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오면 무엇이 오는가? 온갖 카페에서 딸기제품이 슬슬 내려가기 시작한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빨리 가서 딸기를 싹쓸이 해야한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고 혼자 가기에는 또 애매한게, 혼자서는 많은 메뉴를 다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 걸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연락처를 뒤적거리던 나는...
>>67 전후 어느쪽도 괜찮습니다. 근데 후는 레퍼토리가 부족하네요. 상점가에서 물건사다 만나서 안부묻기 지나가다가 만나서 안부묻기 학교에서 만나서 안부묻기 등등 사실 전도 레퍼토리가 많진 않네요. 제노시아 남기숙사에서 만나서 신비한 마굴탐험 찍거나 장소 다이스 굴려서 적당히 그 장소에서 만날 법한 상황을 짱구굴려서 생각해보거나 아니면 만남의광장-공원에서 또 한 번 만날 수도 있고... 1거주 구역 2식당가 3유흥가 4항구 5상점가 6농업 구역 .dice 1 6. = 3
백화점이다!!! 그것도 제법 큰 곳이라구~~ 10층까지 있다구~~ 시골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라구~~ ...딱히 여기가 시골이란 건 아니지만... 옷 가게, 신발 가게, 화장품 가게 등등 쇼핑천국! 이지만 아이스크림 가게, 도넛 가게, 패스트푸드점까지!! 물론 애매하게 6층과 5층은 식당가인 점까지 정말 완벽하게 멋져... 2만gp나 있으니까 어딜 가더라도 VIP 취급을 받을 수 있겠지 우하하!
라고 생각했었던 때가 저에게도 잇었습니다... 지갑을 두고 오기 전까지... 멍하니 백화점 옥상 하늘공원에서 하얗게 변해 하늘만 바라본다... 주변에선 가족끼리 놀러왔는지 팬더카트(동전 넣으면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그것)를 둘러싸고 꺄르르륵 웃는 소리가 퍼지는데 그 소리가 내 곁으로 다가오면 쿠쿠루삥뽕뿡 지갑도 안 들고 온 사람이 있다? 뿌슝빠슝~ 거리는 소리로 들린다. 뭐? 가디언 칩으로 해결가능하지 않냐고? 일상 소재를 위해 그런 사소한 점은 무시다 무시
수군수군... 뭔일이야...? 아니 그게... 수군수군... 2만gp나 있는데 지갑을 안 가져온 사람이 있대... 수군수군... 그게 말이 돼...? 수군수군... 하는 소리가 들릴 리가 없지만 묘하게 들리는 것 같은 하늘공원, 나이젤이 옥상 플로어를 멍하니 떠돌고 있었다. 이렇게 멍하니 떠도는 이유는, 별 거 아니다. 쇼핑에 실패했다. 사람이 많은 건 뭐 그렇다치고. 물건은 많아도 살 것만 보면 되는데, 안 오던 델 와서 그런지 1층부터 10층까지 둘러봐도 도무지 살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물건 사러 와서 살 물건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여기 왜 온거지? 아니 애초에 왜 존재하는 거지? 인간은 모두 죽는데... 왜 살아있는 거지? 그러다 화현을 마주친 나이젤. 새하얗게 불타버린 화현을 보고, 아주 미묘한 "야 너두?"의 기색을 보이고 있다.
빠르게 문자에 답신을 하며 옷을 고른다. 검정 슬리브리스에 파스텔 옐로우 컬러의 오프숄더, 남색의 치마바지에 운동화. 편해서 자주 입는 조합을 들고 거울 앞에 대보니, 역시 이거였다.
[ 1시간 뒤에 ] [ 그 카페에서 만나요! ]
30분 정도 준비가 끝나고, 나는 미리 카페에 와서 에미리를 "몰래", "숨어서" 노릴 생각으로 저 구석, 화장실 쪽 자리에 살짝 숙인 채로 에미리의 도착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즘들어 에미리늄(?) 성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딸기 메뉴를 쓸어담으면서 에미리늄도 쓸어담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에미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쿠쿠루삥뽕뿡이 이젠 노래처럼 들리기 시작한 시점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흐릿하게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는다. "네... 오랜만이네요." 한... 두달만인 것 같은 이 기분. 많이 피곤해 보인다는 그 소리에 "그래요?" 하지만 그쪽이 더... 피곤해 보이는데... 마치, 본인이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끌려와서 살 것도 없는데 하루종일 백화점 돌아다닌 사람처럼..
"에구... 이렇게 밝은 곳에서 이러고 있는 사람들은 저희 뿐일 거예요."
"애인 따라와서 하루종일 쇼핑하는 거 구경만 하는 상대편은 모두 4층이나 3층에 있거든요..."
고심끝에 고른 옷은 역시 검정 계통의 단정한 카라의 원피스였을까요? 조금 많이 단이 짧은데 원래 국제학교 다닐 때에도 학교 밖에선 이렇게 짧게 입었으니까요. 물론 집안 사람들 눈치 봐야 하는 데서야 무릎 밑으로 단정히 입었지만 이 학원도에서 그런 걸 신경쓸 제가 아닙니다! 화장도 적당히 장밋빛으로 했고, 이정도면 괜찮겠지요. 종종걸음으로 약속시간 10분 전에 카페에 도착해선 카페 문앞에서 지아양께 문자를 보냈답니다.
"사랑이 S인거죠... 사랑을 위해 자신의 절망마저도 희망으로 연기할 수 있는 법인거죠... 이해가 되진 않지만."
마치... 내가 오타쿠지만 일반인처럼 코스프레 하는 것과 비슷한 걸까? ... 난 절대 사랑 같은 거 하지 않을래. 그리고 사랑 같은 거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나이젤 씨는 음... 항상 무관심해 보인단 말이야. 둔감? 아니아니, 둔감이랑은 달라... 세상만사 아무 상관 없다... 같아 보이는 사람. 그래! 이거야!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를 제외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말든 상관없어 하는 사람이라 각인되어 버렸는지 그의 행동에 딱히 의문이 들지 않았다.
"그러셨군요. 그럴 것 같았어요. 음, 여긴 말 그대로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혹은 가지고 싶다고 희망하는 물건을 보러 오는 곳이니까요. 나이젤 씨는.. 그런 거 없잖아요? 적어도 여기에 있는 것들 중에선?"
비유하자면 별로 관심도 없는 품목의 TV광고를 보고 있으니 지루할 수 밖에 없지~
"뭐, 백화점이 그렇죠. 영화관이 있고, 식당이 있고, 옷가게나 기타 여러 매장이 있지만... 정작 전문으로 하는 곳보다 떨어지는 퀄리티. 대중성을 위한 곳이니까요."
"뭐 마시고 싶으시면 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킨 지점에 스낵 판매점이 있다. 츄러스가 무려 150GP! 생수 10GP! 커피 20GP! 버터구이오징어 200GP! 캐비어가 올라간 스테이크 1500GP!
그래도, 불편하다면 말하면 되는 게 아닐까. 불편을 호소한다고 해서 상대의 사랑이 식어버린다면 그런 건 사랑받는 게 아니었을 테다. 사랑이란 그런 거랬다. 아주 가끔은 쉽게 뚝 끊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얇아질 듯 하면서도 두꺼워지길 반복한단다. 아마 진짜 사랑이란 것? 진짜 가짜 따질 게 뭐 있겠냐만.
"...그랬죠. 특정한 뭔가를 사러 왔다기보단 그냥 있으니까 들어왔단 말이 더 어울릴지도요."
건물이 있으니까 들어오고, 아는 사람이 있으니깐 대화하고. 삶도 살아지니까 사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지 못하게 되면 죽으니까, 그건 평범한 인간의 특성이라고 봐도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네. 절대 다수의 평범한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구조라고 생각해요. 가게가 돈을 써주는 사람에게 맞춰줘야지, 저처럼 돈 안 쓰는 사람한테 맞춰주면 곤란하니까... 의외로 제대로 되어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가게를 보고선.
"저것도 사는 사람이 있어서 있는 메뉴일까요...?"
왜 스낵 판매점에 캐비어가 올라간 스테이크가??
"자판기씨가 그리워지네요. 가끔 죽이려고 쫓아오긴 하지만 적어도 가격으로 죽이려 하진 않았는걸요."
[😄] [그럼 창가쪽에 적당히 자리잡을테니까요! ] [오시면 바로 연락 주시와요~? 😉 ] [주문도 미리 해놓겠사와요! 편히 오시면 된답니다! ]
아, 딸기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와서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네요! 그런 생각을 하며 종종걸음으로 카페에 들어가 제일 먼저 카운터로 가 주문을 했답니다. 딸기파르페에 딸기쇼트케이크, 딸기타르트에 딸기크로와상까지 딸기디저트란 디저트는 적당히 먹을만큼만 주문했지요! 물론 제 음료 역시 딸기라떼였답니다. 지아양의 음료인 트리플베리에이드를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주문을 하고 저는 밖이 잘 보이는 창가자리에 자리를 잡으려....하였는데....
"꺄아아아아??????????????"
이,이게 무슨 일인가요???? 갑작스레 뒤에서 안아오시는 이 분은 누구지요???? 누구긴 누구일리가요 지아양이셨습니다!!!! 이 목소리를 제가 잊을리가 없지 않나요!!!! 아니, 그보다, 곧 도착예정이라 하시지 않으셨는지요??? 벌써 도착하신 걸까요???? 어떻게 벌써 카페에 오신 건지요?????
"저, 저어, 지아양? 여기는 공공장소이와요? 그러니까, 저, 조금 많이 부끄럽사와요? "
들려...? 마법을 쓰다가 악마가 되어버린... 주인공...? 네가 알려준 사랑이란 개념을... 난 이제 제대로 써먹고 있어... 감정의 극한... 흑흑. 다시 재탕해야지..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는 나는 참 오타쿠구나. 하지만, 그렇게 몰입하지 않으면 조금...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걸 집어넣기엔 이런 게 짱이지. 왠지, 방금 등산가에게 물었다. 왜 산을 오릅니까? 그러자 대답하였다. 거기 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이었어.
"결국 심심함을 참을 수 없었다는 소리네요. 아니면, 백화점의 마수에 걸려든걸지도 모르겠고요. 음, 백화점... 사실... 무언가 사기 위해 백화점에 오는 사람은 좀 적을 거예요. 그냥, 돌아다니거나 심심해서 백화점이 보이네? 여기서 시간 좀 떼워야지.. 하고 왔다가 이것저것 둘러보고 어? 이거 괜찮네~ 하고 사는 경우가 태반일거예요. 음! 제 친구의 경우(가상의 친구) 영화를 보기 위해 왔다가 상영시간까지 좀 많이 남아서 백화점 내부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전자기기나 취미용품 매장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몇년간 열심히 했지만 어느 순간 권태기가 와서 접었던 게임의 패키지를 보고 그 생각이 나서 다시 해볼까 하고 관련 용품을 몇 개 구매한 일이 있었는걸요."
말이 대박 길어졌는걸 요약하자면, "결국, 백화점은 덫이에요, 덫. 고객의 지갑을 갈취하기 위한 덫... 대기업들의 돈을 향한 열망을 무시하지 마세요." 난 대형마트 혹은 백화점 혐오자가 아니다!
"사... 먹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런 것도 있다! 하는 거 아닐까요...? 츄러스 먹고 싶다... 가격으로 죽이는 판매점 VS 물리적으로 죽이는 자판기. 당신의 선택은?"
감정의 극한... 이란 건 그렇다 쳐도 가능케 할 수 있다면 불가능이 아니잖아. 하고 화현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애니메이션인지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그만큼 중요한 감정이니깐 힘든 거라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라는 뜻이라면 끄덕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가상의 친구란 건 모르지만)친구 씨의 경우는 영화를 기다린다는 것 때문에 딱히 관심이 없어도 남아있을 동기가 생기고, 그래서 그 심심함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지갑 사수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몇 시까지 행사라던가, 인기있는 노래를 매장에 튼다던가 하는 식도 비슷한 걸지도?
"하지만 결국 사는 건 고객 자신인걸요. 파는 쪽에서 잘 팔리게 하려고 이것저것 하는 건, 강매한다던지 어두운 쪽에 손을 댄다던지 하는 게 아니라면 정상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기왕이면 물건의 품질이 엄청 좋아서 다른 수단 없이도 잘 팔리는 쪽이 이상적이지만, 그럴 수만은 없으니. 각자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게... 미끼상품이란 걸까요? 하긴 저도 이런 곳에서 파는 수상한 캐비어 스테이크보단 평범한 스낵 중 제일 싼 츄러스에 눈길에 가긴 하네요."
