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입고 만나는 건.. 청월이나 제노시아에게는 그다지 이상하지 않지만요.." 그러면 아프란시아나.. 확률은 낮지만 제노시아인 걸까요. 라고 생각해봐도 아는 분들 중 아프란시아가 많아서 꼽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는 치마라는 말에 치마도 좋고 바지도 좋지요. 다리가 자신 있다면 의외로 바지도 좋지요? 라는 말을 합니다.
"평소 사복으로 자주..." "언니도 은근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요?" 요즘 주위 사람들에게 봄이 오는 것 같네요. 아는 분들이 이런저런 일들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음.. 봄이 나쁜 건 아니지요.
"그러면. 조금 '어필'을 하고 싶은 사비아 언니의 옷..." 인 걸까요.. 라고 말하며 조금 짖궂게 말합니다.
"그러면.. 슬쩍슬쩍..일지도요.." 라고 고민하면서 이미지 변신이면 조금 파격적인 것도 좋겠네요. 라면서 안 입던 옷이 있나요? 라고 물어봅니다.
나는 얼빠진 소리를 냈다. 몸이 노곤노곤 평화로운 기분이 들긴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당황하면서 빠르게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무, 무릎배게?? 귀청소?? 졸려오던 잠이 확 깨는 기분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하루는 지금 날 진짜 완벽하게 여자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신뢰랑 우호의 표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니아니아니아니, 하루야. 설마 날 진짜로 여자로 생각하는건 아니지? 그렇지?"
나는 그녀에게 정중하게 현실을 재인식 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약효가 떨어지려면 확실히 시간이 남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정신적으로 남자야. 무슨 말인지 알지?"
물론 지금은 너보다 키도 작고, 가슴도 부풀어 올랐고, 쉽게 훌쩍거리고, 긴 머리에 잘 어울리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있기는 하지만....!! 떠올렸더니 조금 죽고 싶어졌다. 이런게 사진으로 나돌아다니면 수치심에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태연하게 웃으면서 지적하는 그 목소리에 분한듯 할 말을 잃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이제와서 그런 주장을 하기엔 이미 방금전 광경 때문에 설득력이 없기는 없었다...그, 그렇지만....
"아, 아니, 그런 문제가...."
춘심이도 그랬다는 말에 나는 조금 당황하면서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야 춘심이는 여자애니까, 같은 여자애인 하루가 머리를 빗어주는게 이상하지 않지만 나는 남자니까 그런건......아니 지금은 여자애라서 괜찮은건가? 애초에 마도로 이렇게 성별을 바꿀 수 있는 시대에서, 너무 고리타분한 생각인건가!?
....
"뭐, 뭐엇-!! 그만둬! 부끄럽다구!!"
혼란에 빠지던 나는 그녀의 협박에 다시금 펄쩍 뛰었다. 긴 머릿결과 가슴이 조금 공중에 부웅 떴다가 가라앉는 낯선 감각이 실로 묘하다.....지금 이 광경을 사진 찍히면 어쩌할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뛰쳐나가자니, 지금 입은 옷은 잠옷이나 다름없어서 더 부끄러운 꼴이 될 터였다....
"크으윽...."
결국 나는 반박하지 못한체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체 그녀의 무릎에 고개를 누울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장난으로 가볍게 투닥투닥 하려고 했던 건데, 그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 나왔다. 허릿심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서, 엉뚱한 생각이 들어 당황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쥐방울 만했던 게 키만 커가지고,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문득 발갛게 부어오른 그의 팔이 눈에 들어온다. 손이 더 매워졌다는 이야기에 그를 때렸던 손을 등 뒤로 황급히 감추며 고개를 홱 돌렸다. 힘이 강해진 만큼(ㅠㅠ) 앞으로는 친한 사이에나 하던 가벼운 손찌검도 조심해야지 싶었다.
"제노시아. 이제 2학년이야. 주로 공방에서 장비 제작하는 일을 배우고 있어. 무기나 방어구 같은 거."
들뜬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무심한 투로 대꾸하며, 진로를 간략히 덧붙였다. 그리고 "너는?" 하고 되묻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퍽 자유분방한 성격이니 청월보다는 성학교 쪽이 어울리잖나 싶었으나, 구태여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제 갓 입학한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