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모 : 159.7cm의 아담한 체구. 눈썹 위로 올라오는 일자 앞머리에 단발, 혹은 눈가와 입가에 각각 하나씩 있는 점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갈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순하게 쳐진 눈꼬리 덕에 무해하고 귀여운 느낌이 강하다. 거기에 대개 웃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진입장벽이 낮을 수밖에. 더 자랄 것을 기대하고 맞춘 교복은 조금 품이 남아 넉넉하다. 기본적으로 교복은 단정하게 입지만 쌀쌀하다 느끼거나 날이 추워지면 그 위로 외투를 걸치기도 한다. 학교에서 신는 실내화는 분홍색 슬리퍼.
◇ 성격 : 걱정이 많다. 제 걱정도 많지만 친구들 걱정을 들으며 울상이 되는 경우도 잦다. 다른 말로 하자면, 다정다감하다. 정이 많아 가장 친한 친구를 적으라는 칸을 보며 끙끙대기 일쑤. 어떤 면을 보면 아주 섬세한 사람 같은데 또 어떤 면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둔하다.
◇ 기타 :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미술실 옆 복도를 지나치다 갑자기 흰 여우로 변하는 동급생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 뒤로 갑자기 (도깨비로 추정되는)잘생긴 사람이 저를 보며 웃어주더니, 길가에서 제 옆을 스쳐가는 사람에게 달린 백호 꼬리를 발견하게 됐다. 본의 아니게 단랑의 꼬리를 가져오게 됐다. 아무리 살펴도 안 보이지만 일단 제게 있다고 하니 마음으로 소중히 여기는 중. 어쩌다 보니 이세계와 엮이게 된 것 같은데 아직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듯하다. 어느 날 갑자기 귀신이 나타나 괴롭히지만 않는다면야. 교우관계 원활! 성적은... 행복 순이 아니잖아요.
첫일상은.. 사실 편지 마무리쯤때부터 생각난 거긴 한데, 우리가 단랑이가 준 부적으로도 막을 수 없는 괴이에 맞닥뜨렸다가, 우리가 엉겁결에 신비한 힘을 발휘해서 괴이를 물리치지만 완전히 물리치는 건 무리라서 곤란한 상황이 됐는데 단랑이가 도우러 와서 괴이를 쫓아내는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자기에게서 떨어져나간 힘이 우리와 완전히 일체화된 걸 보고 마른세수 하는 단랑이..
라는 첫일상을 상상하고 있었다는 말씀만 드려두고, 이제 주무시러 가시나요? 아니 이미 주무시고 계시려나..
첫 일상 소재 좋네요! 어떻게 이렇게 좋은 소재를 떠올리셨는지... 떠먹여주시는 거 받아먹으려니 감사하네요... 그나저나 단랑이 꼬리는 우째 ^-T 아마 요 레스까지 쓰고 자러 갈 것 같아요! 저는 동접일 때 얘기하다가 자러 가면 미리 말씀 드리려고 하는 편이라서요. 이제 잠 자러 가볼게요~! 단랑주 편안한 밤 되세요..! u.u
아니셨구나 x.x! 좋은 소재라고 해주시니 감사해요.. 떠먹여주다뇨. 처음 편지를 써주신건 우리주이신걸요. 꼬리야 뭐 하나 뜯겼다고 영영 구미호 못되고 팔미호로 살아야 되는 거 아니고, 단랑이는 꼬리가 수상할 정도로 일찍 난 케이스니 괜찮을 거에요 uu 그런데 이제 우리한테 꼬리가 날지도.. 네, 여기까지 함께해주셔서 고마워요. 내일.. 아니 오늘이구나.. 오늘 저녁에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주도 좋은 꿈 꾸세요..!
뭐가 달리는지(?)는 우리주께 맡기려구요 uu 아무것도 달리지 않을 수도 있구요. 괴이의 종류는.. 흔히들 생각하는 귀신이나 이매망량, 요괴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악의가 없는 것들도 있지만 악의가 있는 것들도 있고.. 악의가 없는데 본의아니게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들도 있고요. <이누야샤>의 전국시대보다 좀 덜 혼란스러운 정도라고 말씀드렸다시피, <나츠메 우인장>에 나올 법한 말랑하고 친근한 괴이들도 있지만, 정말로 <학교괴담>이나 이누야샤의 에피소드에 나와도 손색없을 만한 악귀들도 있답니다.
tmi) 우리와 편지를 주고받은 이후 단랑이는 오래간만에 본가에 돌아가서 본가 서재를 한참 뒤적였다.