미묘하게 질린 듯한 표정으로 스낵 판매점을 바라보던 나이젤은 고개를 약간 저었다. 눈길을 가게 한다는 게 꼭 사고 싶게 만든다는 건 아니니까.
"자판기씨요. 계속 함께하다 보면 죽이려 하는 것도 좀 익숙하게 느껴질 법도 하고, 살인자판기 제작자들도 요즘은 정통도면파가 너무 많아서 패턴에 창의력이 없거든요."
"그렇죠! 식충식물. 사람들의 사소한 욕망이라도 감지하면 끌어당겨 자신의 안으로.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갈 수 없도록 심리를 주무르고 돈을 쓰게 만드는 곳... 말하자면 기업들의 심리학의 결정체! 그게 바로 이런 곳이에요."
어허~ 나이젤 씨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뭐, 강매 한다거나 협박한다거나 그런 것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무서운 법. 웃는 얼굴 뒷면에 온갖 더러운 상술이 다 섞여있고, '지금 사면 1+1 !!!!1' 같은 글귀 뒤에 'ㅋㅋ 하지만 네가 사려는 건 이벤트 제외임! ㅅㄱ' 같은 글씨가 작게 써져 있거나 하지. 합법의 영역에 들어서기 위해 어떤 더러운 짓도 한다. 그게 기업! 아, 나는 기업 혐오자가 아니다.
"미끼..상품... 같은 건 아니지만, 아마... 그럴 것 같기도 하네요. 아니면, 이거 한 번 먹어봐? 하는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서 한 번만 주문해도 이득을 볼 수 있는 가격을 측정했다거나"
...그냥 친구끼리는 이정도 스킨십은 하는거 아냐? 마도 일본의 기준은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오늘 소기의 목적은 다 달성했으니 이만 에미리를 풀어주도록 하자. 오늘은 에미리늄과 딸기를 같이 챙길거니까. 잽싸게 자세를 풀고는 에미리의 맞은 편 자리로 가 의자를 빼고 앉았다.
"그냥 이정도는 보통 아니야?"
에미리가 너무 내성이 없는거라니까, 그런 말도 같이 덧붙인다. 음음 그럼그럼, 이건 에미리가 내성이 너무 없는게 문제인거다.
후후... 오늘도 한 명에게 현실을 알려줬다... 어째 현실과 좀 다른 현실인 것 같지만 다들 신경 안 쓰겠지~~ 1만GP...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예요. 그 정도를 얻으려면 의뢰를 몇 번 가야 해? 1만 GP로 든든한 국밥 먹고 말지.. 고개를 절레절레... 그러다, 다시 내려가볼거라는 소리에 손을 흔들흔들~ 바이바이를 하려고 했는데... 나를 묻네..
바다는 지훈이 심심해할 바로 그 시간에 기숙사 침대에서 누워있었다. 누워서, 아무런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다는 권태로웠고,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했으며, 또 딱히 할 일이 닥쳐온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고자 한다면 공부나 수련을 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 어떤 학생이 그런 짓을 하던가. 그러던 문득 가디언칩이 울렸다.
그럼에도 세상은 아직 내가 너를 볼 수 있을 만큼 밝으니 그만큼 빛이 많다는 의미일 거야- 라는 괜히 어울리지 않게 희망찬 발언이나, 그래서 세상은 암흑투성이다. 절망하라! 회개하라! 같은 괜히 어울리지 않게 절망찬 발언이 이어질 것 같은 말이지만 나이젤은 딱 거기서 말을 끊었다.
"어차피 1500GP던 10000GP든 사먹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는 건 똑같은걸요..."
그리고 화현의 안타깝고 슬프고 커여운 목소리(*쓰는 사람의 주관적 의견입니다. 캐릭터의 의견이 아니고 어쩌구)를 들은 나이젤은 측은함... 이 들진 않더라도 뭔가 제안해볼 생각이 들었다.
"...밥 한 끼 정도는 사드릴 수 있어요?"
딱히 먹으면서 얘기하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말없이 먹고 가기만 해도 괜찮아요. 같은 말을 덧붙이면서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긴 아까우니까 같은.
다림은 상점가를 탐방하기 위해서... 라는 목적을 가지고 상점가에 나왔습니다. 많이 걸어다녀야 할 것 같기 때문에 조금 단정하게 입었지요-라고 말해도 그냥 교복입니다.- 상점가는 시끌벅적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으음.. 그냥 혼자서 돌아다니며 보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이랑 다녀보아도 좋을 듯할까요?
"그치만 누구랑 같이 다니기에는.." 그 누구도 지금 시간에 쉬고 있지 않았다... 라는 감이 드는 겁니다. 누군가랑 같이 일을 보는데 끼어드는 매너없는 타입은 아닌걸요? 그러나 슬쩍 당신의 눈에 잡힌 것은 하루였습니다. 다니는 것을 보니 일행이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건 행운인 걸까요..?
"저.. 하루 씨?" "상점가를 혼자 오셨나요?" 옅은 미소를 올리고, 가벼운 물음과 함께 가까이 다가가서 톡톡 건드리려 시도합니다. 어쩐지 진지해보이는 표정이 살짝 묻어나기에 조금 망설이기는 했어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본 사이를 매섭게 내치진.. 않을거라고 생각하나요?
뭐지? 의념인가? 명암처리 어케 해요? 빛이 없는데 그림자가 생기면? 나이젤의 희망찬 생각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부정적인 세계였다. 뭐, 거서 끝내기도 한 희망절망 고교 이야기. 1500GP와 10000GP의 차이는 0이 하나 더 많다는 것이다. 0이!!! 0 하나의 차이가 얼마나 큰데! 지나가다 명랑발랑 핫도그가 보이면 하나 먹을까? 고민은 해도 지나가다 순금이 보이면 살까? 말까? 를 고민하지 않는 거랑 비슷해! 하지만 논쟁이 싫으니까 묵묵부답.
"아, 정말요? 정말요? 그럼 저... 치킨버거에 패티 추가 2번하고 피클 5번, 양파 2번, 소스 2번 추가해서 먹어도 돼요? 음료는 사이다에 얼음 빼고, 감자튀김은 방금 튀긴 것으로 먹어도 돼요?"
야호~ 바이바이! 옥상! 아... 맞다... 이제 곧 영웅쇼 시작하는데.. 특촬물... 보고 싶었는데.. 뭐 포장해서 오지 뭐~
정말이지 친구끼리 이정도가 보통이라면 세상 모든 커플들은 다 절친이겠습니다! 지아양의 스킨십 기준은 정말 어디까지이신걸까요? 화끈거리는 것을 애써 억누르려고 하지만 부채질을 해도 가라앉지가 않네요! 자리에 앉으면서도 여전히 뺨은 새빨간빛이었습니다. 블러셔를 할 필요도 없었답니다.
"그러니까, 신한국 기준으로 보통이와요 지아양.....친구끼리는 이러지 않는답니다....! "
내성이 없긴 뭐가 없긴요, 내가 연애를 몇번이나 했는데 스킨십쪽 내성이 정말 없을까요? 그냥 이건... 그래요,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치는 게 좋겠네요! 메뉴를 많이 시켰기 때문에 아마 조금 늦게 올 것 같았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화장이나 조금 고치자는 마음에서 파우치를 꺼냈습니다.
"정말로 말이어요, 마도일본에서는 손 잡는 것 까지가 보통이었사와요? 믿어주셔도 된답니다? "
그리고 말함과 동시에 손거울을 꺼냈습니다만...예상대로 머리가 조금 흐트러졌네요! 앞머리만 조금 고치면 될 것 같습니다. 빗을 꺼내 빗어주도록 합시다.
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던 하루가 선택한 것은 가볍게 상점가를 둘러보는 일이었다. 싸운 그 날 이후로 기숙사에서 뛰쳐나간 카사가 배가 고프면 상점가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아주 자그마한 희망도 품고 있긴 했지만, 그다지 큰 희망을 두진 않는 하루였다. 그저 운이 아주 좋다면 볼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 같은 것이었으니. 아무튼 홀로 거리에 나온 하루는 어디로 향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마침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 아, 다림양! "
새하얀 블라우스와 핏 좋은 청바지를 걸친 하루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다림을 보곤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반겼다. 애초에 혼자 나왔다가 혼자 시간을 보내고 들어갈 것을 생각하고 나왔던 것인만큼, 갑작스런 아는 사람과의 만남이 그녀로서는 기쁜 일이기도 했다.
" 네, 혼자 나왔어요. 다림양은..... 저랑 비슷하게 혼자 나오신걸까요? "
하루는 잠시 주변을 눈을 빠르게 굴려 확인하곤 부드럽게 미소를 띈 체 말을 이어간다. 주변에는 딱히 다림을 기다리는 일행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각자 제갈길을 걸어가는 사람들만 보였기에 적당히 유추해낸 부분이었지만, 아마 그리 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하루였다.
혼자 나왔다는 것은, 혹시라도 같이 돌아다닐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니까. 하루는 얼굴을 좀 더 밝게 만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거기에 조금은 들뜬 목소리가 더해진 것이, 갑작스레 오늘 하루에 무언가 추가될 것을 반기는 듯 했다.
" 아, 저도 상점가를 돌아다니려고 나왔었는데.. 진짜 우연이네요. "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우연이 또 있을 수 있나 싶었지만, 어찌되었든 어울리길 좋아하는 하루의 입장에선 이 맞아떨어지는 우연도 환영할만한 사항이었다. 겸사겸사 나중에는 카사에 대한 건도 물어볼 수 있을테니. 다림이 카사를 알고 있을거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뭐, 그부분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을 부분이었다.
" 정말요?! 사실 다림양이 먼저 말 안해주셨으면 제가 먼저 물어보려고 했거든요. "
하루는 다림의 제안에 처음에는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이내 환한 미소로 바뀌며 힘껏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묶지 않는 하루의 새하얀 머리카락은 기세 좋게 그녀의 고갯짓에 따라 찰랑거리는 것이, 주인의 기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다.
" 그러면, 같이 돌아다니기로 해요. 자, 첫번째 목적지는 어디로 하는게 좋을까요? 제가 정해도 되긴 하겠지만... 왠지 그랬다간 저번에 만난 것처럼 카페에 들어가버릴 것 같아서.. "
하루는 작고 붉은 입술 사이로 혀를 살짝 빼물며 곤란하다는 듯 웃어보이며 말을 덧붙인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자신의 고삐를 최대한 붙잡아두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면 서로 영광인 걸로 하는 건 어떨가요?" 느릿느릿하게 말하면서 옷가게 쪽으로 가리키는 것에 따라줄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따라주어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옷가게 가서 옷을 둘러보는 거 좋아요" 하루 양이라면 거기에서 몇 벌 사서 입으면 단번에 패션 모델로 서달라고 옷가게 주인이 부탁할지도 모른다고요? 라고 말하면서 옷가게 쪽으로 가보려 합니다. 봄이 다가오는 만큼. 조금 얇아 보이는 옷들이 걸리기 시작하는 옷가게입니다.
"하루 양이라면 이런 것도 의외로 어울릴지도.." 라고 말하면서 옷걸이에 걸린 sale 100gp라고 적힌 단정한 하늘색 블라우스와 낙낙한 일자로 떨어지는 바지를 슬쩍 하루의 몸에 대보려 시도합니다. 데일리로 입기 적합하다는 말도 하나요? 확실히 마네킹에 입혀진 것들이 잘 나가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조금 과감하게라면 이런 종류라던가요?" 소매 부분을 마치 가디건처럼 흰 시스루로 처리하고, 시스루 안에 오프숄더 블랙 원피스가 겹쳐진 원피스를 들어올려 봅니다. 흰 시스루 재질에는 꽃무늬가 레이스 형식으로 수놓아져있습니다.
하루는 겸손하게 말하다가, 들려오는 다림의 대답에 아주 좋은 말이라는 듯, 다시금 힘껏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동의한다. 물론 자신을 만나는 것이 영광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일이겠지만, 여기서 더 부정했다간 이야기가 길어질 것만 같았다. 괜히 다림을 길 한가운데에 붙잡아두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마음을 먹는 하루였다.
“ 좋다니 다행이에요. 그러면 가볼까요! ”
하루의 인생에서 지인과 옷가게를 가는 것이 몇 번이나 있던가. 기억마저 흐릿한 오래전에, 한차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기세좋게 다림에게 대답을 돌려준 하루였지만, 그 대단한 기세는 얼마 가지 못했다. 옷가게에 들어서서, 다림이 먼저 자신의 옷을 골라주기 시작한 후에는 이리저리 불안하게 시선을 굴리는 하루였다.
