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난감했다. 몸의 상처야 대충 어떻게 치료하는지 알고있었어도,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지기자신의 마음이 상처를 입었다면 시간에 의해 천천히 알아서 회복되도록 놔두었겠지만, 남은 아떻게 해줘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 ....어떻게 하면 치료돼? "
그래서, 치료해주는 입장에서는 부끄럽지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확실히 알아내기는 힘들더라도 실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 아, 응! "
그리곤 그녀가 내미는 손을 덥썩 잡았다. 해달라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혹시나 모를 상처를 치료하는 일(호하는걸로 치료가 되는지는 미지수지만)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손에 상처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열심히 그녀의 손을 마사지 하듯이 주물거리다가 호, 호, 하고 가볍게 바람을 불어주었다.
" 응? 날 알아? "
어떻게 아냐는 듯한 눈빛을 했지만, 자기자신이 얼마나 튀는지 알고있으니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대도 그녀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표현하진 않았다. 그런걸 믿을 나이도 아닐뿐더러 지금은 현실이 더 좋으니까, 대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세상은 가끔, 마법보다도 더 신비롭게 반짝이는 때가 있어.' 현실도 충분히 기분 좋고, 기쁘고, 행복할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그렇기에, 먼 길을 돌아서도 잊지 않고 다시 돌아와준 당신에게 더 고마움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무수한 감정들을 차치하고서라도 감사와 사랑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해냈고, 또한 그것을 쉬이 잊지 않기 위해 한곳에 보관해두기로 했다.
"떠나고나서야 깨달았으니까... 바보같은 짓을 했지만 지금 이렇게 놓고 보면 오히려 다행이네요. 그대야를 잊지 않았다는게..."
그동안 저질렀던 일들중에 그것 하나만큼은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했다. 사실 그것이 아니면 일상적인 자신의 삶에 딱히 큰 여흥도 느끼지 못했을테니까,
그저 입맞춤일 뿐인데도 어째서 이렇게 두근거리는건지, 잔뜩 예뻐해달란 말 하나가 어떻게 이리 귀엽게 들려오는지 수많은 의문이 떠오르다가도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제 뺨에 손을 가져가 부비적거리다가도 손가락에 쪽, 입을 맞춰보기도 하면서 어리광을 부리는 당신에게 응하듯 그녀 역시 차분한 미소로 입술까지 살며시 이끌린 검지에 약간 힘을 실어 간질여보았다.
"안될 것도 없죠? 하지만... 이렇게 울기만 하다간 짠맛만 가득할 거라구요~?"
조심스럽게 손을 올리고서 방울방울진 당신의 눈가를 톡톡 두드려주었을까? 다시 뺨에서부터 천천히 쓸어내리듯 허리로 와선 감은 팔에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역시 자신만 바짝 누워있는 것은 불공평하다 생각하기라도 한걸까? 자신은 누운 채로, 당신은 엎드린 채로, 잠깐 엇갈려 서로의 귓가에 얼굴이 스칠때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하교까지라니... 밀회치곤 긴 시간이지 않나요? 뭐어, 그것도 괜찮겠죠... 후후후...
이젠 더이상, 숨어 있을 이유 따위 없으니..."
물듯 말듯, 귓가에서 두어번쯤 이가 부딪히는 가벼운 소리가 들리더니 항상 그래왔다는듯 그녀는 다시 목덜미를 물어오기 시작했다. 교묘하게도 방금 문곳과 살짝 떨어진 부분인걸 보면 언뜻 배려로 비춰짐과 동시에 조금씩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모양새와 닮아있었을런지도 모른다.
" 다행이야.. 슬혜가 날 잊지 않았다는게... 그리고 나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게.. "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살면서 한번 정도는 '그때는 너무나도 사랑했었다'고 말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체념과도 같았지만, 분명 포기를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슬혜가 자신을 잊지 않아줘서 너무나도 고맙고 기쁠 따름이었다. 완전히 정이 떨어져서, 질려서 자신의 손을 놓아버리고 멀어진 줄 알았으니까. 마음 한켠에 생겨났던 커다란 상처 하나가 아물기 시작한 듯 간질거리는 느낌이 느껴졌다.
" 간지러어.. "
차분한 미소를 지은 체, 검지로 입술을 간질거리는 슬혜에게 앳된 아이가 된 것처럼 맑고 명랑한 목소리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간지럽다고 하면서도 마냥 슬혜의 손가락을 떼어내고 싶진 않은지, 애교를 부리듯 쪽 하고 한번 더 입맞춤을 해줄 뿐이었다. 그런 손가락 하나 마저 예쁘다는 듯.
