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괴물이 그걸 받아먹었다기보단 당신이 그걸 괴물의 입 안에 던져넣는 데에 성공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 끝없이 커다랗고 탐욕스러운 주둥아리는, 괴물의 얼굴을 노리고 뭔가를 던지면 아무리 마구 던진다 해도 세 번 중에 한 번쯤은 괴물의 입 안에 집어넣는 데 성공할 수 있을 만큼 컸으니까.
"단숨에 부적을 붙일 수 있을 만큼 뻗어버릴 줄은 몰랐는데."
괴물의 이마에 무언가를 붙으며 단랑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는 당신의 말에 당신이 손을 잡고 있는 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말라붙은 동사체 같던 끔찍한 몰골은 어디 가고, 어느새 그 아이도 비록 조금 창백할지언정 살아생전의 모습을 되찾은 것처럼 또랑또랑한 여덟 살짜리 아이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비록... 아까 전에 비해 너무 가벼워졌고, 그림자도 없었지만. 그래도 손만은 우리의 손을 쥔 채로,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그 어린아이는 단랑을 올려다보았다.
"응, 지하상가에서 길을 잃었구나."
단랑은 당신의 손을 받아쥔 채로, 그 아이 앞에 잠깐 쭈그려앉아서 다른 손으로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답레가 짧다고 고민하거나, 억지로 이런저런 내용을 덧붙이거나 하실 필요는 없어요. 필요한 만큼 쓰는 게 좋은 레스라고 생각하니까요. (간결하면 잇기 쉽기도 하구요)(<-본심) 우리의 행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질문사항이 있으면 질문드릴 테니 마음쓰시지 않으셔도 좋아요uu 다른 일과 병행하느라 조금 손이 느릴 듯하지만, 곧 써오겠습니다.
단랑은 손을 가방에 폭 찔러넣더니 음료수 캔 하나를 톡 따서는 우리에게 내밀었다. "이걸 마시면 훨씬 나아질 거야." 싸늘함과는 다른 청량한 시원함이 남아 표면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청량음료 캔이었다. 시중에 파는 시제품이었지만, 마셔보면 확실히 그의 말대로 시원한 액체가 머릿속에 들어찬 현기증을 씻어주는 듯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을 바라보며 단랑은 "처음엔 다 그래." 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말이 왠지 뭔가 단념한 것처럼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잠깐만... 구역 담당 차사님께 뭔가 아시는 게 있나 여쭈어볼게. 일단은 여기서 나가자."
그는 핸드폰을 다시 집어들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전화기를 한쪽 귀에 대고는 눈은 당신을 바라보며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왔다. 한 손에는 아이의 손을, 다른 손에는 단랑의 손을 나란히 잡게 생겼다.
우리는 단랑이 꺼내준 음료를 보며 생각했다. ...나 당 떨어진 건가? 순진한 생각과 함께 한 모금씩 음료수를 마신 우리는 곧 두통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오직 평범한 음료의 효과라고 생각한 우리는 빈 캔을 빤히 쳐다보다가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며 손을 놓고선 쓰레기통에 캔을 넣은 뒤 다시 돌아왔다. 처음엔 다 그렇다니. 그럼 이 다음도 있다는 뜻일까?
“응, 그럼 난 그동안...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게.”
돌아온 우리는 다시 아이의 손을 잡고 단랑이 내민 손도 잡았다. 어쩌다보니 중앙에 서서 양쪽에 선 사람–정확히 말하면 하나는 사람이 아니지만–의 손을 잡은 채 서 있게 됐다. 어쩐지 제가 어린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묘했다. 개인적인 마음은 일단 제쳐두고, 우리는 통화하는 단랑을 바라보다 어느 정도 통화가 진행된 듯 하자 입모양으로 물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걸 읽어본다면 이런 뜻이었다.