“ 어어... 이런 것들이 저한테 어울릴까요...?”
하루는 다림이 골라준 옷들이 전부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이 입었을 때, 어울릴까 하고 생각하면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하루는 자신을 각잡고 꾸며보려고 해본 적이 없으니 자신이 없는 듯 했다.
“ 그으..그으으.... 그러면 둘 다 입어볼테니까 한번만 봐주세요. 볼만한 건 아니겠지만.. 기왕 다림양이 골라주셨으니.. ”
다림의 노력이 헛되게 할 수 없다는 듯, 하루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림에게 대답을 들려주곤 점원을 불러 자신의 사이즈에 맞게 두벌의 옷을 받아선 탈의실로 종종 걸음으로 향한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조금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먼저 오프숄더 원피스로 갈아입곤 탈의실의 문을 연다.
“ 어, 어떠려나요..?”
말은 어색하게 하면서도, 몸은 자연스레 언젠가의 게이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를 유혹하는 듯한 자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론 얼굴에는 분홍빛이 감돌고 있었지만.
"운이... 좋았네요" 그저 빙그레 웃으며 다림과 하루가 옷가게로 가면 점원이 슬쩍 쳐다보는 걸 알 수 있겠지요. 골라보는 것에 방해되지 않는 능숙한 직원이네요.
"하루 씨는 하루 씨의 미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각이 덜한 것 같아요" 하루 씨는 어설프게 화장하면 오히려 미모가 죽을 정도로 예쁘신걸요. 라는 말을 하는 다림입니다. 제노시아 메이크업부에 데려다놓으면 가열찬 토론이 일어날 것이란 짐작을 하나요? 이 미모를 어떻게 해야 더 예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융화시키는가. 그건 정말로 토론거리라고요?
하루가 입어주다니 너무나도 기쁜 다림주지만 다림은 부끄러워하는 하루를 보고는 너무 과감했나.. 싶은 생각을 합니다.
"그치만 자세는.. 해본 적 있으신가요?" 그다지 진지하진 않고 농담이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 모두 하루 씨를 넋 놓고 보고 있는걸요? 라는 말을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점원도 와... 거리며 본다거나. 슬쩍 지나가는 사람도 슬쩍 보면 시선이 집중되는 하루인걸요.
"너무 과감한 것 같다면... 단정한 스타일의 이런 것도 좋지만.." 단정한 스타일의 원피스를 하나 들어올리긴 하지만 하루 씨에게 이것저것 다 잘 어울리니까 입혀보고 싶어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라고 말합니다.
대충 기억나는 게 에릭 앵커 내용은 하나미치야랑 결혼기념일 잘 준비했냐고 연락하는 거랑 완성품 프라가라흐 들고 선혈대공 에릭 찾아가는 거 다림이 앵커 내용은 다림이 용광로행 했다가 실패하고 관짝이랑 융합됐는데 다림이 행운 영향 때문에 홀린듯이 몸 망쳐가면서 되살리려고 애쓰는 거 지훈이 앵커 내용은 대장간 게이트 주인 Ver.나이젤인데 도제들이 탈주해서 지구 쪽으로 나가버려서 창천검 지훈이가 잡으러 오는 거였나... 나이젤이 마검 대량 유통시켜버려서 잡으러 온 거였나... 둘다였나... (가물가물) 그런 썰이었는데 장문화가 안됨
한순간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느낀 하루가 금세 처음 다림을 만났을 때의 공손한 자세가 되어선 어색하게 중얼거린다. 게이트에 다녀온 이후로 그녀의 안에서 뭔가 눈을 뜬 것만 같았다. 아직까지 그녀에겐 자각은 크게 없는 것 같았지만, 금방일지도 몰랐다.
“ .... 저만 입어봐도 되는걸까요...!? 다림양도 입어보셔야...! ”
하루는 다림이 건내주는 원피스를 얌전히 받아들면서도, 다림도 입어봐야되는게 아니냐는 듯 걱정스레 바라본다. 하지만 다림이 골라준 성의가 있으니 일단 입어보긴 하겠다는 듯, 바로 밖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 다림양도 입어보셔야 하니 서둘러서 갈아입어보고 나올게요! ”
망설일 시간에 움직이자. 그녀의 내면에서 그런 결과를 내놓았는지, 하루는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듯 탈의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 단정한 스타일의 원피스로 갈아입는다. 그리곤 머리를 정리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하루는 이번엔 청순한 몸짓으로 한바퀴 돌아보이곤 눈웃음을 지으며 다림을 바라본다.
“ ... 이번것도 괜찮나요..? ” 이쪽은 평상시에 입고 다니는 쪽에 가까웠으니, 그나마 편안한 쪽이었기에, 그녀의 몸놀림도 한결 자연스러워 보였다.
"에이... 칭찬도 너무 차이가 나면 허식이 되어버리는걸요?" 그래도 하루 양 같은 분에게 시선이 대단하겠다는 말을 들으니 기뻐지네요.. 라고 조금은 얼굴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고개를 숙입니다.
"자연스럽네요~" 자연스럽게 하다보면 정말 다른 사람들 자각 있게 홀려버릴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하는 다림이었습니다. 자신도 입어보라는 말에 하루 양의 예쁜 옷들을 입고 나오면 저도 한번쯤 입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라고 말합니다.
"하루 양만 입어도 옷가게 입장에서는 땡잡은 거니까요. 저는 덤?" "예쁜 것으로만 치면 아까 게 좀 더 예쁘긴 하지만 자연스러운 건 이게 낫네요... 그럼요. 괜찮아요" 라고 말하면서 손뼉을 짝짝 치려 합니다. 하늘색 블라우스와 일자 바지 쪽도 이 단정한 원피스도, 아까의 과감한 시스루 블랙 원피스도 좋은데... 다 사는 건 그렇고 하나만 산다고 하면 조금 의외성으로 하늘색 블라우스와 바지 쪽을 추천해줄지도 모릅니다. 고민하는 다림은 자신이 입어볼 만한 가벼운 캐미솔에 가디건을 받쳐 입는 것을 둘러봅니다. 이건 하루 양에게 추천드리기엔 너무 노출이 많고..
"하루 양은 이거랑 이거 중에선 뭐가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가볍게 몸에 대어보는 것은 얇은 티를 받쳐 입고 캐미솔을 얹은 타입입니다. 다른 손에 들린 건 트임 터틀넥이네요. 꽃샘추위 날 때 입으면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261 뭔가 말하려면 길어지는데... 전에 용광로 얘기의 연장선(?) 다림이한테 승부를 걸면 어떻게 하든 다림이의 행운이 '다림이가 이기는 쪽'으로 인도해서 져버릴 테니, 다림이의 행운 자체를 공략하는 방향으로 다림이에게 해 안 가게 분리하는 쪽으로 하려 했는데, 문제는 용광로까지 들어가놓고 행운과 분리에 실패해버렸고, 그대로 관으로 만드는 루트가 되어버린 경우. 다림이에게 행운이 그대로 있고 의식이 있는지 장담할 수 없기에 위험성이 그대로라고 여겨져 가만히 있는 관에 수십 수백개의 봉인을 걸어서 밖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했는데 정작 직접 관으로 만들어버렸던 나이젤이 씨게 영향을 받아버렸고 결국 홀린듯이 사슬로 되어 있는 봉인들을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면서 전진... 성당같은 풍경 속에 흰색 하늘색 연하늘 그런색 아니 표현을 못하고 제 머릿속엔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색이 뒤섞인 푸른 색의 관이 놓여있고... 관을 열면 다 녹아 관이 되어버렸지만 남아있던 다림이의 푸른 머리카락 다발이 미련처럼 놓여있다던가, 잠들어있는 듯한 다림이의 환각이 보인다던가. 어느 쪽이든 '행운을 가진 온전한 인격체 다림'을 복구하려는 행운에 휩쓸린 것을 자기 생각과 사랑으로 믿어버리고 한 번 더 용광로에 집어넣어 복구하려 하는 나이젤. 몇 번이고 집어넣으면 불길에 휩싸인 인격이 완전히 쇳물 속에 녹아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기에 딱 한 번의 대작을 만들 생각을 하며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고 괴로운 사랑을 주는 나의 랴난시. 라고 광기 속에서 속삭이던가? (랴난시가 뭐냐면 아일랜드 요정인데... 검색하면 나와용) 그리고 관을 가져가려고 그 하늘색 관을 토막내고 있는 나이젤을 창가에 앉아 있는 흐릿한 다림이의 환영이 바라보고 있다던가... 하는 게 생각났던 겁니다. 우왓! 장문 TMI투성이!
>>274 머리카락 키스가 사모라는 뜻이라던가요. 감각이 없는 신체부위라서인가... 그래서 머리카락 남겨둔 이유가 머리카락키스 보고싶어서였고. 환각으론 다림이의 머리카락을 받치는 거지만 실제론 텅 빈 관의 은하수를 펼치는 거라던가? 랴난시라고 한 이유가 홀린거 비슷한 상태고 기빨려서... 다림이 완성시키면 대작의 대가를 지불하고 죽을것같고. 그래서였고. 아마 그런겁니다...? 일단 리얼다림이는 창가에 앉아서 보고있는쪽이고 관에 있는 쪽은 가짜 or 행운의 농간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본인격은 잠들거나 섞여있거나 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일지도... 하면 아마 행운의 실체화 쪽이 맞겠네요.
>>279 [학원섬에 들어와서 첫 지급품 무기를 받을 때부터 쭉] [극초기엔 랜스 지망이어서 무기를 받았는데 금방 서포터로 전향하기로 해서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아직은 잘 쓰고 있어] [랜스 시절은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서 적성도 없는데 가끔 무기 있으니까 랜스도 할 수 있지? 란 말을 들어]
피그말리온과 랴난시.. 피가 돌고 살아있지만 제작품으로써 도구인(도구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것으로 완성되어 눈을 뜨고 나이젤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행동하는 것은 휘청거리며 끌어안는 게 아닐까요. 혼란스럽고도 안타까움이 흐릿하게 있으면서 행운은 입의 표정을 기묘하게 웃는 표정으로 바꾸지만 다림의 본질은 울 것 같은 눈으로 나타나고, 결국 만들어버리고 말았네요. 같은 말을 하면서 대가를 지불하는 나이젤을 계속 끌어안고 있다가... 인간들에 의해서 코스트취급 받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 하는 다림을 보며 방긋 미소를 지은 체,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루는 이런 말에 빈말을 던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 다림도 그녀가 말한데로 꾸민다면 누구의 시선이든 성공적으로 끌 것은 분명했다.
다림이가 다시금 챙겨준 옷을 받아든 하루가 결심했다는 듯 말하곤 안으로 들어간다. 부끄러워 하면서도 다림이 가져다주는 옷을 입어보는 것은 분명, 자신에게 향하는 호의를 그녀는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그것이 나쁜 호의도 아니었으니.
“ 덤이라뇨, 저랑 다림양이 무슨 차이가 있다구요. 그런 말씀 하시는거 아니에요. ” “ ... 확실히 이쪽이 평소에 입는 스타일에 가깝기는 해서요. ”
시스루 같은 것은 아무래도 그녀가 살던 성당에선 입을 일이 극히 적었으니, 지금 걸치고 있는 옷 쪽이 자연스러운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물론 다림의 안목이 좋아 예쁜 옷을 골라준 것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다림의 조언을 생각하며, 다림이 자신이 입을 옷을 고르려는 듯 보이자 서둘러 원래의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 으음.. 으으음... ”
패션에는 좀 약한 하루는 서둘러 갈아입은 옷들을 품에 안고 나와선 다림이 고른 것들을 번갈아보며 고민에 빠진다. 열심히 다림과 옷에 시선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고민을 하던 하루는 결정한 듯 손가락으로 자신만만하게 터틀넥을 가리킨다.
“ 터틀넥 쪽이 좋을 것 같아요! 다림양은 몸매도 좋고, 미모도 좋으셔서 돋보이는 트임 터틀넥 쪽이 훨씬 나을 것 같아요! ”
초롱초롱한 눈을 한 체, ‘이거에요, 이거!’ 하고 말하는 것처럼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물론 몇 번인가 그렇게 가리키곤 슬쩍 자신이 없어진 듯, ‘별로인가요..?’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오긴 했지만.