저한테 맡겨주시는군요! 음 고민해볼게요 ㅋㅋㅋㅋㅋ 단랑이가 준 부적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괴이라면 악령 쪽에 가까워야 할 것 같네요. 말랑한 괴이들은 그냥 지나갈 것 같으니까... 장소가 학교면 조금 더 그럴 듯해질 것 같고요. 귀신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장소니까(...) 밤 열시쯤 아무도 없는 캄캄한 음악실에 가면 아무도 없는데 건반이 눌리면서 연주 소리가 난다거나, 역시 아무도 없는 강당인데 갑자기 핀조명이 하나 켜지더니 그쪽 방향에서 웃음소리가 난다거나... 괜히 소문듣고 가봤던 아이들은 전부 기절해서 기억 못하고... 하는 얘기가 생각나네요.
아, 첫 번째 일상에서 등장할 괴이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거군요..! 사실 말랑한 괴이들도 좀 짓궂은 장난꾸러기들은 장난이랍시고 장난을 걸어오곤 하는데 평범한 사람 입장에선 그게 생명의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경우가 있긴 해요.. 다만 첫 번째 일상에서 등장할 괴이는 제가 정해둔 게 있는데, 다만 배경은 학교가 아니게 될 텐데 괜찮으신가요? 구체적으로는 지하상가나 지하철역이 돼요. 우리의 귀갓길 코스에 지하상가가 있다거나, 어디 갈 곳이 있어 지하철역으로 들어왔다거나.
앗 그렇답니다 ㅎ.ㅎ...! 첫 번째는 정해놓으신 게 있었나요? 부지런하셔라! 네네, 저는 오히려 그렇게 정해주시면 감사하죠 ㅋㅋㅋㅋㅋ 괴이... 좋아하는데 아는 건 많이 부족해서 늘 슬퍼하거든요... 횡단보도가 없어서 지하상가 통해 길을 건너야 한다거나, 귀갓길+살 게 있어서 지하상가를 통하면 될 것 같네요. 음 만약에 이런 현상 관련해서 조언을 구할 곳이 있다면 거기 찾아가는 것도 지하철역으로 가는 방법이 될 수 있구요. 자잘한 괴이 다 봉인 시켜준 단랑이... 착한 여우네요... ㅠ-ㅠ! 착한 여우한테 꼬리 더 주는 법을 제정하라 제정하라...! >>13도 잘 봤습니다. 여러모로 열어두고 진행할 수 있겠네요. 아, 그리고 실례가 안 된다면 >>10에서 단랑이가 서재를 뒤적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까 여쭤보려고 했는데 까먹어버렸어요()
이런 것과 비슷한 일에 대한 기록이 있나 뒤져보고, 힘이 옮겨간 사람에게 혹시 힘이 옮겨감으로 인해 나쁜 일이 벌어지거나 동티를 탄 적은 없었는지, 옮겨간 힘은 어떻게 되는지, 그런 일에 대한 방비책이나 대책 같은 게 있는지 찾아보았다고 합니다. 단랑이는 걱정을 좀 사서 하는 성격이기에.. 그리고 지금은 옮겨간 힘이 어떤 계기로 사용되면 그 사람이 영물화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고민이 늘어난..
운정지하상가. 신도시의 중심가와 동쪽 구획을 잇는, 우리 나라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하상가다. 동해로 통하는 휴양지와 중심가를 연결해주는 혈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보니, 유동인구도 엄청나게 많으며 취급하는 품목도 다양하다. 가장 많이 취급하는 것은 의류잡화이지만, 화장품점이나 휴대폰 판매점, 편의점, 식당 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업종이 입점해 있다. 대형 백화점의 지하매장과 연결된 구획도 있으며, 각기 다른 2개의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기까지 할 정도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도 뙤약볕이 닿지 않는 지하로 내려와서 청량한 에어컨 냉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우리- 당신이 오늘의 귀갓길 경로로 운정지하상가를 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술했던 대로, 초여름의 뙤약볕을 정직하게 맞아가면서 인도를 가로지르기 싫었을 수도 있고, 횡단보도의 신호가 코앞에서 끊겼거나, 지하상가에 무언가 살 것이 있거나 아니면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로 가야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당신은 오늘 운정지하상가를 통해 가기로 결정했다.
조금 이상한 점이라면, 상술했듯 운정지하상가는 신도시 시내 중심가와 동쪽의 휴양지- 양대 핫플레이스를 직통으로 연결하는 구간이다 보니 유동인구가 엄청나게 많을 텐데, 오늘은 웬일로 지하상가가 아주 한산하다는 점이다. 사람이 없는데도 에어컨은 잘 돌아가고 있어, 공기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하상가의 문이 등뒤로 닫힐 때는 지상으로부터 벌써 들려오던 매미가 맴맴 우는 소리가 똑 끊겼다.