통화를 걸면서, 단랑은 우리에게 막연히 앞쪽을 눈짓해보이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원래대로 멀쩡하게 돌아온 표지판에 가장 가까운 입구로 향하는 표시가 찍혀 있었다. 전화는 얼마 안 가 연결됐다. "안녕하세요, 차사님. 단랑입니다." 로 시작된 통화는 중간중간 "네, 운정지하상가에 숨어있다던, 조금 전에 제보드린 외신의 유충이요..." "남겨진 넋이 있는데, 어머니를 찾아주어야..." "네. 아, 그런 제보가 있었다구요?" "공영주차장의 지박령이... 그렇구나. 네. 아, 그렇게 하시게요?" 하는 말이 띄엄띄엄 흘러나온다. 통화가 마무리되어간다는 느낌이 있을 때쯤에는 그와 당신과 아이는 어느덧 지하도 밖으로 나가는 입구에 도달해 있었다. 어느새 뉘엿뉘엿 주황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햇살이,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의 벽에 비껴드는 것이 보였다.
그는 시선을 당신에게로 두며, 입모양으로 '밖에 있다는 것 같아.' 하고는, "곧 그리로 갈게요. 감사합니다." 하는 인사를 마무리로 전화를 끊었다. 그는 손을 뻗어서 지상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두 발이 다 문턱을 넘어설 때까지는 손 꽉 잡고 있어야 돼." 하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렇게나 아찔하게 헤매었던 지하도인데, 나오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오자, 매암 매암 매암 찌르르르... 하고 아직도 그치지 않은 매미 울음소리와, 차가 다니는 소리 등 생활소음이 와글와글 밀려든다. 그를 따라 아이를 데리고 문턱을 넘어서면, 당신의 뒤로 지하도의 문이 닫힌다. 문이 닫히는 바람이 등을 한번 휘잉, 쓸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유리로 된 입구 너머로 비치는 지하도는, 평소의 수많은 사람이 오락가락 왕래하면서, 점포가 모두 활짝 열려서는 점원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점포를 관리 중인, 평소의 지하상가의 모습 그대로다.
"이제 손 놔도 돼. -얘네 어머니 찾아주는 건 의외로 간단하게 끝날지도 모르겠는데, 넌 어쩌지..."
단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우리가 손을 꼭 잡았다. 어느 쪽 손을 말하는지를 몰라 양쪽을 다 그렇게 잡은 우리는 어딘가 비장한 얼굴로 문턱을 넘었다. 음산한 몇몇 소리를 빼곤 적막뿐이던 세계에서 다시 일상으로. 뒤를 돌아보자 눈에 들어온 상가는 평소와 같은 모습이라, 아까 제가 발 디뎠던 곳이 평범한 곳은 아니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무사히 나오게 되어 다행이야.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구나. 다행이다.”
“엄마 찾아주기로 약속했거든.” 덧붙인 우리가 웃었다. “다행이다, 그치?” 아이를 내려다 보면서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나? ...혹시 나 뭐 잘못했어?”
하지만 뒤에 붙는 말은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어 금세 시무룩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미루어 짐작컨대, 제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도무지 어떤 지점이 잘못된 건지 감이 오질 않았다. 일단은 일부터 마무리 해야 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은 우리가 단랑을 보며 답했다.
저벅저벅. 문이 닫히자마자 느껴진 것은, 원래 세계로 나왔구나- 뿐만이 아니라, 훅 끼쳐오는 초여름의 더운 공기도 있었다. 아아, 여름이구나.
밖으로 나가는 문과 계단을 바라보며 뭔가 흐릿한 기억을 떠올려보려는 듯 골몰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아이는, 당신의 말에 당신을 올려다보며 조금 어설프지만, 그래도 밝은 미소를 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 잘 잡아줘." 단랑은 당신과 아이를 번갈아 보며, 착잡한 얼굴에 옅으나마 미소를 띄었다. 그러다 당신이 반문하자, 그는 "너 눈치 못 챘구나." 하는 말을 건네며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가, 때마침 출구 근처에 표지판과 함께 세워져 있는 볼록거울을 눈짓해보인다. "머리."
그의 말을 단서삼아 거울을 바라보면, 당신의 머리에 아주 분명한 이변이 발생해있을 것이다. 당신의 두 귀 모두 멀쩡히 머리 양쪽에 달려 있는데... 그것보다 좀더 높은 곳에, 새하얀 여우귀가 머리카락 사이로 툭 튀어나와 있었던 것이다.
