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58303> [1:1/HL/현판] 초여름, 구닥다리 옛날 이야기였으면 했던: 1쪽 :: 343

소녀는 어쩌다 여우의 꿈을 꾸게 되었나 ◆lh92e4yUdY

2021-06-04 00:27:04 - 2021-08-19 18:28:54

0 소녀는 어쩌다 여우의 꿈을 꾸게 되었나 ◆lh92e4yUdY (SLWUcGFu8s)

2021-06-04 (불탄다..!) 00:27:04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한강, 서시 中>

140 우리주 ◆s8rBL8FbnM (JxDFjq1u9U)

2021-06-12 (파란날) 21:16:55

갱신할게요~ 인증코드가 다른데 우리주가 맞습니다... 저장하고 썼더니 갑자기 까먹어버려서 ㅠ-ㅠ 이걸로 인증코드 바꿀게요..!

141 단랑 - 우리 ◆lh92e4yUdY (EPyQ4nemCY)

2021-06-13 (내일 월요일) 12:01:10

그야 당연히 뭔가 특별한 게 있을 리가 없다. 그가 시선을 돌린 건 뭔가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를 마주보기 힘들어서였으니까.

"응?"

방향이 같구나, 하는 말에 단랑은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방향이 아주 같은 건 아냐." 그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한 발짝 비스듬하게 앞으로 나섰다. 우연하게도 그가 그렇게 움직이자 단랑의 그림자가 당신에게로 길게 드리운 덕에, 더 이상 손으로 차양막을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가 고개를 돌리고 당신을 내려다보면, 자연히 뉘엿뉘엿 기울어지는 태양을 등지고 오렌지빛 햇살에 휩싸인 모습이 되었다. 하얀 머리카락에 쏟아지는 햇살이 말갛다.

"응."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가 생긴 것은 맞지만... 당신의 원래 귀는 분명히 당신의 머리 양쪽에 잘 달려 있었다. 머리 위로 새로운 귀가 돋았나 싶어 머리 위를 쓸어보면 당신의 머리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을 테고.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아직 인간인 모양이다. "그거 말고도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 아는 선에서 대답해줄게. 당신을 따라 횡단보도에 발을 들여놓으며 그가 덧붙였다.

"내 집으로 가려면 아까 지하상가에서 ○○동 방향으로 나갔어야 돼."

확실히 지하상가쯤에서부터 길이 겹치긴 하지만, 방향이 미세하게 달라 당신은 이쪽 인도, 그는 저쪽 인도에서 등하교하는 그런 길이다. 당신과 달리 단랑이 일찍 등교하는 편이라는 것은 차치해두고서라도, 당신이 등하교하면서 길 건너편만 바라보고 있다거나, 그가 학교 근처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대신에 좀 더 일찍, 지하상가 근처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아니라면- 단랑을 지금껏 등교길에서 발견하지 못했을 만도 하다. 그러나 그것뿐만이 이유가 아닌 듯, 단랑은 얼굴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조금 장난스러워도 보이는.

"아마 방향이 완전히 같았다고 해도 날 쉽게 마주칠 수는 없을걸."

142 단랑주 ◆lh92e4yUdY (EPyQ4nemCY)

2021-06-13 (내일 월요일) 12:01:59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여덟 시 반쯤에 잠들었는데 더 깨있을 걸 그랬네요 😭 답레만 올려두고, 점심 먹고 청소하고 두세 시쯤에 다시 올게요.

143 우리 - 단랑 ◆s8rBL8FbnM (v4bQGDEudE)

2021-06-13 (내일 월요일) 23:03:00

“응?”

단랑의 반응에 오히려 우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손을 내린 우리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단랑을 보고 있었다.

“난 아주 같은 줄 알고 같이 가자고 한 건데...”

우리가 시무룩한 티를 내며 말했다. 피곤할 텐데 괜히 돌아가게 만든 건 아닐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면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올 테고 어쩌면 정말로 아무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이제와 돌려보내기도 애매한 데다 구태여 계속 거절하며 선의를 무시하는 것도 좋은 행동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단랑과 발을 맞춰 걸었다. “궁금한 거...” 중얼거린 우리가 고민에 빠졌다.