>>320 이럴수가 피그말리온은 화현이 쪽인데 영역침범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결국 피그말리온은 완전한 인간을 만들어냈지만 다림이는 도구로서 완성되었으니 좀 불완전한 게 아닐까요. 휘청거리며 껴안는 다림이를 밀어내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고, 눈은 맞추지 않은 채로 미소짓는 입술에 떨어트리듯 입을 맞추던가... 그리고 뗐을 땐 사람을 빚어낼 재능을 행운의 보조로 얻어냈기에 그 대가를 생명으로 치르는 진짜 랴난시 같은 과정이 이루어지면서... 원망하듯 다림의 모습을 한 행운이라고 믿고 있는 다림을 연신 밀어내려고 할까요? 원래대로 인간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결국 도구로 만드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어째서 대가는 똑같이 받아가느냐고. 온전한 인간이 아니어도 인격과 행운을 갖춘 존재로 빚어지기만 하면 됐던 거냐고, 만족하지 못한 것처럼 부정한 감정을 쏟아내다 식어버리거나. 코스트 취급 무엇... 우리 다림이(언제부터??) 도구취급 하지말라...
하긴. 메이크업의 기술을 통해 이것저것 함으로써 꽤 예뻐진 적도 있기는 했지.. 일시적이긴 해도.. 그치만 온전히라고 한다면 그것도 애매하고.. 빈말이 아니란 것을 느끼기는 햇지만, 그래도 계속 그렇게 대답을 돌려주면 한동안 계에속 그렇게 무의미할 정도의(진심이 아니란 건 아니다!) 릴레이가 이어질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려 하네요.
"자연스러운 것도 좋지만 가끔은 기분 전환으로 안 입던 스타일도 좋아요." "뭐.. 안 어울리는 스타일을 입는 건 그렇지만..." 하루 양이라면 다 어울리니까 즐거운 고민인걸요. 라는 답을 내줍니다. 데일리인데 조금 색다르게 입고 싶다면 이런 색이 조금 다양한 블라우스에 면바지나 품이 넓은 일자바지도 어울리고.. 티 위에 캐미솔을 겹쳐입는 식으로도 괜찮고요.. 같은 것들을 추천해주네요.
"엣.." 돋보이는 트임 터틀넥을 진짜 선택했냐는 것을 보고는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입어보려 합니다.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가끔은 겨울 뺨치는 추위가 오는 만큼. 나쁜 선택이라고 볼 수 없지요.
"그..으... 역시 이런 터틀넥은 조금 부끄럽네요.." 그냥 오프숄더인 거랑 이렇게 가로트임이 들어간 거랑 별반 다를 것도 없는데. 어째서 가슴 부분에 트임이 들어간 게 더 부끄러운 걸까요.
자신의 말에 일단 고개를 끄덕이는 다림을 하루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녀의 생각엔 다림 역시 누군가의 선망을 받을만한 사람이었으니까.
" ...그러면 사는 건 처음에 입었던 걸로 해봐야 하겠어요. 안 입던 스타일.. "
그리고 잘 어울린다고 해주셨으니까, 조금은 수줍게 말하던 하루는 다림의 말을 잊지 않았다는 듯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살 것을 골랐지만, 다음번에 와서 옷을 살 때는 다림이 말해준 것을 참고하기 위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에 기억을 해둔다. 영성 S의 능력을 여기서 발휘하는 모양이었다.
"분명 잘 어울릴거에요. "
엣,하고 얼굴을 붉히는 다림을 보며 걱정말라는 듯 엄지를 들어보인다. 늘씬한 다림의 몸에는 꽤나 잘 어울릴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사실 그말을 뱉기 전까지는 머릿속에서 수십번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였지만.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그 시뮬레이션이 정확했다고 말하는 듯 했다.
" ......다림양... 다림양... " " 이걸로 골라야 해요, 지금 그러니까 완전 귀엽고, 아리따워요...! "
어색하게 서있는 다림의 두손을, 잠시 한쪽에 고른 옷을 올려두곤 잡으며 열성적으로 말한다. 뭔가 다림은 부끄러워 하는 듯 했지만, 하루에게는 이게 정답이라는 느낌이 머리에 꽂혔는지, 강력하게 밀어붙일 생각인 듯 했다.
어 맞다 일하기/공부하기 싫어서 짬짬히 대략 이런 내용을 써둔 게 있어서...다듬어서 가져와봅니다...ㅎ
situplay>1596248384>259 "수도 없이 말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살피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라보는 것이다."
(대충 갑자기 생각나서 오늘 잠깐 찾아봤다가 뒤늦게 머리깼었다는 애옹) (대충 왜 힌트를 줬는데 알아차리지 못하니!!라며 김첨지톤으로 우는 애옹)
그래서 살펴봤습니다 저번 진행레스... 청천이 분명 디버프 시도하려고 의념속성 실어서 마탕귀 때렸는데 디버프는 안 걸리고 살덩이가 떨어져나왔단 말이져? 만약 망념치를 덜 쌓았다든가 의념속성 활용이 잘못된 거면 미사 방어막처럼 망념 덜 쌓아서/혹은 다른 이유로 출력이 약하다고 하시지 싶거든요... 이거 캡틴도 너 뭐세요?라며 뭔가 이상하다는 암시를 주시려고 하신 것 같거든요 제 생각에는...? 그래서 마탕귀는 살덩이≒친구인 군집체형 몹인 것 같다고 궁예해봅니다!! 마양이 마탕귀에게 공격을 유도할 때 친 대사를 봐도 그렇고요. 마탕귀에게 디버프를 걸려면 무기에 속성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몹 전체를 대상으로 거는 게 좋겠고... 데미지를 주려면 다단히트를 넣든지 아니면 넓은 범위에 피해를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상했던 목소리가 들려오고 미사는 초초한 마음을 가리며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반항심을 감추고 훌륭한 엘리트 노릇을 하기 위해 익힌 무심함의 가면은 일상에서도 도움이 되었다. 앞에 선 소년은 술이 덜 깬 상태로 홀로 고독을 즐기려 나오다 무방비하게 마주한 상대로는 매우 좋은 상대는 아니었다.
"조금. 평소에 마시지 않다가 마셨으니까."
적당히 새침하게 대꾸를 하며 탄산음료를 쥔 손의 살짝 놓았다 더 세게 틀어잡았다. 차가운 캔 겉면의 촉감이 피부를 자극하게 하며 피로한 정신을 어떻게든 똑바로 일으키려는 노력을 한다.
참 이상하단 말이지. 난 얘를 본적이 없는데. 어제는 논다는 흥분과 과제를 하느라 반쯤 풀어진 터라 정신이 없었을 뿐더러 밤이라는 시각 탓에 모인 학생들의 면면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마주한 그의 말투나 어조가 이상하리만치 익숙했다. 중학생 때 알던 애였나. 그럴리가. 중학생 때는...
"잠을 적게 자도 문제가 없다니 부럽네. 그리고 술은 왜 안 마셨어? 혹시 겁나서?"
잠시 떠오른 생각에 다시 기분이 다운된 미사의 입에서 뾰루퉁하게 퉁퉁거리는 말이 나왔다. 이 정도로 흔들리다니 역시 술을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술을 마시고 쓰면 과제가 잘 된다는 학교의 격언이 있어서 좀 마셨지. 잠이야 원래 어렸을때부터 못잤으니까."
"보통은.. 사람마다 조금 강점이랑 약점 같은 걸 감안해서 추천해주거든요." 약점은 가리고 강점은 눈에 띄게? 라고 말하면서 가볍게 예를 드는 건 어깨가 넓으면 수평선 계열의 옷을 피한다거나.. 일자 몸매인 경우는 상체는 딱 맞게 한 다음 조금 풍성한 치마를 권한다거나..라는느낌? 그치만 하루 양은 뭘 입혀도 예쁘니까 입히는 맛이 난다고 조금 비밀 이야기를 말하듯 소곤소곤 말하려 하는 다림입니다.
"으.. 무..무신.." 정답이라느니. 손을 잡는 것이라던가에 조금 당황해서 눈을 데굴데굴 도르륵 굴리지만, 금방 수습하고는 그렇게나 어울려 보였나요? 라고 말하면서 트임 부분을 손으로 살짝 덮고는 조금 발그레해진 얼굴로 오늘 고른 게 정답이라는 말에
"오늘은 오늘의 정답이라면 내일의 정답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오늘의 정답도 내일의 정답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죠. 라고 생각하면서 농담하듯 말하는 말입니다. 그치만 확실히 예쁘기 뽑힌 옷들이 잘 맞는 것도 좋은 일이지 않나요?
"그..그러면 저희 또 다른 곳도 가볼까요?"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옷가게에 사람들 북적북적 하게 되어버렸고... 라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말하는 겁니다. 물론 터틀넥은 샀습니다.
밥 하나 먹는 게 꿈이라면 먹고 싶은 걸 최대한 많이 맛있게 먹어야지. 하지만, 그거 진짜 맛있어... 두툼한 치킨패티 사이에 치즈가 녹아 있어서 한 입 베어물면 짭짤하고 매콤하고 치킨을 튀길 때 땅콩가루도 묻혔는지 고소함이 느껴지는 그 맛은 장난 아니야. 육즙도 씹으면 쥬왑! 하고 튀어나와 먹다가 입 데일 뻔 했다니까. 그리고 너무 느끼한 그 맛을 피클과 양파가 잡아주는 거지. 콜라가 아니라 사이다로 깔끔하고 상쾌하게 털어낼 수도 있고. 츄릅..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러 식당가로!
식당가에 내려서 두리번 두리번... 아, 찾았다. 패스트푸드점.
"나이젤 씨는 뭐 드실래요? 여기, 제법 커서 원하시는 거 다 있을 거예요. 양식, 중식, 일식, 한식. 그리고 저어어어어번에 보니까 멕시코 음식점도 있었는데..."
무덤한 표정 너머에 있는 초조함을, 다행이도 지훈은 별로 눈치채지 못한 듯 했던가. 그야 누군가 감정을 숨기려고 마음먹으면 그저 훑는 것 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으니.
" 평소에 마시지 않던 것 치고는 굉장히 자연스럽던데. "
지훈은 일부러 짓궂은 말투로 말해보였을까. 농담에 가까웠을지도. 하여튼 간에, 눈 앞의 소녀와 대화하면서도 지훈은 미사를 빤히 바라보며 무언가 떠올리려는 듯 집중한다. 어디에서 봤더라... 분명히 본 것 같은데, 으음. 완전히 잊어버린게 아닌, 그저 기억나지 않을 뿐이라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의 범주는 아닐텐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미사가 말을 꺼내자, 어깨를 살짝 으쓱였지.
" 글쎄? 숙취가 겁나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누군가에게 들키는게 겁나서일 수도 있고, 그냥 안 끌렸던 것일지도 모르지. "
"너는 어느 쪽 같아?" 라고 오히려 물어보았던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 이에게 일부러 말을 빙빙 돌린 것, 그 나름대로의 짓궂음이었을지도 모른다. 파티에서 당한 것도 있었으니 갚아주는 것에 가깝겠지?
" 그리고 술기운에 쓴 과제의 80%는 못 써먹을 내용이라는 격언도 들었던 것 같은데... 기분탓이려나. " " 근데 밤잠을 못 자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
술마시고 과제 써서 제출한 뒤에 C나 D맞는 학생의 사례를 여럿 들었던가. 그와는 별개로 잠을 못 잔다는 말에 궁금증이 생겼는지 고개를 갸웃, 했지.
짓궂은 말에 아무렇지 않게 툭 받아친다. 몇 개월 전 친부를 찾으러 연락을 하고 미국에 갔을 때 마셔봤던 것이 처음이라 이번에 능숙하게 보여 다행이라는 사실은 절대로 비밀이다.
"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에 숙취로 인해 평소처럼 날카롭게 비꼬거나 같이 짓궂게 구는 행동이 아닌, 조금 풀어진 어조로 물었다. 손안에서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탄산음료가 점차 원망스러워 진다.
"그냥 예스 오알 노로 대답하면 안될까? 서론이 길기는. 그냥 정신을 잃는게 겁났던 거잖아. 아니면 치킨게임에서 지는게?"
그 셋중에 따지자면 누군가, 특히 교사들에게 들키는게 최악이기는 했지만 외부적 요인을 배제하고서는 정신이 자신의 것이 아닌 약물에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이 제일 께름칙했다. 흥. 작게 콧바람을 내며 마찬가지로 짓궂게 답하고서 다시 손에 쥔 음료를 바라봤다. 구질구질하지만 이게 숙취해소제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 과제들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완성하지도 못하니까 제출에 의의를 두는거지."
