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내저으며 녹차를 타기 시작하는 에미리에게 쿡쿡 웃음소리를 흘린 하루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을 돌려준다. 저렇게 능숙하게 차를 준비하는 것은 그녀가 한두번 해본 것이 아니라는 증거겠지. 감미로운 녹차의 향이 퍼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차 정도는 방에 사다둬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 하루였다. 그만큼 에미리가 타준 녹차의 향이 좋았다는 것이겠지만.
" 벌써부터 이것저것 경험을 하는 걸 보니, 저도 금방 에미리 양한테 잡히겠어요. 좀 더 노력해야겠네요. 선배로서 모범이 될 모습을 보이려면. "
하루는 혹시나 준비를 하는 에미리의 방해가 될까, 얌전히 침대에 걸터 앉은 체, 에미리가 대단하다는 듯 말하며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자신의 후배가 많은 경험을 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면서도, 하루가 이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 없게 채찍질 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하루는 그 채찍질이 싫지 않았다. 부담이 되긴 하지만 분명, 후배와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만족감을 가져다 주었으니까.
" 저도 이리저리 바빴어요. 알다시피 동아리도 늘 환자로 북적이고, 지난번엔 게이트 발생으로 민간인 분들이 다쳐서 파견도 다녀왔으니까요. "
그때의 자신에겐 미흡한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으니, 그런 모습을 에미리에게 보이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에미리의 질문에 답했다. 기왕 보여주는 것은 자신도 어느정도 자신이 있는 부분이고 싶은 것은, 후배의 예쁨(?)을 받고 싶은 모든 선배들의 마음이겠지.
" 부족하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오히려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의 환대를 받아서.. 다음번에 에미리 양이 제 방에 찾아올 때에는 뭘 준비해야할지 생각 중이었어요. "
아끼는 후배에게 그에 걸맞는 대접은 해야하지 않겠어요? 하루는 상냥한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다음번에는 홍차도 준비하고, 카페에서 먹기 좋고, 보관하기 좋은 과자류를 사다둬야 하겠다고 마음을 정한 하루는 무엇이 생각났는지, 아까 에미리가 꺼내둔 패드를 들고는 의자를 끌고가 에미리의 바로 옆에 가까이 앉는다.
" 아까, 에미리 양이 모른다고 한 부분 있죠? 여기가 어떤 곳이냐면.. "
하루는 어깨가 맞닿을 거리에서 한손으로 살며시 흘러내린 새하얀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기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간다. 제대로 다과를 즐기기 전에, 어렵다던 에미리의 고충부터 해결 해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무엇이 되었든 깔끔하게 해결하고 즐기는 것이 마음이 편할테니까.
"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거에요. 이해가 되었을까요, 에미리 양? "
설명을 하고 있던 하루가 고개를 살짝 들어 에미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조금 기울였고, 눈을 마주하려 하며 다정한 물음을 던진다. '이해가 안되면 얼마든지 말해주세요. 저도 이부분은 어려워서 많이 공부했거든요. 다들 그래요 ' 하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국밥 매니아. 역시, 내 머릿속에서 그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잡힌다. 40대의 무뚝뚝한 가장... 딱 그 스타일이야!! 본인도 종업원에게 "소고기뭇국 1인분이요~" 하고 주문한다. 역시.. 24시간 영업 식당답게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파와 고추, 쌈장, 깍두기, 겉절이. 아주 기본적인 찬과 국밥, 그리고 국이 나왔다. 종업원이 세팅해주는 것을 기다리다가 세팅이 끝나자 "감사합니다." 짧게 한 마디 하고는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서 마신다. 음~ 빨간 뭇국은 역시 이게 좋다. 개운한 이 맛!! 조금 기름진가 싶지만 그게 또 매력인 그 맛. 얼큰하고 개운하고 뜨거운 게 문제라 좀 식혀야 하지만 또 고기 건더기를 씹으면 부드러운 살코기와 쫄깃한 지방이 씹히면서 고기에 배여있는 국물이 고기의 기름과 같이 빠져나와 입 안 가득 고소한 맛이 퍼진다.
"후... 솔직히 이런 식사 되게 오랜만이에요..."
/왠지 후안이 주문한 국밥 안에 소면이 넣어진 채로 나온거면 재밌겠따... (소면 불호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