“네가 준 거말이야. 아까 따뜻해지던데 그건 무슨 뜻이야?”

추운 데서 따뜻해지는 거라고 하기엔 괴물과 가까워졌을 때 온도가 더 올라갔었지. 어렴풋이 경고의 의미가 아닐까 예상은 해보지만 조금 더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응, 그렇구나. 다른 방향이네.”

같은 방향이었던 건 지하상가까지였던 셈이다. 고개를 끄덕이다 이어지는 말에 단랑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언뜻 비치는 웃음. 흔치 않은 모습에 저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다 뒤늦게 반응하고 말았다.

“혹시 투명하게도 다닐 수 있어?”

단랑만 볼 수 있도록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소근소근 물었다.

144 우리주 ◆s8rBL8FbnM (v4bQGDEudE)

2021-06-13 (내일 월요일) 23:04:08

피곤하면 일찍 주무셔야죠! 저도 자주 늦게 오는 편이라 ㅠ-ㅠ.. 편할 때 주무시고 이어주세요...!!

145 단랑주 ◆lh92e4yUdY (F9.601COXw)

2021-06-13 (내일 월요일) 23:21:08

좋은 저녁이에요, 우리주.
불운하게도 이번에는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자러 가기까진 시간이 좀 남아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주말은 좀 어떻게 보내셨나요?

146 단랑주 ◆lh92e4yUdY (F9.601COXw)

2021-06-13 (내일 월요일) 23:36:33

(이제사 >>126을 읽고 이마를 싸쥐며 절망하는 중인 단랑주. 레스 쓰기 전에 자기가 쓴 저번 레스를 훑어보는 습관을 가집시다 ㅇ>-<)

147 우리주 ◆s8rBL8FbnM (v4bQGDEudE)

2021-06-13 (내일 월요일) 23:39:27

그래도 자기 전에 이렇게 뵙고 갈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주말에 컨디션이 좀 별로라 한참 쉬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이제야 정신이 좀 드네요 ㅋㅋㅋ큐ㅠㅠㅠㅠ 단랑주는 주말 잘 보내셨나요?

148 단랑주 ◆lh92e4yUdY (F9.601COXw)

2021-06-13 (내일 월요일) 23:48:14

잠이 너무 일찍 드는 생활패턴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우리주를 보지 못하고 잠들어버리는 불상사가 자주 일어나서 수면시간을 조금 늦추려고 낮잠을 조금 잤네요. 그거랑, 작정하고 대청소 한 번 시원하게 한 것 빼면.. 평소대로의 주말이었어요.

149 단랑주 ◆lh92e4yUdY (F9.601COXw)

2021-06-13 (내일 월요일) 23:48:30

아, 우리주는 이제 자러 가시나요?

150 우리주 ◆s8rBL8FbnM (v4bQGDEudE)

2021-06-13 (내일 월요일) 23:51:26

일찍 자는 거 좋은 거 아닌가요! ㅠ-ㅠ 푹 주무셔야 다음날 안 피곤한데... 대청소도 하시구 부지런한 주말 보내셨네요! ㅎ-ㅎ
저는 조금 더 있다가 잘 것 같아요. 단랑주는 언제쯤 주무실 예정이세요?

151 단랑주 ◆lh92e4yUdY (F9.601COXw)

2021-06-13 (내일 월요일) 23:52:20

그것이 새벽 다섯 시 반쯤에 3.3 상태로 깨어나버려서는 점심때부터 잠이 오기에 매우 난감한지라...
답레를 써 드리고 자러 갈까 합니다. 지금 반쯤 썼네요.

152 우리주 ◆s8rBL8FbnM (v4bQGDEudE)

2021-06-13 (내일 월요일) 23:56:56

아잇.. 그럼 낮잠 주무셔야지요... 저도 아주 오래 깨어있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주시는 답레 보구 자러가야겠네요! 편하게 주세요~! 주무시기 전에 올려주심 내일 낮 중으로 답레 올려놓을게요 ㅎ-ㅎ
참 피곤하시면 주무시러 가도 괜찮습니다..! 무리 마시기예요!

