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8 맞아 내일은 중복이지~! 더위 안 먹게 조심조심하고, 수분 보충도 잘 해주기야! :)
>>769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음.. 새장에 가둘수는 없지만.. 그래도 혼자서 감상하고 싶기도 하고.. 후후후후.. () 히히 우리 누리 이리와~~! 인데 서 설마 탈모마법 쏘러 오는 건 아니지....? :D.. (급 불안) 크흡 놀주 미안해.. 하지만 쭈압의 렝주만큼은 나도 어떻게 이길수가 없어야..!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 (그렇게 쭈주는 돌아오지 못하고) 으앟 귀엽다니 부끄러운걸~! (편안하게 누워서 토닥임받기)(세상 행복)
혜향 교수님의 반응에 기다렸다는 듯, 아이~ 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아닌 애교를 부리며 단태는 혜향 교수님의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갔다가 표정이 미묘해져있는 혜향 교수님의 표정을 말끄러미 응시했다. 왜 저런 표정을 짓고 계신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그 생각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교수님, 제가 청궁의 학생도 아닌데 건 선생님한테 장난을 배웠을리가요. 배웠다고 해도 건 선생님의 장난은 제가 감히 따라하기 힘들기도 하고 말이죠."
설마 제가요? 라는 표정을 짓고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뻔뻔한 능청스러움으로 대답한 단태는 앞장서는 혜향 교수님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학생에게 술을 사주면 교장 선생님에게 혼난다는 그 말에는 그저 헤죽헤죽 웃을 뿐이었다. 아무리 호기심이 있다고 한들 교수님까지 곤란하게 만들 일은 없을테지만 왠지 혜향 교수님은 에반스 교수님이랑 비슷한 느낌이란 말이야. 새로운 무알콜 맥주라는 말에 교수님의 뒤를 따라서 걷다가 단태가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에이~ 한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지만, 그래도 교수님이 곤란해지시면 안되니까 사달라고 조르지는 않을게요."
앞서서 나눴던 이야기들에 대한 대답을 단태는 굳이 하지 않았다.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낄낄거리면서 맞장구를 치는 정도의 행동들을 해보일 뿐이었다. 영양가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기에는 먼저 꺼내진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에 대한 대답을 해야했고, 주제는 그쪽으로 쏠렸기 때문이었다. 주단태는 말을 돌리거나, 주제를 바꾸기 위해서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다른 말을 재잘재잘거리며 입을 열어 주제를 돌리기 일쑤였고, 그 시도는 거의 대부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단태가 이번에 그러지 않은 것은 역시나 몇번이나 반복된 사건의 연속이 원인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했다.
걸음을 멈춘 주양을 향해 단태는 흘끗 붉은 암적색 눈동자로 응시하며 자신의 손을 들어서 뺨을 몇번 툭툭 두드리고는 팔짱을 꼈다. 어차피 졸업때까지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틀려먹었으니 어쩔도리가 없었다. 졸업 이후에는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했다. 게다가 상대가 저렇게 망설이지 않고 부딪혀오는데 그걸 무시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사실은 무시해도 됐었지만 지금은 그걸 무시하고 다른 말로 바꿀만큼 자신의 인내심이 풍부한 편이 아니었다.
"자기던가, 달링이라는 호칭이 싫다면 이야기를 하지 그랬어? 그래도 나는 그 호칭을 썼을테지만 말이야. 어긋났다고 해도 의외로 잘 돌아갔잖아?"
안그래? 하고 단태는 건조하게 메마른 시선으로 응시하면서 재잘거리다가 입가를 끌어올려 히죽, 웃음을 지어보였다.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주양의 모습에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가 하늘을 한번, 주변을 한번 번갈아가며 바라보고는 눈을 몇번 깜빡인다.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에, 단태는 뒤로 물러나거나 하는 사소한 제스처도 없이 그 자리에 서서 고개만 살그머니 기울였을 뿐, 주양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사실이 맞다고 한다면- 이라고 하면 말장난 밖에 안될테니." 단태는 시선을 다시 다른 곳으로 굴리며 단태가 뱀마냥 웃고는 주양에게 손을 뻗어서 그 뺨을 툭 건드리려했다.
