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 사람과, 벽에 부딪힌 사람의 답은 다른 법이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믿음에 부러움을 가지게 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민규는 하늘이 퍽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꽤 고집이 셀 것 같다는 추측 또한 조심스레 얹었다. 생각이 다르면 대화를 꺼려하는 타입인 걸까. 그러면, 설득도 어렵지. 구태여 설득할 생각도 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1시간, 2시간짜리 교향곡은 어렵더라도 말이야. 짤막한 노래들도 있지 않나. 나는 잘 모르지만서도.."
웃으니까 귀엽네, 얕은 생각이다. 칭찬에 솔직한 것은 싫지 않다.
"그래, 말없이 듣다가 가거나.. 잘 들었다고 해주는 편이 나으려나."
연주에 방해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연습을 방해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많으니까. 달리는 자세 취하는 것에 소리내어 웃었다. 요즘 들어 웃는 일이 잦다. 최민규는 퍽 감정이 요동치는 일이 적은 편이었으나,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그냥 조용히 들어도 좋고, 찾아와서 직접 들어도 괜찮아요. 누군가 들어도 좋고, 혼자 연주해도 좋지만 역시 누군가 있는 것이 좋거든요. 선배가 피아노 곡을 싫어하는게 아니라면 말이에요. 저도 싫어하는 사람에게 굳이 들려주고 싶진 않거든요."
피아노 곡이 싫다는 이에게 굳이 피아노를 쳐서 무엇할까. 좋아하는 이에게 들려주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칠 시간도 부족했다. 하늘은 민규가 그런 타입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매우 많이 즐기는 것은 또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하며 말을 얼버무리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연습이 바쁘겠지만 피아노를 배워도 되겠냐는 물음에 하늘은 잠시 생각하며 침묵을 지켰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인 탓이었다. 무작정 네 저로 좋다면요. 라는 말을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었다. 그런 무책임한 대답을 하고 싶진 않았기에 하늘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시간이 난다면의 가정이라면 괜찮아요. 가끔은 대회나 콩쿨 준비로 바쁘거든요. 그럴 때는 저도 가르쳐주고 싶어도 가르쳐줄 수가 없어서. ...안 좋은 버릇이지만, 그때만큼은 정말 다른 것을 모두 뒷전으로 두거든요. 공부도 다른 것도 모두."
물론 학교를 결석하는 일은 없었으나, 그만큼 피아노에 목을 매는 시간이었기에, 그 시간대에는 가르쳐주고 싶어도 가르쳐줄 수 없었다. 그런 사정만 이해해준다면 자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저도 가르쳐줘요. 달리는 거. 선배 시간 날 때. 졸업 후라도 시간 낼 수 있어요. 물론 거절해도 좋고요."
한창 진지한 분위기에 상대방이 윙크를 한다. 선하는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무거운 침묵이 암막처럼 드리우고 그 어둠 속 실날같은 빛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니. '얘, 나한테 끼부리나?' 누구 눈엔 뭐만 보인다고 아주 남들이 다 지같은 줄 안다. 선하는 잠시 판단을 보류하기로 한다. 지금 몹시 배가 고픈 상태이기 때문에 남한테 추근덕거릴 힘이 없었다.
"무슨 상관이야? 치즈든 떡이든 맛있는 건 매한가지야. 에너지 함량을 생각하면 치즈가 좀 더 현명ㅎ, 그래, 그렇지만 너의 의견을 존중할게. 먹는 걸로 왈가왈부하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지. 그런건 배부른 호사가들이나 신경쓰는 일이니까."
그리고 선하는 현재, 배고픈 늑대였다. 주문이 지연될 경우 제 앞에 있는 녀석의 손 살점을 한 입만 먹어도 되냐고 정중하게 물을 정도로 신사적인 늑대이기도 했다. 어차피 뱃속 들어가면 다 똑같은데 무얼 신경쓰나 싶다. 선하는 미식가가 아닌 대식가였기 때문에 반박할 의지를 금세 잃는다. 듣고보니 비랑의 말도 아주 틀린 말이 아니었다.
주문을 맞추고 들어온 선하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빼낸다. 티슈를 하나 뜯어내 테이블 위에 곱게 올려놓고 또 가지런히 정돈한다. 비랑을 똑같이 챙겨주는 것 잊지 않았는데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시간이 일찍 갈까 싶어서였다. 그렇다고 걸릴 음식이 빨리오는 일은 없다. 선하는 금세 우울해진다.
"...너 이름이 뭐야?"
침묵을 깨고 선하가 먼저 말을 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지름길은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걷는 길이라 하였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방금 처음 봤고, 저와 마음 맞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사람이라는 조건은 성립한다. 마음 안 맞으면, 뭐, 튀김 세 조각 뺏어먹고 말면 되는 일이다.
>>577 아 그렇지만~~~ (징징징) 그냥 보고 싶었어요 예... 힝힝 사실 선하 자체가 막 사람이랑 깊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땅치고 후회중) 선관 일상으로라도 보고 싶은 그런게 있네요,,, 아님 일상 진행되고 관계 쌓으면 충분히 볼 수 있겠다만야~~~~ 원래 돌아가는 길보다는 지름길이 좋다는 마음,,,
>>578 우마이봉 ㅋㅋㅋ 확실히 한국의 대체품도 많고... :3 저는 한국의 무슨 곡물바? 그게 더 취향에 맞더라고요 달달한게 맛있어요`~~ <:3
혐관...이 오너와 캐의 협상 결렬이라니요 잘 합의된 것 같은데~~ 잘 생각해보세요
내캐가 상대캐를 보면 얼굴을 붉히는가? 혐관 : o 사랑 : o 내캐가 상대캐를 보면 심장이 빨리뛰는가? 혐관 : o 사랑 : o 상대캐가 결혼할때 피아노치면서 축하해줄 수 있는가? 혐관 : X 사랑 : X
오늘 날씨에 홀려서 너무 많이 뛰었다가 기력이 삼도천을 건너서 하나하나 다 반응 못하는 무책임한 질문자를 용서해주세요..... 근데 뛰면서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구 지금 다 눈물좔좔 흘리면서 읽고 있읍니다... 이런 질문 캐릭터 특성 나오는 것 같아서 넘 좋은 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 울 산들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길 좋아하는 기적이 꼭 일어났음 좋겠어요.. 나 폭죽 터뜨릴 날 기다리구 있을게...... 안 일어나두 다른 좋은 일 행복한 일 빵빵 생길거다 얘들아 내가 장담혀.... 사하.. 사하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고릅니다........ >>589 이와중에 이거 보고 웃음 터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찐혐관은 찐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랑이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당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마음을 받아줬는데,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해주지 못하면 상처만 주게 되는 꼴이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알 수 있게, 날 좋아하게 하려고 해.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포기해야지.
>>595 둘 다를 택하거나 둘 다 아니거나 중 하나야. 거기다 문하의 인간관계는 엄청나게 좁은 편이고... <:3 그렇지만 자세히 말해보자면, 우선 문하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고자 한다면 먼저 '나는 저 사람을 내 마음에 들여보낼 수 있는가/들여보내도 괜찮은가' 를 먼저 따져볼 거야. 그런데 문하는 자존심이고 자존감이고 죄다 와르르 무너져버린 상태이기에, 거의 대부분은 '당연히 안되지' 라는 생각으로 지레 포기해 버리기에, 정작 문하 주변의 조금이라도 친하다 할 수 있는 인물들은 거의가 문하에게 먼저 호의를 갖고 다가온 사람들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