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는 쥐어박는다는 말에 또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로 도망가는것은 이미 늦어버렸지. 레오는 앞으로 달려들어 주양을 꽉 끌어안고 머리를 숙였고 으아아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다리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맞지 않으려면 머리를 가려야하고 그러기위한 최선의 장소가 여기라고 판단한 일종의 동물적인 감각이었다. 애니마구스가 되어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랬던것인지는 모르지만.
" ....안때려? "
머리에 불이 나지도, 볼이 잡아당겨지지도 않자 레오는 천천히 머리를 빼내곤 후-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쉼과 동시에 눈치를 보듯 눈만 들어 주양을 올려다보았다. 예상대로였다.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가준다거나 내기에 응해준다면 아니면 어떤 것이든 내기의 방식을 취한다면 그 방식을 받아들여줄것이라고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갔다. 레오는 이히히, 하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응. 하고 대답했다.
" 유리병을 찾으러 나가고 찾으면 바로 나한테줘. 그리고 그 때까지는 날 지켜주고. 네가 말한대로 싸우던 감점을 하던 방식은 상관없으니까. "
그렇게말한 레오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두 팔을 크게 벌리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이 몸으로 오래 걸어다니기는 힘든데다가 저 큰 키의 보폭을 이 몸으로 맞추는 것 또한 무리였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주양이 자신을 안고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한 레오는 가만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반사적으로 크게 움찔 하면서 다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훅 파고드는 것에 놀라 하마터면 의도치 않은 싸커킥을 날릴뻔하기도 했다. 돌발상황은 늘 짜릿하기 마련이었고, 이번 역시 그 만큼 화들짝 놀래버린 것이다. 이윽고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애초에 때리지도 않을 생각이었다만 이렇게 되면 더더욱 때릴수 없어지게 된다. 자신은 이렇게 숨어들 생각까지는 못 했다. 그러니 역시 상황 대처능력은 자신보단 당신이 한수 위인게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갑자기 묘하게 드는 패배감에 고개를 홱홱 저었다. 아냐. 이것도 전혀 의도하지 않은 거였을거야. 그러니 아직 누가 한수 위라고 생각할수 없지. 그렇게 또 다시 정신승리를 해내고서 고개를 숙였다.
"ㄴ.. 내가 뭐랬냐. 안 때린다고 했지..? 질렸다고도 말했는데 내 연기가 그렇게 리얼했던 걸까나~.. 그, 그러니까 이제 그만 움직이게 해 주지 않을래, 꼬맹이...?"
당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그 뒤를 따라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 정도까지 했으면 업보를 더 쌓을 필요가 없다는 건 다행히 옳은 판단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제 균형이 흐트러져 주저앉아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정도 높이가 있다면 모를까. 낮은 위치라면 충분히 반격의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니. 역시 방심하기 힘든 법이다. 괜히 제 숙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주양은 다시 입꼬리를 애매하게 올리고 몸을 돌려 문 밖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네에 네에,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합져~ .. 에휴. 병 찾으러 가자는 이야기 괜히 했나? 역시 도와주는 쪽 보다는 괴롭히는 쪽이 더 익숙한데 말이야~ 꼬맹이. 지금이라도 취소하는 건 안될까~?"
