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진짜 극혐이다. 아까는 소중하니 어쩌니 했으면서 결국 혼나는 게 무서워서 그랬어? 오구구. 나이는 내가 한살 더 적은데~ 어째 생각하는 건 내가 더 누나같네!"
MA를 알현하고 나서 그런가, 부쩍 겁이 없어졌다. 웡래도 다짜고짜 들이까는 게 주양이었으나 평소보다 더더욱 노골적으로 내리까며 킥킥거리는 것이었다. 탈에게 한껏 불태운 호전심도 한 몫 하기도 했다.
이윽고 주양의 시선은 혜향 교수님에게 잠깐 머무르며 살짝 흐려지는 듯 보였다. 아이고. 맙소사. 우리 불쌍한 교수님은 어째 탈이 뜰 때마다 당하시는 거 같은데. 이 정도쯤 되면 에반스 교수님처럼 인간을 겁내거나 하지 않는 게 대단할 수준이었다. 임페리오 저주가, 크루시오와는 다르게 기억을 남겨두지 않는 거라서 크게 개의치 않으시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내가 날렸던 걸 막다니. 시건방져! 탈이 빠개지는 게 싫다면 이건 어때?! 블루벨 플레임!"
또 다시 새로운 마법 -그래봐야 결국 화염 마법이지만-을 시도하는 것은. 같은 마법을 자주 써서 매너리즘(?)이 오는것을 방지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성장을 위함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건 평소 쓰던거랑 얼추 비슷한 느낌이니.. 잘 명중시킬 수 있겠지 하는 믿음과 함께.
그는 후회했다. 애초부터 미친 사람들과 왜 대화와 상종을 하려 들었는지 모르겠다. 시선이 느껴져도 그는 굳이 돌아보지 않았다. 선비탈을 향해 시선이 멈췄을 뿐이다. 추측이 맞다면 교내엔 매구가 있고, 그의 얘기를 들었을 지도 모른다.
알게 뭔가. 그도, 당신도 관에 들어가면 똑같이 썩고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다. 어차피 다 죽을 인생인데 욕 두어번 더 먹는다고 뭐 달라지나. 기분만 나쁠 뿐이다. 어차피 그러라고 한 말이고. 공감하는 태도도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합리화 하기는. 그는 심호흡을 했다. 찰나의 소모적인 감정에 더 열과 성의를 쏟고싶지 않았다. 어차피 스쳐 지나갈 감정이며 한순간의 삶이다.
…당신도 내가 합리화 하는 존재 아닌가. 그는 눈을 굴려 어깨 위의 백정을 바라본다. 당신도 수많은 생명을 스러지게 하고 매구를 따랐으니 달라질 바가 없는데. 당신 또한 악인이며 나는 묵인하는데. 나 또한 머저리에 불과하다. 아니. 나는 기어이 결정을 번복하고 당신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수도 있으리라. "아즈카반도 과분해."
설마하니 불이 붙은 채로 다가올 줄이야. 갑작스럽게 다가온 선비탈, 현성을 보며 그녀는 눈썹을 살짝 움찔했다.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도 놀라지도 않은 채 단지 뭐냐는 듯이 선비탈을 마주했다. 그러나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전하는 사실엔 칫, 하고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그러게요. 깜빡했네. 분명히 봤었는데 말이에요. 선배가 목걸이를 걸고 슬픈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걸."
그녀는 유리병이 보여준 환상에 대해 언급했다. 주변엔 퍼지지 않게 작은 소리로. 어떻게 그 중요한 사실을 잊을 수 있었는지, 나 참. 그걸 깨달아버린 이상 그녀는 더이상 함부로 공격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지팡이를 거두지 않고 겨눈 채 다시 작게, 짧게 말했다.
"그가 아닌 선배가 죽든지 말든지 관심없어요. 그러니까 내놔요."
그건 내거야.
