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2를 먹을까 고민하는 비랑의 혼잣말에 툭 끼어든다. 떡볶이에 모듬튀김의 음료수까지.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될 것이었다. 메뉴판을 한 번 훑으니 한층 더 배고파진 기분이다.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깍지를 낀다. 그 깍지 위에 제 턱을 올려놓고 허리를 굽힌다. 퍽 진중해보이는 얼굴이다. 아까 웃었을때는 마냥 순해보이던 얼굴이 이렇게 굳어있자 또 사람이 달라보인다.
"나였으면 거기에 치즈 토핑과 베이컨을 추가했을 것 같아."
맑은 호수처럼 투명한 눈이 굴러가 비랑과 시선을 맞춘다. 동시에 선하의 메뉴 역시 정해졌다. 세트 1에 토핑 추가. 거기에 오뎅 하나 추가해 먹을 생각이다. 세트 1은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음료수가 나오는 기본적인 구성이었다. 오늘은 순대가 더 땡기기도 했고, 선하는 다시 한번 비랑을 흘겨본다. 불순한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뭣하면 실수인 척 뺏어먹을 생각이다. 일말의 고민도, 걱정도 없이 낸 결론이었다. 정말... 양심이 털로 뒤덮여 복슬복슬할 정도다.
"다 정했으면 같이 계산하러 갈래?"
딱딱한 제 표정을 인지했는지 그 사이에 얼굴이 만개하듯 밝아진다. 그 변화가 어찌나 극적인지, 친절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사무적으로 느껴질 지경이었다.
"선배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더라고요. 그러니 그걸 부정하진 않을게요. 선배는 그렇게, 저는 이렇게.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른 법이잖아요?"
하늘은 민규의 방금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하게 하면 될 일이었다. 1+1=2 처럼 절대적으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닌 이상, 어떻게 생각하건 하늘은 존중할 생각이었다. 물론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또 별개였다. 뒤떨어지기에, 정말로 필사적으로 피아노를 치고 또 친 하늘에게 있어서는 그런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답. 하늘은 마지막까지 민규의 답을 부정하지 않았다.
"진짜 작곡가들이 작곡하는거 보면 완전 다르다는거 느껴질걸요? 이런 한 가닥은 피아노를 좀 치고 연습하다보면 어떻게든 치는 법이라구요. 정말로 곡을 만들려면 그때부터 힘든거고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은 머리를 긁적였다. 허나 좋다라는 말 자체는 좋은지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배시시 웃어보이며 살짝 풀린 표정을 보이던 하늘은 당연하다는 듯이 곧 들리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요. 방과 후,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찾아오세요. 저는 거기에 있으니까요. 야자도 안하니까 시간은 많거든요. 아무튼 운동회에서 이어달리기와 100m. 기억해둘게요. 선배의 달리는 모습은 꼭 볼게요. 정말로 궁금하거든요."
그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뛸까. 괜히 두 손과 다리를 올려 뛰는 폼을 흉내내다가 하늘은 곧 무안함에 웃어보이면서 그저 앞만 바라봤다.
문하가 익숙하지 않은 게 무얼까, 아랑은 생각해 본다. 작고 따스하고 사소한 호의들이 익숙지 않은 건지. 그런 걸 주고받는다는 게 익숙지 않은 건지.
따라해보면 좀더 빨리 익숙해지지 않을까 했거든...
그 말까지 듣고 나서야 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버려 둘 수 없으니, 최소한만 챙겼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소하고 작아도 따스한 호의들이었고, 그것이 쌓여 네 마음속 뭔가를 움직였나 보다.
“내 호의가 네 마음에 와닿았으니까, 너도 호의로 응답하고 싶어진 거구나.”
아랑은 다정한 낯으로 웃어 보였다. 그건 보통 때보다 좀 더 어른스러운 얼굴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 따라 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하야, 천천히 익숙해져도 괜찮아. 빠르지 않아도 좋아. 처음은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고,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가 있는 법이잖아. ”
천천히, 서툴더라도. 아마 난 맞춰줄 수 있을 테니까. 너무 빠른 것보단 오히려 서툴고 느핀 편이 좋기도 하고. ...네가 페이스가 너무 빠르면, 오히려 내가 못 따라가는 수가 생길 수도 있어.