"내가 보낸 마지막 편지 기억해?"
단랑의 마지막 편지에 어떤 내용이 있었더라. 노리개가 감당하지 못할 괴이를 운운했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언제인가 그 노리개 부적이 든 주머니는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가 있었다. 다만, 이제 그것은 그 효력을 잃어버리고, 예쁜 장신구 정도의 의미만이 남아버리게 되었지만.
"...일단, 한소리 듣겠지만, 어머니나 할아버지한테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겠다... 일단은, 어머니를 찾아주러 가자."
그는 한쪽 길을 가리켰다. 빌딩 몇 채 때문에 그늘이 진 길은 꽤나 선선해보였다. 사람 몇몇이 오가고 있었는데, 대부분 주부로 보였다.
>>113 어... 제가 이것과 똑같은 말씀 드리려고 스레에 왔는데 몇 분 전에 저와 똑같은 말씀 남기셨어(동공지진) 그렇게 되었으니, 우리주도 너무 마음쓰지 마시고 우리주께서 해야 되는 일을 우선해주세요. 무슨 일이신지는 모르지만, 끝나시면 맛있는 거 드시구요. 너무 늦지 않게 주무실 수 있기를 바라요.
손을 잡고 있는 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단랑의 손은 꽤 시원했고, 꼬마아이의 손은 서늘했다. 당신의 입술에 내려앉은 두려움이 보였던 걸까, 단랑은 당신에게 쉽사리 눈을 맞추지 못했다.
"이상한 일에 말려들게 해버렸네."
그는 붉은 시선을 비스듬히 내리깔고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머리카락에 여우귀 같은 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기분 탓일까 왜인지 귀를 축 늘어뜨린 것처럼 보인다.
"...내가 최대한 도와줄게. 어머니나 할아버지께 여쭈어보면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길을 드문드문 지나가는 행객들은 당신의 머리에 돋은 여우 귀가 보이지 않는 건지 별 내색을 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고 옆을 스쳐지나갔다. 지하철을 올라올 때 당신은 당신이 알던 세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올라오는 계단 위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당신이 알던 것과 조금 달라져 있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당신이 건넨 인사에, 단랑은 뜻밖이었던 건지 당신을 돌아보며 눈을 깜빡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이라는 듯이. 그는 엷은 웃음을 띄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맙다고 하지 않아도 돼. 내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까."
이야기를 나누며, 단랑은 당신을 어떤 코너에서 가볍게 잡아끌었다. 재래시장 방문객들을 위한 공영주차장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 저기 계신다." 하는 말에 고개를 들어보면, 저 멀리 조금 이상한 차림의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키가 2미터 가까이 될 것 같은 대단히 홀쭉한 남자였는데, 이 한여름에 붉은 셔츠와 새까만 수트 바지, 재킷을 쫙 빼입고 있었다. 얼굴에는 딱 봐도 몇 주 정도 내내 야근한 것 같은 피로가 한가득 절어 있었고, 한 손에는 까만 케이스에 담긴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그 남자는 눈을 슬몃 들어 당신과 일행을 거들떠보더니 "왔구먼." 하고는 자기 옆에 서 있는 사람을 곁눈질해 보였다.
그 옆에 서 있는 사람은 거의 낡아빠진 누더기가 된 옷을 입은 아주머니였는데, 머리룰 푹 숙이고 있고 산발이 된 머리카락이 길게 드리워져 있어 얼굴을 볼 수가 없는 음산하고 귀기넘치는 몰골이었다. 그 아주머니에게도 그림자가 없었다. 귀를 기울여보면, 산발이 된 머리카락 사이로 웅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저기, 우리 애기 봤어요? 올해로 여덟 살 난 아이인데, 머리카락은 까맣구요, 키는 이만큼 오고, 줄무늬 티셔츠에 데님 오버롤을 입고 있어요. 눈이 또랑또랑하고 귀엽고 총명하게 생긴 아이니까, 한 눈에 보면 기억에 남을 거에요. 지하상가 주변에서 잃어버렸는데..." 하는 횡설수설하는 소리.
