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당연히 그렇지~ 여보야의 이야기에 공감해! 역시 서로 보고싶은 마음이 어느정도 들 때 보아야 더 새롭고, 흐뭇하면서, 애틋한 법이지~?"
평소 느끼지도 못하는 그런 감정들. 단짝과의 시간은 즐겁지만, 이미 비틀려버릴대로 비틀린 자신이 오롯이 느낄 수 없는. 다른 방식으로 다가와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읊으며 주양은 키득키득 웃었다. 거짓. 허울 좋은 껍데기. 허나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건, 딱 이 정도가 자신의 분수에 잘 맞는 단어들이기 때문 아닐까. 스스로가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분수를 알아야 하는 법이다. 자신의 그릇보다 훨씬 큰 무언가를 담으려 한다면, 필히 뒤틀리는 것을 넘어서 결국 깨져버리고 말 테니까.
"뭐~ 별 뜻은 없으니까 그냥 넘겨주면 고맙겠어? 으응. 설마, 진짜로 무서울 리가 있을까나. 여보도 잘 알잖아? 나. 겁따위 없는 그런 사람이라는 거."
아니. 사실 겁 많았다. 미지의 공포 앞에서도 무력했으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차원 이상의 무언가의 앞에서도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주양이었으나 유일하게 동등하게 느끼는 대상은 같은 사람이었기에. 꽤나 대범하게 이야기하고 나서는 킥킥 웃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온 산책이었으나. 사실 그 뒤에는.. 질문하고 싶었던 게 따로 있었던게지.
제 걸음이 멈추어지고. 이윽고 당신의 걸음도 얼마 못 가 멈추었다. 곧 입 밖으로 나오는 호칭을 들으며. 주양은 소리 없이 웃어댔다. 가면 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서로에게 보여줄 시간. 졸업 이후에나 찾아올 거라고 어림짐작했던 그 시간은 주양의 각오로 인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오게 되고 말았다. 허나 전혀 예상 밖의 일은 아니었다. 당신이 이야기했듯, 질문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고 이 상황은 주양이 의도하고 있었던 일이었으니, 주양은 슬쩍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 그래. 이제야 어긋난 톱니바퀴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 같은 느낌인걸? 주단태. 항상 자기니 여보니 하긴 했지만~ 사실 이게 서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호칭이지. 그렇지?"
주양 역시, 평소처럼 부끄러워하는 반응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비치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아아. 짜릿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서로가 서로의 이해자인 척 하며 모든것을 다 받아주며 어우러지고만 있다가,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며 제대로 맞춰져 돌아가기 시작할때의 그 쾌감. 이해할수 있다는 거짓만을 속삭이다가 비로소 진실을 나누며 어우러질때의 짜릿함! 모든 것이. 자신이 상상하던 것 이상의 감정 기복으로 다가와, 멈출 수 없었다. 지금의 이 기분을. 숨기지 못할 감정을, 오롯이 표정에 묻어나게 하며. 정말로 그렇다면 어쩔거냐는 이야기를 듣고, 당신에게 몇 걸음 더 다가섰다.
"오호라... 우리 단태는, 나한테 사실만 말하고 있는 게 맞아~? 이해가 안 되네. 정말 그렇다면 제대로 된 정답을 들려주지 않을 탈한테 물어본 이유가 뭐지? 지금이라도 고쳐 말해도 괜찮아~ 사실 그건 탈을 향한 도발이었고 그저 거짓말이니까 웃고 넘어가자고 하면.. 지금이라도 난 다시 가면을 쓰고 네 역극에 어울려줄 수 있을 테니까."
이해할수 없는 것.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어딘가 비틀려버린 미소를 유지하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쉬이 와닿지 않는 대답을 받아들일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 마냥, 제법 까칠하면서도 특유의 경박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목소리로 의문을 표하는 것이었다. 주양으로써는,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 역시 존재하기는 했으니. 처음부터 순순히 자신의 유도심문에 답을 내놓을 만큼 단순한 사람은 아닐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기에, 오히려 이게 거짓은 아닐까. 뒤에 숨기는 무언가가 더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의구심을 품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해명해주는 게 좋을거야~ 나는, 돌려 말하는거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거든? 너의 대답에 따라. 내 태도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어~"
쓰고 나니까 뭔가 급발진했네..? 어울려준다면서 다음 텀엔 제대로 해명해주는게 좋다고 하는 건 뭐지.. 아니 어쩌면 이게 쭈다움인가....? (혼-란)(???)
