
새슬의 뒤, 옥상으로 올라오는 자박자박 하는 발소리는 주임 선생님의 구두가 아니었다. 그것은 러닝용 운동화가, 그것도 조금 조급하게, 조금 조마조마한 발걸음으로 올라오는 소리였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거기에 있는 것은 새하얀 머리카락에 새하얀 후드집업을 지퍼 끝까지 올려서 입고 있는... 언젠가 만난 적이 있던 어딘가 텅 비어있는 것 같은 소년이었다.
"……"
안녕. 하는 인사에 문하는 제 때 대답하지 못했다. 초여름, 옥상을 쓸고 지나가는 산들바람 속에서 햇살을 뒤로 등지고 난간에 기대어 말갛게 웃고 있는 새슬의 모습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이... 자신이 계단을 오르며 분명히 바라고 있었음에도, 그게 정말로 거기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아서 조금 숨이 막혔다. 실감이 난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하면 좋단 말인가? 희망에 떠밀려 올라온 옥상은 자신의 영역이 아니었다. 한 박자 늦게, 고작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많이 기다렸지."
너는 그 날 이후로, 이제껏, 이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사막여우는 내가 아니라 너였던 걸까. 새까만 눈동자가 조금 떨리는 것도 같았다. 초여름의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에 문하는 잠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만나러 왔어."
...만나서 뭘 해야 할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아무리 늦더라도 나는 너를 꼭 만나고 싶었어.
아무튼, 레스를 쓰다 보니 나레이션과 문하 속마음이 섞여서 좀 알아보기 어렵나...? 해서, 문하의 속마음이 섞인 부분은 그레이 색상을 줬어. 톤 차이가 크지 않아서 알아보기 힘들 것 같지만, 너무 강하게 티가 나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쉐도우를 그레이로 넣고 글자색을 흰색으로 해볼까? u"u)
이어지는 침묵. 공허를 메우는 매미 소리. 새슬은 소년이 왜 침묵하는지 고개를 기울여 생각하는 대신에, 난간에서부터 떨어져 나와 발걸음을 떼기로 했다. 한 발, 두 발. 흐릿한 거품같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둑한 잿빛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 보니 온통 하얀 아이였구나.
많이 기다렸지. 이번에는 새슬이 침묵했다. 소년이 지녔던 무거운 침묵은 아니었다. 대답 대신, 녹색 눈동자가 검은색 눈동자를 마주했다. 열 하나, 열 둘. 잘게 떨리고 있는 그것을 진정시키듯 마주하며, 괜찮아, 괜찮아. 속삭이지 않았는데도 어쩌면,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을지도 모른다. 스물 일곱, 스물 여덟. 둘의 거리가 느리면서도 빠르게 좁혀진다.
만나러 왔어. 소년이 그 말을 했을 때, 그제서야 새슬이 소년의 앞에 섰다.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딱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을 만 한, 두어발짝 정도의 거리. 짧게 친 머리카락은 아주 조금 더 자랐지만, 나머지 것들ㅡ곳곳에 붙은 반창고 몇 장, 나른한 눈웃음, 흙을 털어 낸 자국이 남은 교복ㅡ은 그대로인 채. 기분 좋게 휜 입술 새로, 또 한 마디 말이 흘러나왔다.
“어서 와.”
오랜만이라느니, 기다렸다느니. 그런 진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야, 중요한 건 지금 너와 내가 이 곳에 있다는 것. 새슬이 다시 말갛게 웃고 나서, 환상이 아님을 확인시키듯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문하가 그것을 잡았을 때, 새슬은 힘을 주어 문하를 끌어당길 것이었다. 자리에 가만히 선 그의 발길을 가로막은 무언가의 경계를 깨어 버리려는 듯.
새슬의 눈동자를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처연한 녹색이었기에 음울한 빗속에서도 전혀 빛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요하고 잠잠히 빛나고 있던 그 초록색의 눈동자를. 이름만큼이나 어쩌면 이름보다도 더 뇌리에 깊이 남아 있었을 그 눈동자를. 지금 이 초여름 점심시간의 햇살 아래서, 여전히 변함없이... 그렇지만 비오는 날의 하늘을 담았던 만큼이나 초여름의 햇살을 곱게 담아내고 있는 초록색의 눈동자를. 가만히 마주보고 있는 그 눈동자가 가까워오는 것도 모르고, 문하의 떨리던 눈은 가만히 새슬에게 멎었다. 구멍이 뚫려 있는 것만 같던 먹먹한 검은 눈동자 위에도 초여름의 햇살이 조그만 빛무리를 남긴다. 사람의 손을 두려워하던 비루먹은 들개의 이마를 처음으로 쓰다듬어주었을 때, 보일 만한 눈빛이었다.
음울한 빗속에서도 외로이 말갛게 있었던 네 모습이, 이 햇살을 한가득 머금고도 그러나 여전히 말개서, 나는...
"응, 왔어."
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인사를. 마치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는 인사 같지 않은가.
문하는 거리낌없이 새슬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크루저급 슬러거의 팔이, 여름 햇빛을 머금은 소녀의 팔에 우스울 정도로 주욱 끌려들어왔다. 문하는 몸이 앞으로 우찔근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문하는 균형을 잡을 시도도 저항할 시도도 하지 못하고 새슬이 이끄는 대로 주욱 딸려들어갔다.
옥상 문 앞에 머물러 있던 두 사람의 그림자가 삽시간에 옥상 한 가운데로 빨려들어갔다. 무게중심을 잃은 몸이 아슬아슬하게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을 듯. 어쩌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던 불규칙한 발걸음은, 새슬이 잡은 손을 놓고 빠져나와 한 바퀴 빙글 도는 것으로 멎었다.
“못 보던 걸 잔뜩 달고 왔네.”
멋진데. 툭툭, 제 얼굴을 두드리며, 소년의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반창고를 가리킨다. 아무리 둔하다 해도 단순히 넘어지거나 긁혀서 생길 만 한 상처가 아니라는 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물론 소년에게 그 동안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새슬은 알 수 없었다. 그저 단순한 일이 있던 건 아니었겠구나, 하고 짐작하기만 할 따름이다. 소년의 모습과 많이 기다렸지, 하는 나지막한 중얼거림을 통해 소년의 얼굴을 뒤덮은 것들이 허투루 생긴 상처가 아니라는 것 또한. 음ㅡ 그래도 조금 아프겠다. 작은 중얼거림.
“마침 햇살이 좋아.”
마치 소년이 이전에도 이 곳에 온 적이 있었던 것처럼, 새슬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미 소년을 옥상 한 가운데로 이끌어 왔으면서 같이 쬘래? 하고 뒤늦게 권유하는 것은 덤이다. 쬘 거면 저 쪽으로 가자. 오래 등을 못 기대면 불편하니까. 난간이 둘러진 옥상 한 켠 바닥을 가리키며, 새슬이 부스스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