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이어서 그런 걸까요" 다림은 오늘따라 차분한 착장으로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단정한 것일까. 흰 니트에 하이 웨이스트 플레어 스커트와 니삭스에 로퍼라니. 좀 특이한 점이라면 검은 베일이 달린 모자라는 걸까요? 화장도 약간 차분한 톤이군요. 립밤만 바르고 있다거나?
고양이가 다가오지 않네요. 오늘은 특이한 느낌이어서 그랬던 걸까요. 하긴. 장갑이 없고 화살을 들고 있으면 나라도 안 다가가겠어.
지훈이 발견하고 인사한다면 묘하게 차분하게 네. 반갑습니다. 라고 천천히 인사했을 겁니다.
강조되고 반복되는 불확실한 문장은 쓰는 사람을 불안하게 해요! ...나이젤은 그 희미한 미소를 보며, 저거 웃는 건가? 자주 보이는 것 같은데. 같은 생각을 했다. 어쩌면 '친구와의 대화'니까 그런 걸지도. 전에 좋아한다고 했었지...
"놀이공원이 크니까요."
그런 간단한 대답을 하고, 안 줄 것이냐 물으며 빠아아안히 쳐다보고 있었을 땐
"이미 먹은 걸 나눠줄 순 없으니까요?"
라고 잇자국 하나 나지 않은 핫도그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이미 먹어버리고 나선 안 줄 테니까, 달라고 할 거면 미리 말해주세요. 라는 뜻이다.
"꽤 잘 보이네요."
나이젤은 관람차에 올라 지훈의 반대편에 마주앉고 창문을 바라보며 손등으로 툭 건드렸다. 관절에 부딪쳐 가볍게 똑, 소리가 난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뭔가 있단 말이지.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도 창문 문제 때문에 시야가 방해받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의념으로 시야를 강화할 수 있는 의념 각성자가 더러운 창문으로 뭔가 보려 한다면 창문의 더러움만 보게 될 테니 이렇게 해 놓는 것도 당연한 일일까.
나이젤의 에스코트에 바다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바닷가가 보이는 쪽으로 의자가 3개 놓여 있었고, 그중에 가장 바깥쪽 자리를 찾아 앉았다. 계산은 아직 안 했다. 누가 내게 될 것인가? 신성한 에스코트의 과업을 수행하는 나이젤? 운이 좋은 사람은 이런거 안 하니까 둘의 경쟁이 될 것이었다.
" 글쎄요, 아마 후자가 아닐까 싶은데.... "
블루 레몬에이드의 빨대 끝을 물고는 가볍게 말 해 보았다. 영성S의 추리력! 이것은... 의미가 있나..?
" 앗! 저기봐요! "
바다가 흥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손 끝이 바닷가를 향해 있었다. 그 손 끝에 나타난 것은...
.dice 1 5. = 2
1. 비행하는 날치 떼 2. 브리칭 하는 고래 3. 쩜핑 돌고래 4. 거대하고 빨판이 달린 촉수 여럿 5. 연바다를 닮은 뿔 달린 푸른 머리의 무언가
나이젤이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 라고 끄덕였다. 아마 나이젤이 자신이 먹은 것을 먹기 싫어할까봐 그런 것이었을까.
아무튼 관람차에 타자 지훈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옛날에 놀이공원에 갔을 때도 관람차는 타지 못 했던 탓일까. 높은 곳으로 천천히 올라가며 멀어지는 풍경은 지훈에게는 꽤나 생경한 것이었다.
" 창문에 뭔가 있네. 바깥을 잘 보이게 하는 거라던가.. 그런 건가? "
아니면 바깥의 시야를 차단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지훈은 창문을 같이 똑똑 두드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아무래도 상관 없나. 그는 느릿하게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바깥을 응시했다. 느긋한 분위기가 관람차 내에 감돌자, 그의 표정이 살짝 풀어진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얼굴을 살짝 갸웃거리며 "왜 그래?" 라고 물었다. 흐음. 뭔가 화살에 얽힌 이야기라도 있는 걸까.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 ...더 특이해, 라고 할까. 활은 지급받지 않은 거야? "
의문스럽다는 듯 다림에게 질문하고는 다림의 말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 조금은 고민했던가. 쉬는 것도 좋겠지만, 걷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대화를 하는 것에는 더더욱. 어쩌면 길을 가다가 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아니, 이건 너무 사심인가? 그는 다림에게 잡고 일어나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 잠시 걷자. 걷는 것도 나쁘지 않네. "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하게 다림을 바라보다가도, 잘 갈린 화살촉으로 한번 시선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나이젤은 둘이 앉고 남은 자리에 앉았다. 계산... 다림이가 한 거 아니었나?! (>1596247898>443) 낸 건지 아닌지는 불확실하긴 하지만. 이런 걸 세간에서는 '아모른직다'라고 하던가. 둘 중 한 명이 내게 된다면 감히 바다한테 내게 할 수 없으니 풀떼기 나이젤이 내게 될 것이다.
"뷰가 좋은 만큼 월세도 비쌀까요."
라는 건 그냥 잡담이었다. 나이젤은 바다라떼를 보다가 조금 입에 머금어 보고 빨대에서 입을 뗐다.
"오."
그리고 바다가 가리킨 바닷가를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고래가 몸을 뒤집으며 물보라를 일으키자 작은 해일이 퍼져나가는 듯한 모양새였다. 저런 건 처음 보는데. 그것보다 선택지의 40%가 이상해요. 나머지 세 개는 그럴 수 있는데 촉수 씨랑 해룡/바다의 수수께끼 유령(추정)은 도대체...??
그러고보면 분위기는 원래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복장이 달라지니 뭐라고 확언하기는 애매한 느낌이었지만. 그러다가 활은 모르겠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 그러면 하나 사는게 낫지 않아? "
라고 물었던가. 화살만 있는 거라면 활을 사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었는데. 구겨진 치마자락을 단장하는 다림이를 잠깐 기다려주다가, 그녀가 한발짝 내딛자 그제서야 다림을 뒤따라가기 시작한다.
" 기왕이면 고양이가 나타나면 좋겠는데. "
다림의 표정을 빤히 바라보았을까.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신과 비슷한 느낌의 사람을 만나, 그 가면 너머를 훔쳐보는 것이었을까? 혹은, 다림이를 보며 무언가 고민하는 걸지도? 둘 다 아니라면 딱히 이유는 없었고 그냥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쨌건 간에, 그가 다림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려고 했다는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다림과 나이젤과 바다가 앉은 자리. 최고의 뷰. 그리고 다림이는 계산을 했다라고 결정됩니다. 네. 다림이가 계산 했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겁니다!
"그런 걸지도요" 바다와 나이젤의 질문에 둘 다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브리칭하는 고래를 보자 오. 하는 표정을 짓는 다림입니다. 확실히 장관인 광경입니다. 이런 게 있으면 여기가 유명할 만도 하죠. 다림이는 오몽에이드를 쪽 빨면서 안의 탱글한 과육을 느꼈습니다.
Test Of Whale for Marine Communication 줄여서 토움 만점에 달하는 연바다는 고래가 하는 말을 정확히 알아들었다. 예? 실제로는 못 한다구요? 그건 알 바가 아니다. 이곳, 일상에서는 바다는 용이고 문어어전문가이자 심해 관광 가이드인 것이다.
" 오아.. 저 고래가 오늘은 새우가 많아서 행복하대요. "
아직도 선 체로 브리칭을 바라보던 바다는 고래가 바다속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번역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