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8 주원이 사랑은 스며든 사랑 같은 느낌이야.... 봄이 와서 살살 건드려가지구 꽃이 화악 피어나는 것 같구려 홀홀 >>964 그거 아 걔 맨날 장난쳐서 짱나 ㅡㅡ 하는데 나중에 애들 좋아하는 사람 썰 풀면 단골로 나오는 사람 포지션 아니냐고....!!! >>965 근데 사물함 열어보면 러브레터 있는 그런 친구인 거죠 ㅇ.<)~* >>967 하이틴 세계관에는 찐으로 하늘이 팬클럽 있을 것... 내가 다 보고 왔다....... 그중에 한 명이 접니다 >>969 헉 뭔지 알지요 민규 조용히 좋아하는 애들 짱 많을 것 같은데 눈물 좔좔 흘릴 듯.. 사하는 어느 교실이든 구석자리에 앉아있는 걔일 것 같읍니다..... >>97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얘 알아? 하면 다 ㅇㅋㅇㅋ하고 연애고민 도와줄 것 같은.. 그런 느낌..... >>975 아 잠만 맨날 그렇게 우는 사람 전데요 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국놈들아 더 줘 있는 거 다 줘!!!! >>980 문하 막 티비에도 나오구 그럴까.. 여기도 팬클럽 백퍼있음 중복가입 가능이라 제가 했어요
>>11 가끔 아닐텐데 내가 쌓여있는 거 봤는데.... 내가 다 보고 왔다니까 진짜루 찐임 완전 진짜 >>12 나 힘냈어... 왜냐면 나 하이틴에 진심이니까..... >>13 산들고 세계관이라도 뭔가 음악하는 친구들은 알음알음 알고 있을 것 같구 그렇다..! 은근한 견제의 대상이지 않을까.. '0' 힘내라 하늘이
>>37 받자 마자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더니, 반 친구들이 모두 놀라며 저를 쳐다봤어요! >가예 : 나도 보고 있었어 주원아^^ 더이상 몽몽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하고, 편지도 주고 받지 못하다니! >가예 : 내일보자^^ 저도 끝나면 몽몽님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가예 : 우린 이미..
>>6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다 보고 있었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든 볼 수 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친구..같은반 친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
>>38 마지막에 촉이 좋았는데 아쉽군요! 가예는 오히려 찾아달라고 했겠죠. 그편이 더 재미져(?
>>61 힌트를...(머리짚
주원이한테 두번째 선물이 케이크였는데, 배달은 성에 안차서 카페 방문 >>> 이때 마니또에게 받은 카메라로 카페 촬영(두 번째 선물 답변) >>> 기숙사엔 보통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케이크 포장후 월요일 아침에 기숙사로 들어가서 바로 주원이 사물함으로 >>> 두 번째 편지의 '가져오는 과정이 꽤 번거로웠답니다.'
이었는데 너무 어려웠군요. 남의 선물 답변도 다 봐야 하구요. 아무튼 그랬읍니다! 선물도 더 주고 싶었는데 일정상! 그랬읍니다!
🧃 마니또 TMI -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햇살에 말린 이불이라는 이름의 유래 : >1596278065>569 - 쪽지를 쓸 때마다 말투는 좀 서툰 느낌을 의식하고 썼어.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입니다. 말투를 반복해서 딱딱해 보이긴 하지만 예의바르거나 부드러운 존댓말이 익숙한 느낌은 아니게. - 첫 번째 선물 비하인드: 사실 컵케이크의 구조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초코칩) (생크림) (자두) (컵케잌) 겉으로 보면 컵케이크 위에 생크림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입에 넣고 씹어보면 생크림의 달달함 속에 숨어 있는 자두를 찾을 수 있다는 느낌이었지. 조그맣고 비싼 디저트=맛있음 이라는 공식답게 엄청 맛있지만 먹고 나면 감질나는 크기야... 그만큼 비랑이의 지갑이 얇아질 만한 가격이었지만. 하트 뿅뿅 포장지는 투명하고 긴 포장지에 https://ibb.co/yVyGB3t 이런 무늬만 있는 멋없는 디자인. 포장지가 투명해서 빨간색이 이것보단 더 짙고 비치는 색깔이었겠지만 디자인 자체만으론 고작 이 정도! - 두 번째 선물 비하인드: 첫 번째 선물 때 '취향 아니면 냉장고 넣어놨다 다른 사람 줘도 됩니다'나 이번에 '잘 몰라서 그냥 비싼 걸로 샀는데 좋아하시는 거라니 다행입니다'같은 말은 약간 둔감함? 무심함? 선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걸 나타내려고 했어. 상대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지만 선물 자체엔 그닥 관심이 없으니까. 비랑주 고정관념 속의 남자들 특징) 꽃 같은 거 받는 것보다 실용적인 거 주면 말없이 잘 씀... 그리고 분홍색 머랭쿠키가 자두를 닮았다고 쓸 때, '자두랑 복숭아랑 비슷한 과니까 자두 대신 복숭아 같은 머랭쿠키를 줘야지'하다가 그냥 명확하게 자두로 틀었거든. 근데 잘 알아맞춰줘서 좋았다! 그리고 혹시 선배님이란 호칭이 고도의 심리전이 아닌가(?)라는 건.. 후배 맞습니다 하고 생각하면서 봤지... 초록 하트 귀엽다! - 세 번째 선물 비하인드: 사실 떠오르자마자 바로 보내서(캡틴에게 약간 텀을 두고 올려 달라고 했지) 세 번째 선물에는 사하 답변에 대한 반응이 없어. 영화감상부라고 알고 있다고 설정하고 써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비랑이가 어떻게어떻게 묻고들어서 도달한 걸로... 기뻐해줘서 좋았어! - 네 번째 선물 비하인드: 공부 잘 하라고 준 선물이긴 하지만 사실 공부 안 할 때 써도 된다구. 낮잠 잘때라던가. 그럴 의도였다! - 다섯 번째 선물 비하인드: 담요를 줄까 쿠션을 줄까 하다가 탕평책을 택한 결과가 이거다! 비랑이는 빨강이니까 쿠션이 빨강(진홍)!이란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렇게 티나진 않았나 보네. - 여섯 번째 선물 비하인드: 편지를 처음에 준 게 좋았을까 고민도 했지만 이것도 괜찮아. 사실 편지 내용은 어떤 걸 할까 고민했는데, 역시 비랑이는 장난을 쳐야 하니까. 행운의 편지 변화구를 날렸지. 웃어줘서 고마워! 폭죽은 사실상 비랑이의 상징물이고, 불꽃도 빨강 계열. 근데 처음부터 존댓말을 썼던 게 알아차리게 하기엔 에러였단 생각이()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 선물까지는 사하가 어떤 걸 받으면 좋을까 생각을 했다면, 여섯 번째 선물은 마지막이니만큼 비랑이가 무엇을 주고 싶을까를 생각해서 골라봤어. 나나 비랑이나, 선물은 주고 싶은 게 아니라 상대가 받고 싶을 만한 걸 생각해야 한단 마인드여서. (잘 됐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역시 마지막쯤은 장난쳐도 되겠지 하고 폭죽을 줘버렸다! - 레몬즙 편지: 뒷면의 Just kidding은 진심으로 행운의 편지를 믿고 보낸 게 아니라 그냥 깜짝 놀래켜 주기 위해 보낸 거라는 의미야. 사하도 다른 사람에게 행운의 편지를 안 돌리기로 해서 다행.
TMI) 컵케이크 얌얌 먹어버리고 하루치 행복 다 채운 사하가 귀여워서 사망의 위기에 처해 있었어. 뽀송이라고 부르는 것도 너무 귀여웠고! 같이 태워달라 하면 무섭겠다 하는 생각이나 레몬즙 편지 진짜 간직해 주는 거나 행운의 편지에 엄청 웃어주고 행운이든 불행이든 선물로 받은 건 모두 갖겠다던가 하는 부분이 주요 입덕 포인트! 사하 팬클럽에 가입하기로 했어! 역시 자연스럽게 학교 옥상에서 태우진 않는구나... (당연함)를 알았고. 비랑이가 라이터를 갖고 있는 이유는 아버지가 어디서 받았던 판촉용 라이터를 받았기 때문이야. 광고용으로 쓰여 있는 글씨는 문질러 지웠지만. 비랑이는 담배 안 하니까 안심하라구! 😉
소년의 음성을 끝으로, 몇 초간 빗물이 세차게 나무판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불규칙한 리듬이 얼핏 규칙적으로 들릴 정도로 강하고 빠르게. 새슬의 녹색 눈동자가 문하의 검은 것을 고요하게 마주했다. 그게 영원히 지속된다고 해도? 떠오른 의문은 내뱉지 않는다. 그저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금방 스러질듯 한 눈 앞의 창백한 소년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 무미건조한 눈동자 안에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먼저 바라보던 시선을 거둔 쪽은 새슬이었다. 문하가 건네는 수건을 얌전히 받아서, 가만히 목에 대었다. 딱 이 정도, 이 정도의 친절인 것이다. 비 오는 날, 흠뻑 젖은 사람을 그냥 두지 못 할 정도의 우연한 친절. 더 큰 기대는 품을수록 위험해진다. 그런데도 자꾸만 마음을 일렁이게 만드는 이 무언가가,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좀먹어 온 이 외로움이, 이성적인 판단은 제쳐두고 온기를 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새슬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목구멍까지 기어올라오는 본능의 외침을 삼켜내는 것이었다.
“해 볼까, 그러면.”
이 비가 모두 그칠 때까지, 몇 시간이든. 새슬이 다시 희미하게 웃으며, 실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내기하는 거야. 너와 나, 어느 한 쪽이 지쳐 떨어져 나갈 때까지. 내기 따위, 사실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애써 장난치는 것 마냥. 거기까지 내뱉고서, 새슬이 다시 수건에 고개를 묻었다. 한동안의 정적, 다히 고개를 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른하게 웃는 얼굴.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규리의 화려한 자화자찬에 문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규리를 올려다보았다. 실제 얼굴이 그럴듯하게 반반해서 뭐라 할 말이 없기에 문하는 그냥 입을 꾹 닫고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람과 말 섞으면서 이런 생각 하는 거 아니긴 한데... 피곤하다. (※ 문하라는 캐릭터의 생각입니다.)
피곤함이 묻은 표정으로 앞으로 시선을 돌리던 문하를 멈춰세운 게, 규리의 말이었다. 친구? 문하는 새까맣게 죽은 눈으로 가만히 규리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풋, 하고, 얕게 웃었다.
"그래, 뭐... 괜찮네. 친절하고 잘생기고 귀여운 강규리."
어조는 농담하듯 평이했지만, 그렇잖아도 죽어있는 눈으로 이런 말을 하자니 왠지 빈정거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고 문하는 생각했고, 그래서 결국 그는 그가 싫어하는 일을 좀 하기로 했다. 사족을 붙이는 것 말이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하고. 코너를 돌아보면, 딱 봐도 학교 강당 두 개를 이어붙여놓은 것만한 초대형 창고 같은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동영체육관이라는 화려한 전광판이 번쩍이고 있었다. 문하는 문득 규리가 가고자 했던 곳이 어딘가 궁금해서 시선을 내려보았다. 규리의 시선을 쫓아가자, 그가 가고자 했던 그 화방이라는 곳이-문하는 화방에 대해 잘 몰랐지만 어쨌건 뭔가 한문이나 미술 시간에 본 적 있는 것 같은 무언가가 진열돼있는 가게가 보였다.
