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다곤 생각 안 하는데. 잘못이 아주 없다곤 못 하지만... 이런 곳에서 다친 사람과 싸움이 붙을 만큼은 아니었다고 생각해. 게다가 난 서포터인데. 어째서 비상용인 채찍을 먼저 꺼내들고 싸울 일이 자꾸 생기는 걸까. 나이젤은 머릿속을 정리하며 거둬들인 채찍을 잡아당겼다. 제압할 수 있을까? 못 하면 당하는 거고, 그러면 사이좋게 다쳐 눕겠네. 최악이야.
그리고 아까 전에 봤던 눈 깜짝할 만한 속도가 움직였다. 황금비와 신속 S의 신체로 덮쳐드는 속력은 나이젤의 B에 불과한 신속을 압도하고 한순간에 거리를 좁혔다. 다행인 건 카사가 포효를 먼저 하고 움직였다는 걸까. 그걸 신호삼아 나이젤은 채찍의 중간을 잡고 꽤 단단한 편인 손잡이를 앞으로 휘둘렀다. 정보를 취합하고 행동하기보단 반사신경에 의존한 그 공격은... 맞았을까?
카사가 아주 조금이라도. 단 1의 영성 포인트가 높았어도. 아마 이런 생각을 할수 있을 것이다.
대체 골목길 한 중앙에서 무슨 미친 지거리를 하는 것이라고. 제발 침착하게 생각이란거 한번 쯤은 해보라고.
아아, 허나 크나큰 비극이오다. 뇌세포가 부족안 카사는 노빠꾸 돌진이라는 단어 밖에 몰랐으니. 그것에 참 도움도 안되게 부추기는 신체. 신속 S에 대비되는 상대의 신속 B! 눈으로 겨우 좆을 속도롤 급격하게 돌진 해오는 카사! 저승사자의 가증스럽게 침착한 얼굴이 가까워진다. 카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긴다! 이길 수 있다!
우후후후후...우후후후후!
"보아라!!! 이것이 너와 나의- 엑."
미끌.
나이젤의 앞. 그러니까, 방금 까지 있던 카사의 자리. 거기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그래, 피웅덩이. 카사가 방금까지 철철 흘리던 피웅덩이가 있었다.
자. 여기서 옛날 옛적의 현자, 뉴턴의 말을 상기하겠다. 필살기! 「뉴턴의 제2법칙」! 물체에 가해지는 힘은 그 가속도에 비례한다!
신속 S의 스피드로 돌진했던 피웅덩이에 카사는 신속 S의 스피드로 미끄러졌고, 그것은 신속 S의 스피드로 그녀의 모가지가 나이젤의 반사신경에 의해, 안 그래도 위로 향하는 채찍 손잡이로 날라가게 했다.
뻑!!! 하는 듣기만 해도 아픈 소리가 울려퍼졌다. 카사의 몸이 기우뚱, 앞으로 넘어간다. 허우적거리며 앞의 무엇이든 붙잡으려는 손에 불구하고도 말이다.
숙적이 자신을 부른다. 그러나 후안 자신도 숙적을 부르고 있다. 검을 어떻게 휘둘러야 할지 서로에게 알려주고 싶음에 미쳐있다.
이의도 반대도 없이 서로에게 달려든다. 마치 자석과 철처럼 검과 검집처럼. 서로에게 다가가며 서로의 살과 뼈를 잘라낼 계획을 한다. 생각만해도 심장이 가득 뛰며 맥박이 터질것만 같은 놀라운 검술과 상대의 대응법을 예상한다.
서로의 검이 부딪힌다. 서로의 검이 붙은채 떨어지지 않는다. 떨어지려 틈을 튼 상대가 단숨에 죽는다. 그것을 서로 알기 때문에 서로 떨어지지 못 한다. 아니 않는다. 그런 시시한 죽음따위 서로 바라지 않는다. 심장이 터지고 뇌가 타버릴때까지 모든 혈관과 신경을 이 검싸움에 쏟아버리고 싶다.
힘의 조절로 검이 흘려지려 하고 내리치려하고 막아내려 한다. 마치 첼로와 활이 서로와 비벼대며 나는 음악처럼 쏟아진다. 검의 소리들이, 검명들이 서로의 귓가로 천천히 속삭인다. 검끝에서 타고 내려오는 상대의 검로의 예측들.
'힘을 빼려 한다. 빠지려 한다. 밀려고 한다. 가드를 이용해 밀어낸다.'
그 예측대로 검을 움직이면 또 다시 이어지는 예측의 예측.
그렇게 안 끝날것 만 같이 서로를 갉아대던 검들에 변주가 일어난다. 변칙적인 정석이 아닌 한걸음. 스텝.
누가 시작한 변칙인지 알 수 없다. 의미 없다.
중요한건 서로를 향해 변주를 시작할것이란것이다.
서로가 각자 발걸음을 내딛으며 스텝을 만든다. 검의 마찰로 전해지는 것을 뛰어넘는 몇천가지의 더 많은 검의 경로를 만드는 변주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낼 변주를 서로 예상해 버린다. 서로가 서로의 검을 너무나도 안다. 상대의 예측을 막아내려 같이 밟는 스텝. 페이크였다. 막아내려는 예측에 카운터로 나온 회피 스텝. 그것을 만회하는 다른 공격적인 스텝. 그것을 막아내는 방어적인 스텝.
탱고에 비할 수 없고 왈츠에 비할 수 없다
그것보다 잔인하고 날카롭고 살의 넘치지만 더 빠르고 강력하고 심장이 터지지만 최고로 효율적이고 부드럽고
천천히.
스텝이 비트가 되고 검명이 연주가 되며 검격으로 상대의 경로를 하나하나 벗겨낸다. 제대로 된 무대 제대로 된 몸 달구기. 이제 시작해야 한다. 천천히 그렇지만 최대까지 검격을 가속해 나간다.
더 빠르게 천천히 했던 만큼 더 더 빠르게 바람에 스쳐가는 머리카락이 춤출것만큼 빠르게 더 빠른 리듬으로 너의 검격으로 내 검격을 파고 들어줘 가장 강한 부분도 가장 약한 부분도 전부 보여줘 호흡 곤란으로 비명도 지르지 못 할 정도로 끝까지 서로 죽이려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