"평소라면 네가 말한대로 넘겼을텐데 내가 지금에 와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구는 것도 이상하니까."
대답을 하던 단태는 잠시 자신의 대답을 곱씹어 보다가 눈썹 한쪽을 가볍게 치켜올렸다. 사소한 그 표정변화에 웃음기는 없었다. "뭘 해명해?"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말투였다.
"내가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이 진짜인지 해명하라는 말일까? 아니면 감정에 대한 걸 선비탈에게 물어본 걸 해명하라는 말일까? 응?"
>>777 >>779 일상..! 멀티 넘어 트리플까지 가면 내 캐입력이 버티지 못할 것 같기에.. 일단 난 패스! 게임! 아까 투표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다시 하자면 나는 마피아게임에 한 표~! :D 헉 그리고 내가 방금 전까지 모기쫓는 걸 알았던건가..? 자꾸 귀찮게 달려들어서 모기향 피웠으니까 돈워리 암오케이~! :)
>>778 확인했어~ 커피 맛있게 마시고 여유롭게 이어줘~! :)
>>780 아니 왜 벽을 타고 올라가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첼주 내려와 그 위는 위험해..! (밑에서 받아낼 준비)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꽤 큰 제약이 따르는구나- 하는 걸 다시금 느꼈다. 퍼부어주고싶은 말도있고 반박하고싶은 말도 있었지만 이런 모양새론 말을 할 수도 없었고 바닥에 글을 쓰는 것도 꽤나 제약이 많았다. 정말 많이 놀랐나보다- 하는 것은 온 몸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레오는 속으로 킥킥대고 웃었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최근에 알게된 것이라면, 이렇게 동물로 변하고 나면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턱을 긁어준거나 아니면 등을 쓸어준다거나 배를 긁어주는 것이 꽤나 기분이 좋다는 것이었다. 눈을 감고 머리를 부비적대던 레오는 갑이랑 을이 나뉜것 같다는 말에 눈을 뜨고 조금 큰 소리로 울었다. 해석이 가능했다면 쳐죽여버린다-는 말이 나왔겠지.
축하한다는 말과, 우리 꼬맹이라는 말. 레오는 조금 당황한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런 말도 할 줄 알았던가. 레오는 이러나저러나 상관없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습관처럼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자신을 쓰다듬는 주양의 손을 두 어번 정도 핥았다가 레오는 뒤를 돌아 다시 나무 뒤로 향했다. 네 발로 슬렁슬렁 걸어가는 동안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 했던 말처럼 절대로 이 쪽으로 와서 보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유라고 한다면 의외로 별 거 없을지도 모르지만 동물로 변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몸 뿐이다. 변신할때 옷을 입고 변신한다면 전부 찢어져버리기 때문에 얌전히 벗어서 정리해두고 변신해야했고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당연히 자신은 아무것도 입고있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런 연유에서였다.
레오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모습과 지금 현재의 모습. 변하고 싶은 모습을 생각하고 집중한다. 머리 끝과 발 끝에서부터 다시 변화가 시작됐고 레오는 감았던 눈을 떴다. 정상적으로 돌아온 원래대로의 모습. 팔 다리가 잘 달려있고 피부도 원래대로. 레오는 '좋아!' 하고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곤 부네가 주었던 가방안에 잘 정리해서 넣어놓은 옷을 입고 앞으로 나왔다.
