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파도소리 사이로 사박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 새슬이 고개를 돌렸다. 짙은 보랏빛 머리칼의 남학생.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왜 익숙한 기분이 드는 것 같지? 멀거니 바라만 보던 새슬의 고개가, 이어지는 해인의 물음에 갸우뚱 기운다.
“나를 알아?”
나는 모르는데, 네 이름. 그러나 옆에 앉는 해인을 저지하거나, 피하려는 기미는 추호도 없다. 그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탕 먹을래? 반가운 제안. 바닷물로 적신 입술에 소금기가 남아 조금 갈증이 나던 터였다. 단번에 표정이 풀어지며, 새슬이 웃었다. 그럼 포도맛. 녹색 눈동자에 금새 즐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항상 사탕을 가지고 다녀? 대단하다아ㅡ( ᐛ ).
“그런데, 나를 어떻게 알아?”
웬만하면 모를 텐데. 해인에게서 받아든 사탕 봉지를 깔작거린다. 사탕 껍질에는, 특히 막대사탕에는 짧은 손톱을 위한 뭔가가 필요해. 꼭 한 번에 벗겨지지 않아서 이를 써야 한다니까. 한참의 사투 끝에 힘겹게 봉지를 뜯어낸 새슬이 사탕을 입에 물었다. 음! 달아. 맛있다. 여전히 더할나위없이 짤막하고 담백한 소감이었다. 그야 포도맛 사탕 따위에 이런저런 수식어를 달아 줄줄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이상한 편에 속하기야 하겠지만.
그와 손을 오래 잡아본 사람은 양이고 늑대고 평범한 사람이고... 딱히 없었다. 그의 손을 붙잡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연호보다 먼저 지쳤다. 연호는 지친 사람들은 쉬게 내버려두었다. 같이 더 놀고싶어도,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은 삼가하는 그였다.
잘 모르겠다는 말에도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손을 더 꼭 쥐어주는 아랑의 모습에 그는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 만큼은 걱정할 일이 아닌것 같아서.
오래 있으면 회복되겠지. 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서 조금 편해졌다.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다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고, 곁에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냥한 사람이 있었으니까. 불확실한 미래라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응. 당연하지. "
노을과 아랑을 몇 번 번갈아보던 연호는, 아랑의 질문에 그녀에게로 시선을 고정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연호가 보기에 아랑은 예쁜 사람이었다. 오히려 왜 말꼬리에 농담이라고 덧붙였는지 잘 모를 정도로. 아랑이 농담이라는 말을 덧붙인것에 대해, 혹시나 아랑 자신이 예쁜것을 모르고 있을까 걱정하여 한마디를 더 남겼다.
음, 그래도 학생회 부회장인데 얼굴을 모른다니 좀 슬픈 일인데. 뭐든 1인지만 기억되는 세상이라서 2인자인 나는 안중에도 없다, 뭐 그런걸까.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의 영역이고 실제론 학생들 중에선 학생회에 관심이 없어서 회장 정도만 기억하는 애들도 많았으니까. 이미 익숙한 일에 시무룩해지고 그럴 일은 없다. 네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사탕을 건네준 나는 자기를 아냐는 물음에 입술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 내가 준 반창고는 잘 하고 다니지? "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을까. 전에 챙겨준 반창고를 아직까지 들고다닐지, 아니면 이미 다 쓰고 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모르는 사람이 반창고를 건네준건 하나 밖에 없을테니까 분명 기억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짧은 손톱으로 사탕과 사투를 벌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까줄까, 라고 물어볼 참에 사탕을 까버린다. 성대를 타고 올라오다가 갈 곳을 잃은 말은 뱅글 돌다가 다시 쑥 들어가버린다.
" 물론 나는 부회장이니까 굳이 그게 아니었어도 네 얼굴 정도는 알지. 자유부원씨. "
물론 특이한 학생들이 많은 산들고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하게 눈에 띄는 학생들은 이름도 여러번 듣고 얼굴도 대강이나마 알고 있었다. 새슬이도 몇번 이름을 듣고 출석부 같은 곳에서 얼굴을 봐놓아서 아는 척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럴땐 부회장 직책이 도움이 되어서 조금, 아주 조금은 맘에 들었다. 그렇다고 나쁜 쪽으로 유명한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다니는 애가 있더라- 라는 말을 듣는 것뿐이니까.
" 이런 땡볕에 앉아있으면 피부 건강에 안좋아. 적어도 파라솔 같은 곳에 앉아있는게 좋아? "
조금 떨어진 곳에 파라솔들이 잔뜩 꽂혀있는 곳이 있었다. 물론 그곳은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가기엔 꺼려지긴 했지만. 주변은 나무 같은 것도 없어서 그늘을 찾기가 어려워 결국 나도 포기하고 얘 옆에 앉아있기로 했다. 그래 잠깐 앉아있는걸로 막 타진 않겠지.
사탕을 입에 물고서 멍한 눈빛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던 새슬의 시선이, 단번에 해인에게로 꽂혔다. 내가 준 반창고는 잘 하고 다니지? 놀란 기미가 가득찬 것도 잠시, 단번에 반가운 얼굴로 해인에게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는 이미 물어 볼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묻는 것이다.
“너, 콜라야?”
콜라지? 콜라구나ㅡ 당연하지! ( ᐛ ) 봐봐, 여기, 이 쪽 팔꿈치에 보면 아직 붙여 놨었는데, 콜라가 준 반창고. 새슬이 다짜고짜 팔꿈치를 내밀었다. 그러나 해인의 시선에 팔꿈치에 붙어 있는 반창고따위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까 바다에 들어갔을 때 쓸려 가 버렸으니. 그러나 새슬에게 그런 것이 보일리가 없다.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 없어? 떨어졌나 보다. 아쉬워라.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겠지.