그리고 당신의 손을 쥐고 있던 아이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아이를 내려다보면, 눈에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는 눈물.
피로가 너무 쌓여있었네요.. 잠이 너무 모자랐나... >>116 쓰고 나서 병든 닭마냥 졸다가 이제 깼네요. 모자란 잠을 자고 있었으니 편안한 저녁...일까요? 이 쪽도 만만찮게 습도가 높아요.. 습도가 높고 바람이 불면 곧 비가 오던데, 비가 내릴 기색은 안 보이는 이상한 날씨네요.
단랑이 그 귀신을 부르고, 우리가 아이의 손을 놓아주자... 아이는 소리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아주머니에게로 후닥닥 달려갔다. 중얼거리는 소리가 멈추나 싶더니, 산발이 되어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에서 놀라울 정도로 평범한 어머니의 얼굴이 드러났다. 황망한 기색을 띄고 있던 그 얼굴은 아들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허리를 꼭 끌어안자, 경악을 하더니 그만 눈물을 왈칵 흘리고 말았다. "아이고 우리 새끼 어디 있었어. 우리 ○○이 어디 있었어. 엄마가 놓쳐서 미안해. 두고 가서 미안해. 드디어 찾았구나. 이제 엄마가 같이 있을게. 엄마와 같이 가자 내 새끼..." 수트 차림의 남자는 피곤에 찌든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했다.
"선생님도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생들도, 학생들이 우리 ○○이 찾아준 거죠.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뭔가 드려야 하는데 드릴 게 남아있지 않아서 어쩌면 좋아. 내 이 일은 잊지 않을게요. 두 사람 쌓은 공덕이 분명히 두 사람에게로 돌아갈 거에요.."
아주머니는 시선을 들어올리더니, 수트 차림의 남자와 단랑, 그리고 당신에게도 거푸 고개를 꾸벅꾸벅 숙여보였다. 수트 차림의 남자는 아주머니의 말에도 별다른 대꾸 없이 손에 든 태블릿을 몇 번 톡톡 건드려보더니, 태블릿과 두 모자를 한 번씩 번갈아보곤 고개를 끄덕인다.
"뭐, 아드님 찾아드렸으니... 이제 가셔야죠." "그래야죠... 그 동안 같이 못 있어줬는데 가는 길이라도 같이 갈 수 있게 되었네요."
수트 남자는 피곤한 시선을 단랑과 우리에게로 돌리더니, 한번 손을 들어보였다.
"고맙다, 두 사람. 백단랑과... 또 한 명은... 아이고 저런. 힘내라."
당신에게 일어난 이변을 그 남자도 알아볼 수 있었던 걸까, 그는 격려를 하는 건지 시니컬하게 놀려먹는 건지 모를 한 마디를 건네고는 모자를 데리고 주차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단랑은 그 남자에게 "조심히 가세요, 차사 선생님." 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제서야... 당신의 귀갓길은 평화로운 것이 되었다.
"?"
당신에게 뭔가 말을 꺼내려던 단랑은, 당신이 먼저 선수를 쳐서 말을 꺼내자 눈을 깜빡이다가 이어져오는 뒷말에 아, 하는 표정이 되어서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래, 그렇구나."
그렇게 당신을 무심코 가만히 바라보며, 다음 말을 꺼내려던 단랑은 당신이 얼굴에 띄워보이는 환한 미소에 말문이 막혔다. "어..." 그는 눈을 깜박이며 뒷목을 긁적이다가, 시선을 조금 내리깔며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하고 대답했다. 당신이 내밀어온 새끼손가락에 자기의 새끼손가락을 마주걸 때는 그의 시선이 다시 돌아왔다.
"응.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볼게." 그리고 손을 풀고서야, 단랑은 고개를 들었다. 어느덧 땅거미가 뉘엿뉘엿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집에 바래다줄게. 어느 쪽으로 가?"
