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러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그리고 고래어 교실은... 음,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주긴 했지만 열심히 듣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일이면 잊어버릴지도...?
"새우가 이야기한다면 어떤 목소리일까요."
작으니까 재잘대는 목소리일지도? 나이젤은 작은 사과 조각을 씹었다. 사과 괜찮네...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물거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구명조끼... 음? 빨대를 물던 나이젤이 정지했다. 방금 전의 물거품, 설마 누군가의 단말마는 아니었겠지? 설마. 이렇게 낡은 구명조끼를 끼고 살아있었을 리가. 어떤 이유로 공기가 가득 차 있다가 떠오르면서 빠져나왔다던가, 그런 거겠지. 음... 음...
"신기한 이야기네요." 바다의 언어라던가를 들어보면 어떤 느낌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다림은 물에 빠져도 어떻게든 살아나올지도 모르니까 의미는 없었을까?
"물거품이 있네요. 옛날에 들은 동화는 뭘 보고 물거품이라 했을까.." 아마 인어공주를 생각한 걸까?
"멀리서도 잘 들리는구나.." "그런 걸까요? 재잘거리는 느낌일지도.." 새우는 지능이 낮아서 그런 걸지도. 라는 추측이 신빙성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보인 구명조끼를 보고는 언젠가의 해운사고에서 나타났던 걸까.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미 다 먹어치운 다림은 끝입니다. 좀 앉아서 구경하다가 갈지도 몰라요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이해하는 것이 버거운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조차 싫은 거면서. 환청이 말을 거는 기분이었다. 아니, 진짜 환청이었을지도 모르지. 오니잔슈가 거는 환청 말이다. 애초에 환청에 가짜와 진짜가 있는지 의문이 가기도 하지만. 다림이 그렇게 말하자, 지훈은 "어느 쪽에 더 가까워?" 라고 한번 더 물었다.
" 내 생각에는 심리 쪽이지만, 의외로 육체 쪽일지도 모르지. 난 심리 쪽이라 생각할래. "
"그보다 내게 묻지 마. 네가 더 잘 알잖아." 라면서 분위기를 희석하려는 의도를 알았기에, 일부러 어울려주려는 듯 살짝 투덜거렸다. 지훈은 다림의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 글쎄다. "
라고만 짧게 답하며 다림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한다.
" 두가지 답이 있어. 첫번째는 겉의 대답. 두번째는 속의 대답. 진실된 건 후자지만, 그건 값을 부를지도 모르겠네. "
어느쪽이 듣고싶어? 라는 듯 다림을 바라보았다. 내밀한 이야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그저 가볍게 넘어가길 원하는지, 그걸 물어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본 적 없는 소재인지, 아니면 마도 같은 기술의 산물인지 모르니까요. 아무리 대단한 바텐더도 빨간색, 이란 말만 듣고 무슨 술인지 알 수는 없어요? 물론 저는 그만한 사람이 아니지만요."
음속돌파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나이젤은 지훈이 위를 바라보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놀이공원의 풍경을 크게 눈에 담으려면 관람차밖엔 없지만, 하늘은 언제라도 올려다볼 수 있으니까. 그건 소홀해진다는 뜻과도 같다.
"스테이더스 제한 정도는 있겠죠."
속이고 타면 학/생(이었던 것)이 되는 거고. 양심에 목숨을 맡겨라, 대다수의 성학교생! (모함) 이미 결혼도 할 수 있는 나이인데다,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커리큘럼을 따라갈 수만 있으면 인간흉기가 될 학생들을 위한 놀이기구. 이 정도는 되지 않으면 스릴 따위는 느껴지지 않을 터! ...라지만 그런 것만 있지는 않았다. 평범한 수준의 놀이기구도 갖춰져 있는 것 같고. 그런 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건 음속돌파 같은 탈평범 놀이기구의 인상이 너무 강한 탓이겠지. 좀 더 노력해주세요, 상식적인 놀이기구 씨!
"그리고, 저쪽 광장 무대에서는 의념으로 등장인물을 직접 불러내면서 책을 읽어주는 이벤트 중이네요. 관련된 동아리 활동 중인 걸까요. 공포 체험 시설이나 탈출 체험 시설도 여러 개 보이고, 가보는 것도 좋을까요?"
보기만 해도 매우 만족스레 먹고 있는 카사! 길다란 주둥이에 어찌 어찌 쌀알 하나 깨끗하게 들어가고, 흘릴 뻔한 부분도 잽싸게 신손S의 속도로 혀를 이용해 낚아채 버린다. 이까지 대단한 재능 낭비가 더 있을까. 후안의 칭찬(?)에 멈칫, 고개를 들어, 굉장히 뿌듯한 표정을 만들어 낸다. 늑대의 얼굴로 대체 어떻게 그런 표정을 만들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해냈다. 대단하다 카사. 하여튼 그런 훈훈한 눈빛으로 후안을 본다.
마, 내가 좀 대단하지 그래!
흐흐흥. 내가 바로, 어? 머리도 좋고, 어? 예의도 바르단 말이야! 카사의 어깨가 은근히 덩실덩실 춤을 춘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하는 데, 카사는 고래가 춤출수 있는 지에 관해서는 부정적이었지만 카사를 춤추게 할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나를 더욱 더 칭찬해라 닝겐!