제정신으로는 차마 채우지 못하니까 양이라도 채우려 하는 거야. 자연스럽게 불량스러운 답이 나오고 아무렇지 않게 마실래?라고 물으며 탄산음료를 내밀었다.
전투는 격렬해집니다. 수 발의 집행은 무거운 기류를 뚫고 날아가, 상대의 살을 헤집고 폭발합니다. 강화된 후각은 매캐한 화약 냄새마저 맡을 수 있도록 하였기에, 진석은 더욱이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마탕귀에게선 살이 타는 듯한 냄새가 납니다. 실습에서 맡았던 게이트 내부의 존재의 살냄새가 아니라, 이따금 워리어 지망생들이 불길에 노출되었을 때 느끼곤 했던 사람의 살 냄새. 진석은 그렇기에 총을 들고도 생각을 굳히고 있습니다. 점점 꼬여가던 생각은 확신이 되고, 확신은 그렇기에 해답을 내놓습니다.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던 적이 마음에 더욱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 동요하지 말거라.
벨로카트리온의 목소리는 조용합니다. 이 비극 속에서도, 그는 이런 일은 아무런 비극도 아니라는 듯이, 그저 한 번쯤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듯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진석은 이 상황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싫어서 더 신경적으로 총구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치솟기 시작하는 망념과 함께 총구가 번개를 찢어낼 때, 수많은 공격 속에서 친구를 찾아 헤매던 마탕귀가 아군을 향해 그 물질단백질덩어리의 입을 벌렸을 때. 진석은 마탕귀에 몸에 박힌 총탄들의 위치를 기억해냅니다. 흐릿하게 생성되었던 미사의 보호막은 이제 선명한 방패의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폭발에서 보호할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은 충분합니다. 쏘아진 총탄은 마탕귀의 몸을 여전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짧은 도화선 위로 진석은 분노로 이루어진 불길을 토해냅니다.
살덩어리들이 터져나갑니다. 고통에 휩쓸린 생명이었던 것들의 울음소리가 기괴하게 울려퍼집니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였던 것들로 저마다의 고통을 호소하며 당신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친구, 아파, 살려줘, 그만, 돌아갈래, 미안해, 잘못했어, 아파, 죽여버릴거야, 삼켜버릴거야, 안아줄게, 따뜻해… 그런 수많은 생명들의 절규에 진석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강하게 폭발의 의념을 이용하여 저것들에게 죽음을 주는 것 뿐. 그런 진석의 의도를 잃었는지 마양은 입가를 가리고 해맑은 미소를 짓습니다.
" 마탕귀는 죄인들을 합의 항아리에 욱어넣어 만드는 식신이랍니다.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인간이고, 생명이니. 결국 당신들은 영웅이라고 하지만 필요에 따라선 구원할 수 없는 수백의 존재를 죽인 학살자나 다르지 않아졌군요. " " 궤변이다. "
마양의 말에 엔마 고도는 부정합니다.
" 이미 생명의 가치를 잃은 것에 삶이라는 가치를 억지로 부여하려 한들, 결국 그것은 꾸며진 결과물을 낳을 뿐이다. 만약의 만약을 거쳐 이 녀석들이 그런 짓을 했다고 친들 그것은 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
엔마 고도는 그대로 손을 뻗습니다. 손에는 연백색의 강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손에 맺힌 강기는 천천히 모습을 이루고, 피어내어 마침내 하나의 형태를 이루어냅니다. 그것은 유성입니다. 대기의 틈을 비집고 긴 꼬리를 남기며 유성이 떨어집니다. 백색의 권강은 마탕귀의 몸을 불태우고, 살을 태우고, 마침내 숨을 끊어낸 뒤 마양에게 말합니다.
" 어리숙한 학생마저 전장에 세운 어른들을 탓할 것이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전장에 선 학생들을 탓할 순 없다. 어디까지나 아이들은 어른들의 희생양이 되었을 뿐이니. "
엔마는 단언합니다.
" 모든 책임은 어른들의 몫이다. "
엔마는 자신의 전신에 흉흉한 강기들을 풍겨내며 자신의 뒤를 바라봅니다. 쓰러진 채 온 몸을 지탱하고 있는 다림, 친구들을 막아내기 위해 망념을 소모하고 있는 미사, 살덩이들의 정체를 알고 그것들을 해방하기 위해 수십의 망념을 감수한 진석, 그리고 다림을 지키기 위해 급히 다가오는 청천까지. 이 모든 것이 자신과 같은 어른들의 실책이라고, 엔마는 슬픈 눈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 .. 교사를 그만둘 날이 왔을지도 모르겠어. "
엔마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몸을 그대로 부풀립니다. 순식간에 온 몸에 피어오른 연푸른색의 빛을 청천은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스승, 소서가 말했던 무인의 최상위 경지. 이제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하여 화경化境이란 이름으로 부른다고요. 그 상상 속 꿈의 경지에 딛은 사내는, 그대로 땅을 내려칩니다.
침묵. 처음은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땅이 흔들리고, 우리들의 시각이 흔들리고, 우리들의 세상이 흔들릴 때. 광음. 이후는 그렇게 변화합니다. 땅이 터져나가고, 몸이 떠오르고, 세상과 하늘이 반대로 변화하며 폭음. 너무나도 거대한 소리에 귀는 잠시나마 듣는 것을 잊습니다.
그 강대한 위력 속에 휘말린 학생들은 잠시 당황스런 눈을 짓습니다. 마양은 자신의 품에서 수 개의 부적을 꺼내듭니다. 순식간에 마양의 품으로 접근한 엔마의 주먹은 공기를 터트리며 수 번의 일격을 가하고, 그것을 막아내는 마양의 눈은 조금은 놀랐을지언정. 아직은 여유롭습니다. 그 순간에 청천은 자신의 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듭니다. 자신의 삶. 자신의 운명, 자신의 시간들이 적힌 책을 들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래를 향해 눈을 돌립니다.
그 풍경은, 어쩐지 익숙한 풍경입니다. 매화나무가 가득 피었던 숲. 망념에 허덕이던 청천에게 처음으로 소서가 망념을 조절할 이유를 알려주었던 날. 분노에 눈을 잃었던 소서가 청천에게 주먹을 내질렀을 때 소서가 그것을 가만히 맞아주었던 날. 청천은 소서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왜 피하지 않았는지, 왜 가만히 있었는지. 소서는 말했습니다.
" 분노로 행한 결과는 어떠하였는지. 그것이 개운하였다 할 수 있겠느냐? "
소서의 말에 청천은 이를 갈면서도 고개를 돌립니다. 치솟기 시작하는 망념을 가지고도 의지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돌린 청천에게 소서는 자신의 볼 어귀에서 한 송이 꽃잎을 떼어내어 청천에게 건네줍니다.
" 힘으로 이룬 복수는 힘의 결과를 낳는다. 죽음으로서 완성된 복수는 또다른 죽음을 야기한다. 삶으로서 행한 복수는 결국 잊으라 말하는 것 뿐이다. 내가 너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복수를 포기하라는 말도 아니란다. "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 너는 너만의 방법으로 이미 한 번의 복수를 이룬 적이 있으니 말이다. "
소서는 미소와 함께 청천에게서 멀찍히 떨어진 채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그들이 뺏은 것을 다시금 뺏어 오면 된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이지만 그것이 네가 정한 정도正道라면 고개 숙여서야 되겠느냐. "
그 부드러운 미소를 청천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 너의 길을 걷거라. 청천아. "
소년, 푸른 하늘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는 유독 흐립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하늘입니다. 붉게 물든 하늘은 내일의 사건을 불러올 것만 같고 비릿하게 풍기는 피냄새는 그 참사를 말하는 것만 같아서요.
[ 제 3차 의념 전쟁 당시 신 한국의 가디언이었던 이청천은 의념 범죄자들의 손에 자신의 양부였던 이소서를 잃었다. 그들이 양부를 죽였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는데, 그가 이종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과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고 게이트를 넘어온 족속들이 살아있는 꼴을 못 본다며 저항하려던 그에게 인질들을 들이밀며 목숨을 끊을 것을 증용했고, 결국 그는 인질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심장에 핀 꽃을 떼내어 자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은 청천이 시간이 꽤 지난 뒤였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누나. 자신에게 비밀로 숨기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는 가족들. 이청천은 그 기세로 집을 떠나 수 개월간 수많은 의념 범죄자들을 붙잡아 신 한국의 치안청에 그들을 넘겼다. 결국 그 소식은 신 한국의 국왕. 유찬영의 귀에 들어갔다. 청천은 유찬영과 만난 자리에서 몇 가지 대화를 나누었고, 곧 신 한국의 치안부장으로 임명받을 수 있었다. 그는 수많은 범죄자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감옥에 집어넣음과 동시에 신 한국으로 귀화한 수많은 게이트 출신인들의 차별을 대변하며 그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
... 그리고, 가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달이 보일 때면 자신이 하던 일을 두고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한다. ]
클라우디는 허공에 몸이 뜬 채로 붉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구름은 뭉게뭉게 흐르고 있고, 시간은 어중간히 붉은 태양과 함께하고 있으며, 주위에는 수많은 약탈자들이 있고 그들에게 피해입은 피해자들도 가득합니다. 클라우디는 하늘에 대고 숨을 후 하고 불어넣습니다. 그 의지가 반영되기라도 하듯 작은 공간의 경계가 생겨나 청천의 색을 하늘에 불어넣습니다. 그 색은 맑은 하늘입니다. 클라우디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맑은 하늘을 보며 클라우디는 장난스런 목소리로 마양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뻗습니다.
" 그거 아시나요? 유독 하늘이 맑은 날. 햇빛도 적당히 쬐기 좋고, 바람도 적당히 차가운 어느 날의 다음날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는 일도 많다고 해요. "
미소를 짓는 클라우디의 모습에 마양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르지만 무언가를 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챈 엔마는 한 걸음 떨어진 채로 마양을 견제하며 클라우디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줍니다.
" 참 이상하지 않나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어떻게 그런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고, 번개가 내려치는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지만 그것도 참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
클라우디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그 미소는 천진난만한 아이같기도 하고, 사람을 홀리는 귀공자와 같이 유려하기도 하고,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배우같은 매력도 있습니다. 클라우디는 손을 뻗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의념기
" 클라우디가 전해드립니다. "
찬탈자 브라한
" 오늘은 내림의 흐림 주의보. "
마양의 몸에는 수많은 계약들이 묶여있습니다. 식신을 부린다는 것은 곧 식신의 정신을 사역한다는 것. 그렇기에 마양의 정신에는 수많은 식신들의 정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툭.
클라우디는 그것들을 끊어내며 미소짓습니다. 찬탈자는 마양이라는 하나의 주권을 완전히 짓밟아버립니다. 마양을 이루고 있던 계약의 흔적들, 사역의 증거들, 마양이 다스리는 모든 것들을 빼앗고 미소지으며 클라우디는 손을 뻗습니다. 빼앗은 것들은 클라우디의 손 위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마양이 분노하려 하기도 전에 클라우디는 케인을 천천히 움직이며 사역의 증거를 흩어버립니다.
" 당신이 빼앗았던 그들의 정신은, 내가 훔쳐 해방시켰답니다. "
클라우디의 장난스런 목소리에 마양의 눈이 떨리고, 식신들은 갑작스럽게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분노를 토해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조종당했단 것에, 자신이 사역당했다는 것에, 자신의 의지를 잃고, 자신의 힘을 바쳐 누군가를 섬겼다는 것에! 그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 .. 이럴리 없어. "
마양은 놀란 모습으로 품에서 수 개의 부적을 꺼내들지만 반응은 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해방되었기 때문입니다. 찬탈자의 손에, 찬탈자의 힘으로! 그러나 클라우디는 흐릿하게나마 알고 있습니다. 이 기회가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요. 마양은 이러니 저러니 하더라도 뛰어난 무녀. 곧 자신의 식신들을 다시금 통제해낼 것입니다. 그동안 마양을 노리는 것이. 아군에게 정해진 역할이겠지요.
" 지금까지 Mr. 클라우디였습니다. 다들, 푸른 하늘이 뜨는 날 다시 만나요. "
그 장난스런 말과 함께 클라우디는 청천으로 돌아옵니다. 치솟기 시작하는 망념을 느끼는 것은 오랜만이지만, 저렇게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 마양의 얼굴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후안주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어요...ㅠㅠㅠㅠ 시점이 어떻게 되든...현생은 있는데 스레는 뭔가 안 맞는듯 싶고 해서 시트를 내리시는 거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저도 전에 비슷한 고민하다가 못 견디고 시트 내린 적이 있어서 충분히 이해 가지만, 그래도 조금은 슬프네요... 후안주 잘 쉬시고, 그 동안 함께하셨던 시간이 즐거우셨길 바래요. 안녕히 가세요.
