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육성물 많이 했던 사람으로서 좋은 점 개선점 기탄없이 이야기하고 가겠습니다... 좋은점 진행이 많고 길다: 모든 어장이 결국 캡틴이 스토리를 이끌고 진행해야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특히 육성물은 그게 더 심합니다. 아무리 일상 화력이 좋아도 결국 스레주가 진행을 하면서 새 떡밥을 풀어주고, 새로운 특성을 부여해주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줘야 사람들이 뭔가 쓸 거시기가 생기거든요. 하지만 대다수의 육성물들은 여기서부터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굳이 타 어장 언급하지 말자 옛날 일 언급하지 말자 그런 규정이 없더라도, 그렇게 주저앉은 게 한둘이 아니라서 언급을 다 할 수가 없어요. 시작부터 몇주마다 한번씩 진행을 하고, 할 게 없어서 아직 검 한번 제대로 못 휘둘러본 참치들 캐릭터 가지고 이 레스주가 나중에 지각을 움직이는 거인이 된다 이 레스주가 스토리를 타고가면 괴물이 된다 뭐 그런 썰풀이나 하다가 끝났죠.(막말로, 내 캐릭터가 나중에 기사단장이 되고 신의 사도가 되면 뭐합니까ㅡ 정작 실제 진행에서 고블린 한마리도 못 잡아봤는데) 진행은 어렵고 말은 쉬우니까요. 하지만 캡틴은 쉬운 말 대신 어려운 진행을 택해주셨고, 그 결과로 엄청난 진전이 생겼습니다. (여태껏 존재했던 육성물 중에, 참치어장 이전까지 포함해도 이 수준으로 진행이 시원시원하게 잘 진행됐던 건 제 기억에 2-3개정도밖에 없습니다. 이 스레에서 2-3주만에 진행된 스토리를, 거의 6달 걸쳐서 절반도 못 진행할 정도로 처참한 곳도 있었죠.) 그렇기에 정말 눈물날 정도로 감사합니다. 단순히 "내 캐릭터가 이렇게 강하다~"용 썰풀이만 진행될 뿐 실제로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던 몇년간의 육성물 가뭄 끝에, 드디어 제대로 된 육성물을 만났으니까요. 떡밥과 진행의 적절한 조화: 물론 육성물에서는 진행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 와중에 떡밥도 중요합니다. 떡밥은 육성물 진행자들에게 향후 내가 뭘 해야겠다, 뭘 어째야겠다, 같은 장기적인 목표를 정하는데 있어 떡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스레주는 그걸 전시회나, 영웅들의 방문, 참치들이 개입하지 않는 연성, 그리고 수업 시스템 등으로 적절하게 풀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선할 점 육성물 초보자에게 조금 더 명확한 진로와 정보를: 사람의 창의력과 창발성이 가장 크게 발휘될 때가 언제일까요? 바로 명확한 제한이 있고, 그 제한 속에서 무언가를 해내야 할 때입니다. 보통 용병단형 육성물과 샌드박스형 육성물 중에서, 샌드박스형 육성물이 겪는 가장 큰 문제가, 초기에 참치들이 뭘 해야 할 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어디까지가 가능하고, 어떤 게 가능하고, 이 캐릭터가 뭘 알고 있고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캡틴과 참치들의 정보격차가 만드는 혼란이죠. 어떤 사람들은 TRPG 등을 통해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빠르게 어떤 것이 무엇에 도움을 주겠구나 추측하면서 빠르게 행동하고 대부분 좋은 성과를 얻습니다. 하지만 뉴비들은 처음에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 ?????하는 상태가 지속됩니다. 이런 쪽에서는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위에 이미 쓰셨네요.
긴 시간이었습니다. 검귀의 흔적을 추적하고, 검귀의 이야기를 밟으며 우리들은 검귀라는 존재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 아직 살아있던 때의 검귀는 여러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검귀와, 여러분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후 이루어질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검귀는 검을 뽑습니다. 애탄이라 이름 붙여진 그 검은 긴긴 울음을 토해내며 천천히 검신을 드러냅니다. 그 울음소리는 이제 이뤄질 일이 어떤지 알고 있다는 듯 비통하기까지 합니다.
