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착각하게 둘까나요." 아니면 해명을 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오해하도록 유도하기까지 할지도 몰라요? 라는 말은 하지 않으며 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손을 살짝 잡았다 놓으면 따뜻한 느낌을 다림은 받았으려나요? 아니면 비슷한 온도라고 느꼈을까..
"어라. 요망한가요?" 정말로 요망한 걸 의도했다면 안아달라고 속삭였을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하며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볼을 찔리면 찔린 쪽의 눈을 살짝 감았다 뜨며 원래 호칭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하자 치.. 거리는 작은 소리를 냈습니다. 지훈씨. 지훈씨. 라고 중얼거려보나요?
지훈이, 나 또한 내던져지는 걸까. 라는 말이나 질문을 하는 것을 잠자코 듣다가 한가지만 정정합니다. 상대방을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에요. 스스로를 내던지는 거에요." 스스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가까울까요. 외면하고 있는 것과 스스로를 던지며 통제를 못하는 것. 닮아있기에 같은 곳에 있는 걸까. 말을 아끼는 듯 생각만 합니다. 잘 생각해보면 본인이 외면하는 것에 대비되려면 본인을 내던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지도?
"끔찍한데..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게 있어요." 그걸 어딘가에선 D머시기라고 약자로 말하곤 하지. 뒷사람이 방긋 웃습니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그런 것과 결별하고 외면하며 친구가 있어도 그냥 친구정도에서 멈추고 외면하는 상태로 가디언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외면하고 있는 채로 가디언은 어불성설이었던 걸 큰 사건으로 부서뜨려버렸습니다.
지훈이 대답을 해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던 것처럼 잠깐 멈췄다가 지훈이 말하는 말을 듣습니다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을 끊기 어려워졌나요?" "어째서인가요? 친구들과의 연이 예상보다 달랐나요?" 아니면. 수단 이상이 되어버린 걸까요? 라고 질문의 의도가 아닌 혼잣말처럼 말하는 다림입니다. 존재의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었습니다. 그 수단으로 써도 좋다고 단언한 건 다림이었지요.
착각하게 두자며 묘한 웃음을 짓자, 지훈 역시 일부러 짓궂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다림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훈은, 그 감각이 따스하다고 느꼈을지도. 잠시 따스한 느낌을 즐기다가 놓아주었던 거려나.
" 그럼 안아줘. "
농담을 하자 오히려 자신이 당한 것 같아, 살짝 팔을 벌리며 다림을 빤히 바라보았지. 짓궂은 눈웃음이 잔망스럽기 그지없던가. 볼을 찌르는 감촉에 살짝 놀리려는 듯 꾸욱 눌렀다가 떼고는 감았던 눈을 빤히 바라봐 마주치려 했지. 중얼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작은 소리를 들었는지 "뭐라 부르고 싶었길래." 라며 넌지시 물었다.
" 스스로를? "
"그러면 결국 어느 쪽이든 본인만 괴로운게?" 라며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다림을 바라보았다. 외면하는 것 역시 본인에게 괴로울지도 모르고, 내던지는 것 역시... 으음.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다림을 바라보았을지도.
" ...그럴 땐 보통 네가 원하는 쪽을 하는게 정답이지. "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하는 것이 정답이다. 다만, 뭔가 찜찜한 것이 있는데... 기분탓일까.
혼잣말처럼 하는 다림의 말에 답해주듯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 정답. 수단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 나를 옭아매고 있거든. "
나는 이제 쉽사리 그들을 끊어낼 수 없다. 그렇게 되어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상하지. 넌 내게 수단으로 쓰여도 좋다고 했는데, 이젠 내가 수단으로서 버릴 수 없게 되다니." 라고 중얼거리며 덧붙이기도 하고.
"남들이 착각한다면 그건 그 뿐일지도요..?" "정말로 착각하신다면.. 해명해야겠죠..?" 남들이 착각하면 좀 다른가..?라고 고개를 기울이는 것은. 다림에게는 착각된 일이 없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착각당한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대담한 거였냐.. 그치만 해명해야 한다고 하는 걸 보면 아예 이상하게 박히진 않았구나. 다행이군.
"안아드려요?" 지훈을 포옹합니다. 팔을 벌리고 발뒤꿈치를 들어올리며 밀착하듯 꼭 끌어안으면 부드러운 감촉이나. 따뜻함이나. 천천히 뛰는 심장소리가 들릴지도 모릅니다. 목덜미가 드러나는 옷이니까. 훤히 보이려나요? 옅지만 달콤한 향이 밤바람에 흩어질 듯 말 듯 어른거리려나? 무어라 부르고 싶었길래라는 물음에는 농담이지만 자기야? 라고 말하였습니다. 머금은 미소가 진심인지 어렵다고요.