“헤ㅡ 콜라는 부회장이구나.”
높은 사람ㅡ( ᐛ )ㅡ 부회장쯤 되면 학생들 얼굴은 다 꿰고 다니는 거야? 자유부인 것도 알아? 정식 동아리도 아닌데에. 엄청나네, 부회장! 그런 걸 다 넣어 가지고 다니려면 머리 아프겠다. 새슬이 생글거리며 재잘거렸다.
“그러면 햇빛이 아깝잖아.”
이렇게 볕이 좋은데. 과연, 오늘의 일조량은 아주 좋았다. 평소에 새슬이 있던 곳에 비해 지나치게, 아주, 너무... 좋아서 그렇지. 그러나 새슬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자신이 좋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리고 저기는, 파도가 안 닿잖아. 나는 파도랑 닿을 수 있는 곳에 있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새슬의 발끝에 닿을락 말락, 파도의 손길이 가볍게 스쳤다가 빠르게 물러났다,
>>643 아이구 아닙니다 아닙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요 >:0~~!!!! 자꾸 그러시면 이놈합니다 떼끼하겠습니다 조급한 마음 이해합니다 ㅇ(-(..... 그 점에 관해서는 미리 저의 일상에 대한 생각을 알리지 못한 제 잘못도 있읍니다 ^.T....!!!! 아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죠,,~~~~!! 왜자꾸그런댜~~!!!
>>649 ㅋㅋㅋㅋ 새슬주... (귀여워) 새슬이한테도 소소하게 궁금한 거랑 안 소소하게 궁금한 게 있는데, 소소한거면 사과머리 해줄 의향이 있는지가 궁금했고, 안소소하게 궁금한거면 다크새슬과 네이비금아랑과의 만남인데... (걍 바다에 빠진 양 두마리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ㅋㅋ쿠ㅜㅜㅜ)
>>651 헉 감사합니다 >:3 (상냥한 새럼.. ) ㅜㅜ 따뜻하게 입고 가시지 춥게 입고 가셨나요..ㅜㅜㅜ 연호한테도 소소하게 궁금한 거랑 안 소소하게 궁금한 거 있는데 소소한 건 금아랑이 동물잠옷 입고다니는 모습 보면 뭘 생각햘지고 안 소소하게 궁금한 건 네이비금아랑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건데... 이건 아마 일상에서 알게 되겠네요 <:3
>>649 그래도 아직까지 이해해줘서 고마워. 조금 그런 생각을 해버렸거든. 사하주와의 일상에 1주일 가까이 걸렸잖아. 계절 하나에 보통 1달, 많아봐야 6주가 책정될 것 같은데 일상 한 번 돌리면 2주 정도까지도 못 볼 수 있다는 게..... 이벤트 같은 걸로 혹시나 또 마주치게 되면 그것도 또 연속으로 돌리기 껄끄러운 사유가 될 테고. 생각하고 있던 서사랑은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서.
>>651 그래도 어찌됐건 스레에 오긴 오는구나. ^p^ 아이고... 후드티라도 한 벌 챙겨갔으면 좋았을걸. 바닷가에는 바람이 불게 되어 있어서 늦여름 밤이면 추울 텐데...
>>652 인절미칩은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해. 그리고 의외로 포카칩이 짭짤한 게 좋았다고... 자기가 고른 것도 싫지는 않았는데, (일단 나름대로 식단 지키던 아이가 속세의 맛을 봐버렸다구) 문하의 입맛은 짭짤한 과자 쪽이었던 걸로... 아마도 문하가 "난 짭짤한 과자가 입에 맞나 봐." 하고 말을 해줬을 거야. 그리고... 그건 정말로 일상에서 만나봐야 알 것 같아. 나도 모르겠어. 지금까지 아, 이 아랑이 지금 선명하게 네이비구나! 하는 대목을 내가 못 봤거든.
>>656 사과머리ㅋㅋㅋㅋㅋㅋㅋㅋ암요... 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무엇을 해도 ( ᐛ )ㅡ 상태인 것이 바로. 유새슬. 아랑이가 해 주나요? 그러면 싫어도 꼭 받아야 해서; (이글이글) 다크새슬과 아랑이... 이거...... 만나 봐야 알 것 같은데......... (망상회로 FULL ON) 아직까지는.. 아직까지는 상상이 안 갑니다 진짜 그냥 바다에 빠진 양 두마리일수도 ㅇ(-(
>>657 그건 저도 생각했던 부분......... (왈칵) 많이 늦은 시간이지만, 괜찮으시면 지금이라도 일상 어떠신가요? < 와 이거 진짜 용기내서 말했다 와 ㅇ(-( (쥐구멍)
>>659 아니 마지막에 뭔가 이상한게 있는 것 같은데요. 아니. <:0 그래도 혹시 모르는 게 사람 일이라구요.... 갑자기 감기에 걸려가지고 어? 큰일날수도 잇쒀.......
>>656 아뇨아뇨 오히려 연호 어리버리한거 다 받아주는 아랑이랑 아랑주가 더 상냥하신것 ^-^ 음음 아랑이가 동물잠옷 입고있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귀엽다!' 일텐데 또 그런거 표현하기 쪼끔 어설퍼하는 연호는 "웬일로 동물잠옷?" 하면서 괜히 잠옷에 달린 귀라던가 한번 만져보고 싶어할것...
>>657 그래도 담요 덕분에 아직은 든든하답니다... :3 그래도 괜찮아요! 오랜만에 밝은 친구 모습 볼 수 있어서 좋다입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