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젤은 둘이 앉고 남은 자리에 앉았다. 계산... 다림이가 한 거 아니었나?! (>1596247898>443) 낸 건지 아닌지는 불확실하긴 하지만. 이런 걸 세간에서는 '아모른직다'라고 하던가. 둘 중 한 명이 내게 된다면 감히 바다한테 내게 할 수 없으니 풀떼기 나이젤이 내게 될 것이다.
"뷰가 좋은 만큼 월세도 비쌀까요."
라는 건 그냥 잡담이었다. 나이젤은 바다라떼를 보다가 조금 입에 머금어 보고 빨대에서 입을 뗐다.
"오."
그리고 바다가 가리킨 바닷가를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고래가 몸을 뒤집으며 물보라를 일으키자 작은 해일이 퍼져나가는 듯한 모양새였다. 저런 건 처음 보는데. 그것보다 선택지의 40%가 이상해요. 나머지 세 개는 그럴 수 있는데 촉수 씨랑 해룡/바다의 수수께끼 유령(추정)은 도대체...??
그러고보면 분위기는 원래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복장이 달라지니 뭐라고 확언하기는 애매한 느낌이었지만. 그러다가 활은 모르겠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 그러면 하나 사는게 낫지 않아? "
라고 물었던가. 화살만 있는 거라면 활을 사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었는데. 구겨진 치마자락을 단장하는 다림이를 잠깐 기다려주다가, 그녀가 한발짝 내딛자 그제서야 다림을 뒤따라가기 시작한다.
" 기왕이면 고양이가 나타나면 좋겠는데. "
다림의 표정을 빤히 바라보았을까.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신과 비슷한 느낌의 사람을 만나, 그 가면 너머를 훔쳐보는 것이었을까? 혹은, 다림이를 보며 무언가 고민하는 걸지도? 둘 다 아니라면 딱히 이유는 없었고 그냥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쨌건 간에, 그가 다림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려고 했다는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다림과 나이젤과 바다가 앉은 자리. 최고의 뷰. 그리고 다림이는 계산을 했다라고 결정됩니다. 네. 다림이가 계산 했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겁니다!
"그런 걸지도요" 바다와 나이젤의 질문에 둘 다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브리칭하는 고래를 보자 오. 하는 표정을 짓는 다림입니다. 확실히 장관인 광경입니다. 이런 게 있으면 여기가 유명할 만도 하죠. 다림이는 오몽에이드를 쪽 빨면서 안의 탱글한 과육을 느꼈습니다.
Test Of Whale for Marine Communication 줄여서 토움 만점에 달하는 연바다는 고래가 하는 말을 정확히 알아들었다. 예? 실제로는 못 한다구요? 그건 알 바가 아니다. 이곳, 일상에서는 바다는 용이고 문어어전문가이자 심해 관광 가이드인 것이다.
" 오아.. 저 고래가 오늘은 새우가 많아서 행복하대요. "
아직도 선 체로 브리칭을 바라보던 바다는 고래가 바다속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번역을 해주었다.
그런가... 괜히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건가... 얘랑 놀이기구 타는 지훈이가 너무 신경쓰여요(x) 지훈이랑 타는 놀이기구 너무 신나(o)라는 마인드로 가면 되는건가!
"침이 닿잖아요?"
위생적인 부분에서 조금. 하지만 관람차가 다시 출발하기 전에 뭔가 사올 만한 여유가 있을 것 같진 않았기에, 하나 더 사온다던가는 할 수 없었다. 그냥 탑승할 수밖에.
"글쎄요. 저로선 어떻게 한 건지 알 수 없네요."
말마따나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느리지만 묵직하게, 타고 있는 사람에게는 안락하게 관람차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땅에서 멀어진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 친절한 거인의 어깨에 탄 것처럼 흔들림 없이 시야가 올라가는 것은 꽤 이상한 경험이다. 이번에는 마주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다. 나이젤은 지훈이 보고 있는 바깥을 같이 보다가, 뭔가 떠올린 듯 팸플릿을 무릎 위로 펼쳤다.
"오, 이 놀이기구가 저 놀이기구일까요? 과연 음속돌파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속도네요."
아닌데 저거 음속 넘는거같은데 왜 이런 놀이기구가 세상에 존재하는거야 라는 느낌밖에 안 들 만큼 빠르게 빙글빙글 돌면서 추락하는 놀이기구를 가리키며 나이젤이 팜플렛의 지도를 짚었다. 옆의 음식물을 놓으라고 있는 듯한 곳에 핫도그 꼬치를 꽂고 토마토 주스를 올려놓은 채로.
지훈은 다시 한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누가...했다는 걸까. 학원섬에 있는 누군가인가? 다른 사람? 여전히 결론은 나지 않았다. 아니, 낼 수 없는 영역이었다.
