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모 : 누구라도, 참 곱다, 고 생각하겠지. 그 소년은 그렇게 생겼다. 머리가 하얗고 피부는 뽀얗고 눈동자는 빨개서 색상 배열만 보면 토끼인데, 단랑의 얼굴에는 참 여우처럼 야살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새치름한 눈매의 왼쪽 아래에 콕 찍혀있는 눈물점 하나가 그를 더욱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웃음이라도 치면 참 곱고도 얄미워보일 그런 얼굴로, 얼굴에 걸려있는 것은 단정한 무표정이다. 머리만 조금 길면 여자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눈길이 가는 얼굴이다 보니 182센티미터의 긴 키는 조금 후에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어깨너비도 충분하고, 팔다리도 길쭉길쭉해 옷맵시가 좋다. 스스로 말하길 백색증이 있다고 한다. 본디는 눈썹과 속눈썹도 희게 나지만, 이상해보여서 염색을 하고 있다고 한다. 햇살이 강한 날에는 종종 선글라스를 쓰곤 한다. 사실, 진짜 백색증은 아니고, 그러니 빛에 약하지도 않지만... 선글라스 같은 것을 쓰는 편이 조금 더 개연성있으니까. 햇살을 과하게 받으면 피부가 까맣게 타는 게 아니라 빨갛게 익기 때문에, 햇살 강한 날에는 선크림이 필수. 옷차림은 대부분 교복 차림이며, 사복도 셔츠를 기조로 한 정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청바지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면바지도 종종 입고는 한다. 단정해보이는 옷차림을 선호해서, 하복을 입더라도 단추를 목까지 다 잠그고 리본도 빼놓지 않고 매곤 한다. "왜 남자까지 넥타이가 아니라 리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는 모양이지만.
◇ 성격 : '단랑이 어떤 아이냐' 하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냥 그럭저럭 착한 아이야' 정도의 대답만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얼굴이 아깝게도, 차분하고 단정한 모범생이다. 저 정도로 생겼으면 얼굴값을 하다가 십대들의 어설픈 향락 같은 것에 빠져들 수도 있는데, 그는 단정하고 고아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흔들림없는 얼굴표정만큼이나 다른 아이들과의 사이에 어떤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를 대놓고 미워하거나 하는 사람은 딱히 없지만, 그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이상할 정도로 밋밋한 인간관계. 그렇기에 단랑이 정말로 어떤 아이인지 똑바로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그와 가까이 지낼 빌미를 마련하게 된다면... 그가 생각보다 다채로운 감정을 그 단정한 표정 뒤에 감춰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지도. 어디까지나 이 소년은 여우다.
◇ 기타 : 오랜 세월을 살아 득도하여 영물이 된 여우 일족의 후예. 단정한 얼굴을 하고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것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함으로, 평범한 사람들처럼 의무교육과정을 밟는 것은 세상에 대한 경험과 이해 및 일반적인 가치관의 함양, 그리고 활발히 살아있는 인간들이 발산하는 양기를 햇살 쬐듯이 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꼬리 일곱 달린 칠미호... 였다가, 불미스런 사고로 인해 꼬리 하나를 뜯겼다. 아무리 요호들의 꼬리의 성장과정이 대단히 단축된 요즘이라지만, 일곱 번째 꼬리는 20대 초중반에 다는 것이 보통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기연으로 힘을 빨리 쌓았는가 대단히 이른 나이인 열일곱 살에 일곱째 꼬리를 달았었다. ...호사다마라고, 단 지 얼마 안 돼서 떨어져버렸지만. 사람 모습도 단랑의 본모습이지만, 여우 모습도 단랑의 본모습이다. 영물인 단랑은 사람 모습과 여우 모습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다. 여우 모습은 보통 평범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 특별한 체질이나 내력, 사정으로 인해 괴이의 세계와 가까워져 있는 사람에게는 보일 수도 있다. 차분하고 단정한 모범생 코스프레에 걸맞게, 성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술을 전공으로 희망하여 미술학과 인문학을 병행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놀라운 성과이며, 선생님들에게 은연중의 편애를 받기도 한다. 미술에도 충분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미술학원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미적 센스는 정말로 본인이 타고난 것인 듯. 사용하는 물건들- 특히 옷이 묘하게 고급스럽다. 집이 꽤 유복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