으아악 그리고 히어로모멘트...히어로모멘트가 너무,.,멋집니다 으아아악..8ㅁ8 그래서 의념속성 부여해서 공격했을 때 청천이의 의념에 살덩이가 딸려온 거였군요ㅠㅠㅠㅠ단순한 군집형이 아니라 사람들을 희생시켜 만들어진 것이고 그 하나하나가 통제권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원혼이어서!! 그리고 엔마 고도 선생님도 너무 멋집니다ㅠㅠㅠㅠ으아악 모든 책임은 어른들의 몫이다라니 너무 멋진 어른이 아닌가요...! 또 괜히 바다 세스비에트의 악몽 if에서 이종족 해방 전쟁이 벌어진 게 아니었군요...왠지 제 촉이 얘네가 같은 세계선일 것 같다고 말하고 있어요. 으악 세상에 소서아저씨 으아규ㅠㅠㅠㅠㅠ청천이 그렇게 치안부장이 된 거였군요 너무 슬프다... 와 근데 찬탈자라니요!! 계약 다 뺏어서 끊어버리고 사역된 혼들 해방시키는 거 너무...너무 간지나요... 대박이다 이건 너무 청천이다운 모멘트고 너무 청천이다운 효과에요...이건 최고다ㅠㅠㅠㅠㅠㅠㅠㅠ
글고보니... 저는 얼마전에 역작을 완성했씁니다죠 쿠쿠루삥뽕뿡 나이젤 씨는 어떤가요? 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사고 싶은 게 없다, 먹고 싶은 게 없다... 대체 욕망이란 게 있는 걸까... 이런 부분은 조금 껄끄럽지만... 애써 무시.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가서 키오스크에 화려한 터치로 음식을 주문한다. 나는 더블패티치킨버거에 피클이랑 양파 소스 추가하고.. 음료는 사이다, 얼음 빼고. 음, 감자튀김은... 그대로 하자.
젠장! Whitestring! 자랑하지 마라~~~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생각에 잠긴 나이젤의 시선이 바닥을 긁었다.
"뭔가, 주문받은 거라면 그대로 구체적인 것 비슷하게 해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스스로 생각해보면 잘 되지 않더라고요."
방 한구석에 놓여 있을 아이템화되지 않은 검과 제품명 같은 이름이 붙은 작은 단검을 떠올리며 미소가 젖어들어간다. 그건 정확히 누구에게 주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만들었던 거니까, 둘 중 하나라도 채우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가게에 들어가서는 화현의 화려한 터치를 말없이 보고 있다가 결제할 때 살짝 끼어들어서 값을 지불한다. ...쿠폰은 있는데 왜 지갑은 놓고 온 걸까?
"저도 의식적으로 사 먹으러 온 건 오랜만이란 생각이 드네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서 장담은 안 되지만. 지금까지 먹은 빵의 갯수를 기억하고 있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적당히 앉아서 기다릴 만한 자리를 찾아 화현의 의자를 빼고 그쪽을 바라보던가? 그리고 반대편 의자를 빼서 앉았을 것이다. 기다리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가게 한구석에 망고치즈버거라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맛있게 찍으려고 최대한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사진과 쓸데없이 비싼 가격을 머엉하니 쳐다보다 말을 뱉는다.
"저런 것도 먹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온 거겠죠?"
여러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 주기적으로 이상한 메뉴를 내놓는 건 왜일까. SNS에서 반짝 화제 되고 단종될 텐데.
"주문제작 전문인가요... 하지만, 그래선 좀... 발전하기 힘들 것 같아요. 제 경험담이니까요... 남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그냥 그걸 하는 사람이 될 뿐이지.. 자기 색은 절대 낼 수 없어요. 색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낼 수 있는 거도 중요해요."
살짝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래도 잘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적어도 시도는 했다는 거네. 굿맨굿젤 쿠폰은 그거다. 그거. 주머니에 영수증 넣어두고 깜빡했다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영수증에 쿠폰이 있네? 같은 그런 거.
"삶에 다른 부분을 좀 의식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그런 것도 경험이 될텐데... 의식적으로 안 먹던 것도 먹어보거나... 의식적으로 안 하던 짓도 해보고, 의식적으로 저랑 같은 애니메이션도 보고, 의식적으로 방금 한 말은 무시하고."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신제품 포스터가 있어서 그걸 바라본다. 흠, 망고치즈버거? 흠... 흠... 맛있겠는데? 치즈의 느끼함과 짠맛을 망고의 시고 단 맛이 커버해줄 것 같아. 그리고 망고소스가 걸쭉한 소스라 손은 좀 더러워지더라도 묵직하지만 가벼운 버거를 먹길 원한다면 딱 좋을지도?
"글쎄요... 하지만, 맛은 있겠어요. 설명에 보니까 루를 볶아서 거기에 망고 농축액과 간 망고를 넣고 볶아 소스를 만들엇다고 하네요."
그치만... 이제 앞으로 수련할 거라 장인의 혼을 쓸 일이 더더욱 없는걸... (장혼:당 신이밉 다) 그 와중에 동아리 출석까지 합치면 망념이 더 빠듯해짐. 전문분야와 동아리활동이 달라서 슬픈 맨.
"알고는... 알고는 있지만요."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작자와 판매자를 겸하고 있는 자신의 위치. 그리고 아마 이상으로 여겨야 할 건, '만들면 그것이 타인의 필요가 되는 사람'일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청월의 워리어와 만났던 일을 떠올리는 나이젤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엔 고개를 저으며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봤는걸요?"
라는 대답을 했다. 처음 학원섬에 와서 접한 모든 것들은 '해보지 않은 것'들이었으니. 결국 진리는 먹던 걸 먹고 교복만 입고 다니는 것이었다. 제일 편하다... 말하는 것에 약간 움찔하다가 끝까지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는 듯 테이블에 손을 올렸다.
"그런가요? 그냥 보면 그리 맛있어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그냥 사진을 못 찍어서 그런가? 하고 사진을 빤히 쳐다봐도 식욕이 들 만한 비주얼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이젤 기준 말고 평범한 기준으로. 결국 평가를 그만둔 나이젤이 포스터에서 화현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메뉴를 만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모르겠어요-"
막 생겨난 날것의 생각을 잘 다듬어 세상에 내놓는 것. 진부함을 향한 외면과 독창성을 향한 외면을, 공격을 받기 좋은 치부를 대낮의 사거리에 걸어놓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화려하고 좋은 물건에 사람이 모여드는 전시회에서, 딱 한 명 내 물건에 선 사람 앞에서 덜컹덜컹 흔들리던 마음이 있었다. ...다시 만났을 땐 칼을 들고 있었지. 됐다, 이 생각은 그만하자.
자캐의_음주_습관은 좀 취함 + 술이 많으면 병으로 마십니다. 컵은 장식일 뿐. 취했을 때 주정은 아주 여러번 말했지만 규칙찾기입니다. 탑쌓기만은 아닙니다. 규칙을 찾으려고 했는데 딱히 규칙이 없으면 자기가 직접 규칙을 만들기 위해 대칭탑을 쌓거나 합니다. 사람이나 물건들을 정리하기도 함.
자캐의_정신적으로_지쳤을_때_행동은 평상시대로 행동합니다. 하지만 할 일이 없어지면 멍하니 얼빠진 채로 돌아다니거나 합니다.
코타츠에 넣으면? 평범하게 노곤노곤하다가 잠들지 않을까요. 점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스르르 들어가다가 전신 다 들어가서 나중에 들어가려고 다리 밀어넣던 사람이랑 부딪치고 놀랄 타입. 코타츠 안에서 구겨져 있는데 와플기계에 넣은 떡이 녹아서 넘치는 것처럼 팔만 쑥 나와서 잠꼬대처럼 안고 잘 것 찾고... 그런데 없는. 따뜻함이 체온이 아니란 걸 알면 깨자마자 조금 서글퍼질지도 몰라요.
다림의 말을 얌전히 듣고 있던 하루는 선망의 눈을 한 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림의 이야기를 듣는다. 잘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카사의 옷을 사주거나, 다른 친구들의 옷을 골라줄 때 써먹으려는 생각인 듯 했다. 물론 뒤에 이어진 다림의 소곤거림은, 하루의 새하얀 귓불을 복숭아빛으로 물들게 만들었지만.
“ 네, 완전 잘 어울려요...! 오늘의 픽은 분명히 이거라고 생각해요....! ”
당황한 듯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다림을 보며, 하루는 눈을 반짝였다. 적어도 이 가게에 있는 것들 중 눈에 띄는 옷들 중에서 이것만큼 잘 어울리는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물론 다림을 생각해보면 더 많았겠지만, 발그레해진 얼굴을 한 다림이 터틀넥을 입은 모습에 꽂힌 하루의 생각이었지만.
“ 그럼요, 내일의 다림양에게 어울리는 건 또 있을거에요...! 제 실력이 아직 모자라지만 다음번엔 제가 골라드리는걸로... ”
농담을 하듯 말하는 다림에게 힘껏 고개를 끄덕여보인 하루는 이내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말하는 다림을 살피곤, 그제야 두사람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하루 역시 오프숄더 원피스를 사가지고는, 얼굴이 붉어진 다림을 데리고 서둘러 옷가게를 빠져나옵니다.
“....왠지 저희가 시선을 엄청 끌어버린 모양이에요. 그래도 즐거워서 좋지만요... ”
후후, 하루는 옷가게에서 나와선 다림을 보며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고, 어떻냐는 듯 다림을 바라보았다.
나, 에릭 하르트만은 평소와 다름없이 산책을 하던 중, 익숙한 게이트를 발견하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릴 기다리던 김진단씨는 심심하던 차에 게임을 하나 하지 않겠냐며 제안하였고. 어차피 들어주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이 글러먹은 어른과 함께하기 위해 익숙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렇게 평소처럼 모인 우리들을, 김진단씨는 커다랗고 고풍스러운 저택으로 안내해주었고, 곧 각각의 사람들에게 지정된 열쇠를 넘겨주며, 방 안에 들어가면 파티에 어울리는 복장이 있을 것 이니 입고 나오라고 말해주었다.
이후엔 평소처럼 그저 가볍게 담소를 나누고 즐겼을 뿐 이었으나.... 시간이 늦어 방으로 들어간 뒤,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다시 응접실로 모인 우리들이 본 것은....
싸늘하게 식어있는 김진단씨의 시신이었다.
// 1. 외전격 2. 마피아는 다이스로 결정. 모두가 정답을 알고있지만 센스와 연기로 커버 바람 3. 마피아는 한명이 될 것 같음 4. 지금 저녁먹을 시간이니 대충 6시 정도가 적당할 듯 하다
"혼자만 즐거우셔도 되지만.." 그래도 둘이 같이 즐거운 건 좋아요. 라고 말하는 다림은 정말로. 혼자서만 즐거우셔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초롱거리는 눈빛에 어쩐지 잘 추천해줘야 할 것만 같은 의지가 듭니다. 이것이 미소녀 효과...?
"영화관에서 뭘 먹을지 고르는 것도 즐거우니까요" 버터오징어나. 카라멜 팝콘이나.. 치즈를 얹은 나쵸같은 것도 있대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신 한국에서 간혹 들리던 팝그작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거니까. 기대되네요. 라고 말하다가 데이트를 진짜로 만드려는 것 같은 하루를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릴까요? 그치만 하루 양은 귀여운걸요.
"로맨스 영화로 보면서 데이트를 진짜로 만들면 하루양을 노리는 늑대가 울지도 몰라요?" 일반적 인식에서 남성을 늑대로 칭하기 때문에 다림이 한 말은 틀리거나 넘겨짚은 게 아닙니다. 으음.. 하면서 주위를 돌아보면 슬쩍슬쩍 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흩어지네요. 다만 하루에게 어떻게 들릴지는 모를 일입니다. 다림은 팔짱을 낀 하루를 코트 자락에 감싸듯 슬쩍 끌어안으려는 것처럼 부비작거리며 로맨스 영화 판촉물을 뽑아서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게이트 사태 중반기의 절절한 로맨스네요.." 저거는 지금 시대 쪽 로맨스일 것 같고요.. 라고 속삭이듯 말하려 하나요? 요망하게 굴려면 요망하게 굴어야죠.