하핫! 가예는 선물에는 딱히 주는 사람의 특징을 넣으려고 하진 않았읍니다. 가예는 받는 사람에 맞춘 선물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져. 비타민 D젤리도 3학년 올라오면 내신관리빡세짐>여전히 성적을 유지중인 주원이>그럼 공부시간이 늘어났겠군! 싶어 줬고! 숱이 많은 편인 것 같아 4번째 선물은 스프레이형 헤어 에센스로 하려고 했답니다! 일정상 못들어왔지만요. 흑
>>86 헉 나 이런 tmi 너무 좋아해 ㅠㅠㅠㅠㅠㅠ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자세히 풀어줘서 고마워.... 내가 비랑이인 거 전혀 예상 못했던 거 존댓말 때문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랑이 넘 깜찍! 발랄! 장꾸! 이런 느낌이라 진짜 1도 예상 못한......... 아마 중간에 내가 반응 늦었던 건 현생이 방해해서였을 겁니다 뒷사람 일에 영향받아버린 반응... 눈물좔좔...... 안 그래도 마니또 선물 다시 보는데 붉은 계열 많더라고 되게 늦게 아 비랑이...!! 했는데 그랬군요... 그와중에 몇 개는 맞춘 게 있어서 뿌듯하다 홀홀(ex. 복숭아....) ㅋㅋㅋㅋㅋㅋㅋ 받고 싶은 거 줘야 한다는 비랑이의 생각 대성공이었어! 덕분에 사하는 아주 즐겁구 행복한 봄을 보냈을 거야~~! '-^)!!!! 비랑이 서툰 존댓말.. 각잡고 얘기하는 것도 진짜 귀여웠다 나두 팬클럽 가입했어.. 사실 내가 대장이야....
>>98 >>100 (삐걱삐걲 야광봉 흔듦) 아니 첫 커플의 성사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는 건 또 어어엄청 오랜만이네요. 기쁩니다 >:3....!!! 축하드려욧~~!~!!! 슬혜시아를 시작으로 앞으로 핑크빛이 만연해질지 또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군요..... ^.^ 호호호 팝콘 많이 튀겨놔야겠어요!
아랑주 손... 무리하지 마시구 삐시거나 하신 거면 찜질 꼭 하시고.. .어.. 어어.... (처치법 잘 몰라서 고장남) 어쨌든 꼭 잘 쉬시구 건강하게 돌아오셔야 해욧~!!~!!
>>119 일단 오너인 나는 뜬금없이 오너인 나에게 패드립을 하거나 썅욕을 하거나 그런 게 아니면 그다지 신경 안쓰는지라. 사실 날려도 그냥 무시하고 말지. 하늘이는 그런걸로는 싫어하지 않고... 아마 거기서 계속 늑대를 언급하면서 너잖아. 너지? 너 아니야. 너 맞잖아. 이러면 진짜 크게 정색했겠지만 딱히 그런건 없었는걸. 딱히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 나온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진 않아. 다만 그걸 안 따를 뿐이지. 그래서 고집이 매우 강한 애야. (절레)
이건 가예와의 일상에서도 살짝 거론되었는데 하늘이는 싫어하는 이에게는 말을 하질 않아. 제일 구분이 쉽지.
사실 연플이라던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왔다기보다는 그냥 이 스레에서 하늘이는 어떻게 성장할까라는 궁금증에 온 것이 커서.. 좋아하는 이가 생기고 고민하다가 마음을 접으려고 해도 진짜 안 되면 끙끙 앓기도 하고, 그러다가 결국 포기하고 인정한 후에 고백을 한다거나 그럴 수도 있겠지.
고민에 빠진 하늘과 달리 선하는 별 생각 없었다.(...) 조금 짓궂게 말한 감이 없잖아 있기 했지만 복잡한 생각을 거친 결과는 아니었다. 당황한 기색이 선하의 얼굴에 스친다. 대충 아무거나 연주해주겠지,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제안한 것이었다. 사실 '아무거나'가 제일 어려운 주문인 법이지만 선하는 그걸 몰랐다. 반쯤 장난으로 시작한 연주는 진지하게 끝을 맺었다.
"너... 정말 피아노 좋아하는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즉흥적인 부탁을 저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리가 없다. 떨떠름한 얼굴을 지워낸다. 불쾌감에 의한 것은 아니고 당황한 것을 말미암아 생긴 얼굴이었다. 선하가 듣기에 어색한 부분 없었으니 잘쳤다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와중에 노래도 퍽 마음에 들었다. "신기하지..." 습관적으로 입술을 손끝으로 문지른다.
음악시간 후에 피아노를 붙잡고 앉은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평범한 수준의 피아노 곡이나 칠 줄 알았는데 말이다. 깜짝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이걸 뭐라하지? 피아니스트가 실력을 숨김? 한때 밈으로 유행했던 웹소설 제목을 떠올리며 선하가 답을 한다.
"아까는 잘치는지 모르겠다느니 뭐니 하더니 겸손하게 굴었네."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간다. 아까처럼 마냥 밝은 웃음은 아니었지만 부정적인 느낌 역시 아니었다. 흥미가 생겼는지 선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늘 뒤에 섰다. 팔짱을 끼고는 피아노 선반을 본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악보 없이 곡을,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쳐내는 게 평범하지 않은 것쯤은 알고 있다.
자신의 손목에 묶여지는 네 리본을 멍하니 바라보다 왠지 돌이 된 것처럼 굳어서 좀처럼 떼어지지 않는 입술을 달싹여. 몇번이고 몇번이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으면서도 자꾸만 무언가를 말하려 입을 달싹이다가 간신히 내뱉은 말.
"사랑해..사랑해..."
계속해서 말해주고 싶은데, 지금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이 상황을 몸이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는 탓에 떨리고 갈라진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사랑해.
그때도 지금도 널 사랑하고 있었어.
사랑해.
사랑했었다니 그때도 지금도 마음은 변한 적 없었으면서
" 언제나 하고 있었어, 사랑. 네게 수줍게 방과후 귀갓길에서 고백을 했을 때에도, 너와 모두에게 숨기고 연애를 했을 때에도, 네가 날 두고 떠났을 때도.. "
" 단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까.. 사랑했었다는 말은 잘못 됐으니까.. "
천천히 몸을 움직여 무릎을 꿇고 있는 네게 다가가 팔을 뻗어 목을 감싸안고 교복이 더러워지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그대로 널 빈 교실의 바닥에 눕혀. 빈교실의 바닥에 비단이 펼쳐지는 것처럼 고운 네 분홍빛 머리카락이 펼쳐져. 그 모습을 눈에 담다가 천천히 바닥에 눕혀진 네게 고개를 가까이 해.
" 사랑해, 슬혜야. 쭉 그래왔어. "
이건 확실히 해야하는게 맞을테니까. 나는 널 내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해. 애초에 단 한번도 널 향한 마음을 잊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네게 올곧게 전해. 어떻게 하면 네가 내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을까. 마음을 열어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답답해. 그러니까..
행동으로 보여줄거야.
" 사랑해, 슬혜야.. "
나는 바닥에 눕힌 네 입술에 나의 입술을 가져가 겹치며 양손으로 네 손을 맞잡아. 부드러운 손을 내 손으로 감싸안고 내 사랑을 이 입맞춤으로 전해주려 애를 써봐. 어떻게 하면 좀 더 전해질지, 어떻게 하면 네가 좀 더 기뻐하고 행복해할지 고민하면서, 매달리듯 네게 입을 맞춰가.
시선을 돌려 바라본 눈은, 음울한 회색 하늘 아래에 잠겨서 마치 거기에 있어야 할 것이 없이 뻥 뚫려있기라도 한 마냥 검었다. 별빛 한 점 없는 밤하늘이 거기 있었다. 무언가 담겨있는 게 어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소년에게 시력이 존재하는지마저 의심될 정도로 눈은 마냥 공허히 비어 있었다. 기대에 배반당하고 낙원을 잃어버린 사람의 눈이었다. 그러나 시점마저도 잃고 닿을 곳 없는 어딘가를 향하여 멍하니 놓여있는 것만 같던 그 눈길이, 지금 이 순간은 명백히 새슬을 마주보고 있었다. 새슬이 거기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것처럼.
새슬이 톡 꺼낸 장난스런 농담에, 문하는 처마로 돌리려던 시선을 다시 새슬에게로 돌렸다. 얼굴에 수건을 파묻고 나서, 다시 얼굴을 들어올리고 웃으며 농담이야, 하고 중얼거리는 것까지 다 들어주고 나서야, 문하는 늦은 대답을 꺼냈다.
"성립이 안되는걸, 내기."
당연하다.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 그 차가운 독방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늘어나는데. 애초에 가당찮은 애걸을 해서 여기서 헤어졌어야 할 만남을 멈추어놓은 것은 문하가 아니었던가. 문하는 문득 고요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는 나직이 말했다.
"...여길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나는 또 혼자야."
그래, 분명히, 변덕이었는데, 친절이라는 자신에게 희박한 감정이 어디서 갑자기 날아와서 끼어들었다. 그렇게 된 걸로 하기로 정했는데.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친절이라고 써붙여둔 그것은 자기한테 붙은 이름표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문하는 다시 가방을 뒤적거렸다. 핸드폰을 꺼내고, 이어폰을 꺼낸다. 그리곤 자기가 하나를 귀에 끼고, 다른 하나는 새슬에게 건네주었다. 더 이상 말을 해봐야, 쓸데없는 소리들만 자꾸 나올 것 같아서.
"좋아해요. 이 시간대에 치러 올 정도로요. 그리고 겸손이 아닌걸요. 저보다 실력 좋은 사람들은 많은걸요."
제 아무리 피아노를 잘 친다고 한들 결국 정말 작정하고 연주하는 늑대 피아니스트에게는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 차이를 인정할 수 없어, 정말 끝없이 연습을 하나 그들이라고 어디 가만히 있겠는가. 실력의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은 사실이었기에 하늘은 그 점만은 깔끔하게 인정했다. 자신보다 실력이 좋은 이가 많다고. 조금 쓰린 표현이었으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피아노 건반 부분을 보고 있었기에 자신을 위한 연주를 해달라던 그녀가 지금 어떤 모습인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 자신을 향한 목소리마저 형턔를 못 느끼고 놓치는 일은 없었다. 자신을 향한 그 물음에 하늘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 곡도, 다른 곡들도 치는 것은 많거든요. 일단 대회나 콩쿨 같은 것에 나가기도 해서. 꾸준히 연습해야하거든요. 이런 곡, 저런 곡, 클래식, 뉴에이지 등등."
오른쪽 손을 건반에서 떼어내며 하늘은 오른손 손가락 네 개를 접었다가 다시 펼치며 손을 건반 위로 옮겼다.
커피를 과량섭취할 때 주의할 점은 카페인 과다뿐만 아니라 커피에 설탕을 넣었다고 쳤을 때 당분을 지나치게 흡수해버리게 되는 점이야. https://namu.wiki/w/%EC%8A%88%EA%B1%B0%20%ED%81%AC%EB%9E%98%EC%8B%9C 나와라 만능 장작위키
문하의 말마따나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 내기였다. 누구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 둘 모두가 쓰디쓴 패배감밖에 남지 않는, 승자 없는 게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심 더 바라 보는 것이었다. 이미 결말을 아는 게임이라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온 몸이 부서지고 망가져도 멈추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란 것을 안다. 머릿속으로 그려낸 완벽한 그림은 간혹 꿈에서나 나타날 뿐, 현실에 나타날 리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순간만이라도.
“..같이 있자. 비가 그칠 때 까지만이라도, 혼자이지 않을 수 있도록.”
원한다면, 비가 그친 후라도 아주 잠깐동안은. 일부러 계속, 이라는 단어는 입에 담지 않았다. 너무 큰 것을 바라면 되려 벌을 받는다. 빠르게 부풀어오르는 욕심을 깨달은 새슬이 지그시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제서야 새슬은 서로가 기묘하게 닮아 있음을 깨달았다. 비록 그것이 같은 곳에서 비롯된 것인지, 온전히 같은 이름을 띠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서로가 가만히 서로를 위로해 줄 수 있을 만큼은 닮아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검은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희미한 모습.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잔잔하게 가라앉은 멜로디가, 추적이는 빗소리와 꽤 잘 어울렸다. 빗소리는 잦아들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대로 한참을 더 내리는 걸까. 불확실한 미래에 심장이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것을 노랫소리에 깔린 낮은 둥둥거림을 따라 두근대는 것이라고, 그렇게 자신을 속이면서, 녹색 시선이 허공을 맴돌았다.
