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랑새도 꽤 큰 새라고 하니까 쁘띠쭈 시점으로는 딱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었어~! :D
>>590 헉 최고야 바로 이맛이야 세월의 흐름과 성숙함이 추가로 얹어지면서 퇴폐함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가는 어른스러운 맛..! 그러면서 이젠 더 이상 예전처럼 병약하지만은 않은 그런 맛...! 이지만 쭈주는 역시 잘 모르겠는걸~? 역시 벨주가 일상으로 많이 보여주고 독백도 많이 써주면서 보여줘야 조금 감이 잡힐것같기도 하고~~! :P (모르쇠)(하는 척)(나쁨)()
벨주 다녀와~ 이렇게 또 맛있는 일상이 하나 돌아가게 되는가~! :D (방긋)(팝콘 챙겨오기)
>>59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숨어서 운다면..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갈테야.. 그림자를 뒤쫓아 갈테야.. 쭈주 시선에... 사각지대라는 건 없어야...! (희번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는 꼭! 꼭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기! :) 아니 그리고 쁘띠쭈 시점의 청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진짜 딱 저런 포스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 (????)
앗 맞아 예전에 동물 이거저거 소개해주는 말빨 좋은 유튜버 영상에서 본 적 있었어 :0 완전 컬쳐쇼크였던 기억이 있네 :).. (약하게 떨리며)(?) 그 그러면 윤이한테 생겨난 꼬리도 접이식인가요..? (????) 에에 그리고 나는 무섭지 않아~ 무해하고 온순한 쭈주인걸~? :D..
창문 밖으로 형광색이 된 학생이 비명을 지르고, 토끼 귀가 자란 학생은 서로를 보며 깔깔 웃었다. 어린 아이들이 복도를 뛰다 넘어지며, 장성한 어른 몇명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고 있다. 그 또한 이 상황의 희생자였다. 무심결에 열었던 유리병은 그에게 변화를 줬다.
세월의 흐름이다. 등을 굽어타 골반까지 내려오는 새하얗게 물든 머리카락, 자연스럽게 쓸어넘긴 앞머리, 눈을 가린 흰 레이스 안대, 새하얀 옷과 입안에서 발견된 노란 수선화……. 그는 처음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흰 옷을 입어본 적도 없거니와 이상하리만치 머리가 맑았다. 단 한 번도 이런 감각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머리가 맑다는 건 이런 느낌인가? 늘 머리가 무겁고 지끈거렸는데, 그런 일말의 기색조차 없으니 되레 기분이 이상했다. 목에도 힘이 있었고, 몸은 날아갈듯 가볍다. 뱉어낸 수선화를 본 그는 그동안 받은 고통에 비해 한 순간일 뿐인 가벼움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가."
당신이다. 그는 지금 당신과 엇비슷한 나이로 자랐다. 그는 주저앉은 모습으로 당신을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당신은 지금 빽 비명을 지르며 횃대로 도망친 달링처럼 놀랐을까, 아니면 그를 늘 그렇듯 받아들일까. 그가 어색하게 자신의 모습을 한 번 훑고는 다시 당신을 본다. 차마 거울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귀를 만지기 시작한 직후에는 너무 신나서 잠깐 잊었는데 연달아 들리는 비명 같은 소리에 겨우 그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귀가 약하다는 걸. 어렴풋이 그런가보다 싶긴 했는데 지금처럼 티를 확 내면 모를 수가 있을까. 이제 이 사실은 두고 두고 그녀의 기억에 남아 종종 유용하게 쓰일 것이었다.
쫑긋하게 솟은 토끼 귀의 끝부분을 살살 간질이면서 그의 얼굴을 보니 붉어진 눈가가 보인다. 놀랐는지 딸꾹질을 하는 모습도 보이고. 평소라면 이쯤 하고 물러났겠지만 지금은 어쩐지 쉽게 물러나주고 싶지가 않다. 거기다 저런 얼굴로 협박이라니. 통할 리가 있나. 일부러 더 집요하게 귀를 만지며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아예 토끼로 변해버리면 품에 꼭 안아서 방으로 데려가버릴거에요. 옷 갈아입을 때도 씻을 때도 안 놔주고 안고 있을거니까요."
본성이 매구인 그에게 잘 안 통할 거 같은 협박이지만 지금은 통할 거 같기도 하고, 아마? 그대로 킥킥 웃기까지 한 그녀는 조금 봐주기로 하며 손을 내려 그의 허리를 감싸안는다. 체격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이건 그다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는게 다행이었다. 안은 손을 슬쩍 움직여 꼬리를 만져볼까 하던 그 때, 전날 수업 때의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 음, 그...랬나? 그랬었던가요? 어쩐지 기억이 잘 안 나는 것도 같고...?"
말과 달리 옆으로 슥 굴러가는 눈동자가 다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려 한다는 걸 보여준다. 아니, 오히려 일부러 그러는 거 같기도 하다. 그런 말을 했을 때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해하는 것처럼. 혹은 기대하는 것처럼. 복잡한 내심을 슬쩍 덮어놓고서 겉으로는 아닌 척 굴어본다. 열일곱보다 더 능숙한 스물일곱의 모습으로.
