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이나 파가니니를 치고 있는 하늘의 옆에서 쭈뼛거리며 젓가락 행진곡을 겨우 치고 있는 자신을 그려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늘이 자신과 함께 운동을 해도 서로간의 입장이 바뀔 뿐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다. 적어도 자신보다 훨씬 상냥하고 훨씬 타인의 입장에 잘 공감해주는 하늘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젓가락 행진곡을 띄엄띄엄 연주하고 있으면 연주하던 쇼팽을 그만두고 젓가락 행진곡에 화음을 넣어줄 수 있겠지만... 자신은 하늘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그렇게 맞춰줄 수 있을지 문하는 몰랐다. 그래서 하늘이 좋은 절충안을 내어준 것이 문하에게는 다행이었다.
"수영이라면... 괜찮겠네. 수영은 별로 안 하거든, 나."
물론 수영을 할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으니, 기왕 바다에 온 거 물장구라도 치는 게 낫겠다... 하늘의 일리있는 제안에 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이라면 적어도 옆에서 속도 맞춰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좋은 추억거리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물며, 그런 추억 정도는 다른 사람들과 더 알차게 만들 수 있는 것을 굳이 자신같은 별 가치없는 사람과?
"─나에 대해 알아봤자 별 것도 없을 텐데."
정말이지 무언가를 쥘 틈도 없이 절망뿐인 삶을 살아왔기에, 그는 남에게 내보여줄 만한, 남과 함께 이야기할 만한 이렇다 할 무언가가 없었다. 되짚어봤자 되짚기도 고통스럽게 깔쭉깔쭉 날카롭게 깨어진 기억들이나, 아무 맛도 없이 밍밍하고 뻑뻑하기만 한 한 목적 잃은 노력들밖에 짚이는 것이 없었다. 남과 함께 나눌 만한 즐겁거나 맛있는 추억이나 요소는 전혀 없었다. 새삼... 정말이지... 자신에게는 남과 함께할 수 있을 무언가가 없었다.
"나 꽤 재미없는 사람이라. 딱히 알 것도 없을 거야."
문하는 문득 웃어보였다. 웃는다기보단... 웃는 모양을 그럴듯하게 흉내내는 듯한 그런 표정이다.
>>493 나는 사이에 돌리는 인원수보다는 일상이 끝난 지 얼마나 지났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3c 그뿐이야. 더군다나 지금은 스레 인원수가 꽤 적어져 있기도 하고. 스레 초기에 새벽반에도 사람이 몇 명씩 북적였던 초기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 이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어떤 강요로 들릴지도 몰라서 조심스러운 것뿐이야.
정말로 열심히 한다면 그 정도가 고작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하늘은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250개라니. 그것도 4세트를 했다고 하니 총 천 개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으로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필시 다음 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기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 하늘은 소리없이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터져나온 모양이었다.
"물을 싫어하거나 그런건 아니지? 그런 거라면 아무래 내가 많이 미안하니까. 나는 잘 모르겠지만, 물 싫어하는 사람들은 수영하는 거 되게 무서워한다고 하잖아? 별로 안하는 정도라면... 무서워하는건 아닐 것 같긴 한데."
그럼 내일 일정은 그렇게 정하는 것도 좋겠거니 생각을 하며 하늘은 다시 수평선을 바라봤다. 이 근처에서 보낼 시간은 많았다. 내일은 같은 반인 하와, 그리고 그 다음 날은... 나중에 생각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은 자신이 아는 이들 얼굴을 몇몇 떠올렸다. 허나 가끔은 아예 모르는 이와 만나보는 것도 좋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기도 하다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별 것 없는 사람도, 알 것 없는 사람도, 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없어.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너에겐 너만의 분위기가 있고,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있어선 넌 알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야. 아. 물론 나도 호불호 정도는 있긴 한데, 너의 분위기는 굳이 말하면 호에 가까워. 아무튼 그 이외에는 그냥 앞으로 지내보면서 느끼면 되는 거 아니겠어? 참고로 말하는데 나도 썩 그렇게 재밌는 사람은 아니야. 아하하하."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몸을 척 가리키면서 하늘은 자세를 살며시 바꿔 좀 더 편하게 나무에 등을 기댔다. 뒤이어 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어. 내일 일정 비워줘. 같이 놀자. 너는 어떤 애인지 진짜로 궁금하니까. 같은 반이지만 평소에 잘 안 보이는 너라서 더욱 말이야. 나도 알려줄게. 내가 어떤 이인지. 물론 말보다는 분위기로 파악해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502 그렇군요. 확실히.... >:3 일상을 많이 돌릴 수 없는 포지션에 있으니 시간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앞으로는 그것도 염두에 둬야겠어요 ^.^..... 사람이 적다고 계속 대기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강요라니요! 오히려 좋은 솔루션이 되었읍니다 ㅇ(-(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흑
솔직한 시점으로 난 그 일상 텀에 대한 것 말인데. 너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독점하는 느낌만 아니면 별 상관없지 않나하고 생각해. 1:1이야 둘이서만 있으니까 상관없는데, 다인스레는 다인이니까 그 점은 조금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어떤 사람은 혼자서 4회차 5회차 돌리고 있는데 다른 이들은 그래봐야 1회차 혹은 0회차 식이면 그건 조금 애매한 느낌이니 말이야. 물론 이것도 시간적 상황이나 그런 것에 따라 조금 다를 수도 있긴 한데.
원래는 안 끼이려고 했는데 너무 막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 않나 의견을 잠시 내비쳐본다! 하지만 개인의 성향도 있으니 그냥 참고 사항 정도의 의견으로만 받아줘! 사실 스스로가 잘 알 거라고 생각해. 나의 일상페턴은 어땠는지. 내가 너무 특정인하고만 집중적으로 노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야.
