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하모하모. 이런 요리를 하는데 요리부가 아니믄 요리부에서 당장 스카웃이 와도 안 이상한 게 아닌가요" 사투리가 점차 사라지는 걸 보면 조금 정신을 차린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너구리 4마리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런 대단한 케이크를 먹은 건 레알 기념일로 정해야 해! 라면서 너구리에게 맞장구를 칩니다. 요리부 부장이라는 말에 언제 요리부에 가면 그런 사람들이 많을까..
거짓말 잘 안하는 다림으로썬 레알 진심인 겁니다. 그러고보니 스킬이 생긴 것도 같나...?
카사는 귀엽다는 말이 외모를 칭찬한다는 뜻인 것을 이제 잘 알고 있었다!! 당당히 고개를 끄덕히는 카사. 응! 그래! 난 귀여워! 하루가 예쁜 것처럼! 히히, 웃으며 꼬옥, 하루를 마주 안는다. 후우, 하고 품속에서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여름 날 아이스크림처럼...
"응! 어제께 산책하다 제노시아 뒷산까지 갔거든? 거기서 찾았어!"
거기 게이트도 열려있더라. 참 이상한 학교야! 남의 학교시설까지 쳐들어간 주제에, 아니, 그 보다 성학교에 다니는 주제에 이상한 말이다. 생각이 복잡해서 그렇게 멀리 나아간거긴 한데, 이리 예쁜 꽃도 찾아냈으니 결과적으론 좋은 일이었다! 부비적부비적, 한 껏 어리광을 부리다, 드디어 선물을 건넸으니 뒤로 돌아 문을 닫는다. 후후. 이젠 우리 둘 뿐이다 닝겐.
"다행이야!! 그거, 배고프면 먹을 수 있으니까."
쓰긴 하지만. 저쪽 꽃은 가시에 독이 있던 종류인데, 내가 다 손질했으니 이제 괜찮아, 라고 하나 하나씩 설명해간다. 자세히 알고 있는 거 같다면 물론이다. 하루에게 가니 특별히 조심해야 하지 않는가.
하여튼 자신의 선물이 하루의 책상위에 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도 책상을 쓸때마다 카사를 생각할까? 앗, 그건 확실히 좋다! 다음부터 먹을 것보다는 다른 것을 선물하자는 생각은 옳았다.
하루에게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고 바로 지익, 목부터의 지퍼를 내린다. 훌렁훌렁, 몇초안에 솓쌀같이 갈아입은 카사. 처음에는 지퍼도 찝히고 고생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진 느낌이다. 어찌나 빠른지, 하루가 다시 뒤로 돌면 그저 입던 점프슈트의 색깔만 달라진 느낌일테다. 검은색에서 하양색으로. 카사는 자신을 내려다보다 하루를 올려다 보니 괜히 뿌듯해졌다. 원래 잠옷 같은 옷은 따로 없었는데, 색깔을 맞추어서 챙겨온게 다행이었다.
"이것봐! 이젠 둘 다 하얘!"
빙그르, 돌아 등 뒤도 하얀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 번 돌고다니 금방 갑작스레 우물쭈물거리는 카사. 침대위에 다정하게 웃고 있는 하루를 보니, 왠지 다음 할 질문이 조금 어리석게 느껴진다. 고개를 살짝 숙여 손가락을 이리저리 꼰다.
"저는...아실지도 모르겠지만, 하멜른이라는 게이트에 죽기 직전에 각성했어요. 저는 그것때문에 아마...오랫동안 누워있었겠죠. 정신을 차렸을땐 달력의 연도가 몇년이나 바뀌어 있었으니까요." "엄마는 그날 이후로 집에 오는날보다 안오는 날이 많았고, 아빠도 마찬가지셨어요. 저는 알고 있었어요, 저때문에 부모님이... 벌받는거라는걸요.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진 몰라도, 제가 몇년이나 잠든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냥 저때문이라는거 하나는 알았어요." "요즘들어 자꾸 그날이 떠올라요. 내가 몰래 집밖으로 나가서 놀고오자고 안했으면 내 친구들은 살아있었을텐데, 엄마랑 아빠는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을텐데." "그래서 그냥 최대한 예전처럼 지내려고 했어요. 밝고 건강한 사람처럼, 정말 아무일도 없던 것 처럼.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꾸 두려움이 커져갔어요. 내가하는 모든 행동이 오히려 부모님을 아프게 하지 않을까?"
"...더는, 더는 모르겠어요. 부모님께 매번 하는 사랑한다는 말도, 밝은 부분의 저도 그냥 다 기만이고 사기같아요."
라고 할 리가!!! 하지만 이런 거라도 봐야 해!! 젠장~~ 두리번, 두리번... 책을 뽑아서 사람이 없는 인적한 곳으로 가서 책을 펼친다. 내가 기본기를 배우기 위해 이런 걸 보다니!! 마치, 퓨어퓨어보이스 색칠놀이 세트를 산 기분이야!! 어제도 했지. 재미있었어. 2pau같은걸 상상하는 재미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