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및 카페테리아에서 하절기 메뉴를 개시합니다. 추가 메뉴의 가격은 기존 메뉴와 차이가 없으며 카페테리아의 경우 일일 판매량이 정해져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빙수 및 파르페의 토핑이 별도 추가 가능하도록 메뉴가 개선되었습니다.
부활동 상반기 실적 제출 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활동 중인 모든 부는 기한 내에 부활동 보고서를 제출하기 바랍니다. 기한을 넘길 경우 패널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소모성 비품의 소모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습니다. 각 부는 자체적인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상담부에서 교내외 환경미화를 도와줄 사람을 구합니다. 자세한 건 각 교실에 배부된 안내문을 참고해주세요. (지난 이벤트 후속편. 자세한 내용은 이쪽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8900/627) (후속편 현황은 캡틴에게 문의)
다홍이 스스로 한 말을 혼잣말이라 하니 현율도 그 이상 말하지 않는다. 의문이 아닌 말에 답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건 그저 말을 허공에 버리는 행위와 같으니. 그러나 물어야 할 것을 제때 표하지 않는 행동은 때때로 예측불가의 결과를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순간적으로 날개짓을 멈춰 내려가는 다홍을 보면서도 현율은 가만히 보고 있었다. 다시 올라와 현율에게 쏘아보듯 시선을 보내도 되려 싱그러운 미소로 받아쳐줄 뿐이다. 그런 말을 해놓고 짓기에는 너무나 밝은 표정이다. 조금 전 다홍과는 또다른 의미로 묻지 말라는 의미라도 담겨 있는 것처럼.
"꼭 움직임만은 아닌 거 같지만. 직접 만지는 편이 다홍에게도 좋으니까 상관없지."
현율은 옆에서 유유히 날개짓을 하며 가지를 헤치는 다홍을 지켜본다. 조금 전 현율의 드레스자락에 녹색이 묻었던 것처럼 다홍의 손과 스치는 옷에도 점점 녹색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살갗이 녹색으로 물들 때마다 물든 부분에 따끔거리는 감각이 옅게 번진다. 작은 벌레가 동시다발적으로 무는 감각과도 비슷하다. 녹색이 묻은 옷은 솔기가 튿어지거나 너덜해져 어쩐지 낡아가는 것 같다. 잠시 가지를 헤쳤을 뿐인데, 다홍의 팔과 옷은 녹색 투성이가 되어버린다. 스치는 모든 곳에서 묻고 있었으니 당연할 수 밖에. 그러나 기묘한 현상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뚜둑. 금빛 가지는 보통의 나뭇가지처럼 쉽게 꺾였을 것이다. 딱 봐도 이질적인 현실감을 가진 금빛 가지를 꺾자 꺾인 부분에서 팍- 하고 금빛 꽃가루 같은게 퍼진다. 양이 제법 되어보이는 그 가루는 바람도 없는데 스르륵 몰려와 다홍의 팔과 옷에 묻는다. 그렇게 묻어 반짝거리기를 수초 후. 금빛 가루가 빛을 잃고나자 팔과 옷은 멀쩡히 되돌아와 있다. 더이상 간지러움도 느껴지지 않고 옷도 언제 헤졌냐는 듯 멀쩡해졌다.
"잘 했어. 이리 줘."
형언할 수 없는 현상이 지나간 뒤, 현율이 그리 말하며 다홍을 향해 팔을 벌린다. 정확히는 검은 천을 팔에 걸쳐서 들고 있었다. 그걸로 가지를 감싸서 들려는 모양인지 천 위로 금빛 가지를 얹으라 덧붙인다. 다홍이 가지를 주면 그걸 마치 꽃다발처럼 감싸서 품에 안는다. 말이 꽃다발이지 가지 하나 뿐이라 허전한데 왠지 현율에게는 그 허전함이 어울려보인다.
"그럼 다음 걸 찾으러 가볼까."
가지를 챙긴 뒤 그렇게 말하고 소리없이 뒤돌아선다. 근처를 찾아보지 않고 더욱 안으로 들어갈 셈인가보다.
