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괜히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건가... 얘랑 놀이기구 타는 지훈이가 너무 신경쓰여요(x) 지훈이랑 타는 놀이기구 너무 신나(o)라는 마인드로 가면 되는건가!
"침이 닿잖아요?"
위생적인 부분에서 조금. 하지만 관람차가 다시 출발하기 전에 뭔가 사올 만한 여유가 있을 것 같진 않았기에, 하나 더 사온다던가는 할 수 없었다. 그냥 탑승할 수밖에.
"글쎄요. 저로선 어떻게 한 건지 알 수 없네요."
말마따나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느리지만 묵직하게, 타고 있는 사람에게는 안락하게 관람차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땅에서 멀어진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 친절한 거인의 어깨에 탄 것처럼 흔들림 없이 시야가 올라가는 것은 꽤 이상한 경험이다. 이번에는 마주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다. 나이젤은 지훈이 보고 있는 바깥을 같이 보다가, 뭔가 떠올린 듯 팸플릿을 무릎 위로 펼쳤다.
"오, 이 놀이기구가 저 놀이기구일까요? 과연 음속돌파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속도네요."
아닌데 저거 음속 넘는거같은데 왜 이런 놀이기구가 세상에 존재하는거야 라는 느낌밖에 안 들 만큼 빠르게 빙글빙글 돌면서 추락하는 놀이기구를 가리키며 나이젤이 팜플렛의 지도를 짚었다. 옆의 음식물을 놓으라고 있는 듯한 곳에 핫도그 꼬치를 꽂고 토마토 주스를 올려놓은 채로.
지훈은 다시 한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누가...했다는 걸까. 학원섬에 있는 누군가인가? 다른 사람? 여전히 결론은 나지 않았다. 아니, 낼 수 없는 영역이었다.
" 어째서? "
희미한 미소를 바라보며 지훈은 물었다. 다정한 것 같은 미소는, 아니 실제로도 그렇게 느껴지긴 했지만, 뭔가 달랐다. 정확히는 말하기 어렵다만 다른 느낌이었다. 그럴 거에요, 라고 말하며 표정이 사라지자, 지훈은 미묘한 기분을 느꼈던가. 어렵네. 다른 사람이 날 볼 때도 같은 느낌인 건가.
" 딱히 기대도 상관 없는데. "
별 거 들지 않았든, 그렇게 보였든 간에 지훈은 다시 정면을 응시하기 시작하더니 나직히 말했다. 다림과 달리, 농담과 진담을 구별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애초부터 그의 표정이 무표정이었던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까.
"원하게 된 거죠..." 좀 다른 거려나.. 라고 조금 고민하지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라고 답하며 입으라면 입는 거니까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어째서? 라는 의문에는
"고양이들은 예민하거든요." 알아차린 걸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란 말을 하면서 다림이 고양이 한 마리를 흘깃 바라보자 살짝 곤두선 털을 보이며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지훈이 하는 말을 듣고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가. 표정은 사라졌습니다.
"정말요? 그럼 진짜 기대요?" 라는 말을 하며 키득거리며 웃습니다. 농담에 농담으로 답한 것인가. 진담인 걸까? 농담으로 보일 법한 느긋한 말이었지만 미묘하게 톤이 낮아졌다는 걸 잘 들으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댄다라는 것의 정의는 꽤 다르긴 하죠. 다림이 생각하는 기댄다는.. 뭘까?
지훈은 납득했다는 표정으로 끄덕였다. 아니, 애초에 나이젤을 불쾌하게 만들 생각까지는 없었으니 깔끔하게 포기했던 건지도.
" 나이젤은 대장장이? 라는 느낌이니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
아닌 건가- 라고 중얼거리더니 다시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밑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밑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밑에는 많은 것이 있지만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미묘한 기분이었다. 지훈은 이 상황에서 표정을 구기면 나이젤이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태여 드러낼 필요는 없었으니까.
" 음속돌파... 라는 놀이기구라니 아무리 봐도 놀이기구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 같은. "
진심으로 당황하는 표정을 하며 팜플릿을 바라보았다. 그런가. 애초에 놀이공원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여긴 학원섬의 놀이공원인 만큼 의념각성자들을 위해 있는 것. 그런 위험한 놀이기구가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은 것이었다.
"새우가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근데 고래어가 가능하면 새우어도 할 수 있나요?" 그렇게 먼데 고래어가 들린다니. 그러면 사실 바다에게는 매우 시끄러운 세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다림입니다. 봄새우가 맛있다니. 그럴까? 그럼 새우어도 가능할지도..? 같은데 그러면 뭐가 우선이지..?
"으음... 잘 모르겠네요" 고개를 기울이며 천천히 마실 걸 마시며 뷰를 감상하며 고레나 돌고래가 출몰하는 걸 지켜봅니다. 햇빛이 희미하게 드리운 걸 봅니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나쁘지 않네요." 의외로 다림은 뭘 빨리 먹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예의없거나 허겁지겁 먹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다행일까.