결국엔 합, 아그작, 닭다리를 한입에 먹어버리고, 스윽, 기이일쭉한 혀로 접시를 한차례 닦는 카사. 음식물 쓰레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슥, 눈알만을 데굴, 올려 식탁위의 후안을 바라보니, 닝겐도 밥을 다 먹은 듯하다. 합, 고개를 숙여 한 입에 접시를 살포시, 조심스레 문다. 터벅터벅, 가서 후안의 식탁위에 사아아알포시 올려놓는다. 스크래치 하나 없이 완벽해!
은근슬쩍 설거지를 맡긴 부분은 무시하자.
하여튼, 카사는 식사를 끝냈다. 닭도 주고 밥도 준 고마운 닝겐!! 후안을 바라보는 눈빛에 존경과 고마움이 물씬 묻어나온다. 후에 멧돼지나 사ㅅ... 아, 아니, 하튼 큰 동물 하나 정도는 잡아줘야 겠다. 여기까지의 길은 기억했으니 길 잃은 걱정도 없다! 꾸벅, 한 차례 고개를 숙여 후안을 향해 인사를 하는 카사.
그러면 이제 쫒겨날 차례겠지.
고개를 다시 올리고 커다란 몸집도 함께 돌리는 카사, 쓸쓸히 문 앞으로 투벅투벅 걸어나간다. 밖에는 아직도 비가 오고 있지만, 그 정도야 카사한테는 걱정없다! 설밭에 자는 게 일상이었던 카사에게 비 정도야! 물론 이제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가족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될 것이다! 카사는 든든하니까!
"그냥 넘어가는 걸로." 그렇게 결론이 났다면 다림은 그저 그렇게 넘어가고 말을 꺼내지 않겠지요. 그러길 원하시는 거잖아요? 어느 쪽에 더 가까워라는 질문에는 둘 다 맞고 둘 다 틀려요. 라는 말을 합니다. 이상한 말들만 하고 있고.. 지훈이 심리 쪽이라는 말에는 그렇기 생각하신다면 그런 거죠. 라는 말을 했습니다. 살짝 투덜거리자 쿡쿡 웃었습니다.
"흐음... 겉이랑 속이랑 차이점이 있나 보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선택하라는 말에 지훈을 흘깃 바라봅니다. 못됐네요.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는 가디언칩을 톡톡 건드려 뭘 잠깐 하던 모양입니다. 뭔가 결과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속으로 결정되었네요" 어떤 것을 했는지 물어보면 알아볼 수 있을까. 속을 물어보면 값이 들지도 모른다는 말은 그다지 의미없었을지도. 말 10만 gp 이런 거면 아 좀. 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어째 자신의 생각과는 꽤나 다르다는 느낌이었겠지만... 뭐, 그거야 지훈의 기준이 워낙 높았던 탓이기도 했으니. 잠시 흥미롭다는 듯 나이젤을 바라보다가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을까.
" 놀이기구에 스테이더스 제한이라니 뭔가 옛날에 하던 키 제한이 떠오르네. "
어릴적에 그거에 걸려서 많이 놀이기구를 못 탔었지- 라고 생각하며 나름 추억에 잠기려고 했던가? 물론 평범한 놀이기구도 이곳에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런 곳까지 와서 놀이기구를 탈 거면 좀 더 스릴있는 걸로 타는 탓에 그런 상식적인 것들은 소외되는 건가. 지훈으로써는 알 길이 없는 것이었다.
카사는 큰(물리뿐)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며 생각한다. 천둥 번개 치니까 오늘 밤 숲속은 조금 위험하려나? 여기서 쭈욱, 가면 푹신푹시한 풀밭이 있으니까, 거기로 갈까? 꼬리로 머리위를 가리면 코에 빗물도 안 들어오소 좋을테다! 바닥에 엉덩이 붙여서 점잖게 기다리고 있던 카사, 후안이가 다가오자 주섬주섬 일어서 나갈 준비를 하는데....
???
어리벙벙 먼저 누운 후안을 쳐다보는 카사.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듯, 한 바퀴 제자리에서 돌고, 머리를 갸웃거리다, 다시 한번, 반댓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걷는다.
에엑...? 서, 설마, 재워주는 거...?
댕댕 입을 쩌억, 벌어 미동도 안하는 후안을 멍- 하니 바라본다. 아니, 진짜? 진짜로? 나 모르는 댕댕- 아니, 모르는 카사인데? 이렇게 막, 어? 경각심이 없어서, 어? 그렇게 쳐다보다, 결심이 들었는지, 뚜벅뚜벅 후안을 향해 걷는 거대한 늑대. 평범한 바닥임에도 침구를 정리하듯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동그랗게 큰 몸짓을 말아 그의 머리맡에 눕는다. 흠! 좋아! 나는야 은혜를 아는 카사. 오늘 밤만은 특. 별. 히! 내가 지켜주마!!
이리 경각심이 없는 닝겐이라면 그 만큼 호위가 필요할터!! 특이 몇몇 닝겐은 천둥번개를 무서워 한다고 들었다만, 걱정마라, 닝겐! 내 이 침대 옆에서 지켜주마!! 모르는 사람이 오면 컹컹 짖어 쫒아내고!! 모르는 닌자 침범해오면 꽉! 물어줄 것이다!! 내 그대의 영광스런 호위이니, 걱정말고 잠을 잘 ㅈ... 잘.....쿠우......
....꼬르륵, 잠이 들어 버렸다. 새근새근. 창박에서 우르릉 꽝꽝 소란스런 천둥에 불구하고, 평온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