이후 현율은 느긋히 나무들 사이를 지나가며 때때로 보이는 나비들을 알려주거나 다홍이 부르면 가까이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과 같은 과정을 반복해, 몇개의 가지를 좀더 얻었겠지. 그 사이 다홍은 녹색이 물들고 사라지기를 역시나 반복했겠지만, 현율은 그런 것 없이 점점, 점점 녹색에 침범당하고 있었을 터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금빛 가지를 품에 안고 앞으로 나아갔겠지.
싱그럽게 웃어보이는 현율의 모습을 바라보던 다홍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헛웃음같은 미소를 흐릿하게 지어보였다. 다홍은 저 웃음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묻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웃음. 숨기는 것이 있는 사람이 지을 법한 미소라는 걸.
“이게..”
나한테 좋은 거라고? 녹색으로 물드는 면적이 넓어질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은 명백한 현실이였다. 따끔거리는 감각은 작은 벌레들이 살갗을 동시에 무는 것과 흡사했다. 참지 못할정도는 아니지만 무시하기에는 통증이 거슬릴 정도였다. 가지에 스치는 옷도 그곳만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변화가 일어났지만 다홍의 움직임은 머뭇거림이 없었다. 의문을 가질리언정, 묻지는 않는 게 현율과 비슷해보일 수도 있다. 다홍은 뚝, 하고 가지를 꺽었고 “미안해.” 하고 작게 나긋한 로우톤으로 사과를 건넸다.
가지를 꺽자마자 퍼지는 금빛 꽃가루가 팔과 옷에 묻었다. 바람도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달라붙는 그 꽃가루가 신체와 옷에 묻어나자 따끔거리던 감각이 사라지고, 낡은 옷처럼 헤져있던 옷도 멀쩡하게 되돌아오는 현상에 다홍은 벚꽃색 눈동자를 가늘게 내려떴다. 멀쩡해진 옷과 더이상 간지럽지 않은 팔을 바라보는 다홍의 시선이 묘해진다.
정말이지,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는 현상이다.
현율이 들고 있는 검은천 위에 꺽은 가지를 올려놓던 다홍은 그 벚꽃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바라봤을 것이다. 하나뿐인 가지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잘 어울려서, 그 허전함이 어울리는 게 안타까워서, 다홍은 현율의 머리라도 쓰다듬을 것처럼 손을 뻗었다가 거둬들였다. 그 행동이 선을 넘는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계속 같은 행동들이 반복된다. 가지를 꺽고 꺽은 가지를 현율에게 건네주고 현율은 그것을 받아 품에 안는 행동들의 반복. 녹색으로 물들고 사라지는 현상의 반복 속에서 다홍은 현율의 모습에 눈썹을 찡그렸다.
“질문 하나 할텐데 대답하기 싫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나긋한 로우톤으로 다홍은 말문을 열었다. 점점 녹색으로 물들고 있는 현율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의문을 입밖으로 내야할지, 아니면 삼켜야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다홍이 가지를 꺾으며 읊조린 사과의 말은 잎사귀 하나도 흔들지 못 했다. 듣기 싫어 귀를 막은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다홍의 손이 거두어진 기존의 나뭇가지들은 넌더리를 내듯이 잔가지를 당겨 금빛 가지가 꺾인 자리를 감추어 그 느낌을 더욱 가중시킨다.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 문득 생각했을 그 말이 새삼 다시 떠오를지도.
첫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금빛 가지를 꺾을 때마다 기현상과 거부당하는 감각은 반복되었을 것이다. 매번 물들었다 나아지길 반복하는 다홍과 달리 현율의 옷과 몸은 서서히 녹색이 물들어가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금빛 가루는 매번 다홍에게만 붙어 다홍의 상태만 나아지게 해주었기에 더욱 부각되었겠지. 가지 다발을 안고 다른 곳으로 가려던 현율은 다홍의 질문에 힐끔 돌아본다.
"여기 들어오기 전에 했던 말, 잊은거야?"
다홍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라던 그 말을 상기시키려는 걸까. 타박이나 질책의 어조는 없지만 했던 말을 잊지는 말라는 듯한 뉘앙스는 담겨 있다. 어쩌면 그게 룰보다 더 중요한 듯이. 그걸로 대답을 마친 현율은 제자리에 머물던 날개짓을 틀어 또다른 가지를 찾기 위해 나아간다.