그리고 나서 바다는 고래의 언어가 노랫소리와 같으며 씨족 단위로 고래어의 사투리가 많이 달라 출신이 어디이고 부모가 누구인지 추측할 수 있다고 일장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무도 관심 없지만 자기가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흥분해서 말이 많아지는... 어떤 이들의 특성이다.
" 새우는 말 하는걸 들어본 적이 없네요! "
크럼블을 먹으며 가볍게 대답을 해준다. 아마 개체의 지능이 낮으니 언어가 필요 없는게 아닐까- 하는 추측만 늘어놓았다.
" 물거품...? "
그럼 이번에 보인 것은
.dice 1 1. 메리 셀러스트 호 2. 뼈 밖에 없는 청세치 3. 네시 4. 문어 5. 잠수했던 새. 이름은 모르겠다. 6. 펭귄. 7. 스쿠버 다이버 8. 헤진 구명조끼. 사람은 없다. 9. 유리병. 코르크 마게로 막혀있고, 오래되어 보인다. 10. 해양쓰레기
"이해가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라는 말을 하다가 웃었습니다. 어쩌면 일종의 방식에 가까운 것이었을까요? 그러다가 다림 자신이 쫓아내는 것 같다는 말에는 틀리진 않지만 맞지도 않아요. 아니. 틀리기도 했지만 맞기도 하구나?
"글쎄요... 그게 맞을까요. 아니면 이게 맞을까요?" 기댈 어깨라는 말과 심적으로 기댈 대상이라는 말을 듣고는 뭐가 맞을까요. 라는 말로 분위기를 희석하려 합니다. 뭔가 조금 다른 것일까? 심적으로 기댈 대상이 있게 된다면 다림은 좀 다른 반응이나 다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지훈 씨는 뭔가를 원한다. 그런 게 있나요?" 가볍게 물어봅니다. 다림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없었을까..? 아니면? 그건 지금으로썬 알 수 없다.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하는 건 다른 느낌일까.
안 그러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그리고 고래어 교실은... 음,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주긴 했지만 열심히 듣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일이면 잊어버릴지도...?
"새우가 이야기한다면 어떤 목소리일까요."
작으니까 재잘대는 목소리일지도? 나이젤은 작은 사과 조각을 씹었다. 사과 괜찮네...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물거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구명조끼... 음? 빨대를 물던 나이젤이 정지했다. 방금 전의 물거품, 설마 누군가의 단말마는 아니었겠지? 설마. 이렇게 낡은 구명조끼를 끼고 살아있었을 리가. 어떤 이유로 공기가 가득 차 있다가 떠오르면서 빠져나왔다던가, 그런 거겠지. 음... 음...
"신기한 이야기네요." 바다의 언어라던가를 들어보면 어떤 느낌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다림은 물에 빠져도 어떻게든 살아나올지도 모르니까 의미는 없었을까?
"물거품이 있네요. 옛날에 들은 동화는 뭘 보고 물거품이라 했을까.." 아마 인어공주를 생각한 걸까?
"멀리서도 잘 들리는구나.." "그런 걸까요? 재잘거리는 느낌일지도.." 새우는 지능이 낮아서 그런 걸지도. 라는 추측이 신빙성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보인 구명조끼를 보고는 언젠가의 해운사고에서 나타났던 걸까.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미 다 먹어치운 다림은 끝입니다. 좀 앉아서 구경하다가 갈지도 몰라요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이해하는 것이 버거운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조차 싫은 거면서. 환청이 말을 거는 기분이었다. 아니, 진짜 환청이었을지도 모르지. 오니잔슈가 거는 환청 말이다. 애초에 환청에 가짜와 진짜가 있는지 의문이 가기도 하지만. 다림이 그렇게 말하자, 지훈은 "어느 쪽에 더 가까워?" 라고 한번 더 물었다.
" 내 생각에는 심리 쪽이지만, 의외로 육체 쪽일지도 모르지. 난 심리 쪽이라 생각할래. "
"그보다 내게 묻지 마. 네가 더 잘 알잖아." 라면서 분위기를 희석하려는 의도를 알았기에, 일부러 어울려주려는 듯 살짝 투덜거렸다. 지훈은 다림의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 글쎄다. "
라고만 짧게 답하며 다림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한다.
" 두가지 답이 있어. 첫번째는 겉의 대답. 두번째는 속의 대답. 진실된 건 후자지만, 그건 값을 부를지도 모르겠네. "
어느쪽이 듣고싶어? 라는 듯 다림을 바라보았다. 내밀한 이야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그저 가볍게 넘어가길 원하는지, 그걸 물어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본 적 없는 소재인지, 아니면 마도 같은 기술의 산물인지 모르니까요. 아무리 대단한 바텐더도 빨간색, 이란 말만 듣고 무슨 술인지 알 수는 없어요? 물론 저는 그만한 사람이 아니지만요."
