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하가 방을 빠져나온 이유였다. 하루 일정에 석식에 오후 레크리에이션까지 하루 종일 충분히 시끄러웠다. 방에 들어와서 조금 일찍 잠에 들려고 했더니 이젠 카드를 가져와서 도둑잡기니 원카드니 소란스레 야단이다. 물론, 산들고의 여름 여행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긴 하다. 이게 수학여행이었으면 적어도 이름에라도 修學이라는 거창한 명분이라도 있을 터이건만 이번의 여름 여행은 숫제 1학기 내내 고생한 아이들을 달래주기 위해 보내는 MT 같은 것이었으니.
그래서, 보통이라면 문하는 이번 여행을 거절하는 것이 맞았다... 이번 여름 여행 희망자 명단에 문하가 이름을 올렸다는 그 자체가 어떤 커다란 의외로, 반 아이들 사이에 두어 마디 오르내릴 뿐이었다. '그 기분나쁜 녀석이 왜 이런 데 따라오는 거지? 다른 아이들과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하는 말 정도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글쎄, 요 근래 있었던 다른 아이들과의 몇 번의 만남에서, 문하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뭔가 변할 수 있으면, 변하고 싶다고.
뭐 딱히 변한 건 없었다만.
변하긴커녕 오히려 주제파악을 하는 데에 그쳤다. 방에 들어와서 카드놀음을 하면서 웃고 떠드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루다가, 마침내 마피아 게임을 하는 대목에 와서는 그제서야 문하를 발견한, 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분위기메이커가 문하도 누워있지 말고 마피아 게임을 같이 하자고 권유해오는 것이다... 문하는 정중하게 거절하고, 줄넘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뒤에서 그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떠들지 왜인지 귓전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저럴 거면 왜 온 거야? 참 여전히 똑같이 알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문득 목적지 없는 혐오심이 치솟는 것을 눌러참고 그는 어디랄 곳도 없이 걸었다. 그나마 석양은 아주 멋들어지게 떨어지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던 석양이 자청색으로 까라질 때쯤에는 250회 줄넘기의 4세트를 끝낼 수 있었다. 문하는 마침 가까운 벤치에 앉아서, 노을이 남기는 마지막 깜부러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언젠가 읽었던 책의 구절이 떠오른다. '몹시 슬플 때는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싶어져...'
누군가에게 말을 걸린 것이 그때였다.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강하늘이 거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얘도 오늘 얼굴이 안 보였었지. 어디 있었던 걸까?
"저녁 운동."
문하는 평소대로의 평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늘이 사브레를 내밀자, 문하는 그걸 받아먹었다. 이걸로 방금 한 운동의 상당량이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건 알지만, 그래도 반의 그 조그만 분홍머리 덕분에 이렇게 자잘하게 내밀어지는 것 정도는 먹을 수 있게 됐다.
"저녁 운동? 아. 여기서도 운동하는거야? 열심히네. 놀러왔으니까 조금은 쉬어도 될텐데. 운동 동아리 해? 아니면 그냥 취미야?"
물론 하늘이는 그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냥 운동을 잘하는구나 정도의 인상은 있긴 했지만 그 이상의 인상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서 운동을 한다는 말에 운동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아리 활동 때문에 페이스를 유지하려는 것인지, 그저 그렇게 추측을 할 뿐이었다. 문뜩 3학년 선배 중에 한 명을 떠올리던 하늘은 곧 어깨를 으쓱하며 남아있는 샤브레 하나를 입에 넣으면서 천천히 씹었다. 그 특유의 바삭한 맛과 버터 향이 좋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게 최고야. 아. 운동한다면 더 먹기는 힘들려나. 그래도 하나 더 먹고 싶다면 얘기해줘. 아직 양이 많거든."
아직 몇 조각 더 들어있는 비닐을 보여주며 하늘은 팔을 내렸다. 그래도 이제 더 안 먹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을 했기에 더 권하진 않았다. 운동을 하는 이들은 칼로리를 상당히 신경쓴다고 하니까. 자신도 아주 조금은 신경을 쓰기도 하는만큼.
뒤이어 하늘은 상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반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던가. 그에 대해서 하늘은 그다지 말을 꺼내진 않았었다. 자신이 함부로 입을 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허나 그 사실에 대해서라면 아마 그도 듣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다지 입을 열진 않았다. 굳이 언급해서 좋을 건 없었으니까. 그저 그렇게 생각할 나름이었다.
"같은 반인데 이렇게 둘이서 이야기해보는 건 처음 같네. 아무튼 무슨 운동하고 있었어? 아. 운동하는데 방해되는 거라면 미안해. 하지만 조금 궁금해서. 패스하고 싶다면 패스해도 좋아."
운동특기생은 일반 학생과는 스케줄 자체가 달라서 교과시간 내내 운동하느라 교실에 얼굴 비추는 일이 드물어서, 그 아이의 반 내에서의 인지도는 둘째치고 누구라도 그 아이가 운동특기생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는데, 문하는 대회에 나가서 우승한 걸 몇 차례 아침조회 때 수상받으려고 조회대에 나간 적도 있을 텐데 하늘이는 확실히 문하가 운동특기생인 줄 모르고 있는 거야?
저번 마니또 이벤트 때 받은 경품을 사용할 수 있냐는 질문을 해주셨네요. 저번 이벤트에 걸려있던 상품은
1. 하고 싶은 이벤트를 말씀해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적극 추진해드립니다 2. 언제든 이벤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1회' 면제권을 드립니다 (ex. 만월의 날에 혼자 멀쩡하다!같은) 3. 실현 가능한 선에서 캐릭터의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4. 언제든 이벤트에서 사용하실 수 있는 1회 비틀기 권을 드립니다 (누구랑 짝 지어 주세요, 유리하게 시작하게 해주세요, 깍두시켜주세요..등)
이렇게 네가지 였습니다.
여기서 1번과 4번은 제 판단에 따라 경품 목록에서 불가피하게 삭제를 해야할 것 같아요 ㅠㅠ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1번 같은 경우에는 현재 이벤트를 여는 주체가 제가 아닌 하늘주라는 점, 그리고 언제든 건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에요. 또한 개개인이 여는 이벤트도 충분히 용인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4번 같은 경우엔 누구나 탐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마니또 이벤트가 진행될 당시에는 양/늑대 밸런스가 어느정도 맞아들어갔으나 지금은 양/늑대 밸런스가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기서 네명이 우선권을 가져가버리면 이벤트의 다양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우려도 있어서요. 물론 이 의견에 대한 반론은 언제든지 받습니다. 웹박수로 보내주셔서 그 의견이 타당하다 여겨지면 4번도 고려해볼 여지가 생길 것 같네요.
그래서 저번 이벤트때의 당첨자인 문하 민규 연호 새슬 네 아이의 오너분들께서는 2번과 3번 중에서 하나를 골라 웹박수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맞아. 사하주. 하나 질문 해도 될까? 그 전에 연호주와 일상 돌린거. 그 계양대 때문에 날아간 그거. 혹시 하늘이가 목격했다고 해도 괜찮을까? 그러면 하늘이의 입장에서도 일단 연호나 사하의 존재 정도는 인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호주에게 살짝 물어봤는데 연호주는 괜찮다고 했다만 사하주의 허락도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