153 단랑주 ◆lh92e4yUdY (F9.601COXw)

2021-06-13 (내일 월요일) 23:59:04

낮잠을 자면 경을 치는 생활여건이라 y.y...... 네, 곧 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단랑주가 과거 레스를 안 보고 무작정 써놔버린 바람에 생긴 이 설정오류부터 수습해야... yyyyyyyy

154 우리주 ◆s8rBL8FbnM (suQnyfQ00w)

2021-06-14 (모두 수고..) 00:00:38

아이구야 ㅠ-ㅠ... 오늘은 푹 주무시고 적당한 시간에 상쾌하게 깨셨음 좋겠네요... 설정들은.. 보트적 허용으로 해도 괜찮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넘 부담갖지 마세요....!

155 단랑 - 우리 ◆lh92e4yUdY (t5Kig9LS4s)

2021-06-14 (모두 수고..) 00:15:47

"그렇게 많이 떨어져있지도 않은걸."

그래서 거의 같은 방향이라고 말한 거고. 시무룩하게 변해버린 당신의 얼굴에, 단랑은 고개를 살살 저었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게 맞았다. 그것도 그것이고, 단랑에게는 오늘 귀갓길 내내 평생 생각도 못 해봤을 받아들이기 힘든 일에 고초를 겪은 사람을 상황 종료됐답시고 혼자 보내는 것은 너무 매몰찬 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자신과의 만남을 징검다리 삼아 이 세계를 접해버린 것이기에, 당신에게는 가이드가 필요하기도 했고, 기왕이면 이렇게 된 것- 연관이 있는 자신이 그 노릇을 하는 게 낫지 않겠나. 단랑의 생각은 그랬다.

"그 노리개가 따뜻해진 게 아냐."

우리의 질문에 단랑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너한테 옮겨간... 기氣라고 하면 될까? 그게 네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이미지대로 그 노리개를 통해서 구현된 걸 거야. 그 노리개, 그러는 데 쓰는 물건이 아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덕분에 같이 그 유충을 무찌르는 데 도움이 됐네."

그 노리개는 아직도 당신의 품에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이제는 괴이의 막이 부적으로써의 능력은 잃어버리고 예쁜 장신구일 뿐이지만. 그래도 소년에게 말해보면 다시 고칠 수 있기야 할 것이다(아마도). 당신이 다음 번에 건넨 질문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목소리를 낮췄다.

"그렇게도 할 수 있지만, 나는 아직 그걸 그렇게 오래 유지하진 못해...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인식하는 감각을 흐린달까, 존재감을 흐린달까 해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런데 그건 평범한 사람들에게나 통하는 거라."

"이제 등하교길에 네 눈에는 내가 더 잘 보이겠네."

"궁금한 게 있으면 더 물어봐."

156 단랑주 ◆lh92e4yUdY (t5Kig9LS4s)

2021-06-14 (모두 수고..) 00:18:06

생각보다 늦었습니다yy...
낮에 답레를 쓰실 때에는 단랑이한테 질문할 게 더 있다면 더 하시고(ex: 그 유충이란 게 뭐의 유충이냐, 나는 지금 정확히 뭐인 거냐), 더 없으면 우리의 집이 가까워온다는 묘사로 일상을 마무리분위기로 가져가시면 될 것 같아요.

157 우리주 ◆s8rBL8FbnM (suQnyfQ00w)

2021-06-14 (모두 수고..) 00:21:55

아녜요 충분히 빨랐습니다..! 집과 멀지 않은 설정이니까 그렇게 할게요! 단랑주 오늘도 잠깐이지만 만날 수 있어 기뻤어요. 푹 주무시길 바랄게요~ ㅎ-ㅎ

158 단랑주 ◆lh92e4yUdY (t5Kig9LS4s)

2021-06-14 (모두 수고..) 00:27:16

저도 오늘 우리주를 뵐 수 있어서 잠깐이지만 기분좋았습니다. 우리주께서도 푹 주무시고,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요.

