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5년 공부한 사람도 봤어, 하고 작게 웃어버렸다. 하늘을 따라 손가락으로 15를 표현했다. 양 손가락 쫙 펼친 다음, 접고. 그 다음에 한 손만 쫙 펼치기. 다리에 와닿는 시선이 느껴졌다. 괜히 무릎이 따가워지는 기분이라, 왼손으로 한쪽 무릎을 감싸듯 매만졌다. 아마 다리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너만큼 열심히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웠지 뭐야."
최민규는 하늘이 퍽 세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조금 가차없는 부분도 있는 걸까. 굳이 침묵을 언급하는 걸 봐서는, 최민규는 눈을 두 번 깜박여 생각을 끊어냈다. 묻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심하다. 사실 숨기는 이야기는 아니다. 부끄러운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제 과거일 뿐이다. 하지만, 초면에 하기에는 조금 무거운 이야기인 것도 사실이다.
"그 멜로디는 뭐야?"
달리는 것 같네, 응. 바람 같기도 하고. 덧붙였다.
"나는 피아노 치는 게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뭘. 각자 잘하는 게 있잖아? 난 잘 달리고, 넌 피아노를 잘 치고."
"그럼 어때요? 선배가 좋아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된거지. 열심히 하더라도,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좋아한다는 것은 아무도 뭐라고 할 그게 아니잖아요? 물론 열심히 하지 않고 성과가 어쩌고 남을 질투하고 그런건 조금 안 좋다고 생각하지만요."
자신과 싸운 이가 하늘에게 있어서 마음에 안 든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이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거면서 왜 쓸데없이 자신을 걸고 넘어지는지. 당시 중학생 시절의 음악부 사람들에겐 미안한 것이 많았으나 적어도 그 남학생을 포함해서 몇 명에게까지 그런 마음은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쭉 서로 없는 이 취급하고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며 하늘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방금 전 친 멜로디를 다시 연주하면서 되물었다.
"이거 말인가요? 딱히 제목은 없어요. 그냥 즉흥적으로 음을 합쳐본 것 뿐이니까요. 굳이 제목을 정한다면... 달린다? 러닝? 하하하하. 애초에 곡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한 가닥일 뿐이지만요."
애매하다고 생각을 하며 하늘은 괜히 웃음으로 무마하려고 하면서 아까쳤던 반짝반짝 작은 별의 한 가닥을 치면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그러면 다음에는 선배가 뛰는 거 봐도 될까요? 한 번 보고 싶어서요. 육상부 사람이 뛰는 거, 제대로 본 적이 없거든요."
이어 하늘은 그렇게 괜찮냐는 듯이 물었다. 물론 꼭 봐야하는 것은 아니니 거절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덧붙이며 오로지 선택권을 민규에게 넘기며 하늘은 피아노로 시선을 돌렸다. 검은빛 너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앞머리를 정리하면서 하늘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잠깐? 눈빛을 보니 뭔가 비랑의 머리카락을 고추장 레드로 보는 듯한 느낌이지 않나요? 물론 기분탓이겠지만 비랑은 어딘가 찜찜해졌습니다. 그래도 역시 식욕이 앞섰지만요.
끄덕.
비랑은 수락을 받은 순간 앞으로 튀어나갔습니다. 신사적인 합석객이 먼저 앉긴 했지만요, 어쨌든 무사히 자리에 앉은 비랑은 그런 건 다 상관없어졌다는 눈치입니다. 벽에 있는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바닥을 운동화로 죽 긁습니다. 아무리 배고파도 아무거나 시킬 순 없죠. 메뉴를 철저히 골라야 합니다. 하지만, 웃으면서 말을 걸어오는 합석객을 위한 대답 정돈 할 수 있지요.
"아직 안 정했어. 떡볶이 냄새 맡자마자 너무 배고파서 달려온 거라서. 일단 떡볶이집이니까 떡볶이 먹으러 온 건 확실해!"