성의 없는 척 대답하며 의미 없이 투덜거리고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하게도 그 이야기는 진심이 아니다. 평소 잘 티가 나는 건 아니었으나, 도움이 필요할 땐 서로 합이 잘 맞기 마련이었으니까. 생각 없이 이렇게 말을 내뱉기는 해도, 당장 자신이 어려졌을때를 다시 되새겨본다면, 자신 역시 평소 내기로 이겨먹고 놀려먹던 애들을 만나 괴롭힘받기도 했다. 그중에는 퀴디치 선수 출신도. 그리고 이전 비행술 수업 때 의도치않게 블러저 파편을 날리게 해 다치게 된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적들한테 둘러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때 자신을 도와줬던건 다름아닌 당신이었으니. 이젠 자신도 역으로 그 은혜를 돌려줄때가 온 것이다. 물론 자신이 도움받고 난 뒤에 있었던 일은... 지금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렇게 병을 찾아 조금 더 나아가려니. 당신의 모습이 순간 시야에서 벗어났다. 뭐지. 뭐라도 찾았나? 아니면. 붇잡히기라도 한건가? 걸음을 바로 멈추고 뒤를 돌아본 주양은 쯥 하고 별 희안한 소리로 입맛을 다시면서 당신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꼬맹이. 한두번 안기더니만 이젠 이게 편해졌나봐? 응? 내가 무슨 자가용인줄 아나본데~ 그렇게 생각했다면 큰 오해라고. 확 그냥. 힘들든 말든, 누가 괴롭히든 말든 병만 찾아서 주고 가버리는 수가 있다고~? ... 에휴. 이리 와, 꼬맹이-"
한참 신랄하게 비판하다가도 당신의 말이 옳은 것이었기에.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당신을 번쩍 안아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게 옳은 선택지일거라는 생각 또한 있었다. 그냥 쫓아오게 놔두다가 한참 뒤쳐지고, 그로 인해 다른 애들한테 걸려 괴롭힘을 받게 되는 당신을 돕는것보다는 애초에 아무도 건들 생각을 못 하도록 안고 다니는게 나을 테니까. 이렇게 하고 있으니, 마치 진짜 동생같은 느낌이 들어 뭔가 말로 다하지 못할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한 학년 어리니까 동생이 맞긴 하지만, 평소에는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원수지간이자 라이벌으로 있었으니까.
"나도 참 물러지고 무뎌졌다. 그치?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막 같이 찾으러 가자는 이야기도 안 꺼냈을건데~ 어때. 윗공기는 좀 맑냐?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할 공기니까, 지금 한껏 즐겨두라고~"
한참 쫑알쫑알거리던 주양은 이윽고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일단 지금 나온것은 병을 찾기 위해서니까. 물론 가만히 있으면 입이 심심해져 이런저런 말을 막 쏟아놓게 되긴 하지만, 그러다가 병을 놓치기라도 하면 그냥 허울 좋은 산책밖에 안 되는 법이다. 분명 학교 곳곳에 굴러다니던 병이니까, 여기도 한두개쯤 굴러다니고 있을 법 한데. 이윽고 주양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추었다. 아, 저건가?
"영광인걸? 이럴 줄 알았으면 주궁으로 갈걸 그랬나봐. 그래야 달링과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있을텐데 말이지~ 자기야, 달링! 당연히 모르고 있었지! 아무리 자기라도 현궁까지 날 만나러 올거라고 생각할리가!"
느물한 목소리로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재잘재잘거리며 단태는 여전한 표정을 짓고 히죽- 웃었다. 현궁의 기숙사 내부를 살피는 주양에게 시선을 둔 채, 단태가 손만 움직여서 한쪽으로 치워뒀던 편지 중 몇개를 추려냈다. 당장 밖으로 나가면 인센디오든 뭐든 사용해서 태워버릴 편지들을 솎아내는 것이다.
"오면서 학생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기는 하지만 그러다가 들키면 기숙사 점수 차감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잖아? 나를 만나러 왔다는 이유로 자기가 학생 대표 자리를 박탈 당하는 건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걸?"
솎아낸 편지들을 살펴보던 것도 잠깐이었고 단태의 붉은 암적색 눈동자가 샐쭉- 가늘어지며 단짝을 응시하며 특유의 뻔뻔한 능청스러움으로 말을 재잘거렸다. 학원생활이 썩 평화롭지 못했으니까 생각할 게 많은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지. 자신도 골치 아프게 잔소리를 퍼부어대는 편지들을 보면서 머리에 열이 오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단짝의 데이트 제안은 나쁘지 않았다. 도리어 데이트라도 하면서 바닥을 드러낸 인내심을 끌어올리는 것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가자는 말에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단태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붙어있는 주양의 어깨에 손을 얹은 뒤, 밖으로 나섰다. 현궁의 서늘하게까지 느껴지는 공기에 현궁 밖의 여름 특유의 공기가 닿아오는 기분을 느끼며 단태는 눈을 깜빡이다가 응?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기야~ 의외로 자기가 사랑하는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러브레터를 받을만큼 인기가 좋은 사람은 아니야~ 러브레터라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 아쉽게도 이건 우리 집에서 온 편지거든. 잔소리가 잔~뜩 들어있는."