159 우리 - 단랑 ◆s8rBL8FbnM (benatwM0tA)

2021-06-14 (모두 수고..) 18:17:59

단랑의 설명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불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덕분에 쥐어도 뜨겁지 않은 불로 괴물에게 타격을 줄 수 있었지. 사실 여전히 제대로 다루는 법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익숙해지지 않는 편이 나은 걸까?

“그런 거구나. 추워지고 나서부터 따뜻하게 느껴져서 난 노리개가 경고라도 했던 걸까 생각했어.”

결과적으론 틀린 예상이었지만 상황을 해결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으니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랑의 말에 귀 기울여 듣던 우리가 조금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일찍 나온 몇 번은 함께 등교했던 적도 있겠구나, 짧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럼 앞으로는 전보다 자주 마주치게 될 지도 모르겠네.”

우리가 웃으며 얘기했다. 질문이 있냐는 말에는 조금 고민했다. 궁금한 건 많았다. 괴이라는 것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오늘 만난 것처럼 악의를 가진 것들이 많은지, 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충치곤... 좀 크지 않았는지. 하지만 집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고 궁금한 걸 모두 물어봤다간 단랑을 아주 오래 잡아두어야 할 게 분명했다. 입가에 힘을 주고 계속 생각하던 우리가 단랑을 보고선 물었다.

“...만나면 인사해도 돼?”

지극히 사소한 질문이다.

160 우리주 ◆s8rBL8FbnM (benatwM0tA)

2021-06-14 (모두 수고..) 18:18:26

단랑주 좋은 월요일 보내셨길 바라요~!

161 단랑주 ◆lh92e4yUdY (t5Kig9LS4s)

2021-06-14 (모두 수고..) 20:37:08

우리주는 좋은 월요일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도 조금 늦어버렸네요 yy

162 우리주 ◆s8rBL8FbnM (2fUneM1X9w)

2021-06-14 (모두 수고..) 20:46:31

어서오세요, 단랑주~ 네 오늘은 좋은 소식도 있어서 즐겁게 보냈어요 ㅎ-ㅎ 저도 자주 늦는걸요. 그리구 늦지 않으셨어요!

163 단랑주 ◆lh92e4yUdY (t5Kig9LS4s)

2021-06-14 (모두 수고..) 21:03:13

좋은 소식이라니 저까지 기뻐지네요. 무슨 소식인지는 여쭙지 않겠지만, 그래도 축하드려요.
답레는 느긋이 써오도록 할게요. 대체 왜 요즘은 귀가했다 하면 잠이 쏟아지지3.3??

164 우리주 ◆s8rBL8FbnM (2fUneM1X9w)

2021-06-14 (모두 수고..) 21:33:02

아이구 씻고 오느라 반응이 늦었네요 ㅠㅠㅠㅠ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기뻐졌어요 ^///^...!! 단랑주 피곤하심 주무셔도 되니까 답레 천천히 써주세요~

165 단랑 - 우리 ◆lh92e4yUdY (t5Kig9LS4s)

2021-06-14 (모두 수고..) 21:38:11

"아마 네가 무의식적으로 위기감을 느껴서 그랬던 걸 거야. 그게 경고 기능이 있었긴 한데... 네 위기감을 먼저 느끼고 거기에 반응하느라 그게 작동을 하지 않았나 봐."

단랑은 주머니에 손을 폭 찔러넣고, 주섬주섬 무언가를 주머니에서 꺼낸다. 들어올려서 보면, 그것은... 매달려 있는 옥패가 까만색인데다 가운데에 커다란 금이 딱 깨어져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가 당신에게 건네준 것과 상당히 똑같은 노리개였다.

"원래 같으면 여우로 변해서 네 발목을 물고 잡아당겨야 하는데, 나도 이게 뜨거워져서 알아챘거든."

그는 그것을 주머니에 쿡 집어넣었다. ...이야기 한 번 변변히 못 나눠본 소년과 커플 아이템을 갖고 있었다는 건가.