이런 것을 써보는 게 처음이라+병행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1시간이나 걸렸네요.. 이제는 조금 빨리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경을 서술해드리느라 제 레스가 길어질지도 모르는데, 답레는 짧게짧게 주셔도 좋아요! 한 줄이라도 어떤 행동을 했는지만 정확히 묘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햇볕을 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이마에 대고 있던 때였다. 종례가 치자마자 서둘러 나와 이른 귀가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갈림길 전까지 친구와 떠들며 걸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혼자인 데다 덥기까지 한 지금은 그렇게 좋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나쁘지도 않았지만. 지하상가 쪽으로 걸음을 틀었던 건 그런 사소한 이유였다. 같이 떠들어 줄 사람이 없어서 심심한 와중에 덥기까지 한 건 싫으니까. 초여름인데 벌써 크게 들리는 매미울음 소리에 “여름인가 봐.” 혼자 중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문을 열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반기는 것에 작게 웃는 것도 잊지 않고.
늘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라 원래는 횡단보도 만큼만 지하로 가로지를 생각이었는데,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평일이라? 시간이 애매해서? 적당한 이유를 떠올려보지만 역시 보통 날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우리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잘못된 거라면 거기서 끝이었다는 걸까. 바람은 시원하고 길도 뻥 뚫려 있는데 굳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바깥으로 갈 필요없었고, 이게 우리가 지하상가의 더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게 된 계기였다.
※운정지하상가 이용수칙※ (전략) 8. 운정지하상가로 통하는 모든 고객용 출입구는 투명한 유리문입니다. 운정지하상가에 입장하실 시, 유리문을 통해 운정지하상가 안의 동태를 잠깐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행인은 물론이요 매장 직원까지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쪽 출구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후략)
그렇지만 광경이 이상하게 부자연스럽다. 여기가 아무리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고 해도, 당신이 우연히 행인이 단 한 명도 없는 순간에 여길 들어왔을 수는 있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점포의 셔터가 내려가 있다. 문을 열고 있는 점포는 한 군데도 없이. 지하상가에 즐비한 옷가게도, 당신이 몇 번인가 본 적 있는 화장품 가게도, 저만치 있는 분식점도... 어떤 가게도 예외없이.
물론 지하상가에도 모든 점포가 휴업하는 휴무일이 주마다 한 번씩은 있긴 한데, 당신의 기억이 맞다면 그건 화요일이었고, 오늘은 화요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휴무일이면 지하상가 여기저기에 매주 화요일은 휴무일임을 알리는 표지판이나 공지문 등이 세워지거나 붙여지곤 했는데 그런 것이라곤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휴무일의 지하상가에는 음악을 방송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지하상가에서, 팝송만이 공허하게 울리고 있지 않은가. 양옆에 줄줄이 내려간 셔터만이 끝없이 늘어선 서늘한 복도를 걷고 있자니, 신나고 흥겨운 보이그룹의 음악조차도 을씨년스럽다.
왜인지, 한발짝 한발짝, 걸어들어갈 때마다, 조명이 조금씩 침침해지는 것 같다.
딩동댕동.
방송이 울린다.
운정지하상가 안내센터에서 안내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미아를 찾고 있습니다. 미아를 찾고 있습니다. 나이 8세, 줄무늬 티셔츠에 데님 오버롤을 입은 ○○○ 어린이를 찾고 있습니다. 다시 안내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셔터가 내려진 가게.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꼭 지정된 휴무일이 아니더라도 갑작스러운 사정 탓에 하루이틀 문을 닫는 가게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 다라면 좀 많이 이상하지 않은가? 생각이 스치자 우리는 일순간 멈춰 선다. 십(十)자 모양으로 갈라진 길의 가운데였다.
지하상가는 왠지 평소보다 어두침침하게 느껴지고, 분위기에 맞지 않게 신나는 노래는 어딘가 기이한 느낌마저 들게 만들었다. 멈춰 서 있던 우리는 방송 안내음이 들리자 스피커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따금 작게 지직대는 사이로 들리는 목소리. 평범한 내용이다.
하지만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모든 사고가 정지된 상태에서 지금이 상황만은 벗어나야 한다는 예감이 드는 때가. 우리에겐 지금이 그랬다. 우리는 왔던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려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더 가까운 길이 있었던 것 같은데, 몸은 자연히 익숙한 길을 택했다.