" 핫-하! 어때! 어때!! 대단하지! 멋있지! "
레오는 뭔가 불편한듯 옷을 만지작 거렸다. 목이 조금 졸리는 느낌. 조금은 애석하게도, 레오는 들뜬 마음에 급하게 옷을 입느라 거꾸로 입어버렸다. 자신은 그것을 알지 못했지만. 레오는 허리에 손을 탁 올리곤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 애니마구스인 교수님한테 도움요청했지. 그래서 빡세게 연습해서, 이렇게 됐다~ 이 말이야! 어때! 어때! "
"어머나. 나는 싫다는 말은 안 했다? 그래. 너의 말마따나~ 아주 기특하게도 어긋난 채 잘 돌아가고 있었지. 서로서로 잘 맞춰주면서 말이야~ 그거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야 하려나. 어긋난 편이 나한테는 더 재밌게 느껴져서 그랬다고 하면, 너도 적당히 알아들을 수 있겠지?"
오히려 어긋난 그 관계를 서로가 재밌게 즐겼기에, 여기까지 별 탈 없이 잘 나아갈수 있지 않았을까. 당신은 어떻게 느꼈을지 이제 와서는 확신이 없었으나 적어도 자신은 꽤 재밌게 잘 즐겼던 느낌을 받았다. 이런저런 일에 시달려 감정이 한껏 예민해진 지금조차도 그 어긋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단지. 지금은 그 어긋남을 더 이어갈 수 없을 만큼 자신의 의문점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이 발목을 잡아챌 뿐이었다.
"역시 판단이 빠르다니까~ 전부터 한번 이런 진실된 자리를 가져보고 싶었달까? 가면 뒤의 모습을 서로에게 내비치는 자리를. 나의 친애하는 여보- 주 단태와 함께.. 단 둘이서 말이야."
호칭을 여보라고 굳이 또 붙인 것은, 아무 의미 없는 공허한 울림이었는가, 아니면 곧 막을 내려버릴 이 어긋남에 대한 미련의 연장선이었는가. 어느 쪽도 확실히 드러내지 않은 채, 주양은 그저 웃었다. 당신의 손이 제 뺨을 건드릴 때 즈음에는, 그 어떤 거부도 보여주지 않은 채 뒤이어질 당신의 반응은 생각조차도 하지 않고 당신의 손목을 잡아채고 거리를 좁히며 눈을 감았다. 이윽고 그 손에 뺨을 부비면서 눈을 뜨고 비틀린 미소를 내비치는 것이었다. 뺨을 맞더라도. 그 어떤 행동이 되돌아오더라도 상관 없다는 듯한 모양새로.
"우리 단태. 웃어야지? 이 즐겁고 감정 기복 넘치는 순간에, 그런 재미없는 표정 짓고 있으면 삶이 쳐져버린다~? 글쎄다. 역시 내가 좀 불친절하게 시작하기는 했으니, 지금이나마 조금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게 낫겠지."
그러고는 잠시 말을 골랐다. 처음에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그저 감정에 대해 물어본 이유를 듣고 싶었다. 이렇게까지 심오해질 것 없이 가볍게 흘러가도 될 이야기를. 굳이굳이 자신이 촉진시켜 이렇게 험악하게 만든 것은 그저 그 동안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졌을 뿐인 것이다. 여태껏 느낀 것보다야 덜하다고는 하지만, 탈들을 넘어설 수 없었다는 분함. 말을 듣지 않는 지팡이에 대한 억울함. 그리고 넘어설 수 없는 상대와의 만남으로 인한 좌절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지금의 이 상황을 자아내게 된 것이다. 넘어설 수 없는 상대와의 만남이 당신에게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 외의 사항은 공통선상에 서 있으니.
여튼 그래서. 이왕 이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진 김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듣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남의 배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신이, 그동안 역극에 어울리기 위해 그 본성을 숨겼으니. 지금에서는 숨은 무언가를 잔뜩 알아내고, 알고 싶었다. 흥미. 호기심. 그리고 그로 인해 또 어떤 사이로 돌아설지 모르게 될 쾌감. 오직 그것 뿐만이 남아있는 모습으로, 주양은 다시 경박하게 웃었다.
"처음에는 그저, 탈에게 굳이 그런 걸 물어볼거 있었나. 그리고 이왕이면 나한테 말하지 그랬나 하고 좋게 좋게 물어볼 참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버렸으니. 너한텐 미안하지만 이기적으로 갈게. 양해 부탁해?"