라고 희망차게 말했지만 껍데기뿐인 말인걸 선하는 안다. 피아노를 즐기면서도 지나치게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걸 보아하니 단순 취미는 아닐 것이다. 치열한 경쟁속에서는 실력에 대한 자신감은 커녕 확신하는 것조차 힘들다. 경쟁따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로지 어제의 자신만이 척도인 자들만이 스스로의 실력에 만족할 수 있다. 우리는 그래서는 안되지. 선하는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말엔 알맹이가 없다. 자신감을 가지라던가, 지금도 충분히 잘한다는 말 역시 무용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건 상대방일테니까 말이다. 선하는 그냥 웃어주기로 했다.
"어쩐지. 그런 것 같더라. 치열하게 살고 있겠다. 응원할게."
대회를 나간다는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팔짱만 끼고 있는게 심심했는지 손을 뻗어 피아노 끝자락의 건반을 두어번 쳤다. 손가락이 길고 가느다란 덕분에 피아노를 잘 칠 것 같은 인상이다. 애석하게도 저 손으로 피아노는 커녕 실로폰도 제대로 못친다.
괜찮냐는 물음에 선하는 새삼스럽다는 듯이 하늘을 쳐다본다. 선하가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고는 불쑥 묻는다.
"너 나 걱정하니?"
웃는 낯이 봄 꽃처럼 화사하다. 그 말 한마디만으로 충분히 기쁜 것처럼 보였다. 약간 피로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건 만성적인 것으로 견디지 못할정도는 아니었다. 잠 몇분 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거니와 이미 말을 건 시점에서 잠을 청하기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먼저 음악실에 자리잡은 사람을 내쫓을 정도로 기분이 나쁜 상태도 아니다. 사족은 떼어내고 본론으로 말하자면,
"자는 것보다 이렇게 구경하는게 더 재미있는 것 같더라. 이런, 내가 너무 방해가 됐나?"
그랬다. 흥미가 없으면 애초에 말 걸지도 않았을 것이다. 선하의 눈썹이 한데 모인다. 설마 방해가 될까 두렵다는 듯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다. 사실 이쯤되면 방해가 되니 불편하다고 대놓고 말할 사람 몇 없다. 설령 불편하다해도 눈치 없는 척 잠이나 잘 생각이었다. 별 걱정 없이 지껄인다.
그야, 우승 상품으로 걸어야 할 것을 내기 내용으로 걸어버렸는데 내기가 성립이 될 리가. 어느 한쪽이 패배선언을 하는 순간 둘 다 동시에 패배해버리는 역 치킨게임이 되어버렸는걸.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이름밖에 없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나누게 된 게임치고는 참 기묘한 게임이다.
새슬이 나직이 건넨 말에, 문득 문하는 자신이 영영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를 바랄 때 느껴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심박마저 그 숨을 죽여버리고 만 지 오래된 흉곽을 한번 훑고 지나간 것 같아서. 무언가를 바란다거나 하는 것을 이제 두 번 다시는 못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장난 기능이 금방 돌아오지는 않았다. 무엇인지 딱 꼬집어 말하지 못할 어떤 바람은 머리로 올라와 뚜렷한 장면이나 글자를 이루지 않고, 차갑게 마비되어 있던 흉곽 속을 맴돌며 찌르르 맥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랫동안 짓눌려서 피가 전혀 통하지 않던 사지말단에 다시 피가 공급될 때의 그 감각처럼.
그것이 다시 조금씩 미약하게 비틀거리는 꿈을 꾸고 있었다
제대로 형상도 채 이루지 못한 실체없는 그 감각에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서, 그것에 질질 끌려가버릴 것 같아서 문하는 소리없이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기약없는 빗소리는 언제 그칠지 모르고, 회색의 하늘은 조금씩조금씩 검푸르게 변하고 있었다. 비거스렁이가 섞인 공기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차갑다... 차갑다는 게 느껴졌다.
문하는 팔을 뻗었다. 그리고 새슬의 어깨를 감싸안고는, 자신의 품에 기댈 수 있도록 부드럽게 당겨붙이려 했다.
>>385 tmi지만은 헤어진 뒤에 얘도 헤까닥해서 '우리집 X까.'하고 가출해서 멋대로 독립해살았다는 설정이니까, 하지만 아직 법적으로 묶여있을 나이라서 이래저래 본가에서 계속 압력 들어오는... 그런 나름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인 아가씨... 적폐캐해 재밌지 뭐~~~~~~~~~~ 나 그런거 좋아해~~~~~~~~~
체온은 제 생각보다도 꽤 빠르게 날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이미 말라버린 지 오래된 입술이 색을 잃어 파리했다. 그래도 추위에 떠는 모습 따위를 보여 굳이 걱정을 만들고, 그로 인한 더 이상의 얽힘을 막으려고, 그러려고 애써 아무 말 않고 있었는데. 문하의 손이 어깨를 감싸쥔 순간, 새슬이 만들었던 얇은 벽이 빠르게 산산조각나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새슬 자신이 부순 것인지도 모른다. 새슬의 몸은 따로 춥다는 칭얼거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충분히 차가웠다. 축축할 거야. 그런 시답잖은 생각은 필요 없었다. 적어도 새슬은 그렇게 느꼈다. 떨어져 있기에 느낄 수 없었던 미세한 떨림이, 이제는 숨길 수 없이 퍼져 나갈 터였다.
“조금.”
그치만 괜찮아. 곧 따뜻해지겠지. 이렇게 붙어 있으면, 너도, 나도. 여전히 핏기 없는 입술로 중얼거렸다. 문하가 끌어당긴 그 자세로, 새슬은 조금의 뒤척임도 없이 가만히 품에 기대어 있다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고마워.”
그 뿐이었다. 무엇에 감사한지는 끝내 흘러나오지 않았다. 나눠준 온기에, 홀로 두지 않고 붙들어 준 너의 작은 친절에. 어쩌면 아예 다른 것에. 듣는 이가 해석하기 나름인, 제멋대로인 감사인사였다.
날이 점점 저물어가고 있었다. 잿빛 구름에 가리워져 평소와 같은 예쁜 색의 노을은 얼굴도 내밀지 못한 채, 그저 주변은 빠르게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비는 싫어, 어둠은 싫어. 그치만 이대로 있으면, 어쩌면 괜찮을지도 몰라. 속에서 칭얼대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가만히 죽였다.
? 적어도 이 남정네도 이치에 들어맞는 말을 하는 위인은 아니다. 만약 농담이라면 과연 그런 듯이 웃기라도 하든가. 피로한 얼굴에 아무 감정도 담지 않기는 여전한 채 헛소리를 헛소리로 받아치는 것이었다. 대화만 들으면 벌써 연호에게 두드려 맞기라도 했다. 신묘한 이치로 계단을 거슬러 올라간 사람이 슬픈 눈으로 내려오든 손 잡아올리든 무표정하던 놈은 연호가 더 이상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되어서야 입을 쭉 찢어 꺼질 듯한 웃음을 지었다. 뼈만 남아 마디 두드러진 엄지로 느리게 가지런히 모아졌을 상대편 네 손가락을 쓸며 카람빗같이 차갑게 눈을 휘고선.
주황색 우산. 중학교 시절 교복. 그리고 비석 앞. 주원은 그 비석 앞에 두 무릎을 굽혀 앉는다.
"거긴 어때? 살만해? 여긴, 글쎄. 지금까지와 다르지도 않아. 앉아서 지루한 수업을 듣고, 늦게까지 야자를 하고, 또 동아리 활동을 할 애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이젠 고3이라고 수능이다 뭐다... 매일이 힘들어."
"나는, 달라지려고 노력했어. 네가 하던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너처럼 잘은 안되더라.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들고 다들 행복해지는거야?."
장난스레 웃음.
"원래 자신을 되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그렇다고 내 늑대의 재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웃으며 따뜻하게 대하려고 해도, '뭐야, 얘.'하는 시선에 금방 움찔 하고 물러나게 되어버리거든. 너라면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줬겠지? 누구에게나."
조금 숙인 고개.
"가끔은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해. 과거의 나. 내가 되려던 나를. 하지만 계속 이 모습을 유지해나가다보면, 이게 진짜 내 모습이 되겠지? 언젠가 한 번 버린 것이라고 해도 말이야."
쓴웃음.
"나, 네가 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어. 적어도 한 명은. 지금은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야. 이걸로... 너와 조금은 비슷해졌을까?"
스스로에게의 물음.
"하지만, 이걸로 된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너처럼 그게 자연스럽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어쩌면, 내가 할 일이 아닐지도. 하지만, 그 때 내가 네 손을 잡고 약속한 것은... 거짓말이 아니니까. 너처럼 존재만으로도 타인에게 따뜻함을 전달해주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쓸쓸한 미소.
"나도 너처럼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 주고 싶어. 다시 사람을 믿고, 사람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사람. 스스로를 죽이던 나를 잡아 끌어당겨준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
"그렇게 해야만 너에게 받은 은혜를 갚을 수 있을 테니까. 언젠가 말했지? 그렇게 누군가를 도우면, 그 누군가는 또 다른 사람을 도와 선행이 돌고 돌거라고."
문하의 체온은 결코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품 안에 기대어지는 새슬의 몸이 차게 느껴졌다. 차가운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것과 동시에 따뜻하기도 했다. 신기한 감각이었다. 처덕, 하고 눅눅히 젖은 옷감이 달라붙는 것보다도... 계속 떠돌고 떠돈 끝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딘가에 도달한 것 같은 안도감이 가져다주는 온기가 더 컸다. 어찌할 바를 모를 이 낯선 온기를 나누어줄 사람이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새슬이 파르르 떨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조금. 하고 새슬이 하는 대답에, 아까 가방에서 꺼낼까 말까 하다가 꺼내지 않은 것을 꺼냈다. 이거 한 장 덮어봐야 얼마나 따뜻하겠냐고, 이걸 꺼내주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꺼내지 않았던, 등하교 때 잠깐 입는 와이셔츠였다. 이젠 모양 같은 건 별로 따지고 싶지 않았다. 자신과 비슷하게 차가운 바람에 떨고 있는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었다. 바보가 된 것처럼,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문하는 이미 져지가 덮여있는 새슬의 어깨 위에 와이셔츠도 덮어씌워주고는, 새슬을 자신의 품 속으로 조금 더 바짝 당겨안았다. 고마워, 하는 말이 흘러나오자, 문하는 나직이 반문했다.
"그러면 말야."
잘 조각된 그리스 조각상처럼 싸늘했어야만 할 품이, 어룽어룽 온기를 되찾고 있었다.
"너, 같이 있어줄래."
조금씩 어두워지는 사위 아래, 새슬의 것보다 조금 더 하얀 머리카락이 새슬의 머리 위로 조금 어설픈 동작으로 기대어오는 게 느껴졌다.
"나도 같이 있어줄게."
문하는 나직이 약속했다.
─────
빗소리는 많이 줄어들었다. 이제 비는 토독토독,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의 가랑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랑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단서는 빗소리뿐이었다. 깜빡 잠든 걸까, 어느샌가, 해는 완전히 떨어져버리고 한밤중이 되어 있었다. 온통 탁하고 어두운 주황색 비구름으로 덮여 있는 하늘 아래, 새까만 공제선으로 변해버린 공원과 동네의 풍경에 드문드문 가로등만이 밝혀져 있다.
...아직도 추울까. 글쎄. 이제 춥지는 않다. 새슬에게 감깃기운이 느껴지느냐 아니냐와는 별개로, 몸은 어느 정도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새슬의 몸은 아직도 누군가의 품 속에 기대어져 있었다. 길다란 우산을 들고, 새하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로 눈을 감고 있는 창백한 소년. 그는 끝까지 새슬을 안아주고 있다가, 새슬과 함께 잠들어버렸던 모양이다. -그도 잠시, 새슬이 잠에서 깬 기색을 눈치챘는가, 그의 머리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500 엩, 순식간에 에유가 2개가 되었다! 용사라며언... 앞뒤 안가리고 일단 전장으로 뛰어드는 무대뽀 용사일까요... 가서 대차게 다치고 와서 힐받고, 또 무작정 들어가서 다치고... 반복하다가 마지막엔 마왕 잡고 죽는거심(??) 아이돌...? 얘 아이돌 가능해요...? (연호 본다)(안본다) 한다고 치면 댄스위주가 되지 않을까...싶네요.