지팡이를 겨누기만 했지 프로테고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지팡이를 든 그녀의 팔이 디핀도로 찢겼다. 벌어진 소매 사이로 붉은 피가 왈칵 쏟아지는 걸 힐끔 보기만 하고, 선비탈에게 선택을 종용한다.
"자, 내놓고 물러나든지, 계속 맞다 죽던지. 제가 멈춘다고 해서 저들이 멈출 것 같아요? 아니면, 저를 인질 삼아 도주극이라도 꾀해 보실런지?"
' 넌 아까부터 폭파 마법만 썼기 때문에 무서워, 그러니까. 이번에는 얌전히 있어주라? 크루시오 '
크루시오: 대상 '서 주양 고정'-고통으로 인해, 1턴 행동 불가
곧이어, 그는 단태의 공격을 피하듯 한 손으로 선비탈을 잡고서 상체를 옆으로 뺐습니다. 그리곤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 너희들,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네? 아까 서로 죽이 잘 맞더니, 나한테 공격이 제대로 맞지 않는 것도 똑같잖아? '
선비탈이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 안 닿으니까 어때? 슬퍼? 괴로워? 울고 싶어? 어떤 감정인지 말해줘, 응? '
황홀한 목소리로 묻던 그는 발렌타인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한 듯 쿨럭거렸습니다. 다행히, 그것은 금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것 참 다행이네요. 윤의 눈이 가늘어졌습니다. 툭, 소리와 함께 그의 선비탈은 세로로 절반이 쪼개졌습니다. 얼굴에 홍조를 띄며 좋아하던 선비탈이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 너무하잖아, 절망하는 얼굴도 안 보여주고. '
그것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그는 펠리체를 보면서 싱긋 웃었습니다.
'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나한테서 가져가 봐~ '
그는 목에 걸고 있던 로켓을 살짝 들어서 펠리체에게 보여주곤 찡긋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곤 교수들 쪽을 바라봤습니다.
' 교수님들도 아시잖아요~ 절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만들지 않으면, 혜향 교수님에게 걸린 주문은 안 풀려요~ '
지긋지긋한 크루시오 주문이 들려오자, 단태는 흘끗 주문이 쏘아진 쪽을 바라본 뒤에 선비탈을 잡고 상체를 옆으로 빼는 모습에 잠시 행동을 멈췄다. 아니, 정확하게는 금지된 저주가 아닌 선비탈의 말 때문에 단태의 행동이 멈춘 것이었다.
단태는 무심하게 건조한 표정이었다. 주양을 보던 시선이 리덕토 주문에 절반정도 쪼개진 탈을 쓰고 있는 현성에게, 그리고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로 차례차례 움직이다가 다시 현성에게 고정됐다. 그리고- 모르겠네하고 현성에게 들릴 정도로만 속삭였다. 허공에 멈췄던 손이 다시 현성에게 향하는 듯 했지만 단태는 저번에 했던 것처럼 똑같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팡이를 겨눴다.
애니마구스 연습에,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 연습까지 다른데 정신이 팔려 조금 늦게 등장한 감이 있지만 너무 늦지는 않은것 같으니 상관없겠지. 목을 돌리고 어깨를 돌리며 슬그머니 나타난 레오는 언제나처럼 다른 친구들을 밀치며 나아갔다. 비키라던가, 길 막지 말라던가 따위의 조금 험한 말들을 하며 앞으로 나온 레오는 가만히 각시를 바라보았다.
" 질리지도 않나.. 오-케이! 야, 거기! 너 이리와봐. "
비켜비켜, 하고 앞으로 나서선 손가락으로 각시를 척 가리키곤 손가락을 까딱였다. 말하자면, 마치 개를 부르듯이. 이제 옛날의 무력하던 이 몸이 아니란 말씀이야. 일단 마법으로 간을 좀 보고, 그게 아니라면 그 다음에는.. 연습한걸 보여줘야지. 버니에게 배우고 혼자서 연습한 크루시오라던가 아니면 드디어 변할 수 있게된 애니마구스라던가. 처음에는 간을보자는 생각이었는지 레오는 지팡이를 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