방에서 나오기 직전에 단태는 잔뜩 구겨져 있는 편지들을 쓰레기통에 집어던졌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손을 펼치며 말도 안된다는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대꾸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 취소같은소리하네. 그럼 다시는 너랑 내기같은거 안해. 거짓말이나하고 했던 말이나 주워담는 사람이랑 무슨 내기를 해? "
레오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도 말라며 일갈했다. 간신히 잡은 갑의 입장이다. 어쨌든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은 주양이었고 내기를 건 것도 주양이었다. 레오는 언제든 싫다며 발을 빼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고 정말로 두 번 다시는 내기따위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래, 소위 말하는 지루한 인생을 선물해줄 수도 있었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도와서 유리병을 찾아주는 수 밖에 없었다. 레오는 두 팔을 벌리고 자연스럽게 안겨 높은 곳으로 올라섰다.
" 약속이나 지키시지. "
엇차, 하고 목에 팔을 두르고 안긴 레오는 오- 하고 높아진 시선에 조금 즐거워했는지도 모른다. 남들을 내려다 볼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올려다보는 그런 시선. 볼이 홍조를 띈 것마냥 빨개진 레오는 '나쁘지 않네.' 하고 예의 그 '윗공기'를 평가했다. 다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게끔 레오는 지나가는 사람이 시선을 줄 때마다 찌릿 하고 쳐다봤다. 지금 내가 어느 위치에 있고,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는지 보라는듯 그렇게.
" 얘 봐라? 날 몇 년씩이나 봐놓고 아직도 몰라? 에휴, 됐다. 말을 말자. 니가 그러니까 키만 큰 멀대소리 듣는거야 이 개밥아. "
시선이 맞은김에 레오는 목에 둘렀던 팔을 빼서 주양의 볼을 쭉 잡아당겼다. 떨어트린다면 그대로 잡고 같이 떨어져 아프게 해주겠다는 듯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놓았다. 스킨십이 좋다. 안아주는 것이 좋고, 안기는 것이 좋다. 혼자 자는 것은 싫고 누군가와 끌어안고 같이 자는 것이 좋다. 의외의 모습이라면 의외겠지만, 레오는 그런것들이 좋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해진다고나 할까.
" 저기, 저거. "
레오는 손가락으로 척, 하고 한 곳을 가리켰다. 우연히 주양의 시선이 닿은 그곳에 손가락을 가리켰고 익숙한 모양의 유리병을 찾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네. 레오는 흠.. 하고 뭔가 생각에 잠긴듯 하다가 '내려줘' 하고 말하며 짧게 발버둥 쳤다. 그리곤 뭔가 또 생각에 잠긴듯 흠.. 하고 고민하더니 뭔가 결심한듯 '좋아'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레오는 손을 들어 자기 볼을 톡톡 건드렸다.
" 자, 마지막이야. 만져보고싶다면 지금이 끝. 이런 기회는 쉽게 안온다? 그래도 찾아준게 기특해서 이 정도 허락해주는거니까 감사히 알아. "
왜냐면, 내가 유리병을 열고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진짜 짐승이 뭔지 보여줄생각이니까- 라는 말은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속내를 꾸미고 있다는듯 조금 음흉하게 이히히,, 하고 웃었다.
"으응. 역시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쉬운데~ 어때, 여보야도 이 참에 주궁으로 안 올래~?! 우리 여보도 한 물리력 하는 사람이니까~ 우리 주궁에 들어와주면 참 기쁠것같아!"
주양의 주궁 부흥 운동(?)은 오늘이라고 다를 것 없었다. 생각해보면, 주궁에 올 만한 인재들은 대부분 다른 기숙서에 있는 게 아쉬웠다. 물론 그렇다고 주궁에 와야하는 게 자신 포함해서 다른 몇몇일 뿐이라는 건 아니었으나, 역시 남들보다 더 잘 알고 자주 만났던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주양의 생각이었다. 당장 룸메도 있고. 퀴디치 팀도 있고. 제 숙적도 있지만, 주양의 욕심은 한 없이 큰 것이었다. 이런 사람이 훗날 청궁을 담당할지도 모른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물론.. 지금으로썬 다음대 건이 되는것도 조금은 애매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보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나는 여보가 어디에 있든 찾아갈 수 있다구~? 오호라. 과연 학생 대표라고 해도 날 감당해낼수 있을까! 적어도 사감님 정도는 되어야 통제할 수 있을걸~ 내가 그렇게, 내 자리를 호락호락 내어줄 사람도 아니고!"
