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낄! 사실 그리 대단한 스포일러도 아니다!!! 어쨌든, 영화가 계속된다. 선박에서 수영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파티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이틀을 보낸 그들.. 하지만, 이제 슬슬 선박도 질려간다. 원래라면 내일 선박이 떠났던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아직도 주변에 보이는 것은 광활한 바다뿐. 그리고 안내방송이 울린다.
[선박 여행을 즐기시는 여러분들께 한가지 안내말씀 드립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안내 방송이 끝나자 남편A의 자식이 배고파요. 하고 부모들에게 안기는 장면이 나온다.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또 항의하기 위해 선장실과 주방으로 향하는 관중들이 비춰지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둠이 깔린 저녁... 전날과는 다르게 시끌벅적한 음악은 들려오지 않으며, 사람들은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저마다 객실에 누워있다.
그리고 다시 안내방송이 선내에 울린다.
[여러분들을 위해 선원들이 식재료를 마련했습니다. 부디 내일까지 참아주시길 바라며, 마지막 식사를 즐겨주십시오.]
그 방송을 들은 사람들은 식당으로 힘없이 걸어간다. 식당에 도착하자 눈에 보이는 것은 각종 생선으로 만든 요리와 육고기, 치킨, 등등의 다양한 고기요리. 넓은 테이블에 앉은 두 가족은 의아해하며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거부하지 못하며 먹는다. 자신들이 먹어본 고기 중에서 가장 특이하다는 평을 남기며 거침없이 접시를 비워나간다...
"키키.. 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생선 뿐일텐데... 닭고기나 소, 돼지 같은 육고기는 어떻게 구했을까요? 사실... 저건... 그 어느쪽에도 해당되지 않는 고기가 아닐까요?"
날 만난게 그렇게 특별한 일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일단 반겨주니 기쁜 마음이었기에. 나는 베시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하긴 야밤에 혼자 있는데 아는 사람을 만나면, 확실히 반갑지! 아는체 해봐서 다행이다.
"응? 입을 열어도 충분히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방금 내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걸까? 별로 그가 입을 열면 이미지가 뭉개진다던가 그러한 의도로 말했던 것은 아니라서, 나는 그런게 아니라는듯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의 말을 정정했다. 뭔가 묘하게 부끄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그도 나처럼 칭찬을 들으면 부끄러워 하는 타입인걸까? 알지 알지. 나도 칭찬을 들으면 부끄럽지만 좋아하는 성격이다.
"응, 응. 그러자."
발을 동동 구르는게 그도 슬슬 걷고 싶었던걸까? 고개를 의아하게 기울이면서도, 나는 이내 끄덕 거리며 동의 했다. 밤 산책에 말 동무가 생기는건 좋은 일이다.
처음 보는 남성은 혹시.. 라고 하며 무언가를 꺼내려고 했다. 이상한 권유라면 질색인데 말이야. 하고 생각하는 도중 그는 한 사진을 꺼내어 나에게 내밀었다. 지금 남성와 같은 머리카락 색에, 푸른색의 눈빛을 가진 여성. 눈 앞의 남성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굉장한 미인에 가까워 보였다.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워낙 많은 여성을 만나고 헤어지다보니 이젠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그걸 과연 '아는 사람' 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지 고민하긴 했지만.
가쉬가 내뱉는 수많은 이름 중에 하쿠메이는 없었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실제로 결론이 나니 허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누나가 가명을 댔을 가능성도 있지만 본인 입으로 자신의 여성편력이 아주 화려하다고 증언한 이상, 유의미한 정보를 듣긴 힘들 것 같았다. 미나즈키는 가쉬가 말한 사람들 중 자신의 누나가 없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어보였다.
"시간 뺏어서 죄송해요."
그런데... 보아하니 학생 같은데 그 나이에 그 정도면 지금 본인 입으로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쓰레기인지 고백한 셈 아닌가? 그렇다면 이 사람이 더는 다른 사람을 꼬시지 못하도록 지금 막아야 하지 않나? 가쉬가 최근 자신과 같은 학교 후배인 릴리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모르는(애초에 아는 쪽이 더 이상했다) 미나즈키의 눈이 가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