시신이 놓인 곳에 멀지 않은 거리에 단검이 떨어져 있었답니다. 손잡이에 피가 남성의 손모양으로 묻어있고 칼날쪽에도 찌른 것 같이 피가 묻어 있어, 누가 보아도 흉기로 사용된 듯한 검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저게 진짜로 사용됬을리가 없겠지요? 그럴수 밖에 없답니다. 미쳤다고 대놓고 흉기를 드러내는 범인이 있을까요? "사인은....과다출혈. 상처가 크고 깊지 않아 보이는 게 장검은 아니고, 그렇다고 송곳은 더더욱 아닌 거 같사와요. 에릭 군 말대로 단검으로 돌아가신 듯 하답니다. "
아무튼 대충 모두의 알리바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진단씨의 주먹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펼치며 살펴보았다.
[게이트의 규칙]
" ...? "
[이번 게이트는 지난 술게임, 왕게임과는 조금 다른 룰이 적용됩니다] [5분 중에 한명이 마피아가 되고, 여러분은 그 마피아를 찾으면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마피아가 이기는 경우도 나갈 수 있지만, 대신 마피아에게 선물을 추가로 드릴테니 의욕을 내주세요~] [룰은 기본 마피아와 거의 동일하니 걱정말아주십쇼]
>>831 서 있다가 다쳤다는 것인지, 시신에 묻은 피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묻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신발 쪽에도 묻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답니다. 고통에 움켜쥐다 생긴 것인지 팔 소매자락에도 피가 묻어있었지요. 다만 팔 부분의 흔적은 조금 의도적으로 흩뿌린듯한 느낌이 없지않았답니다. 당연히 알 수밖에요. 내가 메스로 직접 뿌린 거니까요. "에미리는 어제 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들었답니다. "
대부분 하루가 아는 것은 경험이 아닌 정보에 불과했기에, 다림의 말에는 그저 그렇다고 들었어요 정도의 어조로 대답을 이어간다. 이것저것 공부한 것은 있었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보고 맛보는 것과 그저 이야기로 듣고 공부하는 것은 다를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다림이 옆에 있었기에 딱히 걱정은 없는 하루였다. 게다가 장난을 치듯 팔짱을 하자, 그것을 피하지 않고 웃어보이는 다림을 보곤 좀 더 안심이 되고 있었으니.
“ 늑대... 늑대도 조금은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죠~ ”
하루는 다림의 말이 그저 일반적인 인식에서의 남성을 칭한 것임을 알면서도, 슬쩍 그녀만 알 듯한 말을 흘린다. 이내 딱히 그것에 더 이상 티를 내지 않고, 기분을 내기로 한 것인지 좀 더 다림의 팔을 감싸안는 하루였다. 그러다 다림이 자연스레 코트 자락에 감싸듯 끌어안으려 하자 놀란 표정을 잠시 지어보이지만, 이내 맞춰주기로 마음 먹은 것인지 슬쩍 머리를 기대어보는 하루였다. 키는 비슷했으니 자연스럽게 기대는 자세가 만들어진다.
“ 그러면 저희는 절절한 로맨스로 해요. 원래 연인들끼리는 감정이 고조될수록 좋다고 하더라구요?”
자신에게 요망하게 굴려는 듯 속삭여오는 다림을 물끄러미 고개를 돌려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슬그머니 다림의 귓가로 고개를 움직인다. 그리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체, 절절한 로맨스를 보자는 이야기를 요염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마지막엔 장난스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살짝 숨을 불어넣는 것을 빼먹지 않은 그녀는 다시 다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 자, 영화도 정해졌으니까 얼른 예매하고 들어가요. 시간은 아슬아슬하게 맞는 것 가거든요. 다림. ”
평소 같았다면 다림양이라고 불렀겠지만, 갑자기 만들어진 컨셉에 맞출 생각인지 자연스레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다림에게 말을 던지며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확실한 것은 다림이 꽤나 능력이 있어 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매력 A를 휘어잡은 것처럼 보일테니.
“ 저쪽인가 봐요~ ”
매표소를 가리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하루는 옷가게에서 수줍어 하던 모습은 숨긴 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귓가가 분홍빛인 것이 아예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닌 모양이지만.
>>837 "무엇을 내걸었느냐에 따라서 다르겠네요." 그런 말을 하면서 더 쏘아붙이지도 않고 그대로 물러난다.
"봤는데 의심받기 싫어서 안 봤다고 할 수도 있겠죠?" 하고 살짝 갸웃인다. 정보가 아무것도 없으니 의심할 만한 사람이랄 것도 없네요?
"이 상처는 서 있다가 난 것 같은데, 반격은 하지 않은 걸까요?" 이 게임을 주최한 사람이 김진단씨니까 반항없이 죽어준 걸지도? 아니면 상처를 낸 사람을 못 봤다거나. 이상한 건 움직이면서 묻었다기에는 지나치게 쪼개져 튀어있는 핏방울일지도. 칼을 뽑아내면서 튀었다? 라기에도 이상하다.
"그 늑대에게 조금은 서둘러야 한다고 쪽지를 줘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서로의 대화가 막히지 않기를 바란답니다? 라는 에매모호한 말을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것에 아무렇지 않음으로 대하려 하네요.
"절절한 로맨스 좋죠.." 로맨스를 보면 가끔 좋아지는 기분이라니까요? 같은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봅니다. 명대사라면 몇 개 말할 수 있지만. 그거 애매하잖아요. 그래도 처음 영화관에서 퓨어퓨어보이스 극장판을 보여주긴... 괜찮나..?
"그러면 빨리 예약하고 들어가며 양 손에 잔-뜩 들려줘야겠네요" "팝콘도 반반으로.. 버터구이오징어나.. 나쵸같은 것도 말이에요."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지칭을 뺀 말에 어쩜 이렇게 귀엽게 구시는 건지요.. 라면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며 다정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능글맞은 표정을 짓습니다. 매력 A를 휘어잡으려면 이건 기본이다! 같은 느낌일까요? 사실 능력으로 따지자면 다림보다 하루가 더 뛰어나겠지만...
"그렇네요.." 가서 자리를 예약하려 합니다. 직원이 환하게 웃으면서 커플석에 앉으실 건가요? 아니면 따로따로 붙은 자리로 드릴까요? 라고 말합니다. 커플석의 장점이라면 앞에 아예 테이블이 있다는 점일까? 커플석 어때요? 우리 하루. 라고 속삭이듯 말하며 딱 좋은 자리.. 라고 아는 곳이 빈 걸 가리킵니다. 믈론 다림 또한 조금은 낯선 느낌이라서 옅은 홍조가 돌았지만 원래 창백하니까 평범한 홍조로 느껴질지도 몰라요?
>>838 "에미리는 진단씨에게 악의라던가 없고, 보상에도 딱히 관심이 없으니까요. 죽인다거나 그럴 이유는 전혀 없답니다. " 정말로 악의라던가 없었답니다. 다만 제가 마피아이기에...어쩔 수 없었지요? 다림양의 질문에 저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말했습니다. 책을 읽고 늦은 시간이 되기 전에 바로 불을 껐으니 저는 비교적 일찍 잠에 들러 간 편이랍니다. 물론 진짜 자러 간 건 아닙니다. 에미리는 어제 불을 끄고 빛이 없는 곳을 골라 움직였으니까요.
하루는 다림의 말에 기쁜 듯 조금 더 몸을 붙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다림도 즐거워 한다는 것이 못내 즐거운 모양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기분보다도 타인의 기분에 좀 더 영향을 받는 타입이 아니었을까.
" 음, 먹을 것도 좋긴 하지만 양손에 잔뜩 들면... "
이렇게 다림의 품에 있지 못하는데요..? 어차피 요망하게 나가기로 한 것인지 슬그머니 다림의 옷을 두손으로 꼬옥 쥔 체 다림의 품에서 조용히 속삭이듯 말한다. 능글맞은 미소와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는 손길은 마냥 좋은 듯 베시시 짓는 미소와 맑은 웃음소리를 답례처럼 돌려준다. 물론 여전히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옷을 꼭 쥔체 붙어있었지만.
" 커플석으로 해요, 커플석~ "
이미 다림이 적당한 자리를 가리켜서 예매를 한 후였지만 기분 좋은 목소리로 화답하며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은 다림을, 하루 역시도 능숙하게 끌어안는다. 누군가 두사람을 본다면 상당히 익숙한 연인처럼 볼지도 모를 일이었다. 적어도 컨셉이 시작된 하루의 연기는 꽤나 자연스러웠으니까. 그렇게 예매를 하는 다림을 바라보던 하루는 다림의 볼에 생겨난 홍조를 발견하곤 히히, 하는 기분 좋은 웃음 소리를 흘린다.
" 자아~ 그러면 얼른 가요, 다림!! "
조금은 철이 없는 듯, 그러면서도 사랑스런 연인을 흉내내는 듯한 하루는 살며시 자신의 허리를 감싼 다림의 손 위에 자신의 한손을 얹어 덮고는 장난스런 아이처럼 보채본다.
"절절한 로맨스를 보고 하루를 보면 절절한 로맨스가 회의적이었어도 한번에 인식이 바뀌게 되어버릴지도.." 정말 그정도라는 걸 이해합니다.
"아 그것도 그렇네요.. 그러면 한 손씩 나눠들고 손을 잡으면 될까요?" "하루의 손을 잡을 수 있다니 행운이에요~" 라는 말을 하는 다림입니다.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희미한 당혹의 표정을 하고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커플석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세상에. 하루의 요망함에 점원이 녹았어요.
손을 덮으면 하루의 부드러운 손이 귀엽습니다. 다림 자신은 그저 가느다랗고 하얀 거 외엔 그다지..? 장난스럽게 보채는 듯한 하루를 바라보면서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을 거에요. 그 많은 사람들을 먹이려면 잔뜩일 걸요?
"아니면 운이 좋다면 갓 튀긴 팝콘을 맛볼 수 있을지도요?" 라는 말대로 매점으로 향하면 팝콘이 팍학 튀고 있는 광경과 함께 달콤고소한 향이 훅 끼쳐올 겁니다. 머리카락과 옷에 희미하게 묻어버릴 것만 같을지도.. 하루가 먹고 싶은 게 뭐가 있을까나요? 라고 물어봅니다
품에서 떨어지는게 아쉽다는 듯 다림의 어깨에 머리를 비비적거리며 중얼거리던 하루가 큰 결심을 했다는 듯 떨어져선 다림의 손을 꼬옥 잡습니다 . 다림은 모르겠지만, 하루에겐 다림의 손도 꽤나 부드럽게 느껴져서 괜히 몇번 더 만지작거리게 되는 듯 했다. 그때, 점원이 자신을 보며 넋이 조금 빠진 듯 하자,다림과 점원을 번갈아 보더니 슬그머니 다림의 품에 안기는 시늉을 합니다. 마치 ' 임자 있답니다 ' 라고 말하는 것처럼.
" 갓 튀긴걸로 나오면 좋을 것 같지만, 꼭 그게 아니여도 맛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정석적인 메뉴로 팝콘과 콜라로 해보도록 해요. "
언제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때때로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이 좋을 때도 있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에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법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자신에게 먹고 싶은게 있냐며 부드럽게 물어오는 다림의 물음에 고민을 하듯 비어있는 손을 자신의 입가로 와 입술을 꾹 누르고 고민을 하던 하루가 꽃이 피어나듯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점원에게 주문을 한다.
" 와, 방금 만든 모양이에요! 따끈따끈해요! "
얼마나 기다렸을까, 점원이 내어준 팝콘과 콜라를 다림과 한손에 나눠든 하루가 잠시 카운터에서 벗어나 영화관 입구로 나아가다 슬그머니 다림을 향해 돌아선다. 그리고 손가락에 따뜻한 팝콘 몇개를 집어선 자연스럽게 다림의 입가로 가져간다.
끼익, 문을 열고 소리 없이 들어가려 했지요. 곤히 잠들어 있는 청월의 도련님이 눈에 띄었을까요? 옆으로 누워 있으신 것이 정말 곤히 잠드신 듯 싶었답니다. 입꼬리를 올리며 저는 조용히 침대로 다가가, 침대 옆으로 걸터앉았답니다. 만약에 이때 에릭군께서 깨어나셨다면, 조용히 입에 손가락을 올리며 웃은 뒤 끌어안으며 속삭이려 하였겠지요?
"으음.. 하루가 말하면 꼭 바꿔야 할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죠.." 그치만 이건 양보 못해요. 하루의 귀여움이랑 미모는 세계가 알아줘야 한단 말이지요... 라고 말하면서 나중에 광고 찍는 의뢰 같은 거 있으면 절대로 하루랑 같이 가버릴거라고요? 라는 농담을 해보네왜.