"그렇죠.. 스스로를 전부..." 말끝은 흐려지고 연기마냥 흩어져버린다. 원하는 쪽이라는 말을 들으면 외면하기를 원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라는 옅은 한숨을 밑에 깐 속삭임을 중얼거립니다. 하지만..잘 되었다고 한들. 언젠가는 깨부숴져야 하는 것입니다. 회피하고. 회피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원래 수단과 목적은 혼동되는 일이 많아요." 안타깝게도 말이지요. 껴안은 채로 정답이라 말하는 지훈의 말에 답하는 것처럼 웅얼거리며 중얼거립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에게 있어서 완벽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예기치 못한 긍정...혹은 부정적 결과일까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엉킨 실은 가끔 본래의 실보다 더 단단해지죠. 라는 말을 하는군요. 어떤 의도인지 말해주지 않다니. 말 어렵게 하기는.
처음으로 탐정을 선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단순히 탐정 그 자체에 끌려서는 아니었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탐정 소설중에 단 하나만 좋아했을 리가 없으니까요. 탐정이란 것은 결국에 진실을 보는 직업이니까요. 수많은 단서와 단서 중에서 진실을 추론해 범인을 찾아내는 직업이니까요. 에미리는 결국엔 진실을, 진실을 찾는 것을 동경했기에. 올바름을 찾는 것을 선망했기에 그랬던 거랍니다. 올바름에 대한 선망은 매우 오래된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이것을 동경하고 바래왔습니다. 방향이 틀어진다 해도 결국 내가 구하고자 하는 건 변한 바가 없었습니다. 단지 그 포장이 아주아주 미세하게 바뀌었을 뿐 본질은 변한 바가 없었습니다. 단지 진실을 구하는 것이 사람을 구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었습니다. 그 뿐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결국 구하고 지켜내기 위해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니까요. 사람을 지키고, 사람을 구하고, 사람을 살리기위해, 그러기 위해 게이트를 닫고, 닫는 법을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들은 의념을 깨달은 것이고, 능력을 얻은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말이어요, 하지만 말이어요. 그 모든 노력이 먼 훗날에는 아무 의미도 없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때의 절망감은 과연 어떨 것 같으시나요?
고작 사사로운 인연 때문에. 고작 그 사사로운 인연이 스러졌단 것 때문에. 그로 인한 상실이 겹치고 겹쳐 마침내 공허만이 남았기 때문에. 고작 그 이유로 인해 올바르길 포기했다니, 납득할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할 선택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터무니 없는 미래였습니다. 처음 시작은 아버지였고 그 다음은 어머니셨습니다. 차례대로 오라버니들이 곁을 떠났고 가장 마지막에, 마지막에 스러진게 야마모토 씨. 솔직히 말하자면 앞의 두 분, 아니 세 분은 그렇다 쳐도 다른 분은 대체 왜 슬퍼했는지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전혀 저럴리가 없는 부분도 있었고요. 허나 바로 그 터무니 없는 미래 때문에 나는 흔들렸고, 게이트를 닫고 꽤 지난 뒤에도 이렇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결국엔 나 역시 사오토메라는 걸까요. 상처받고 상처받았으면서 결국엔 소중하게 여기긴 했었다는 걸까요.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사오토메. 놓으래야 놓지 못하는 사오토메. 놓을 수가 없다는 게 더 정확하겠습니다. 연이란 건 절대로 끊으려야 끊기지 않는 붉은 실이랍니다. 그토록 귀애해주시던 나의 마마를 어머니라 부르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영어로 말을 붙이고 친근하려 하는 것처럼요.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처럼요. 아아, 어찌도 이렇게 어리석은지. 그 인연들의 가시에 찔려 아파하던 가능성 속의 나는, 우습게도 그들을 잃음으로 더 큰 상처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나는 그 황량한 겨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앙상하고 이파리 하나 남지 않은 공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이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겨울이었습니다. 이런 게 겨울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모르는 게 나았습니다. 그리고 이 겨울 속에서 올바름을 버리고 날아오른 나를, 그토록 소중하게 여겨왔던 가치를 버린 나를 나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마저 남은 것을 닫으며 주변 분들을 서포트하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한 게이트를 닫으면 다른 게이트가 또 나오고, 다른 게이트를 나오면 또다른 게이트가 나옵니다. 태양왕의 빛은 졌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수많은 잔재들이 남아있었기에 우리들은 쉬지 못합니다. 무너지고 싶어도 무너지지 못합니다. 그저 애써 스스로를 일으키며 움직일 뿐이었습니다.
정도正道. 그 완전무결하고 올바른 길을. 그럼에도 나는 걷고자 하기에, 걷기를 원하기에. 걸으려 하기에. 하지만 역시 나는, 나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정말 정도를 걸으려 하는 게 맞는 것일까요. 어쩌면 이제는 멀어진 것을 되려 붙잡으려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저 하늘을 올려보며 한숨을 뱉었습니다.