이 레스를 보고 단순함의 적수는 같은 단순함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플러팅 상대로 세상에 이런 강력한 수를 두다니 연호 대단하다🤦♂️
"?" 이것 보라, 교내 이상한 놈 Top 3에는 드는 마구잡이 플러팅맨도 찰나나마 머리 위에 작은 갈고리를 뛰우지 않는가. "아니, 낫게 하려면 물질이 필요한데. 병원비로 넉넉히 이백이십사만 원쯤 입금해주면 말끔히 회복할 수 있을 거 같아." 하고, 꽤 단호박 같은 태도로 단호박 같은 시선을 똑바로 마주쳐 온다. 당연히 그렇게 해줘야 하지 않느냔 듯 어느새 딱딱한 무표정이다. 인격이 휙휙 바뀌는 것 같기도 하다.
"이백이십사만 원 입금할래, 아니면 몸으로 때울래."
질문 종류마저 휙 바꾼 유신은 맞잡은 손을 보며 반쯤 눈꺼풀 내리감는다. 피로를 과시하듯. "나 힘들어. 안아들어줘." 라 중얼거리니, 이제 방금 한 질문도 사실상 의미를 잃어버렸다. 어깨부터 흘러내려 간당간당 팔꿈치에 걸친 가방이 한층 비딱해진 꼴을 한다.
손잡고 있으면 다 낫는다고 말했다면 정말 잡고있었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무려 돈이라는 종이쪼가리에 지배되고 있는 세상은 연호를 그렇게 호락호락 놔주지 않았다.
" 어, 음... "
남아있는 손으로 지갑을 꺼내서 일단 내부를 확인해본다. 대략 30초정도 돈을 열심히 세던 그는, 기쁜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팍 들어 유신과 시선을 맞추었다.
" 224원은 있어!! "
대체 왜 기뻐한걸까? 그리고 4원은 어디서 난걸까? 여러모로 태클걸 부분이 많았지만 어쨌던간에 연호에게 남은 선택지는 실질적으로 단 하나밖에 없었다.
" 몸으로 때우겠습니다. "
충성을 한번 박고서 유신이 안아들어달라고 하기 전까지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냐고? 설마 아무런 명령이 없어서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시는건가? 핫하, 안타깝게도 우리의 연호는 생각보다 더 단순하고, 이상한 놈이다. 그가 움직이지 않은것은 몸으로 때운다는게 '두들겨 맞는것' 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신이 안아들어달라고 했을땐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무튼 해달라는 대로 하주리고 했다.
" 얍. "
....어쩌면 그에게 '안아들어달라' 라고 한것은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말 그대로 이현을 안은 뒤에, 그 상태로 번쩍 들어올리려 했기 때문이다. 지금 저항한다면 자세를 바꾸거나 다시 내려갈 수 있겠지.
기대어 안긴 모양새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자니, 지쳐 나른해진 몸에 졸음이 몰려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시끄럽게 처마를 때리는 빗소리가 점점 흰 안개 속으로 스며들어 흩어지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면서 막 잠에 빠져들려고 할 때, 낯선 누군가의 나직한 중얼거림이 새슬의 귓가로 흘러들었다. 나도 같이 있어줄게. 이성이 아득히 멀어지는 와중에 그 짧은 한 마디가 기뻐서, 새슬이 희미하게 웃었다. 아주, 아주 희미하게. 드물게 기분 좋은 꿈을 꿀 지도 모르겠다. 멀어지는 감각을 다시 붙잡을 새도 없이, 깊은 잠에 빠진 건 순식간이었다.
ㅡ
다시 잠에서 깬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 새슬이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잠들기 전까지 몸을 감싸던 한기가 아니라 기분 좋은 온기였다. 좋은 꿈일 것이라고 치부했던 것은 그 때문일까. 머리 위에서 깼어? 하고 물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새슬은 눈을 뜨지 않은 채 그대로 목이 잠긴 웅얼거림만을 토해냈다. 으음. 시야가 가리워진 채 느낄 수 있는 건 누군가의 목소리, 사부작거리는 소리, 잦아든 빗소리, 그리고 지금 닿아있는 온기. 눈을 뜨면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 같은 두려운 기분이 들어서, 새슬은 눈을 뜨는 것 대신 조금 더 품을 파고드는 쪽을 택했다. 어차피 꿈인데, 이 정도 욕심은 괜찮잖아. 무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깨닫지 못한 채, 잠에 취해 몽롱한 음색으로 중얼거렸다.
“…깨고 싶지 않아.”
잠에서 깬 뒤, 곁에 아무도 없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러울 뿐이다. 여전히 머릿속은 불투명한 안개의 색. 새슬이 애써 찍어누르던 작은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기에는 그야말로 딱 좋은 상태였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몇 마디가 붉은빛을 되찾은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자.”
계속. 마지막 말에 가까워질수록, 거의 의미 없는 웅얼거림처럼 들릴 정도로 뭉개져 갔다. 꿈, 기분 좋은 꿈. 색색거리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제대로 침대에 눕지도 못했고, 베개는커녕 변변한 이불 하나 덮지 못했건만, 그것은 작년에 맞이한 종말 이래로 문하에게는 처음으로 취해보는 고문이 아닌 달디단 숙면이었다. 눈을 감아도 어떤 얼굴도 떠오르는 일 없이, 어떤 악몽을 꾸는 일도 없이, 길어봤자 서너 시간이었겠지만 문하에게 그것은 정말로 고요한 잠이었다.
그렇게 내내 때려부었음에도, 아직도 가랑비가 질기게 한두 방울씩 톡톡 떨어지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의 비. 조금이라도 몸을 틀면 계속 내린 비로 쌀쌀한 비바람이 느껴질 테지만, 져지와 와이셔츠에 감싸인 채로 기대어져 있는 품 안은 그런대로 따뜻했다. 새슬이 잠꼬대하듯 따뜻한 품 안으로 파고들자, 품의 주인은 뭐라 별 말 하지 않고 새슬의 어깨를 감싸안은 단단한 팔에 좀더 힘을 주어 새슬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더 자려고?"
그는 새슬의 곁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딘가에 기대어안겨있는 새슬의 머리를, 굳은살투성이의 손이 조심스레 살며시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새슬이 웅얼거리듯 흘리는 말에, 그는 새슬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해."
문하는, 새슬이 나직이 흘리는 잠꼬대를 받아안았다. 의문 같은 것은 진작에 씻겨나가고, 그새에 이것은 서투르나마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문하 스스로도 다 흘리지 못한 잠꼬대를 살며시 새슬에게 포갰다.
"이대로 있어줄 테니까."
네가 일어나건, 더 자건. 너도 지금 나와 있어주고 있잖아. 새슬의 어깨에 씌인 자신의 져지며 와이셔츠가 흘러내리진 않았는지 한 번 추슬러주고, 문하는 새슬은 품어안은 채로 정자에 앉아 새슬이 잠에서 깨기를 기다렸다. 아니 어쩌면 새슬과 함께 다시 잠에 들려고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대로 털고 일어날 수도 있고 또 잠들 수도 있는데, 밤중이라 새슬이가 헤어지기 싫어한다거나 하면 문하가 자기 집에서 하룻밤 재워주려 할 수도 있다는 점 말씀드리고.. 답레 두고 갈게..
'참 이상도 하지...' 그녀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지난 1년간의 공백에서 쌓아올린 벽이 단 하루만에, 아니... 단 하루도 안되어서 무너져내렸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하고 되물어도 알 수 없었다. 당장의 자신이 품었던 마음도 제대로 설명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이 의문을 수학자나 철학자마냥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
이렇듯 인간의 마음은, 인간의 감정은 그녀에겐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었다.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이들에게서 눈을 돌린지 오래되고, 더이상 아무도 무어라 하지 않을즈음, 그녀는 자신의 앞에 쌓아올려진 벽을 보고서 뿌듯해했다.
적어도 당신을 다시 만나기 전까진...
"재밌네요. 이런 상황도, 그대야의 진심이 느껴지는 사랑고백도...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은데,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와닿아요... 무언가에 취한 것처럼, 약을 과하게 먹었을 때처럼...
참 이상하죠? 그대야도 알겠지만... 분명 저는 이런것들을 느낄 수가 없었을텐데..."
그런데도 버젓이 느끼고 있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이 있었다. 이 감각과 감정 모두가 또렷하게 자신의 것처럼 느껴졌다.
뻗어진 당신의 팔이 제 목을 감싸왔고 그러면서도 그 손길에 맞게 스르르 바닥에 눕기 시작했다. 교복이야 좀 더러워질 수 있다지만, 그녀는 여느때와같이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당신의 옷이 더럽혀지지 않으면 그것으로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드러누울수 있을 배짱 정도는 그녀에겐 얼마든지 있었다.
가까워진 얼굴, 떨리는 목소리, 그러면서도 올곧은 당신의 말들. 당신은 전해지지 않는것 같아 답답해하겠지만, 이미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그대야... 이런 제게 가치있다 해줘서, 이런 제게 사랑한다 해줘서..."
이미 그 말 한마디로 속죄받은 기분이거늘, 거듭해서 겹쳐진 입술과 살며시 맞잡은 손의 감촉이 자양분이 되어서 온몸에 흐르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자신에게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사랑받은건 이번이 두번째지만, 처음으로 사랑할수 있었다. 그녀는 확신했다. 당신을... 이시아라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그대야는 제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죠?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러니 부디... 저를 마음대로 부려주세요. 하고 싶은 것들 모두, 제게 이야기해주세요. 얼마든지 들을 거고, 얼마든지 따를테니..."
물론 그때의 기억이 한순간에 괜찮은 일로 바뀔리는 없었다. 사람은 그 의심과 서러움을 한번에 거두어낼 수 없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냉정한 그녀가 더 잘 알고 있겠지. 둘중 한사람이 느리다면, 상대의 페이스에 충분히 맞출 준비는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천천히 시작하기로 했다. 비록 무너진건 한순간이라 해도 자신이 받아들일 이 감정을 다시 조립할 필요가 있었고, 당신이 받았던 상처를 조금씩 보듬어줄 필요가 있었다. 굳이 서두르고 싶진 않았다. 서두르다가 또 다시 당신을 상처입히면 모처럼의 의미가 사라질테니,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전엔 하지 않았던,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하나하나 익혀나가야 했다. 분명 다시 하는 사랑인데도 그녀는 모든 것이 서투를 것이다. 그도 그럴게, 그동안은 제대로된 표현조차 해본적 없었으니까.
" 앞으로는 더 느끼게 해줄거야.. 나도 더 노력해서 슬혜가 제대로 맘껏 느낄 수 있도록 해줄거야. "
슬혜의 말을 들은 시아가 상냥하게 속삭이며 애틋함을 담은 눈으로 슬혜를 바라보았다. 분명 슬혜의 겉은 지난날의 그녀와 바뀌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 있는 슬혜는 과거의 그녀와는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이렇게 올곧게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슬혜를 보고 있노라면 시아 역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감정을 슬혜가 조금이라도 더 만끽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졌다.
" 나도 고마워.. " " 이런 나를 한번 더 돌아봐줘서, 이런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
분명 두사람은 멀어졌음에도 떨어지지 못 했다. 이렇게 서로를 향한 마음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전해주기 위해 슬혜를 눕혀선 끌어안은 체 입을 맞추어 간다. 지난날, 바보처럼 적극적으로 슬혜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지 못 했던 것을 반성하듯 열정적으로, 슬혜를 향한 열기를 담아 입을 맞추어 나간다. 슬혜와의 입맞춤은 달콤했고, 뜨거웠고, 머리 깊숙한 곳까지 저릿하게 만들었다.