*
제일이면 하나만 고르라는 건가? 근데 이거저거 다 먹는 게 취향 찾는데 좋을 텐데? 고개를 갸웃갸웃하던 아랑이 과자를 세 개 집어왔다.
“ 제일 많이 먹어본 건 콘칩이고, 제일 좋아하는 거라면 미니쉘인데 그건 이미 먹어봤을 거 같은데에... ”
제일 스테디한 콘칩, 바리에이션이 다양해서 좋아하는 미니쉘 –그 중에서 딸기 맛이 제일 좋긴 했다-, 그리고 이건 이미 먹어봤다면.
“ 그리고 3년 내에 먹어본 것 중에 살짝 충격적으로 좋았던 건 이거야~ ” 빼빼로 더블딥 초코화이트. 작고 뚱뚱한 빼빼로인데, 화이트초콜릿 코팅 위에 초콜릿을 씌워 단맛이 더욱 풍부해서 좋았다. 다른 더블딥도 맛있지만, 처음 먹었을 때 살짝 충격 받았기 때문에 이게 제일 맛있게 느껴졌는걸. 그리고 아주 근래로 가면, 과자가.. 좀 호불호가 갈리는 민트초코가 유행하는 중이라 함부로 추천하는 건 어려웠다.
“ 맛 설명을 하라면... 콘칩은 고소한 쪽이고, 미니쉘이 클래식한 단맛이면, 더블딥 빼빼로가 약간 풍성한 단맛이라고 할 수 있겠네에. 뭐가 끌려~? ”
>>511 그렇구만! 아랑주는 그런 스타일이로구만! 그렇다면 혹시나 불안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물어봐줘!! 답할 수 있는 선에선 답할테니까! 그런데 내 생각엔 아랑이가 별별 짓을 다 해도 혐관이 되진 않을 것 같아서. 잘해봐야 하늘이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수가 팍 줄어드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싶으니 너무 걱정은 말라구!
>>512 애매뽀송하게 말랐어요.. <:3 여름이면 걍 놔둬도 알아서 마를텐데, 애매하게 가을 날씨라 좀 더 말리면서 스레 보려구요! 안녕하세요, 민규주~ ㅎㅁㅎ
>>513 (규리주 일 힘내시라!) (보듬스담) 늘 바빠보이셔서 토닥토닥 쉬게 해드리고 싶네요... 8ㅁ8 오늘도 화이팅이에요!
>>517 왜 애매하게 뽀송한가 했는데 습기 때문이었군요... <:0 (뒤늦은 깨달음) 문하 독백 보니까 문하 아버지는 선장님인가 싶기도 하네요! (선장님 아니어도 배 타는 직업이.. 있겠지만요!) 답레 가져왔고, 과자는 최대한 호불호 안 갈리겠다~ 싶은 걸로 골라봤어요!
>>520 와앙! 감사드려요, 하늘주! >:3 혹시나 불안해지면, 여쭤볼게요. 하늘주도 궁금한 거 생기시면 언제들지 물어봐 주세요! 별별짓ㅋㅋㅋㅋㅋㅋ에 잠깐 웃었습니다... 하늘이 한숨내쉬면서 말수 팍 줄어듬...은 애매하게 싫어진 정도나 불편해진 정도인가 싶네요! <:3 하늘이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자기 선이 확실한데 그 선 안에 든 사람(소꿉친구나 가족들..?)은 소중하게 여겨줄 것 같죠 >:3
>>521 해인주도 안녕하세요! 맞아요... 약간 가을 느낌 나요... <:3 (근데 저희 스레 애기들은 곧 여름에 들어가겠군요!)