땃주 놀주 다녀와~~! :)
>>642 룰 한번씩 다 확인했으니 슬슬 투표해야지~! 마피아게임에 한 표 던지도록 할게!! :D
>>684 할미탈 테마곡 떴다~~!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메기 까는 무언가랑 까마귀? 까는 부엉이 가사에서 탈들 열심히 까주는 할미탈이 비쳐보이는 건 그저 기분탓인가..! 흑흑 할미탈님 이왕 까주실거면 다이스도 같이 까주세요.. (???) 흥한다 흥해~~ 국악 비트에 취한다~~!
>>685 형이랑 누나도 똑같은 고통 겪은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웃긴데 슬프고 짠하다... (애잔)() 아아앗 못된 쭈라서 좋아하는거라니 역시 뒤틀린 캐에게 주어지는 애정도 뭔가.. 뭔가 어긋나있는 법인가..? (?) 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마 그럴지도 몰라 일단 사람이 갑툭튀하는 건 화들짝 놀라는 선으로 끝나지만 귀신 같은게 뜨면... 그순간 대한민국 락은 뒤집어지게 될 거야.. (소신발언)
공격할 의지가 있었다면? 그 말에 그녀는 슬쩍 눈을 내리깔고 생각한다. 과연 정말 그랬을까? 그 날 그가 그 자리에 나타난 건 그녀가 윤에게 상황을 끝내주길 원해서이지 않았나. 명령만큼은 복종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할미탈을 가진 그는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치고 있는 건 아닌 걸까. 켜켜이 쌓여가는 의문을 뒤로 일단 뒤로 밀어둔다. 그녀가 궁금한 것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이었으니까.
"그거는 남자애들이나 해당되죠. 방심하면 살찌는 여자애한테 할 말은 아닌거 같네요."
그렇다고 사주는 걸 안 먹지는 않겠지만. 애초에 그녀는 그런 고민을 해본 적도 없지만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마냥 그의 뒤를 따라가 주막으로 들어간 그녀는 맥주를 주문하는 말에 귀끝이 쫑긋했다. 뭐지, 언제부터 맥주가 있었지? 알콜 들어간 건가? 막걸리는 별로지만 맥주는 시원해서 좋아했다. 개학 이후 한모금도 마셔보지 못한 알콜을 마셔볼 수 있나 기대 아닌 기대를 하면서 안내받은 자리에 앉는다. 들고 있던 주머니를 제 옆에 내려놓고 음식이 나오기 전에 머리 정리나 할까 하다가, 맞은편에 앉은 그가 한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참, 입이 가벼운 사람들이시네요. 모여있으면 사이좋게 수다떠는 시간이라도 갖는 걸까요?"
양반과 각시에게 들었다던 선비탈도 그렇고, '우리 문제아들'이 그러더라는 그의 말도 그렇고. 얘기만 들어보면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 친분을 구축하고 있나 싶다. 동료애? 아니면 같은 서열들끼리의 유대감? 아무래도 좋지만.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한 그와 달리 싱긋 웃으면서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만면에 두른 채 그를 따라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여자의 나이는 함부로 묻는거 아니랬어요. 그래도 정 궁금하시다면, 서로 질문 주고받는 걸로 어때요? 저도 당신들에게 이것저것 궁금한게 많아서요."
우연히 찾아온 뜻밖의 기회, 라고 하는게 맞을진 모르겠지만. 그의 의도가 어쨋든 그녀는 가능한 이 상황을 유용하게 쓰고 싶었다. 그로 인해 윤이 안 좋은 말을 좀 듣는대도, 음, 그러지 말라고 한 적은 없으니까. 상관없겠지?
"미리 말하자면 제가 궁금한 건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니까요. 딱히 경계는 안 하셔도 괜찮아요."
학교 앞 숲에 트롤이 나타났다는 얘기에 그녀는 또? 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찾아볼 필요도 없겠지. 금지된 숲에 은하수를 떨어뜨려 게 괴수를 풀어놓은 그 존재일거다. 일전에도 잔뜩 골탕먹은 그- 재앙, MA.