"그래서. 이왕이면 전자 후자 전부 들려준다면 고맙겠어~ 그치만 전자는 해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린. 서로 이해자가 될 수 없는 사이임에도 서로 이해하는 '척' 하면서 여기까지 나아갔잖아?"
그것 때문에, 너의 모습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이미 감이 오니까. 그것까지 해명할 필요 없어. 그렇게 단정지어 말하며 주양은 미소를 더더욱 짙게 머금은 채로 손목을 잡았던 손에 힘을 풀었다.
아닌 건 아닌 거. 그 말에 잠시 보았던 윤의 본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의 그녀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모습. 그 앞에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어린지를 실감했다. 이미 열살이나 많은 첫째나 아버지를 앞에 두고도 그런 기분은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그녀도 그렇게 느끼는데, 주변에서 볼 때는 오죽할까. 동시에 드는 이런 저런 생각들에 그녀는 잠시 쓴 웃음을 지었다.
이름을 묻자 그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표정일까. 태평하게 이름을 물으니 그럴 만도 하긴 하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어른을 버르장머리 없게 대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다행히 그가 이름을 알려줬기에 그녀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사라진 가문이라고 들었을 때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지만, 그것 뿐이었다.
"그러면, 샤오 씨라고 부를게요. 이게 발음이 제일 마음에 드니까."
어딘가 화려한 그의 외모와도 어울리는 느낌이고 말이다. 이름을 들은 뒤 음식이 나와 그녀는 맥주를 보며 눈을 반짝였으나, 스테이크만 제 앞으로 밀어져서 작게 쳇, 하고 불만을 표했다. 이럴 줄 알고 있긴 했지만. 스테이크를 앞으로 끌어와 한입 크기로 썰면서 그의 말을 듣는다. 영 시원찮은 답변에 그것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그거는 굳이 안 알려줘도 알거든요. 이유 좀 알려준다고 뭐가 덧나나요. 어디 팔아먹을 것도 아닌데."
못 됐어. 전혀 감정 없는 투덜거림을 늘어놓고 스테이크를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덜 식어서 혀에 닿을 때 흠칫 했지만 그대로 느릿느릿 씹어서 삼킨다. 얼얼함이 남은 혀를 두고 다음 조각을 입에 넣으려다가, 말을 하기 위해 잠시 손을 멈췄다.
"뭘 물어볼건지 궁금한데 그건 가르쳐줄 수 있어요?"
그녀가 아니라 윤에게 물어볼거라 하니 왠지 물음을 빙자한 꾸짖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좀전에도 가차없이 양심이 없다느니 했으니까. 잠깐이지만 윤의 모습으로 성난 소리를 들을 걸 상상해보니 어쩐이 웃음이 난다. 잠시 키득거린 후에 그의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수업에 재미란게 있을 리가요. 몇몇 과목은 흥미가 있긴 하지만, 재미는 아니에요. 굳이 재미있는 걸 찾자면 수업 중에 선배랑 딴짓하는게 재밌죠."
그녀에게 학교 수업은 전문가에게 배운다는 점 외에는 별 의미가 없는 과정이었다. 그냥 그녀가 학교를 다니는 중이고, 수업이 있으니까 듣는 것이라. 특히 최근 약초학 수업은 진심으로 재미 없었다고 덧붙이곤 포크를 들었다. 이제 적당히 식어 뜨겁지 않은 스테이크 조각을 먹으며 그의 맥주잔을 힐끔거린다. 약간의 아쉬움을 담아서.
"그거 저도 시켜주면 안 되요?"
보는 걸로는 성이 안 찼는지 결국 저도 시켜달라 말이나 해본다. 얘기 중이긴 하지만 자꾸 신경쓰여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제법 간절한 눈빛을 그에게 보내보았다.