>>519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이 사람과 좀 많이 놀았다싶으면 다른 사람과도 놀아보자에 가까울 것 같네. 어차피 완전한 평등은 불가능해. 하지만 예를 들어서 A와 B와 C가 있다고 치자고. A와 B는 막 5회차 일상 6회차 일상을 돌아가는데 C는 A와 B와 1회차씩밖에 돌리지 못하고 앞으로도 희망이 없으면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 그냥 가끔은 안 놀아본 이들과도 놀아보자에 가까울 것 같다는거지.
일상에 대해서 한마디 얹자면 저는 아이들이 다양한 관계성을 추구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급적이면 한번도 돌려보지 않은 이들이 돌려보기를 권장하는 바에요! 저도 그래서 가급적이면 만나봤던 아이들보단 한번씩 다 만나보기를 추진중이고 ... 물론 항상 그럴수는 없는 일이고 다들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걸 잘 아니까 그냥 권장한다,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그렇다고 한명이 다른 한명을 물고 늘어진다 ... 이런건 제가 바로 제재할겁니다. 일상은 항상 상호존중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거 기억해주세요 :3
>>519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채울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희망회로 돌려봄) 그리고 본인도 변하려는 의지를 가지게 된 거 같으니까, 여름이 지나면 또 새로운 감상이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3
>>520 >>정말 커다란 콘도<< (맘에 들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습니다...!! 층별로 방 별로 나뉘었는데... ()() 몇인실인지 쫌 궁금하긴 한데 그건 생각 안 해두셨을 거 같기도 하고 자유로 두셨나 싶기도 하고, 쫌 큰 방엔 여러명 배정되고 쫌 작은 방은 그보다 작게 배정되고 그런건가 싶기도 하네요... <:3 (일단 한 방에 30명은 아닐 것 같으다)
>>526 굳이 정한다면 정할수도 있는데 거기까지 정할 필요가 있을까라는게 내 생각이야. 그냥 같은 방 쓰고 싶으면 서로서로 협의해서 같은 방합시다 하고 처리하면 되는거 아닐까? 그래도 굳이 정하자면 좀 큰 방에는 여려명, 작은 방에는 좀 적게 이렇게 배정된 형식이야. 애초에 지금 총 몇명이 갔는지도 모르니 정확히 수치로 표현하긴 힘드네.
심지어 잠깐 쉬다가 4세트를 더 할 예정이니 총 2천 개다. 어떤 종목이 됐건 프로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은 지엄하고 험난하다. 하늘도 잘 알 것이다. 하늘이 피아노에 쏟아부은 만큼의 열정을 문하는 운동에 쏟아붓고 있었던 것뿐이다. 트레이닝 팬츠에 까만 러닝셔츠 한 장을 달랑 입고 있는 문하의 몸뚱이는, 문하의 표현대로 하자면 '목적 잃은 노력들' 이라고 하는 것이 차곡차곡 퇴적되어 그 이질적일 정도로 창백한 피부와는 대조되는 훌륭하고 탄탄한 고밀도의 근육질로 꽉 죄어져 있는 몸이었다.
"-딱히. 그냥 평소 운동 루틴상 물가에 갈 일이 없을 뿐이야. 그런데 이번에는 물가에 가까이 왔으니... 내일은 네 말대로 수영을 좀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하늘의 반문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맥주병이거나 물을 무서워하는 것이라면 솔직하게 말했을 것이지만, 하늘에게는 다행스럽게 그는 딱히 물에 공포가 있는 것도 맥주병도 아니었다. 썩 재밌는 사람은 아니야, 하고 자신을 가리키며 웃어보이는 하늘을 보고 문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이상하네, 너. 사람을 쉽게도 가까이하는 게."
문하는 이따금 자신의 감상을 꽤나 시원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하늘이 때때로 보여주는 이런 독특한 붙임성은, 문하에게는 실로 별난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붙임성있는 애들도 보통 자신 같은 괴짜에게는 잘 다가오려 하지 않는데. 아직도 이렇게 별난 붙임성을 보여주는 아이들이 조금씩 있곤 했다. 그러나... 문하는 더 이상 뭔가 말을 하지 않았다. 내게 다가오는 너. 너도 나를 떠나갈 거잖아.
생각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는 것 같아서, 문하는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4세트 더 할 거야. 그보다, 오늘 하루종일 피아노만 쳤다고 했던가... 점심 먹고 올라가다가 어디서 피아노소리가 들리던데. 너였어?"
그리고 문하는 콧노래로 짧게 멜로디 한 소절을 불렀다. 오늘 하늘이 연습한 곡이 맞는 것 같다.
"어느날 일어나 보니 너를 제외한 모두가 사라져 있어. 그럼 어떨 것 같아?" 강하늘:..... 강하늘:아무도 없는 곳에서, 정말 나밖에 없는 곳에서 내가 계속 있을 이유가 있을까? 강하늘:내가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 저승이 나에겐 더 편할 것 같은걸.
"사람들이 이것만은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것은?" 강하늘:내가 늑대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일까. 강하늘:사실 몰라줘도 상관없어. 단지 내가 늑대가 아니라고 하는 것만 부정하지만 않았으면 좋을 것 같아. 강하늘:어차피 뭐라고 말을 해도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믿는 이는 많거든.
"답을 좀 하라고!" 강하늘:....... 강하늘:....... 강하늘:.......(호감도 최저 상태. 절대 입 안 열고 자리 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