"......"
삼삼오오 모여서 레이드를 가네 마네 떠드는 학생들을 보며 그녀는 홀로 일어섰다. 어차피 못 잡을건데 고민할 시간에 움직여야지. 지난 번 게 괴수 때의 경험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쥐꼬리, 아니, 니플러 꽁지만큼의 데미지를 넣고 빠지는게 전부일거다. 어차피 학생이고, 그녀의 마법은 숙련이라고 할 수 없었으니까.
지팡이를 들고 휘적휘적 학교 앞 숲으로 나가 트롤을 찾...을 것도 없었다. 저만한 덩치가 안 보이는게 이상하다. 적당히 거리를 좁힌 후 트롤의 상태를 살펴보니 그 재앙의 영향을 받은게 분명해보였다. 그러면 사정 봐줄 것 없겠지.
"봄바르다."
첫 타는 일단 가볍게(?) 폭발 한 번. 제대로 닿았나 확인하고, 위치를 조금 옮긴 뒤 다시 트롤을 향해 지팡이를 겨눈다.
"엑스펄소."
두번째도 폭발은 폭발이지만 주문이 다르다. 성능 시험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이번에도 피격 여부만 확인하고 지팡이를 들어 같은 주문을 읊으려다가, 다른 걸 꺼낸다.
"콘프링고."
그렇게 세 번의 공격을 모두 가한 후,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상황을 지켜본다. 참고로 그녀의 지팡이는 한결같이 트롤의 얼굴과 목을 향해 있었다.
>>695 오케이~ 확인! 룰 본 김에 투표도 할게!!!! 텔레스트레이션이랑 왕게임 둘 다 좋아서 결정을 못 하겠으니까....
.dice 1 2. = 2 텔레스트레이션/왕게임
>>700 헉 큰일인데!!!! :ㅇ 아까 밥을 못 먹었었어...????
>>70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어긋났다니 무슨 소린가!!! 원래 덕질을 하는 오타쿠 마음은 다 그런 것이야....!!!!(쭈: 기분나빠)(?) 귀신한테 타격이 통해도 무서워할까???🤔 쭈양아 힘내 알고보면 쉽게 해치울 수 있는 녀석이라구!!! 그리고 승리의 기쁨을 락으로 승화시키는 거지!!!! 주양이를 락 페스티벌로!!!!!
>>711 ...! (깨달음) 으흐흑 내가 어리석었어.. 어긋난건 내 캐릭 하나만으로 만족하는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쭈도 괜찮대 그치 쭈야~~? (두 손으로 억지로 고개 끄덕이게 하기)(???) 일단 귀신 튀어나오면 때릴 새도 없이 도망치기 바쁠 것 같은데 타격 통하는거 알면 아마 성불할때까지() 두들겨패기 시작하지 않을까 :D..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치우고 승리의 기쁨을 락으로 표현해주고 앵콜까지 달려버리는건가~~ 락 페스티벌 가자~~! (허나 그 락이 다른 의미의 락이었고)(돌팔매질 당하는 쭈)(?)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나면 너는 일단 창문을 열고 고개를 쭉 빼곤 했다. 본가에 있을 때도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면 무언가 보이곤 했는데, 주로 신비한 동물이다. 교정에서도 다를 바는 없다. 신비한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람의 장난일까 했지만 아니다. 그럼 동물이다! 고개를 한참 쭉 빼고 창문에서 떨어지기 직전까지 가니 윤곽이 보인다. 그리고 입구쪽을 보고 신기한 걸 본 아이처럼 박수를 크게 짝 치며 꺄르륵 웃었다.
"와아, 트롤!"
트롤이다! 너는 트롤을 아주 좋아했다. 니플러도 좋아하고, 유니콘도 좋아하지만 트롤의 불뚝 나온 배 위에서 방방 뛰는게 제일 재밌다. 조금만 더 하면 어떤 성격의 트롤인지 보일 것 같았다. 몸을 쭉 빼던 몸이 기운다. 그리고 그대로 낙하한다. 창문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진 것이다. 창틀을 잡았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목이 부러져 절명할 뻔 했다. 죽는 건 아주 싫다. 죽느니 죽일 것이다! 영차 소리를 내며 기어올라간다. 방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테마리를 들고 맨발로 기숙사 방을 박차고 나간다.