떡볶이에 치즈나 면 같은 걸 추가하는 건 중대한 문제입니다. 면은 취향이 아니고, 치즈는 오늘의 기분이 아니네요. 매운 것도 그리 내키지 않는 하루입니다. 또, 사이드 메뉴. 중요합니다. 차라리 세트를 시키는 게 낫겠군요!
"음... 세트 2로 할까?"
기본 떡볶이, 튀김오뎅과 김말이를 포함한 잡다한 모듬튀김들, 매운맛을 잡아줄 음료수가 나오는 세트입니다. 오뎅이나 순대, 김밥을 포함한 세트도 여러 개 있는 듯하네요. 세트 2는 모듬튀김이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그럭저럭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추가금을 내면 어떤 메뉴든 +, ++, +++ 등의 단계로 곱빼기를 시킬 수 있다네요. + 1개당 +1배인 모양입니다.
먹구름에 뒤덮인 밤하늘의 음울한 갈색을 창밖으로 내다보며, 문하는 어둠에 잠긴 거실에 서서 창가에 팔을 괸 채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아, 그거... 네. 선발됐어요. 네."
문하는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쩌렁쩌렁하게 들려오는 환호성 소리에 잠깐 전화기를 귀에서 한 뼘 정도 떨어뜨렸다가, 환호성이 대강 잦아들 때쯤에 다시 전화기로 귀를 가져다댔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일본에서 한 2주 정도 지내게 될 것 같아요... 체육관에서도 대회 대비해서 특별훈련을 시작했고요. 다른 대표팀 선수들이랑 스크림이라던가, 국제권투연맹 대회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와서 스파링을 해줘요. 스파링 비중이 확 늘었어요." "아뇨, 딱히 힘들다고 느껴지진 않아요." "아버지도 별탈없이 잘 지내고 계신 모양이네요." "네, 그렇죠." "별난 일이요?" "...그걸 왜 거절해요." "........."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제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좋다니까요." "저는 제가 갈 길을 알아서 갈 수 있으니까. 아버지는 충분히 다시 시작하실 여유가 있잖아요. 저축도 엄청나게 해두셨겠다.." "전 어지간해선 찬성이에요. 아무리 상대가 안 좋아도 '그것' 보다야─"
통화기 너머에서 고함이 날아왔다. 문하는 움찔하며 전화기를 귀에서 뗐다가, 다시 다가붙였다. 훈계조의 말이 몇 마디인가 전화기에서 나온다.
"─알았어요." "네. 이번 기회, 놓치지 않으려고요. 저 개인한테 여러 방면으로 좋은 기회니까." "그러니까 감히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버지도 기회가 찾아오면 괜히 저 생각한다고 포기하시지 마시고 그냥 꽉 붙드세요. 어차피 그런 건 시간이 좀 걸리잖아요." "좀 가소롭게 들리실 수 있지만, 겪어봐서 알게 된 건데... 새로 무언가를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을 되찾는 게 몇 배는 힘들더라고요." "...알았어요. 조용히 할게요. -그래서, 배에는 뭐 별 일이라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게─"
간격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보통은 1주일에서 2주일에 한 번쯤 걸려오는 전화다. 전화가 한번 걸려오면 보통 통화하는 시간은 30분 남짓.
>>497 규리주 어서와. 그래 그것 마침 말하려고 했는데, 이런 이야기 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내가 오늘 일어나서 다시 내가 쓴 레스를 읽어보니 진짜 엄청나게 별로더라구... 혹시 규리주만 괜찮다면 다시 써와도 될까...? 나중에 이 레스 발견하면 답변해줘. 조심히 다녀와...!
그건 내가 할 말이 없는데. 벽에 부딪혀 운동화를 벗었던 그 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 묻는다면, 그래, 최선을 다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뛰었다. 그러니 몇 년 전의 최민규는 당당하게 하늘의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그 때만큼 최선을 다하지도 않으면서 막연하게 저 홀로 착잡해하고,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응원하고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해. 물론.. 그 마음을 티내는 건 안 좋지만."