"...그게 뭐하는 물건인지 너한테 정확히 설명을 해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미안해. 미처 정확히 말해주지 못했지만- 괴이라는 건 일종의 Meme 전염을 통해 확산되니까,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괴이에 대한 이야기나 사실을 접하면 접할수록 조금씩조금씩 괴이의 세계에 가까워지게 되거든. 너한테 그 영향이 조금이라도 덜 미치게 하기 위해 그것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마저도 하지 않기로 했었지만, 그 유충이 하필 지하상가에 숨었다가 너와 마주칠 줄 알았더라면... 얘기해 주는 게 나을 뻔했다."

단랑의 말맺음은 조금 씁쓸했다. 괴이에 대해 알면 알수록 괴이의 세계에 가까워지는 것... 단랑이 말한 이제부터 내가 네 눈에 좀더 잘 띌 것이라는 이야기도 그런 맥락의 이야기였다. 괴이로부터 거리를 두고 평범한 삶을 계속 살아가도록 도와주고 싶었는데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그러나 당신에게선 참으로 별난 대답이 돌아왔다. 별나게 해사한 웃음과 함께. 전보다 자주 마주치게 될지 모르겠다고.

"그랬으면 좋겠어?"

씁쓸한 심정과는 별개로 그는 이런저런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괴이라는 것은 종류가 아주 다양해 괴이에 대해 모두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던가, 악의를 가진 것들도 많지만 사람들이 활발히 살아가는 생기가 가득한 장소에 침투하는 놈은 드물다던가, 새로운 대책을 준비해 주겠다던가, 성충이 된 다른 차원의 벌레 신을 보면 그게 유충이라는 것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던가... 그러나 당신이 건네온 질문은 전혀 의외의 질문이었다.

"네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그랬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이라는 말은 당신의 두 가지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자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인사해도 되냐고. 피했던 시선을, 단랑은 당신에게로 가만히 되돌렸다. 빨간 눈이 깜빡인다.

"그래도 돼."

166 단랑주 ◆lh92e4yUdY (t5Kig9LS4s)

2021-06-14 (모두 수고..) 21:38:34

(왜인지 뭔가 문턱을 넘어서버린 기분이 들지만 에이 몰라)

167 단랑주 ◆lh92e4yUdY (t5Kig9LS4s)

2021-06-14 (모두 수고..) 21:39:11

답레에 불쾌한 부분, 잇기 힘든 부분,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 궁금한 부분, 앞뒤가 모순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y.y...

168 우리 - 단랑 ◆s8rBL8FbnM (2fUneM1X9w)

2021-06-14 (모두 수고..) 22:51:28

여우로 변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단랑의 말을 듣는 우리의 표정은 내내 아주 신기한 것을 접한 사람처럼 보였다. 단순히 부적 같은 용도일 줄로만 알았지, 직접 여우로 변하기까지 할 거라곤 미처 예상치 못한 것이다. 그날 봤던 것처럼 하얀 여우였을까? 이상한 호기심이 따라 붙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응, 그때 편지로 말해줬던 것처럼 말이지? 지금 이야기해주기도 했고 아까도 도와주러 와줬잖아. 해결도 잘 됐고.”

오지랖에서 나온 괜한 추측일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겐 단랑의 말이 이상하게 자책하는 것처럼 들렸다. 얼떨결에 전혀 모르던 세계와 연결되긴 했어도 그게 누구의 잘못이라곤 생각 않는 우리였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는지도 모른다.

“난 만나면 반갑고 좋을 것 같아서.”

물론 그러려면 내가 더 일찍 다녀야겠지만, 덧붙인 우리가 조금 민망한 듯 웃었다. 눈이 마주치자 민망한 기색은 가시고 조금 더 친밀한 웃음으로 바뀐다.

“그럼 우연히 만나게 되는 날엔 내가 먼저 인사할게.”

어쩌면 가까워질 리 없었을 텐데. 우리는 이 낯선 세계가 두렵기도 했지만 새로운 관계를 열어준 것 같아 조금 즐겁기도 했다. 우리의 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졌다. 가벼운 걸음은 얼마 남지 않은 집까지의 거리를 빠르게 줄여나갔다.

