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이분법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체 모를 소년의 손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살기 위해선 이 소년의 발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나는, 영웅이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다. 분명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을 받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소년은 키득거리며 날 바라봤다.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저런 눈이라도 괜찮다. 나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 내 소원을 이루어다오.
아, 밥상엎기 마렵네. 라고 생각한 강찬혁. 젓가락을 잡은 손에 일순 힘이 들어가고 입술이 떨렸다. 그래, 다 맞는 말이다. 솔직히 생긴 것도 시비 걸 사람 못찾아서 안달난 깡패처럼 생겼고, 관상을 읽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빈말로라도 강찬혁 관상이 좋다는 말은 못할 것이다. (강찬혁 면전에서 관상을 운운한 사람들은 보통 관상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맞는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진짜 강찬혁이 성질 못 이겨서 밥상을 엎더라도 지금 눈 앞에 있는 저 사람에게 바로 제압당할 것이고, 뒷배 따위는 없었다. 옛날 삼봉캐피탈의 사장이나 그 위에 보스들처럼 강찬혁을 죽일 구실 없나 찾아다닐 깡패놈들밖에 없지. 인성도, 글쎄, 강찬혁이 지난 과거에 했던 일을 생각해보면 갱생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좋다는 말은 절대 안 나오겠지.
그러니까, 강윤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은 모두 팩트였다. 하지만 강찬혁은 그것이 전부 다 사실이라도, 저렇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중학교 때 죽도록 두들겨팬 전력이 있었다.(예를 들어, 누군가가 편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의 아이에게 "쟤는 부모가 없다던데." "너는 아버지가 없다면서?"라고 말한다면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람의 가정교육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뭐 뒷배 없고 싶어서 없었는 줄 아냐, 자기보다 약하니까 사람이 좃으로 보이냐 유찬영 앞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냐, 면전에서 X같다고 뱉는 니 인성은 구역질이 난다, 등등 여러가지 말들이 나오려 했지만, 여기서 난리를 피웠다가는 강찬혁 평판만 조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시로 역시 강찬혁의 친구지만 그 역시 시로의 친구로 보이기에 참기로 한다.
"뭐... 틀린 말은 아니고, 부정은 못하겠네요. 하지만... 친구가 서로 이용가치 따져서 되는 건 아니잖아요. 마음 맞고, 뜻 맞으면 친구니까... 시로도 절 여기에 초대했겠죠..."
전투연구부장은 캡틴 연성 같은거 보면 원래 모르는 사람한테 거의 살인 참고있는 연쇄살인마 수준으로 성격 더러운건 그냥 그 사람 성격이 그런갑다 할 수 있을거같은데 저 사람은 뭔 깜빡이도 안 켜고 바로 강찬혁 X같다고 이야기하니까 찬혁이 입장에서도 이걸 참아야 할 이유가 있나 싶어지네요
부장은 만족한 듯 순순히 물러납니다. 한참 볼을 주물거리던 다림의 손을 잡고 시연은 천천히 잡아당깁니다. 악의는 없었기에 시연은 천천히 그 손길에 따라 움직여줍니다.
" 약속! 저번에 다림이 얼굴을 엄청엄청어엄청 예쁘게 꾸며주기로 했지? 그 약속 지키려고 데려왔어요! "
부원들은 어쩐지 들뜬 시연의 목소리에 미소를 짓고 긍정합니다. 이 한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메이크업부에는 활기가 가득한 듯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 좋아. "
부장은 다림을 바라봅니다.
" 원하는 스타일이 있어? 가능한 한 예뻐지고 싶다. 같은 말은 기본 패시브니까 제외하고 말야. "
>>65 에미리가 문을 열자, 그 곳에는 익숙한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야마모토 도마. 사오토메 가家의 집사 중 한 사람이자, 오랜 시간 에미리의 '교육'을 맡아왔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완벽한 직각을 만들고 천천히 펼칩니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가씨. 그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아키조 카르마 님. " " 아니. 난 별로 반갑고 싶지 않은데? "
차갑게 말을 내뱉은 카르마는 도마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냅니다. 하지만 도마는 그런 눈빛을 무시하고 다시금 에미리에게 눈길을 보냅니다.
" 회장님께서 전하라 하셨습니다. 본가에 얼굴을 비추고 싶지 않은 것은 이해하지만 마도 일본에선 사오토메에 어울리는 자세를 가지시라고 말입니다. "
에미리는 천천히 도마라는 사람에 대해 살펴봅니다. 만약 추리나 판단 계통의 기술이 있었다면 더더욱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겠지만 그런 것은 없기에 영성에 기반한 추리밖에 할 수 없습니다.
- 지나치게 갈무리된 기운. 분명 의념 각성자는 분명하지만, 기운을 완벽히 숨기고 있다. - 딱딱하지만 정교한 발걸음. 일반인보단 어딘가에 기습하는 사람의 발걸음에 가깝다. - 말에 높낮이가 없다. 이상하리만치 하나의 음을 정하여 말을 꺼내는 것이 이상하다.
" 그러니 아가씨. 부디 회장님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그동안 아가씨의 서포트는 저. 야마모토 도마가 수행토록 하겠습니다. "
>>626 하루가 고민을 하기도 전에 크리스의 활이 현과 맞닿아 천천히 연주되기 시작합니다. 바이올린의 목소리는, 울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한 소년이 비가 오는 날에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늘에는 구멍이 뚫린 듯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고 소년은 손을 뻗어 빗방울이 자신을 두드리는 것을 맞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거기서 한 소년을 떠올립니다. 에반, 에반, 그런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던 소년에 대해 떠올린 하루는 천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에반이라 소개했던 소년에 대해 자신이 느꼈던 무언가를, 자신이 하지 못한 무언가를, 자신이 대답하지 못한 무언가를!
토해냅니다. 토해냅니다! 토해내고 있습니다! 그때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그.. 스스로에게 가졌던 실망을! 스스로 좌절하고 가라앉았던 목소리를 노래라는 옷에 입혀 표현합니다. 크리스는 살짝 눈을 치켜 세웠다가 미소를 짓곤, 활을 고쳐잡습니다. 음악은 천천히 가라앉다가 숨을 내뱉습니다. 내뱉는 숨에는 하루의, 하루가 말하고자 했던 말들이 담겨 있습니다.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을거야.
그 음악은 사람을 찌르고 있지만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것만 같습니다. 말합니다.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혼자여만 했었던 어린 하루에 대해 말입니다.
음악은 또 변화합니다. 밝진 않습니다. 하지만 푸른 초목으로 피어난 숲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음색은 변화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하루 역시도.. 목소리를 바꿉니다. 자신이 이만큼이나 노래를 잘 부른단 사실을 알곤 있었을까요? 크리스는 웃으며 목소리를 내뱉기 시작합니다. 봄의 요정은 하루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음.. 아마 제 생각에는... 강윤이? 강윤이는 자기 힘만 믿고 타인을 좀 얕잡아 보는? 그런 성격인 것 같습니다. 시로가 찬혁이를 소개하자 찬혁이를 흘깃 보고 대충 견적을 만든 것 같아요. 이 사람은 나보다 약한 것 같은데? 시로랑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데? 그러면서 타인을 얕잡아보고 자기 능력만 맹신하는 성격이니, 타인이 어떻게 느끼는지 생각도 안 하고 찬혁이한테 그렇게 말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