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592 나이젤은 좀 어이없다는 눈으로 여학생을 바라봤다. 하긴... 나이젤도 그런 적이 있었다.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게 시선을 끌어서 이런저런 쓸모를 붙여서 사버리기도 하고. 아니, 이건 사람의 보편적 특성이잖아. 동질감 갖지 말자. 나이젤은 영화 대본에서 한 줄 뽑아온 것 같은 말에 살짝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신경써 줄인 목소리로 답했다.
"사색의 생각은 평생 있어도 부족하지 않겠어요?"
깊이 생각할 만큼 늘 가까이 있었던 건 자기 자신뿐이었다. 그래서 늘 자신에 대해 생각해왔다. 자신은 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쓰이면 좋은 것인지... 생각해봤지만 답은 계속 바뀌기만 했다. 하나로 정해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자신이란 사람도 바뀌고, 세상도 바뀌고, 사람들도 바뀌니까.
"...그래도 오늘의 시간으로선, 충분했던 것 같네요."
지금은 과거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이젤은 흘러가는 하루의 사람이니까. 지금은... 아까 나빠졌던 기분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 이걸로 오늘의 사색 시간은 다 채웠다고 하자. 이런 세상, 하루라도 견딘 게 잘한 일이라고. 그런 남의 철학에 기분을 맡겨보자. 봉사활동... 봉사활동은... 조금 더 생각해보고...
>>597 " 있지. 외로움이란 기준은 아주 많이 상대적인 거래. 주위에 사람이 많더라도 꾸준히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는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데. 그러니까.. 고독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 "
시연은 이야기를 늘입니다.
" 다림이는 그런 부류라고 생각해. 스스로 고독을 이해하려 하는 사람. 하지만 점점 고독이라는 상황에 익숙해져, 스스로를 내던지려 하는 사람. 그래서 나는 그런 다림이가.. 미안. 솔직하게 말해서 불안했어. "
살짝 고개를 숙이고, 우물쭈물 하면서도 열심히 시연은 말을 이어갑니다.
" 우리는 언젠가 가디언이 되어야만 해. 우리가 바라지 않는 협력도 필요한 날이 올거고, 우리가 바라지 않는 일을 하는 날도 올거야. 그때는 다림이도 웃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고, 다림이가 싫더라도 무언가를 하는 날이 올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때의 다림이가 다림이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이길 바래. "
손을 꼼지락 꼼지락 만지다가 시연은 고개를 들고 다림을 바라봅니다. 어려운 말임에도 용기를 가진 채로, 소녀는 소녀에게 마음을 비춥니다.
" 그러니까. 더 많이 아파보자. 더 많이 슬퍼보자. 우리는 그러면서 성장하겠고, 알아갈거야. 그 이외에 얼마나 소중한 게 많다는 사실을 말야. "
잠시의 침묵이 지나고, 시연은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 다림에게 다가옵니다. 다림을 폭 끌어안고, 에헤헤.. 하는 짧은 웃음을 짓습니다.
" 그러니까 그때까지 내가 친구해줄게! 그러니까.. 외로워 하지 마! 알았지 다림아! "
>>598 ▶ 망망대해 ▶ 일반 의뢰 ▷ 게이트 ' 마른 눈물 '을 클리어하시오. ▶ 제한 인원 : 3인. ▶ 보상 : (개인당)1500GP, (서포터)기술 - 감정 공유
"그렇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도 가디언이라는 것에 어울릴까.. 하는 사람을 눈치 채는 사람이 많은 곳이잖아요." 불안하다는 말에는 그저 가만히 들으려 합니다. 불안하게 행동했나?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을까요?
"아직 앞날이 많이 남았으니까요. 아프면서 성장하고, 소중한 걸 만들어보고..." 그러나 그것들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이라는 말은 잇지 않고 삼켜냅니다. 시연의 말은 맞는 말이기 때문에 약간은 아린 겁니다. 약은 쓴 법이죠.
끌어안고 에헤헤하는 웃음에 다림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웃음을 피식.(매우 귀여움에 나온 웃음이었다) 짓고는 시연을 끌어안고 토닥이려 시도합니다. 두려움은 흩어질 수 있을까요. 그런 불안감은 있지만, 알았지? 라는 물음에는 어떤 답을 주어야 할까 조금 고민했지만. 그런 고민은 필요 없었습니다.
"그럴게요. 시연이가 있어준다 했는데도 외로울 것 같지는 않은걸요." 시연이나.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어쩐지 외롭지 않아지게 될 것 같다는 말을 그 그럴게요 하나에 압축할 수는 없었으나. 이어지는 말들과 함께 나름대로의 확신을 갖고 말한 것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