“바래다줘서 고마워. 내일 만나!”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 공동현관 앞에 선 우리가 단랑에게 손을 흔들었다.

169 우리주 ◆s8rBL8FbnM (2fUneM1X9w)

2021-06-14 (모두 수고..) 22:52:46

문턱을 넘었다니 어떤 문턱일까요...! 뭔가 굴리면서 단랑이랑 우리가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 뿌듯하기도 하네요 ㅋㅋㅋㅋㅋ
단랑주도 제 레스에 그런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170 단랑주 ◆lh92e4yUdY (t5Kig9LS4s)

2021-06-14 (모두 수고..) 23:42:57

...잠.. 잠들었습니다.. (어질) 네, 그런 부분이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지금까진 없지만요 uu
송구스럽지만, 마무리 레스가 될 것 같은 다음 답레는 자고 일어나서 써와도 괜찮을까요? +.+

171 우리주 ◆s8rBL8FbnM (2fUneM1X9w)

2021-06-14 (모두 수고..) 23:46:27

앗 피곤하셨나봐요... 네네 답레는 내일 주셔도 좋아요. 단랑주 푹 주무시구 내일 또 뵐 수 있음 좋겠네요 ㅎ-ㅎ..!

172 단랑주 ◆lh92e4yUdY (t5Kig9LS4s)

2021-06-14 (모두 수고..) 23:47:41

네, 바라건대는 우리주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충분히 주무셨으면 좋겠어요 y.y 다음 저녁에 뵈어요. 다음 저녁에는 다음 일상 이야기를 하게 되겠네요.

173 단랑 - 우리 ◆lh92e4yUdY (ganYpdFVkA)

2021-06-15 (FIRE!) 17:32:57

물론 일종의 부적은 맞았다. 다양한 기능이 있었을 뿐. 원래대로라면 당신을 괴이한 일들에게서 서서히 밀어내는 물건이었지만... 지하상가에 숨어있던 그것이 일을 그르쳤다. 비록 그것은 퇴치되었고, 지하상가의 이용객들이 그것에 해코지를 당할 일은 더 이상 없게 되었지만, 당신의 발목은 평범한 세계의 이면에 또 한 발짝 깊숙이 내딛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 말대로, 우선은 최선의 형태로 해결된 것이 맞긴 하다. 얼마든지 더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이었으니까.

"그래?"

당신의 얼굴에 민망한 기색은 날아가고 웃음만이 남자, 단랑의 시선이 조금 흔들렸다.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리려다 말았다는 느낌. 그것이, 왜인지... 비단 당신에게뿐만 아니라 단랑에게도, 무언가가 시작되어버리고 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낯선 느낌에 단랑은 무표정한 얼굴 너머로 조금 갈팡질팡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인지 엄마나 할아버지한테 쟤를 소개시켜줬다간 불필요한 오해를 사서 엄청 놀림받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과 함께.

"그랬으면 좋겠네."

하고 단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이 웃고 있으니, 조금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웃는 표정은 제대로 지을 수 있는 게 신기햇다.

"조심히 들어가. 내일 봐."

희한하게도, 주말에 본가에 한번 들러볼 일정보다, 내일 학교에서 당신을 만날 모습이 좀더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래저래, 무언가 낯선 게 시작되는 느낌에, 단랑은 현관으로 발을 뻗는 당신에게 막연히 손을 흔들어주는 것이다.

174 단랑주 ◆lh92e4yUdY (ganYpdFVkA)

2021-06-15 (FIRE!) 17:35:09

답레를 올려두겠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단랑이와 가까워지면서 괴이에 더 가까이 발을 담그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지, 아니면 괴이에는 거리를 두고 단랑이와의 관계에 중점을 둘지가 향후 전개의 한 기점이 되겠네요. 저는 느긋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도록 할게요.