맞잡은 두손을 통해 따스한 슬혜의 온기가 타고 올라왔고, 그 온기를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고 움켜쥐려는 듯 조금 더 강하게 맞잡아간다. 입술 사이에서 느껴지는 저릿한 감각에 자신을 맡긴 체, 하염없이 입을 맞춰간다.
" 그러면 일단 지금 나를 잔뜩 예뻐해줘. 예전처럼, 그리고 새롭게 날 예뻐해줘.. "
맞추던 입술을 떼어내곤 열기를 띈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아래에 있는 슬혜를 내려다보던 시아는 슬혜의 속삭임에 희미한 미소를 지은 체 속삭인다. 맞잡고 있던 오른 손을 그대로 끌고 와, 슬혜의 손을 자신의 뺨에 가져다대곤 그 손에 강아지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부비적거리다 슬혜의 손가락에 쪽하고 입을 맞추어 준다.
" 아직 다들 하교를 할 때까진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래줄 수 있지..? 나, 슬혜한테 예쁨 받고 싶어.. "
슬그머니 슬혜의 손가락을 자신의 입가로 끌고와 수줍게 자신의 입술을 꾹 누르게 만들며 자그맣게 속삭였다. 새로 피어난 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인 시아는 슬혜가 해주고 싶은대로 예뻐해달라는 듯 환하게 웃어보였다. 물론 곱게 미소를 짓고 있는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지만.
" 지금은 슬혜한테 잔뜩 예쁨 받고 싶어 "
안될까?
조심스럽게 되묻는 시아 역시 과거와는 다르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슬혜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슬혜 홀로 노력하는 것만을 보고 있진 않겠다는 듯, 그녀 역시 둘이서 함께 한걸음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다시 잠에 빠지는 것은, 그대로 졸린 눈을 비벼 뜨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그대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났다. 공간을 가득 메우던 빗소리는 사라지고, 아주 가끔, 불규칙한 물방울 소리가 들려올 때. 한밤의 고요는 오히려 새슬의 단잠을 깨웠다. 일렁이는 가로등 불빛만이 힘겹게 어둠을 몰아내는 시각. 느릿하게 눈을 뜬다.
눈 앞에 놓인 어둠은 시릴 정도로 익숙했으나, 평소 눈을 떴을 때와는 너무나도 달랐던 것들. 몸을 단단히 감싸고 있는 팔과, 제 고개에 기대어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고개. 막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기억에서 곁에 있는 누군가의 존재를 끄집어내어 더디게 인식해가는 와중, 새슬은 우습게도 놀람이나 부끄러움, 두려움, 그런 것보다도 안심을 제일 먼저 느꼈다. 기억 속에 희미하게 자취를 남긴 중얼거림 덕분인가, 끌어잡힌 단단한 품 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이것도 알량한 꿈일 뿐인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꿈이 아니라는 것은 축축한 흙과 풀 냄새가 코 앞으로 훅 끼쳐왔을 때 알 수 있었다. 문하가 일어났는지, 아닌지, 새슬은 고개를 돌릴 수 없어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ㅡ 이제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짧은 게임을 끝낼 때가 왔다. 심호흡하던 숨을 삼킨 새슬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윤 비랑, 당신은 청춘 순정만화의 조연! 입학식 날 스쳐지나간 선배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당신,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2769
그는 윤 비랑에게 무얼 원하냐고 물었다. 윤 비랑는(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두 번은 속지 않아."
그는 윤 비랑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shindanmaker #너는_무엇을 https://kr.shindanmaker.com/864437
윤 비랑 님께 드리는 문장
내 존재의 이유는 너를 사랑하기 위함인데 너는 나의 존재를 알고 있다. 절대로 죽고 싶지 않은 밤이다. | 향돌, 심장을 가진 천사 #shindanmaker #당신께_드리는_문장 https://kr.shindanmaker.com/829910
윤 비랑: 091 물건정리는 어떤 식으로 하는 편? 자주 안 쓰는 물건은 정리해 넣어두고 꺼내 쓴 다음 제자리에 두기, 자주 쓰는 물건은 가까운 곳에 걸어놓고 막 쓰기. 먼지가 최대한 나오지 않게 하려고 한다. 200 캐릭터가 자주쓰는 단어 (오너가 잘 모르겠습니다) 279 비밀스러움 or 솔직함 솔직함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키가 그 정도밖에 안 돼?" 윤 비랑: 마음이!! 크면!! 됐잖아!!! (첫 진단부터 통한의 일침)
"제일 싫어하는 사람을 외치자!!!!" 윤 비랑: 몰라!!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갑자기 외쳐 보라고 하면 딱히 댈 이름을 못 찾는 타입)
"게임을 하면 꼭 이기고 싶다? 상관 없다?" 윤 비랑: 이 질문 전에도 했던거같은데? ..꼭 이겨야지.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정의로운 별이 윤 비랑에게 속삭였다.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건 기적이에요. 흔한 일에 기적이라는 이름을 붙일리가 없잖아요."
윤 비랑, 그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입꼬리를 실룩였다.
https://kr.shindanmaker.com/869005/pic/ab4dc64187f5aef197301b8bf2ad772e734a0614_wct #shindanmaker #별이_당신에게_속삭였다 https://kr.shindanmaker.com/869005 /"그거야 맞는 말이네." "그래도, 언제나 기적이 있었으면 좋겠어."
피 묻은 손을 바라보았다.
윤 비랑의 머릿속에서 누군가 물었다.
윤 비랑, 사랑하긴 했어? 그저 이용해온 거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는 말만 중얼거린다. #shindanmaker #당건질 https://kr.shindanmaker.com/1081163 /뭔일이래
가로등 불빛에 희미하게 창백한 얼굴이 비친다. 얄팍한 눈꺼풀을 감은 채로, 그는 정말로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정말이지 오후부터 시작된 이 기묘한 내기는 끝의 끝까지 왔고, 결국 두 사람 중 어느 쪽도 나가떨어지지 않은 채 얄궂은 비가 먼저 게임종료 선언을 해 버리고 말았다. 새슬의 머리에 살짝 맞닿아 있던 머리카락들이, 하, 하고 그의 이름을 입에 담는 목소리에 약간 움찔하더니 서서히 들려올라간다. 새슬의 말 한 마디로 일어날 수 있을 만큼 얕게 잠들었던 걸까, 아니면 잠들지 않고 그저 새슬과의 내기-어쩌면 약속 하나만을 바라보고 새슬을 안은 채로 머물러 있었던 걸까.
그렇구나. 비가 멎었구나.
고개를 들어올린 문하는 새슬을 내려다본다. 이제서야 그의 얼굴을 불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오히려 더 어두워 알아볼 수 있는 눈동자로 문하는 새슬을 바라보았다. 별 없는 밤은 오히려 먹구름이 스쳐가는 밤 속에서 그 빛을 찾았다. 그러나 이내 무거운 침묵이 고요히 내려앉아, 잠깐의 면회를 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 간수처럼 공기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게임은 끝났으니, 이제 서로에게 인사하고 링에서 내려갈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문하는 가로등 불빛만이 띄엄띄엄 놓여 있는 어두운 공원을 잠깐 둘러보다가, 새슬에게 나직이 질문했다.
"갈 수 있겠어?"
나직이, 평소처럼, 어제처럼 최대한 무덤덤하게 말하려고 문하는 애를 썼다. 들킬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기 자신이 어제처럼 태연하게 체념하고 그 석관 같은 집 안으로 스스럼없이 걸어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래, 나는 항상 보내줄 준비를 제때 끝마치지를 못하겠더라. 하지만 약속이니까. 여기서부터는 이기적인 욕심이다.
익숙한 손길로 사다리를 정리한다. 당신을 돌아보며 하는 말이 제법 능청스럽다. 눈가를 찡긋거리는 웃음이 뒤따라온다. 가끔 기분이 들뜰 때면 나오던 버릇이다. 이어지는 말에 눈을 조금 동그랗게 뜬다.
"내가 같이 먹어도 괜찮겠어?"
당황한 듯, 눈을 조금 빠르게 깜박인다. 그러다 설명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덧붙인다. 그러니까, 네 선물로 받은 거라며.
선물이란 으레 그 사람만을 보고 전해지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전해지는 것을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연유로 경아는 미약한 곤란함을 느끼고 있다. 물론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도,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하는 것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도 남의 선물을 이렇게 먹으려 해도 되는 걸까? 다른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생각이 너무 많다 일축해버릴지도 모르는 노릇이지만, 결국 그 생각을 아는 건 경아 뿐이다.
그러나 당신으로부터 포크를 건네받아버리자, 경아는 옅게 웃음지으며 생각을 사그라뜨렸다. 잘 먹을게, 작게 소근거린다. 선물 받은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는데 뭐 어떻겠는가.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책이 가득한 도서실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지만 지금 그걸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것보다는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니.
"당연히 바쁘겠지. 작은 동아리에서 동아리장 하나 하는 것도 힘든데, 부회장 정도라면 얼마나 더 바쁘겠어."
도 경아: 249 욕구를 잘 참나요? 무척이나. 무슨 욕구든 꼭꼭 억눌러놓기를 잘 하는 편. 197 캐릭터가 자주 입는 옷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교복은 일단 하얀 와이셔츠에 카키색 가디건을 걸치고, 무릎 정도까지 오는 치마를 입고, 흰 양말에 검은 운동화를 신는다. 사복은 흰 셔츠 위에 스웨터 하나를 입고, 그 아래 청바지나 검은 치마를 입을 듯. 신발은 마찬가지로 운동화. 029 단 것을 잘 먹나요? (시트의 like란 가르키기)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784 애초에 자각몽 자체를 별로 안 꾸는 편. 그래도 꿈 때문에 낭패를 본 적은 있는데 말야, 꿈속에서 아 이거 꿈이구나 하고 시계 보고 몇 시에 일어나야 되니까 몇 분만 더 자면 되겠다~ 하고 시계를 내려놨는데, 그게 꿈속의 시계였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그냥 잠들었다가 경을 친 적이 있어... (씁쓸)
환상통인가 했는데 환상통이라기엔 여우로 변했을 때는 꿈에선 안 아팠는데 깨니까 갈비뼈와 허리 양 옆이 파인 듯이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허전한 느낌인 채로 조여서(그때 뚱뚱하지도 않고 그 반대로 저체중이었는데 더 이상 마르면 이렇게 되는 건가 절실히 느꼈습니다...) 아프더라고요. 진짜 왜지.(흠터레스팅)
어디서 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다. 아무래도 학생은 아닌 것 같고. 날씨 이렇게 좋은데 왜 화가 나셨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걷는다. 습도 올라가고 햇볕 뜨거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둬야 했다. 자두가 맛있어서 좋긴 해도 여름은 지나치게 더웠다. 바깥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쭉쭉 빠졌다. 그냥 눕고 싶은데 누웠다간 등에 화상 입을 게 뻔해서 눕지도 못하고. 그래도 계곡이랑 바다는 좋더라. 무서운 영화 나왔다는 핑계로 영화관도 가고. 사하가 간과하는 건지 알고도 신경 안 쓰는 건지 모르겠다만, 잡생각이 길어질수록 무슨 일이 일어날 확률도 높아졌다. 오늘이라고 예외일 이유는 없다. <어이쿠야.> 힘없이 중얼거린 몸이 뒤로 밀렸다. 잠깐 기우뚱했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본의 아니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되긴 했다. 오…, 내 운동신경 나쁘지 않아. 이와중에 속으로 감탄한다. 부딪힌 자리가 약간 얼얼하긴 했는데, 책상에 갖다박은 것보다 덜 아팠다. 근데 너무 놀라면서 사과를 하니까, 정신 차려보니 무릎을 꿇고 있길래. 사하가 연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입가가 씰룩댄다.
"안 괜찮아. 어디 부러진 거 같은데."
부딪힌 팔을 잡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런 걸로 부러질 뼈였으면 하루에 우유 열 통은 먹어도 모자라다. 쌓인 우유팩 상상하다 웃음 참는 걸 포기했다.