당신인 것이 확실해지고 나니, 행동 역시 더더욱 거리낄 것이 없어졌다. 한참동안 그렇게 당신을 쓰다듬으며, 마치 머글 세계의 범죄조직 보스 자리에 앉은것과 비슷한 그런 느낌을 받으며 더더욱 오만방자한 표정을 짓다가 으르릉거리는 소리를 듣고 주먹을 쥔 채 불만 있느냐며 윽박지르는 것이다. 늘 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당신이 제 손을 핥을 때 즈음에는 뭔가 기분이 묘해지는 것이다. 아무리 스킨십이 좋다 그래도 사람이 이렇게 180도 변할 수 있나. 모습은 동물이지만 결국 본질은 주궁 4학년 학생이자 제 숙적일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연스럽게 으, 하기는 했으나 오직 그뿐이었다. 어느 쪽이라고 한들 크게 상관 없겠지. 일단 지금은 지금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참동안 또 당신을 쓰다듬으면서 예의 범죄조직 뭐시기가 된 기분을 즐기다가, 나무 뒤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키득거렸다. 이제 즐길만큼 다 즐겼나보다- 하는 생각으로.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던 그 이야기는, 괜히 또 되새기지 않기로 마음먹으면서.
"푸흡...!"
그러고는 나무 뒤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당신을 보며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차라리 옷이라도 바로 입고 있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정도 변신 쯤이야 청도 할 수 있겠다면서 반박했을 테지만 옷을 거꾸로 입고 나온 이 언밸런스함은 차마 그냥 넘길수가 없었던 것이다. 맙소사. 어째 이럴수가. 그대로 배를 잡고 깔깔대며 자지러지게 웃으려던 주양은 나오려던 웃음을 꾹 억눌렀다. 자신의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으니, 이 정도 댓가는 치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 이런 이런... 하도 하찮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오고 말았네~? 그냥 양해해주길 바랄게? 헹. 날 조금이나마 놀라게 할 줄은 몰랐지만 그것 뿐이야~ 그정도 초급 변신술 쯤이야, 우리 청이도 할 수 있겠다!"
당연하지만 절대 초급 변신술이 아니며, 패밀리어가 자유자재로 구사할 만큼 간단한 것도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허나 뒤늦게 들기 시작한 심술이 기승을 부리기 일보직전인 지금, 주양은 이 정도 디스는 가차없이 할 수 있었다. 한 켠으로는 뭔가 묘한 열등감도 느끼면서, 평소보다 몇 배는 비열해보이는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축하는 이쯤 했으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괜히 당신의 머리를 한번 더 쥐어박았다.
"뭐가 어때야 어때는~! 내가 아까. 그렇게 말한 걸로는 좀 모자랐나봐? 응? 자꾸 그렇게 까불면~ 병 찾아와서 또 어려지게 만들어버릴 수가 있다, 꼬맹이? 너가 애니마구스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모습을 변하게 할 수 있어도, 꼬맹이라는 건 변함없다고!"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더 하기에는 영 탐탁치 않았다. 그 이상은 자신의 멘탈이나 항마력이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았다. 한번 그 사실을 자각한 이상, 또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런 목적도 있긴 했으나, 일단 궁극적인 목표는 당신이 옷을 거꾸로 입었다는 사실을 묻어가기 위한 것이었다. 분명 저대로 돌아간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한참 웃어주겠지. 자신이 느낀 부끄러움과 뻘쭘함과 묘함을 그렇게라도 되갚아주겠다는 나쁜 마음을 먹은 채 주양은 마냥 웃었다.
