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대충 모두의 알리바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진단씨의 주먹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펼치며 살펴보았다.
[게이트의 규칙]
" ...? "
[이번 게이트는 지난 술게임, 왕게임과는 조금 다른 룰이 적용됩니다] [5분 중에 한명이 마피아가 되고, 여러분은 그 마피아를 찾으면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마피아가 이기는 경우도 나갈 수 있지만, 대신 마피아에게 선물을 추가로 드릴테니 의욕을 내주세요~] [룰은 기본 마피아와 거의 동일하니 걱정말아주십쇼]
>>831 서 있다가 다쳤다는 것인지, 시신에 묻은 피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묻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신발 쪽에도 묻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답니다. 고통에 움켜쥐다 생긴 것인지 팔 소매자락에도 피가 묻어있었지요. 다만 팔 부분의 흔적은 조금 의도적으로 흩뿌린듯한 느낌이 없지않았답니다. 당연히 알 수밖에요. 내가 메스로 직접 뿌린 거니까요. "에미리는 어제 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들었답니다. "
대부분 하루가 아는 것은 경험이 아닌 정보에 불과했기에, 다림의 말에는 그저 그렇다고 들었어요 정도의 어조로 대답을 이어간다. 이것저것 공부한 것은 있었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보고 맛보는 것과 그저 이야기로 듣고 공부하는 것은 다를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다림이 옆에 있었기에 딱히 걱정은 없는 하루였다. 게다가 장난을 치듯 팔짱을 하자, 그것을 피하지 않고 웃어보이는 다림을 보곤 좀 더 안심이 되고 있었으니.
“ 늑대... 늑대도 조금은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죠~ ”
하루는 다림의 말이 그저 일반적인 인식에서의 남성을 칭한 것임을 알면서도, 슬쩍 그녀만 알 듯한 말을 흘린다. 이내 딱히 그것에 더 이상 티를 내지 않고, 기분을 내기로 한 것인지 좀 더 다림의 팔을 감싸안는 하루였다. 그러다 다림이 자연스레 코트 자락에 감싸듯 끌어안으려 하자 놀란 표정을 잠시 지어보이지만, 이내 맞춰주기로 마음 먹은 것인지 슬쩍 머리를 기대어보는 하루였다. 키는 비슷했으니 자연스럽게 기대는 자세가 만들어진다.
“ 그러면 저희는 절절한 로맨스로 해요. 원래 연인들끼리는 감정이 고조될수록 좋다고 하더라구요?”
자신에게 요망하게 굴려는 듯 속삭여오는 다림을 물끄러미 고개를 돌려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슬그머니 다림의 귓가로 고개를 움직인다. 그리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체, 절절한 로맨스를 보자는 이야기를 요염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마지막엔 장난스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살짝 숨을 불어넣는 것을 빼먹지 않은 그녀는 다시 다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 자, 영화도 정해졌으니까 얼른 예매하고 들어가요. 시간은 아슬아슬하게 맞는 것 가거든요. 다림. ”
평소 같았다면 다림양이라고 불렀겠지만, 갑자기 만들어진 컨셉에 맞출 생각인지 자연스레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다림에게 말을 던지며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확실한 것은 다림이 꽤나 능력이 있어 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매력 A를 휘어잡은 것처럼 보일테니.
“ 저쪽인가 봐요~ ”
매표소를 가리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하루는 옷가게에서 수줍어 하던 모습은 숨긴 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귓가가 분홍빛인 것이 아예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닌 모양이지만.
>>837 "무엇을 내걸었느냐에 따라서 다르겠네요." 그런 말을 하면서 더 쏘아붙이지도 않고 그대로 물러난다.
"봤는데 의심받기 싫어서 안 봤다고 할 수도 있겠죠?" 하고 살짝 갸웃인다. 정보가 아무것도 없으니 의심할 만한 사람이랄 것도 없네요?
"이 상처는 서 있다가 난 것 같은데, 반격은 하지 않은 걸까요?" 이 게임을 주최한 사람이 김진단씨니까 반항없이 죽어준 걸지도? 아니면 상처를 낸 사람을 못 봤다거나. 이상한 건 움직이면서 묻었다기에는 지나치게 쪼개져 튀어있는 핏방울일지도. 칼을 뽑아내면서 튀었다? 라기에도 이상하다.