다시 근거 없는 자신감을 폭발시키며 주양은 자신만만하게 제 가슴께에 주먹을 척 얹었다. 생각해보면, 솔직히 자신은 학생 대표가 아니더라도 잘 지낼수 있을것만 같았다. 곤 사감님이 역시 우리 학생대표라며 특별대우(?)를 해주는 건 기쁘지만, 동시애 그 만큼의 무게감도 없지 않았으니까. 남들에게 기대받을 자리는, 그에 비례하는 책임감 역시 존재하는 법이다. 주양 자신이 이래저래 책임감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그냥 걸려버릴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으나, 곧 학생대표로써 누릴 수 있는 권리 아닌 권리들을 놓아버릴수 없다는 자기중심적인 이유 하나로 그 생각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몸을 사리느냐 한다면, 또 그건 아니었지만.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주양도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서늘한 공기. 그리고 후덥지근한 공기. 그 두 공기가 섞이는 걸 느끼며, 만약 그게 형상화된다면 딱 지금 둘같은 모양새가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어 괜히 웃음이 새어나왔다. 원래 이런 별 것 아닌거에 의미를 두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꽤 재미있는 모양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바깥 날씨는 여름이고, 당신은 현궁 사람이었으니. 정말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리면서 동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이래서, 우린 서로의 이해자가 될 수 없는걸지도 모르지.
"어머나. 우리 여보야한테 잔소리를 한가득 늘어놓다니 너무했다! 여보야는 그렇게 막 잔소리를 들을 사람이 아닐텐데 말이지~ ... 여보의 집에서 그 편지를 보낸 이유는~ 역시 그때 그. 웬수같은 탈들 때문이려나?"
편지는 당연하게도 러브레터가 아니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듣고서도 주양은 납득하는 반응을 먼저 주는것보다 뭔가 아쉽다는듯한 반응을 먼저 내비치는 것이다. 이윽고 언제 그렇게 아쉬워했냐는 듯 키득거리며 원래 반응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 숨기지 못할 장난스러움이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윽고 드는 의문에 주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약 정말로 탈 관련 이야기라면.. 잔소리가 주어질 대상이 조금 잘못된 게 아닌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살짝 내비치면사 주양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라거나. 여보가 집안 사람들한테 잔소리를 들을 이유라도 있었던 걸까? 나는 잘 모르겠는데 말이야~ 친애하는 우리 여보. 숨기지 말고 이야기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
보통 이런 이야기가 오갈때는, 상대를 배려해 말하기 힘들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으나 주양은 이미 오래전에 그 틀을 깨버린 사람이었다. 배려나 이해는 뒤틀린 채 남아 원래 의미와는 다른 방향으로나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신에게 드는 호기심을 입 밖으로 더더욱 가차 없이 내던지기 마련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지킬 선이 있다고 느낀다면 지키기는 하지만.. 역시 오늘은. 조금 이래저래 성급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설택영: 157 어릴 때는 어떤 아이였을까요? - (캐해석 덜됨) 엄청 쫄보에 낯가림 심해서 툭하면 사람 보고 도망가고... 대화하다가도 갑자기 부끄러워서 말을 안 하고 도리도리만 한다거나.... 가만히 있다 혼자 무서운 상상하고 진심으로 쫄아버리는 그런 어린이였어. 아부지가 '저래가지고 이 험한 세상을 우예 살겠노,,,,'하고 걱정도 좀 많이 했었음(택영:(머쓱,,,))
208 탄산이 들어간 음료는 잘 먹나요? - 잘 못 마심! 톡 쏘는 맛에 면역이 없어 ^~^
042 즐겨듣는 노래 장르 - 이건 본인이 스스로 즐겨듣는다.....?라고 하긴 뭐한데 트로트 엄청 많이 들었을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가친척 다 모여 있고 으른들 많은 종갓집이라면 365일 명절?인 셈이잖아??? 반드시 트로트로 가내평안 구축해야함... 얘넨 마법사지만 암튼 그럼....
"와~ 그래놓고서 너중에 내기 걸면 받아들일거면서. 응? 내가 그렇게 정정당당한 사람이 아니고, 착한 년도 아니라는건 이미 너도 잘 알잖아?"