"뻥이니까 일어나."
피실피실 웃은 사하가 중얼거린다. <누가 보면 내가 돈 뺏는 줄 알겠다.> 잡고 일어나라 손 뻗는 건 덤이다. <무릎 털어야겠네.> 덧붙인다.
아지랑이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인사가 둥실둥실 이마 앞에 맴도는 손에, 퐁, 하고, 하얀 머리가 기대여 부비적대고는 그러고서야 작은 별은 몸을 일으켜서 네 품 안에 폭 안기며 옅은 향을 흘린다
네가 두려워하는 그 냄새는 아닌, 그냥, 샴푸 냄새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냄새 평소의 너를 만나고 싶었던 평소의 냄새가 양의 냄새가 아닌 별의 냄새가 네 코에.
그리곤 우산을 팡 펴서는, 빗방울이 떨어질 리 없는 복도 한가운데서 너와 자기의 머리 위에 색깔 없는 비닐막을 씌우곤 살갑게 웃는 얼굴. 너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이대로 현관까지 나가버리자. 하고, 별하는 네게 손을 쥐어준다. 우산을 쥐고 있는 작은 손째로, 모두 네 손에. 눈마저 네게 두고. 네가 꺼내는 말에 가만히 귀기울이고. 너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말에 나도 기분 좋은듯이 미소를 짓는다. 경아 특유의 웃음은 기분이 들떴을때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지금 그녀의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다. 사다리를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 선물로 받은건데 괜찮냐는 말이 들려왔다. 그녀의 말에 나는 케이크와 그녀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말했다.
" 내가 괜찮다는데. 안먹을꺼야? "
그러면서 자리를 잡고 포크를 건네주자 아까 망설였던 기색은 어디갔는지 기쁘게 포크를 받아든다. 케이크의 뚜껑을 열자 꾸덕한 느낌의 초코케이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건 진짜 달아보이는걸. 점심시간은 아까 끝났고 지금은 수업이 끝나고 좀 지났으니 딱 출출할 시간이기도 했다. 물론 곧 석식 시간이긴 하겠지만 석식은 먹던 안먹던 자유니까. 그렇게 케이크를 바라보고 있을때 경아의 말이 들려온다.
" 별로 안힘들어. "
습관처럼 대답해버렸지만 어차피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내가 뭘 숨길 필요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잠깐 멈칫했다가 한숨을 작고 짧게 한번 내쉬고서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 아니, 꽤 많이 힘들어. "
고등학교 3학년의 자리에서 입시를 준비하면서 학생회 일까지 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도 너무 힘든 일이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가예가 현명하게 처신했다는 것에 부러웠다. 나도 그냥 2학년때 부회장까지 해버릴껄. 기본적으로 동아리의 중복 가입이 허용되는 산들고등학교였지만 학생회는 중복으로 활동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금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바쁘니까. 다른 동아리의 정원만 떡하니 차지하면서 활동은 아무것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 그래도 경아가 있으니 힘이 나네. "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베베 꼬면서 그녀를 바라보고 웃는다. 그렇게 말하면서 케이크를 작게 한조각 떼어서 입에 넣는다. 달달한 초콜릿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여러가지 일들로 꼬여서 아프던 머리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기분.
situplay>1596278065>987 홍현은 괜찮다는 여자의 말에 안심하며 약을 주웠다. 그렇게 한참 약을 줍다가 잠깐 고개를 들었을때 우연히 보게 된 명찰에서 백가예라는 이름을 본 홍현은 작년 전교 회장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조금 놀랐다. 약을 주워주던 가예 선배가 눈썹 끝을 늘어뜨리며 미안함을 표현하자 홍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야.. 약이요? 괜찮아요. 이.. 이건 먹는데 쓸건 아니었고 아직 많으니까요."
그 말이 맞긴 했다. 억제제는 원래 많이 있었고 영양제도 대량으로 사들였던 상태였지만 이대로라면 약을 버릴 것 같아 실험에 꽤나 자주 사용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냥 먼지만 털어내면 쓸 수 있었다.
홍현이 입고 있던 가운에 대해 물어보자 홍현은 자신의 가운을 잠시 보고 말했다.
"제.. 제가 약학부에 소속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저.. 저 약을 실험에 써야 해서 실험 준비 중에 잠깐 나온 거예요.
겁 먹은 얼굴이 제법 볼 만하다. 이런 맛에 악당들이 사람들 협박하고 다니는 거구만. 소소한 깨달음과 함께 뭘 좀 더 해볼까 싶었다가 정말 울기라도 할까 봐 안 하기로 했다. 명찰보면 후배 같은데 괜히 울리게 되면 미안하잖아.
"아닌가. 다쳤나?"
그래도 이걸로 울진 않겠지 싶어서 금세 말 바꾸고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어딜 다쳤냐면. <마음이.> 검지로 심장 위치 정확히 가리키며 말한다. 이것도 뻥이다. 부딪힌 데는 따로 있는데 뜬금없이 마음 다칠 일이 어디에 있을까. 부딪힌 곳도 이제 아픈가 안 아픈가 헷갈릴 정도였다. 잡은 손에는 무게가 없다. 거절하기 애매해서 그냥 잡은 것 같았다. 무게가 깃털 같을 리는 없으니까. 나 멀쩡한데, 진짜. 눈 끔뻑이며 일어나 무릎 터는 연호를 바라봤다.
"까진 데 없으니까 밴드는 괜찮아. 근데 호는 해줄래?"
말이 안 맞는다. 흠집 하나 없는 손을 연호 앞에 불쑥 들이민다. 예상한대로 멀쩡한 손이다. 연호를 바라보는 사하의 얼굴은 민망한 기색 하나 없다. 코팅이라도 된 것처럼 반질반질한 얼굴이다.
"근데 네 이름이 연호구나. 나 너 안다?"
<맨날 구석 어디서 뭐 하고 있던데.> 덧붙인 사하가 웃었다. 애매하게 시야에 걸리는 붉은 머리가 꽤 인상적이었다. 그야… 한두 번도 아니고 꽤 자주였으니까.
그는 난감했다. 몸의 상처야 대충 어떻게 치료하는지 알고있었어도,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지기자신의 마음이 상처를 입었다면 시간에 의해 천천히 알아서 회복되도록 놔두었겠지만, 남은 아떻게 해줘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 ....어떻게 하면 치료돼? "
그래서, 치료해주는 입장에서는 부끄럽지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확실히 알아내기는 힘들더라도 실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 아, 응! "
그리곤 그녀가 내미는 손을 덥썩 잡았다. 해달라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혹시나 모를 상처를 치료하는 일(호하는걸로 치료가 되는지는 미지수지만)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손에 상처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열심히 그녀의 손을 마사지 하듯이 주물거리다가 호, 호, 하고 가볍게 바람을 불어주었다.
" 응? 날 알아? "
어떻게 아냐는 듯한 눈빛을 했지만, 자기자신이 얼마나 튀는지 알고있으니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대도 그녀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표현하진 않았다. 그런걸 믿을 나이도 아닐뿐더러 지금은 현실이 더 좋으니까, 대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세상은 가끔, 마법보다도 더 신비롭게 반짝이는 때가 있어.' 현실도 충분히 기분 좋고, 기쁘고, 행복할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그렇기에, 먼 길을 돌아서도 잊지 않고 다시 돌아와준 당신에게 더 고마움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무수한 감정들을 차치하고서라도 감사와 사랑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해냈고, 또한 그것을 쉬이 잊지 않기 위해 한곳에 보관해두기로 했다.
"떠나고나서야 깨달았으니까... 바보같은 짓을 했지만 지금 이렇게 놓고 보면 오히려 다행이네요. 그대야를 잊지 않았다는게..."
그동안 저질렀던 일들중에 그것 하나만큼은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했다. 사실 그것이 아니면 일상적인 자신의 삶에 딱히 큰 여흥도 느끼지 못했을테니까,
그저 입맞춤일 뿐인데도 어째서 이렇게 두근거리는건지, 잔뜩 예뻐해달란 말 하나가 어떻게 이리 귀엽게 들려오는지 수많은 의문이 떠오르다가도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제 뺨에 손을 가져가 부비적거리다가도 손가락에 쪽, 입을 맞춰보기도 하면서 어리광을 부리는 당신에게 응하듯 그녀 역시 차분한 미소로 입술까지 살며시 이끌린 검지에 약간 힘을 실어 간질여보았다.
"안될 것도 없죠? 하지만... 이렇게 울기만 하다간 짠맛만 가득할 거라구요~?"
조심스럽게 손을 올리고서 방울방울진 당신의 눈가를 톡톡 두드려주었을까? 다시 뺨에서부터 천천히 쓸어내리듯 허리로 와선 감은 팔에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역시 자신만 바짝 누워있는 것은 불공평하다 생각하기라도 한걸까? 자신은 누운 채로, 당신은 엎드린 채로, 잠깐 엇갈려 서로의 귓가에 얼굴이 스칠때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하교까지라니... 밀회치곤 긴 시간이지 않나요? 뭐어, 그것도 괜찮겠죠... 후후후...
이젠 더이상, 숨어 있을 이유 따위 없으니..."
물듯 말듯, 귓가에서 두어번쯤 이가 부딪히는 가벼운 소리가 들리더니 항상 그래왔다는듯 그녀는 다시 목덜미를 물어오기 시작했다. 교묘하게도 방금 문곳과 살짝 떨어진 부분인걸 보면 언뜻 배려로 비춰짐과 동시에 조금씩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모양새와 닮아있었을런지도 모른다.
" 다행이야.. 슬혜가 날 잊지 않았다는게... 그리고 나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게.. "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살면서 한번 정도는 '그때는 너무나도 사랑했었다'고 말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체념과도 같았지만, 분명 포기를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슬혜가 자신을 잊지 않아줘서 너무나도 고맙고 기쁠 따름이었다. 완전히 정이 떨어져서, 질려서 자신의 손을 놓아버리고 멀어진 줄 알았으니까. 마음 한켠에 생겨났던 커다란 상처 하나가 아물기 시작한 듯 간질거리는 느낌이 느껴졌다.
" 간지러어.. "
차분한 미소를 지은 체, 검지로 입술을 간질거리는 슬혜에게 앳된 아이가 된 것처럼 맑고 명랑한 목소리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간지럽다고 하면서도 마냥 슬혜의 손가락을 떼어내고 싶진 않은지, 애교를 부리듯 쪽 하고 한번 더 입맞춤을 해줄 뿐이었다. 그런 손가락 하나 마저 예쁘다는 듯.
" 좋은 날인데.. 역시 울기만 하는건 안 좋지, 응.. 이젠 웃을게.. "
그러다 슬혜의 손이 멀어지고 자신의 눈물이 맺힌 눈가를 톡톡 두드려주는 슬혜의 손길을, 수줍게 눈을 꼭 감은 체 받아들인다. 손길이 닿는 곳마다 따스한 느낌이 머물다 사라져서 느낌이 없어질 즈음에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해보였다. 그러다 뺨을 지나 자신의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에는 작게 움찔거리며 새하얀 얼굴을 복숭아처럼 곱게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힘을 주었을 땐, 행복에 찬 소리가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정말로 이젠 슬혜의 것이 되었다는 실감이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얌전히 슬혜의 힘에 이끌려 가슴을 맞댄 체 엎드리곤 귓가에서 느껴지는 숨결과 소리에 집중한다.
시아는 그렇게 작게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오는 슬혜의 목을 감싸안으며 그녀를 받아들였다. 슬혜가 흥이 날법한 소리를 가까워진 슬혜의 귓가에 몇번이고 흘리며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 흔적을 남기던 슬혜가 이번에는 위로 가도록 몸을 옆으로 눕혀 두사람의 위치를 바꾼다. 이젠 슬혜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어버린 시아는 맑은 웃음을 흘리며 슬혜를 향해 속삭였다. 슬며시 혀를 이용해 자신의 입술을 훑으며.