"수업 때 하도 정신 없었어서 잘 기억이 안 나는 걸요?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응?"
그사이 슬쩍 더 가까이 가는 몸짓이 순수함보다는 교태가 묻어난다. 그녀의 의식은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몸으로는 변한 이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말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얗고, 눈을 레이스로 가렸다. 그는 이 대목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그가 새하얀 사람일리도 없고, 잘 때 안대를 하고 자는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새하얀 거지? 머리카락도? 불투명한 눈앞으로 당신의 인영이 흐리게 보인다. 시선을 굴리니 새하얀 실 같은 것이 보인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인 것 같다.
"...꽃?"
꽃을 물고 있다는 말에 그는 입을 작게 벌려 혀로 꽃을 밀어내 뱉었다. 노란 수선화의 꽃망울이 앉은 몸 위로 떨어졌다. 꽃가루의 텁텁한 느낌이 입안에 맴돌았다.
"안 먹을 테니 걱정 말게."
손을 다소곳이 모은 그는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늠했다. 아마 어른이 된 다른 학생처럼 그도 세월의 흐름을 맞이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다른 학생들은 그처럼 레이스로 된 안대도, 꽃도 물지 않는다. 하얗게 변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적지 않을까? 손가락을 움직여 꽃잎을 쓸었다. 감촉으로 보아 생화다. 그는 장례식을 지금까지 여러번 지도했다. 관 주변을 꾸밀 때 쓰는 매끈하고 질긴 꽃잎의 감촉을 어떻게 모를까? 단 한가지의 상황만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나는 죽었구나. "..그래. 벗겨주렴. 이 안대의 시작점이 어딘지 전혀 모르겠구나."
그는 안대를 잠시 더듬는다. 그리고 당신의 인영이 보이는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숨결이 조금 섞이긴 했지만, 담담하게 들리는 목소리는 그가 생각하기에도 영 어색했다.
윤이 얼궁를 살짝 붉힌 채, 몸을 살짝 틀려 했습니다. 허리까지 잡혔으니, 이제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듯 싶습니다. 윤은 반 쯤 포기한 것처럼 도망치려는 행동을 멈췄습니다.
' 기억 안나는 것 치고는 내 눈을 못 보는 것 같은데...? '
윤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리곤 한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지? '
교태를 부리는 몸짓에 그는 고개를 돌려서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그리곤 눈웃음을 지었죠. 그의 붉은 머리 색이 바뀌는가 싶더니, 연한 보라색으로 바뀌었습니다. 키와 몸도 더 커졌습니다. 그리고 눈매가 날카롭게 올라갔으며, 눈동자는 벽안이었으나 세로동공이었습니다. 한 손으로 펠리체의 허리를 강하게 휘감으려 했죠.
' 내가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 내 사랑이 날 못 믿는 것 같아.... '
목소리가 낮게 그르렁거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토끼 귀와 꼬리는 붙어 있었죠. 그가 눈을 부드럽게 휘어 웃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하얗다는 뜻이다. 사람을 초콜릿으로 비유하는 건 좋은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그렇지만 뒷말은 잘 알아듣지 못했다. 꽃은 맛이 없다는 뜻이 과연 진짜 먹어본 것일까, 아니면 비유적인 표현인가 가늠하듯 안대 속 눈동자가 바삐 굴러갔다. 당신의 평소 행적을 생각 해보면 전자인 것 같다. 그는 당신에게 꽃을 왜 먹어봤냐는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어색하구나. 말을 해도 전혀 힘들지 않아."
체력이 넘쳐나는 느낌이다. 그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몇년을 고생하고 고작 하루만에 안식을 찾아버린다니.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때, 당신의 인영이 가까워진다. 이윽고 얼굴에 온기가 느껴진다. 시작점을 찾아 더듬던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간지러운 느낌이 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뒤통수에 있던 매듭은 쉽게 풀렸고, 그는 눈을 느릿하게 내리감았다 뜬다. 속눈썹마저 새하얗게 변모해버렸다는 건 알지 못한 채.
"이제 좀 제대로 보이는 군. 고맙네."
흐렸던 세상이 선명해졌다. 찰나의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눈은 서서히 주변의 상황에 적응한다. 그는 당신을 쳐다본다. 시선이 손으로 가고, 안대를 보니 의심은 확신이 됐다. 문득 당신이 걱정이 됐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입술을 잠깐 지그시 깨문 그는 뜬금없는 말에 반문했다.
"…아가, 혹시 내가 그런 취향을 가질 사람으로 보이나?"
찰나의 순간 벨은 생각에 잠기며 과거의 행적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나는 과연 그런 취향이 아예 없나? 생각해보니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 당신은 어떤 의도도 없다. 그는 한숨을 쉬며 양 팔을 벌렸다. 됐다. 당신의 천진난만한 성격에 또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