앗 안 돼 우리 엇갈려버리네요 ㅠ-ㅠ... 제가 지금 자러간다는 뜻이랍니다 흑 어제오늘 데굴데굴 굴렀더니 꽤 피곤하네요 ㅇ<-<... 올려주신 답레 보았으니 내일 일찍 답레 써놓을게요! 이건 다른 말이지만 단랑주 종종 잠을 잘 못 주무시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네요. 오늘은 편안하게, 푹 주무셨으면 좋겠어요. 꿈 없이 깊게 자는 밤 되세요!
연거푸 인사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우리도 따라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에 괜히 코끝이 찡해져 한 번 훌쩍이기도 하면서. 평화가 찾아온 듯 보이는 모자의 모습에 안심한 우리가 뒤늦게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승사자?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인 우리는 곧 들려오는 힘내란 소리에 저도 모르게 머리를 더듬었다. 새삼 제가 발 담근 비일상이 피부로 와닿아 기분이 묘해졌더라도,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다.
“안녕히 가세요–.”
우리가 멀어지는 세 사람을 향해 인사했다. 그리고 이제 둘만 남았다. 다짐하듯 얽힌 새끼 손가락을 가볍게 흔든 우리가 웃었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든든하네. 나도 고마워.”
단랑에게 말하진 않았으나 우리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처음 단랑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였을 것이다. 들키고 싶지 않았을 비밀을 괜히 알아낸 것 같아서도 그랬고, 괜히 귀찮은 일을 떠안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도 그랬다. 비록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단랑은 꽤 진중하고 성실한 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너도 피곤할 것 같은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 우리가 다시 씩씩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우리집 여기서 되게 가까워. 저기 횡단보도 건너서 조금만 걸어가면 아파트 단지 나오거든.”
우리가 근처 횡단보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큰일이 있기야 했지만... 설마 또 무슨 일이 생기겠어?
오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고, 뉘엿뉘엿 기울어지는 햇빛이 말해주는 것 같다. 지극히 이상한 해후가 끝난 뒤, 아이의 팔랑팔랑거리는 손짓을 뒤에 남기고 모녀와 남자는 주차장 안으로 사라지고... 이상한 급우와, 당신만이 그늘진 골목에 남았다. "별말씀을." 당신이 움켜쥔 새끼손가락을 살래살래 흔들며 웃어보이자, 단랑은 시선을 조금 피하며 덧붙였다.
말수가 적고 신중한 이 별난 소년은, 그러나 오늘부터는 당신과 함께 이상한 비밀 하나를 공유하게 되었다.
"아니, 그다지. 널 바래다줘도 늦지 않으니까."
당신이 방향을 가리켜보이는 것에 단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방향이 같았던 모양이네. 다행인걸."
그렇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평온한 일상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것들을 보고 이상한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음에도, 이러고 있자면 당신의 삶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저, 오늘따라 웬일로 별로 이야기나눠본 적 없는 서먹서먹한 아이와 같이 귀가하게 되었다는 정도의 작은 변화밖에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단랑의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다소곳한 무표정은, 아까 있었던 일은 그저 구닥다리 옛날 이야기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오늘은 이제 더 이상 별난 일이 없이 당신이 기억하던 당신의 원래대로의 일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이고야 계신 곳은 비가 안 왔나요 ㅋㅋㅋㅋ큐ㅠㅠㅠㅠ.... 저.. 저는... 평일은 역시 힘들다고 느끼는 중입니다 orz.. 이제 씻고 누워서 일상 이을 여력은 없고 괜찮으시다면 얘기 조금 나누다 자게 될 것 같아요 88 참 제가 내일 저녁~밤에는 들어오지 못할 것 같아서 미리 말씀 드려요! 답레는 내일 오후 중으로 드리겠습니다...!
ㅂ벼벼벼별말씀을다 그렇군요. 그러시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내일 낮에 시간을 못 내는 게 엄청 아깝지만... 그래도 스케줄 맞춰 주시는 거라니 안심하겠습니다. 배려는... 우리주를 위해드리는 것도 위해드리는 거지만, 오래 돌리고 싶으니까요 ◐◐ 부담갖지 않으셨으면 해서.. (후다닥)
이제 귀여우셔~~~ ㅎ-ㅎ 분홍글씨 다 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시간될 때마다 핑퐁하는 걸로 즐거우니까요..! 그리고 뭔가 저희 평일 밤에는 나름 동접 잘 되지 않나요? 저도 부담 드리는 거 아니니까 꼭 밤마다 오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ㅋㅋㅋㅋㅋ 각자 체력이랑 취향 맞춰 오래오래 돌릴 수 있음 좋겠네요! 단랑이 꼬리가 아홉 개 되는 날까지......!