"그 늑대에게 조금은 서둘러야 한다고 쪽지를 줘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서로의 대화가 막히지 않기를 바란답니다? 라는 에매모호한 말을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것에 아무렇지 않음으로 대하려 하네요.
"절절한 로맨스 좋죠.." 로맨스를 보면 가끔 좋아지는 기분이라니까요? 같은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봅니다. 명대사라면 몇 개 말할 수 있지만. 그거 애매하잖아요. 그래도 처음 영화관에서 퓨어퓨어보이스 극장판을 보여주긴... 괜찮나..?
"그러면 빨리 예약하고 들어가며 양 손에 잔-뜩 들려줘야겠네요" "팝콘도 반반으로.. 버터구이오징어나.. 나쵸같은 것도 말이에요."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지칭을 뺀 말에 어쩜 이렇게 귀엽게 구시는 건지요.. 라면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며 다정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능글맞은 표정을 짓습니다. 매력 A를 휘어잡으려면 이건 기본이다! 같은 느낌일까요? 사실 능력으로 따지자면 다림보다 하루가 더 뛰어나겠지만...
"그렇네요.." 가서 자리를 예약하려 합니다. 직원이 환하게 웃으면서 커플석에 앉으실 건가요? 아니면 따로따로 붙은 자리로 드릴까요? 라고 말합니다. 커플석의 장점이라면 앞에 아예 테이블이 있다는 점일까? 커플석 어때요? 우리 하루. 라고 속삭이듯 말하며 딱 좋은 자리.. 라고 아는 곳이 빈 걸 가리킵니다. 믈론 다림 또한 조금은 낯선 느낌이라서 옅은 홍조가 돌았지만 원래 창백하니까 평범한 홍조로 느껴질지도 몰라요?
>>838 "에미리는 진단씨에게 악의라던가 없고, 보상에도 딱히 관심이 없으니까요. 죽인다거나 그럴 이유는 전혀 없답니다. " 정말로 악의라던가 없었답니다. 다만 제가 마피아이기에...어쩔 수 없었지요? 다림양의 질문에 저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말했습니다. 책을 읽고 늦은 시간이 되기 전에 바로 불을 껐으니 저는 비교적 일찍 잠에 들러 간 편이랍니다. 물론 진짜 자러 간 건 아닙니다. 에미리는 어제 불을 끄고 빛이 없는 곳을 골라 움직였으니까요.
하루는 다림의 말에 기쁜 듯 조금 더 몸을 붙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다림도 즐거워 한다는 것이 못내 즐거운 모양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기분보다도 타인의 기분에 좀 더 영향을 받는 타입이 아니었을까.
" 음, 먹을 것도 좋긴 하지만 양손에 잔뜩 들면... "
이렇게 다림의 품에 있지 못하는데요..? 어차피 요망하게 나가기로 한 것인지 슬그머니 다림의 옷을 두손으로 꼬옥 쥔 체 다림의 품에서 조용히 속삭이듯 말한다. 능글맞은 미소와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는 손길은 마냥 좋은 듯 베시시 짓는 미소와 맑은 웃음소리를 답례처럼 돌려준다. 물론 여전히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옷을 꼭 쥔체 붙어있었지만.
" 커플석으로 해요, 커플석~ "
이미 다림이 적당한 자리를 가리켜서 예매를 한 후였지만 기분 좋은 목소리로 화답하며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은 다림을, 하루 역시도 능숙하게 끌어안는다. 누군가 두사람을 본다면 상당히 익숙한 연인처럼 볼지도 모를 일이었다. 적어도 컨셉이 시작된 하루의 연기는 꽤나 자연스러웠으니까. 그렇게 예매를 하는 다림을 바라보던 하루는 다림의 볼에 생겨난 홍조를 발견하곤 히히, 하는 기분 좋은 웃음 소리를 흘린다.
" 자아~ 그러면 얼른 가요, 다림!! "
조금은 철이 없는 듯, 그러면서도 사랑스런 연인을 흉내내는 듯한 하루는 살며시 자신의 허리를 감싼 다림의 손 위에 자신의 한손을 얹어 덮고는 장난스런 아이처럼 보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