" 좀 더 맛보고 싶지 - ? "
두 팔을 자신 위의 슬혜에게 뻗으며 시아라는 이름의 늪으로 슬헤를 더욱 빨려들어가게 하려는 듯 했다. 더이상 두사람은 숨지 않을테니까.
마니또 후일담도 써야지~ 싶었는데... 아니 이벤트 다끝나고 위키 들어가보니까 또 선물이 들어와 있는 거에요... 민규주.. 이런 건 온몸으로 티를 좀 내주셨어야죠 8ㅁ8... (왈칵) 아랑이의 마니또분들은 아랑이를 좀 (어쩌면 많이?) 기다려달라... 문하주도 아랑주를 좀 기다려달라예요.. ㅇ<-<
손가락은 파스 뿌리고 자니까 담날 좀 괜찮네요! 걱정해주셔서 곰마워요 ㅡ////ㅜ 나중에 뵈요! (스르륵 사라짐)
엄청 강렬하게 생겨서 순진한 데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봐도 마음 다칠 일이 없는데 다쳤다고 하니 곧이곧대로 믿어준다. 울리려고 한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믿어주길 기대한 것도 아닌데. 치료법까지 묻는 게 꽤 진심 같았다. 거짓말이면 아주 훌륭한 연기자인 거고. 문제는 사하가 뒷일까지 생각 안 했다는 거다. 치료법을 묻는 말에는 어깨만 으쓱였다. 모르니까 어쩔 수 없다. 마음에 난 상처도 자가치유가 되던가?
내민 손을 잡는 연호를 보자 입꼬리가 다시 꿈틀댔다. 혹시 이게 치료법이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안 까졌다고 말했는데. 부탁한 적도 없는 마사지까지 받고 있으려니 조금 황송해진다. <착하네.> 가볍게 칭찬한다. 이건 뻥 아니다.
"나는 너 자주 봤는데, 너는 나 한 번을 못 봤어?"
금세 납득하는 연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특기라는 말에 대한 동의이기도 했다. 어딜 봐도 쉽게 잊힐 인상은 아니긴 하다. 언제나 구석에서 활동적이었던 면까지. 근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약간 억울하다. 나도 흔하게 생긴 편은 아니지 않나. 머리색 때문에라도 특이하다 생각할 법한데. <너무하네. 진짜 상처난 것 같아.> 시무룩한 기색과 함께 중얼거린다.
의문을 표하며 홍현의 얼굴을 한 번, 더 떨어진 약이 없는지 바닥을 한 번 더 본다. 본인의 얼굴을 훑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고 가볍게 웃었다. 그러면서 명찰이 위치해야할 곳을 슬쩍 훑었으나 그 위로 흰 가운만 보일 뿐이었다. 약학부 소속이라는 이야기에 아, 하며 수긍한다. 실험용이구나.
"시험기간인데 고생하네. 약학부 애들끼리 하는 거야? 아니면 혼자?"
주말이니 약학부 소속인 학생들이 학교까지 나와서 실험을 하긴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물어본 것도 잠시, 다음으로 홍현이 한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눈썹을 더 미묘하게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알고 있지. 말하고 있는 게 양이 먹는 억제제라면 말이야."
본인이 파악한 사실을 말하는 게 좋을까, 그러지 않는 게 좋을까 가늠하듯 고민하다 그냥 말하기로 한다. 거짓말은 할 수록 뒤로 가서 꼬이니까. 이 시점에선 굳이 할 필요도 없고. 아는 사람이 늘어 좋을 건 없겠지만 본인이 양인 걸 알게 되어서 당장 나쁠 건 없고. 자연스레 떠오르는 의문을 바로 묻는 것을 보류한 채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전부 그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 억제제로 실험을 하는 거야?"
'너는 양이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루트로 억제제를 구한 거고?' 라며, 약의 출처에 대해서 묻고 싶었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화두로 떠오르지 않는 이상 보류하기로 했다.
앞에서 허둥대는 연호를 물끄러미 본다. 상처받은 척하던 얼굴도 없고, 눈치보는 듯한 기색도 없다. 방울토마토 관찰일기 쓰는 사람 같은 눈이다. 오늘은 몇 cm가 자랐는지, 열매가 얼마나 달리고 얼마나 붉어졌는지를 따지는 것 같은. 연호를 방울토마토 보듯 바라보던 사하의 감상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제 말 하나하나에 쩔쩔매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뭐라고 한 거 아닌데. 울지 마."
사하가 다시 어깨를 으쓱인다. 정말로 그냥 해 본 말이다. 기억하는 게 신기했다. 연호가 눈에 띈 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저는 움직이긴 커녕 그냥 가만히 앉아서 바람 맞으며 꽃구경이나 하고 있었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사하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생각없이 던진 말에 지나치게 미안해하는 것 같아서 분위기를 좀 풀고 싶었다. 진담으로 듣든 농담으로 듣든 의미는 용서로 귀결되니 듣는 사람 마음은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다.
"내 이름 은사하야. 3학년. 이제 와서 존댓말 쓰라고 안 할 테니까 안심해."
말과 다르게 눈은 은근히 연호를 흘겨본다. 장난이었는데 이거에 또 놀랄까 봐 금방 표정 풀었다. <다음에 기억하는지 볼 거야.> 덧붙이며 여즉 잡고 있던 손을 가볍게 흔든다. 아까는 일방적으로 호 받기 위한 거였다면, 이번엔 상호교류를 위한 악수였다. 나 까먹지 말라고.
때로는 미련이 도움이 될때도 있구나, 싶은 그런 날이었다. 그녀가 남긴, 당신이 남긴, 어쩌면 정말 하찮은 수준에 다다라버렸을지도 모를 미련 앞에서도 사람은 언제든 변할수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아마 그 미련의 형태가 깊게 각인된만큼, 되살아나는 속도도 빨라졌겠지.
"그러게요... 한 한달쯤 고양이처럼 그대야 주변을 빙빙 돌고나서 말을 걸어봐야 했을까요?"
체념은 할지언정 포기는 하지 않았기에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었고, 그 기회와 선택이 있었기에 지금 이런 상황까지 다다르게 된것이다.
과연 이걸로 당신의 마음이 제대로 치유가 될지는 그녀로선 알수 없었지만, 설령 아니라 해도 다시금 보듬어나가면 될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최소한 당신이 그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전까진, 계속 이어질 일이었다.
살짝 장난치는 손길에 마치 앳된 아이마냥 맑고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금방이라도 꽈악 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그건 조금 뒤의 일로 미뤄두기로 했다. 우선은 느긋하게 시작하고 싶으니까, 초반부터 힘을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재회가 반가워도, 너무 불타오르면 나중에 갈피를 못잡을테니.
"아, 물론... 경우에 따라선 우는 것도 괜찮으니까요?"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하는지 비죽이던 그녀는 순순히 자신의 손길대로 끌려오는 당신에게서 익숙하면서 낯선 무언가를 느꼈을지도 몰랐다. 서로의 가슴이 맞닿은만큼 어쩌면 심장소리도 한층 더 또렷하게 전해질까?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이런 두근거림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자신의 목을 감싸안던 당신이 이번엔 몸을 빙글 돌려 누워있던 서로의 위치를 바꾸자 잠깐 놀란듯 당신을 지켜보는 그녀였지만 얼마 안가 그 행동을 이해한듯 조용히 웃어보였다.
"그러네요... 어쩌면 제가 지나쳤을, 어쩌면 새로이 알게 되는 걸지도 모를 모습이 궁금해요..."
이제야 제대로 보기 시작했으니 궁금할 거라는 당신의 말에 끄덕일 수밖에 없던 그녀는 차분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서 조심스럽게 당신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어 살살 쓸어보였다.
" 귀엽긴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말을 걸든, 슬혜가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면 나는 아마도 오늘처럼 슬혜를 반겼을거야. 그게 언제가 되었든 말이야. "
슬혜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슬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있던 시아는 이내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술을 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듯 망설임이라곤 단 한점도 보이지 않는 대답이었다. 언제라도 슬혜가 자신에게 다가와 주었다면 자신은 어떻게 행동할지 정해진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분명 오늘의 자신과 큰 차이점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 오늘처럼 미소를 지으며 ' 잘 지냈어? ' 하고 인사를 건내겠지.
" 아하하.. 그래도 슬혜한테는 웃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왠지 내가 울면 슬혜가 아파할 것 같단 말이야. "
물론 오늘처럼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면 울지도 모르지만.
시아는 그렇게 덧붙여 말하며 수줍게 웃어보인다. 괜스레 수줍어지는 것은 자신의 입술에 장난을 치던 슬혜의 눈에 한순간 불꽃이 일렁이는 것이 보인 듯한 느낌 탓이었다. 무언가 슬혜의 안에서 어떤 충동이 일어난 것만 같은 그런 느낌. 하지만 그 충동이 전혀 자신이 꺼릴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왠지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은 시아였다.
아무튼 용기를 내어 몸을 움직인 시아는 서로의 위치를 바꾸었고, 그 탓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는 슬혜였지만, 자신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을 확인하곤 시아 역시 안도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역시 너는 웃는게 가장 예뻐
" 그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야, 슬혜야. 네가 바라는 건 내가 바라는 것. 네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줄거야. 저 하늘의 별을 따다달라고 하면 어떻게든 노력해볼게. "
자신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미소를 머금은 슬혜의 말에 애교스럽게 머리를 비비적대던 시아가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고선 작게 속삭여 답을 돌려준다. 무엇을 하려고 하던, 무엇을 바라던 자신은 그것에 부응하려고 노력할거라고 제대로 말해주고 싶은 시아였다.
" 적어도 나한테 뭔가를 하더라도 망설일 필요는 없어, 슬혜야. " " 네가 무엇을 하든 난 절대로 널 밀어내지 않을테니까. 겁 먹을 필요도, 망설일 필요도 없어.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아. 사람은 언제나 실수를 하는 법이니까. 너도 나도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는거니까. 그러니까 겁 먹지 않아도 괜찮아. "
시아는 차분한 미소를 입가에 건 슬혜의 뺨을 간질거리게 손가락 끝으로 매만져주며 조곤조곤 속삭여준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는 말에 하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그저 고개를 가볍게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물론 스스로도 자신의 연주가 뒤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자신이 목표로 하는 그 곳까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 당당하게 늑대와도 겨룰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자신에겐 너무나 필요했고, 적어도 지금의 자신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다. 늑대로서 이름을 떨치는 피아니스트와 비교해서 더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연습을 해야할까. 그 막막함이 살며시 느껴졌으나 하늘은 다시 고개를 저으면서 그 생각을 저버렸다.
피아노 끝자락의 건반을 두어번 치는 것을 바라보던 하늘은 아주 조금 멜로디가 이어가듯이 한 가닥 정도를 즉흥적으로 친 후에 살며시 손을 아래로 내렸다. 물론 그 음이 깔끔하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즉흥적이었으니까.
"걱정까지는 조금 애매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죠. 나쁜 쪽이 아니라 걱정과 가까운 쪽으로 말이에요. 설명이 애매하네요. 그러면 걱정하는 것으로 쳐도 괜찮아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니까."
결국 따지고 보면 오늘 자신이 음악실을 쓰는 것 때문에 그녀의 원래 하려던 일정이 조금 흔들린 것은 사실이라고 하늘은 생각했다. 물론 상대에게서 저렇게 말이 나왔으니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나 사람의 마음이 어디 마냥 그렇게 쉽게 돌아가던가.
"방해가 된다거나 불편하면 바로바로 말하니까 제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할 일은 없어요. 무엇보다 혼자서 연주하는 것보다, 들어준 사람이 있으니까 좋고요. 사실 피아노 곡을 굳이 일부러 들으려고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이 없잖아요? 무엇보다 듣고 싶으면 동영상 사이트라던가 많기도 하고. 그래서 들어줘서 고마워요."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하늘은 두 손을 살며시 건반 아래에서 내린 후,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역시 고3이 되면 많이 피곤하고 그래요? 듣기로는 정말로 힘들다고 하지만, 아직 실감은 잘 나지 않네요. 이렇게 쉬러 오는 선배도 있을 정도니 그건 틀림없는 것 같지만요."