" 어째서? "
희미한 미소를 바라보며 지훈은 물었다. 다정한 것 같은 미소는, 아니 실제로도 그렇게 느껴지긴 했지만, 뭔가 달랐다. 정확히는 말하기 어렵다만 다른 느낌이었다. 그럴 거에요, 라고 말하며 표정이 사라지자, 지훈은 미묘한 기분을 느꼈던가. 어렵네. 다른 사람이 날 볼 때도 같은 느낌인 건가.
" 딱히 기대도 상관 없는데. "
별 거 들지 않았든, 그렇게 보였든 간에 지훈은 다시 정면을 응시하기 시작하더니 나직히 말했다. 다림과 달리, 농담과 진담을 구별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애초부터 그의 표정이 무표정이었던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까.
"원하게 된 거죠..." 좀 다른 거려나.. 라고 조금 고민하지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라고 답하며 입으라면 입는 거니까요. 라고 말하는 다림입니다. 어째서? 라는 의문에는
"고양이들은 예민하거든요." 알아차린 걸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란 말을 하면서 다림이 고양이 한 마리를 흘깃 바라보자 살짝 곤두선 털을 보이며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지훈이 하는 말을 듣고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가. 표정은 사라졌습니다.
"정말요? 그럼 진짜 기대요?" 라는 말을 하며 키득거리며 웃습니다. 농담에 농담으로 답한 것인가. 진담인 걸까? 농담으로 보일 법한 느긋한 말이었지만 미묘하게 톤이 낮아졌다는 걸 잘 들으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댄다라는 것의 정의는 꽤 다르긴 하죠. 다림이 생각하는 기댄다는.. 뭘까?
지훈은 납득했다는 표정으로 끄덕였다. 아니, 애초에 나이젤을 불쾌하게 만들 생각까지는 없었으니 깔끔하게 포기했던 건지도.
" 나이젤은 대장장이? 라는 느낌이니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
아닌 건가- 라고 중얼거리더니 다시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밑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밑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밑에는 많은 것이 있지만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미묘한 기분이었다. 지훈은 이 상황에서 표정을 구기면 나이젤이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태여 드러낼 필요는 없었으니까.
" 음속돌파... 라는 놀이기구라니 아무리 봐도 놀이기구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 같은. "
진심으로 당황하는 표정을 하며 팜플릿을 바라보았다. 그런가. 애초에 놀이공원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여긴 학원섬의 놀이공원인 만큼 의념각성자들을 위해 있는 것. 그런 위험한 놀이기구가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은 것이었다.
"새우가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근데 고래어가 가능하면 새우어도 할 수 있나요?" 그렇게 먼데 고래어가 들린다니. 그러면 사실 바다에게는 매우 시끄러운 세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다림입니다. 봄새우가 맛있다니. 그럴까? 그럼 새우어도 가능할지도..? 같은데 그러면 뭐가 우선이지..?
"으음... 잘 모르겠네요" 고개를 기울이며 천천히 마실 걸 마시며 뷰를 감상하며 고레나 돌고래가 출몰하는 걸 지켜봅니다. 햇빛이 희미하게 드리운 걸 봅니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나쁘지 않네요." 의외로 다림은 뭘 빨리 먹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예의없거나 허겁지겁 먹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다행일까.
그리고 나서 바다는 고래의 언어가 노랫소리와 같으며 씨족 단위로 고래어의 사투리가 많이 달라 출신이 어디이고 부모가 누구인지 추측할 수 있다고 일장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무도 관심 없지만 자기가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흥분해서 말이 많아지는... 어떤 이들의 특성이다.
" 새우는 말 하는걸 들어본 적이 없네요! "
크럼블을 먹으며 가볍게 대답을 해준다. 아마 개체의 지능이 낮으니 언어가 필요 없는게 아닐까- 하는 추측만 늘어놓았다.
" 물거품...? "
그럼 이번에 보인 것은
.dice 1 1. 메리 셀러스트 호 2. 뼈 밖에 없는 청세치 3. 네시 4. 문어 5. 잠수했던 새. 이름은 모르겠다. 6. 펭귄. 7. 스쿠버 다이버 8. 헤진 구명조끼. 사람은 없다. 9. 유리병. 코르크 마게로 막혀있고, 오래되어 보인다. 10. 해양쓰레기
"이해가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라는 말을 하다가 웃었습니다. 어쩌면 일종의 방식에 가까운 것이었을까요? 그러다가 다림 자신이 쫓아내는 것 같다는 말에는 틀리진 않지만 맞지도 않아요. 아니. 틀리기도 했지만 맞기도 하구나?
"글쎄요... 그게 맞을까요. 아니면 이게 맞을까요?" 기댈 어깨라는 말과 심적으로 기댈 대상이라는 말을 듣고는 뭐가 맞을까요. 라는 말로 분위기를 희석하려 합니다. 뭔가 조금 다른 것일까? 심적으로 기댈 대상이 있게 된다면 다림은 좀 다른 반응이나 다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지훈 씨는 뭔가를 원한다. 그런 게 있나요?" 가볍게 물어봅니다. 다림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없었을까..? 아니면? 그건 지금으로썬 알 수 없다.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하는 건 다른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