"뭐~ 그래도 꼬맹이답지 않게 교수님한테 도움을 청할 생각까지 어찌저찌 한 모양이네? 아깝다. 교수님이랑 연줄이 닿기 전에 내가 중간에서 싹둑 했어야 하는건데~ 그. 이파리 물고 다닐때 좀 더 방해할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칭찬인듯 하면서도 칭찬이 아닌 뭔가를 내뱉으며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자신은 썩 착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칭찬이니 뭐니 하는 훈훈한 이야기보다 이 쪽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레오는 왜 웃는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그 뒤로는 정말로 발끈해버렸다. 정말 어려운 길이었다. 약을 만드는 데만 3년이 걸렸고 그 뒤로는 운좋게 천둥이 치는 날이 겹쳐주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지만 연습하는 것이라던가 남들 눈에 띄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들은 정말 어려웠다. 자는 시간마저 쪼개야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별로 신경쓰지 않을 수 있던것은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것과 원래 이런 사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꿍,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주먹이 떨어졌다. 어째 몸이 좀 커졌다고 더 세게 때린 것 같은 느낌인데. 레오는 어려졌을 때 처럼 맞은 자리를 손으로 마구 문지르면서 '아이씨.. 씁.. 아..씁..' 하고 아픈 것이 가시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생각같아선 이 자리에서 변신해서 어깨를 밀어 넘어트리고 정말 물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돌아가는 길이 머리아파진다. 레오는 휙 하고 고개를 돌려 째려보다가 유리병이란느 말이 나오자 조금 멈칫했다.
" .. 내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것 같아? 야, 개밥. 넌 보고도 느끼는게 없니? 내가 누구야. 나 애니마구스야! 몇 없는 애니마구스라고! 개밥 - 너는 평생 해도 못할걸? 그러니까 네가 키만큰 개밥 소리를 듣는거야 이 개밥아!! "
레오는 금방이라도 변신할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가 멈칫하고는 작은 주먹을 꼭 말아쥐었다. 그리곤 이거나 먹어 이 개밥아! 하고 말하면서 그 자리에서 점프해 똑같이, 어쩌면 더 세게 꿀밤을 때렸다. 높이 뛰어 내리박는 것이라면 몇 배는 더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찌만 미안하다던가 하는 감정은 전혀, 단 일말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레오는 쥐어박은 자기 손이 아프다며 후- 후- 하고 손을 불었으니까.
" 머리가 돌이라 그런가 내손이 더 아프네... 헹! 아쉽게 됐네! 교수님이랑 연줄이 닿기전에 내가 먼저 애니마구스가 됐으니까! 이거나 먹으셔- "
레오는 가운뎃 손가락을 척 하고 들어보이곤 혓바닥을 쭉 내밀어 메-롱 하고 말하며 히죽히죽 웃었다. '혹시 모자란가?' 하고 말하며 이거는 서비스~! 하고 덧붙였고 동시에 반대손의 손가락도 들어 자기 양 볼에 붙이고는 굉장히 익살적으로 혀를 쭉 내밀었다.
>>805 으아앟 초장.. 도망쳐야 해.. 그치만 도망칠수가 없다... (꿈틀대는 숙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할미탈은 최후의 양심이니까! 우리 첼이.. 혼나면서 굳세게 자라야 한다.. 나중에 주점에서 진짜 맥주 사먹으면서 나 학교다닐때 이거 사달라고 했다가 혼난 적 있다 엌ㅋㅋㅋㅋㅋㅋㅋ 하는 썰도 풀어주고..! (급기야)
감 선생님이 달래주긴 했지만 너는 눈물이 쉽게 그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기숙사 복도를 지나는 내내 표정이 좋지 못했다. 테마리 생각이 머리를 떠나가지를 않았다. 내게 있어 테마리는 정말 소중한 것이다. 후부키는 차갑고 나무도 얼어붙는 겨울 눈안개가 있지만, 그 눈안개를 지나면 봄결이 있다. 일반 동물과 더불어 각종 신비한 동물과 함께 테마리를 통통 튀기며 동요를 불렀던 추억이 있다. 노래를 부르면 유니콘이 네 옆에 섰고, 테마리를 손 위에서 굴리면 스낼리개스터가 날아와 부리를 딱딱댔다. 그래서 트롤도 같이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는 그러고도 남을 아주 순박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하지만 테마리가 산산조각이 날 줄 누가 알았을까? 그 당시에는 밟혀 부서지고 트롤의 핏자국도 땅에 보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터져버린 테마리는 꼭 밟혀 죽은 시체 같았다. 그런 시체는 본 기억이 없지만 상상이 갔다. 아마 디핀도와 크루시아투스, 섹튬셈프라 주문에 갈기갈기 찢긴 모습이 아닐까? 색실공이 터져서 그런지, 색실반지가 떠올랐다. 두번은 보기 싫다! 만약 보게 된다면 그대로 기절해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때처럼 엉엉 울까? 어느쪽이든 좋은 방법은 아니다. 만약에 엉엉 울게 되면, 이번에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몸은 훌쩍 커서 더이상 지켜줄 어른도 없기 때문이다.