" 좋은 날인데.. 역시 울기만 하는건 안 좋지, 응.. 이젠 웃을게.. "
그러다 슬혜의 손이 멀어지고 자신의 눈물이 맺힌 눈가를 톡톡 두드려주는 슬혜의 손길을, 수줍게 눈을 꼭 감은 체 받아들인다. 손길이 닿는 곳마다 따스한 느낌이 머물다 사라져서 느낌이 없어질 즈음에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해보였다. 그러다 뺨을 지나 자신의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에는 작게 움찔거리며 새하얀 얼굴을 복숭아처럼 곱게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힘을 주었을 땐, 행복에 찬 소리가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정말로 이젠 슬혜의 것이 되었다는 실감이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얌전히 슬혜의 힘에 이끌려 가슴을 맞댄 체 엎드리곤 귓가에서 느껴지는 숨결과 소리에 집중한다.
시아는 그렇게 작게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오는 슬혜의 목을 감싸안으며 그녀를 받아들였다. 슬혜가 흥이 날법한 소리를 가까워진 슬혜의 귓가에 몇번이고 흘리며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 흔적을 남기던 슬혜가 이번에는 위로 가도록 몸을 옆으로 눕혀 두사람의 위치를 바꾼다. 이젠 슬혜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어버린 시아는 맑은 웃음을 흘리며 슬혜를 향해 속삭였다. 슬며시 혀를 이용해 자신의 입술을 훑으며.
" 좀 더 맛보고 싶지 - ? "
두 팔을 자신 위의 슬혜에게 뻗으며 시아라는 이름의 늪으로 슬헤를 더욱 빨려들어가게 하려는 듯 했다. 더이상 두사람은 숨지 않을테니까.
마니또 후일담도 써야지~ 싶었는데... 아니 이벤트 다끝나고 위키 들어가보니까 또 선물이 들어와 있는 거에요... 민규주.. 이런 건 온몸으로 티를 좀 내주셨어야죠 8ㅁ8... (왈칵) 아랑이의 마니또분들은 아랑이를 좀 (어쩌면 많이?) 기다려달라... 문하주도 아랑주를 좀 기다려달라예요.. ㅇ<-<
손가락은 파스 뿌리고 자니까 담날 좀 괜찮네요! 걱정해주셔서 곰마워요 ㅡ////ㅜ 나중에 뵈요! (스르륵 사라짐)
엄청 강렬하게 생겨서 순진한 데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봐도 마음 다칠 일이 없는데 다쳤다고 하니 곧이곧대로 믿어준다. 울리려고 한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믿어주길 기대한 것도 아닌데. 치료법까지 묻는 게 꽤 진심 같았다. 거짓말이면 아주 훌륭한 연기자인 거고. 문제는 사하가 뒷일까지 생각 안 했다는 거다. 치료법을 묻는 말에는 어깨만 으쓱였다. 모르니까 어쩔 수 없다. 마음에 난 상처도 자가치유가 되던가?
내민 손을 잡는 연호를 보자 입꼬리가 다시 꿈틀댔다. 혹시 이게 치료법이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안 까졌다고 말했는데. 부탁한 적도 없는 마사지까지 받고 있으려니 조금 황송해진다. <착하네.> 가볍게 칭찬한다. 이건 뻥 아니다.
"나는 너 자주 봤는데, 너는 나 한 번을 못 봤어?"
금세 납득하는 연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특기라는 말에 대한 동의이기도 했다. 어딜 봐도 쉽게 잊힐 인상은 아니긴 하다. 언제나 구석에서 활동적이었던 면까지. 근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약간 억울하다. 나도 흔하게 생긴 편은 아니지 않나. 머리색 때문에라도 특이하다 생각할 법한데. <너무하네. 진짜 상처난 것 같아.> 시무룩한 기색과 함께 중얼거린다.
의문을 표하며 홍현의 얼굴을 한 번, 더 떨어진 약이 없는지 바닥을 한 번 더 본다. 본인의 얼굴을 훑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고 가볍게 웃었다. 그러면서 명찰이 위치해야할 곳을 슬쩍 훑었으나 그 위로 흰 가운만 보일 뿐이었다. 약학부 소속이라는 이야기에 아, 하며 수긍한다. 실험용이구나.
"시험기간인데 고생하네. 약학부 애들끼리 하는 거야? 아니면 혼자?"
주말이니 약학부 소속인 학생들이 학교까지 나와서 실험을 하긴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물어본 것도 잠시, 다음으로 홍현이 한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눈썹을 더 미묘하게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알고 있지. 말하고 있는 게 양이 먹는 억제제라면 말이야."
