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아까부터 폭파 마법만 썼기 때문에 무서워, 그러니까. 이번에는 얌전히 있어주라? 크루시오 '
크루시오: 대상 '서 주양 고정'-고통으로 인해, 1턴 행동 불가
곧이어, 그는 단태의 공격을 피하듯 한 손으로 선비탈을 잡고서 상체를 옆으로 뺐습니다. 그리곤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 너희들,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네? 아까 서로 죽이 잘 맞더니, 나한테 공격이 제대로 맞지 않는 것도 똑같잖아? '
선비탈이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 안 닿으니까 어때? 슬퍼? 괴로워? 울고 싶어? 어떤 감정인지 말해줘, 응? '
황홀한 목소리로 묻던 그는 발렌타인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한 듯 쿨럭거렸습니다. 다행히, 그것은 금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것 참 다행이네요. 윤의 눈이 가늘어졌습니다. 툭, 소리와 함께 그의 선비탈은 세로로 절반이 쪼개졌습니다. 얼굴에 홍조를 띄며 좋아하던 선비탈이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 너무하잖아, 절망하는 얼굴도 안 보여주고. '
그것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그는 펠리체를 보면서 싱긋 웃었습니다.
'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나한테서 가져가 봐~ '
그는 목에 걸고 있던 로켓을 살짝 들어서 펠리체에게 보여주곤 찡긋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곤 교수들 쪽을 바라봤습니다.
' 교수님들도 아시잖아요~ 절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만들지 않으면, 혜향 교수님에게 걸린 주문은 안 풀려요~ '
지긋지긋한 크루시오 주문이 들려오자, 단태는 흘끗 주문이 쏘아진 쪽을 바라본 뒤에 선비탈을 잡고 상체를 옆으로 빼는 모습에 잠시 행동을 멈췄다. 아니, 정확하게는 금지된 저주가 아닌 선비탈의 말 때문에 단태의 행동이 멈춘 것이었다.
단태는 무심하게 건조한 표정이었다. 주양을 보던 시선이 리덕토 주문에 절반정도 쪼개진 탈을 쓰고 있는 현성에게, 그리고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로 차례차례 움직이다가 다시 현성에게 고정됐다. 그리고- 모르겠네하고 현성에게 들릴 정도로만 속삭였다. 허공에 멈췄던 손이 다시 현성에게 향하는 듯 했지만 단태는 저번에 했던 것처럼 똑같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팡이를 겨눴다.
애니마구스 연습에,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 연습까지 다른데 정신이 팔려 조금 늦게 등장한 감이 있지만 너무 늦지는 않은것 같으니 상관없겠지. 목을 돌리고 어깨를 돌리며 슬그머니 나타난 레오는 언제나처럼 다른 친구들을 밀치며 나아갔다. 비키라던가, 길 막지 말라던가 따위의 조금 험한 말들을 하며 앞으로 나온 레오는 가만히 각시를 바라보았다.
" 질리지도 않나.. 오-케이! 야, 거기! 너 이리와봐. "
비켜비켜, 하고 앞으로 나서선 손가락으로 각시를 척 가리키곤 손가락을 까딱였다. 말하자면, 마치 개를 부르듯이. 이제 옛날의 무력하던 이 몸이 아니란 말씀이야. 일단 마법으로 간을 좀 보고, 그게 아니라면 그 다음에는.. 연습한걸 보여줘야지. 버니에게 배우고 혼자서 연습한 크루시오라던가 아니면 드디어 변할 수 있게된 애니마구스라던가. 처음에는 간을보자는 생각이었는지 레오는 지팡이를 빼들었다.
뭔가. 예전이랑 비슷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두번 연속으로 크루시오를 맞았다고 한들. 작열통에 익숙해지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게 익숙해지면 사람인가? 돌덩어리겠지. 적어도 주양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 걸음 물러나 이를 악물었다.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죽여버릴거야. 넌 내가 재도 안 남게 태워주겠어...!!!"
아득바득 악을 쓰며 상대에 대한 저주를 내질러대던 주양은 이윽고 주저앉았다. 지금 더 서있는 것은 무리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야만 해. 입술 사이를 비집고 새어나오는 신음을 꾹 억눌러가며 주양은 바닥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래. 그때도 그랬지만. 금새 다시 싹 가시겠지. 그 이후에도 얼얼하고 아린 느낌이 끝 없이 맴돌아 남아있겠지만... 한 번 당해봤으니까. 다시는 무기력하게 파들대며 있지만은 않을거야.
"안 닿으니까 어떠냐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그대로 동강내서 불구덩이에 집어 던져버리고 싶네 그래..! 두고 봐. 너네들은 반드시... 저항도 할 수 없는 힘 앞에서....!"
그리고 작열통이 극한에 달하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산재물이었다. MA와 거래 아닌 거래를 한 것. 지금 여기서. 자신과 아무런 관계 없는 사람 30명을 바치겠다고 선언하고 저 탈을 즉지도 살지도 못 하는 굴레 속으로 내던져달라고 빌고 싶었다. 허나 그렇게 된다면.. 학생대표의 존심은 깨질 것이다. 그리고.. 아무런 잘못 없을 사감님은. 분명 학생인 자신 대신 큰 책임을 물게 될 지도 모르지. 정신 차려야 해. 고통을 떨치기 위해. 지팡이를 거꾸로 잡았다. 제 배를 향해 그대로 칼로 쓰셔대듯 몇 번 찍어내며, 어떻게든 작열통을 상쇄해보려 애를 썼다. 차라리. 이런 통증이 작열통보다 나을 테니까.
그녀는 쪼개진 탈 사이로 보이는 표정과 대조되는 미소를 지었다. 절망으로 물드는 건 어림도 없다는 듯이.
"대체 무엇에 절망해야하는지 모르겠는데 말이에요."
그래. 그녀에게 지금 상황은 전혀 절망할 이유가 없었다. 그가 탈의 안부를 신경써 달라고 했으면 모를까, 그런 말은 일절 들은 적이 없는 상태에서 선비탈의 안위를 신경쓸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호기였다. 그의 심장이라 하는 로켓을 손에 넣을 호기였다.
그 생각을 하자 그녀의 금안에 광기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맑은 금빛에 그늘이 드리워 진한 금빛으로 그 색을 변모시킨다. 그녀는 지팡이에 흐른 피를 한번 털어내고 허리춤에 꽂았다. 그 김에 팔의 상태를 한번 보고, 진짜 그냥 보기만 하고 손을 한번 푼 뒤 고개를 돌려 윤을 보았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다녀올게요."
자질구레한 말은 필요없다. 단지 그것만 말하고 그때까지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손끝이 떨어질 땐 그 잠깐이 아쉬워 다시 잡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돌아선다. 후. 짧게 날숨을 내뱉고 단숨에 선비탈에게로 거리를 좁힌다.
"가져가라면 못 가져갈 줄 알구요?"
여유롭게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한 손으로 선비탈의 멱살을 쥐려 한다. 그리고 동시에 가슴팍을 향해 손끝을 세워 찔러넣으려 하며, 틈을 타 로켓을 손에 넣으려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