퍽 어렵게 뱉은 말이다.
"뭐야, 작곡 못한다면서. 난 그거 좋은데."
아니면 악보로 옮기는 게 힘들다는 걸까. 막연하게 추측했다. 하지만 그건 배우면 꽤 빠르게 습득 하지 않나, 최민규는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더 이상 생각을 얹지 않기로 했다.
"당장 운동대회에서 이어달리기나.. 100m 달리기 관전하면, 나 뛰는 거 볼 수 있지 않을까."
>>490 하늘주가 하신 말씀 모두 이해했어요! 사실 사람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뢰를 밟을 수도 있는거고, 조금 분위기 싸늘해질 수도 있고 그렇다고 생각하거든. 다만 그게 오너끼리의 감정싸움으로만 가지 않는다면 오케이 << 라고 아랑주도 생각해요! 이게 제일 중요하지요 <:3 하지만... (서로 합의하에) 지뢰밟고 혐관되는 루트도 짜릿하다고 생각하는 한편, 그 짜릿함을 감당 못하는 새가슴이라, (지뢰 안 밟게) 조심조심 살아가고 있어요 ㅎㅁㅎ....
세트 2를 먹을까 고민하는 비랑의 혼잣말에 툭 끼어든다. 떡볶이에 모듬튀김의 음료수까지.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될 것이었다. 메뉴판을 한 번 훑으니 한층 더 배고파진 기분이다.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깍지를 낀다. 그 깍지 위에 제 턱을 올려놓고 허리를 굽힌다. 퍽 진중해보이는 얼굴이다. 아까 웃었을때는 마냥 순해보이던 얼굴이 이렇게 굳어있자 또 사람이 달라보인다.
"나였으면 거기에 치즈 토핑과 베이컨을 추가했을 것 같아."
맑은 호수처럼 투명한 눈이 굴러가 비랑과 시선을 맞춘다. 동시에 선하의 메뉴 역시 정해졌다. 세트 1에 토핑 추가. 거기에 오뎅 하나 추가해 먹을 생각이다. 세트 1은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음료수가 나오는 기본적인 구성이었다. 오늘은 순대가 더 땡기기도 했고, 선하는 다시 한번 비랑을 흘겨본다. 불순한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뭣하면 실수인 척 뺏어먹을 생각이다. 일말의 고민도, 걱정도 없이 낸 결론이었다. 정말... 양심이 털로 뒤덮여 복슬복슬할 정도다.
"다 정했으면 같이 계산하러 갈래?"
딱딱한 제 표정을 인지했는지 그 사이에 얼굴이 만개하듯 밝아진다. 그 변화가 어찌나 극적인지, 친절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사무적으로 느껴질 지경이었다.
"선배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더라고요. 그러니 그걸 부정하진 않을게요. 선배는 그렇게, 저는 이렇게.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른 법이잖아요?"
하늘은 민규의 방금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하게 하면 될 일이었다. 1+1=2 처럼 절대적으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닌 이상, 어떻게 생각하건 하늘은 존중할 생각이었다. 물론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또 별개였다. 뒤떨어지기에, 정말로 필사적으로 피아노를 치고 또 친 하늘에게 있어서는 그런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답. 하늘은 마지막까지 민규의 답을 부정하지 않았다.
"진짜 작곡가들이 작곡하는거 보면 완전 다르다는거 느껴질걸요? 이런 한 가닥은 피아노를 좀 치고 연습하다보면 어떻게든 치는 법이라구요. 정말로 곡을 만들려면 그때부터 힘든거고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은 머리를 긁적였다. 허나 좋다라는 말 자체는 좋은지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배시시 웃어보이며 살짝 풀린 표정을 보이던 하늘은 당연하다는 듯이 곧 들리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요. 방과 후,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찾아오세요. 저는 거기에 있으니까요. 야자도 안하니까 시간은 많거든요. 아무튼 운동회에서 이어달리기와 100m. 기억해둘게요. 선배의 달리는 모습은 꼭 볼게요. 정말로 궁금하거든요."