복도에서 기숙사 방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한다. 나는 이번에도 잘못된 이정표를 따라가듯 빙빙 맴돌며 차가운 바람을 잔뜩 맞는다. 덕분에 눈물은 가셨다. 볼이 찬바람에 빨갛게 달아오를 때, 나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아……."
나는 문을 쾅 닫다 우당탕 넘어졌다. 마음이 조급해 발이 걸렸기 때문이다. 테마리다! 머리를 휙 치켜들고 달음박질을 해서 테마리를 들어올렸다. 내 테마리가 맞다. 솜뭉치에 방울을 넣고 예쁜 색실을 엮어낸 아주 소중한 물건. 죽어버린 패밀리어보다 더 소중하다. 그건 후부키의 추억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테마리를 소중하게 안았다. 후부키의 봄결이 묻은 테마리는 트롤의 냄새가 아니라 매캐한 냄새가 났다. 가슴이 뜨겁다. 열병에 걸린 이마처럼 심장도 따끈따끈하면 딱 이럴 것 같다. 콩콩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개를 푹 숙였다. 눈앞이 희뿌옇게 변하고 세상이 쑥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하도 뛰어서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호롱불에 아른거리던 그림자가 바람이 불어 커졌다. 가면이 툭 떨어지고 내 새하얀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神様。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이마를 바닥에 대며 몸을 웅크려 한참을 울었다. 소중한 테마리. 내 사랑하는..내 사랑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바람결에 호롱불의 그림자가 일렁이고 너는 깔깔 웃는다. 너는 하도 변덕적인 사람이라, 이런 상황에서도 갑자기 행복해하는 사람이었다.
"아-!"
소녀의 목소리가 높게 울렸다. 고개를 쭉 빼들어 창문 밖의 환한 달을 보고 방긋 웃었다. 테마리를 한 손에 소중하게 안고 팔을 쭈욱 뻗는다.
"달 예뻐-! 보름달이 다가오네? 보름다알. 몸도 마음도 꽉 차는 날! 달님이 얼굴을 마주하는 나알..테마리신님, 이노리 기쁘게 해주려고 예쁜 달도 보여주는 걸까?"
너는 달을 쥐었다. 닿을 수는 없지만, 덮어가리고 주먹을 쥐면 달도 손안에 쏙 들어온다. 주먹을 꾹 쥐자 핏줄이 돋았다. 눈동자가 점점 작아졌다. 손을 펴자 날카로운 손톱이 쫙 펼쳐졌다.
"우와~ Hoxy... 화났어? 화난거야, 우리 꼬맹이~?! 이제 훨~씬 보기 좋네! 어때. 화 좀 내니까 정신이 번쩍 들지! 너가 지금보다 훨씬 더 작아져서 땅꼬마가 되어있을 때는~ 너무 단조로워서 재미가 없었는데 이제 좀 재밌네!"
간만에 풉키풉키 하며 당신을 한껏 놀려먹었다. 그 와중에 뭘 아냐는 물음에 일절 답하지 않은 것은, 그 관련으로 더 이야기를 꺼내봐야 잘 아는 사람이 훨씬 압도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걸 아니까. 관련 용어라던가 하는 게 나와버리면 자신은 그 순간 꿀먹은 벙어리 신세가 되어 아무런 반박도, 태클도 걸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그 상황은 최대한 피하려는 주양 나름대로의 꼼수였다. 자신이 몇번 방해하기도 했으니 그 과정이 더더욱 힘들고 고된 시간이엇을 거라는 것도 어느정도 어림짐작하고 있기도 했고.