지금은 잠깐 들린 것이고, 좀더 늦저녁에 다시 오겠습니다 *.*

175 우리주 ◆s8rBL8FbnM (pNhabeFUqI)

2021-06-15 (FIRE!) 22:34:26

드디어 하루 일과가 다 끝났네요! 단랑주 오늘 하루도 잘 보내셨다면 좋겠어요. 주신 답레를 막레로 받을게요. 마무리 잘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저도 궁금하네요. 앞으로 조금씩 진행하면서 밝혀지겠죠 ㅎ-ㅎ

176 단랑주 ◆lh92e4yUdY (MVQefNgNoI)

2021-06-16 (水) 20:07:56

늦저녁에 다시 오겠습니다(실제로 한 말)

죄송합니다... 어제는 집에 오자마자 거의 쓰러져 잠들어버리다시피 했네요 yy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고 계실까요. 갱신해 두겠습니다.

177 우리주 ◆s8rBL8FbnM (vQP/0.n70k)

2021-06-16 (水) 21:26:55

피곤할 때는 쉬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어제 푹 쉬셨다면 그게 제 기쁨입니다 ㅎ-ㅎ...!! 오늘 날씨가 엄청 좋았던 덕에 잘 보냈답니다. 저도 출석할게요~!

178 단랑주 ◆lh92e4yUdY (MVQefNgNoI)

2021-06-16 (水) 22:07:16

이 쪽은 하루 종일 비가 무슨 미스트 스프레이마냥 내려서...... 시원은 하지만 그야말로 보습의 끝판왕 같은 날이었네요 (대충 물먹은 전병) 우리주도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요즘 많이 바쁘게 보내시던 것 같아 조금 걱정이에요.

다음 일상의 경우에는, 생각해두신 게 있나요?
아니면, 또 다시 괴이를 맞닥뜨리거나/단랑이와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는 두 가지 중에 어느 쪽이 해보고 싶으세요?

179 우리주 ◆s8rBL8FbnM (vQP/0.n70k)

2021-06-16 (水) 22:35:20

아이고 단랑주 계신 곳은 비가 왔나요..... 상반기 막바지라 그런지 앞서 했던 것들 결과가 많이 나와서 조금 정신이 없긴 해요. 그래도 잘 먹고 잘 자고 있으니 괜찮답니다 ㅎ-ㅎ

다음 일상은 주말에 단랑이네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 했어요. 그 전에 하나 거쳐간다면 어느쪽이든 좋지만 학교 배경이면 재밌겠다 생각해요!

180 단랑주 ◆lh92e4yUdY (MVQefNgNoI)

2021-06-16 (水) 22:55:04

차라리 와글와글 쏟아지는 거면 모르겠는데, 그 왜 허공에 바람이랑 함께 미스트 스프레이마냥 흩뿌려져서 우산 밑에서 날아들어오는 그런 빗방울 아시죠...... 퇴근길에 상냥한 물싸다구로 보습 종결냈네요.......yy 식사나 수면에 모자람이 없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아, 단랑이네 할아버지 댁 방문으로 바로 넘어가고 싶으셨던 거구나.. 전에 하나 거쳐간다거나 하는 것 없이 바로 그 주제로 넘어갈까요?

181 우리주 ◆s8rBL8FbnM (vQP/0.n70k)

2021-06-16 (水) 23:00:10

앗 뭔지 알죠.. 우산이 소용없는 비... ㅠ-ㅠ 촉촉하게 집에 돌아오셨넸네요ㅋㅋㅋ큐ㅠㅠㅠㅠㅠ 내일은 날씨가 맑으면 좋을 텐데요!

거쳐 가는 것도 좋아요! 괴이에 대해서 더 알게 되거나 관계를 조금 더 쌓을 수 있으니까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넘어가고 싶다기 보단 뇌가 딱딱해서 ^-ㅠㅋㅋㅋㅋ 다음 일상=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버린 거랍니다...

182 단랑주 ◆lh92e4yUdY (MVQefNgNoI)

2021-06-16 (水) 23:17:48

그래서 빡빡 씻고 났더니.. 이 시간이네요 ^p^.... 그런데 또 맑아도 고민이에요. 백퍼 잘 구워져버릴 것 같기에...