그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뛸까. 괜히 두 손과 다리를 올려 뛰는 폼을 흉내내다가 하늘은 곧 무안함에 웃어보이면서 그저 앞만 바라봤다.
문하가 익숙하지 않은 게 무얼까, 아랑은 생각해 본다. 작고 따스하고 사소한 호의들이 익숙지 않은 건지. 그런 걸 주고받는다는 게 익숙지 않은 건지.
따라해보면 좀더 빨리 익숙해지지 않을까 했거든...
그 말까지 듣고 나서야 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버려 둘 수 없으니, 최소한만 챙겼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소하고 작아도 따스한 호의들이었고, 그것이 쌓여 네 마음속 뭔가를 움직였나 보다.
“내 호의가 네 마음에 와닿았으니까, 너도 호의로 응답하고 싶어진 거구나.”
아랑은 다정한 낯으로 웃어 보였다. 그건 보통 때보다 좀 더 어른스러운 얼굴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 따라 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하야, 천천히 익숙해져도 괜찮아. 빠르지 않아도 좋아. 처음은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고,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가 있는 법이잖아. ”
천천히, 서툴더라도. 아마 난 맞춰줄 수 있을 테니까. 너무 빠른 것보단 오히려 서툴고 느핀 편이 좋기도 하고. ...네가 페이스가 너무 빠르면, 오히려 내가 못 따라가는 수가 생길 수도 있어.
*
제일이면 하나만 고르라는 건가? 근데 이거저거 다 먹는 게 취향 찾는데 좋을 텐데? 고개를 갸웃갸웃하던 아랑이 과자를 세 개 집어왔다.
“ 제일 많이 먹어본 건 콘칩이고, 제일 좋아하는 거라면 미니쉘인데 그건 이미 먹어봤을 거 같은데에... ”
제일 스테디한 콘칩, 바리에이션이 다양해서 좋아하는 미니쉘 –그 중에서 딸기 맛이 제일 좋긴 했다-, 그리고 이건 이미 먹어봤다면.
“ 그리고 3년 내에 먹어본 것 중에 살짝 충격적으로 좋았던 건 이거야~ ” 빼빼로 더블딥 초코화이트. 작고 뚱뚱한 빼빼로인데, 화이트초콜릿 코팅 위에 초콜릿을 씌워 단맛이 더욱 풍부해서 좋았다. 다른 더블딥도 맛있지만, 처음 먹었을 때 살짝 충격 받았기 때문에 이게 제일 맛있게 느껴졌는걸. 그리고 아주 근래로 가면, 과자가.. 좀 호불호가 갈리는 민트초코가 유행하는 중이라 함부로 추천하는 건 어려웠다.
“ 맛 설명을 하라면... 콘칩은 고소한 쪽이고, 미니쉘이 클래식한 단맛이면, 더블딥 빼빼로가 약간 풍성한 단맛이라고 할 수 있겠네에. 뭐가 끌려~? ”
>>511 그렇구만! 아랑주는 그런 스타일이로구만! 그렇다면 혹시나 불안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물어봐줘!! 답할 수 있는 선에선 답할테니까! 그런데 내 생각엔 아랑이가 별별 짓을 다 해도 혐관이 되진 않을 것 같아서. 잘해봐야 하늘이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수가 팍 줄어드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싶으니 너무 걱정은 말라구!
>>512 애매뽀송하게 말랐어요.. <:3 여름이면 걍 놔둬도 알아서 마를텐데, 애매하게 가을 날씨라 좀 더 말리면서 스레 보려구요! 안녕하세요, 민규주~ ㅎㅁㅎ
>>513 (규리주 일 힘내시라!) (보듬스담) 늘 바빠보이셔서 토닥토닥 쉬게 해드리고 싶네요... 8ㅁ8 오늘도 화이팅이에요!
