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퀘스트(제한, 주의사항 확인 필수): https://www.evernote.com/shard/s662/sh/59db09c1-abb9-4df4-a670-52dd26f63be6/49de0535f7f231ed9b12ba175272cf44
10. 웹박수: https://forms.gle/mss4JWR9VV2ZFqe16
situplay>1596260248>228 17일 00시까지 진행되는 미니이벤트 입니다!
' 건 이 개XX야!!!!!! ' ' 와!!!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곤이 쫓아온다아아!!!! ' ' 저렇게 꾸며지는 건데 취향이 다르면 화를 내는 것도.. 역시 인간은 귀엽구나, 하게 돼! ' ' ...... 사감 중에 정상인은 왜 찾기 힘든거죠...? ' ' 그걸 나에게 물으면 어쩌나. '
그녀의 손이 당차게 옷을 잡은 건 좋았으나 상대가 바로 멈춰주지 않았다는게 좋지 못 했다. 바로 멈춰도 버틸까 말까인데, 그대로 몇걸음을 더 끌려갔으니 말해 무엇할까. 하려는 말만 겨우 내뱉고 이후는 숨 쉬는 걸로도 벅찼다. 그러니 엘로프가 그녀를 돌아볼 때 손은 자연스럽게 떨어졌고 그녀의 몸은 복도 벽에 투욱 기대어 간신히 서 있는 상태가 되었다.
"무슨..."
대뜸 주먹을 내밀길래 설마 저를 때리려는 건가 하고 생각해버렸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만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란 의미였다. 슬슬 식은땀이 나는 걸 느끼며 멍하니 엘로프를 보고 있는데, 대뜸 주먹으로 자기 이마를 때린다. 콩, 하고 가볍게 쥐어박는 소리가 다부졌던 주먹과는 다르게 귀엽기도 하다.
어쨌든 그걸로 정신을 차렸는지 조금 전까지 엘로프의 얼굴을 뒤덮었던 불안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신이 들었다며 미안하다고 하는 말에 대강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거면 됐다. 지금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누굴 신경써주고 있겠는가. 긴장이 풀린 탓인지 벽에 기대었던 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때마침 엘로프가 괜찮느냐고 물었을 때다. 좀전과 비슷하게 주저앉은 자세가 된 그녀는 더 무너지지 않게 벽에 기대서 대답했다.
"보시다시피 전혀 안 괜찮네요."
그새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부터 부지런히 가도 부인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당장 일어설 힘도 없는 그녀다. 부지런히 가기는 커녕 얼마의 시간을 더 쉬어야 돌아갈 체력이 돌아올지도 의문이다. 거듭된 재앙에 그녀는 평소보다 생각이 쉽게 흐트러졌다. 그러니 평소라면 쉽게 드러내지 않았을 짜증도 지금은 울컥 하고 올라올 때마다 툭툭 내뱉고 있었다.
"그냥 의무실 가려고 왔을 뿐인데 이게 뭐람..."
아이의 모습에, 아이 특유의 칭얼대는 목소리가 핏기 없는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엘로프의 안색을 살필 여력은 없었는지 작게 종알거리면서 불편한 다리를 열심히 꼼질거려 핀다. 다시 꾸물꾸물 움직여 자세를 바꿔 벽에 등을 완전히 기대고서는 그제야 살겠다는 듯 길게 숨을 내쉰다. 그리고 힐끔 엘로프를 보더니, 다소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눈가를 덮어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숨고르기를 마쳤다. 도망치고 싶었던, 그러나 도망쳐버리기엔 너무나 간절한, 되돌아가선 또다시 상실을 안겨줄 어지러운 감각에도 점차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몸의 경험이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려낸 것이다. 이럴까봐 다시 눈 뜨길 원하지 않았던 건데. 이 시간이 지나서는 다시는 보지 못할 오늘의 기억을 허망하게 그리기는 싫었다. 다시 돌아가 영영 마주하게 될 공허가 싫다. 그러면서도 끝끝내 눈 감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보고자 하는 자신 역시 싫다. 한순간 울렁이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는 그 감정을 무시하기로 했다. 모른다, 오늘 본 것은 그냥 다 잊어버릴 생각이다. 그가 눈앞의 누군가와의 대화에 억지로라도 집중하려는 데는 기본적인 예의의 측면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바닥의 무늬나 기둥의 나뭇결처럼 최대한 의미 없을 것들만 쫓던 눈동자가 뾰로통한 기색의 아이를 향했다.
척 보기에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울적한 기분과는 별개로, '보시다시피 전혀 안 괜찮네요.' 그 대목에서 그는 입술을 꾹 감쳐물고는 절로 죄송스러운 표정이 되었었다. 그리고 최대한 쓸데없는 소리는 자제하자 생각했다. 너무 많은 것을 사사건건 묻거나 참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는 아픈 사람을 귀찮게 만들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을 여러 방면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의무실까지 도와드려도 될까요……?"
신경쓰지 말라 해서 사람을 버려두고 떠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다른 부분이라면 몰라도 그는 다리가 다친 데는 자신의 책임이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넘어지면서 다쳤거나, 혹은 이미 다쳐 있는 상황에서 넘어져 상태가 더 악화되었거나. 그는 슬금슬금 맞은편 쪽 벽에 붙어서 등을 기대고 스르륵 쪼그려 앉았다. 꼭 찔리는 짓 한 개처럼 눈치를 보고 있다. 여전히 바닥만 힐끔 바라보던 그가 슬며시 펠리체의 표정을 살폈다. 환자를 짜증나게 하지 말자는 결심에서 어긋나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꺼낼 화제는 확인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걸 이제서야 물으려니까 좀 그렇지만…… 펠리체 스피델리 씨 맞으시죠?"
그에겐 현재 펠리체를 알아볼 만한 단서가 거의 없었다. 감각적인 정보가 무의미하기로는 눈과 귀 모두 마찬가지다. 연령이 바뀌어 목소리는 그가 기억하는 음성과는 판이하게 달라졌고, 눈으로 식별하기엔 그는 애초부터 펠리체의 외양을 모르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만난 경험이라 해도 고작 한 번 밖에 없는 상대를 어떻게 알아보았나 싶은데, 그 이유가 생각보다 간단했다.
"저한테 꼬박꼬박 선배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그리고 말투 같은 게 조금,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