>>527 굳이 수치로 따지자면 1이 완전 안 좋게 봄이고 10이 완전 좋게 봄 이라고 가졍했을 때 2.5 정도일 것 같네. 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도 회복이 불가능한건 아닌 정도? 1이 되면 그 다음부턴 아예 말 자체를 안 걸겠지만 사실 여기까지 갈 정도면 그건 작정해야 가능한 정도니. 그래서 내가 소꿉친구 선관을 안 구하잖아. 하늘이가 엄청 귀찮게 굴 것 같아서. (시선회피) 사실 시도는 해볼까 했는데 역시 상대 캐릭터에게 완전 미안해서.
별 생각없이 한 말에 꽤 맘에 드는 칭찬이 딸려와서인지 비랑은 기분이 좋아진 듯합니다. 배고픔으로 여유 없는 와중에도 찡긋, 하고 힘겹게 한쪽 눈을 감아 윙크를 하네요. 게다가 저 진지한 포즈, 어쩌면 비랑이와 잘 맞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랑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공통점─공감할 만한 점─을 찾아내는 편이긴 하겠지만요.
"치즈를 얹는 건 자칫하면 치즈와 떡이 동등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먹는 것도 맛있지만 오늘은 평범한 떡볶이를 먹고 싶어. 베이컨을 추가하는 것도 엄청 근사하긴 하지만 떡과 국물에 찍은 튀김을 번갈아 먹을 땐 애매한 토핑이 있는 건 좀 그래서 말이야."
개인따라 취향은 다른 게 당연하지요. 비랑은 스레에서 정말 희귀할 것 같은 진지한 미소를 지으며 선하를 바라봅니다. 평소의 부담스러울 만큼 반짝이는 눈보다는, 더 깊은 검은색을 띄고 있네요. 黑이 아니라 玄이라는 한자에 비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하의 기묘한 시선을 받고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에 금방 댕청한 눈으로 돌아와버렸지만요.
"그래~"
뭐, 비랑의 눈치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지요. 그냥 상대가 웃으니까 별 생각 없이 다시 웃으면서 계산대로 가려 움직입니다. 계산은 현금이네요. 별일없이 계산을 마쳤다면 둘의 테이블로 돌아와 누가 모르고 앉지 않도록 테이블에 벗어놓고 왔던 겉옷을 다시 입고 자리에 앉았을 겁니다. 당장 배고픈데 맛있는 냄새는 솔솔 나고 기다릴 시간은 기니 금방 어린아이처럼 초조한 표정이 올라왔겠지만요.
>>531 전 처음에 과자를 받아서 먹었어서, 빵 타입 선물받기 전까진 도쿄바나나는 과자구나~ 생각하고 살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ㅁㅎ 저도요! 외국과자 중에 호불호 갈리는 게 많은데, 도쿄바나나는 나름 만족했어요 >:3
>>532 연호주 안녕하세요~~ 상댕이 귀엽네요 ㅎㅁㅎ
>>533 조심해야죠 >:3 해인주도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기!
>>536 슬혜주도 안녕~~~~~~~~~~~~!! 좋은밤이에요!
>>540 오... 2.5..... (1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마음에 안드는데 회복이 불가능한 건 아님, 쪽이 뭔가 더 알기 쉽네요! 저도 그래요... 소꿉친구 캐 연애길 막히게 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귀찮게 할 금아랑이 걱정되서 소꿉친구 선관 못구하고 있어요 <:3 (같은 마음이군요 저희...ㅎㅁㅎ)
>>553 선하주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하는 합리적 의심의 시간인가? (야) 뭐 사실 하늘주는 그런 선관도 혹시 하늘이와 짜보고 싶다 하는 이가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이긴 해. 사실 꼭 그런게 아니어도 같은 중학교 출신이다 같은 것도 좋아하긴 하는데. 사실 내가 볼 땐 이미 짤 사람은 다 짠지라 새로운 시트로 음악 관련 캐릭터가 들어오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하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다음엔 밴드부 관련 캐릭터 들어오게 해주세요. (야)
>>554 사실 되게 애매한 부분이 있지. 그래도 괜찮아! 이미 있는 이들 구경을 하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