저 멀리서 돌아다니는 무기 사감님의 앓는 소리를 뒤로한다. MA-의 장난은 아주 재밌다. 저번에는 꽃게가 있었다고 했다! 물론 그날엔 작은엄마가 보내주신 오하기를 먹느라 전혀 몰랐다. 그런 재미난 장난을 다른 학생만 겪었다니. 불공평하다! 장난을 칠 수도 있는데 무기 선생님은 왜 싫어하는 걸까?
"크다."
트롤을 발견하고 감탄한다. 너는 어떤 사람일까? 아! 이런 동물과 친해지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어렵다고 만류를 해도 기어이 친해지려다 꼭 다치곤 했다. 지금도 그랬다. 너는 지팡이를 겨눴다.
"너어, 이노리랑 친구해! 친구!"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자 지팡이를 붕붕 휘두른다. 나는 친구와 친해지는 주문을 누구보다 잘 안다. 보옴..봄. 그래. 봄(春)이 들어갔으니 따뜻한 주문이겠지?
"봄바르다!"
따뜻한가보다. 신나서 춤을 춘다! 너의 몸도 이렇게 예쁜 춤을 춘다. 우아하게 빙그르 춤추며 두번째 주문을 외쳤다. 링고! 사과를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콘프링고!"
너는 깔깔 웃는다. 그러다 우뚝 멈춘다. 고장난 인형처럼 그 자리에 서있다가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게 아닌데." 하고 나직한 남성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몇번을 되내이다 다시 소녀의 목소리로 돌아오며 테마리를 통통 튀기더니, 그대로 발로 뻥 찼다.
>>72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폭파마법 썼으니까 오늘부터 내 제자! 라고 하려 했는데 내 다이스 보고 오니까 영 아닌것같아 우리 같이 놀 선생님 아래 들어가서 수련하지 않을래..? (??????) 흑흑 다이스 저주해야헤 다이스 불매운동 활발히 벌여야해 진짜.. ()
두차례의 폭음 뒤로 흙먼지가 일고 트롤이 날뛰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치료를 해야한다고 배웠다. 엄마한테 배웠던 주문도 있다. 하지만 이건 노는 거니까 괜찮을 것이다. 친구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너는 공을 뻥 찼을 뿐이다. 그게 트롤의 얼굴을 정확히 맞출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고, 트롤이 발을 쿵쿵대며 나무 몽둥이를 휘두를지도 몰랐다.
"아-"
내 테마리!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쿵 소리가 나며 땅이 울렸다. 숨을 들이켰다. 트롤이 테마리를 밟아버렸기 때문이다. 아주 소중한 건데! 땅이 울리는 충격에 자리에 주저앉기가 무섭게 트롤이 발을 뗀다. 뭉개진 솜과 색실이 물감처럼 이리저리 흩어졌다. 트롤이 상처를 입어 피가 묻어있다. 아악! 가면 밑의 입이 벌어졌다.
"아아아앙!!"
아이처럼 울음이 터졌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트롤이 아무리 지능이 낮았다고 해도 갑자기 울어버리는 이 상황을 모를 리가 없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트롤을 등져버리고 맨발로 사감 선생님을 향해 뛰었다. 나이를 그렇게 먹어놓고 이르러 가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처럼 엉엉 울며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계속 손바닥으로 밀어올려 닦았다.
"테마리이, 테마리가아. 트롤이 이노리의 테마리를..소중한 건데...친구 하기 싫었으면 말을 해야하는데, 트롤은 바보야..으아아앙.."
와. 배려라니. 탈 소유자로서 절대 안 어울리는 말이 또 나왔다. 양심 다음은 배려. 좀전에 밀어두었던 의문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려고 하는 걸 의지로 꾹 눌러 막고, 이번엔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얘기를 들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가 스스로를 뒷처리 담당이라고 하니 그 날도 그래서 그가 나왔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그 둘도 순순히 돌아간 것 같고. 뭐라고 할까, 일종의 쐐기?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말을 계속 듣고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들을 문제아들이 부르는 것도 그렇고, 벌을 준다는 것도 그렇고. 그렇기 때문에 왜 그곳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해는 해요. 여자들끼리 모였을 때 수다를 빼면 섭하니까요."