일단 반박은 그렇게 하긴 했으나 표정은 영 불안했다. 이러다가 진짜로 내기 안 한다고. 다신 어울리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정말 그럴 가능성은 아마 없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라이벌은 또 만들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그래봐야 1년밖에 못 즐길 사이다. 이렇게 길게 티격태격해서 밑천 다 드러난 상대와 겨루는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불안해졌기에. 주양은 반박을 포기하고 병이나 찾기로 했다.
"말 안해도 지킬 생각이었으니까, 명령하지 말라고 꼬맹이~ 뭐, 우리 꼬맹이가 기뻐하는 듯 싶으니 이건 또 별난 기분이지만~? 어때? 이렇게 맨정신으로 즐기는 윗공기는 또 다르지?"
물론 이전에도 이렇게 안았던 적은 있으나, 그땐 위급상황이었으니까.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즐기는 윗공기는 또 다른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봐야 어림잡아 20센치 조금 안 되는 높이의 공기의 질이 얼마나 다르겠냐만은 지금의 당신은 작아진 상태니까, 꼭 그 점을 짖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즐거워보이는 당신의 모습에 덩달아 흥이 되살아서는 괜히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한번씩 시선을 던져주면서, 마주보는 사람에게는 '이 애 건들면.. 알지?' 하고 입모양으로 뻥긋거리는 것이다. 역시 아무리 라이벌이라도, 죽이 맞을 땐 참 잘 맞는 법이었다.
"흥. 그러는 너도 내가 마냥 정정당당하고 거짓말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알면서. 뭘 모르는건 너도 마찬가지, 야, 야..! 아파, 놔줘..!"
그에 대해서는 자신도 할 말이 많다는 듯 뭔가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꺼내려 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곧 볼을 꼬집히고, 그대로 놓아버리려던 손을 애써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당신을 떨어트려봐야 제 볼만 더더욱 아플 뿐이라는 걸, 당신의 눈빛을 통해 직감했으니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어쩌면 볼이 뜯어질지도 모르겠다는 허튼 생각도 하면서, 주양은 제 볼을 살살 매만졌다. 여전히 당신에게 억울하다는 눈빛을 쏘아 보내는것도 잊지 않은 채.
한참 그러고 있다가, 병을 발견하고는 조금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이왕이면 조금 더 늦게 발견했다면 좋았을텐데. 내려주려고 선에 힘을 풀었다가는 발버둥에 못 이겨 떨어트릴지도 몰라서, 당신을 단단히 붙잡은 채 자세를 쪼그리고 땅바닥에 안전하게 내려주었다. 병을 열라고 말하려던 주양은, 이윽고 당신을 바라보다가 다시 한바탕 웃어 보이며 눈높이를 맞추었다.
"우리 꼬맹이. 인심쓰는 척 하는데~ 내가 처음에 병을 찾으러 가자고만 말했지 몇 개 찾을지는 이야기 안 했다? 너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냅다 다른 병 찾아와서 또 어려지게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 그러니까 자신만만하게 굴지 말아줘?"
물론, 괜히 해보는 이야기였다. 일부러 허점을 조금 많이 남겨두기는 했으나 정말 다시 그러기에는, 중간에 병을 더 찾을거라는 보장이 없었으니. 대신 당신이 제안한대로 지금 이 마지막을 한껏 즐겨보기로 했다. 손을 당신의 볼에 대고 반죽 주무르듯 주물거려보기도 하고. 괜히 한번 더 늘려보기도 하고. 꼬집어서 이리저리 비틀어보기도 하고. 한참 그렇게 만지작거리고 나서야 이제 여한은 없다는 듯 손을 털고서 몸을 일으켰다.
"자. 이제 끝! 이제 약속한 것도 지켰고~ 꼬맹이의 요구사항도 들어줬으니까. 그렇게 이상하게 웃지 말고 얼른 병이나 여시지? 응?"
음흉한 미소 뒤에 담긴 속뜻은 알아내지도 못한 채.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치고는 뒤를 돌았다.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다행이겠지만, 여기서 또 어려지는 효과가 작용된다면 다시 당신을 보호한 채 기숙사까지 돌아가야 하니까. 그 동안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수 주위를 경계하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