그 뒤로도 금빛 가지의 크기는 모두 일정해서 꺾기에 문제도 없었을 터다. 현율이 안고 있는 다발도 다섯, 혹은 그 이상의 가지로 제법 꽃다발스런 모양새를 취해가지만 다발의 모습이 모양을 갖출수록 현율과는 어울리지 않게 되어간다. 찬란히 반짝이는 금빛이 이렇게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또다시 나아간 숲의 안쪽은 지금까지 지나온 숲과 별반 다를게 없는 풍경이 반복되었다. 실은 이미 지나온 길은 다시 지나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어도, 이전에 지나칠 때는 없었던 곳에서 새로운 가지가 발견된다. 그렇게 찾은 가지는 다시 다홍의 손을 거쳐 현율의 품으로 들어가고. 몇개의 가지를 더할 쯤 전방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곧 나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숲의 근원인 마냥 녹색으로 물든 물이 제법 세차게 흐르는 계곡이다.
"이 위로 지나가려면 못할 것도 없진 않겠는데. 어떻게 할까?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곳을 찾을래, 지금 여기서 건널래?"
현율이 다홍을 보며 그리 물은 이유는, 계곡의 폭이 제법 넓었기 때문이었다. 둘다 날개가 있는 지금 그리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아마도- 앞날이 예상될만큼 물의 흐름은 제법 빨랐다. 어떻게 할지는 다홍이 정하라는 듯 현율은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8시, 아직 통금 시각이 되기에는 시간이 남은지라 여유롭지만 하늘은 어두워져가는 때이다. 후덥지근한 낮의 공기가 가라앉아가는 시각이기도 하다. 서늘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시원한 축에 속하는 바람이 불어온다.
아직은 옥상에 올라와도 별이 훤히 보일 정도로 어둡지는 않다. 그래도 하늘이란 건 어느 때에든 그 나름의 멋이 있는 법인지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손에는 청량한 것을 넘어서 서늘하기까지 한 음료수 캔 하나를 들고, 록산나는 나름의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옥상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손바닥 크기의 수첩에 무언가를 휘갈기고 있었다. 제멋대로 휘갈긴 글씨나 음표는 알아보는 게 더 힘들 정도였다. 그 근처에 그린 그림은 그나마 잘 그린 편이라 조금 거리를 두고 봐도 무엇인지 알 수는 있었다. 구름이 점점이 떠가는 하늘이다.
록산나는 생소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다.
넓은 기숙사 방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공기마저 뜨거운 여름은 그 답답함에 무게를 더하고, 선풍기로 해결 되지않는 더위와 그 답답함은, 아무리 참는 것에 익숙한 설이라 하더라도 너무나 버티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니 목이 마르면 물을 찾는 동물처럼 종종 설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할 무렵 옥상으로 향하고는 했다. 해가 져가며 식어가는 공기를 마시며, 탁 트인 공간에 있다 보면, 목을 죄어오던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되고는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일까. 선선하게, 기분을 좋게 하는 바람이 불어오는 옥상 문 앞에서 설은 걸음을 멈추었다. 들려오는 흥얼거림에 자신보다 먼저 옥상을 찾은 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람에 밀려오는 음표들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곡은 낯선데, 그 목소리는 전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익숙했다. 생각의 끝에서 자연스럽게 설은 한 얼굴을 떠올렸고,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설은 당신을 놀랠 속셈으로 발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 방금 전까지 당신의 공간이던 옥상으로 들어섰다.
그렇지만 완전 인기척을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니, 중간에 당신이 눈치 챌수도 있는 것이만. 설은 뱀처럼 조용히 당신의 뒤로 다가가 서려 했었다. 다가서 당신이 무얼 하고 있을까 몰래 살피면, 알아 볼 수 있는 건 하늘 그림뿐이라. 별이 없는 건 아직 어두워지지 않은 하늘 때문인일까. 설은 고갤 들며 올려다보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봤다.
"뭐하고 있어요?"
당신이 돌아본다면, 설은 장난스레 웃는 얼굴로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이며 "안녕 선배." 하며 말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