그 날은 역시 그 둘이 왔던 날을 말하는 것이겠지. 가까이 있는 걸 보였던게 그 날이 처음이기도 하니까. 그녀가 모르는 곳에서 그녀를 얼마나 씹어댔을지 예상해보면 절로 웃음이 났겠지만, 그녀는 다른 의미로 웃고 말았다. 그가 너무 가차없이 윤을 까내리는 말 때문이었다.
"말 한번 찰지게 하시네요. 설마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다른 의미 없이, 순수하게 그의 말이 재밌어서 웃곤 턱 괸 손을 무른다. 자연스럽게 앞팔짱을 끼고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 거래라고 할거까진 없지만, 어쨌거나 제 건방진 딜에 응해줬으니 지금은 이쪽에 집중할 때다. 그녀는 잠시 시선을 내리고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첫 질문으로 다소 뜬금없는 걸 꺼냈다.
"당신의 이름을 가르쳐주셨으면 좋겠네요. 연장자를 계속 그쪽, 당신이라 부르기 거북하거든요."
평소였다면 제 소개를 하고 물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물어야만 말해주려고 그러는걸까. 일방적으로 그의 이름을 묻고, 한박자 다시 생각한 뒤 다른 질문을 덧붙인다.
"당신.. 같은 사람이 어째서 그곳에 있는 거에요? 당신들은 무엇을 위해 그를 따르는 거에요?"
질문만 보면 그들을 캐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냥 단순히 궁금해서 묻는다는 듯한 말투였다. 어린아이가 아무 생각 없이 왜?를 남발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상했던 반응. 아니, 그 이상의 반응에 레오는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얼굴로는 표정따위의 것들을 표현할 수 없었지만 만약 할 수 있었다면 아마 엄청나게 웃어대지 않았을까. 속으로는 이미 엄청나게 웃고, 만족하고 있었으니까. 항상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연습을 했다. 연습해야할게 두 가지로 늘어 시간이 모자랐고 그래서 자는 시간을 쪼개야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지. 이런 표정을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설마, 아니지? 라는 말에 레오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릉 하고 울었다. 맞다는 뜻인지, 아니라는 뜻인지는 듣는 사람이 판단할 일이지.
우리 꼬맹이라, 그건 좀 마음에 드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런걸 마음에 들어하는 자신이 이해가 가질 않아 조금은 큰 소리로 울었다. 동물의 울음소리를 해석할 수 있는 기계나, 마법도구가 있었다고 개소리 집어치라던가, 쳐죽여버린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대답하는게 좋을 거라는 말에 레오는 다시 천천히 앞 발을 들어 발톱을 세우고 바닥에 글씨를 써내려갔다. 삐뚤삐뚤하고 조금은 읽기 힘들지도 모르는 그런 글씨를.
' 개밥 '
길게 말하는 것도 힘들고, 이렇게 세세한 동작을 하는것 또한 힘들다. 레오는 네 발로 주양의 주변을 슬금슬금 돌면서 원을 그리다가 다시 크왕! 하고 크게 울었다. 그리곤 천천히 몸을 낮추고 다가갔다. 신기한 점이라면 이 동물에 대해선 아는게 전혀 없을텐데 세세하고 작은 디테일같은 것들이 본능처럼 생각났다. 사냥감을 사냥할 때에는 몸을 낮추고 숨을 죽이고 바라볼 것. 누군가 가르쳐 준 것 마냥 그런 것들이 생각났다. 그렇게 천천히 다가간 레오는 가만히 눈을 들어 그 노란색 눈으로 주양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눈을 맞추었다.
킁, 하고 짧게 콧바람을 뀌고는 레오는 조금 더 가까이 들러붙어 주양의 다리에 얼굴을 부비곤 또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만져보고 싶으면 그래도 좋아. 하고 말하듯 그렇게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이전에는 어려진 단태를 태우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사람은 원래 네 발 달리고 털이 있는,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좋아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만나온 사람들은 그랬다.
' 애니마구스가 됐어. 어때, 개밥? '
레오는 다시 바닥에 글씨를 썼다.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고 피곤함도 몇 배가 되어 찾아온다. 자세한 이야기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자신이 확실한 애니마구스가 되었다는것을 알리는과 지금의 반응을 즐기는 시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