"가장 정석적인 거죠. 한 가득 담아들고 영화를 보는 맛이란.." 이라고 해도 단체영화를 보는 것 외에는 별로 경험이 없던 건 다림도 마찬가지라서 이렇게나 큰 사이즈도 있구나(물론 미소녀 빠와로 점원이 넘치도록 담아준 것도 있다) 싶으면서 기다리다가 하루에게서 넘겨받고 나서는... 영화를 보러 입구 쪽으로 가는데..
"정말.. 이렇게 하시면 흐물흐물 녹을 걸 알면서 하시는 거에요?" 냠. 하고 받아먹고는 하나의 팝콘은 입에 물고 씩 웃으며 말하는 것 하고는. 어떻게 갚아드리죠? 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렇게까지 진지하진 않고. 볼과 볼을 맞대는 인사를 시도하려 합니다.
"입술은 건드리면 신성모독이라면서 달걀 던질 분들이 많아 보여서요." 라는 너스레를 떨며 부드럽게 하루를 끌어당겨서 하루의 눈을 빤히 바라보려 합니다. 주위의 빛이 희미하게 반사되는 하얀 눈이라 그런가. 감정을 읽기 어려운 걸지도.
하루는 다림의 말에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적어도 하루는 자신이 그런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림은 알지 어떨지 모를 일이다. 일단 하루는 웃으며 넘기고 있었으니까.
“ 음, 몰랐지만 새롭게 알았다는 걸로 할래요. 흐물흐물 녹은 다림을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서. ”
냠 하고 자신이 내민 팝콘을 받아먹은 다림의 말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인 하루가 짐짓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을 늘어놓는다. 사실 노렸을지도 모르지만 순순히 말해줄 생각은 없는 것이겠지. 그러다 볼과 볼을 맞대는 인사를 시도하는 다림의 행동에, 처음에는 눈이 동그랗게 커졌던 하루가 이내 기분좋은 눈웃음으로 바뀌어간다.
“ 신성모독이라니, 저는 그렇게까지 특별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저는 그냥 다림과 같은 사람이에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
너스레를 떠는 다림에게 부드럽게 속삭이듯 말한 하루는 자신을 끌어당겨 눈을 마주하는 다림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예쁜 다림의 하얀 눈을, 하루의 금빛 눈동자가 응시하다가 천천히 까치발을 들어올린다. 하루의 얼굴이 다림에게 가까워지고 살며시 다림의 코 끝에 부드럽게 푹신한, 그러면서도 따스한 온기를 머금은 것이 닿았다가 떨어지게 하려 합니다.
“ 아, 입장 하고 있어요, 다림! 얼른 들어가요! ”
다림이 무엇인지 인지하기도 전해 슬그머니 떨어진 하루가 팝콘을 들지 않은 손으로 입구를 가리키며 해맑게 웃어보입니다. 그리곤 얼른 들어가자는 듯 휘젓던 빈손을 다시금 다림에게 상냥하게 내밉니다.
"정말 광고 찍는 의뢰를 찾아야겠네요.." 분명 광고주는 하루를 보고 명함을 줄 거라 확신하는 다림입니다. 가디언 후보생이라서 안 줄 수도 있지만 그건 넘어갑시다.
"같은 사람이라 해도..." 하루는 너무 귀여운걸요. 아니. 귀여운 걸로 표현이 안 되네요..라고 말합니다. 흐음.. 언제 한 번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며보면 어떨까. 생각하네요. 머리카락을 일부는 틀어올리고 일부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하고, 귀걸이는 의외로 붉은 리본같이 부드러운 타입으로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거기에 오늘 산 오프숄더 시스루 원피스에 고운 구두면 음.. 역시 패완얼입니다(?)
코 끝에 살짝 닿았다 떨어진 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하루는 멀어졌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감촉에 약하게 동공이 커졌습니다. 가까이서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었을까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그리고 미약한 당혹이 섞인 미소를 아주 살짝 짓고는 다림 또한 빈 손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잡으려 합니다.
"그럼요. 빨리 들어가야겠네요. 티비에서 보는 것보다 큰 화면이니까.." 정말로 여담이지만 코 끝에서는 옅은 화장품 향이 났으려나요? 들어가면 손을 잡고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며 흔들리는 걸 조심하세요. 일까요?
하루는 다림의 말에 다림 역시 자신과 같다는 것을 다시 한번 주장하며, 이번만 자신이 봐주겠다는 듯 귀여운 엄포를 놓습니다. 적어도 지금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연인이 자신을 낮추는 것을 어떻게 햇든 막아내려는 귀여운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지나가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두사람을 보고는 웃으며 지나간다.
자신의 손을 잡기 위해 내미는 다림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쥔 하루는 헤헤헤, 하는 귀여운 웃음소리를 흘리며 앞장 서서 걷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방금 전의 일을 다림이 알아차리게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림이 홀로 그 여운을 만끽하길 바라는 것일지 모를 행동이었지만.
" 아, 여기에요! "
조심하라는 다림의 말에 해맑은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한 하루는 어느덧 도착한 커플석에서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하곤 먼저 안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리곤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리며 얼른 앉으라는 듯 바라본다.
분명 다림이 앉았다면 자연스럽게 다림의 한팔을 감싸안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을 것이다.
" 영화관에 오는 것도 생각보다 더 좋은 것 같네요~ 다림이랑 와서 더 좋은걸까요? "
어둠속에서도 반짝이는 하루의 금빛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다림을 향해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바라봤다면 입모양으로 ' 아까꺼 어땠어요? ' 하고 물어보며 개구쟁이같은 미소를 지어보였을 것읻.
자리에 딱 붙어앉아 입모양으로 장난스럽게 물음을 던지던 하루는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려는 듯 뻗어오는 다림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손가락 끝에 입술을 살짝 내밀어 닿게 하고는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낸 후에 능청스런 대답을 돌려줍니다.
" 죄가 많다니, 하루는 잘 모르겠어요. 혹시 아까의 것으로는 감질맛만 나서 그런거에요? "
영화관이라는 특성상, 서로 가까이 앉은 상태에서야 겨우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어두운 장소에서, 큰 소리를 내선 안된다는 것 때문에 속삭이는 하루의 말투에선 마치 다림을 유혹하는 듯한 느낌이 전해집니다. 그것이 본심일지,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것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효과를 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 어쩌지, 제가 다림양을 아쉽게 해버렸나봐요. 어쩌죠? "
살며시 입술을 내밀어, 맞춰주었던 가느다란 다임의 손을 널널한 자리 덕분에 팝콘을 내려놓은 손을 가져가 살며시 잡으려 하며 게슴츠레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그런 눈웃음을 지어보이는 하루는 어떤 느낌일지.
하루의 분홍빛 입술 사이에선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다림에게만 들릴 정도로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촉. 하고 닿는 입술이 말랑말랑하고 예쁩니다. 말랑말랑하니 계속 만지고 싶어지는 감촉이지만. 조금 매만지다가 떼어냅니다. 너무 매만지면 조금 아플 수도 있는걸요. 팝콘이랑 콜라도 먹어야 하는데 계속 붙잡으면 안돼요~
"하루 양 정도면 아쉬울 수 밖에 없는걸요?" "감질감질.. 하지만 너무 흠뻑 젖어버리면 과할까요?" 유혹하는 듯한 하루의 포스를 여유롭게 받는 듯하며 느릿하게 말하는 다림입니다. 조금 느릿하지만 꼼꼼하게 하루의 표정을 살핍니다. 슬쩍 미는 듯 여유롭게 눈웃음을 보고도 별 반응이 없는 듯 하면서도 하루를 감싸안듯 토닥이려 하는 건 당기는 걸까..
하루는 그 말만으로도 기쁜 듯 말합니다. 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반응이 다림에게서 보이지 않아,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그러다 자신을 감싸안듯 토닥이는 느낌에, 한순간 눈이 동그랗게 커진 하루는 이내 베시시 웃으며 편하게 어깨를 기댑니다.
" 이제 시작하려나 봐요. 기대되네요, 정말. "
느긋하게 기대어 있던 하루는 다림의 농담에 '손수건 준비된거 맞죠?' 하고 능청스럽게 농담을 받아줍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루는 영화 속에서 절절한 장면이 나온다면 울어버릴 것이라는 건 확실했습니다. 그렇게 영화는 잔잔한 음악소리와 함께 시작합니다.
영화 속에선 연인의 만남부터 시작해서, 둘이서 풋풋한 사랑으로 시작해, 점점 더 커져가는 사랑을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두사람에게 게이트라는 시련이 닥치고, 두사람의 능력보다도 강력한 게이트 탓에 결국 절절한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아마도 다림은 옆에서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 ...흑.. "
이미 몰입이라도 한 듯, 절절하게 떨어져가는 두 연인을 보면서 하루는 눈물로 촉촉해진 눈가를 연신 한손으로 비비적대며 영화의 끝을 지켜보려 합니다. 다림은 농담으로 했던 말이 현실이 될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지도 모르지만.
"감질감질거려서 더 생각나게 만드신 거라면 정답이랍니다?" 느리게 웃는 다림은 편안히 어깨를 기대는 하루를 잘 받아주려 합니다. 그러나 탄탄한 품이라고 하긴 그렇죠. 의외로 다림은 누구에게 폭 안겨도 좋은 그런 타입이긴 하죠?
"그럼요.. 영화를 누군가랑 같이 보는 건 즐거울 거니까요" 라는 말을 하는 다림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절절하네요" "...." 눈물을 뽑겠다고 작정한 절절한 장면에서도 다림은 울지 않겠지만.. 훌쩍이는 하루를 보면 어쩐지 슬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거에요.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손수건으로 하루의 눈물을 톡톡 닦아주려 합니다. 손으로 막 비비면 눈이 퉁 부어버려요. 라는 다정한 어투로 톡톡 두드리듯 닦아주며 나중에 화장실에서 찬물로 식혀드릴게요. 일까요 어느 샌가 다 먹은 팝콘과 콜라도 생경합니다
"감동적이네요.." 하품을 소리없이 하면서 약간 눈물을 고이게 하려 합니다. 촉촉해진 눈가를 보이나요?
느리게 웃는 다림을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인 하루는 편하게 다림의 어깨에 기댑니다. 분명 다림은 안기기 좋은 느낌이라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 그러게요... 대충 어떤 이야기 진행일지는 알았는데... "
자신의 눈물을 톡톡 닦아주려는 다림에게 '고마워요' 하고 속삭인 하루는 작게 중얼거립니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났고, 두사람은 슬슬 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붉어진 눈을 하고 있는 하루는 다림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물끄러미 다림을 바라보다 붉어진 얼굴로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다림도 즐겼으면 다행이에요. 자, 이제 나갈까요? "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면 나가는 것이 오래 걸릴 것 같았는지 먹은 팝콘과 콜라의 쓰레기를 챙겨서 밖으로 나온 하루는 쓰레기통에 그것들을 버리곤 다림에게로 돌아옵니다. 누가 봐도 울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눈으로 베시시 웃어보인 하루는 머쓱하게 머리를 매만집니다.
" 너무 서럽게 울어서.. 이제와서 부끄럽네요.. 다림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버렸어요. "
대담한 모습을 하던 것과는 다르게 부끄러운 듯 볼을 붉히며 하루가 말한다. 그래도 즐거운 것은 확실했지만.
"정답이 아니더라도 하루의 감질나게 만드는 것은 많은 사람을 안달나게 만들 거에요" 다림은 눈을 내리깔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계속해서 하르를 보다가는 다시 동요해 버릴 것 같아요. 니까..
"어떤 이야기진행인지 아는데도 울 정도로 잘 만든 것이었을까요?" 세상에. 그것도 엄청 재능인데.. 라고 중얼거립니다. 게이트 시대의 부조리함이나 그런 것들을 잘 재현해내는 감독이나 미장센을 잘 사용하는 감독들도 좋지요. 그러고보니 아카데미상이나 그런 건 이제 없어졌으려나?
"즐거웠어요. 게이트가 열린다거나 하는 것은 극적인 장치가 된다니까요" 스스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괜찮지요? 나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머쓱하게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하루를 보고는 옅은 미소를 흘리며 다림 스스로에게서 나온 눈물을 톡톡 찍어 정리합니다.
"우는 건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때와 장소를 가린다면 우는 것은 부끄럽지 않아요. 라고 말하면서 저는 그렇게나 때와 장소를 잘 못 가려서 안타까웠답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런 말을 한 다림은 하루에게 잠깐 화장실에 가서 찬물에 적셔서 살짝 대고 있으라고 권유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