본인이 파악한 사실을 말하는 게 좋을까, 그러지 않는 게 좋을까 가늠하듯 고민하다 그냥 말하기로 한다. 거짓말은 할 수록 뒤로 가서 꼬이니까. 이 시점에선 굳이 할 필요도 없고. 아는 사람이 늘어 좋을 건 없겠지만 본인이 양인 걸 알게 되어서 당장 나쁠 건 없고. 자연스레 떠오르는 의문을 바로 묻는 것을 보류한 채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전부 그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 억제제로 실험을 하는 거야?"
'너는 양이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루트로 억제제를 구한 거고?' 라며, 약의 출처에 대해서 묻고 싶었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화두로 떠오르지 않는 이상 보류하기로 했다.
앞에서 허둥대는 연호를 물끄러미 본다. 상처받은 척하던 얼굴도 없고, 눈치보는 듯한 기색도 없다. 방울토마토 관찰일기 쓰는 사람 같은 눈이다. 오늘은 몇 cm가 자랐는지, 열매가 얼마나 달리고 얼마나 붉어졌는지를 따지는 것 같은. 연호를 방울토마토 보듯 바라보던 사하의 감상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제 말 하나하나에 쩔쩔매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뭐라고 한 거 아닌데. 울지 마."
사하가 다시 어깨를 으쓱인다. 정말로 그냥 해 본 말이다. 기억하는 게 신기했다. 연호가 눈에 띈 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저는 움직이긴 커녕 그냥 가만히 앉아서 바람 맞으며 꽃구경이나 하고 있었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사하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생각없이 던진 말에 지나치게 미안해하는 것 같아서 분위기를 좀 풀고 싶었다. 진담으로 듣든 농담으로 듣든 의미는 용서로 귀결되니 듣는 사람 마음은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다.
"내 이름 은사하야. 3학년. 이제 와서 존댓말 쓰라고 안 할 테니까 안심해."
말과 다르게 눈은 은근히 연호를 흘겨본다. 장난이었는데 이거에 또 놀랄까 봐 금방 표정 풀었다. <다음에 기억하는지 볼 거야.> 덧붙이며 여즉 잡고 있던 손을 가볍게 흔든다. 아까는 일방적으로 호 받기 위한 거였다면, 이번엔 상호교류를 위한 악수였다. 나 까먹지 말라고.
때로는 미련이 도움이 될때도 있구나, 싶은 그런 날이었다. 그녀가 남긴, 당신이 남긴, 어쩌면 정말 하찮은 수준에 다다라버렸을지도 모를 미련 앞에서도 사람은 언제든 변할수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아마 그 미련의 형태가 깊게 각인된만큼, 되살아나는 속도도 빨라졌겠지.
"그러게요... 한 한달쯤 고양이처럼 그대야 주변을 빙빙 돌고나서 말을 걸어봐야 했을까요?"
체념은 할지언정 포기는 하지 않았기에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었고, 그 기회와 선택이 있었기에 지금 이런 상황까지 다다르게 된것이다.
과연 이걸로 당신의 마음이 제대로 치유가 될지는 그녀로선 알수 없었지만, 설령 아니라 해도 다시금 보듬어나가면 될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최소한 당신이 그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전까진, 계속 이어질 일이었다.
살짝 장난치는 손길에 마치 앳된 아이마냥 맑고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금방이라도 꽈악 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그건 조금 뒤의 일로 미뤄두기로 했다. 우선은 느긋하게 시작하고 싶으니까, 초반부터 힘을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재회가 반가워도, 너무 불타오르면 나중에 갈피를 못잡을테니.
"아, 물론... 경우에 따라선 우는 것도 괜찮으니까요?"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하는지 비죽이던 그녀는 순순히 자신의 손길대로 끌려오는 당신에게서 익숙하면서 낯선 무언가를 느꼈을지도 몰랐다. 서로의 가슴이 맞닿은만큼 어쩌면 심장소리도 한층 더 또렷하게 전해질까?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이런 두근거림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자신의 목을 감싸안던 당신이 이번엔 몸을 빙글 돌려 누워있던 서로의 위치를 바꾸자 잠깐 놀란듯 당신을 지켜보는 그녀였지만 얼마 안가 그 행동을 이해한듯 조용히 웃어보였다.
"그러네요... 어쩌면 제가 지나쳤을, 어쩌면 새로이 알게 되는 걸지도 모를 모습이 궁금해요..."
이제야 제대로 보기 시작했으니 궁금할 거라는 당신의 말에 끄덕일 수밖에 없던 그녀는 차분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서 조심스럽게 당신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어 살살 쓸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