/갱신이야! 다들 안녕안녕이다! 물론 이 레스를 남기고 나는 바로 밥을 먹으러 갈테니 인사 안해도 된다!
습관 같은 사과 뒤로 장난이 따라붙었다. 원래 이렇게까지 농담을 즐기는 편은 아닌데, 누르는대로 족족 반응이 나오니 괜히 짓궂게 굴고 싶어졌다. 그래도 선 넘을 생각은 없으니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한다.
"편하신대로."
엄청나게 나이차가 나는 것도 아닌데 존댓말이 뭐가 중요할까. 사하에겐 호칭도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악의 갖고 부르는 <야>나 <너> 아니고서는. 오히려 생각보다 정중하게 불러준다 싶었다. 선배라니, 당장이라도 손에 사탕 하나 쥐여줘야 할 것 같다. 슬프게도 지금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지만. 가벼운 악수 뒤 손을 놓았다. 예상 외로 부드러운 악수였다. <나는 3반.> 연호의 말에 짧게 덧붙인다. 잠깐 생각하더니 한 마디 더 하며 웃었다. <누가 괴롭히면 이르러 와.>
"비타민 D가 중요하대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공부하기 싫어서 나온 거지만. 근데 맨날 앉아 있기만 하면 못 써. 사람이 햇빛도 쐬고 좀 걷기도 해야지. 그래야 공부도 더 잘 되고 성격도 안 나빠지고.
"너는 왜 그렇게 뛴 거야? 누가 쫓아와?"
질문에 대답 다 하고 나니 궁금해졌다. 연호의 뒤쪽을 흘끔대며 묻는다. 쫓아오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운동이었나?
"아빠하고 이미 이야기 다 끝냈어. 우리 아들. 그런 선생님의 말은 듣지 않아도 돼. 엄마랑 아빠는 우리 아들 하고 싶은거 밀어줄테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도 돼. 대신 엄마랑 아빠랑 약속하자. 엄마랑 아빠는 우리 아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하게 해줄거야. 그러니까 하늘아.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라면 쉽게 포기하지 말고, 조금 힘들다고 관두려고 하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 알았지?"
"응! 열심히 할거야! 나!"
성장하며 어린 시절의 기억은 대부분 잊혀지기 마련이다. 자신이 세 살때 무엇을 했는지, 다섯 살 때 저 공원에서 어떤 풍선을 잡았는지, 자신이 인지하는 선 하에서 가장 먼저 본 동물은 무엇이며, 부모님과 제일 먼저 놀러간 곳이 어디인지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있을 수는 있으나 그 수는 극 소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허나 그런 어린 기억 속에서도 정말로 인상깊은 것은 기억에 남기 마련이었다. 마치 낡은 필름 속 영화가 재생되는 것처럼 흐릿한 영상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며 부분적으로 끊겨가는 부분이 연결되며 단편적으로나마 떠올리는 이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열여덟 살 소년인 하늘에게도 그런 기억은 분명히 존재했다. 넌 양이니까 피아니스트의 길은 포기하는게 낫다라는, 자신에게 정말 기초적인 것을 가르쳐준 학원 교사. 양이건, 늑대건 그 가능성은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에게 제대로 피아노를 가르쳐준 학원 교사. 그리고 아무런 장래성이 없다는, 정말로 피아노의 피도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아들이 하고 싶다고 하기에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며 자신을 믿어주는 부모님.
많은 필름이 하늘의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은 피아노에 대한 재능이 없었다. 그저 좋아한다. 하얀색과 검은색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멜로디가 너무 좋아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치고 싶다고 투정을 부렸을 뿐이었다. 다른 이들이 한번이면 끝내는 곡을 세 번을 쳤고, 열 번 쳐서 다른 이들이 겨우 익히는 곡을 그는 서른 번을 쳐서 완성했다. 뒤떨어진다는 것에 대해서 하늘은 걱정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보다 잘 못 치면 더 많이 쳐서 따라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그저 열심히 건반을 치며 하늘은 음을 완성했다. 4분 음표, 8분 음표, 16분 음표, 4분 쉼표, 2분 쉼표, 8분 쉼표. 왜 이리 모양도 헤깔리는지. 하나하나 건반을 치며 완성하며 익혀가는 하늘에게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물론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간혹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다른 교사가 와서 잔소리를 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괴롭거나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
멜로디를 만드는 것이 좋았고, 연주하는 것이 좋았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더 뛰어난 연주자가 되고 싶어 다시 한 번 피아노에 앉아 시간을 투자했다. 뒤떨어진 감각을 많은 연습으로 채우며, 때로는 좋아하는 곡을 일부러 피아노로 치려고 음을 하나하나 치며 스스로 악보를 써보기도 하고,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곡을 쳐보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을 경험삼아 부족한 부분에 채워넣으며, 하늘은 자신의 실력을 키웠다.
처음 나간 경선에선 정말로 비참할 정도로 안 좋은 성적을 냈고 하늘은 매우 분해했다. 역시 안되는걸까. 어릴 적 선생님이 말한대로 자신은 안되는걸까. 눈물이 핑 돌지만 애써 안 울려고 눈에 힘을 꽉 주며 밖으로 나가니 부모님이 서 있었다. 아무런 말 하는 일 없이 품 속에 토닥여주며 엄마와 아빠는 우리 아들 곡밖에 안 들리더라 라는 말 한마디에 하늘은 숨을 꽉 죽였다.
더욱 연습하며 하늘은 이를 악물었다. 누구보다, 누구보다 더 위에 서고 싶었다. 자신은 피아노를 좋아했으며, 연주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와 비슷하게 꼭 이루고 싶은, 정말로 이뤄내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역시 늑대는 다르네. 완전 재능 넘치는거 봐. 진짜." "미안하지만 나는 늑대가 아니야." "뭐?" "그러니까 늑대가 아니야. 실망시켰다면 미안해."
인간이건 양이건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자기 자신임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늑대가 될 순 없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많은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었으니까.
/라고 별 내용없는 독백을 써보기도 하고! 정말로 별 내용없지만 이것으로 내가 하늘이에게 부여한 것은 다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뒹굴거리면서 학창생활을 보내게 하는 것 뿐!
그정도는 고민할 거리도 아니라는듯 당신에게서 들려오는 대답, 상냥한 미소와 조용히 입을 여는 모습에서 괜한 걱정을 했던걸까 싶은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아무렴, 언제 다시 가까워지든 그 행동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당신에게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후후후... 그건 또 그것대로 상냥한 말이네요..."
마치 정해진 일인양 오늘이 아닌 내일이었어도, 어쩌면 더 지난 뒤였어도 변함없이 항상 인사를 건네왔을 거라는 당신의 말에서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한켠으로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자신 역시 이전과 다르게 변한 부분이야 있겠다만, 그래도 변화된 당신의-어쩌면 미처 눈에 담지 못했을 수도 있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당신 또한 노력했고, 노력할거라는 말은 이런 뜻이었을까?
"물론... 아파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안타까워하는게 당연하겠지만, 괜찮아요. 눈물 흘릴 때가 있어도 이렇게 바로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잖아요?"
수줍은 웃음, 어떻게 보면 귀엽다고 느껴질만한 그 미소를 보면 즐거웠고 그녀 또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웃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겠지. 악순환이 있으면 그 반대도 있는 법이었다.
"후후후~ 그만큼 진심이시란 건가요? 그래도 너무 무리하는건 좋지 않은걸요~ 가끔은... 얼토당토않은 요구에 화를 내는 모습도 보고 싶을지도...?"
자신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노력할것이라는 당신의 말조차도 안정이 되는 느낌이었다.
"...... 정말이지... 그런 말씀을 하시면 울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인데도, 이상하게 눈물이 안나오는걸 보면 제 감정선도 참 눈치가 없나 보네요~"
겁먹을 필요도, 망설일 필요도 없이 무엇을 하든 밀어내지 않는다는 당신의 이야기는 꽤 간질간질하게 다가왔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법이니, 겁먹지 않아도 되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그 실수가 반복되면 안되는 법이니까요. 이미 몇가지는... 꽤 크게 저지른것 같고...' 문득 그날 이후의 흉터라던가 남아있는건 아닐까 살피고 싶었지만, 당장 볼수 있는 곳에는 없는듯 싶었다.
"그 말, 그대야에게도 돌려드리고 싶네요..."
손끝으로 자신의 뺨을 간질이듯 매만지는 당신의 조곤조곤 이어지는 말에 그녀 또한 버릇처럼 당신의 귓가에 손을 가져가 엄지로 부드럽게, 닿을듯 말듯 원을 그렸다.
" 그런가.. 모르겠어, 방금한 말은 상냥하게 보이려고 한 게 아니라 그저 내 생각을 말한 것 뿐이지만, 슬혜가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분명 내 말이 따뜻하게 들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기쁘네. "
시아는 상냥한 말이라는 슬혜의 대답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고는 베시시 미소를 지은 체 말한다. 정말로, 상냥함을 표현하려고 말한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이 하고자 했던 것을 말했던 것 뿐이니까. 그것을 슬혜가 상냥하다고 받아들여준다면, 시아 역시 기쁠 따름이었다. 슬혜가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일테니까.
" 그러네, 이젠 슬퍼해도 아파해도 옆에 슬혜가 있어줄테니까 맘 편히 울어도 되겠어. 그래도 .. 슬혜가 내 감정받이가 아니니까 최대한 울지 않을거야. 슬혜한테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 "
자신의 수줍은 웃음을 보고, 아리따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슬혜에게 조곤조곤 대답을 돌려준다. 분명 자신의 슬픔, 아픔을 받아 위로해줄 슬혜가 이젠 옆에 있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감정들을 온전히 슬혜에게 받아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타인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은 분명 쉽지 않고 힘든 일이니까. 자신이 힘들다고 그런 힘든 일을 슬혜에게 온전히 맡기고 싶지 않았다.
" 그래도 너무 힘들면 아까처럼 슬혜를 끌어안고 기댈게. 슬혜 품에서 엉엉 울어버릴게. 거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니까, 그렇지? "
그래도 기대야 할 때는 꼭 슬혜에게 기대겠다는 듯 시아는 눈을 마주한 체 말한다. 한점의 흔들림 없이 꼭 그렇게 하겠다는 듯.
" 괜찮아, 슬혜가 꼭 울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도 내 마음만 잘 알아준다면, 방금 전의 말을 듣고 웃어도 아무런 상관 없어. 내 마음을 알아주는거면 충분해. "
자신의 말에 눈물이 나오지 않아 신경이 쓰이는 듯한 슬혜에게 고개를 살살 저어보인 시아가 상냥하게 대답한다. 눈물은 필수가 아니다. 감동을 하더라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웃어주고, 마음을 알아주면 그만인 것이다. 슬혜의 눈물 보다는 미소를 보고 싶으니까.
" 응... 나도 겁 먹지 않을게. 예전처럼 혹시나 일어날 일에 겁을 먹고 망설이지 않고 슬혜에게 다가갈거야. "
자신의 귀를 매만져주는 그 손길에, 열을 머금은 한숨을 뱉어내며 귀여운 소리를 내곤 작게 몸을 파르르 떨어보이는 시아입니다. 그런 후에는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라 당황해선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귀까지 빨개진 것이 한순간 부끄러워진 모양입니다.
" .... 행복이 뭐라고 예단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겠지만...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말한다면 단언컨데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어, 슬혜야. "
순수하게 궁금해하는 듯한 슬혜의 물음에, 얼굴을 붉힌 체 부끄러워 하던 시아는 얼굴을 조금 추스리려는 듯 뜸을 들이다가 옅은 미소를 지은 체 고개를 끄덕인다.
" 나는 지금 엄청나게 행복해.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야. "
아무리 부끄럽다고 하더라도 이것만큼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복숭아처럼 달아오른 얼굴을 한 체로 의지가 담긴 눈을 슬혜의 눈과 올곧게 마주한 체 잔잔한 목소리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