-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한낱 복수에 미쳤던 미련한 전사일 뿐입니다.
검귀는, 꽃을 다듬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선 죽은 사람의 묘비에 두는 프리아라는 꽃이 있습니다. 연분홍색의, 꼭 어린 아이의 발그레한 볼을 닮은 꽃입니다. 검귀가 서있던 자리에는 수많은 프리아가 피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꽃들은, 검귀가 사랑했던 그녀가 키우던 꽃이기도 합니다. 연분홍빛 프리아 꽃을 두고 소년과 소녀는 서로를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 사랑은 비록 자줏빛 꽃이 되어 끝나고 말았고, 소년은 결국 귀신이 되어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을 위해, 잔혹하고도, 또 잔혹해졌습니다. 검귀는 여러분을 바라봅니다. 그 움직임은 조용합니다. 하지만 약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한 베려는 의지조차 없습니다. 그렇기에 무서운 것입니다. 검사가 베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무엇이라도 감정만 있다면 벨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검귀는 꽃을 바라보며, 슬픈 미소를 짓습니다.
- 아마도 꽃은 피어날 것입니다. 한 삼년이 지난 뒤면 이곳은 연홍빛 프리아 꽃에 의해 거대한 꽃밭이 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슬픔입니다. 그것은 고통입니다. 긴 사랑에 끝에 마침내 연인을 따라갈지도 모를 검귀의 목소리에는, 나직히 분노가 싹틔우고 있었습니다. 검귀는 검을 잡습니다. 그 눈에는 분노가 살아나고, 그 주위에는 날카로운 귀기가 솟으며, 그 입술은 숨을 내뱉으며 마침내 싸울 준비를 합니다.
- 오라. 난 아직 여기서 쓰러질 수 없으니. 이 작은 초원이 프리아로 뒤덮이기 전까지! 이 검귀는 귀신으로써 살아갈 것이다!
>>74 참치 이전부터 육성물이란 육성물은 다 찍먹해봤었는데... 이 정도 속도면 인원수 고려할 때 제가 여태껏 해본 육성물 중에 못해도 TOP 4에는 든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인원수 안 고려하고 그냥 개인당 레스수로 비교해봐도 이 정도 빈도와 속도로 진행 이어지던 어장 별로 없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캡틴 건강이나 현생이 걱정될 정도긴 합니다. 시스템을 잘 만들어놔서 캡틴이 참치들의 레스를 입력값으로 다듬어서 넣고 -> 출력값을 빼서 자연어적으로 다듬어서 내는 정도의 작업만 수행한다고 해도, 진행 전/후로 준비하는 시간도 10분 내로는 안 끝날텐데...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 그 소리에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지고 있었던 남자의 미련입니다.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었던 이들과, 지키고자 하는 것이 남지 않았던 사람. 검귀는 모든 것을 잃었고, 또한 모든 것에 복수를 이루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복수는 이제 남지 않았고, 또한 그의 이야기 또한 종막을 향했습니다. 검귀여. 검귀여. 그 슬픈 인간이여. 사람이길 포기하고 귀신이길 선택한 인간의 말로란, 어찌하여 행복으로 마치는 경우가 없단 말인가. 검귀는 큰 상처를 입고 자리에 쓰러지고 맙니다. 그는 시선을 내려, 자신에게 흐르는 붉은 피를 보고 상처입은 몸을 움직여 자리를 피해냅니다. 그 곳에는 프리아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연분홍빛 꽃잎이 손을 벌린 채로 검귀에게 손을 뻗고 있습니다.
- 안 됩니다. 손을 대면 피가 묻어요.
... 따스합니다. 검귀의, 그 소름돋는, 미친 것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는, 풋풋한 소년 티가 나는 목소리로 검귀는 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자신의 피가 흘러 꽃에 닿지 않기를 바라기라도 하듯 그는 천천히, 무거운 몸을 이끌고 꽃밭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 여러분을 바라봅니다. 이미 검귀의 검은 한계입니다. 들고 있는 것 만으로 초마다 체력을 소모하겠지만, 그래도 검귀는 검을 붙잡습니다. 왜냐면, 싸워야만 하니까요. 아직 그는 죽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바칠 마지막 선물이 완성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녀의 묘를 감쌀 프리아 꽃밭을 완성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기에 검귀는 쓰러지지 않고 검을 휘두릅니다.
