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혁은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델라메인 종합 택시 서비스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강찬혁이 전화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하이톤이지만 무감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 이야기에 바로 대답했다.
"델라메인 양반... 아프란시아 성학교 앞으로 콜택시 한대 보내줍쇼..."
강찬혁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곧 택시가 올 거다. 병원으로 가면 되겠지. 강찬혁은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음료수를 마시자 다시 정신을 차렸다. 강찬혁은 웃었다. 이렇게 심하게 두들겨맞은 때가 세상에 또 있던가? 총 맞아서 죽을 뻔했을 때 빼면 없다. 게다가, 이렇게 심하게 다쳐놓고서는 그냥 앉아서 여유롭게 이야기나 나눈다니. 강찬혁은 그러다가, 뭔가 잊은 게 있는 거 같아서... 갑자기 떠올리고는 감사부터 전했다.
"그 전에, 제 야구 방망이에 요술 부려두셨죠? 고마워요. 뭐하는 요술인지는 몰라도, 그거 덕분에 산 거 같아요. 오크 골통을 두들겨패는데, 옛날에 그 방망이였으면 방망이가 휘어버렸을 거에요."
하루는 다림의 말에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뵈며 말한다. 반말을 하더라도 아마 하루는 기분 나빠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어찌됐든 편하게 대하는 것이, 다림에게 편안함으로 다가와 쉬는 시간처럼 느껴진다면 하루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애초에, 호칭이라던지 나이로 나눈다거나 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그녀였기에 가능한 면모이기도 했지만.
" 물론 이건 제 생각이니까,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자신의 마음에 달렸고, 자신의 생각에 결정되는 법이니까요. 그냥 가벼운 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생각해보시면 좋을거에요. "
처음에는 무표정하다, 발랄한 미소로 바뀌어가는 다림의 표정을 보며 눈웃음을 짓고는 가볍게 덧붙이듯 말한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하루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눈 앞의 다림이 선택을 하는데에 있어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 정도로 받아들여주는 것이면 충분했다.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그 선택이 자신의 생각이여야 했으니까. 그래도 눈 앞에서 발랄한 미소를 짓는 것은 보기 좋았기에, 하루도 한결 밝아진 미소를 답례삼아 돌려주었다.
강찬혁은 그렇게 말했다. 가디언 각성 직후에 쓰러져서 본 거기에서, 다른 건 기억나지 않지만 그 깡패멋쟁이라는 말만큼 기억에 남았다. 일제강점기에 지나가던 일본 순사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고 때려죽이고서는 자랑스럽다고 스스로를 여겼던 독립투사도 깡패멋쟁이고, 기차를 타고 지나가던 일본 고관이 꼴보기 싫어 짱돌을 던진 사람도 깡패 멋쟁이라지. 강찬혁은 슬슬 긍정적인 이명이 하나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강찬혁은 자신을 깡패 멋쟁이라 지칭하기로 했다.
"선택이란 언제나..." 애매모호하네요. 라는 말을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말하지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자신에게 이득이 되었지만 그것이 타자에게 향하는 일은 선택하지 않고선 없었으므로. 그것은 지금은 묻어두고, 호칭에 대해서나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이리라.
"하루씨라고 부른다거나. 여러가지로 부를 수도 있겠네요." 하루 선배~ 가 될지도 모르죠? 라는 장난스러운 호칭을 입에 담으며 기분좋은 듯한 발그레해짐에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기분일까? 편한대로 대해달라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일지도 모른다.
"또다시 일회성이 아닌 인연이 쌓여가네요." 분명 신이 내린 것이라는 말에는 신에 대한 큰 믿음은 없었기에 큰 반응은 없었지만. 상대방이 믿는 것에 태클을 걸거나 조목조목 말을 거는 정도의 인성은 아닙니다. 그정도로 썩은 인성은 아니라구. 확실히 맛있는 샘플러는 의외로 9종류를 다 먹으면 배가 많이 부르는 타입일지도. 케이크 조각 최소 2개정도는 먹은 느낌일 거야.
진담이었다. 의념기의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았고, 나이젤이 한 일은 고작 한화 불빠따를 편 다음 약간의 개조를 도와준 것뿐이었다. 나이젤이 완벽하진 않다보니 조금 달라졌을 수는 있지만, 그 정도는 수리하면서 감수해야 할 약간의 변화였다. 진짜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나이젤은 그런 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감사인사는 됐어요. 다시 휘지 않은 건... 다행이네요. 하지만 너무 험하게 쓰면 자주 수리해야 하니까 조심하세요."
이 다음에는 수리비를 받아야 하니까. 나이젤은 그리 비싼 값을 받진 않지만, 돈은 아끼는 쪽이 좋지 않을까.
"그러면, 저는 먼저 가볼게요."
다시 종이봉투 손잡이를 양손으로 쥐면서 나이젤이 일어났다. 우연히 일어난 만남이었으니 빨리 끝나는 것도 필연이지 않을까.
"하하. 맡은 일만 한다. 그걸 못 해서 이 세상이 얼마나 개판이 났는지를 생각해보면, 그것이야말로 제일 좋은 미덕이에요."
마침 강찬혁의 앞에 콜택시가 도착했다. 강찬혁도 이제 병원으로 떠날 시간이었다. 강찬혁은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그 덕분에, 죽을 수도 있었던 곳에서 살아나왔으리라. 강찬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강찬혁은 택시 문을 열고, 스스로를 던지듯 콜택시의 뒷자리칸에 누웠다. 델라메인 콜택시의 AI는 강찬혁의 상태를 보더니, 군말없이 "가장 가까운 병원을 목적지로 설정하였습니다. 예상 도착시간: 5분" 이라는 말을 남기고 출발했다.