음속돌파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나이젤은 지훈이 위를 바라보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놀이공원의 풍경을 크게 눈에 담으려면 관람차밖엔 없지만, 하늘은 언제라도 올려다볼 수 있으니까. 그건 소홀해진다는 뜻과도 같다.
"스테이더스 제한 정도는 있겠죠."
속이고 타면 학/생(이었던 것)이 되는 거고. 양심에 목숨을 맡겨라, 대다수의 성학교생! (모함) 이미 결혼도 할 수 있는 나이인데다,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커리큘럼을 따라갈 수만 있으면 인간흉기가 될 학생들을 위한 놀이기구. 이 정도는 되지 않으면 스릴 따위는 느껴지지 않을 터! ...라지만 그런 것만 있지는 않았다. 평범한 수준의 놀이기구도 갖춰져 있는 것 같고. 그런 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건 음속돌파 같은 탈평범 놀이기구의 인상이 너무 강한 탓이겠지. 좀 더 노력해주세요, 상식적인 놀이기구 씨!
"그리고, 저쪽 광장 무대에서는 의념으로 등장인물을 직접 불러내면서 책을 읽어주는 이벤트 중이네요. 관련된 동아리 활동 중인 걸까요. 공포 체험 시설이나 탈출 체험 시설도 여러 개 보이고, 가보는 것도 좋을까요?"
보기만 해도 매우 만족스레 먹고 있는 카사! 길다란 주둥이에 어찌 어찌 쌀알 하나 깨끗하게 들어가고, 흘릴 뻔한 부분도 잽싸게 신손S의 속도로 혀를 이용해 낚아채 버린다. 이까지 대단한 재능 낭비가 더 있을까. 후안의 칭찬(?)에 멈칫, 고개를 들어, 굉장히 뿌듯한 표정을 만들어 낸다. 늑대의 얼굴로 대체 어떻게 그런 표정을 만들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해냈다. 대단하다 카사. 하여튼 그런 훈훈한 눈빛으로 후안을 본다.
마, 내가 좀 대단하지 그래!
흐흐흥. 내가 바로, 어? 머리도 좋고, 어? 예의도 바르단 말이야! 카사의 어깨가 은근히 덩실덩실 춤을 춘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하는 데, 카사는 고래가 춤출수 있는 지에 관해서는 부정적이었지만 카사를 춤추게 할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나를 더욱 더 칭찬해라 닝겐!
결국엔 합, 아그작, 닭다리를 한입에 먹어버리고, 스윽, 기이일쭉한 혀로 접시를 한차례 닦는 카사. 음식물 쓰레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슥, 눈알만을 데굴, 올려 식탁위의 후안을 바라보니, 닝겐도 밥을 다 먹은 듯하다. 합, 고개를 숙여 한 입에 접시를 살포시, 조심스레 문다. 터벅터벅, 가서 후안의 식탁위에 사아아알포시 올려놓는다. 스크래치 하나 없이 완벽해!
은근슬쩍 설거지를 맡긴 부분은 무시하자.
하여튼, 카사는 식사를 끝냈다. 닭도 주고 밥도 준 고마운 닝겐!! 후안을 바라보는 눈빛에 존경과 고마움이 물씬 묻어나온다. 후에 멧돼지나 사ㅅ... 아, 아니, 하튼 큰 동물 하나 정도는 잡아줘야 겠다. 여기까지의 길은 기억했으니 길 잃은 걱정도 없다! 꾸벅, 한 차례 고개를 숙여 후안을 향해 인사를 하는 카사.
그러면 이제 쫒겨날 차례겠지.
고개를 다시 올리고 커다란 몸집도 함께 돌리는 카사, 쓸쓸히 문 앞으로 투벅투벅 걸어나간다. 밖에는 아직도 비가 오고 있지만, 그 정도야 카사한테는 걱정없다! 설밭에 자는 게 일상이었던 카사에게 비 정도야! 물론 이제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가족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될 것이다! 카사는 든든하니까!
"그냥 넘어가는 걸로." 그렇게 결론이 났다면 다림은 그저 그렇게 넘어가고 말을 꺼내지 않겠지요. 그러길 원하시는 거잖아요? 어느 쪽에 더 가까워라는 질문에는 둘 다 맞고 둘 다 틀려요. 라는 말을 합니다. 이상한 말들만 하고 있고.. 지훈이 심리 쪽이라는 말에는 그렇기 생각하신다면 그런 거죠. 라는 말을 했습니다. 살짝 투덜거리자 쿡쿡 웃었습니다.
"흐음... 겉이랑 속이랑 차이점이 있나 보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선택하라는 말에 지훈을 흘깃 바라봅니다. 못됐네요.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는 가디언칩을 톡톡 건드려 뭘 잠깐 하던 모양입니다. 뭔가 결과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속으로 결정되었네요" 어떤 것을 했는지 물어보면 알아볼 수 있을까. 속을 물어보면 값이 들지도 모른다는 말은 그다지 의미없었을지도. 말 10만 gp 이런 거면 아 좀. 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