거쳐갈지 거쳐가지 않을지는 우리주께서 원하시는 대로 맞춰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둘 중에서 어느 쪽도 고를 수 없다 하시면 학교에서 먼저 만나보는 것으로 할까요? 할아버지 댁 방문 관련으로 일정을 조율한다거나 하는 가벼운 느낌으로..

183 우리주 ◆s8rBL8FbnM (vQP/0.n70k)

2021-06-16 (水) 23:23:31

맞아요... 날씨 좋긴 좋았는데 너무 쨍쨍해서 화덕에 들어간 피자가 된 기분이더라구요ㅋㅋㅋ큐ㅠㅠㅠㅠ

너무 서둘러 진행하는 것 같으니까 한 번 거쳐갈까요? 말씀해주신대로 일정 조율 겸 만나 상의하는 거 좋네요. 다른 친구들은 둘이 따로 대화할 정도로 가까운 줄 모를 테니까 장소 정해두고 비밀만남 가져도 재밌을 것 같아요 ㅎ-ㅎ

184 단랑주 ◆lh92e4yUdY (MVQefNgNoI)

2021-06-16 (水) 23:31:47

비밀만남이면...

음, 신발장에 편지 넣어놓는 발상.. 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그 당시엔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해요. 그렇네요. 방과후에 어디어디에서 보자는 편지가 신발장에 들어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면 좋을지도요.. uu

185 우리주 ◆s8rBL8FbnM (vQP/0.n70k)

2021-06-16 (水) 23:34:03

앗 저도 그렇게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소는 아무도 없는 미술실도 괜찮을 것 같구요. 선레를 단랑주가 써 주셨으니까 이번 시작은 제가 하는 게 좋겠죠? ㅎ-ㅎ

186 단랑주 ◆lh92e4yUdY (MVQefNgNoI)

2021-06-16 (水) 23:47:56

시간이 늦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으시다면 부탁드릴게요.
편지 내용은 아마 "안녕. 막상 이렇게 또 편지를 보내려니 기분이 이상하네. 혹시 오늘 방과후에 시간 괜찮아? 만나서 이야기할 일이 있어. 심각하거나 한 일은 아니지만, 중요한 일이야. 오늘 방과후에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언제가 괜찮은지 적어서 나한테 편지해 줘." 정도였을 것 같네요. 그리고 교실에서 아주 잠깐 눈이 마주치면, 단랑이는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조그맣게 끄덕, 하면서 눈짓 보내고..

187 우리주 ◆s8rBL8FbnM (vQP/0.n70k)

2021-06-16 (水) 23:51:03

그래서 아마 내일 낮에 올려둘 것 같아요 ^-ㅠ... 또 슬슬 졸리기 시작해서.. 단랑주가 써주신 편지 내용이랑 상황 설명이 많이 도움돼서 내일 술술 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188 단랑주 ◆lh92e4yUdY (MVQefNgNoI)

2021-06-16 (水) 23:52:48

그게 사실 저도 너무 졸렸던지라.. yy 대체 왜 이리 저녁은 짧고 잠은 많은지 yyyyy 우리주도 오늘 하루 피곤하셨을 텐데, 얼른 푹 쉬세요.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기뻤어요.

189 우리주 ◆s8rBL8FbnM (vQP/0.n70k)

2021-06-16 (水) 23:54:44

그러게요 시간이 짧아서 아쉬워요... 그래도 이렇게 뵐 수 있어서 오늘도 즐거웠답니다! 선레는 내일 오후 중으로 올려둘 테니 편한 때에 답 주세요. 오늘도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랄게요~ ㅎ-ㅎ

190 우리의 쪽지 (wSedc/3Rek)

2021-06-17 (거의 끝나감) 16:54:23

(동글동글!)

그러게, 나도 다시 쪽지 쓸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나 방과후에 시간 괜찮아. 많아!
심각한 일은 아니라니까 다행이다.
역시 눈에 안 띄는 게 좋겠지? 음, 그러니까 다른 애들한테 말야.
미술실에서 만날까? 눈에 안 띄게 몰래몰래 가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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