아무도 없고 가게도 다 닫았고 침침한데 갑자기 뭔지도 모르는 방송이 나온다? 이 상황에서 위기감을 못 느낀다면... 어쩌면 그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아요, 역시 여름 하면 무서운 얘기도 좀 나와줘야죠! 그나저나 제가 다음 답레까지는 못 드리고 잠들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려요..! ㅠ-ㅠ
물론 모든 지하상가가 그렇듯이 지하상가의 출구는 여러 군데였다. 운정지하상가는 특히 출입구가 더 많았다. 고객용 출입구만 백 개가 넘고, 지하철 출입구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근처의 가까운 출구를 찾아 나가려 한다면 어디에서건 금방 출구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운정지하상가였다.
그런데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몸을 돌이켜 봐도 뒤로 펼쳐지는 풍경은 양옆으로 셔터가 내려간 점포가 끝도 없이 늘어선 침침한 복도뿐이다. 기분 탓일까. 전등은 깜빡거리고, 바닥의 타일은 하나둘씩 깨지고 떨어져나와 있고, 기둥에는 녹이 슬어 있는 것 같다. 딩동댕동. 생활에 품격을. 운정지하상가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지하 쇼핑몰으로, 이용객 분들의 쾌적한 이용 및 쇼핑을 위해 항상 청결하고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생활에 품격을. 운정 지하상가. 딩동댕동. 방송 소리에도 지직거리는 잡음이 낀다. 공기가... 서늘하다 못해, 차갑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달리던 당신은... 열십자로 갈라선 교차로를 맞닥뜨렸다.
지지직 지지직. 딩동댕동. 운정지하상가 안내센터에서 안내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미아를 찾고 있습니다. 미아를 찾고 있습니다. 나이 17세. 홍림고 하복을 입은 고우리 학생을 찾고 있습니다. 다시 안내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문득 주머니가 따뜻하다. ...당신과 편지로 이야기했던, 어떤 학생이 어느 날 신발장에 넣어준 선물을 넣어두었던 그 주머니다.
숨이 차다고 느꼈을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걸어왔던 길보다 훨씬 길지 않나? 아무리 뛰어도 똑같은 풍경이었다. 이미 들어온 입구가 보였어야 했는데. 다시 교차로에 선 우리가 숨을 고른다.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고 싶은데 지나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불까지 깜빡이고, 기분 탓인지 뭔지 알고 있던 상가의 모습보다 훨씬 낡은 것 같다. 꼭 공포영화에라도 나오는 장소처럼. 그때서야 우리는 ‘괴이’를 떠올렸다. 지금까지 마주친 괴이라곤 조금 놀라고 말 것들이라 이런 식의 상황에 빠질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젠 춥기까지 했다. 더위를 피해서 들어왔더니 추위라니! 우리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보다는 무서운 게 앞섰다. 영원히 갇히면 어떻게 하지? 진짜 귀신이라도 나오면? 발을 동동 구르던 우리의 움직임을 멎게 한 건 다시 울리는 방송음 때문이었다. 방송에서 말하고 있는 건 자신이다. 일순간 몸이 얼었다. 주머니에서 무언가 열을 내고 있다는 걸 몰랐다면 계속 그렇게 있었을지도. 급하게 주머니를 손에 쥔 우리가 몸을 반대로 돌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제발 어떻게든 도와주라. 제발, 제발!
손 안에 거머쥔 것은 따뜻한데 공기는 이제 너무 차가웠다. 설상가상으로, 뒤를 돌아보았을 때에는 당신을 내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줄무늬티셔츠에 데님으로 된 오버롤을 입은, 남자아이가. 키는 당신보다 머리 두 개쯤 작아보이는.
남자아이라고 묘사한 것도 그저 그 아이의 머리카락이 짧아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그 아이는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피부가 온통 누렇게 떠서는 자글자글 주름이 진 것이 마치 미라를 보는 듯한, 원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하고 괴상한 몰골이었다. 남자아이가 입을 열었다.
"......"
입을 열어도 뭔가 소리가 바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말라빠진 공기 새는 소리가 흐릿하게 들리다가, 말소리가 띄엄띄엄, 말라빠진 입 속에서 흐릿하게 흘러나온다. 그렇지만 그 흐릿한 웅얼거림은 좀처럼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 말소리를 알아들어보려면 가까이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손 안에 거머쥔 것은, 따뜻하다뿐이지 별 온도변화가 없었다. 어떤 현상인지 모르는 이것에 가까이 다가가볼 수도 있고, 도망칠 수도 있다.