>>517 왜 애매하게 뽀송한가 했는데 습기 때문이었군요... <:0 (뒤늦은 깨달음) 문하 독백 보니까 문하 아버지는 선장님인가 싶기도 하네요! (선장님 아니어도 배 타는 직업이.. 있겠지만요!) 답레 가져왔고, 과자는 최대한 호불호 안 갈리겠다~ 싶은 걸로 골라봤어요!
>>520 와앙! 감사드려요, 하늘주! >:3 혹시나 불안해지면, 여쭤볼게요. 하늘주도 궁금한 거 생기시면 언제들지 물어봐 주세요! 별별짓ㅋㅋㅋㅋㅋㅋ에 잠깐 웃었습니다... 하늘이 한숨내쉬면서 말수 팍 줄어듬...은 애매하게 싫어진 정도나 불편해진 정도인가 싶네요! <:3 하늘이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자기 선이 확실한데 그 선 안에 든 사람(소꿉친구나 가족들..?)은 소중하게 여겨줄 것 같죠 >:3
>>521 해인주도 안녕하세요! 맞아요... 약간 가을 느낌 나요... <:3 (근데 저희 스레 애기들은 곧 여름에 들어가겠군요!)
>>527 굳이 수치로 따지자면 1이 완전 안 좋게 봄이고 10이 완전 좋게 봄 이라고 가졍했을 때 2.5 정도일 것 같네. 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도 회복이 불가능한건 아닌 정도? 1이 되면 그 다음부턴 아예 말 자체를 안 걸겠지만 사실 여기까지 갈 정도면 그건 작정해야 가능한 정도니. 그래서 내가 소꿉친구 선관을 안 구하잖아. 하늘이가 엄청 귀찮게 굴 것 같아서. (시선회피) 사실 시도는 해볼까 했는데 역시 상대 캐릭터에게 완전 미안해서.
별 생각없이 한 말에 꽤 맘에 드는 칭찬이 딸려와서인지 비랑은 기분이 좋아진 듯합니다. 배고픔으로 여유 없는 와중에도 찡긋, 하고 힘겹게 한쪽 눈을 감아 윙크를 하네요. 게다가 저 진지한 포즈, 어쩌면 비랑이와 잘 맞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랑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공통점─공감할 만한 점─을 찾아내는 편이긴 하겠지만요.
"치즈를 얹는 건 자칫하면 치즈와 떡이 동등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먹는 것도 맛있지만 오늘은 평범한 떡볶이를 먹고 싶어. 베이컨을 추가하는 것도 엄청 근사하긴 하지만 떡과 국물에 찍은 튀김을 번갈아 먹을 땐 애매한 토핑이 있는 건 좀 그래서 말이야."
개인따라 취향은 다른 게 당연하지요. 비랑은 스레에서 정말 희귀할 것 같은 진지한 미소를 지으며 선하를 바라봅니다. 평소의 부담스러울 만큼 반짝이는 눈보다는, 더 깊은 검은색을 띄고 있네요. 黑이 아니라 玄이라는 한자에 비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하의 기묘한 시선을 받고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에 금방 댕청한 눈으로 돌아와버렸지만요.
"그래~"
뭐, 비랑의 눈치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지요. 그냥 상대가 웃으니까 별 생각 없이 다시 웃으면서 계산대로 가려 움직입니다. 계산은 현금이네요. 별일없이 계산을 마쳤다면 둘의 테이블로 돌아와 누가 모르고 앉지 않도록 테이블에 벗어놓고 왔던 겉옷을 다시 입고 자리에 앉았을 겁니다. 당장 배고픈데 맛있는 냄새는 솔솔 나고 기다릴 시간은 기니 금방 어린아이처럼 초조한 표정이 올라왔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