( 대충 이 아래로 참치들 캐릭터가 싸우는 장면) ( 아무튼 이김 )
손에서 검이 떨어집니다. 검귀는 검을 놓치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 하늘은 어떤 색이었을까요. 붉은 색이었을까요? 아니면, 우리가 보고 있는 푸른 하늘이었을까요. 아니면 무채색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하늘을, 검귀는 보고 있었을까요. 검귀는 숨을 내뱉습니다. 이제는 최후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여러분을 바라보는 눈에는 적의도, 어떠한 감정도 없습니다. 다만 검귀는 힘든 몸을 이끌고, 입술을 열어 말을 내뱉습니다.
- 제 삶이란. 과연 비통으로 가득 찬 삶이었겠지요.
검귀는 눈물을 흘립니다. 이젠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단 사실에, 그러나 그녀에게 줄 선물이 완성되지 않았단 사실에 긴 눈물을 쏱아냅니다. 목놓아 웁니다. 단지 사랑했던 여인을 위해 강해져야만 했던 한 남자의 고통이, 피로가, 그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눈물은 땅에, 울음은 하늘을 향해 올라갑니다. 세상은 듣습니다. 검귀는 눈을 뜬 채로, 천천히 쓰러집니다.
- 나의 사랑. 나의 영원한.. 사랑.. 아..
그리고 검귀는, 눈을 감습니다. 세상에는 기적이 이루어집니다. 그의 눈물을 알기라도 하듯, 연분홍빛의 꽃들은 고개를 들고, 천천히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검귀의 시신이 바람이 되어 사라졌을 때, 이 작은 공간에는 놀라울 만큼의 프리아 꽃이 피어납니다. 다양한 종류가 있는 프리아 꽃인데도, 오직 연분홍빛의 프리아 꽃만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 널 사랑해. 메리 그레이스.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을래? "
소년은 연분홍빛 꽃, 프리아로 이루어진 꽃다발을 내밀고 방긋 웃습니다. 유약한 소녀는 그 꽃다발을 손에 든 채로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 긴 사랑의 마지막. 검귀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선택의 시간입니다. 검귀의 추억을 선택할지. 검귀의 기억을 선택할지는. 여러분의 손에 달리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그의 사랑을 축복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120 음... 조급해 하지 마세요. 일단! 캡틴도 진석주가 하고자 하는 걸 알면 그걸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계세요. 그러니까 일단 조급해 하지 말고 의뢰를 가고 싶다! 하면 의뢰를 찾아보거나, 다른 레스주캐릭터와 함께 간다거나 하는 걸 고려해보시고, 친목을 다지고 싶다! 하면 노아나 혹은 만남을 찾아서 친목을 다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진석주가 뭘 하고 싶은지 아는 게 중요해요. 진석주는 뭘 하고 싶으세요? 언젠가 진행 도중이 이런 걸 하고 싶다! 하는 것만 알아도 그걸 위한 밑발판을 만드는 걸 지금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생각해보세요
이번에 노아랑 노는 걸 턴손실이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결과만을 바라보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전 그것보단 차라리 인물들 사이의 서사와 관계에 집중해보시는게 어떨까 생각되네요. 주목할만한 사건이 하나 있으면 그것에 집중하다가, 없을 땐 npc들과 놀면서 관계를 쌓다가하다가, 또 주목할만한 사건이 있으면 거기에 집중하는 식으로요.
NPC는 노아를 만났잖아요? 나중에 느긋하게 돌아다니면 또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스킬은... 좀 신경쓰이는 일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하나라도 얻었고. 레벨업, GP, 아이템, 의뢰는 하나로 묶을 수 있겠네요. 좋은 의뢰를 찾으면 넷 다 얻을 수 있을 테니. 타이밍이 안 좋고, 운이 안 좋고, 뻘짓하고... 종합적으로 '손해 봤다'는 기분이 될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