다가가도, 불쌍한 몰골을 한 아이는 무언가 움직이거나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가 웅얼거리는 소리만이 조금 더 선명하게 들릴 뿐이다. 말라빠진 혀와 말라빠진 입술로, 말하는 소리라기보다 성대 삐걱이는 소리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소리로 미약하게.
"ㄴ나, 우ㄹ.. ㅇ, 어...마... 보... 셔서요...?"
그러나, 미라처럼 말라빠진 몰골을 했음에도 알아볼 수 있다. 그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열심히, 말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한다는 걸 알아채기라도 한 듯이. 그렇지만 그나마도 말이 불분명해서, 알아듣기가 힘들다.
이 아이는 이 곳에서 미아가 되어버렸던 모양이다. 미아가 되어버린 아이가 가장 먼저 찾는 건 당연히도...
평범한 주말이었습니다. 이제는 즐거울 것 같아요.. uu 아이에게서 도망쳤더라면 보스를 직면했을 텐데, 우리는 역시 마음이 곱네요. 이번 괴이는 노골적으로 악 성향인 위험한 괴이인지라, 희생자의 몰골이 흉칙한 점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희생당한 사람을 몰이꾼처럼 쓰고 있거든요.
앗 지금부터 즐거운 이유가 혹시..? u////u ㅋㅋㅋㅋ 우리의 우리.. 오지랖이 넓은 덕에 일단은 보스몹(?)을 피했네요. 역시 착하게 사는 게 정답이다...! 노골적으로 악 성향인 괴이라니.. 피해자도 있다니..... 뭔가 해결해도 이미 벌어진 일들이 있으니까 슬플 것 같고 ㅠ-ㅠ 피해 본 사람 중에 아이도 있다는 게.. 흑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서 당신의 손을 잡는다. 역시, 차갑다... 그리고 목석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 도무지 살아있는 사람의 손을 잡는다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기분 탓일까, 당신의 손이 닿자 아이의 손이 온도를 되찾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응."
하고, 희미한 목소리를 한 채로 아이는 힘겹게 대답했다. 다른 손에 쥐여있는 주머니는, 당신 외에도 데워줘야 할 것이 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조금 더 따뜻하게 온기를 내기 시작했다.
"ㄸ뜻... 해..."
하고 아이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찰나, 또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렸다.
딩동댕동. 운정지하상가 안내센터에서 안내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미아를 찾고 있습니다. 미아를 찾고 있습니다. 나이 8세, 줄무늬 티셔츠에 데님 오버롤을 입은 ○○○ 어린이를 찾고 있습니다. 다시 안내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미아를 찾고 있습니다. 미아를 찾고 있습니다. 나이 8세, 줄무늬 티셔츠에 데님 오버롤을 입은 ○○○ 어린이를 찾고 있습니다. 해당 미아를 발견하신 분께는, 지체없이 신속히, 다른 어떤 곳으로도 향하지 말고 지하상가 안내센터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딩동댕동.
아이의 손은 차갑고 뻣뻣했다. ...이 애 역시 사람이 아니었구나. 잠시 아이를 내려다 본 우리가 다시 들리는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도 둘이라고 아까처럼 무섭기만 하지는 않았다. 방송이 가리키고 있는 건 이 아이 같았다. 아니, 이 아이였다. 어쩌면 착한 방송일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아이에게 말했다.
“아래에 엄마 계신대. 같이 가보자.”
그리고선 아이에게 맞춰 한 걸음씩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또 길이 반복된다면 어쩌지. 그럼 길 잃어버릴 것 같은데. 심각한 생각도 잠깐, 일단은 알고 있는 길로 향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데,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박자박. 아이는 솔이 터진 신발로 당신을 따라 말없이 발걸음을 느릿느릿 떼어놓기 시작했다.
...십자로를 건넌다. 이상할 정도로 통행인이 한 명도 없는 것과, 모든 가게의 셔터가 내려가있는 것은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쭉 뻗은 길은... 당신의 눈에 조금씩 익숙한 지리를 되찾는다. 비록 낡아있지만 익숙한 간판도 보이고, 광장이나 꺾어진 곳 등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던 아까의 이상한 모습과는 다르게 원래 모양으로 돌아와있는 것 같다.
그것과 별개로, 기분 탓일까... 안내센터 쪽으로 나아갈수록 손 안에 거머쥔 노리개 주머니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 같다. 아이는 문득 주머니를 거머쥐고 있는 당신의 손을 힐끔 건너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