그냥 제가 빨개지는 걸 보고 싶으신 거죠... (나만 당할 수 없다) 단랑이도 칭찬에 약해요 (?) 즐거우시다니, 마찬가지네요. 기뻐요. 음.. 저도 우리주가 다른 바쁘신 일이 있다면 마찬가지 말씀을 드리겠지만. 이렇게 우리주를 뵙는 게 기뻐요. 네, 오래오래 돌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저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딱히 그걸 감출 생각이 없습니다...! 빨개지는 거 귀여우세요 ㅎ-ㅎ~! 앗 이번 레스에서 단랑이 시선 조금 피한 게 혹시 부끄러워서였던 건가요! 그렇다면 너무 귀엽다... 둘러싸고 강강수월래하면서 칭찬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랑이 귀여워~ 든든해~ 멋져~ (앟... 그보다는 적어야겠는걸요...... 우리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다 못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 는...)
예리하시네요. 단랑이는 얼굴은 얼추 포커페이스인데 제스쳐에서 다 드러나는 애라.. 단랑이가 얼굴을 싸쥐고 도망가(려)는 것까지 보고 싶으신 거군요.. 단랑이 앞길이 왠지 훤하다(?) (우리가 만일 꼬리 갯수가 늘어나면 100년 정도로는 꼬부랑할머니는커녕 나이먹은 티도 안 나게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단랑이가 익숙해질 때까지 우리를 시켜 단랑이 칭찬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우리는 사람을 좋아하는데다 비교적 표현에 익숙해서 어렵지 않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 아앗 완전히 여우가 되는 건가요....! 우리에겐 새드엔딩이 될 수도 있겠네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걸 견뎌야 하니까 88 스포일러 보고 동공지진 하였습니다... 우리도 많이 놀라겠는데요 ㅋㅋㅋㅋㅋ
슬슬 눈이 감겨서 이제 자러 가려고 해요! 단랑주 오늘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평안한 밤 되세요~
시선을 돌리는 단랑을 보며 우리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우리의 눈에는 그쪽에 무언가 있어 바라본 것처럼 보인 탓에, 자연스레 눈이 그쪽으로 갔다.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방향이 같구나. 다행이네. 그럼 같이 가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천천히 걸어 그늘을 벗어나 다시 횡단보도 앞에 섰다. 햇볕은 시간이 지난 덕에 조금 덜 따갑게 느껴졌다. 그래도 여전히 눈 부시기는 했다. 손으로 차양막을 만든 우리가 단랑의 말에 대답했다.
“응, 물어보시면 그렇게 말씀 드릴게. 틀린 말도 아니니까.”
그 아이가 산 사람은 아니었고, 괴물을 마주치기도 한 데다 머리 위에는 귀까지 생겨버렸지만— 어쨌든 아이를 데려다 준 건 맞았으니까. 많은 게 생략되긴 했어도 거짓말은 아니었기에 죄책감은 덜했다. 도로에 있는 신호등이 노란불을 거쳐 빨간불이 되고, 횡단보도 건너편의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왔다. 좌우를 살피곤 움직이기 시작한 우리가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크게 뜬 눈은 당연히 단랑을 향했다.
“근데 신기하다. 같은 방향인데 한 번도 안 마주친 거.”
우리는 집에 갈 때도, 등교할 때도 단랑을 본 기억이 없었다. 사람이 많더라도 쉽게 묻힐 만한 인상이 아니라 더욱 신기하게 느껴진 걸까?
“일찍 다니는 편이야? 시간 대가 안 맞았나.”
대부분 아슬아슬하게 교실에 도착하곤 하는 우리니까 단랑이 조금만 일찍 집을 나선다면 방향이 겹쳐도 마주치지 않았던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