“…….하……”
요이치 군. 나는 네가 하던 것처럼 정정당당하게도, 똑바로 직시해 돌파하고 나아가려 하지 못하고, 그저 발버둥치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이랍니다. 되돌리고 되돌리고 되돌리는 방식밖에 쓰지 못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발버둥치며 부정하려 한 결과가 미래의 가능성의 나란 사실이 이토록 절망적일 수가 없답니다. 차라리 이런 미래 자체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답니다. 이 가능성일 뿐인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지워버리고 싶답니다. 하지만 나의 능력은 미약하기에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할 수가 없으니, 그저 최선을 다해 방향을 틀어버리려 노력할 뿐이랍니다. 지키려고 할 뿐이랍니다. 에미리는 검은 나비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 무엇도 남지 않은 겨울을 홀로 날고 싶지 않으니까요. 단지 그 뿐입니다. 정말로 그 뿐이랍니다. 오늘도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걸어갑니다. 메스와 치료도구를 들고 또다른 게이트로 걸어갑니다. 사람을 지키는 사오토메로 남기 위해서. 사람을 구하는 사오토메로 남기 위해서. 울음을 삼키고, 입술을 짓누르며 나아갑니다....
"그렇게 불리기를 바라신다면야." 지훈씨라고 말하는 그를 보다가 푸스스 웃는 것에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기울입니다. 질문을 듣고는 어깨 너머로 고개를 넘긴 것에서 고개를 숙여 얼굴을 파묻으려 하면서 웅얼거리듯. 하지만 지훈이 들을 수 있도록 말했습니다. 그럼요. 따뜻하죠. 같은 말은 남기지 않으며 옅은 빠름이 희미하게 느껴지도록 조금 더 꼭 끌어안으려 시도하는 걸까?
"내던지면... 남는 건 상대방의 끝일 뿐이죠." 그래서 가라앉고 나면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그런 것들(지훈이 추측하건대 아마 자기혐오가 아닐까)만이 남아있을 뿐. 아니면 내던진 상대방이 절 싫어하게 된다거나? 하지만. 다림 스스로가 그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고..아니 인지를 했던 못 했던 간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라도 내던졌을 테니까.
"답이 딱 정해진 건 아니지만." 지금으로썬 외면하는 것과 내던지는 것 외엔 모르니까요. 라고 중얼거렸다. 어쩌면 외면하면서 천천히 직시하려 노력하는 수 밖에 없었을까?
"수단과 목적이 비슷해진 것일까요.." 당신의 수단이 목적을 이루는 데에 너무 가까이 있던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렇다면 지훈 씨는 그것을 덧칠하실 건가요. 크로마토그래피*로 분리하실 건가요?" 그것도 아니라면 그대로 회색지대에서 어딘가로 기울지를 지켜보게 될까요? 라는 조용한 말을 하다가. 모르겠어. 라는 중얼거림과 파묻으려는 행동에 멈칫하였지만 정말로 순간이었고. 머리카락을 천천히. 마치 어린 아이를 돌보는 것 마냥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려 시도합니다.
다림주: 아니 근데 어쩌다가 얘가 모든 사람들에게 포옹하려고 하고.. 플러팅스러운 말을 하고 다니고 스킨십 하는 애가 되어버렸지... 다림주: 기숙사 안에서는 스킨십 하면 덜덜 떠는 느낌을 돌린지 얼마나 됐다고...(흐릿) 다림주: 아 내가 요 며칠동안 제대로 못 자서..라기엔 이미 조짐이 보였는데.. 다림주: x졌어...(흐릿)
고개를 기울이자 지훈도 장난치듯 다림을 따라 고개를 기울였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는 다림을 바라보다가 다림의 고개 위에 자신도 살짝 고개를 얹고는 더 꼭 끌어안는 것에 응하듯 허리와, 다른 손으로 감싼 다림의 뒷머리를 좀 더 끌어당겼다. 다림이 말한 것에 희미하게 웃으며 정말로 편안한 표정을 짓고는 끌어안은 채로 있었ㅇㄹ까.
" ...별로 좋은 것들은 아닌데. "
자기혐오만이 남거나, 혹은 상대에게서 받는 일방적인 혐오만이 남거나. 별로 좋은 길은 아니다. 허나 이 길 뿐이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지. 정말 달라지지 않는 것인가? 외면하는 것과 내던지는 것 외에는 정말로 방법이 없나?
" 도울 방법은 없어? "
다림에게 물었다. 방법을 두가지만 알고 있다고 했지만, 어쩌면 하나 더 알고있을지도 모르지. 몰라도 실마리 정도는 제공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다림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 아마 후자. 수단을 너무 가까이 두었어. 목적을 위해 욕심을 냈으니까. "
다만 그 결과는 목적과 수단이 일치하는 것이었으니. 잘 모르겠다.
" 차라리 덧칠해버리면 좋을까. "
긍정적이지 않은 결과일지라도 나 자신만이 긍정적인 결과라고 믿고, 고집하며 그 회색을 긍정으로 물들인다면. 아니면 다림의 말대로 분리해버릴까. 고민되지만 어느 것도 쉽사리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훈은 조금 꼴사납지만, 다림의 쓰다듬에 마치 어린 아이처럼 부빗거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