"싫은데~? 왜 내가 그런걸 해야해! 변신술 달인으로써의 삶은 우리 꼬맹이 혼자 충분히 누리라구~ 나는 다른 쪽으로 더 숙달되어서 보란 듯 네 앞에 나타날테니까!"
어렸을 때보다 더욱 마음 편하게 때릴 수 있었던것은 옳은 이야기였다. 적어도 이제 힘 조절을 안 하면 큰일날지도 모른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으니까. 이래서 어린애들을 대하는 것은 영 불편했다. 뭔가 이래저래, 자신이 신경쓰고 조절해야 할 상황이 많은 것은 사양이었다. 그리고 이번 역시. 자신은 그 어려운 과정을 온전히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다른건 다 재껴두고서라도 이파리를 물고 한달 버티는 것부터 난해했다. 이미 당신에게 엄청난 업보를 쌓아버렸으니, 무슨 수를 써서든 방해할거라는 예감도 들었으니까. 뭔가 기약 없는 이야기를 하고 나서, 정말 뻔뻔하게도 그 말이 진짜가 될 거라는 양 행동하고 있었다.
"어머나. 나 우리 꼬맹이가 이렇게 말이 안 통할줄 몰랐는데~ 넌 뭐가 되었든 꼬맹이야! 꼬맹이를 보면 꼬맹이라고 느끼는게 당연하잖아 이 새밥. 아악!!!"
역시 업보는 어떤 형태로든 다시 되돌아오기 마련이었다. 점프해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꿀밤은 상상 이상으로 아팠다. 골 전체가 울리는 느낌에 주양은 인상을 찌푸린 채 끄으윽.. 하는 신음 비스무리한 소리를 내며 맞은 곳을 살살 매만지고 잇었다. 세게 문질렀다가는 지금보다 더 아플것만 같아,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역시 이래야 평소다운 법.. 이라고는 해도. 지금은 그 생각조차 머릿속에서 웅웅 울려 맞은곳을 더 아프게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 통증을 버텨내려 이를 악물었던 주양은 당신의 말에 하찮다는 듯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온전히 그런것만 담긴 건 아니고. 더럽게 세게 때리네- 하는 생각도 섞여서, 어딘가 억울해보이는 눈빛이기도 했다.
"하, 그건 내 머리가 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네 주먹이 두부라서 그런거야! 알아들어? '네'가 문제야, '내'가 아니라! 약한건 죄라는 말 몰라~? .. 어쭈. 이게 진짜.. 그래. 그렇게 나오시겠다는 거지, 아앙?!"
일부러 단어 하나씩 강조해서 따지고 들던 주양은 다시 이를 꾹 악물며 분하다는 듯 한 걸음 가까워졌다. 사실 자신이 먼저 이 상황을 초래해놓고 분하다 어쩌다 할 것도 없기는 했으나, 당연히 늘 그랬듯이 주양에게 그런 사실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맞고 때렸던 것보다 훨씬 센 강도의 핵꿀밤을 맞앗다는 것. 그리고 당신이 자신을 도발했다는 것. 오직 그 두개 뿐이었다.
"안되겠다. 꼬맹이 너! 여기서라도 나랑 모의전좀 뜰까, 응?! 그까짓 변신술로 허세부리지 말고 진짜 몸으로 맞붙어보자고! 아. 그런 걸로는 이길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그런 걸로 어떻게든 날 이기려 드는거구나. 그치! 그거라면 이 언니가 좋게 좋게 넘어갈수 있는데~ 우리 한번 이실직고해볼까!"
물론, 정말 여기서 한판 뜰 생각은 없었으니 주양은 은근슬쩍 말머리를 돌렸다. 문제는 돌린 말머리가 또 도발으로 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한참 당신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나마 당신에게 백전백승을 따내는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애써 침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허락 없이 싸웠다가는 정말 기숙사 점수고 학생대표고 다 잃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